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아씨 ‘나눔스토리 소잉’ 운영
위탁가정·미혼모쉼터 등 영유아에
애착인형·용품 만들어 무상 제공
선행 알려지며… 도내 곳곳 동참
“세상의 모든 생명은 축복받아야”
“아가야 네가 품은 인형이 자칫 외로울 수 있는 타국 땅에서 따스한 온기가 되어주길 기도할게….”
2019년 11월 부천의 한 가정집. 가위로 재단하고 한 땀 한 땀 정성 껏 바느질해 완성한 토끼 모양의 애 착인형을 바라보는 한 여인의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이 선물은 세 살배기 여자 아이의 축복과 행복을 빌어주고자 만들어졌지만, 주는 이와 받는 이 모두의 눈에는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인형을 품에 안고 해맑게 웃는 아이를 제외하고….
이 사연은 배냇저고리, 손싸개, 발싸개, 수면조끼, 짱구베개, 애착인형 등 아이 용품을 제작해 입양 위탁가정과 미혼모쉼터, 북한이탈주 민가정 등 다양한 복지단체에 선물하는 박영아씨(48)의 이야기다. 그는 부천에서 평소 뜻을 함께한 봉사원들과 함께 2017년부터 영유아에게 무상으로 용품을 제공하는 봉사단체인 ‘나눔스토리 소잉’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수천개의 용품을 만들어 나눔을 실천하던 박씨에게도 3년 전 그날의 일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당시 주변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한 ‘입양 위탁가정’(입양 가기 전 아이들이 잠시 머무는 가정)의 부모는 박씨에게 불안한 마음을 토로했다. 함께 사는 위탁가정 부모를 친엄마·아빠로 인식하는 세 살 된 아이가 있는데, 미국으로 입양이 결정되면서 혹시 아이가 가족에게 버림받았다는 아픔을 느끼게 될까 불안하 고 걱정된다는 이야기였다. 사연을 접한 박씨의 마음은 무너져내렸다. 홀로 떠날 아이가 느낄 충격과 공포를 생각할 때 위탁가정 부모가 전한 절절한 걱정이 와 닿았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아이가 홀로 외롭지 않도록 애착인형과 수면조끼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박씨는 “아이가 부모의 품을 떠나 느낄 두려움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면서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애착인형과 어두운 밤에도 엄마 품에 안기듯 포근하게 잠들 수 있는 수면조끼를 만들어 선물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박씨의 마음은 아이에게 밝은 미소를 선물했다. 아이의 고사리손에는 늘 귀여운 애착인형이 들려 있었고, 그 인형을 바라보는 눈은 햇살처럼 환하게 빛났다. 그리고 두 달 후 아이는 그렇게 선물과 함께 한국에서의 마지막 기억을 포근히 간직한 채 미국으로 떠났다.
이 같은 박씨의 아름다운 선행이 주변에 널리 알려지면서 주변 사람들의 동참 의지도 함께 높아졌다. 소식이 전해진 후 송내고등학교와 부천시자원봉사센터에서 박씨와 함께 봉사를 펼칠 수 있는 청소년 프로그램이 기획되는 등 훈훈한 동참 의지가 지역사회 곳곳으로 전파 됐다.
박씨는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생명은 축복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라며 “제 선물을 통해 아이들이 세상 누구보다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이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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