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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쉼표찾기] 나만의 향과 맛, 수제맥주 만들기

개성만점 수제맥주… 올 여름 특별한 맛에 취해볼까

▲ 수제맥주
▲ 김관배 맥주제조사가 숙성 중인 수제 맥주를 설명하고 있다.
“Bier ist Menschenwerk, Wein aber ist von Gott!(맥주는 인간이 만들고 와인은 신이 만든다)”

 

마틴 루터가 남긴 말이다. 자연에 크게 영향 받는 와인과 달리, 맥주는 인간이 과학을 기반으로 완성한 발명품이라는 의미다. 똑같은 재료라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그 맛과 향이 전혀 다른 나만의 맥주를 만들 수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이같은 매력에 최근 몇 년 사이 ‘수제맥주 만들기’가 독특하고 새로운 문화생활의 하나로 떠올랐다. 경기도에서 전문가에게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수제맥주 아카데미를 찾아가봤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에 수제 맥주, 정확하게는 ‘크래프트 맥주(Craft Beer)’ 붐이 일었다.

지난 2014년 소규모 양조장에서 맥주 유통이 가능해지는 내용으로 주세법이 개정된 것이 한 배경이 됐다. 맥주 제조에 필요한 투자 규모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소규모 양조장과 수제맥주 전문점이 늘어난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국적으로 중소 규모의 양조장이 50여 개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만의 맥주를 만들어 마시는 행위를 가치 있는 소비이자 하나의 여가 문화로 인식한 덕이다. 커피 원두를 사서 집에서 직접 볶고 갈아 내려 마시는 것처럼, 맥주도 개인의 취향따라 직접 제조해 음미하는 것이 대중화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 밖에도 ‘카스와 하이트’가 점령한 국내 맥주 시장에서 독특한 향과 맛의 수입 맥주 또는 외국여행에서 맛봤던 그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장점도 한 몫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붐과 달리 전문가에게 수제 맥주 제조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홍대나 이태원 등 새로운 문화를 흡수하고 전파하는 속도가 빠른 서울에 비해 경기도권에서는 전문가가 운영하는 수제 맥주 아카데미를 찾기 힘든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5월 경기상상캠퍼스(구 서울대학교 농생대학교)에 입주한 ‘상상비어 아카데미’는 반갑다.

 

현재 이곳에서는 재료비만 내면 무료로 3시간 만에 수제 맥주 제조법을 익힐 수 있는 체험반을 운영해 지난 두 달 동안 100여 명이 다녀갔다. 일주일에 한번씩 총 12회에 걸쳐 운영하는 정규 과정은 현재 1~3기생 30여 명이 듣고 있는데 일산, 구리, 광주, 천안 등 먼 지역에서 찾아오는 수강생이 많다.

 

이 아카데미를 운영 중인 김관배 수제맥주 제조자는 현재 성균관대학교 생명공학대학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미생물, 발효 제품, 식품 첨가 등을 주제로 한 강의를 하고 있다. 강단에 서기 전에는 국내 대표 주류 회사에서 30년 이상 근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수제 맥주 제조자다.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 주류회사 신입사원 시절 외국의 지인을 통해 확보한 맥주 제조 키트와 발효통을 활용해 맥주 발효 실습 과정을 진행, 호응을 얻었다.

 

“안타깝게도 국내에 맥주 제조 전문가를 찾기 힘들어요. 대학에서 발효 등 관련 학문과 전공 수업도 사라졌고요. 수제맥주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은데 가르쳐 줄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인거죠.”

 

▲ 수제맥주 (35)
▲ 독특한 향과 맛을 자랑하는 수제 맥주
그가 지난 5월 경기상상캠퍼스에 입주해 수제 맥주 아카데미를 개설한 이유다.

 

김 교수는 수제 맥주 시음 행사를 진행하며 이를 배우고자 하는 예비 수강생들에게 “수제맥주 제조가 ‘라면 끓이기’보다 쉽다!”라고 말한다. 배우고 싶었지만 가까운 곳에 교육 커리큘럼이 없었던 상황에서, 라면 끓이기보다 쉽다는 설명은 꽤 매혹적이다.

 

정말 수제 맥주가 라면 끓이기보다 쉬울까. 일단 답은 ‘yes’다.

맥주 원액 캔과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산가스는 배출하고 밖의 공기는 차단하는 전용 발효통을 갖췄다면, 물을 부어 숙성 시간만 기다리면 된다. 3kg 키트로 20리터 가량의 맥주를 만들 수 있다.

 

나아가 개성 만점인 나만의 맥주를 제조하고 싶다면 맥주의 기본 원료인 맥아와 홉을 직접 분쇄하고 투입하는 과정을 직접 진행해야 한다. 거쳐 개성 만점 수제 맥주를 제조하고 싶다면 정성과 시간이 필요하다. 보리는 구매하기 어렵기 때문에 맥아를 사서 맥즙을 만들고 발효조에 물과 함께 담아 효모를 투입하며 발효 및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때 온도가 중요한데 20~25도 사이의 일반적인 가정집에서 보관하면 나만의 에일류 맥주가 탄생한다. 주류 회사들이 만드는 맥주는 냉동 시설이 필요한 라거류가 대부분이다. 상상비어 아카데미에서는 일련의 전 과정에 맥주에 얽힌 역사까지 함께 들을 수 있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수제 맥주 90% 이상은 개인이 집에서 자신만의 바디감고 향을 살릴 수 있는 장점에 에일류이지만, 라거류와 종류의 차이일 뿐 좋고 나쁨을 따질 순 없다”면서 “수제 맥주는 수입산 원재료와 최소한의 장비를 쉽게 구매할 수 있고 이 외 필요한 것은 집의 주방용품이면 되는 상황이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주가가 아니어도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나는 여름, 나만의 향과 색이 있는 크래프트 비어로 특별한 쉼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 수제맥주 제조 현황
▲ 수제맥주 (7)
▲ 수제맥주 (4)
▲ 수제맥주 (44)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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