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따른 ‘마스크 착용 의무화’로 약 2년 5개월간 혹사 당하다가, 이제는 ‘건조한 날씨’와 ‘중국발 미세먼지’까지. 여기에 ‘봄철 꽃가루’는 덤. 그야말로 '피부 수난시대'다. 봄철 피부질환과 내 소중한 피부를 지킬 수 있는 관리법은 뭘까. ◆ 봄철 피부 질환 ‘4가지’ ▲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 따스한 볕이 들면 많은 이들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과 공원을 찾는다. 이때 봄철 꽃가루·먼지·잔디 등 알레르겐(알레르기성 질환의 원인이 되는 항원), 미세먼지, 황사가 피부와 접촉하면 발생한다. 봄철 황사에 그대로 노출될 경우에 갑작스레 발생한다. 황사에는 납, 카드뮴 등 중금속과 다이옥신 등 발암 물질이 들어있다. 이러한 물질이 피부와 모공 속에 오래 남아있으면 따가움, 가려움, 발진 등 증상이 유발된다. 과거 접촉성 피부염을 앓은 환자는 원인 물질에 반복 노출되면 그 증상이 더 심하게 발생한다. 특히 아토피성 피부염이 있는 사람은 접촉성 피부염의 발생 빈도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상은 원인 물질에 접촉한 부위가 붉어지고 몹시 가렵다. 심한 경우 피부가 붓거나 가려운 발진, 물집이 생긴다. ▲ 광과민성 피부질환 ‘햇빛 알레르기’다. 겨울철보다 강한 햇빛과 기온 상승 등이 원인이다. 햇빛에 의한 질환인만큼 주로 노출되는 얼굴, 목, 손등, 어깨, 목 뒤, 종아리 등에 발생한다. 주로 노출 부위에 두드러기나 붉은 반점, 좁쌀 크기의 발진과 수포 등이 생기고, 만성이 되면 태선화·각화 증상을 보인다. 심해질 경우 전신에 증상이 나타나며, 화농·괴사까지 일어나기도 한다. 광선 노출 직후 또는 24~48시간 후 증상을 보인다. ▲ 기미와 잡티 봄철 자외선량은 겨울 대비 크게 늘어난다. 햇빛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 놓일 경우, 피부는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한 멜라닌 색소세포를 더 많이 생성한다. 따라서 자외선 노출에 대비하지 못할 경우 기미, 잡티 등 색소 질환을 겪게 된다. 특히 평소 옅은 기미가 올라와 있던 사람 또는 잠복 기미가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는 색소 침착을 겪게 된다. 봄철 자외선량은 겨울 대비 크게 늘어난다. 햇빛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 놓일 경우 우리 피부는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한 멜라닌 색소세포를 더 많이 생성하게 된다. 이때를 대비하지 못할 경우 기미, 잡티 등 색소 질환이 나타난다. ▲ 습진·건선 습진은 면역 관련 알레르기 질환이다. 봄은 습진 발생률이 높은 계절인데 꽃가루, 미생물, 곤충, 애완동물 털, 분비물 등 알레르겐이 많기 때문이다. 또 봄의 습한 기후는 습진 재발의 가능성을 높인다. 습진에 걸리면 주로 가려움증 증상을 보인다. 봄철 건선은 꽃가루와 황사 영향으로 나타난다. 특히 최근과 같은 중국발 황사 또는 미세먼지에는 유해 물질이 다수 섞여 있어 피부에 접촉·침투 시 심각한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도 건선을 일으킨다. 신체는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이를 위해 일시적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시킨다. 이 과정에서 부신이 부담을 받으면 체력과 면역이 많이 소모돼 면역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면역 질환인 건선은 이러한 환절기에 더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건선 증상의 가장 큰 특징은 피부 각질과 붉은 반점이다. 발진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는데, 좁쌀 크기로 시작해 점점 커져나가 주변 발진과 합쳐지기도 한다. 이 같이 발생한 붉은 발진 위를 하얀 각질이 촘촘하게 덮게 되고 점점 두꺼워져 피부를 덮는다. 증상이 악화될 경우 피부에 열감이 느껴진다. 피부병이 아닌 면역 이상 질환이므로 건선 관절염을 동반할 수 있고 급성 심근경색, 중풍 등 심혈관계 질환의 발병률이 일반인보다 높아지게 된다. 주로 손과 발바닥 등에 나타난다. ◆ 피부 관리 ‘이렇게’ ▲ 피부 청결·적절한 보습은 ‘기본’ 원론적인 얘기지만, ‘피부 청결’은 가장 중요하다. 최소 하루 한 번은 미지근한 물로 15분 정도 목욕한다. 거품을 많이 낸 뒤 부드럽게 문지른다. 미지근한 물로 깨끗이 씻고, 3분 이내 보습 크림을 바른다. 이불, 침대 커버, 소파 등 실내 청결을 유지하고 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 태양은 피하자 등산, 골프 등 장기간 야외 활동을 할 때는 가급적 노출이 심한 옷은 피한다. 챙이 넓은 모자로 강한 햇빛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자외선 차단제는 ‘SPF 15~30’, ‘PA++ 이상'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차단제 제형은 활용도를 따져 선택하면 된다. 자외선 차단제 적정량은 피부 면적 1㎡당 2mg이다. 성인 여성 얼굴 기준(평균 404㎡)으로 약 0.8g의 양이 필요한 것.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선 성인 집게 손가락 한 마디 정도 양을 발라야 한다. 자외선 차단제 효과를 높이려면 2시간마다, 물과 접촉했거나 장시간 야외 활동으로 땀을 흘린 경우 계속해 덧바른다. ▲ 식습관도 신경 써야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과일, 채소, 견과류 섭취가 중요하다. 연어·아보카도·아몬드·호두 등에 많이 함유된 오메가-3 지방산, 오렌지·레몬·파인애플·딸기·브로콜리에 포함된 비타민C, 닭고기·삼치·두부·요구르트 등에 많은 아미노산이 도움 된다. 충분한 양의 수분 섭취도 빼놓을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성인 물 하루 섭취량은 하루 8컵(1컵 200ml) 이상이다. 야외 활동 또는 운동 중에는 여기에 10% 이상 수분 보충을 더 요구한다. 반면 기름진 음식과 당류 등을 적게 섭취하고 카페인, 설탕, 기름지거나 지방이 많은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포근한 날씨가 집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게 만든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주말, 가족이나 연인 혹은 나 홀로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산책하기 적합한 장소가 있다. 아픈 사연이 있는 나무들이 하나둘씩 모여 숲을 이뤄 힐링의 장소를 만들었다. 지나온 한 주를 위로하고 마음을 달래 줄 하남 나무고아원이다. 나무고아원은 도시개발사업 등으로 인해 버려지고 상처 입은 나무들에게 생긴 터전이다. 1999년 버즘나무는 열매 꽃가루가 알레르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민원 대상이 됐다. 이후 시가지에서 교체될 위기에 놓였다가 2000년 4월부터 이들을 보호하는 옮겨놓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조성됐다. 이후 한강 변 도로개설 공사로 베여나갈 운명이었던 소나무 159그루와 상처 입은 은행나무 300여그루, 느티나무 1천그루, 메타세콰이어 1천700그루, 홍단풍 450그루 등 수도권 경기지역에서 헌수 받은 수목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외로이 서 있던 나무들이 모여 만든 거대한 숲. 약 8만9천㎡의 면적을 자랑하는 이곳에서는 소나무, 버드나무, 모과나무 등 46종의 나무 2만3천294그루와 초화류 8종 등 수많은 식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나무고아원 내 일부를 유아숲체험원으로 조성해 나무로 만든 다양한 놀이터(나무, 밧줄, 소리, 창작, 숲속 놀이터)와 체험장(세발자전거, 미로 체험장)은 환경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흙길을 따라 입구로 들어서면 어디선가 새들이 지저귀며 노래를 불러준다. 숲으로 향하는 길 양옆으로 봄의 생동감을 불어 넣는 벚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길 정면에는 버드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굳건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까이 다가서자 상처를 감싼 인공수피가 맨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나무고아원이 조성됐을 때 가장 먼저 들어와 치료받은 약 40년 된 버드나무는 현재 건강을 회복해 깊게 뿌리를 내렸다. 버드나무를 지나 걸음을 옮기다 보면 다양한 종의 나무들이 곳곳에 서 있다. 일찍 노란 꽃을 피운 산수유나무는 봄이 왔다는 신호를 보낸다. 푸른 소나무와 산수유나무의 노란 꽃은 마치 수채화를 그린 듯 잘 어우러진 모습이다. 나무 사이사이에는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각종 체험장과 잠시 앉을 나무 의자들이 잘 마련돼 있다. 체험활동을 하러 온 아이들은 그루터기 나무로 만든 징검다리와 긴 통나무로 만든 외나무다리를 건너며 신난 모습이 보여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이곳에 얽힌 사연을 알고 있다면, 해맑은 아이들과 나무들이 대면하고 접촉하는 순간마다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구불구불 나 있는 길을 따라 한 바퀴를 거닐다 보면 눈에 담기는 풍광은 그저 소박하고 평온하다. 나무 그네에는 노부부가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연인이 손을 꼭 잡고 천천히 걷는다. 남편과 산책을 나온 심영옥씨(49)는 “버려진 나무들이 한 곳에 모여 숲을 이뤘다는 걸 오기 전엔 몰랐다”라며 “나무들이 뿜어내는 맑은 공기가 마음의 안정을 주는 것 같다. 이런 소중한 나무들이 보호받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어느새 모니터와 내 고개가 가까워져 있다?" 어쩌면 내 배우자, 애인보다 더 많은 시간을 마주하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화면. 때문에 '거북목(일자목) 증후군'은 직장인이 잘 걸리는 증후군으로 빠짐없이 언급된다. 2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외래 및 입원 진료를 받은 거북목(일자목) 증후군 환자는 지난 2020년 221만6천519명에서 2021년 238만7천401명으로 증가했다. 환자 수가 약 10% 증가한 셈. 거북목 증후군에 대해 알아본다. ◆ 거북목증후군이란 학생 또는 직장인인가. 그렇다면 당신이 있는 곳 주변을 한 번 둘러보자. 한 명은 꼭 있을 가능성이 크다. '목을 앞으로 쭈욱 뺀 채' 컴퓨터 모니터 또는 스마트폰 스크린을 보고 있는 이를. 서울대학교병원 등에 따르면 목을 앞으로 뺀 자세를 '거북목'이라고 한다. 우리 몸 전체 목뼈는 7개로 이뤄져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귀가 어깨뼈봉우리와 같은 수직면 상에 있고, 목뼈는 앞쪽으로 볼록하게 휘어 배열돼 있다. 이를 경추 전만이라고 한다. 거북목 자세는 아래쪽 목뼈가 과하게 구부러지는 방향으로 배열, 위쪽 목뼈와 머리뼈는 머리를 젖히는 방향으로 배열돼 전체적으로 목뼈 전만이 소실되고 숙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고개가 앞으로 빠진 자세다. 최근 장기간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연령, 성별 관계 없이 발생하고 있다. 엎드린 자세또는 높은 베개를 사용하는 게 원인이 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없을 수록 거북목이 되기 쉽다. ◆ 자가진단 다음 증상이 ‘나'에게 보인다면, 거북목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 목을 뒤로 젖히기 힘들고 평소 쉽게 피로해진다 ▶ 등이 굽고 목이 앞으로 빠진다 ▶ 머리가 항상 무겁고 아프다 ▶ 서 있는 자세를 측면에서 볼 때 어깨보다 머리가 5cm 이상 나와 있다. ◆ 증상과 합병증 거북목 증후군의 대표적 증상은 두통, 뒷목과 어깨 결림이다. 고개가 1cm 앞으로 빠질 때마다 목뼈에는 2~3kg의 하중이 더 실린다. 거북목인 환자는 최대 15kg까지 목에 하중이 있을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이로 인한 통증은 수면까지 방해해 평상시에도 피로를 유발하는 등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 거북목 자세가 오래될 수록 목 뼈의 정상적인 역학이 무너지며 경추부 디스크에 손상을 준다. 그러면서 경추 뼈 관절염이 가속된다. 심하면 통증을 넘어 호흡에도 지장을 준다. 목뿔뼈에 붙은 근육들은 갈비뼈를 올려 호흡하는 것을 돕는데, 거북목 자세는 이 근육들이 수축하는 것을 방해, 폐활량을 최대 30%까지 감소시키기도 한다. 복합적 원인으로 거북목증후군 환자 골절 위험이 정상인에 비해 1.7배가 높고, 노인의 경우 사망률이 1.4배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 '이렇게' 예방하세요 ▲ 바른 자세 유지 고개를 앞으로 숙이는 자세는 삼가하고, 의자에 앉거나 서 있을 때 어깨를 펴고 고개를 꼿꼿하게 드는 게 거북목증후군 예방에 좋다. 가슴을 천장으로 향하게 하면, 어깨는 자연스레 펴지고 아래쪽 목뼈 배열이 바로 잡힌다. 컴퓨터 화면을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좋다. 화면이 낮으면 등과 목을 수그리게 되기 때문이다. 모니터는 가능하면 큰 것을 사용하고 글자 크기는 크게 한다. 작은 화면을 사용하면 고개가 앞으로 빠지게 되기 쉽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몸에 가까이 붙여 사용한다. 팔꿈치를 기대려고 책상을 팔에 올리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멀리 두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운전 시 후방 거울을 조금 높게 맞춘다. 후방 거울을 보려고 할 때마다 고개를 높이면 도움이 된다. ▲ 스트레칭 필수 하루 6분이면 충분하다. 먼저 뒤통수 아래 목이 시작하는 부분에 폼롤러를 대고 눕고, 턱을 당겨 뒷목을 길게 만든다. 그 후 체중을 싣고 지그시 좌우로 고개를 돌리면 된다. 이렇게 하면 목 주변 긴장을 이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또 다른 방법은 벽에 머리부터 어깨, 등, 엉덩이, 팔을 밀착되도록 기대선 후 천천히 위로 올린다. 팔꿈치 각도가 직각이 될 때까지 밑으로 천천히 내리면서 숨을 내쉬어 준다. 10회 3세트 정도 하면 목과 어깨 근육의 이완과 강화로 밸런스를 잡아준다.
역병이 창궐하기 전 해, 가을날의 며칠을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보낸 적이 있다. 안정환이 선수로 뛰던 축구팀이 있고, 피렌체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근처에는 아시시, 산지미냐노, 시에나 이런 이름난 곳들이 있었다. 페루자는 한눈에 마음에 들었다. 도시의 규모가 걸어 다닐 만큼 작고,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있고,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었다. 페루자의 중심지는 11월4일 광장. 산로렌조 성당 계단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기 좋은 곳이었다. 13세기 조반니 피사노가 설계한 마지오레 분수, 산로렌조 대성당, 프리오리 궁전이 다 이곳에 서 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오래된 박물관 같았다. 헤이즐넛을 채운 다크초콜릿 바치(Baci)를 100년 전에 처음 만들어낸 초콜릿 회사가 이 도시에 있었다. 나는 매일 바치 초콜릿을 까먹으며 도시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텍스타일 박물관에는 1801년 이탈리아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된 컴퓨터 형식의 직조 기계가 있었다. 디자인을 그린 필름을 넣으면 기계가 그걸 읽어내고, 사람이 손으로 직조를 하는 방식이다. 그 오리지널 기계를 사용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텍스타일 제품을 생산하는 공방이었다. 공방의 가장 오래된 기계는 1836년산. 이 공방의 모든 기계가 19세기 오리지널 제품으로 이탈리아에서 이런 방식으로 천을 짜는 곳은 이곳 하나만 남았다. 세 명의 직조 장인과 함께 이 공방을 이끄는 사람은 마르타. 한때 페루자에서 가장 유명했던 텍스타일 공방이 그녀의 고조할머니가 운영하던 곳이었다. 대를 이어오던 공방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그녀의 어머니대인 1993년 문을 닫았다. 1994년, 마르타의 아버지가 경매에 나온 교회 건물을 구입했고 마르타는 다음 해인 1995년 그 교회에 공방을 다시 열었다. 공방은 아름다운 기물로 가득 차 있어 공간 자체가 품격 있는 전시장 같았다. “내가 철이 없고 어리석었지.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몰랐으니까. 12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의 테이블클로스를 하나 짜는 데 최소 22일에서 30일이 걸려. 근데 이탈리아에선 이런 제품의 세금이 68%야. 상상해 봐. 세금 내고, 장인들 월급 주고, 스튜디오 운영 비용을 마련하려면 테이블클로스 하나에 5천~6천유로(최소 600만원)를 받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거든. 그걸 누가 살 수 있겠어?” 그럼 도대체 어떻게 꾸려 가느냐는 내 질문에 그녀가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다행히 내 남편이 치과의사야. 돈은 그가 벌어오고 난 이것만 운영하는 거지. 비즈니스와는 상관없이!” 내 짐작으로는 국가의 보조금이 있지 않을까 싶지만 어쨌든 별로 돈이 되지 않는 일을 긍지와 자부심만으로 운영한다니 대단할 수밖에. 부자들의 역할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다음 날에는 스테인드글라스 박물관을 찾아갔다. 1859년 화가이자 스테인드글라스 장인이었던 프란시스코 모레티에 의해 설립된 스테인드글라스 공방이었다. 설립자의 외가 쪽 5대손인 아나와 그 남편 조르지가 공방을 꾸려 가고 있었다. 공방은 15세기 건물이라 후기 고딕 양식의 인테리어가 남아 있었다. 전날 갔던 텍스타일 공방도 그렇고, 이곳도 이탈리아의 힘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힘들고 귀찮고 돈이 되지 않아도 묵묵히 가업을 잇고, 그 전통을 외부인과 공유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내가 이탈리아를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것들 때문이다. 이 나라는 어디를 가나 박물관이며 유적지였다. 이탈리아의 소도시에서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그저 내키는 대로 돌아다녀도 어디에나 볼거리가 넘쳤다. 어지간한 도시의 동서남북 어디로 걸어도 고층 건물 한 채 보이지 않는다. 명품 매장이 궁전이었고, 카페가 수도원이었고, 젤라토 가게는 귀족의 저택이었다. 오래된 것들에 대한 존중,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집착. 속도와 성장 같은 것에 연연하지 않는 느긋함,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고자 하는 태도. 이런 삶의 방식이 어디에나 배어 있었다. 수백년 전의 모습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건 얼마나 고단한 일일까. 촘촘한 규제의 그물에 갇혀 살겠구나, 내 집이어도 내 땅이어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겠구나, 이 도시의 주민들은 그런 부분에 대해 나름의 사회적 합의를 이뤘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돌아다녔다. 사람처럼 도시도 지나치게 아름다우면 고통을 겪는데 이탈리아는 도처에 그런 곳이 많았다. 인류 전체에 보물 같은 나라니 극성을 부리는 소매치기 같은 건 그냥 눈감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에 살아본 사람들은 행정 처리의 비능률성, 사람들의 다혈질적인 성격 같은 걸 맹렬히 불평했지만 지나가는 여행자인 내게는 그저 모든 것이 좋아 보였다. 깔끔하고 조용한 북유럽의 도시들에 비하면 좀 소란하고 슬쩍 지저분하기도 한 이탈리아가 사람 사는 곳 같아 더 정겨웠다. 독일 작가 루이제 린저는 왜 평생을 이탈리아에서 사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격정을 표출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거든요.” 그러면서 덧붙였다. 독일에서는 불법주차를 하면 이웃이 바로 신고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불법주차를 하면 이웃이 와서 몇 시에 경찰이 단속 나오는지 알려준다고. 오래전 이야기라 이제는 다르겠지만 작가의 이 말도 내 외사랑을 부추겼다. 오랫동안 찔끔찔끔 이 나라를 드나들기만 했던 내가 드디어 결심했다. 내년 한 해는 이탈리아어를 공부하며 이탈리아에서 1년쯤 살아보겠다고. 노래처럼 들리는 이 나라 말을 더듬더듬 구사하며 이탈리아 곳곳을 여행 다니겠다고. 그 혼돈과 무질서와 비능률의 세계로 뛰어들겠다고. 돌이켜 보면 내 삶 자체가 계획, 능률, 효용 이런 단어들과는 관계가 없었다. 그저 마음 가는 곳에 몸을 두며 살아왔을 뿐. 다만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데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해짐을 깨닫는 중이다. 그러니 내 용기의 바구니가 텅 비기 전에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나라에서, 마음이 가는 도시에서 살아보는 일을. 학비와 생활비는 마련돼 있느냐고 묻는다면 먼 산을 바라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완벽한 준비를 마친 후에 무언가를 시작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서울의 우리 집을 장기 렌트로 내놓고, 적금 담보 대출을 받으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일단 저지르고 보는 거다. 길을 나서면 늘 새 길이 열리곤 했으니 이번에도 일단 시작해 보는 수밖에. 가지 않은 그 길을 미리 상상하는 것만으로 올 한 해는 설레며 지나갈 듯 싶다.
“형사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법원으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받은 적이 없는데, 갑자기 나에게 불리한 판결이 선고됐다”라고 하소연을 하면서 구제 방법이 있는지 문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와 관련된 쟁점에 관한 최근의 판결 사례 하나를 소개하기로 한다. 제1심에서 피고인에 대해 일부 유죄, 일부 무죄 판결이 선고됐는데, 피고인은 항소하지 않고 검사만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된 부분에 대해) 항소했다. 항소심은 제1심에서 피고인이 송달을 받았던 주소 또는 피고인의 주민등록상 주소로 소송서류를 송달하였으나 송달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항소심은, 피고인이 제1심에서 진술한 거소지로 송달을 해보거나 제1심에서 피고인에 대해 송달이 이뤄졌던 주소에 관해 관할 경찰서장에게 소재탐지촉탁을 하지 않은 채, 피고인에 대한 송달을 공시송달로 할 것을 명하였다. 이후 항소심은, 피고인 소환장 등을 공시송달하면서 피고인의 출석 없이 개정하여 소송절차를 진행한 끝에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적법한 것일까?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는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개정하지 못하고(형사소송법 제370조, 제276조), 피고인이 항소심 공판기일에 출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다시 기일을 정하고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다시 정한 기일에도 출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65조) 다만, 이와 같이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적법한 공판기일 소환장을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정하지 아니할 것을 필요로 한다. 한편 피고인에 대한 공시송달은 피고인의 주거, 사무소, 현재지를 알 수 없는 때에 한하여 할 수 있다.(제63조 제1항) 위 사안의 항소심 법원은 공시송달 결정을 하기 전에 기록에 나타난 피고인의 다른 주소지에 송달을 실시하는 등의 시도를 하지 않은 채 피고인의 주거, 사무소와 현재지를 알 수 없다고 단정해 곧바로 공시송달의 방법에 의한 송달을 진행하고 결국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2023년 2월 23일 선고 2022도15288 판결 참조)은 항소심을 수용하지 않았다. 즉 대법원은 위 항소심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63조 제1항, 제365조를 위반하여 피고인에게 출석의 기회를 주지 않음으로써 소송절차가 법령에 위배된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이는 결국 공시송달의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이해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대법원은 피고인이 상고권회복결정을 받아 상고하더라도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의 해석상 사실오인이나 양형부당을 상고이유로 주장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심에 사건을 환송함으로써 피고인에게 사실심 재판을 받을 기회를 부여했다는 점도 유의하기 바란다. 따라서 이처럼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형사재판이 진행돼 판결까지 선고된 경우라 하더라도 사안의 구체적 특성에 따라 구제 방법이 충분히 있을 수 있으므로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해법을 모색하기를 추천한다.
숭고하다. 찬란하게 빛나다. 후드득 지더라도 지금 여기, 무(無)가 아닌 한 송이 한 송이 차오름은 일상의 경이(驚異)다. 홍채원 사진작가
매년 3월 23일은 '국제 강아지의 날'이다. 이 날은 반려견에 대한 관심과 인식 개선을 촉구하는 의미도 있지만, 버려지는 유기견을 보호하고 입양 권장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제정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동물보호센터에 구조·보호된 유실·유기동물만 지난 2018년 12만1천77마리, 2019년 13만5천791마리, 2020년 13만401마리로 한 해 10만 마리를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성숙한 유기동물 입양 문화 고착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농식품부는 지난 2018년부터 유실·유기동물 입양비를 지원, 경기도 의정부시의 경우 유실·유기동물 입양자에게 최대 15만원 한도 내 입양 시 지출 비용 60%를 지원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선지 최근엔 유기동물 입양·양육에 관심있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유기동물 입양 시 고려해야 할 점과 유의할 점을 알아보자. ◆ 입양 전 점검할 체크리스트 한 번 유실·유기된 경험이 있는 동물들에게 또 다른 아픔을 줘서는 안된다. 따라서 유기동물 입양을 고려할 때는 더욱 심도있게 고려해야 한다. 체크 리스트 (V) 1. 반려동물을 맞이할 환경적 준비, 마음의 각오가 돼 있는가. 개, 고양이 수명은 통상 10~15년이다. 결혼, 임신, 유학, 이사 등 환경이 변화하더라도 한 번 맺은 인연을 끝까지 책임지고 보살피겠다는 결심이 중요하다. 가족이 있는 경우 혼자만의 의사 결정보다는 구성원 모두의 동의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미성년자의 경우 단순 '키우고 싶다'는 마음에서 입양을 쉽게 결정하면 안된다. 경제적인 부분 등 여러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드시 허락을 받고, 입양 시 부모님과 함께 방문해야 한다. 또 집에 이미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이 있다면, 입양동물이 다른 동물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2. 내 동물을 위해 공부할 수 있는가. 키우는 동물을 잘 키우려면, 잘 아는 게 중요하다. 특히 반려동물을 길러 본 경험이 없다면 더욱 필요하다. 식사와 영양 관리는 어떻게 해주면 좋을지, 아플 때 적절한 치료는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등 동물에게 필요한 지식들을 공부해 정성껏 관리해줘야 한다. ◆ 유기견 입양 절차 유기견보호시설마다 입양 절차와 조건은 다르다. 입양 결정 후에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 홈페이지를 통해 가까운 보호센터 또는 동물을 확인하면 되는데, 가능하면 집과 가까운 곳에 직접 방문해 양육할 동물을 찾는 게 좋다. 만약 인터넷을 통해 찾았다면 유기동물의 공고 번호를 확인하고 보호센터에 연락해 자세한 상담을 받으면 된다. 이후 필요한 서류 작성을 마친 후 입양하면 된다. 이때 입양에 필요한 서류는 각 시설마다 다르다. 입양 후에는 중성화 및 동물등록은 필수다.
“더 많은 이들이 함께 아이들의 꿈과 미래를 지켜주고 응원해줬으면 합니다.” 권남호 팔달구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54)은 지난달부터 지역 내 아동들을 돕기 위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의 정기후원자가 됐다. 그가 아동을 위한 나눔문화 확산에 동참하게 된 건 우연이 아니다. 평소 권 위원장은 팔달구 관내 각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함께 복지 지원이 필요한 곳을 찾아다니고, 위기가구의 문을 두드리면서 다양한 현장 맞춤 봉사를 이끌어 왔다. 구민들을 독려하면서 나눔 문화를 실천해오고 있는 권 위원장은 수원영락교회 등을 거쳐 수원 하사랑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통해 목사로서도 지역 사회를 위한 헌신을 이어왔다. 네팔과 필리핀 등지를 위한 해외 후원, 15년가량 이어진 도내 구치소 선교 활동 등 그는 언제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다녔다. 그 때문에 권 위원장은 자연스레 지역 사회 곳곳에서 발견되는 사각지대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었다. 지난달 초에는 팔달구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 수원특례시 팔달구청이 지역 아동 지원에 대한 뜻을 모았고, 이후 이들의 행보에 공감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져 한 달여 만에 300명이 넘는 후원자가 몰려들었다. 1년간 초, 중, 고등학생들이 각자의 꿈을 펼칠 수 있게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프로젝트인 ‘꿈나무 재능키움’ 사업이 바로 그 진행 과정이자 결과다. 각 동에 거주하는 아동 가운데 지역주민들이 직접 논의 끝에 선정한 아동 40명이 지원 대상이 됐고, 이들 덕분에 태권도를 좋아하는 한 학생은 재능을 마음껏 펼쳐 선수로서의 꿈을 키워나갈 수 있다. 권 위원장은 “지금껏 협의체 차원에서 지역 내 독거어르신, 한부모가정 등 어려운 상황에 놓인 분들을 지속적으로 신경 써 왔지만, 무엇보다도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과 젊은 세대들이 걱정 없이 자라나는 데 집중하는 일도 너무나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권 위원장은 “성경에 있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처럼, 제가 해왔던 일들이 많이 알려질 필요가 없지 않겠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왔을 뿐”이라며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들이 저희가 꾸려나가는 방식에 대해 공감하고 동참해주신다면 더는 바랄 게 없겠다”고 전했다.
올해 여든여덟의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인 1세대 조각가 김윤신. 그가 평생 주력해온 조각의 세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더하고 나누며, 하나’ 전시가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지난달 28일 개막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지나온 60여년의 작품활동을 각각의 공간에 담아냈다. 작가는 재료 본연의 성질을 파괴하지 않고 재료가 담고 있는 본래의 속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법을 추구한다. 전시 제목인 ‘더하고 나누며, 하나’는 1970년대 후반부터 작품 제목으로 일관되게 사용하고 있는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分二分一)’의 의미를 한글로 간략히 풀어냈다. 하나의 작품명을 주로 사용한다는 것은 작가의 작품 철학이 확고하면서도 그 의미가 품을 수 있는 범주가 그만큼 넓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 작가가 프랑스 유학 동안 제작한 석판화들이 등장하는 1층의 첫 섹션은 ‘예감’이다. 대부분의 석판화의 작품명이 ‘예감’인데 그중 1967년에 제작된 ‘예감’에 눈길이 간다. 태극문양을 표현한 듯하면서도 나선형 계단이 보이기도 한 작품은 흑백에 다소 차이를 주면서 약간의 공간감을 준다. 직선과 곡선이 겹쳐진 표현은 김윤신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공통된 조형적 특성을 예감할 수 있다. 두 번째 섹션 ‘우주의 시간’은 김 작가가 목조각을 하는 중간에 약 5년 동안 멕시코와 브라질에서 오닉스(Onyx)를 소재로 가장 힘든 과정을 동반해 작업한 석조각을 전시했다. 평범한 겉면을 깎아내 속살을 드러내면 나타나는 각기 다른 색을 띠는 결은 고급스러운 느낌과 마치 우주를 보는 듯 신비롭다. 다음 섹션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면 복도 끝에서 마치 양팔을 벌리고 환영하는 듯한 알가로보 나무로 제작한 T자 형태의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分二分一)1994-520’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작품을 비추는 조명은 그림자를 만들어 활짝 편 날개를 연상시킨다. 세 번째는 전시 제목과 같은 ‘더하고 나누며, 하나’는 그가 평생 주력해온 목조각이 펼쳐진다. 1970년대 ‘기원쌓기’ 시리즈의 작품들은 제목처럼 수직적인 쌓기에 집중했으며, 돌탑과 장승 등 한국의 토테미즘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면서 작가가 추구하는 원 성질을 파괴하지 않는 방식으로 휘어지고, 벌레가 먹은 나무를 그대로 사용한 모습이다.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전개한 ‘합이합일 분이분일’이라는 작가의 독특한 철학을 형성했다. 음양사상의 원리를, 수렴하고 더해지는 ‘합’과 분열하고 나뉘는 ‘분’이라는 개념으로 재해석한 뒤 조각을 통해 표현했다. 1984년 김윤신은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알가로보, 팔로산토 등 둘레가 크고 밀도가 높은 목재를 재료로 썼다. 단단한 나무가 빚어낸 볼륨감 속에 응결된 힘과 건축적 구조가 엿보인다. 팔을 벌리고 있는 모양, 십자가 모양, T자 모양과 같은 형태로 전시된 작품을 통해 작가는 나무가 지닌 상징성에 절대적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을 덧대어 표현했다. T자 모양 나무의 끝부분에서는 한옥의 처마나 한복 소매 배래선을 품은 듯한 곡선의 미학이 묻어난다. 마지막 섹션 ‘노래하는 나무’에서는 김윤신이 지난해부터 한국에 있으면서 제작한 작품들이 보인다. 자연의 생명력을 노랑과 초록의 생동감으로 표현한 대형 회화 ‘내 영혼의 노래’뿐 아니라 호두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목조각도 보인다. 이들 중 일부는 경쾌한 느낌을 자아내듯 형형색색 채색돼 있다. 1983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김윤신 작가는 국내에서 활동이 상대적으로 적어 덜 알려졌다. 미술관은 대중들이 작가를 알아갈 수 있도록, 한국 여성 조각사의 확장을 위한 마중물이 되도록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는 오는 5월7일까지.
"이런 날엔 삼겹살에 소주가 최고여" 23일 중국발 황사가 국내에 상륙, 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 미세먼지(PM10) 농도는 '매우 나쁨' 수준을 기록했다. 매년 봄이 돌아오면 찾아오는 불청객 '황사'와 '미세먼지'. 많은 이들은 이런 날 '삼겹살'을 떠올리곤 한다. 체내에 쌓인 미세먼지를 빠르게 배출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오래된 속설이 그 까닭이다. 과연 그럴까. ◆ 삼겹살로 미세먼지 OUT? 일각에선 돼지고기에 풍부한 불포화지방산이 미세먼지와 겹합해 소변으로 배설하거나, 삼겹살에 함유된 특정 아미노산이 미세먼지 배출에 도움을 준다고도 알려졌다. 하지만 정말, 삼겹살 기름으로 체내 미세먼지를 씻어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견해는 'NO'. 대한한의사협회 등에 따르면 삼겹살이 미세먼지를 배출한다는 과학적 근거도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미세먼지 속 유해물질이 우리 몸에 흡수되는 것을 촉진한다는 의견이다. 고지방 음식인 삼겹살이 미세먼지 속 지용성 물질의 흡수를 돕기 때문이다. ◆ 그럼, '뭐' 먹지 ▲ 녹차 녹차는 중금속 배출에 탁월한 효과를 내기로 유명하다. 녹차의 떫은 맛을 내는 탄닌 성분은 면역령을 강화, 체내 중금속이 쌓이는 것을 억제해 기관지 내 미세먼지를 씻어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단, 탄닌은 철분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녹차를 식후 바로 마시기보다는 30~60분이 지난 후 마시는 게 좋다. 녹차에 함유된 카테킨 성분은 중금속 유입을 막고, 중금속에 의해 발생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작용을 한다. ▲ 마늘 강력한 살균작용을 하는 마늘은 풍부한 알리신 성분이 살균 및 항균작용을 한다. 또 각종 중금속이 몸에 누적되는 것을 막고 비소와 수은 배출에 특히 효과가 있다. 기관지 염증 개선, 빈혈, 저혈압 완화에도 매력적인 역할을 한다. 잘게 부숴 섭취하면 더 좋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 브로콜리 브로콜리의 베타카로틴 성분은 피부나 점막의 저항력을 강화, 세균 감염 방지에 도움을 준다. 비타민 C도 레몬의 2배 수준으로 많아 미세먼지로 인한 체내 염증 완화에 매우 효과적이다. 암세포 성장을 막는 것으로 유명한 설로라판 성분이 풍부, 폐의 유해물질을 감소시키는데 좋다. 브로콜리는 줄기째 먹는 것이 좋고, 꽃봉우리 안에 많은 이물질이 들어있어 먹기 좋은 만큼 잘라 식초를 조금 넣은 물에 5분간 담고 2~3번 씻어 먹어야 한다. ▲ 녹두 녹두 대표적 효능은 '해독'이다. 아르기닌, 글리신, 시스테인 등 다양한 아미노산 성분이 체내에 쌓인 독소 또는 노폐물을 중화한다. 무기질 성분과 칼륨 등의 이뇨작용으로 체내 나트륨과 중금속을 외부로 배출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 미역 피를 맑게 하고 체내 중금속과 독소 제거에 탁월한 '미역'. 미역에 함유된 베타카로틴은 호흡기 점막을 강화해 미세먼지 침투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또 섬유소 알긴산은 미역 표면의 끈적거리는 물질이다. 이는 다른 물질에 달라붙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체내 불순물들이 여기에 달라붙어 몸 밖으로 배출시킨다. 이에 따라 콜레스테롤을 낮추거나 나트륨, 니코틴과 다른 독소들을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