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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코로나 속 교육 안전망, 이대로 괜찮나

또다시 8세 어린 아이가 우리 곁을 떠났다. 어쩌면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를 죽음에 허탈함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최근 연이어 터진 아동학대 사건은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다시금 점검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기도 하다.

인천 서구에서는 장애가 있는 어린이집 아이들을 집어던지고, 폭행하고, 몸으로 짓누르는 등 상습적으로 학대해온 교사들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몸에 멍이든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된 아이의 죽음은 지역사회는 물론 공분을 사기 충분하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이 아이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던 시그널을, 아이에게 안전망이 돼 줬어야 할 교육 당국이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A양은 처음 발견 당시 1m도 채 안 되는 키에 몸무게는 고작 10~15㎏, 앙상할 정도로 마른 발육상태였다고 한다. 이마와 허벅지에는 멍 자국이, 양쪽 턱에는 찢어져 생긴 상처도 보였다. 초교 3학년이 된 아이가 대소변조차 가리지 못해 집 앞에는 여전히 A양이 이제 쓸 수 없는 기저귀가 배달돼 있었다.

2012년생으로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 된 A양은 지난해 단 1번도 등교수업에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19로 대부분이 원격수업을 했고, 37일의 등교수업은 모두 체험학습과 가정학습으로 대체했다. 이 때문에 교사가 아이를 본 적이 없었음에도 출석은 모두 인정받았다. A양은 당시 초교 2학년생으로 체험학습은 최대 30일, 가정학습은 최대 14일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 A양의 부모는 체험학습을 모두 쓴 후 가정학습까지 써가며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지만, 교육 당국은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시작한 후 학부모들은 내 아이의 학습 능력이나 사회성 등이 떨어질까 걱정했다. 일부 학부모는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조건으로 등교수업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방법을 최대한으로 끌어다 쓴 부모를 교육 당국은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집에 아무도 없다.’라는 말에 가정방문조차 하지 않았다. 전문가는 이미 이때 아이에게서 학대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때 누군가 아이를 확인만 했더라면, 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지난해 도성훈 교육감은 코로나19 속에 교육 안전망 확충을 제1의 목표로 삼았다. 코로나19로 학습능력은 물론 학대 위험에 방치되는 아이가 없게 만들겠다는 게 그 중심 내용이다. 그러나 그 안전망 속에 A양은 없었다. 지금이라도 교육 당국은 코로나19가 아닌 어떤 예기치 못한 상황이 오더라도 아이들이 ‘교육’이라는 단단한 보호망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말 뿐인 대책에 그쳐서는 안 된다. 통렬히 반성하고, 모두가 납득할 만한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그것만이 어린 아이를 지키지 못한 지금의 우리가, 교육 당국이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애도일 것이다.

김경희 인천본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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