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김동연 아홉 달, 지금은 일할 때

김동연 지사의 ‘입’이 불을 뿜고 있다. 주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다. “외교는 친목을 도모하는 사교가 아님을 착각하지 말라”(페이스북·6일). “기미독립선언서를 한 번이라도 읽어 보라”(페이스북·2일). 국가수사본부장 사태, 이태원 사태, 대선 1주년.... 고비마다 등장한다. 기자회견에서의 표현도 주목된다. ‘도민 여러분’ 외 ‘국민 여러분’이 등장했다. 특정 시기부터 이랬다. SNS에 작정하고 남겼다. 언론이 평한다. ‘김동연 대권 행보.’ 오버랩되는 정치 그림이 있다. 사법리스크에 몰린 이재명 대표다. 체포영장은 부결됐지만 표가 묘했다. 그 분석을 두고 내분이 계속된다. 최근에는 전 비서실장 참변까지 발생했다. 이제 대표 후퇴론도 당당히 나온다. 이런 때 열리기 시작한 ‘김동연의 입’이다. 조심스럽게 ‘포스트 이재명’이 얘기된다. 김 지사는 아니라지만, 정치 해석은 그렇다. 사실 이상할 것도 없다. 대선에서 단일화했던 둘이다. 지방선거에선 지사직을 주고받았다. 경기지사는 누구든 대권 후보였다. 잠룡(潛龍) 아닌 지사가 없었다. 하지만 당내 경선까지만 그랬다. 경선에 가면 다 무너졌다. 경기도 표심이 이상하게 외면했다. 어떤 지사는 5%, 어떤 지사는 1%였다. 그걸 깬 게 이재명 지사다. 경기도 경선에서 59.29%를 얻었다. 상대 이낙연(30.52%)의 두 배였다. 이 추세는 본선으로 이어졌다. 종합에서 졌지만 경기도에서는 크게 이겼다. 5.32%차 압승이었다. 그 이유를 많은 이들은 ‘입’에서 찾는다. 절반은 맞다. ‘이재명 입’은 무적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아주 중요한 절반이 있다. 바로 시장 8년, 지사 4년간의 실적이다. 전국 최초 시리즈가 그거다. 전국 최초 청년수당 지급, 전국 최초 지역화폐 지급, 전국 최초 기본수당 지급, 전국 최초 농촌수당 지급, 전국(광역) 최초 계곡 정비.... 이게 다 ‘이재명의 전국 최초’다. -건전·지속성 논란을 빼고 보면-이보다 흡입력 큰 스펙은 없다. 김 지사도 잠룡이다. 충청대망론, 흙수저 신화를 장착했다. 일 많이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액환승할인, 강소기업 200개 육성, 미네르바 스쿨, 군공항 이전 통합, 아동 성범죄 등 상담 센터, 맞벌이 가사도우미, 고용평등임금 공시, 미세먼지 차단숲, 소상공인 신용대사면, 1인가구 방범설치비 지원, 한부모 가정 도우미, 청년 경기찬스, GTX SRT KTX, 어르신 안전 하우징, 북부 의료원, 100만개 일자리, 경기TV설립, 탄소중립.... 도지사선거 공약의 일부다. 어떤 것도 포기했다는 말은 없다. 확 줄였다는 얘기도 없다. 그렇다면 다 지켜져야 한다. 벌써 9개월 돼간다. 이행률을 챙길 때다. 언론이 ‘대표공약’ 몇 개는 체크한다 ‘1시간 줄이기 교통’, 선언·협약 수준이다. ‘기회수당 지급’, 줄 거라는 얘기다. ‘북부특별자치도’, 시작했다는 정도다. 나머지는 모른다. 세상에 ‘대표 아닌 공약’도 있나. 모든 공약이 누군가에는 절박하다. 다 해내야 한다. 밤잠이 오겠는가. 대개 임기 2, 3년이 뜨겁다. 김 지사에게도 그런 2년이 오고 있다. ‘경제·정책·행정의 달인’이라고 했다. 그 능력이 폭발할 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분출한 건 엉뚱한 분야다. 독기 어린 정치 언어다. 그침 없고, 작정한 듯 쏟아내고 있다. 옮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개인 정치의 영역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게 경기도지사다 보니 달리 보인다. 너무 이른 것 같아 걱정이고, 다시 일로 돌아오지 못할까 봐 걱정이다. 3년 내내 이런다면.... -충청 대망론이라 했다. ‘깜짝 놀랄 후보’라고 했다. 아부가 넘쳐 났다. ‘지사님 이제 대통령 하셔야죠.’ 도정은 사라졌다. 결재판 대신 공무원 얼굴만 봤다. “잘한 거지?”. 그 유명한 ‘이인제式 결재’다. 맘이 그러니 몸이 붙어 있겠나. 2년3개월 만에 떠났다. 배신당한 경기표심이 그를 지웠다. 모든 선거에서 그를 버렸다. 언제부터 그는 경기도에 연(緣)없는 외지인이다. 일 안 하고, 정치만 좇더니 그렇게 됐다. 보고 싶지 않은 역사다.-

[김종구 칼럼] “3호선 연장, 경전철도 검토”

앞서 차량기지 얘기를 했었다. 시장 4명의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화성시 역할도 기대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래도 차량기지 문제는 어렵다. 도심과 붙은 33만512㎡다. 축구장 46개를 합친 크기의 평지다. 민원은 또 어떤가. 전파 민원, 매연 민원, 소음 민원, 경관 민원.... 경전철이 대안일 수 있다. 많은 부담이 줄어든다. 부지도 줄고, 민원도 줄고, 예산도 준다. 경전철 위례신사선에 선례가 있다. 그 기준이면 8만2천644㎡로 충분하다. 이러면 경전철이다. 공사비도 줄일 수 있다. ㎞당 중전철은 500억~800억원, 경전철은 240억~500억원이다(국내 신교통시스템 도입 절차의 문제점 및 개선 방향·국회예산정책처 안태훈 박사). 성남, 용인, 수원, 화성을 잇는 노선이다. 최소 잡아도 50㎞다. 중전철 공사비는 2조5천억~4조원이다. ‘땅 내놓는 시는 깎아 준다’는 약속을 했다. 나머지 3개 시의 부담이 1조~2조원씩이다. 경전철로 하면 확 준다. 1조2천억~2조5천억원이다. 절반 가깝다. 감당할 만하다. 이래서 경전철이다. 경제성 평가도 확 좋아진다. 국토부 예비타당성조사 통과의 기준이다. B/C값이 최소 0.8 이상은 나와줘야 한다. 2021년 용역했던 결과가 있다. 중전철로 깔았을 때 경제성이 낮았다. 도저히 예타를 통과할 수 없는 수치였다. 경전철로 바꿔본 수치가 있었다. 그랬더니 좋아졌다. 세류에서 수서 구간이 0.9로 나왔다. 잠실까지 늘려잡았더니 0.98로 상승했다. 세류~고등 구간에서는 1.06이나 나왔다. ‘사업해도 좋다’는 승인이 가능한 수치다. 이러니 경전철이다. 공사 기간도 많이 준다. 지난주, 독자(blkb****)께서 댓글을 주셨다. ‘죽기 전에 3호선 못 탈것 같다.’ 괜한 자조가 아니다. 철도라는 게 그렇다. 엊그제도 광명시민들이 세종시로 갔다.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 결사 반대’를 외쳤다. 2005년 시작된 일이다. 예타도 통과했고, 주민설명회도 다 했다. 그런데 18년째 겉돈다. 여러모로 경전철이 짧게 끝난다. 임기 4년짜리 시장들이 마구 뛰어든다. 공사 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이런 게 경전철이다. 실험도 할 만큼 했다. 흉물 취급 받던 시절이 있었다. 도심 흉물, 정치 치적, 예산 낭비.... 각종 감사·수사가 있었다. 결론은 또 다른 정치적 험담이었다. 그랬던 용인·의정부·김포 경전철이 지금 잘 달린다. 서울의 실험도 있었다. 우이신설선(11.4㎞), 신림선(7.8㎞)이 개통됐다. 곧바로 효자 노선이 됐다. 부동산업계가 엄청 써먹는다. 우이신설선은 벌써 연장선 용역까지 들어갔다. 여기에 공사·협상·구상 중인 노선만 8개다. 증명은 끝났다. 이제는 경전철이다. 2020년, 4자 협의-이재명·염태영·백군기·은수미-는 실패했다. ‘3호선 연장’이란 장담은 거짓이 됐다. 하지만 소중한 교훈을 남겼다. 1억원씩 갹출해서 만든 용역 결과다. -차량기지는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중전철 3호선 연장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면 경전철을 생각해 보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3호선 연결의 수를 경전철에서 찾아보라는 귀띔이다. 실패로 얻은 소중한 조언이다. 후임 시장들의 수고를 덜어준다. 이것이 경전철이다. 그리고, 2023년 2월21일 협약식이다. 이재준 시장이 말했다. “중전철이냐 경전철이냐를 논하지 말자... 그렇지 않으면 또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경전철 가능성을 밝힌 것이다. 김동연 지사는 이렇게 말했다. “수원 용인 성남 화성 4개 지역을 떠나서 아주 광역으로 생각하고 있고....” 아예 3호선 개념을 뛰어넘고 있다. 시민의 뜻을 모를 리 없다. 시민들은 그 전철이 그대로 오길 원한다. 그런데도 둘은 전혀 다른 워딩을 남겼다. “경전철로 갈 수도 있다”라고. 왜 그랬겠나. 미진하지만 해법이라 봤기 때문 아니겠나. 중전철만 쫓다간 또 표류할 거라 봤기 때문 아니겠나. 양에는 안 찬다. 그런데 그래서 더 믿음이 가는 결론이다. ‘중전철 3호선 연장은 어려울 것이다. 경전철 3호선 연결이 현실일 것이다.’

[김종구 칼럼] “3호선 차량기지 공감대?”- 어딘데

2020년 2월14일. 경기도청 상황실이다. 시장 3명과 지사가 사진을 찍는다. 3호선 연장을 위한 ‘상생협약’이다. 시장들이 각자의 의지를 밝힌다. “지하철 같은 철도망이 보다 절실한 시점이다”(염태영 수원시장).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할 것이다”(백군기 용인시장). “최대한 협력해 나가겠다”(은수미 성남시장). 총선을 두 달 앞둔 시점이었다. 3시장·지사 모두 민주당이었다. 민주당 후보 돕는 구호처럼 됐다. 실제 그걸 공약하고 당선된 의원이 많다. 파괴력이 그만큼 컸다. 노선도까지 뿌려졌다. 정거장이 점 찍힌 도면도 돌았다. 이 열기가 시장들을 민 것이다. 그중에도 백군기 용인시장의 열정-이 큰 열정이 훗날 더 큰 실망으로 바뀌지만-은 특별했다. 핵심 업무로 정했다. 서울까지 치고 들어갔다. 차량기지 예정지도 찾아다녔다. 그럴 만 했다. 수지구가 꽉 막혔다. 용서고속도로는 이미 ‘용서 못할 도로’였다. 그때 온 희망이었다. 오죽하면 ‘신기루 역’까지 생겼겠나. 지하철 3호선 신봉역, 성복역.... 한창 그러고 있을 때였다. 용인시 3호선 연장 책임자(과장)와 통화했다. ‘서울과 협의는 잘되느냐’고 물었다. “찾아가는데, 서울에서는 곁도 주지 않는다.” ‘차량기지 부지는 정했냐’고 물었다. “말도 못 꺼냈다. 그런다고 용인에 역 더 주는 것도 아니란다”. ‘안 될 것 같냐’고 물었다. “최선을 다하지만 부지 대책이 없다. 이런 속도 모르고, 수원에서는 무슨 세류역 얘기까지 나오던데, 답답하다.” 그의 우려는 맞았다. ‘2020 협약’은 결국 거짓이 됐다. 근데, 그게 또 왔다. 2023년 2월21일, 경기도청 상황실이다. 그때 시장들이 다시 모였다. 수원특례시장, 용인특례시장, 성남시장, 그리고 도지사다. 거기에 화성시장이 더해졌다. 얼굴만 바뀐 시장들이 같은 말을 한다. “어떤 전제도 없이 논의하겠다”(이재준). “지하철 3호선 연장에 모든 역량 동원에 올인하겠다”(이상일). “서울지하철 3호선 연장 사업 추진에 앞장서겠다”(신상진).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정명근). 의욕이 충만하다. 시민도 원한다. 성공하길 바란다. 물론 세상 복잡한 일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예비타당성 통과, 국가철도망계획 반영, 노선·정거장 분배.... 하지만 이걸 다 보면 못 간다. 확 좁혀야 한다. 딱 하나만 보기로 하자. 수서차량기지를 받으면 끝난다. 이걸 받으면 3호선 오는 것이고, 못 받으면 안 오는 것이다. 전기, 철로, 설비동 33개가 들어설 6만1천평이 필요하다. ‘2020 협약’은 못했다. 수원, 용인, 성남이 ‘땅 없다’고 했다. 그땐 없었고 지금은 있는 협약자가 있다. 정명근 화성시장이다. 새롭게 협약 당사자로 진입했다. 기존 시장 3명이 화성 연장에 공식 합의했다. 철로 십수 ㎞, 역 몇 개가 늘어나는 데도 찬성했다. 이러자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다. 합류한 화성의 역할이 뭘까. 이에 대한 공식 설명은 없다. 다만 이쯤에서 생각나는 이상일 시장의 말이 있다. “차량기지 문제는 사실은 오픈할 때가 아니지만 시장 4명은 차량기지 문제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1월2일 인터뷰). 연관 있어 보이는데, 협약식에서는 이런 얘기도 있었다. ‘차량기지 부지를 제공하는 지자체에는 3호선 연장 사업비 정산 때 분담비용을 일정 부분 감액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협의했다’. 원래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이다. 3호선의 하남 연장이 확정됐다. 거기는 다르다. 교산신도시에서 받아 놓은 교통분담금이 있다. 남부 3호선 연장엔 이게 없다. 4개 시가 생돈을 내야 한다. 이 부담을 땅으로 빼준다는 큰 ‘합의’까지 이뤘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얘기가 오간 것 아닌가. ‘시장 4명의 공감대가 형성된’ 곳? ‘부지로 공사비 분담을 감액받을’ 시? 그게 어딘가. 수원인가. 용인인가. 성남인가. 아니면 화성인가. 쉽게 공론에 던질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사정보다 더 급해진 게 시간이다. 서울시장이 ‘자체 개발’을 공언했다. ‘시멘트로 덮어서’ 쓰겠다고 했다. 시간이 4개 시(市) 편에서 떠났다. 서울의 시간으로 갔다. ‘차량기지 여기 있다. 3호선 내놔라.’ 이렇게 던져 볼 시간조차 얼마남지 않았다.

[김종구 칼럼] 화성시장의 철도 걱정, 그리고 공항 철도

동쪽을 보자. 센트럴파크, 호수공원, 메타폴리스.... 화려하다. 서쪽을 보자. 인도 없는 찻길, 공사 차량 먼지, 공장 배출 공해.... 초라하다. 같은 화성, 다른 동서다. 엄밀히 서쪽만 걱정도 아니다. 광활한 중앙 내륙이 다 황량하다. 바다에 면한 남부는 차라리 태초에 가깝다. 격차가 좁혀질 것 같지도 않다. 발전의 축, 도로가 그렇다. 이미 깔렸거나 앞으로 깔릴 철도는 특히 더하다. KTX, 분당선, 수도권 내륙선.... 전부 동쪽에 있다. 시장(市長)의 걱정이 크다. 화성 공무원이었던 정명근 시장이다. 향남, 비봉, 동탄에서 근무했다. 불균형의 극과 극을 다 봤다. 심각성을 절절히 느꼈을 것이다. 후보 때부터 ‘지역 불균형 해소’를 강조했다. 구체적인 공약도 내놨다. 그중에 ‘동서 철도 신설’이 있다. 망설이지 않고 시작했다. 철도망 기본 구상 용역부터 발주했다. 11월에 밑그림이 나온다고 한다. 지자체로서는 버거운 화두다. 하지만 과감히 공론화했다. 이런 시장은 없었다. ‘철도’를 시정 꼭대기에 과감히 내 건 시장은 처음이다. 화성은 철길에 맺힌 한이 있다. ‘철길 1m도 없는 곳’이었다. 2021년 시민이 잠깐 흥분했던 기사가 있다. ‘4차 국가 철도망 계획에 화성시 3개 노선 포함’. 곧 정치인들의 뻥이었음이 확인됐다. 화성시 철도랄 것도 없다. 신분당선 봉담 구간 연장? 수원시 경계에 몇 ㎞ 걸칠 뿐이다. 동탄~청주공항 내륙선 연장? 동탄 살짝 찍고 서울로 내빼는 노선이다. 동탄~오산 분당선 연장? 역시 동탄 들렀다가 되돌아가는 노선이다. 화성 철도라기엔 너무 민망하다. 정 시장이 결론 냈다. 동~서 철도다. 정답인데 걱정이다. 동탄 빼고 예비타당성을 맞출 곳이 없다. 신분당선 봉담조차 예타에선 낙제였다. 2017년 조사 때 B/C 0.26이었다. ‘동~서’를 이을 중앙, 남부는 이용 인구가 더 없다. 최근에는 ‘3호선 연장’ 얘기도 나온다. 성남·용인·수원·화성시장과 경기지사가 재추진을 발표했다. 2020년 2월14일 봤던 그림이다. 같은 시장·도지사들이다. 얼굴만 바뀌었다. 글쎄다. ‘서울시장’ 빠진 ‘서울철도합의’다. 되겠나. 국가가 안 해주면 시비(市費)로 해야 하는데. 그게 제일 걱정이다. 화성시는 전국에서 가장 넓다. 깔 노선도 그만큼 길다. 동서 횡단 40㎞다. 얼마나 들까. 복선 철도는 ㎞당 일반부 324억원, 도시부 462억원이다. 복선전철은 ㎞당 일반부 362억원, 도시부 519억원이다(철도사업 비용책정 적정성 검토). 동서 철도에만 1조5천억~2조원이다. 화성철도에 투자할 민자는 없다. 연 17억명 타는 서울지하철도 1조원 적자다. 오죽하면 노인 공짜를 줄이자고 저 난린가. 맞다. 신공항 얘기하겠다. 이러려고 주저리주저리 늘어놨다. 공항 철도는 필수 인프라다. 서울을 오갈 통근 수단이다. 못사는 서·남쪽도 거칠 것이다. 공항 열릴 때 철길도 함께 열릴 것이다. 동쪽도 동탄까지 온 철도에 조금 붙이면 된다. 예타 부담도 없어질 수 있다. 공항 유치의 기본 조건이다. 대구가 지금 그거 하고 있다. 특별법에 ‘대구광역교통망’을 그리고 있다. 기부 대 양여로 돈도 들어온다. 최대 20조원까지 보기도 한다. 공항 건설비는 8조원대다. -서울 오갈 철길 생기고, 철길 인허가 빨라지고, 철길 만들 예산 생기고-. 공항과 철도의 역학 관계다. 아직 공항 밑그림은 없다. 숫자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구도는 바뀌지 않는다. 화성시민들도 안다. 경기일보가 했던 조사가 있다. 화성시민 53%가 신공항에 찬성했다. 찬성의 첫째 이유가 ‘공항과 연계된 전철 등 교통 인프라 조성’(41.1%)이었다(2022년 5월). 많은 화성시민이 철도를 원한다. 그만큼의 화성시민이 공항 유치가 답이라고 말한다. “건설폐기물처리장 받겠습니다. 내가 건폐장을 받는 건 서울지하철 5호선을 받으려는 것입니다. 서울에서 갈아타지 않고 오시게 하겠습니다.”(김병수 김포시장·2023년 1월20일 시정설명회 중에서).

[김종구 칼럼] 안기부 흑금성 공작이나, 경기도 김성태 작업이나

바닥 인생 경험이 같다. 흑금성이 폐인의 길로 치닫던 과거가 있다. 술과 도박에 빠져 지냈다. 현역 군인에게 용납될 리 없었다. 더구나 국군정보사령부 소속이었다. 군 검찰이 나섰고 강제 예편을 당했다. 이게 전부 쇼였다. 북한 접근을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 예편과 동시에 안기부 해외공작실 요원(4급)이 됐다. 대북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가로 위장했다. 공동 설립한 아자(AZA)라는 회사의 전무를 맡았다. 이걸로 북한에 접근했다. 쫓겨난 군인, 의심 받지 않았다. 김성태도 현재와 어울리지 않는 과거가 있다. 폭력조직에 몸담았었다는 논란이다. 이를 짐작케 할 만한 전과도 있다. 불법 도박장 개장 혐의(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 대부업법 위반 혐의(벌금 1천500만원) 등이다. 2010년 경영난에 빠진 쌍방울을 인수했다. 쌍방울의 2021년 매출은 970억원이다. 이제 전북을 대표하는 기업인이다. 이런 그가 북한과 통해 오고 있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메신저 역할이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돈 다발 퍼주기도 같다. 흑금성은 모든 관계를 돈으로 풀어갔다. 처음에는 조총련 라인을 이용했다. 북한 국가보위부장 김명윤과 연결했다. 이후 북한 베이징 대표부의 리철(혹은 리호남)과 교류했다. 대남 공작기구인 정찰총국 소속 요원이다. 소위 ‘경제일꾼’으로 활동하던 경제통이다. 둘 관계의 접점도 당연히 돈이었다. 북한에서의 광고독점권을 추진했다. 천문학적인 돈을 북측에 약속했다. 그 결과가 남한 가수 이효리와 북한 무용수 조명애의 삼성 애니콜 광고다. 김성태도 말만 하면 현금을 풀었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가 창구였다. 부위원장 리종혁, 부실장 송명철 등과 교류했다. 주어진 화두는 ‘이재명 경기도’였다. 이화영 평화부지사가 ‘업무’를 줬다고 한다. 오늘 현재 검찰 공소장에는 그렇다. ‘쌍방울이 경기도를 대신해 스마트팜 비용을 북한에 지원해 달라.’ 즉시 500만달러를 송 부실장에게 줬다. 북측이 ‘이재명 지사 방북에 돈 300만불이 필요하다’고 했다. 송 부실장에게 또 보냈다. 쓰이다 버려짐도 같다. 흑금성의 몰락은 1997 대선이었다.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며 세상이 바뀌었다. 김대중 낙선 공작 전모가 드러났다. 북한에 도발을 요청했다는 사건이다. 흑금성은 선거 직전 동아줄을 잡는다. 김대중 후보 측에 공작 사실을 전했다. 하지만 신분이 드러난 요원에게 앞날은 없었다. 바로 그 김대중 정부에서 해고됐다. 해고 위로금 3억원이 보상의 전부였다. 2010년, 그의 이름이 다시 등장한다. 이중간첩죄로 인한 구속이다. 6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김성태의 몰락도 대통령선거였다. 이재명 후보가 졌다.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그중에 쌍방울 의혹도 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대북 사업 후원 의혹이다. 도피 중이던 그가 포박된 채 인천공항에 들어왔다. 20일 동안 조사를 받았고 기소됐다. 그의 공소장에 정치인 이름이 그득하다. ‘이화영 부지사가 돈을 주라고 했다’ ‘이재명 지사의 방북 비용을 보냈다’.... 그런데 ‘정치인’은 그를 모른다고 한다. 몇 년은 교도소에 있어야 할 것 같다. 누굴 탓하나. 자업자득이다. 흑금성의 대북 교류. 안기부가 기획한 음습한 놀이였다. 그 판에서 돈 뿌리며 실컷 놀았다. DJ 선택도 계산 빠른 정치 행위였을 뿐이다. 이명박 정부에 의한 조작? 이중간첩 누명? 누굴 원망하나. 몰래 한 거래의 끝이란 게 그런 거다. 김성태의 대북 교류. 이건 경기도가 짜놓은 뒷거래였다. 이 판에서 돈 뿌리며 으스댔다. 김정은 친서 흔들며 자랑했다. 북한 광물 다 차지할 것처럼 떠들었다. 그래 놓고 이제 다 폭로한다고? 누가 누굴 탓하나. 26년 전, 안기부의 흑금성 뒷거래. 불법이었다. 3년 전, 경기도의 김성태 교류. 불법이었다. 바뀐 게 없다. 몰래 만나고, 몰래 돈 주고... 들통나면 ‘난 모른다’며 빠지고.... 다 그대로다.

[김종구 칼럼] 가스공사, 난방비 폭탄 던지고도 억대 연봉

킨텍스(KINTEX)는 공공기관이다. 정부, 경기도, 고양시가 출자했다. 국민, 도민, 시민이 주인이다. 공공의 가치가 그만큼 중시된다. 여기 새로 간 사장이 이재율씨다. 경기도·행안부·청와대에서 근무했다. 평생 공직자로 살았다. 그가 이런 주문을 냈다. ‘내 연봉을 깎아라.’ 취임과 동시에 이뤄졌다. 3천600만원이 삭감됐다. 사장이 이러니 임원들도 따랐다. 외부에 알리기를 꺼린다. 다른 기관에 부담주기 싫다고 한다. 그래도 기자가 썼다. 킨텍스가 무슨 사고를 쳤나. 뭘 잘 못해서 연봉을 깎은 걸까. 공공기관을 평가하는 객관적 수치가 있다. ‘공공기관 경영 평가 순위’다. 22년까지 경기도에서 받았다. 지금은 고양시다. 그때 평가에서 83.95점 받았다. 18개 기관 가운데 10위다. 코로나19의 직격이 마이스산업이었다. 18위를 했더라도 이상할 거 없었다. 그런데 10위를 했다. 다들 선전이라고 했다. 연봉 토해낼 일이 아님은 물론이다. 그런데도 반납했다. 간단하다. 고통 분담. 뜬금없지만 난방비 얘기로 가 보자. 어느 84㎡ 아파트 홈페이지다. 관리비 고지서가 인증샷으로 떴다. 12월분 총 48만1천240원이다. 세대 난방비가 무려 7만9천300원 올랐다. 12만4천800원이다. 세대 급탕비도 1만6천600원 올랐다. 5만4천400원이다. 인터넷 곳곳에서 난리다. ‘전용면적 84㎡ 관리비가 60만원 나왔어요.’ ‘원룸 1인 오피스텔 관리비가 33만원이 나왔어요.’ 경험해보지 못한 난방비 고통이다. 이야말로 분담해야 할 고통이다. 이 난방비를 정한 곳이 한국가스공사다. 최연혜 사장이다. 지난해 12월 취임했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비례)을 했다. 전엔 철도공사 사장이었다. 가스공사와 닿는 에너지 전문성이 없다. 지원 때부터 말이 많았다. 자기소개서 짜깁기 논란도 그래서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취임했다. 결과적으로 정치권 낙하산이다. 취임이 12월이었는데, 그때부터 고통이 시작됐다. ‘최연혜 가스공사’발 요금 폭등이 시작됐다. 이게 끝도 아니다. 더 올린단다. 참 많은 얘기를 한다. 최근 인터뷰도 있다. ‘8번 가스요금 인상을 요구했는데 거절 당했다.’ ‘TF를 남발해 조직 운영이 엉망이 됐다.’ ‘1·2급 30명에 직책을 주지 않을 만큼 비정상적인 조직이었다.’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에서-. 모두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말하고 있다. 틀린 소리 아니다. 난방비 폭탄은 포퓰리즘의 저주다. 그때 올렸으면 이 충격은 없었다. 하지만 맞는 말도 하면 안 될 사람이 있다. 지금의 최 사장이다. 누가 누굴 탓하나. 난방비 책정이 거기 일이다. 그때 요금 인상 관철시켰어야 했다. 심각성 주지시켰어야 했다. 직이라도 걸었어야 했다. ‘8번’ 요구가 무슨 면죄부라도 되나. 8번 해서 안 되면 80번이라도 해야 했다. 결국은 아무것도 못했다. 이제서야 올렸고 국민이 힘들어졌다. 해야 할 때 못하고 자리만 지키던 가스공사다. 그 조직의 총책임자가 최 사장이다. 사과하고, 책임지고, 대책 내는 게 우선이다. 누굴 평가하고 뭘 지적하고 있나. 좋은 회사다. 소속 직원 4천307명이다(2021년 기준). 1인당 평균 연봉 8천172만원이다. 기술직 남성은 8천627만원이다. 임원은 1억1천426만원이다. 최 사장은 1억5천만원 정도를 받는 것 같다. 평직원의 책임을 논할 건 아니다. 정부를 설득할 힘도, 경영을 좌우할 힘도 그들에겐 없다. 정부 설득, 경영 좌우가 전부 임원들의 일이었다. 그때 임원들, 그리고 지금 임원들 모두의 책임이다. 그리고 맨앞에 서야 할 이가 최 사장이다. 그때. IMF로 금융이 무너졌다. 연봉 1원 행장들이 등장했다. 그 희생에 금융이 살아났다. 이재율 사장의 연봉 반납은 미담이다. 안 해도 되는데 했다. 최연혜 사장의 연봉 반납은 책임이다. 해야 하는 데 안 하고 있다.

[김종구 칼럼] 수원 소각장, 공론 없는 공론화

수원 소각장 이전 문제는 진척되고 있는가. 답이 경기일보 기사에 붙은 댓글에 있다. 기사 제목이 이랬다. ‘민·관 소송전 맞불, 수원 소각장 갈등 어떻게 풀었나.’ 절반을 훨씬 넘는 글이 부정적이다. ‘수원시는 아예 거짓 기사로 시민들을 바보로 만들기로 작정했구나’ ‘이전할 시설을 1천500여억원 들여 보수를 한다고?’ ‘소각장 갈등 아직 안 풀렸어요.’.... ‘그 지역민’의 성난 목소리다. 그렇다. 그들은 하나도 안 풀렸다고 보고 있다. 민선 8기 수원시가 역점을 둬온 현안이다. 여러 차례 공론화 자리까지 마련했다. 그런데도 저렇게 싸늘하다. 작년 9월 수원시장이 밝혔다. ‘수원시 자원회수시설을 이전하겠습니다.’ 이전을 확약하는 분명한 워딩이다. 이전 구체화로 보여질 방안까지 밝혔다. 이전 추진을 전담할 조직을 만들겠다고 했다. 입지 선정 등을 위한 용역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인근 지자체와의 협의도 진행하겠다고 했다. 환경영향평가를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공론화에서 모인 민의 반영을 특히 강조했다. ‘공론화에서 모아진 집단 지성의 힘을 받들겠다’며 다듬어진 표현도 부여했다. 그런데도 ‘그 지역민’은 전혀 공감하지 않는 듯하다.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며 냉담하다. 이유 몇 가지가 댓글 속에 녹아 있다. 하나는 현 소각장 대보수라는 단서다. 시의 설명은 이렇다. -단, 소각장 이전에는 10년 안팎이 걸린다. 그동안 쓰레기 소각은 불가피하다. 현재 시설을 계속 가동해야 한다. 대보수 추진이 불가피하다.- 이에 ‘그 지역민’은 해석한다. -민선 7기 대보수 예산은 1천500여억원이었다. 기둥 빼고 다시 짓는 거나 진배 없다. 그런 공사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그 비싼 시설을 후에 폐쇄할 수 있겠나. 이전 안 하겠다는 거다.- 공론화 절차에도 냉랭하다. 수원시장이 특히 공들였던 부분이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시민숙의단으로 구성된 숙의 토론도 열었다. 토론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까지 했다. 전과 다른 열린 행정을 자부한다.- 이에 ‘그 지역민’은 해석한다. -이미 소송까지 전개된 현안이다. 호소하는 공론화가 아니다. 대안 내는 공론화여야 했다. 숙의단 설문도 80.4%가 이전 찬성이라 했다. 그런데 ‘10년 뒤 이전, 현재 대보수’를 말한다. 공론 무시다.- 2억원 들이는 용역 추진도 이견이다. 시가 내놓은 가장 현시적 절차가 용역 착수다. -이전 입지·환경 영향을 다 본다고 했다. 3월에 발주해 18개월 후 나온다고 했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그 지역민’은 해석한다. -용역 결과는 발주 기관 의도를 따른다. 대개 그렇다. 의뢰 방향에 따라 이전 지역이 바뀔 수도, 이전 필요성이 부인될 수도 있다. 발주 내용이 그래서 중요하다. 진짜 공론이 필요한 건 이런 거다.- 용역 결과를 곧바로 공개하지는 않겠다는 부분은 더 그렇다. 시가 설명했다. -결과가 2024년 말쯤 나온다. 즉시 발표되면 지역사회에 혼란이 온다. 이전 실현 가능성을 검토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그 지역민’은 해석한다. -제대로 된 용역이었다면 지역이 특정될 것이다. ‘○○동’까지 좁혀질 것이다. 집값, 상권 등에 영향을 주는 내용이다. 그걸 시장·공무원만 알고 시민에겐 숨기겠다는 것인가. 지금까지의 공론 주창이 다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럼 소각장 민원에서 공론화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답은 그때 분신 기도 사태에 있다. 1999년 어느 날, ‘정(鄭) 기자’가 보고했다. “소각장에서 남자가 분신했습니다. 병원에 따라 갑니다.” 한참 뒤 사진을 가져왔다. 붕대를 온 몸에 두른 사람이다. 단독 인터뷰였다. 내용은 간단했다. ‘주민이 반대하는 가동 왜 합니까.’ 소각장 문제를 충분히 공론화한다고 했었다. 시청 ‘윤(尹) 국장’과 대책위도 계속 만났다. 문제는 내용이 서로 달랐다. 주민 공론은 ‘안전 점검까지 소각 금지’였고, 시 공론은 일정 강행이었다. 그렇게 마주 보고 달리다가 난 사달이었다. 그 소각장이 2023년에도 또 그렇게 가고 있다. ‘그 지역민’은 이전지 공론화를 원하는데, 수원시는 절차 공론화를 말하고 있다. 둘 다 모르는 것 같지는 않은데, 서로 알면서도 달리는 것 같다. 누굴 속이려 드는 건 아니지만, 달리 수가 없어 저러는 것 같다. 불안하기가 딱 1999년의 그거다.

[김종구 칼럼] ‘영남의힘’ 전당대회, ‘영남 당대표’ 만들기

수도권 출신(서울) 나경원 전 의원이다. 영남 출신 장제원 의원이 독하게 몰아친다. ‘고고한 척하는 행태’ ‘반윤의 우두머리’ ‘얄팍한 지지율’ ‘거듭된 헛발질’.... 사정 없이 쏟아낸 독설이다. 상대는 나 전 의원이다. 나 전 의원도 맞받긴 했다. 하지만 애초 게임이 안 됐다. ‘장제원의 입’에 맞설 ‘나경원 입’이 아니다. 승부는 모두의 예상대로 가고 있다. 나 전 의원에겐 힘들어할 자유도 없어 보인다. 너덜너덜해진 모습까지 밟힌다. ‘약자 코스프레 마라.’ 나 전 의원 ’63년생, 장 의원 ’67년생이다. 나 전 의원 4선, 장 의원 3선이다. 나 전 의원 원내대표, 장 의원은 평의원이었다. 흥미롭게 겹치는 역사도 있다. 20대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를 같이 했다. 나 전 의원 위원장, 장 의원 간사였다. 둘의 역사가 이처럼 각별하다. 약간의 차이로 선후배다. 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싸움 구경이 민망하다. 아무리 현역이 깡패라지만. 그래도 저렇게까지 독하게 몰아갈 이유가 있을까. 있었다. ‘김장연대’의 당 접수다. ‘영남’ 장 의원은 그걸 만드는 중이다. 제일 큰 장벽이 나 전 의원이었다. 지지율 1등이라고 했다. 장 의원이 막말로 이 장벽을 흔들었다. 출마도 전에 파김치로 만들어 버렸다. 초선 48명도 가세했다. ‘대통령 모욕’ ‘사기 행위’ ‘의원 경악’에서 ‘나경원 사과’까지.... 장제원 말투의 판박이다. 지역을 찾아봤다. 48명 중 지역구 의원이 35명이다. 그 35명 중 영남이 25명이다. 압도적 위력이다. ‘수도권’이 어찌 버티겠나. 또 있다. ‘수도권 맹폭’의 장제원 역사다. 연초 돌았던 ‘당 대표 수도권 험지 출마론’ 때다. ‘인천’ 윤상현 의원이 제안했다. ‘경기’ 안철수 의원이 받았다. 두 의원 모두 당 대표에 도전 중이다. 경기, 인천은 그들의 안마당이다. ‘수도권 이겨야 총선 이긴다’ ‘수도권에서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그러려면 당 대표가 수도권에 출마해야 한다’. 할 법한 얘길 한 거다. 그런데도 들고일어났다. 영남 의원들이 이런저런 공격을 했다. 점잖은 반박이 여럿 있었다. ‘장제원 막말’은 그때도 거셌다. ‘수도권 지역구로 바꾸라고 하는데 정치의 기본을 망각한 이야기다...지역구민을 무시한 패륜적 발언이고 허장성세다...정권 창출의 거점이 영남인데 영남을 짓밟는 발언을 하면 되겠냐.’ 왜 저럴까 싶을 정도다. 어떤 대목이 영남을 짓밟은 것인가. 영남 불이익, 영남 희생이 당의 금기어라도 되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안철수·윤상현 의원은 끽소리도 못 했다. 듣고만 있었다. 지켜보는 경기·인천시민의 속만 터졌다. 턱도 없는 궤변이다. 지역구 이전에 웬 패륜(悖倫)이 붙나. 김대중도 정치 시작은 강원도 인제였다. 두 번 떨어졌고, 세 번째 붙었다. 재선부터 광주로 옮겨 갔다. 누구도 패륜이라고 하지 않았다. 노무현의 지역구 이동은 더 심했다. 부산 동구와 부산 강서 을, 서울 종로까지 옮겨다녔다. 그래도 패륜 소리 안들었다. 되레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헌신으로 평가됐다. 그때 얻은 ‘바보 노무현’은 대통령으로 가는 자양분이 됐다. 장 의원도 잘 알텐데 그런다. 대통령 지지도가 떨어졌단다. 5주 만에 다시 40% 밑으로 갔단다.(리얼미터 조사, 중앙선관위 참조). 한때 20%대까지 갔었다. 1%씩 힘들게 끌어올렸다. 그게 한 방에 무너졌다는 자료다. 리얼미터가 분석했다. ‘나경원·장제원 갈등이 악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이 책임까지 나경원에게 미룬다. 48인 성명서란 게 그런 거다. 엄청난 위세 아닌가. 영남 뜻대로 바보 만들고, 영남 뜻대로 대표 만든다. 이럴거면 영남 뜻대로 당명 바꿀 생각들은 안 하나. ‘영남의힘’으로. 수도권 여론은 이런데, 그래도 저들은 계속 갈 것 같다. 이제 보니 이러려고 둔 신의 한수였던것 같다. ‘당 대표는 당원 투표 100%, 국민 투표 0%로 뽑는다.’

[김종구 칼럼] 이동환 고양시장, 명분 있지만 과정 틀렸다

‘뭐가 문제냐’고 할 것이다. -3천억원 혈세 아끼려는 결정이다. 빈 건물 생겼으니 그걸 쓰자는 것이다. 구도심 원당도 잘 개발해 주겠다-.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의 입장이다. 여기 동의하는 시민도 많다. 그런데 터져 나온 것은 반대 목소리다. 찬성하는 목소리보다 훨씬 많고 크다. ‘문제가 한둘 아니다’라고 한다. -한창 추진되던 청사 이전이다. 백지화 결정을 독단으로 한 건 잘못이다. 청사가 빠지는 원당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개발 약속을 냈지만 미덥잖다-. 자, 보자. 4일 발표 직후 말이 돌았다. ‘담당 공무원들도 백지화를 오늘 알았다.’ 부지 결정, 규제 해제, 국제 공모, 공사비 일부 적립(1천700억원)에 다 담당이 있다. 그 공무원들 모르게 백지화했다는 것이다. 제2부시장 해명에 더 중요한 실토가 있다. “(사안이 민감해서) 시민 및 시의회와 논의하지 못했을 뿐 아무도 모르게 추진한 건 아니다.” 행정 공론화의 첫째 대상은 시민이다. 그 뜻을 시의회가 대의한다. 시민 숨기고, 시의회 숨겼다면 다 숨긴 거잖나. 국토부와 경기도 역시 패싱했다. 신청사를 지으려던 부지는 그린벨트였다. 이걸 풀어 달라고 고양시가 2021년 요청했다. 국토부와 경기도가 협조해 지난해 5월 풀었다. 그랬는데, 시청 안 짓는다는 발표가 불쑥 나왔다. 두 기관이 복잡해졌다. 다시 묶어야 한다고 한다. 이게 얼마나 황당한 일이냐 하면, 경기도에서 한바탕 소동이 났다. 그린벨트를 다시 묶는 부서가 어딘지 논쟁이 붙었다고 한다. 그린벨트 문제로 계속 봐야 하는데, 괜히 들쑤셔 놨다. 지역민에게는 더없이 민감하다. 2019년에 이런 기억이 있다. 경기도가 공공기관을 북동부에 주겠다고 했다. 고양시가 발 빠르게 나섰다. 시민들도 서명으로 가세했다. 그렇게 해서 경기도 산하 기관 3개를 얻어냈다. 경기관광공사, 경기문화재단,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축하 성명을 낸 시민단체만 30개다. 시청사는 그보다 훨씬 크다. 직원 수, 소비 규모, 먹이사슬에서 비교도 안 된다. 빼앗기는 동네는 역(逆)이다. 집값 떨어지고, 식당들 문 닫는다. 그걸 보듬겠다며 낸 발표가 있다. 가칭 ‘원당 재창조프로젝트’다. 제2부시장이 나와서 발표했다. 원당동 일대 재정비 촉진, 일자리 기반시설 확대, 민간 자본 활용 복합 개발 등을 설명했다. 넓은 지역을 개발하는 행정이다. 선거 공약집 채우듯 미사여구로 풀어갈 일이 아니다. 전문가 의견도 들어야 하고, 부서 의견도 받아야 하고, 주민 공론도 거쳐야 한다. 그런 용역 보고서, 검토 의견서, 공론화 실행서가 궁금했다. 있으면 보고 싶은데, 아직 못 봤다. 비용은 또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민간 자본’ 유치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원당에서 수입을 낼 견적이 나와야 한다. 그 기대치가 안 나오면 민간은 안 올 것이다. 그때는 어쩔 건지. 포기할 건지. 아니면 재정으로 할 건지…. 자금 조달 계획 없는 계획서는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부시장의 이런 말도 있다. “주교 공영주차장과 ‘신청사 예정 부지’에 대한 복합개발 계획을 추진하겠다.” 앞서 국토부 입장을 얘기했다. 다시 묶어서 가져간다는데 무슨 개발인가. 이동환 시장의 1·4 발표-청사 신축 백지화·요진업무 빌딩 이전 확정-를 정리하면 이렇다. 담당 공직자들과 토론 안 했다. 시의회·시민에도 안 알렸다. 국토부·경기도도 안 알렸다. 원당지역 대책은 신뢰를 할 수 없다. 평가할 건 ‘3천억 절감 명분’ 하나뿐이다. 이러면 안 되는 거다. 107만 시의 본청(本廳) 이전이다. 소비 주체 수천명이 따라간다. 부의 지역 간 이동이 벌어진다. ‘3천억 절감 명분’만큼이나 중요한 건 공론화 절차다. 다 공개하고 토론하라.

[김종구 칼럼] 기회소득, 먼 개념 가까운 고통

대통령이 신년사를 발표했다. 기자들과의 문답은 없었다. 미리 준비된 원고로 밝혔다. 미리 세심하게 살폈을 거다. 언론이 관련 기사에 ‘기회’를 썼다. 그런데 전문(全文)에는 딱히 없다. 기회를 별도로 푼 문장도 없다. 그저 맨 뒤 결론에만 등장한다. “2023년 새해, 자유가 살아 숨 쉬고, 기회가 활짝 열리는 더 큰 바다를 향해 나아갑시다.” 그냥 선언적 의미였던 듯하다. 사실 ‘기회’라 하면 경기도다. 김동연호(號)의 상징이다. ‘기회 수도 경기도’, ‘기회 소득’.... 같은 1일, 김동연 지사 신년사도 나왔다. 여기서도 ‘기회’가 등장한다. 근데 대통령 것과 비교할 수 없다. “...더 많은 기회를 마련하겠습니다...더 고른 기회를 마련하겠습니다...‘기회수도 경기’를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 매 ‘기회마다 설명이 붙어 있다. ‘많은 기회’는 상생과 포용이라 풀었고, ‘고른 기회’는 민생과 안전이라 풀었다. 작년을 기억하면 신년사가 이해된다. ‘2022년 정치권의 기회’는 김동연의 것이었다. 후보 때도, 지사 때도 기회를 강조해왔다. 기회를 말할 자격이 충분하다. 상고 졸업한 은행원이었다. 야간대학 다니며 꿈을 키웠다. 입법고시,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미시간대에서 학위를 했다. 존스홉킨스대에서 교환교수를 했다. 그렇게 엘리트 집단 속에서 경쟁했다. 경제부총리까지 올랐다. 이제 대권 후보로 불리는 경기도지사다. 살아온 인생 자체가 도전과 성취다. 기회가 곧 미래였을 것이다. 이런 그가 경기도정을 맡았다. 김동연호 자체가 기회의 표본이다. 여긴 각색이 필요 없다. 이게 행정과 만나면서 이상해졌다. ‘기회사업’ ‘기회예산’ 기회소득’.... 너무 어렵다. 이재명호에도 그런 게 있었다. ‘기본 사업’ ‘기본 예산’ ‘기본 소득’....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아니란다. 다르다고 한다. 그 모호함의 출발은 ‘문화 예술인 기회 소득’이었다. 지난해 9월, 김동연호가 발표했다. 이재명호의 ‘문화 예술인 기본 소득’을 바꾼 것이다. 일부에서 ‘이재명 흔적 지우기’라고 수군댔다. 그러자 김 지사가 직접 나섰다. 도의원들 앞에서 개념 강의를 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도 보상을 못 받는 경우가 있다. (그런 집단 계층에) 기회소득을 통한 소득 보전으로 더 고른 기회를 주겠다...기본소득은 무조건성·정기성·현금성 등 여러 조건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중앙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기회소득은 소득 보전을 통해 자기가 창출하는 가치가 시장으로부터 인정을 받아 보상 받을 수 있는 정도까지의 한시성이 있어서 협의에 있어서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9월 도의회 본회의). 도민이 강의를 이해했을까. 또 예산 철이 왔다. 예술인·장애인 대상의 ‘기회소득’ 제공 사업이 있다. 청년·베이비부머 대상의 ‘기회사다리’ 사업이 있다. 취약계층 대상의 ‘기회안전망’ 사업이 있다. 게임·반도체 산업 지원책인 ‘기회발전소’ 사업이 있다. 여성 청소년 생리대 지원 등의 ‘기회터전’ 사업이 있다. 1조470억원이 드는 이 다섯 개를 ‘5대 기회패키지 사업’이라고 한다. 거창하긴 한데, 예술인·장애인·청년 관련 빼면 기존에 있던 거다. 개념만 더 꼬였다. 저런 에너지를 왜 쓰는지 모르겠다. 대권 후보들마다 저런다. 이재명에 기본소득이 그랬고, 오세훈에 안심소득이 그렇다. 언제부턴가 대권 후보 아이템처럼 됐다. 그렇다고 ‘소득 시리즈’가 효과를 낸 적도 없다. 효과는커녕, 낭패의 역사가 얼마 전이다. 이재명 기본소득 시리즈가 재원 설명을 못하면서 무너졌다. 애초부터 무리한 라임(rhyme) 맞추기다. 1천300만명이 쓸 30조원이다. 이걸 어떻게 기본·기회 개념에 꿰맞추나. 억지 정치 구호 만들기다. 경기도민이 지금 다 힘들다. 모두에게 기회가 필요하다. 상공인에겐 망하지 않을 기회, 노동자에겐 잘리지 않을 기회, 없는 이에겐 배 곯지 않을 기회, 환자에겐 아프지 않을 기회.... 모두에게 맞춘 서로 다른 복지가 필요하다. 머릿수만큼이나 다양화된 복지가 필요하다. 그게 기본복지면 어떻고, 기회복지면 어떤가. 이 논쟁 자체가 배부른 사치다.

[김종구 칼럼] ‘미얀마 3천원 축구화’를 보면서

노무현 정부 시절 영상이다. 2006년 7월3일, EBS가 방영한다. -1천620번의 손 박음질. 서른 두 조각 이어 붙이기. 8시간 일해 2개 완성. 축구공 가죽을 든 파키스탄의 어린 노동자. 나무처럼 딱딱하고 지문도 없어진 작은 손. 공 하나 만든 대가 150원. 거대 스포츠 기업 아디다스의 수입 1조2천억원.- 영상이 향하는 결론은 아동 노동력 착취다. 1998 프랑스 월드컵, 2002 한일 월드컵의 이슈가 됐다. 월드컵에 노동자 인권이 개입된 시초다. 이번 월드컵에는 축구화인 것 같다. 미얀마 양곤의 푸첸그룹 공장이 있다. 아디다스 축구화를 만드는 곳이다. 뉴욕타임스가 그 공장의 노동 현실을 보도했다. 직원들의 일당은 4천800짯(한화 2천944원)이다. 월드컵을 앞둔 지난 10월 파업했다. 2천원 정도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군이 투입됐고 파업이 진압됐다. 노조 지도부를 포함해 26명이 해고됐다. 몇몇 국내 언론이 쓴 제목은 이렇다. ‘월드컵 축구화, 일당 3천원 미얀마 노동자가 만든다.’ 안 그래도 인권 문제 많은 월드컵이다. 중동의 반인권 문제, 성소수자 인권 문제 등이다. 이란 선수들은 국가(國歌)를 부르지 않았다. 국내 반인권에 대한 저항이었다. 독일 선수들은 입을 가리고 촬영했다. 카타르의 이주노동자 인권 탄압에의 항의였다. 그래도 한국 언론이 가장 많이 전한 것은 노동이다. 축구화 제조사인 아디다스의 ‘노동력 착취’를 가장 많이 보도했다. 때마침 우리 현안도 노동 문제라선가. 화물연대, 민주노총 파업이 얽혀 있다. 한 번쯤 생각하고 갈 일이다. 이번 축구화 문제의 본질은 무엇일까. 아디다스에 의한 노동력 착취가 그 본질인가. 아디다스가 미얀마를 떠나면 다 해결되나.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영상이 있다. 미얀마 현지 노동자의 목소리가 담겼다. 인터뷰어(interviewer)는 한국 사람이다. 유튜브 비즈니스 회사 운영자로 보인다. 인터뷰이(interviewee)는 21세 미얀마 여성 ‘닌니’다. 공개채용에 지원한 현지인이다. 근로 조건 등을 서로 묻고 답한다. -(경력은) 봉제공장에서 일했습니다. (거기서 봉급은) 9만짯(한화 약 8만원) 받았습니다. (부족함은 없었나) 없었습니다. (근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일했습니다. (휴식 시간은) 점심시간에 30분 줍니다. (사는 곳은) 택시로 30분, 버스로 1시간 걸립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근무 괜찮나) 괜찮습니다. (언제부터 일할 수 있나) 내일부터요.- 일반적 노동 조건이 다 나온다. 하루 노동 10시간 30분, 휴식 30분, 일당 3200원.... 일당 3천원이 아디다스 공장만의 얘기는 아니었다. ‘닌니’가 일했던 봉제공장 노동자 봉급도 그랬다. 격한 노동 시간도 아디다스 공장만의 얘기는 아니었다. ‘닌니’가 일했던 봉제공장도 10시간30분 일했고 30분만 쉬었다. 미얀마 노동자의 평균이 딱 그랬다. 이쯤 되면 아디다스 아닌 다른 곳의 문제임이 명백하다. 바로 국가다. 가난한 국가라서 시작된 착취인 것이다. 인도차이나반도 최빈국으로 추락시킨 미얀마의 책임인 것이다. 노동자 세상을 약속하는 사회주의가 거기 있다. 1962년부터 26년을 실험했다. 기업을 국유화했다. 외국 무역을 막았다. 외국 차관도 거부했다. 차라리 쇄국이었다. 카를 마르크스보다 더 공산(共産)에 가까웠다. 그들 스스로 ‘비르마식 사회주의’라고 자랑했다. 그러다 손을 들었고, 1988년에야 시장경제를 받았다. 잠시 고성장 기세를 탔다. 하지만 이내 쿠데타 등 정치 불안으로 무너졌다. ‘3천원 축구화 비극’을 초래한 빼도 박도 못할 책임이다. 우리가 가난했던 1970년대. 마을마다 새마을공장이 있었다. 방직기계가 주야 없이 돌아갔다. 그 기계를 10대 여공들이 지켰다. 그 섬유로 옷 만들어 세계에 팔았다. ‘가난한 한국의 소녀 노동자들이 중학교도 못 가고 일당 1천원 받으며 만든 옷’이었다. 모든 게 국가가 가난해서였다. 다행히 우리는 타고 넘었다. 그 극복의 역사도 국가가 썼다. 국가가 부자되면서 노동자도 부자됐다. 노동력 착취는 사라졌고, 이제 월드컵을 개최한 국가다. 실패한 사회주의와 불안정한 정치가 가져오는 가난. 그 가난이 초래하는 노동 인권의 착취. 미얀마 ‘3천원 축구화’가 때맞춰 우리를 때려 주는 교훈이다. 主筆

[김종구 칼럼] 金 지사‚ 이런 홍보 예산으론 대통령 못된다

-나라 경제를 살릴 더 없는 적임자다. 가난을 이겨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권력의 결정지 충청도 출신이다. 좌우를 껴안을 무한 확장성을 지녔다. 아내든 자녀든 가족 잡음이 없다-. 틀림없이 누군가는 속삭일 것이다. ‘지사님, 대통령 되셔야죠.’ ‘결국 지사님이 대통령 되실 겁니다.’ 아첨이지만 새삼 민망할 것도 없다. 앞선 도지사들도 다 듣던 소리다. 경기도지사가 그런 자리다. 취임과 동시에 잠룡이 된다. 소권(小權)으로, 때론 중권(中權)으로 대우된다. 김문수 잠룡, 남경필 잠룡, 이재명 잠룡.... 많은 이들이 그들 앞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지사님, 대통령 되셔야죠’ ‘틀림 없이 되실 겁니다’. 실제로 셋 다 대선판에 나갔다. 모든 걸 걸고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결과에서 차이가 크다. 이재명 지사는 문턱을 넘어 최종 후보가 됐다. 남경필 지사는 문턱에 걸려 경선 후보에서 멈췄다. 김문수 지사는 문턱 멀찌감치서 끝나 후보군에 그쳤다. 1등 이재명, 2등 남경필, 3등 김문수. 국민 표심이 매긴 서열이다. 세 지사가 남긴 묘한 통계가 있다. 홍보 행정이다. 공정한 비교를 위해 2년 차 통계만 뽑았다. 홍보 인력 차이가 크다. 김문수 지사 때 59명이었다. 남경필 지사 때 75명으로 늘었다. 이재명 지사 때 91명으로 더 늘었다. 홍보 예산도 같은 흐름이다. 김 지사 때 111억2천100만원이다. 남 지사 때 155억4천200만원으로 늘었다. 이 지사 때 265억8천700만원으로 더 늘었다. 전체 예산에서의 비중도 마찬가지다. 0.073%, 0.081%, 0.098%로 늘었다. 통계를 무리하게 법칙으로 삼을 건 아니다. 이 말고도 ‘이재명 홍보 본능’은 여럿 있다. 2010년 시장 되자마자 ‘스타 시장’에 올랐다. ‘모라토리엄’으로 부채를 정치 자산 삼았다. 3대 무상복지-청년배상·무상교복·무상산후조리-로 전국을 삼켰다. 도지사 이후에도 홍보 본능은 날았다. 계곡 불법 시설 철거가 그런 예다. 뭐가 됐든 그가 하면 커졌다. 그 수단에 홍보 본능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홍보 조직을 과감히 확대했고 홍보 예산을 아낌 없이 늘렸다. 경기지사들이 내놓던 불평이 있다. 언론 중심에서 밀려 있는 도정이다. 김문수 지사는 이걸 ‘스피커’라 했다. ‘경기도는 중앙에 비해 뉴스 스피커가 작다.’ 이재명 지사는 ‘변방 장수’라 했다. ‘내가 변방 장수라서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는다.’ 불평은 같았다. 달랐던 건 해법이다. 김 지사는 그냥 열심히 뛰었다. 8년을 그랬고 극복하지 못했다. 이 지사는 홍보를 키웠다. 벽을 넘었고 목표에 가까이 갔다. 답이다. ‘스피커’건 ‘변방 장수’건 해결책은 홍보였다. 이 공식에 김동연 지사를 대입하자. 홍보 정책은 어떻게 가고 있을까. 마침 황대호 도의원이 짚은 올해 통계가 있다. 인구 1인당 홍보 예산이 17개 시·도 중 16위다. 세종시가 1위, 서울도 10위다. 해외언론홍보 예산도 전국 꼴찌 수준이다. 서울·강원에 비하면 절반 이하다. 통상 도의회의 예산 주문은 이렇다. ‘홍보 예산 많으니 깎아라’. 황 의원의 주문은 거꾸로다. ‘홍보 예산 적으니 늘려라’. 답답해 보였나 보다. 이런 푼돈으로 뭘 할까 싶었나 보다. -예수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셨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마가복음 16장 15절)-. 믿는 자에게 부활은 진실이 됐다. 그 부활을 세상에 전도했다. 이 프로파간다가 오늘날 하나님 세상까지 와있다. 아주 간혹 분에 넘는 강연을 한다. 언론 홍보의 중요성이 주제다. 그때마다 하는 신소리가 있다. ‘예수님이 지금 부활한다면 첫 일성은 이거일지 모른다. “야, 기자들 왔냐”’. 김동연 경기지사, 대통령이 되고픈가. 4년·8년·12년의 증명이 있다. 홍보 예산과 대통령실 거리는 정확히 비례한다. 主筆

[김종구 칼럼] ‘내 동네 GTX 신설’ 막은 도의원, 누군가

교통이 빈부를 가르고 있다. 같은 30평형 아파트라고 치자. 광교신도시는 20억대 부자다. 다른 지역은 5억대 서민이다. 똑같은 크기인데 이렇게 갈린다. 물, 전기, 공원은 다 같다. 이유는 하나다. 교통 편의가 어떻냐의 차이다. 서울 가는 시간이 핵심이다. 30분이면 부자, 60분이면 서민, 90분이며 더 서민이다. 그 서민들이 애원한다. 서울 가는 길 좀 뚫어 달라고 소원한다. 그 한을 풀 수 있는 한 방이 있다. GTX다. 그 소원을 GTX플러스가 담았다. 경기도가 당차게 꾸려 본 구상이다. GTX A·B·C 노선을 늘리는 안이 하나다. D·E·F 노선을 만드는 안이 다른 하나다. 계획이 실현되면 전 지역이 1시간권이다. 경기도는 이걸 ‘도민에게 돌려드릴 1시간’이라 했다. ‘3억 아파트’ 서민들이 반긴다. 20억은 못 되더라도 반의 반은 갈 것 아닌가. ‘집 투기’하자고 이러겠나. ‘교통 빈부’라도 없애 달라는 요구다. GTX 플러스에 한껏 들떴다. 화성·오산·평택·가평·안산·시흥·구리·포천·광주·이천·여주.... 전부다. 쉽지 않고 오래 갈 일이다. 도비로 턱 없다. 대충 뽑아도 18조4천억여원이다. 경기도정만으로도 어렵다. 정부가 결심해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려도 안 된다. GTX 시작은 민선 4기 경기도였다. 그때부터 시행까지 십수년 걸렸다. 지금도 달라진 건 없다. A·B·C 늘리라고 1천억, 2천억 내주겠나. D·E·F 신설하라고 6조, 7조 세워 주겠나. 경기도가 시작할 일이다. 그때도 그랬다. 이한준(특보)이 그린 그림, 김문수(지사)가 들고 뛰어다녔다. 그만큼 시작이 중요하다. 경기도가 시동을 걸었다. ‘GTX 플러스 국회 토론회’로 선포식을 했다. 일개 지자체가 개최한 행사였다. 여기에 쏟아진 관심이 놀랍다. 공동 주최에 이름을 올린 국회의원만 64명이다. 김동연 지사의 소속 정당 따윈 문제가 아니었다. 55명의 민주당 의원 외 국민의힘·정의당까지 찾아왔다. 광역도 뛰어넘었다. 인천 의원·서울 의원에 강원도 의원까지 경청했다. 국회의장, 환노위원장, 농축위원장도 왔다. GTX가 그런 것이다. 대한민국의 절반이 지지자다. 그날 전문가들이 결론을 내렸다. “경기도가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관련 시·군이 공동 대응할 수 있게 통합관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박경철 박사·경기연구원). “전문가와 지자체, 시민 모두의 컨센서스를 이뤄내는 협치가 GTX 성공의 열쇠다.”(유정훈 박사·아주대). 이 모든 뜻을 담은 행정이 시작됐다. 도 추경안에 세워진 12억원이다. GTX 플러스 관련 용역비다. 정부에 낼 경기도의 청사진을 만들 돈이다. 그런데 이게 잘렸단다. 경기도의회 계수조정에서 없앤단다. 의결된 추경액만 35조6천778억원이다. 경기도를 꾸려갈 거대 예산이다. 여기서 12억원이 사라졌다. 오늘자 언론 보도다. ‘김동연 지사 역점 사업 제동’ ‘김 지사 길들이기’. 맞다. 35조6천778억원을 통과시켰다. 불요불급한 예산이 또 없겠나. 그런데 다 통과시켰다. 심지어 도가 올린 적 없는 70억원도 들어갔다. 아마 도의회가 필요해 얹은 거 같다. 그러면서 이 12억원을 뽑아냈다. ‘국토부 용역과 중복된다’고 했다던데. 기본 취지가 다르다. 경기도민만의 소원을 담는 용역이 필요하다. 동쪽에서 서쪽, 남쪽에서 북쪽을 가는 그림이어야 한다. 국토부가 담아줄 리 없다. 국가 빚이 1천조라면서 앓는 소리 할 게 뻔하다. 지긋지긋한 국가 균형 발전도 얘기할 것이다. 경기도 GTX만 늘려 주기 곤란하다 할 것이다. ‘삼남 지방’의 방해도 있을 것이다. 이때 국토부를 압박할 우리만의 그림이 필요하다. 그 근거를 만들려던 돈이다. 경기도 전역에 GTX를 놓자는 일이다. 도대체 어디 도의원들인가. 경기도민이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GTX를 반대하는 도의원, 용역 시작을 훼방 놓는 도의원... 그들의 지역구는 어디고, 그들의 이름은 뭔지 묻기 시작했다. 내 집 앞에 들어온다는 GTX를 막은 이들이다. 어느 지역 누구냐고 따질 권리가 있다. 회의록·기억 어딘가엔 있을 거다. 공개해야 한다. 이태원 명단 공개는 정치였지만 GTX 훼방 의원 명단 공개는 생존이다. 김동연 GTX면 어떻고, 김은혜 GTX면 어떤가. 어차피 GTX 소원은 하나다. ‘더 빨리, 더 많이 깔아 달라.’ 主筆

[김종구 칼럼] 공동체論, 이재명 무혐의면 박근혜 무죄

때마침 1심 유죄 판결이 나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다. 요양병원 급여 횡령 사건이다. 윤 전 총장을 공격할 기회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나섰다. “검찰총장 사위가 사라지자...정의가 밝혀졌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의 책임을 설명했다. 그때 쓴 논리가 경제공동체論이다. ‘윤 전 총장의 부인과 장모의 관계에는 사실상 경제공동체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윤 전 총장과 김건희씨는) 사랑해서 결혼하셨겠지만...경제공동체로서의 성격이 강하게 보이지 않나 생각한다.’ 대선 후보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애초부터 우리의 경쟁 상대가 되긴 어렵다고 생각했다.” 2021년 7월2일의 얘기다. 결과적으로 송 대표의 논리와 전망은 틀렸다. 출가한 딸(김건희)과 친정 엄마(최은순)는 공범이 되지 않았다. 그 딸의 남편(윤석열)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최씨는 지금도 재판 받고 있다. 그의 유무죄를 여기서 따질 필요는 없다. 요는 경제공동체論으로 윤 전 총장이 엮였느냐다. 문재인 검찰이고 추미애·박범계 검찰이었지만 엮이지 않았다. 대통령도 됐다. 그런 ‘공동체論’이 또 등장했다. 이번에는 검찰의 압수영장·공소장이다. “2005년부터 이 대표와 정 실장이 정치적 공동체가 되었다.” 정진상 실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의 한 부분이다. 여기서 ‘이 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이 대표를 엮으려는 논리다. 검찰의 이런 의지는 다른 곳에도 나와 있다. 구속 기소된 김용 부원장 공소장에 더 장황한 설명이 있다. 이 대표와의 정치적 인연, 행적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이를 한마디로 정의하는 문장도 적혀 있다. ‘이들은 정치공동체다.’ 검찰이 이 대표 턱밑까지 온 듯하다. 그런데 이 대표 반응은 의외다. 검찰 비난 수위를 전보다 높였다. 그냥 구호가 아니다. 구체적인 반박을 담고 있다. ‘설정 오류로 가득 찬 창작물’이라고 하고, ‘작성 시기가 이상한 남욱의 메모’ ‘설명이 뒤바뀌는 가방·종이상자’라고 했다. 수척한 모습으로 침묵하던 한 달 전과 다르다. 뭔가 자신감이 생긴 듯하다. 공교롭게 정치공동체가 등장한 시기부터 이랬다. 수사의 허점을 본 것일까. 검찰 무기가 정치공동체뿐이라고 보고 역공에 나선 건가. 검찰 패를 정확히 알긴 어렵다. 어쩌면 정치자금 수사가 변죽일 수 있다. 대장동 배임죄로 가는 기법일 수 있다. 그런 셈법이라면 수사는 가파를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정말 정치자금법 범죄를 노리고 있다면- 전세는 바뀔 수 있다. 8억4천700만원과 1억4천만원은 현재까지 김용과 정진상의 범죄다. 이 대표 쪽으로 흘렀음이 증명돼야 공범이다. 그 증거도 없이 정치공동체論으로만 엮으려 한다면 수사는 실패할 것이다. ‘윤석열-장모’ 공동체論이 헛발이 된 것처럼 말이다. 이쯤되면 생각나는 또 다른 공동체論이 있다. 형법에 경제공동체 이론이 어색하던 때, 경제공동체 얘기를 못 듣던 때, 난데없이 등장한 공동체論이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이었다. 박영수 특검이 신의 한 수처럼 꺼냈다. ‘삼성이 최순실 딸 정유라에 말 세 마리를 사줬다→박근혜 피고인에 이득이 된 건 없었다→하지만 최순실과 박 피고인은 경제공동체다→그러므로 말 값 34억원은 박 피고인의 뇌물 액수다.’ 결국 이 논리로 기소했다. 대법원의 최종심도 징역 22년, 유죄였다. 반쪽이 빠진 재판이었다. 박 피고인은 법정에 안 나갔다. 정치 재판이라고 선언했다. 끝까지 한마디 항변도 안 했다. 궐석재판이니 판결은 공소장대로 갔다. 그 재판 어디서도 경제공동체論에 대한 토론은 없었다. 이게 공동체論의 정확한 현 위치다. 제대로 된 다툼이 없었고, 여전히 법 밖에 머물러 있는 실험적 논리에 가깝다. 이런 엉성한 이론을 유일한 정황으로 밀어붙인다면 그 결말은 뻔하지 않겠나. ‘이재명-측근’은 무혐의다. 같은 이유로 ‘최순실-박근혜’도 무죄여야 했다. 2016년, 이재명 시장이 ‘박근혜 구속’을 선창했다. “박근혜가 청와대 나오는 순간 수갑 채워라.” 그의 구호를 실현시킨 게 공동체論이었다. 2022년, 검찰이 이 대표를 구속하려 하고 있다. 같은 공동체論이 이번엔 그를 파멸로 떠밀고 있다. 이 대표가 말한다. “검찰이 조작 수사를 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말했다. “검찰이 모든 걸 엮고 있다.” 뭐가 다른가. 바뀐 정치와 흐른 시간만 빼면 둘은 같은 말을 하고 있다. 主筆

[김종구 칼럼] 유동규의 입, 이재명을 계산하듯 겨냥하다

올 초까지 대검 최고위 간부였다. 중요 사건을 지휘 감독했다. 대장동 사건도 거기 있었다. 검수완박 논란 와중에 퇴임했다. 이제 평범한 변호사다. 밥자리가 있어 물었다. ‘깊은 부분은 말 안 해도 좋다. 대장동 수사가 결실을 볼 것이라고 보는가.’ 그가 대답했다. “일당들이 자크(손으로 입을 가로 지르며)를 채웠다. 수사할 방법이 없지 않나. 최선이었다.” 다시 물었다. “진술이 나왔는데 덮은 것은 없었나.” 다시 대답했다. “절대 없다. 그들이 진술 한 것은 모두 했다.” 이재명 대표 쪽에서는 진술이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유동규는 진술을 바꾼 적 없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이 맞나. ‘전직 대검 간부’의 앞선 소회에 힌트가 있다. ‘자크를 채우고 있었다’고 했다. ‘그들이 말한 건 다 수사했다’고 했다. 지금 수준의 진술이 그땐 없었다는 얘기다. 그가 퇴임한 5월 말까지는 그랬던 것 같다. 유동규 폭로는 그 후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처음 불거지는 대장동 자금 대선 유입설이다. 이 대표 스스로 지금을 평했는데 ‘운명적 상황’이라고 했다. 이 대표조차 궁박하게 몰아가는 실체는 뭘까. 많은 이들이 대선자금을 본다. 대장동 돈이 이 대표 쪽에 흘러갔다는 주장이다. 돈의 흐름 자체는 많이 밝혀진 모양이다. -유동규가 남욱에게 돈 마련을 지시했다. 남욱이 마련한 돈을 측근이 정민용에게 전했다. 정민용이 유동규에게 전달했다-. 여기까지는 진술, 메모, CCTV가 확보된 듯하다. 남은 건 김용에게 건너갔냐다. 김용이 안 받았다면 검찰에 치명타다. 그게 아니라 받아서 대선에 썼다면 이 대표가 끝이다. 두 번째 볼 건 배임이다. 애초 대장동에서 이 대표 책임은 배임이었다. 천문학적 특혜를 가능케 한 설계가 문제였다. 이를 확실히 아는 사람은 유동규다. 그의 한마디면 이 대표의 배임죄가 곧바로 증명될 수도 있다. 출소한 유동규가 이런 말을 했다. “내 죗값만 받겠다. 이재명이 명령한 죗값은 그가 받아야 한다.” 문장의 서술어가 ‘돈’이 아니다. ‘명령’이다. 그날 유동규는 이 대표의 배임죄를 겨냥하고 있었다. 배임액 50억원 이상이면 5년 이상, 무기징역이다. 세 번째 관심은 선거법 위반죄다. 이 대표가 고 김문기 처장을 모른다고 했다. 이미 기소됐고 법원 판단만 남았다. ‘알았느냐’ ‘몰랐느냐’.... 주관적 영역이라며 널널하게들 봤다. 그런데 여기도 유동규 폭로가 덮쳤다. “김문기를 몰라? 셋이 호주에서 같이 골프 치고 카트까지 타고 다녔으면서.” 카트 안에서 있었던 대화까지 다 깔 기세다. 재판부의 무죄 선고를 원천봉쇄하는 결정타가 될 수 있다. 의원직 상실에 5년간 피선거권이 상실되는 범죄다. 대권은 끝이다. 네 번째로 성남FC 사건이다. 정진상 실장이 핵심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정 실장의 진술 없이 이 대표로 향하긴 힘들다. 검찰이 정 실장을 쫓는 것도 그래서다. 이 역시 유동규 폭로로 급발진할 상황에 처했다. “정진상이 나하고 술을 100번, 1000번을 마셨다...(정진상이) 술값 한 번 낸 적이 없다. 그것만 해도 얼마일까.” 정확하게 부정청탁금지법을 대입해서 말하고 있다. 사법 처리 대상이다. 정 실장을 엮어 ‘성남 FC’를 추궁할 무기를 검찰에 쥐여준 셈이다. 회유 의혹이 있던데.... 구속은 누구에나 고통이다. 처음에는 얼떨결에 갈 수 있다. 다시 가라면 죽기보다 싫은 게 거기다. 그런 처지에 당사자에게 형량 단축은 세상과도 바꿀 선물이다. 그런 정도의 회유는 있었지 싶다. 검찰은 펄쩍 뛰겠지만. 수사 현실의 ‘프리바게이닝(Plea bargaining)’을 종종 봤다. 여기에 옥중에서 쌓인 분노까지 겹치면서 독해진 것 같다. “천천히 말려 죽이겠다”며 막 던지고 있다. 이 사생결단에 맞설 묘수가 이 대표에게는 없어 보인다. ‘대검 간부’는 당시 수사를 옳다고 주장했다. ‘입을 다물었는데 어떻게 수사하냐’고 했다. ‘현재 검찰’은 지금 수사가 옳다고 주장한다. ‘입을 열게 하는 게 수사의 기본이다’고 한다. 굳이 정답을 고를 일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실체적 진실이다. 어떤 수사가 진실을 찾아내느냐다. ‘현재 검찰’은 유동규의 입을 열게 했다. 그리고 그 입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 대표가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그런데 거들어 줄 입이 없다. 다 자살 당하고 남은 게 유동규뿐이다. 主筆

[김종구 칼럼] 김문수답다는 것

그 와중에 4절까지 다 불렀다. 2005년 12월 어느 날이었다. 예년처럼 열린 기자의 밤이었다. 도지사 선거를 반년 앞둔 때였다. 후보군이 여럿 왔다. 그중 특별했던 손님이 김문수 의원이다. 들어오자마자 자리를 돌며 인사했다. 이어 앉지도 않고 무대로 올라왔다. 인사하랬더니 ‘노래하겠다’고 했다. 늙은 군인의 노래를 했다. 1절 하고, 2절하고.... 4절까지 다 했다. 술 취한 기자들이 웃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했다. 그러곤 인사하고 휑 떠났다. 운동화 신은 이유가 있었다. 2010년 5월 어느 날이다. 민선 6기 선거운동 막판이었다. 그가 연임에 도전해 있었다. 신문사에 들렀다. 4년 전처럼 서둘러 편집국을 돌았다. 인사가 끝나자 앉지도 않고 나갔다. 두 개 층 위 임원실이 있었다. 몇 초면 엘리베이터가 올 터였다. ‘시간 없다’며 갑자기 계단으로 뛰었다. 수행원, 기자들 십수명이 함께 뛰었다. 하얀 운동화의 그가 제일 빨랐다. 수행원 하나가 말했다. ‘열흘간 잠을 안 자서 제정신이 아니시다.’ 늙은 군인의 노래 4절 완창. 잠 안 자고 계단 뛰어 오르기. 경기지사 김문수는 그때 그랬다. 자기 계획대로 하는 사람이었다. 4절까지 하려고 했으면 4절까지 밀고 갔다. 엘리베이터 기다릴 새도 없이 뛰어 다녔다. 그를 따라다니는 얘기가 있다. ‘많이 못 다닐까 봐 살을 찌우지 않는다’ ‘만남이 너무 많아 본 사람에도 명함 또 준다’.... 특이했다. 그런 지사는 앞에도 뒤에도 없다. 좋다 나쁘다 평할 일이 아니다. 그 모습 그대로다. 못 당할 소신·고집이다. “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다.” 그날 그는 국감 피감사자였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자격이었다. 을(乙)인 그에게 갑(甲)인 의원이 물었다. “과거 문 전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라고 칭했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짧은 순간이었다.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어떻게 넘어갈 것인가. 부질 없는 걱정이고 기대였다. 타협 없이 소신을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존경하면 김일성주의자입니다.’ 강조하는 단어까지 섞었다. ‘확실하게.’ “문 전 대통령은 총살감이다.’’ 야당 의원이 과거 ‘총살감’ 발언을 꺼냈다. “지금은 과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루도 못 갔다. 다음 날 라디오에서는 말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전직 대통령에 묻힌 논쟁도 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물었다. “지금도 내가 반미 반민족 수령에게 충성하고 있다고 보느냐.” “그런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전 대통령과 현 의원에게 던진 공산주의 발언이다. 김일성주의 단언이다. 국회 역사에 이런 일이 없었다. 대번에 보수 스타가 됐다. 지금 인터넷 핫 검색어는 ‘김문수’다. 그의 과거 시국 발언 영상이 수 없이 올라온다. 보수의 속을 시원히 긁어 주는 말이다. “박근혜 탄핵은 건널 강이 아니라 반성 사과할 일이다.” “정치인이 어떻게 돈을 버나. 그런 정치인들 다 수사해야 한다”.... 민주당이 잘못 건드렸다는 평이 나온다. 당장 대통령 후보로 삼자는 소리도 있다. 불과 한 달 전, 그는 야인이었다. 태극기 부대에만 서는 연설가였다. 모두에게 외면 받던 궤변론자였다. 취할까 봐 걱정이다. 팬클럽과 유권자는 다르다. 김일성·총살감 발언으로 팬은 모일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또는 그보다 훨씬 많은- 유권자가 떠날 것이다. ‘신영복=김일성’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 유권자, ‘문재인=총살감’에 섬뜩해하는 유권자들 말이다. 이쯤에서 멈춰야 좋다. 발언을 사과해야 좋다. 경사위 업무에 집중해야 좋다. 하지만 그럴 것 같지 않다. 십수년 전 전해 들은 얘기가 있어 그렇다. 학생운동권 동료 김상곤 교육감의 회상이다. “김문수는 대학 때도 그렇더라고요.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무조건 극단까지 가요. 중간이라는 게 없어요.” 기자가 봐도 김문수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번 결론이 벌써 안쓰럽다. 主筆

[김종구 칼럼] 道산하기관장 자격요건, 옛날로 돌려라

아주 긍정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보자.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사장을 공모했다. GH 임원추천위원회가 후보자 2명을 추천했다. 경기도가 ‘적격자 없음’으로 판단했다. 처음부터 다시 공모에 들어갔다.- 김동연 도지사가 강조했던 인사 약속이 있다. ‘측근을 미리 내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측근이 있었으면 결정되지 않았겠나. 적어도 이번 공모에 내정자는 없었던 걸로 보인다. 김 지사 약속이 거짓이 아니었음은 믿고 가도 될 듯하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벌써 두 번째 인선 불발이다. 원인 분석을 위해 추천됐던 2명을 살필 필요가 있다. 한 명은 항간에 유력설까지 돌았던 인사다. 경기도 국장을 역임했던 공무원 출신이다. 안전기획팀장, 장애인복지과장, 민생특별사법경찰단장을 했다. GH의 핵심 업무는 건축, 토목, 개발 등이다. 도청 조직에도 관련 부서가 있다. 행정직인 그는 이 직렬과 무관하다. 앞서 GH 본부장 갈 때도 말이 많았다. ‘이재명계’라는 얘기가 그때 돌았었다. 다른 한 명은 LH 출신이다. LH 대구경북 본부장을 했고, 스마트시티 본부장을 했다. 업무는 연계되지만 관리자 경험이 부족하다. GH는 매출 규모 2조원에 육박하는 거대 기업이다. 1천300만 도민을 책임지는 자리다. 역대 GH 사장의 면면을 봐도 그렇다. LH 부사장, 지방 공기업 사장 등이 왔었다. 적격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사실 둘에겐 ‘적격자 없음’이 곧 불명예다. 그 불쾌함을 재삼 들출 생각 없다. 다만, 불발의 원인은 따져보려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 때 바뀐 기준이 문제다. GH 사장에게 적용된 기준을 보자. ‘지방공기업 경영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춘 자’. 자질과 능력의 구체적 기준이 없다. 나머지 5개 기준이 전부 이런 식이다. ‘능력을 갖춘 자’, ‘소양을 갖춘 자’.... 사실상 조건이 없는 정성평가다. 과거에는 이렇지 않았다. 최소한의 자격을 요하는 정량평가였다. 매 항목마다 ‘○급 이상’, ‘△년 이상’이 있었다. 이게 ‘자격 무제한’으로 바뀌었다. 결국에 가면 인사권자 맘대로다. 그렇게, 관광에 경력도 없는 이가 관광공사 사장이 됐다. 그렇게, GH 업무와 무관한 변호사가 사장이 됐다. 그렇게, 재무·회계·세무도 모르는 감사들이 막 생겨났다. 공교롭게 그들 대부분이 도지사의 측근들이었다. 이런 인사 난맥이 무탈할 리 있겠나. 상상 못할 사달이 났다. 경기도관광공사 사장 출신이 감옥에 가 앉아 있다. 근데 죄명이 개발 비리다. 관광공사 사장이 왜 개발 비리로 투옥돼 있을까. 과거에 정량평가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경기도만 이렇게 한다. 같은 수도권의 교통공사가 있다. 서울교통공사와 인천교통공사가 작년에 상임이사를 채용했다. ‘6년 이상 경력’, ‘3급 이상 근무’ 등이 조건이었다. 경기교통공사만 그런 게 없다. ‘능력과 리더십’, ‘자질과 능력’, ‘경험과 능력’.... 애매하다. 최근 경기 광주시가 도시관리공사 상임이사를 공모했다. 여기도 자격이 있다. ‘임원급 이상으로 근무한 경력’, ‘국가 또는 지자체가 50% 이상 투자한 기관 근무’.... 막 받는 건 경기도뿐이다. 행정이 널널하면 안된다. ‘대장동’ 업자들이 몇 억 넣어서 몇 천억 먹었다. 그들은 지금도 당당하다. ‘내가 불법이면 성남시장도 불법이다’라며 떳떳이 항변한다. 이러니 국민이 설계자인 성남시장을 탓하는 것이다. 김동연 지사가 약속했다. ‘내 측근 아닌 최고의 전문가를 모시겠다.’ 그렇게 가길 기대한다. 그래서 설계를 고쳐 잡기를 권한다. 산하기관장 자격 무한 개방, 이건 시작도 불순했고 결과까지 실패한 적폐다. 主筆

[김종구 칼럼] 反日 축구•복싱•정치, 그 허망한 역설

1997년 9월 28일. 월드컵 예선에서 일본과 만났다. 고정운이 우리 진영에서 공을 빼앗겼다. 골키퍼를 넘은 공이 우리 네트에 꽂혔다. 반격에 나선 서정원이 한 점을 만회했다. 곧이어 이민성이 중거리 슛을 날렸다. 일본 골 네트가 출렁했다. 2 대 1 역전승. 캐스터가 “후지산이 무너집니다”라고 외쳤다. 차범근 감독이 영웅이 되는 순간이었다. 영웅의 조건은 간단했다. 일본에서, 일본 축구를 무찔렀기 때문이다. 이런 기사가 떴다. ‘차범근은 일본에 지지 않는다’. 그가 곧 추락한다. 일본과의 2차전이 서울에서 열렸다. 승부는 시작 1분 만에 기울었다. 나나미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귀화 선수 로페스에게 또 먹혔다. 0 대 2 패배. 그 순간 일장기 1만개가 경기장에 휘날렸다. 광복 이후 서울서 나부낀 가장 많은 일장기다. 차 감독이 퇴장하며 기자들을 뿌리쳤다. 그 순간 그는 매국노였다. 차범근은 한국 최고다. 1차전에도, 2차전에도 똑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겼을 땐 ‘도쿄대첩’의 영웅, 졌을 땐 ‘상암참사’의 매국노였다. 1975년 6월 7일. 와지마 고이치는 복싱 영웅이었다. 일본 국민은 그를 ‘불꽃의 사나이’라고 불렀다. 7회, 그의 턱에 유제두의 양 훅이 작렬했다. 겨우 일어났지만 더 비참해졌다. 고개가 꺾이는 강펀치에 완전히 고꾸라졌다. 규슈 고쿠라 체육관에 태극기가 휘날렸다. 유제두가 소감을 말했다. “조국을 위해 힘껏 싸웠습니다.” 순간 영웅이 됐다. 이때 조건도 간단했다. 일본에서, 일본 영웅을 때려 눕혀서다. 카퍼레이드 하고, 청와대에서 300만원도 받았다. 그도 곧 추락한다. 7개월 뒤, 와지마와의 리턴매치가 치러졌다. 초반부터 무기력하게 얻어맞았다. 결국 마지막 15라운드에 무릎을 꿇었다. 링 사이드엔 일장기만 날렸다. 유제두가 매국노로 추락하는 순간이었다. 분노한 여론을 달랠 출구가 필요했다. 약물 중독설, 중앙정보부 개입설이 그즈음 나왔다. 46년이 지나도 증명 안 된 ‘설’이다. 유제두는 훌륭한 복서였다. 1975년에도, 1976년에도 같은 그였다. 하지만 일본에 이겼을 땐 영웅, 졌을 땐 매국노였다. 반일, 어디 스포츠만 이런가. 역사, 문화, 경제가 다 이런 식이다. 반일을 대입해 전투력을 높인다. 중간지대란 없다. 반일(反日)과 친일(親日)만 있다. 반일은 좋은 것이고, 친일은 나쁜 것이다. 요사이 정치가 즐겨 써 먹는다. 반일은 좋은 정치, 친일은 나쁜 정치다. 그게 또 나왔다. 이번엔 이재명 대표다. 한미일 3국 동해 연합훈련을 겨냥했다. -일본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인정할 수 있다. 북중러 결속을 자극할 수 있다. 일본을 한반도에 끌어 들이는 자충수다-. 국민의힘이 장단을 맞춰 주고 있다. -허황된 말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DJ·노무현 정부 때도 욱일기 입항은 있었다. 욱일기는 안 되고 인공기는 되느냐-. 어느 쪽이 옳은지 가려 보라고? 선택하고 말고 할 가치도 없다. 주장과 반박 모두 식상하다. 귀에 담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질질 끌려간다. 이런 게 반일이다. 언제든 그어 대면 큰 불로 옮아간다. 근현대 정치에서 이만큼 인화성 좋은 불쏘시개도 없다. 이번에도 발화 사흘 만에 모든 이슈가 묻히고 있다. 이 대표, 민생(民生)한다고 하지 않았나. “물가·환율·금리 등 어려운 경제 현실 개선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8월29일·최고위). “민생에는 여야가 없다”(9월13일·민생대책위원회 출범식). 그 뜻에 지지를 보낸 국민이 꽤 된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반일을 꺼냈다. 민생 말한 지 겨우 한 달이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위기는 그때 그대로다. 바뀐 게 있다면 하나다. 이 대표를 포위한 환경이다. 성남FC·쌍방울 수사가 팍팍해졌다. 이래서 나오는 ‘방탄 반일론’이다. 축구? 반일로 다그치다가 일본에 추월 당했다. 복싱? 반일로 몰아 세우다가 일본에 뒤처졌다. 과거에 묶인 축구·복싱이 미래로 가는 축구·복싱에 당한 굴욕이다. 우리가 금과옥조처럼 받들어 온 반일의 역설이다. 하물며 당리당략에 빠진 정치다. 그들의 논쟁이야 오죽하겠나. 감히 예상해 본다. 며칠 또는 몇 주 뒤 우리는 자문할 것이다. ‘결론 없을 반일 논쟁을 왜 또 했던 거야....’ 그러면서 깨달을 것이다. ‘논쟁으로 득 본 이는 이재명 대표밖에 없구나....’ 어제 아침자 경제면 기사가 이거였다. -‘코스피, 2200마저 붕괴됐다’ ‘환율, 하루 만에 22.8원 뛰었다’ ‘IMF, 생계비 위기(the cost-of-living crisis)를 경고하다’-. 主筆

[김종구 칼럼] “당시로서는 최선”-경기경찰 수장답지 않다

검찰이 혐의 모두를 다시 들춰보고 있다. 농협 성남시지부, 판교 알파돔시티, 현대백화점 본점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은 16일과 26일에도 있었다. 그 때 뒤진 건 두산건설, 성남시청, 네이버, 차병원 등이다. 이 정도면 거의 재수사다. 2021년의 경찰 결론은 불송치(혐의 없음)였다. 증거가 없다고 했다. 2022년, 기소 의견(혐의 있음)으로 바꿔 송치했다. 그러다가 검찰의 ‘재수사 국면’을 맞았다. 경찰 입장이 어떨까. 궁금하던 차에 답 하나가 나왔다. “그 당시(2021년 9월 분당서 결론 당시)에 확보한 진술로는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해 불송치했다. 수사관 입장에서는 당시 시점에서 결론을 내지 않겠느냐. 보완 수사 과정(2022년 9월 경기남부경찰청 결론 당시)에서 유의미한 새로운 진술을 확보해서 송치한 것이다.” 박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이 내놓은 설명이다. 부실수사 아니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언론은 이날 답을 ‘당시로서는 최선을 다한 수사’라고 적었다. 실망스럽고, 정직하지 못한 답이다. 왜 그런지는 잠시 뒤에 논하자. 앞서 살펴 볼 전제가 있다. 성남FC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다. 기업이 축구단에 후원금을 냈다. 시가 기업이 원하는 민원을 들어줬다. 기업에 천문학적 이득이 돌아갔다. 돈과 특혜가 정확히 오고 갔다.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거였다. 이 대표 쪽 논객이 방송에서 이런 말을 한다. “이런 걸 처벌하면 전국 모든 시장이 처벌 받을 것이다.” 큰일 날 소리를 한다. 요즘 그런 거래는 없다. 민선 초기, 패가망신한 시장들의 철 지난 얘기다. 반대로 보는 견해도 있다. 지금 잡겠다는 건 이재명 대표다. 이 대표가 없었다면 이 수사는 없었다. 이 대표의 변명이 이렇다. “(후원 광고금액이) 성남시민 이익(공액)이 돼 뇌물(사익추구)이 될 수 없다.” 사익이 없었으니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다. 수사 내용이 줄줄 흘러 나오고 있다. 실제로 거기에 ‘후원금이 이재명에게 흘러갔다’는 정보는 없다. 아직 그렇다. 부적절한 행정은 틀림 없다. 그렇다고 행정 잘못이 모두 사법 처리 대상은 아니다. 처벌 불가 논리다. 이런 때 나온 박 청장 말이다. 왜 실망스러운지를 따져보자. 살폈듯이 이 사건의 유무죄는 유동적이다. 무혐의 결정과 유혐의 결정, 모두 가능하다. 최종 판정은 판결 시점에서 소급된다.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검찰 기소가 옳은 것이 되고,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 경찰 불기소가 옳은 것이 된다. 박 청장은 경찰을 대표한다. 수사팀의 총괄 수장이기도 하다. 대표답게, 수장답게 당당하게 답했어야 좋았다. “난 목에 칼이 들어와도 수사팀의 모든 결정을 믿는다.” 하물며 정직하지도 못했다. 2021년 9월과 2022년 9월 사이에 달라진 게 있나. 형사처벌을 달리 할 사정 변경이 있었나. 법조문이 바뀐 것은 없다. 판례가 바뀌지도 않았다. 그런데 ‘당시에는 최선이었다’고 설명한다. 형법이 생명처럼 지킬 가치는 안정성이다. 2021년 9월과 2022년 9월의 기준이 달라져선 안 된다. 2021년 무혐의가 2022년 유혐의로 바뀌면 안 된다. ‘유의미한 진술을 찾았다’는 변명 대신 첫 번째 수사 부족을 솔직하게 말했어야 했다. 모두가 인정하는 사정 변경은 하나뿐이다. 2021년 9월의 대통령과 2022년 9월의 대통령이 변경됐다. 2021년 9월의 여당과 2022년 9월의 여당이 변경됐다. 다들 ‘그래서 바뀐 것 아니냐’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 의심에 박 청장의 한마디가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그것 보라’고.... 불신은 불신을 낳는다. 때론 이 불신이 미래까지 지배한다. -현직 대통령 처가 의혹도 수사 중인데. 이것도 ‘그 당시에는 그 판단이 옳았다’고 바뀔지 모른다-처럼 말이다. 主筆

[김종구 칼럼] “(검찰) 법적 강제력 남용하고 있진 않은지…”

평소 김동연 지사의 모습은 아니었다. 격앙됐다고 쓴 언론도 있다. 스티븐 레비츠키 교수(하버드대 정치학)의 책(‘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을 소개했다. “합법적으로 선출된 권력자에 의해서 어떻게 민주주의가 무너지는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서술하고 실증자료들을 붙였습니다.” 부언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법적 강제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자제하지 않고, 남용하고 마음껏 휘두르고 있지는 않은지...반성해봅니다.” 왜 이런 연설을 했나. 15일이었다. 연설 장소는 마석모란공원이었다.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 행사장이었다. 사달은 일주일 전인 7일에 있었다. 경기도청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북부청과 남부청에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북부청사에서는 평화협력국이, 남부청사에서는 소통협치국, 경제부지사실이 털렸다. 말 그대로 느닷없이 털렸다.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의 비위 혐의였다. 쌍방울의 법인카드를 사용했다거나, 대북 교류 행사에 8억원을 후원받았다는 의혹이다. 압수수색을 하는 목적은 증거 확보다. 증거가 있을 만한 장소를 뒤진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색은 엉성해 보인다. 이 전 부지사는 현재 킨텍스 대표이사다. 연정·평화부지사는 2018년 7월부터 2020년 1월까지 했다. 무엇보다 증거가 남았다고 가정할 공간이 없다. 경기도 청사가 50년 만에 이전했다. 2022년 5월30일이다. 이 부지사실은 그 전 ‘팔달산 청사’에 있었다. 현 경제부지사실은 그 후 ‘광교 청사’에 있다. 그런데 ‘광교 부지사실’을 수색했다. 업무용 컴퓨터는 상호 연속성이 있을까. 이것도 아니란다. 사람·건물 바뀔 때 컴퓨터도 바꿨단다. 결국 ‘헛방’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파장은 컸다. 도 고위직 압수수색이었다. 기사는 ‘경제부지사실 전격 압수수색’으로 갔다. 이재명 대표 측이 바짝 긴장했을 게 틀림 없다. ‘기 죽이기’가 목표였다면 성공한 압수수색일 수 있다. 하지만 동전의 반대편에서 보면 전혀 다른 평가가 나온다. “보여주기식, 망신주기식 수사다.” 도 공무원들은 대개 이렇게 말한다. 이게 몇 번째인가. 그 하루 전에도 서울중앙지검이 다녀갔다. 대장동, 백현동 개발 의혹 관련이다. 이 대표의 선거법 사건(허위사실 공표)이다. 미래산업과 등 10개 부서가 털렸다. 업무(課)보다는 사람(人)이 타깃이다. 이 대표 도지사 때 언론 담당이었던 이를 따라간 수색이다. 4월4일에는 경찰이 밀고 들어왔었다.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이었다. 총무과, 조사담당관실, 의무실 등을 10시간 뒤졌다. 대선 얼마 됐다고, 벌써 세 번째 털기다. 여기서 잠깐 대통령 얘기를 해보자. 한창 탄압 받던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이었다. 정진웅 차장검사가 한동훈 검사장을 폭행했다. 정확히 묘사하면 몸으로 덮쳤다. 핸드폰 압수수색 과정에서 빚어진 충돌이다. 총장의 ‘아우’가 피해자였다. 그때 윤 총장이 긴급 지시를 내린다. ‘압수수색 시 인권보호 강화하라’. ‘피압수자 권리를 존중하라’. ‘변호인 참여권 등을 반드시 보장하라’. 그 총장이 대통령 됐고, 그 피압수자가 장관 됐다. 그런데 이렇게 하고 있다. 압수수색은 강제 수사다.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다. 자빠뜨리고 올라타야만 인권 침해가 되는 게 아니다. 수사관들이 들이닥치는 것 자체가 공포다. 강제로 가져가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이번에는 그 객체가 경기도청이다. 죄 없는 공무원들이다. 실행함에 신중해야 한다. 횟수를 줄이려고 노력해야 하고, 중복을 피하려고 살펴야 하고, 증거가 없을 만한 곳을 빼야 한다. 경기도청 압수수색은 지금 그렇지 않다. 횟수에서, 중복에서, 실효성에서 과하다. 7일 압수수색 당한 공무원 한 사람 얘기다. 의혹 관련 업무를 맡은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말을 못한다. 무서운가 보다. 개인적인 자료까지 가져갔다고 한다. 그래도 말을 못한다. 부담스러워서다. 그뿐 아니라 도 공무원 여럿이 이렇다. 김 지사는 이렇게도 말했다. “크고 작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그 권력을 자제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이 문장에 ‘윤석열 검찰’을 넣고 ‘경기도청 압수수색’을 가정하면, 틀린 곳 하나 없다. 主筆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