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사회의 가장자리에 놓인 존재들과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까.
22일 고색뉴지엄에서 개막한 이오연 개인전 ‘빛의 울림으로’는 ‘그렇다’라고 절절하게 외치는 듯 하다. 전시에선 도시 개발과 자본 논리에서 밀려난 존재들을 섬세하게 포착한 회화 40여 점을 선보인다.
‘빛의 울림으로’ 전시는 고색뉴지엄이라는 공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색뉴지엄은 지난 2016년 고색동 산업단지(현 델타플렉스) 내 폐수종말처리장을 시민을 위한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생한 장소로, 올해부터 수원민예총이 위탁운영을 맡아 이달 다시 문을 열었다. 이곳에선 사회 가장자리의 존재들을 위한 다양한 전시·체험활동이 진행될 예정이다.
작가 이오연은 수원 지역에서 활동하며, 작품의 생산과 소비가 지역 공동체에 기반을 둔 미술실천인 ‘커뮤니티 아트’를 목표로 시민과 함께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현장에서 활동해 왔다.
오랫동안 사회 가장자리에 있는 존재들을 응시해 온 작가의 시선은 빛이 들지 않는 구석에 닿으며 그곳에 살아 숨 쉬는 기운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거대한 담론 대신 작고 조용한 존재들의 삶에 귀 기울이며 ‘빛의 울림’이라는 시적 표현으로 희망과 연대를 전한다.
이 작가는 “환경과 개발, 노동 현실 등 사회적 의제에 관심을 가지고 예술의 사회적 기능에 호응하려 했다”며 “현장의 리얼리티를 반영하는 창작활동을 하고, 또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포착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관람객은 전시를 통해 예술이 사회적 현실과 어떻게 호흡할 수 있는지를 감상할 수 있다. 작가는 환경, 노동, 개발 등 구조적 모순이 스며든 공간을 마주하고 그곳에서 경험한 감정과 장면을 회화로 풀어냈다.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 같은 것이 저며올 때는 그럴 땐, 바다를 생각해. / 바다...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고”. (김민기作 ‘봉우리’ 노래 가사 중)
예술가로 치열한 실천을 보여준 고 김민기의 노래 ‘봉우리’를 오마주한 작품 ‘봉우리’를 비롯해, 1970~80년대 산업화의 노동 현실을 되짚는 ‘공장의 불빛’, 지난해 겨울 탄핵정국의 광장 풍경을 담은 ‘키세스 시위단’ 등 관람객은 다양한 현장의 기록을 만나게 된다.
고색뉴지엄 관계자는 “빛의 울림으로’의 전시 제목처럼, 언 땅을 뚫고 올라오는 봄의 빛처럼 꺼지지 않는 희망의 기운과 예술의 윤리적 울림이 관람객에게 닿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는 27일 오후 3시30분 지하1층 전시실에선 작가의 창작 과정 등을 이야기 나누는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 전시는 6월8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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