오늘부터 주말까지 미국 뉴욕에서 북미회담이 열린다. “6자회담과 북미관계의 전망을 낙관한다”는 것은 북측 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존 F 케네디 공항 도착 인터뷰에서 밝힌 첫 마디다. 미국측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은 북측에 우라늄 농축을 비롯한 전반적 핵 프로그램 중단,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복귀, 남북관계 개선, 식량지원, 체제보장 등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 것이다.
인권 문젤 거론치 않는 것은 회담 분위기를 위해 예민한 부분은 건들지 않겠다는 배려로 보인다. 김계관은 한 술 더 떠서 ‘평화협정’ 체결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많다. 그의 도착 일성은 이를 위한 미소공세일 수 있다.
회담 결과는 양측이 나름대로 총론적 만족을 갖는 두리 뭉수리한 선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진짜 주요한 것은 각론이다. 각론에서 으례 트집잡아 총론 합의를 뒤엎곤 한 것은 그간 저들을 상대해 오며 터득한 경험법칙이다.
그런데 정작 남북간 당사자인 남쪽은 깜깜하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을 둔 ‘선 사과 후 대화’냐, ‘선 대화 후 사과’냐로 논란을 빚고 있다. 진보진영은 물론 ‘선 대화’를 주장한다. 문젠 보수진영에서도 양론이 제기된 점이다. 심지어는 정부에서도 외교부는 ‘선 대화’, 통일부는 ‘선 사과’로 엇갈린다. 미국 중국 등 주변 국가에서 한반도 문젤 둘러싸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것에 비하면 ‘각주구검’ 형상이다. 투 트랙이다. 주변국은 ‘선 사과’나 ‘선 대화’는 남북 당사자간 내부 문제로 돌린다. 즉 그런 문제로 협상을 정체시킬 생각을 갖지 않는다.
정부의 대북정책 혼선
그러나 우린 다르다. 천안함을 두 동강 내고 연평도를 쑥대밭 만든 변을 당하고도, 사과 한 마디 받지않고 웃는 얼굴로 마주 대하는 것은 쓸개빠진 짓이다. 저들은 뻔한 천안함 폭침을 부인 한다. 하지만 동족에게 포탄을 퍼부은 연평도 참사는 세상이 다 안다.
이명박 대통령은 ‘원칙있는 대화’를 강조한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 역시 ‘원칙있는 포용’을 표방한다. 옳은 말이지만, 분간키 어려운 것은 원칙의 한계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전 대표는 ‘방위주권’을 말 한다. 사과를 받지않고 넘어가는 것은 방위주권 포기라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나, 사리엔 현실성이 고려된다. 평양정권은 속성상 공개 사과는 치명상이다. 하고싶어도 못한다.
그래도 정부가 북에 사과를 촉구한 당초의 응징은 마땅하다. 한데, 이젠 자충수가 됐다. 주변 정세가 이렇게 돌아간다. 평양 사람들이 틈을 노린다.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한반도 안정을 위한 진전의 대의를 위해 북의 선 사과 촉구를 한동안 유보한다’는 대내외 메시지 천명은 한 방법이다.
그러나 알아둬야 할 게 있다. 저들의 본심은 아무리 대화를 하고 교류를 한다 하여도, 평화공존이나 평화통일로 가는 것은 아니란 사실이다. 적어도 핵 무기 보유를 고집하는 한 ‘남조선 해방 혁명’의 일관된 정책 기조에 수정이 없음을 반증한다. 절대 불변의 전략(남조선 해방)에 무한 가변의 전술(국지전 또는 회담)을 구사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마오 쩌 둥(모택동)이 국민당의 치앙 치엔 신(장개석)과 한동안 손잡은 국공합작의 ‘담담타타, 타타담담’ 전법에서 유래한다. 즉 유리할 땐 들이치고 불리할 땐 대화로 시간을 버는 것이다. 평양정권은 6자회담을 하릴 없이 끌면서 핵을 보유하는 데 성공했다. 김계관이 뉴욕에 가 있는 지난 27일엔 평양체육관에서 6·25전쟁 정전협정 58주년 되는 ‘조국해방전쟁 승리 기념일’이라며 대대적 군중집회의 중앙보고대회를 연출했다. 북은 이 날을 국가 명절로 정해 이른바 해마다 ‘남조선 해방 완수’를 다짐한다.
새롭게 가닥을 잡아야
하지만, 우린 이런 저런 속내를 알면서도 저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협상이 수포로 돌아가고 대화가 겉돌지라도, 만남을 지속해 저네들을 우리의 가시권 안에 두어야 된다. 또 여건이 조성되면 식량이나 물자 같은 것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채찍과 당근을 병행하는 것은 평화를 위해서다. 이를테면 통일비의 선불이다.
참으로 이상하고 복잡한 집단으로중국의 강력한 후견에도 불구하고 가끔 붕괴 가능설이 나온다. 그럴 경우, 우리가 감당해야 할 통일비용이 천문학적 수치다. 그러하나 예측이 불가한 미래의 일이다. 당장의 예측은 지금 테이블을 맞대고 있는 북미회담 결과가 현실적 전환의 가이드 라인이 될 듯 싶다.
본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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