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12시40분께 경기도 A 중학교 2층 급식실. 평소 밥 짓는 냄새와 조리하는 소리로 시끌벅적해야 할 이곳에선 낯선 비닐봉지 뜯는 소리가 가득했다. ‘오늘의 급식 메뉴’로 짜장밥과 바비큐 폭립 요리를 식판에 가득 담아야 할 학생들 손에는 50g의 모닝빵과 100g의 초코빵이 주어졌다.
학교비정규직 근로자 총파업이 시작된 이날, 이 학교에서도 급식 조리원 9명 중 6명이 출근하지 않았다. 급식 대상자인 학생과 교직원 총 759명이 파업 탓에 따뜻한 밥을 못 먹게 된 것이다.
일부 학생들은 빵이 입맛에 맞지 않은 듯 절반도 먹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했다. 또 알레르기 등 대체식이 걱정돼 도시락을 싸온 학생들이 급식실 한 곳을 차지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도내 B 초등학교에선 1ㆍ2학년 맞벌이 부부 자녀 등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돌봄교실이 텅 비어 있었다. 돌봄교사 2명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아이들의 온기로 채워져야 할 돌봄교실 운영이 중단된 것이다.
급식 조리원과 돌봄 전담사 등 도내 학교비정규직 근로자 7천여명이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상당수 학교가 급식ㆍ돌봄교실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전국학교비정규직 연대회의(학비연대)는 이날부터 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참, 교육 현장을 이탈했다. 경기도의 경우 전체 교육공무직원 3만7천357명 중 7천495명(20%)이 파업에 참여(경기도교육청 오전 10시 기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급식대란’이 벌어졌던 지난 2019년 7월 학비연대 총파업 당시 참여 인원보다 많다.
직종별 파업 참여율은 학교급식 종사자가 32%(1만5천527명 중 5천11명)로 가장 높았으며, 초등보육 전담사 26%(2천972명 중 757명), 특수교육지도사 18%(1천138명 중 207명) 등의 순이었다.
이에 따라 도내 805개 학교(전체 급식 대상학교 중 31%)에선 급식이 빵이나 우유, 과일 등과 같은 간편식으로 대체됐고, 84개 학교에선 급식을 하지 않는 등 총 889개 학교에서 급식 차질이 생겼다. 또 전체 1천327개 초등학교 2천963개 돌봄교실 중 671개실(23%)이 미운영되고, 유치원 방과후(돌봄 포함) 수업도 35개원(전체 1천243개원 중 3%)에서 진행되지 않았다.
이 같은 총파업 상황에 학부모들 사이에선 불만이 새어나왔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들을 볼모로 파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다”며 “특히 맞벌이 엄마들은 돌봄 때문에 머리를 싸맨 하루였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한편 이날 파업에 동참한 경기지역 조합원들은 서울에서 열리는 민주노총 집회에 참여했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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