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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단상] 癸巳年 새해, 부천에서 축구의 마법이 실현된다

아프리카 중부의 작은 나라가 하나 있다. 이 나라는 국민의 99%를 차지하는 후투족과 투치족 간의 수십 년에 걸친 분쟁으로 투치족의 70%가 학살당하는 끔찍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나라의 이름은 ‘르완다’이다.

철천지원수로 살던 두 부족이 처음으로 ‘르완다’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된 놀라운 사건이 있었다. UN과 주변국의 중재에도 결코 화해하지 않았던 그들을 한데 묶은 것은 놀랍게도 축구였다.

2003년 독일 출신의 국가대표팀 감독 루디 구텐도르프는 투치와 후투 두 부족을 르완다 대표팀으로 아우르는데 성공했다.

그는 양 부족에서 똑같은 숫자의 선수를 선발해서 팀을 만들었고, 그들은 후투족 선수가 크로스한 공을 투치족 선수가 헤딩으로 골을 성공 시키며 케냐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 자리에서 선수들과 5만 관중은 서로 몸을 부비며 환호했다.

그들은 스스로를 후투나 투치족이 아닌 르완다인이라고 느꼈던 것이다.

축구는 이렇게 갈라진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힘을 가지고 있다. 쉬운 경기 규칙과 공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종목이 바로 축구이다. 응원하는 팀의 승리를 위해 함께 목 놓아 소리 지른다. 복잡하게 스킬을 배우거나 공부할 그 무엇도 없다. 그저 함께 하기만 하면 누구나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 축구인 것이다.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축구

축구가 보여주는 놀라운 힘은 우리도 이미 경험했다. 2002년 월드컵 때 거리를 가득 메운 700만의 붉은 물결은 역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다. 축구로 하나됨의 마법 그 자체였다. ‘대~한 민국’을 외치고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고 있다면 그가 누구든 상관없이 우리는 기꺼이 어깨동무하며 손을 잡았다.

축구의 마법이 올해 우리 부천에서 실현된다.

‘부천FC’가 그토록 꿈에 그리던 프로 K리그 진출을 위한 전진기지, 프로축구 K(2부)리그에 비로소 몸을 실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우여곡절의 과정도 있었다. 격론도 많았다. 결국 하나의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프로축구 K(2부)리그 탄생을 이룬 것이다.

시민들의 정성이 모여 세계 최고의 축구팀으로 탄생배경이 된 FC바르셀로나처럼 우리 부천FC 또한 부천시민의 지원으로 탄생한 팀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응원문화의 선구자 붉은악마의 원조격인 서포터즈 헤르메스가 무한의 신뢰를 보내고 자리하고 있다.

이제 남아있는 과제는 선수들의 열정이다. 그 밖의 부족한 부분은 12번째 선수인 부천 시민들이 메워나갈 것이다.

2005년 SK축구단의 느닷없는 제주행으로 겪었던 축구팬들의 상실감과 허탈감은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부천시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어디에도 견줄 수가 없다. 우리 부천이 최고인 것이다.

부천FC와 화합의 해 보내길

수십만의 희생자를 내면서 서로 싸움을 멈추지 않았던 르완다를 축구가 화해시켰던 것처럼, 부천FC를 중심으로 시민들의 크고 작은 차이를 떠나 한목소리로 응원하며 서로 부둥켜안고 통합과 화합의 결의를 다질 결전의 그날을 기다린다.

곽경근 감독이 이끄는 부천FC는 지난 2일 제주도로 전지훈련을 향했다. 출발 전 그들의 열정을 읽었다. 혹독한 훈련의 현장에서 달군 기량과 역량을 그토록 바라던 시민들의 열광과 헤르메스 응원 앞에서 맘껏 펼치기를 바란다. 지역 통합, 세대 통합 부천에서 축구의 마법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김 만 수 부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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