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발원지 황지는 태백시의 한 복판에 태아를 품은 자궁처럼 똬리를 틀었다. 이어진 황지천은 넓이를 확장해 흐르며 바위산을 뚫고 깊은 소를 이뤘다. 1억 5천만년에서 3억만년 전에 형성된 고생대의 퇴적환경과 하천의 변천사를 간직하고 있는 석회암 동굴. 한때 경상도 사람들이 금맥(金脈)을 찾아 태백으로 모여 들었던 이상향의 관문이 구문소다. 그 옆으로 또 하나의 석문이 뚫려 땅 길을 잇고 있다. 하얀 눈은 소(沼)를 덮고 물길은 철암천에 합류해 낙동강을 이룬다. 설원에 무용한 잡념을 내린다. 생각의 일들에 휴식을 줘야지. 모성애 같은 그리움이 흰 눈이 달포쯤 덮인 분지에서 고향집 아랫목처럼 아득히 전해온다. 쓸쓸함이 빈혈처럼 몰려오는 눈길, 나는 문득 세월의 폭력에 외로운 최승자의 시 ‘억울함’을 나의 언어인양 되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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