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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1 (화)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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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며 읽는 동시] 새싹

새싹

                    장춘희

 

들썩,

연노랑 새싹 아기의

작은 어깨 짓

대지를 들어 올린다

 

또 한 번의 안간힘으로

언 땅을 밀고 올라온

왼쪽 어깨

세상마저 들어 올린다

 

봄은

여린 몸짓으로 우주를 여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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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투데이

 

어여쁜 ‘봄’

봄은 참 대견하다. 겨우내 꽁꽁 언 땅을 비집고 올라온다. 봄은 참 귀엽다. 연둣빛 싹을 쏘옥 내미는 것을 보면 꼭 잠에서 막 깬 아기 얼굴을 보는 것 같다. 이 동시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여린 몸짓으로 우주를 연다’는 것. 시인은 왜 ‘강한 몸짓’ 대신 ‘여린 몸짓’이 우주를 연다고 했을까. 강한 몸짓이 우주를 여는 데 더 좋지 않았을까. 세상에는 강한 것보다 여린 것이 더 힘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는 법. 두꺼운 외투를 벗기는 것은 북쪽의 찬 바람이 아니라 따사로운 햇볕이다. 마찬가지로 봄은 왁자지껄하게 오는 게 아니라 소문도 없이 온다. 그게 봄의 어여쁨이다. 필자의 친구 가운데도 ‘봄’ 같은 이가 있었다. 중학교까지 같은 학급에서 공부한 그 친구는 언제나 조용했고, 은근했고, 말이 없었다. 그냥 좋으면 배시시 웃는 것으로 대신했다. 싫어도 내색을 하지 않는 게 그 친구의 태도였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미적지근한’ 친구로만 대했다. 그러나 그가 다른 학교로 전학 간 후 우리는 그의 존재를 새삼 깨달았다. 그의 조용한 태도와 은은한 미소가 종종 떠올랐다. 요즘처럼 시끄러운 세상에 봄 같은 그 친구가 생각나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봄은 예나 지금이나 목소리가 낮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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