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을 보호할 법적 의무가 있다. 국가나 지자체가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도로나 공연장 등 시설에 안전조치가 제대로 돼 있지 않거나 관리의 소홀 때문에 국민이 손해를 입게 된 경우 국가나 지자체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A씨는 2019년 차를 운전해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 부근 국도를 지나던 중 내리막 커브길에서 제대로 회전하지 못한 채 계곡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사고지점은 내리막 급커브 구간이고 기상 상황으로 미끄럼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높은 곳이었다. 재판부는 ‘국가는 사고지점에 방호울타리 등 안전시설과 급커브 구간에서의 추락 위험성을 경고하는 안내표지 등을 설치했어야 함에도, 추락방지에 부족한 방호통만 넓은 간격으로 설치해 두었을 뿐 안전시설과 추락 위험성을 경고하는 안내표지를 설치하지 않은 점이 사고발생의 원인이 되었으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B씨는 2018년 김천시가 주관하는 오페라 공연에 조연출가로 고용됐다. B씨는 김천시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무대세트를 붓으로 색칠하는 작업을 하던 중 승강 무대(리프트) 7m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재판부는 ‘공연장은 무대 중앙에 있는 리프트를 1층으로 내려서 장비 등을 실은 후 다시 3층에 있는 공연장 무대로 올리는 방법으로 장비를 운반하게 돼 있었는데, 이는 국내 다른 공연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구조이다. 이런 구조로 인해 리프트가 내려갈 경우 무대 위에서 작업하던 사람이 리프트 하강으로 발생한 개구부로 추락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 사고 당시 공연장에는 리프트 하강에 따라 무대 위에 있는 작업자의 추락을 방지할 수 있는 아무런 안전장치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고, 안전사고를 관리할 인원이 배치돼 있지도 않았다. 결국 공연장에는 통상 요구되는 안전성이 결여돼 있었으므로 김천시는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처럼 판례는 국가나 지자체의 시설의 설치·관리를 통한 손해방지의무를 더욱 강화해 가는 입장이다.
이재철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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