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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아이들의 미래, 어른들이 만들고 바꾼다 [발암물질 위의 아이들]

 

유럽에서 만난 친환경 놀이터

完.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스위스 베른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스위스 베른에서 보고 체험한 어린이 놀이터는 국내 놀이터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플라스틱이 아닌 자연에서 온 소재가 바닥에 깔려 있었고 한눈에 봐도 자연 속에서 머무는, 자연에 녹아든 느낌을 줬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뛰어놀고 뒹굴면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었다.

 

스위스 베른에 위치한 한 어린이 놀이터. 이 곳의 바닥은 코르크와 우드칩으로 조성돼 있다. 민경찬PD
스위스 베른에 위치한 한 어린이 놀이터. 이 곳의 바닥은 코르크와 우드칩으로 조성돼 있다. 민경찬PD

 

■ 같은 듯 다른 놀이터…유럽의 규제는

 

자연친화적인 소재가 사용된 놀이터 사이, 드물게 국내 놀이터와 닮은 놀이터를 유럽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우드칩과 코르크가 아닌 탄성포장재 바닥재가 한 켠에 마련된 유럽 놀이터에서도 아이들은 놀이에 열중했다.

 

국내외 다수의 놀이터에선 내구성이 높고 충격 흡수 능력이 뛰어난 탄성포장재 놀이터 바닥재를 어린이 놀이터에 사용하곤 하는데, 유럽에서 재활용 고무를 바닥재로 사용할 때 적용되는 기준이 국내와 크게 차이났다.

 

유럽에선 어린이 놀이터에 재활용 고무 바닥재를 사용할 때 별도의 안전성 평가 기준을 거친다. 특히 유해 물질 방출 기준이 매우 까다로운 편이다.

 

유해 물질 방출 기준은 폐타이어 등을 활용한 재활용 고무에 PAHs(다환방향족탄화수소)나 중금속 등 유해 물질이 방출되는지를 테스트하는 것으로, 유럽화학물질청(ECHA)의 EU REACH 규제에 따라 관리된다.

 

스위스 베른에 위치한 한 어린이 놀이터. 이 곳의 바닥은 코르크와 우드칩으로 조성돼 있다. 민경찬PD
스위스 베른에 위치한 한 어린이 놀이터. 이 곳의 바닥은 코르크와 우드칩으로 조성돼 있다. 민경찬PD

 

EU REACH 규제는 화학물질의 등록, 평가, 승인 및 제한에 관한 규정으로, PAHs의 농도를 제한하고 있다. PAHs는 일부 고무 및 플라스틱 제품과 재활용 타이어에서 검출될 수 있는 발암성 유해 물질로, 유럽은 이러한 유해 물질이 어린이 놀이터에 유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PAHs 함량을 엄격히 제한한다.

 

REACH 규제는 대중에게 공급하기 위해 시장에 출시된 제품은 고무 또는 플라스틱 구성 요소가 인간의 피부나 구강과 직접 또는 장기, 단기적이고 반복적으로 접촉할 경우 PAH 농도를 1mg/kg(이 구성 요소의 중량 기준 0.0001%)으로 한정한다.

 

이 외 장난감(활동용 장난감 포함) 및 육아용품의 해당 농도 한계는 이보다 더 낮은 0.5mg/kg(0.00005%)로 제한된다.

 

이러한 평가 기준들은 일반적으로 EU와 국가 차원의 환경 및 안전 규제를 통해 관리되며, 제조업체들은 이 기준을 충족해야만 시장에 해당 소재를 공급할 수 있어 사실상 조금이라도 유해하다고 인지될 시 납품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 같은 듯 다른 놀이터…한국의 규제는

 

경기도 A 초등학교 내에 위치한 어린이 놀이터. 이 곳은 폐타이어를 재활용한 탄성포장재 바닥재로 조성돼 있다. 경기일보DB
경기도 A 초등학교 내에 위치한 어린이 놀이터. 이 곳은 폐타이어를 재활용한 탄성포장재 바닥재로 조성돼 있다. 경기일보DB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PAHs 농도를 10mg/kg까지 허용한다. 유럽보다 최소 10배에서 최대 20배가 높다.

 

또 국내 초등학교와 유치원 등 어린이활동공간은 관련 법상 ‘어린이활동공간 확인검사’ 대상으로, 관리 주체는 ▲활동공간을 신축한 경우 ▲활동공간의 연면적을 33㎡이상 증축한 경우 ▲활동공간을 70㎡이상 수선하는 경우에 지정된 시험기관으로부터 유해성 등 기준 적합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데, PAHs를 검사 항목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품질 인증 과정에서 PAHs 8종을 측정하지만, 시공 이후 이뤄지는 정기 검사에서는 PAHs가 검사 항목에서 제외된다. 뿐만 아니라 놀이터를 새로 짓거나 확장하지 않는 한 바닥재의 유해성 검사는 관리 주체의 자율에 맡긴다.

 

경기도 A 초등학교 내에 위치한 어린이 놀이터. 폐타이어를 재활용한 탄성포장재 바닥재로 조성된 어린이 놀이터 바닥재가 표면에 노출돼 있는 모습. 경기일보DB
경기도 A 초등학교 내에 위치한 어린이 놀이터. 폐타이어를 재활용한 탄성포장재 바닥재로 조성된 어린이 놀이터 바닥재가 표면에 노출돼 있는 모습. 경기일보DB

 

■ “어른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만들고 바꾼다”

 

유럽의 PAHs 농도는 처음부터 1mg/kg로 규제되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권고 수준이었던 PAHs 수치는 건강 및 환경 문제에 대한 유럽인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기준이 엄격히 바뀌어 갔다.

 

유럽이 PAHs 농도를 최초로 규제하게 된 것은 식품이었다. 훈제된 식품에서 PAHs가 상당량 검출되자, 유럽은 PAHs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여러 차례 발표하는 등의 노력으로 식품에 대한 규제를 도입했다. 당시 기준은 2~10mg/kg이다.

 

이후 유럽연합은 장기간에 걸친 독성 축적을 방지하고 소비자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PAHs가 포함된 소비재에 대한 추가 규제를 도입했다. 특히 아동용품과 피부에 직접 접촉하는 제품 등에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자 했고, 장난감 등 특정 품목에 대해 PAHs 농도를 1mg/kg으로 제한하는 기준을 확립했다.

 

스위스 베른에 위치한 한 어린이 놀이터에는 코르크로 된 바닥재가 있다. 민경찬PD
스위스 베른에 위치한 한 어린이 놀이터에는 코르크로 된 바닥재가 있다. 민경찬PD

 

독일 아동문화 전문가 키어스텐씨는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 놓이는지는 어른인 우리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키어스텐씨는 “유아부터 아동, 청소년이 일상 중 오랜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 놀이터에 대한 유럽의 규제는 매우 까다로운 편”이라면서 “기준이 높은 것은 아이들을 해로운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 가장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 당연히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고, 이런 감정들이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커갈 수 있게 까다로운 규제로 표현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른인 우리가 정하는 규정과 규제에 따라 아이들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임 순천향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PAHs가 발암물질인 만큼, ALARA(알랄라) 원칙에 따라 가능한 노출을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알라라 원칙은 ‘합리적으로 달성 가능한 한 낮게(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라는 영어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의 앞 글자다.

 

박 교수는 “관계 시설이 어린이 놀이터이고, 어린이들이 활동하는 점을 고려해야 하며 어린이에게 PAHs가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 PAHs 관리 기준을 조정해야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대 20배까지 차이나는 부분은 어떤 방법으로든 간극을 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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