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 대성당과 뒷골목에서 만난 낯익은 얼굴-
여행지에서 현지인의 삶을 느낄 수 있는 골목길 여행은 또 다른 묘미다. 화려한 불빛에 가려진 뒤편에 숨은 그림자처럼 순수한 삶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올드 아바나는 여행객으로 넘치는 오비스포 거리에서 출발하여 아바나 대성당 광장부터 플라자 비헤아로 이어지는 다양한 광장과 헤밍웨이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바나 카페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넘친다. 먼저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아름답고 오래된 산크리스토발 대성당으로 간다.
이 성당에는 콜럼버스의 유해가 1796년부터 102년간 이곳에 안치되어 있었으나 1898년 쿠바 독립 전쟁 이후 스페인 세비야 대성당으로 옮겼다. 카리브해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이 대성당 주변 광장은 중세 건물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가진 매력적인 장소다.
정면에 비대칭 종탑이 있는 산크리스토발 대성당은 이탈리아 건축가 프란체스코 보로미니가 바로크 양식으로 건축했다. 성당은 식민 초기에 세운 교회 부지에 1748년에 착공하여 30여 년이 걸려 1777년에 다 지었다. 완공한 성당은 아바나의 수호성인인 크리스토퍼에게 헌정한 후 아바나 대주교좌 성당이 됐다.
성당 외관은 같은 교구 성당인 산 카를로스 교회와 유사한 형태고 아바나의 많은 건물과 마찬가지로 대성당도 카리브 바다에서 채취한 돌로 외벽을 마감하여 벽면에는 화석화된 해양 동식물을 볼 수 있다.
본당의 중앙 아치는 대성당 외부의 측면 통로 위에 위치한 8개의 플라잉 아치로 지탱하고 트랜셉트 위에 돔이 있으며 광장에서는 지붕 기와가 보이지 않는 구조로 지었다. 전체적인 성당 평면 구조는 십자가를 형성하고 있다.
성당 내부는 신고전주의 스타일로 장식되었고 본당의 제단에는 로마에서 만든 조각품과 금세공 작품이 있다. 한쪽에는 1632년 스페인 세비야 출신 마르틴 칸토스가 조각한 성 크리스토퍼 조각상이 있고 측면 통로에는 8개의 작은 예배당이 있다. 이 외에도 많은 성화와 프레스코 그림이 있는 아름다운 성당이다.
대성당을 둘러보고 떼니엔테 레이 골목을 따라 플라자 비에아로 향한다. 골목 옆 건물 사진을 찍으려 당긴 줌 렌즈 속에 낯익은 사람이 있다. 깜짝 놀라 카메라를 내리고 피사체를 확인한다. 작은 헤어숍 입구 사진 속 인물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다. ‘이분이 왜 여기 계시지’하며 순간 눈을 의심하였지만 사진 속 그분은 반 총장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왠지 우쭐하고 기쁘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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