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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의 섬나라 쿠바 여행 에세이] 8-① 체 게바라 사회주의 혁명과 쓸쓸한 뒤안길

▲ 트리니다드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산타아나 광장 모습

물라티 종업원과 영어로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 음식을 가져올 때마다 쿠바에 관해 물어본다.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이 종업원은 트리니다드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고작 20㎞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외가댁에 가본 것이 전부라는 말에 귀를 의심한다.

영어를 어떻게 배웠느냐고 질문하자 그녀도 오후에 이야기를 나눈 여학생처럼 독학으로 깨우쳤다고 한다. 덧붙여 시골 학교에서는 영어를 제대로 배울 수 없다고 이야기하며 주변에 있는 다른 종업원의 눈치를 살핀다. 사회주의의 숨겨진 뒷모습일까. 이야기를 반추하면 아마도 50여년 이상 쿠바와 미국 간의 관계악화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 사회주의 혁명가 체 게바라 기념비
▲ 사회주의 혁명가 체 게바라 기념비

트리니다드는 16세기 초에 건설되어 번성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19세기 말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전투에서 이 지역 설탕 농장은 모두 폐허가 됐다. 하지만 설탕 산업 붐으로 이룬 부의 흔적은 성당이나 카라라 대리석 바닥과 철제 격자를 갖춘 농장주의 황폐한 저택에서만 그 영광을 찾아볼 수 있다.

트리니다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양콘 해변은 쿠바에서도 손꼽히는 해양 스포츠 명소로 젊은 여행자들이 찾는 1순위 여행지다. 특히 밤마다 도시 곳곳에 있는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펼치는 아프로 쿠반 밴드의 공연과 살사 춤사위는 언제나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쿠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그중 으뜸은 젊은 사회주의 혁명가 체 게바라의 꿈이 실현된 나라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노인과 바다>를 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숨결이 남아 있는 곳이다. 쿠바에선 통치자 카스트로 가문이 더 유명할 수 있지만, 쿠바사람들에게 노스탤지어의 원천인 체 게바라를 빼놓을 수 없다.

▲ 사회주의 혁명가 체 게바라 기념비2
▲ 사회주의 혁명가 체 게바라 기념비

오늘은 트리니다드를 출발해 체 게바라의 도시 산타클라라로 간다. 그가 불멸의 청춘을 불사른 곳이자 잠들어 쉬는 곳이다. 아바나에서는 동쪽 290㎞ 지점에서 차로 약 4시간 이상 걸리지만, 트리니다드에서는 아바나로 가는 길목에서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

이른 시간이라 아직 어두컴컴하지만, 곧 밝아올 새날의 여명이 지친 여행자를 설레게 하여 생기를 돋게 한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차려준 아침 식사를 마치고 카리브 커피 한 모금을 들이키자 어느새 진한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집주인의 배웅을 받으며 차에 오른다. 그녀는 아쉬움을 담아 또 놀러 오라고 인사하지만, 다시 찾기는 쉽지 않은 곳이라 가슴이 찡하다. 이처럼 자연을 닮은 사람의 행복한 미소는 길 떠나는 여행자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고 지울 수 없는 여행의 향수에 취하게 한다.

▲ 체 게바라가 가족과 피델 카스트로에게 남긴 편지 내용을 새긴 비석과 혁명 동지 모습
▲ 체 게바라가 가족과 피델 카스트로에게 남긴 편지 내용을 새긴 비석과 혁명 동지 모습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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