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자유와 평등에 바람이 불고 간다

작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북한은 미사일을 쏘며 위협하고, 히잡 불량 착용으로 촉발된 시위로 이란에선 몇백 명이 사망했다. 신체의 자유, 표현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가 여기저기서 위협받고 있다. 우리 헌법 제12조에는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돼있다. 모든 국민은 양심, 종교,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가진다. 그런데 자유를 누리려면 안팎에서 부는 갖가지 바람을 이겨내야 한다. 2017년 국회 개헌특위자문위 ‘개헌권고초안’에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란 글자가 슬쩍 삭제됐고, 2018년 검인정 교과서에선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란 표현으로 바꿨다. 기본권엔 집회결사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등이 있는데 왜 굳이 ‘자유’란 글자를 빼려 했을까? 다행히 교과부는 내년 교과서부터 둘을 병행하겠다고 지난달 확정했다. 많은 나라가 평등을 추구한다.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는 한국의 전국민의료보험제도는 세계에서 으뜸이다. 약자나 소수자 보호 정책, 다문화 정책, 기부문화 진작 등도 평등을 향한 사회보장적 노력의 일부다. 그러나 어디나 걸림돌은 있다. ‘신’을 팔아 신정(神政)체제를 유지하려 ‘자유’를 억압하는 자가 있듯, 불평등을 없앨 것처럼 약한 이를 부추겨 ‘평등’을 팔아 표를 얻는 정치꾼도 있다. ‘다름’과 ‘차별’은 다르다. 선동꾼은 ‘단지 다른 것’을 ‘차별인 것’처럼 대중을 현혹한다. 특히 경제적 분배의 격차를 강조하며 개인 역량의 차이는 말하지 않는다. 모두 개성이 똑같고 성별이 없어야 좋겠는가? 서로 ‘다름’은 ‘고유함’으로 누구나 평등하게 받은 것이다. 사회적 격차를 줄이는 쪽으로 노력해야겠지만 ‘다름’을 ‘차별’인 양 나쁜 것으로 모는 것은 억지다. 제 것은 나누지 않고 남의 것만 똑같이 나누라고 외치는 이도 자가당착임은 알아 의원 연봉을 1인당 국민소득에 맞추자고 감히 주장하진 못한다. 개인마다 얼굴과 능력은 다르지만 생명의 가치는 같다. 각자의 체중이 다르듯 ‘서로 다름’은 ‘차별이나 불평등’이 아니고 자연의 이치다. 인간은 자유로워서 서로 다르고, 달라서 존엄하며, 존엄성과 개별성에선 모두 평등하다. 자유와 평등은 타고난 것이지만 함께 추구해 가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서로 달라서 자유롭고, 다르다는 점에서 모두 평등하다. 개인이 있어 사회가 있듯 자유가 있어 평등도 있다. 그러나 생명이 영원하지 않듯 자유와 평등도 함께 지키지 않으면 한순간 날아간다.

[인천의 아침] 인천 직장 내 성희롱 발생률이 높은 이유

지난해 12월29일(목)에 여성가족부는 2022년 여성폭력통계를 최초로 공표했다. 여성폭력통계는 여성폭력 관련 모든 통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여주었다는 데 의의를 갖는다. 여성폭력 통계는 폭력을 정의하고 분류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통계가 작성된 방식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통계 발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지난 3년간 성희롱 피해 경험률이었다. 여성의 경우 2018년 14.2%에서 2021년 7.9%로 감소했고, 남성도 같은 기간 4.2%에서 2.9%로 줄었다고 한다. 2018년 조사에서는 13개 문항을 사용했고, 2021년 조사에서는 14개 문항을 사용했다. 2022년 인천광역시 여성폭력 실태조사에서 9개 문항으로 조사한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조사 결과로 지난 3년간 성희롱 피해 경험률을 계산해봤다. 전체 조사대상 1천100명 중 지난 3년간 직장을 다닌 경험이 있는 861명의 인천 거주 여성 중에서 305명(35.4%)의 여성이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빈도가 높은 외모품평 문항을 제외한 8개 항목(성적 불쾌감을 주는 언행, 성적 생활에 대한 질문, 신체 접촉 시도 등)에서 1개 이상 피해를 경험한 여성도 197명(22.8%)에 달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한 것일까? 인천 지역에서 유독 직장 내 성희롱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것일까? 직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는 ‘현재 재직중’인 직장에서 지난 3년 동안 타인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행동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현재 직장을 기준으로 한 조사여서 3년 이내 성희롱을 경험하고 퇴사하거나, 이전 직장에서 경험한 성희롱 피해는 포함하지 않는 불포함 오류(표본추출방법의 불완전으로 모집단에는 속해 있으나 표본집단에 선정되지 않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인천 여성폭력 실태조사에서는 지난 3년 동안 직장을 다닌 적이 있는 여성들의 직장 내 성희롱 피해경험을 조사한 것이다.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한 여성들은 피해 경험 이후 퇴사하고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비정규직이나 불안정 여성노동자들은 폭력 피해에 더 취약하다. 조사에 따라 달라지는 수치로 우리는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여성폭력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더 잘 드러내기 위해 어떻게 질문하고 어떻게 조사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통계의 숫자는 현실의 일부를 보여준다. 직장 내 성희롱이 여성의 노동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직장 내 성희롱 발생률을 조사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인천의 아침] 계묘년 별주부전

동지가 지나 긴 어둠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리고 새해는 어김없이 찾아왔으나 그 어둠은 천천히 우리 곁을 배회하며 쉽게 물러설 줄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추위와 어둠을 뒤로하고 각자가 힘을 내서 희망의 빛을 맞이하려고 기도하며 정진한다. 계묘년 한 해의 시작이다. 가슴을 활짝 펴고 양면의 세계를 받아들인다. 세상살이 내가 편하다고 모두가 편한 것은 아니다. 세상이 불타고 있는데 언제 그 불이 나에게 올지 모른다.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 살다 보면 갈등의 골이 생겨난다. 그렇다고 안 만나고 살 수 없는 것이 세상이다. 하지만 마지막 달력을 떨어내고 계묘년 새 달력을 걸어 놓고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은 싱그럽다. 새집에 이사 온 기분이다. 집들이해야겠다는 마음이 일어난다. 손님도 초대하고 싶다. 누군가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물가는 오르고 정치판은 시끄럽고 바다 건너 세상은 전쟁의 아비규환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행복의 끈을 놓지 않고 살기 위해 지혜를 모은다. 권력자가 재력가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내 간을 빼앗아 간다고 해도 간이고 쓸개고 다 빼놓고 사는 게 우리들의 현실이다. 새해에는 별주부전의 토끼의 지혜를 발휘하며 살아보자. 용궁에 다녀온 토끼가 배고픔, 추위, 더위, 병란이 넘치는 세상에 회의를 느끼고 자라의 감언이설에 속아 행복의 세계를 찾아 제 발로 용궁으로 찾아갔다가 자신의 아둔함을 깨닫고, 우여곡절 끝에 고향으로 돌아와 진정한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체험을 통해 터득했다. 별주부전에서 토끼는 서민들의 모습일 수 있다. 바닷속 용궁의 호화로운 생활과 높은 벼슬을 할 수 있다는 자라의 말에 속아 죽을 지경에 이르지만, 끝내 용왕을 속이고 용궁의 충신 자라를 우롱하면서 최후의 승리를 얻는다. 토끼전은 지배층의 권력남용과 모순 등의 문제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분수에 맞지 않은 욕심을 부리다가 죽을 뻔한 토끼, 임금의 명령에 무조건 충성하는 자라,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희생시키려는 용왕의 모습은 과거나 현재나 권력자들의 속성이다. 혼란과 불확실성의 세상이지만 계묘년 토끼해를 맞아 한 시인의 글을 읽고 밝은 새해를 맞이하자. “길이 끝나면 거기 새로운 길이 열린다. 한쪽 문이 닫히면 거기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겨울이 깊으면 거기 새봄이 걸어 나온다. 내가 무너지면 거기 더 큰 내가 일어선다. 최선의 끝이 참된 시작이다. 정직한 절망이 희망의 시작이다.”

[인천의 아침] 성탄 참뜻 새겨야 할 우리 정치

12월24일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서울 약현성당의 성탄절 축하 미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을 강조하며, “저도 대통령으로서 우리 사회가 사랑과 박애와 연대에 기초해 자유와 번영과 평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성탄을 맞아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성탄을 맞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실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을 전하기 조심스럽다. 기대와 설렘이 가득해야 할 연말연시이지만 많은 국민이 민생경제 한파로 다가올 내년을 걱정하고 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힘들어하는 이웃을 보듬고 국민의 삶을 지켜야 할 책임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올렸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의 경쟁을 넘어 여전히 현 정국의 경쟁자다. 둘 다 성탄의 의미를 오늘 우리 사회와 시국에 되살리고 있지만, 그 뉘앙스와 속뜻에는 차이가 많음을 본다. 마찬가지로 현 시국과 쟁점에 대해 여야는 경쟁적으로 전혀 다른 시각과 입장 차이, 그리고 그에 따른 극과 극의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소통 부재의 한국 정치의 자화상이다. 이로 인해 국민은 계속 답답하고 피곤하기만 하다. 인간관계의 소통 중 가장 기본이 ‘의사소통’이다. 의사소통(communication)의 원래 의미는 “상호 공통점을 나누어 갖는다”로 라틴어 ‘communis(공통, 공유)’에서 비롯된 말이다. 의사소통은 내가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메시지를 다루는 과정이다. 따라서 원활하고 성공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내가 가진 정보를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고려가 우선돼야 한다. 즉, 자신의 생각과 느낌과 의견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 이상으로 타인의 생각과 느낌, 의견을 이해하는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치의 바람직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우선 여야 정치인들의 ‘상호 공통점’, 즉 정치 일선에 나섰을 때 순수하게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진정한 초심으로 돌아가면 된다. 그런 다음 자신의 생각과 느낌과 의견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 이상으로 상대방의 생각과 느낌, 의견을 이해하는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는 의사소통의 기본이다. 유독 정치인만 모르는 것 같다. 세상과 하늘, 사람과 하나님과의 소통을 위해 오신 예수 탄생의 참뜻을 우리 정치인들이 제대로 새겼으면 한다.

[인천의 아침] 대한민국의 건강보험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최근 정부에서는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지난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 때문에 재정이 파탄 나고 국민의 희생이 커진다는 이유였다. 과연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모럴해저드가 문제라고 할 만큼의 수준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매년 보건의료와 관련된 통계를 공개한다. 올해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의료비 지출에서 정부와 건강보험의 비중은 62.6%로 OECD 평균인 76.3%보다 낮다. 그리고 의료비에서 개인이 부담하는 비율은 27.8%로 OECD 평균 18.1%보다 높다. 흔히 대한민국은 전국민건강보험으로 인해 보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개인이 부담하는 의료비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훨씬 많은 편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와 언론들은 고령화로 인해 예상보다 더 빠르게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된다며 보험료는 올리고 보장은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법률에 따르면 건강보험 국고지원 비율은 20%로 정해져 있지만 2021년 기준 14.3%에 불과했다. 우리와 비슷한 의료체계를 운영하는 나라들의 국고지원금 비율은 일본은 38.8%이고,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50%가 넘는다. 정부에서 주장하는 방향으로 건강보험이 흘러간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먼저 건강보험으로 보장하지 못하는 검사나 치료들을 강조하며 민간보험 상품이 더욱 늘어난다. 지금까지 보험수가 삭감으로 심사평가원 눈치를 보던 병원과 의사들은 이제 민간보험회사의 기준을 맞추려 노력한다. 이미 민간보험인 자동차보험의 경우 비급여 항목에 대한 삭감이 심각하다. 민간보험에 가입한 보험료에 따라 환자들은 다른 검사와 치료를 받게 된다. 주변과 비교하며 더 비싼 보험을 가입하려 하고, 보험회사는 이익이 더 많이 되는 상품을 만들어 홍보하며 악순환이 반복된다. 흔히 미국에선 돈이 없으면 치료받을 수 없고, 미국의 공공의료는 최악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런 미국의 공공병원 병상 수 비율이 전체 병상 수 대비 24.9%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10.3%에 불과하다.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1.2개로 OECD 평균인 2.8개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런 공공의료 인프라 속에서 건강보험의 국고 지원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하면 수많은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이 위협받는건 자명하다. 대통령은 인기가 없어도 반드시 건강보험을 개혁하겠다지만, 진정 누구를 위한 개혁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의사들은 현재의 정책이 저수가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아프고 병원을 가게 된다. 이제 접수할 때부터 보험상품을 확인하고 검사와 치료에서 차별 받는 세상이 머지않았다. 이길재 가천대 길병원 외상외과

[인천의 아침] 화수·만석·북성 부두와 1·8 부두의 비약 꿈꾸며

부두는 몽환적이다. 어디로 가기도 어디서 오기도 하는 항구. 뱃고동 소리가 해무에 묻히기라도 하면 꿈과 현실의 경계는 순간 사라진다. 바다에 잠긴 닻이 출항과 회항을 언제나 머금고 있듯, 부두는 섬이나 먼바다로 떠나는 곳이면서도 한편 뭍에 묶여 있다. 부두에 인천 사람의 땀과 이름이 배어 역사가 쌓이면, 부두는 그냥 일반적인 부두가 아니라 지역의 고유한 얼굴을 담은 인천만의 특수한 부두가 된다. 해안가 산책로를 걸으며 수선하는 선박들을 본다. 130여년 전 제물포 근대개항 이후 인천인의 노고가 조선, 기계, 물류 산업이 돼 부두 주변에 독특한 풍광으로 펼쳐 있다. 밀물과 썰물은 자연의 이치다. 민선 8기로 바뀌자, 동구는 부두 활성화 대책을, 인천시는 제물포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만석, 화수, 북성 부두와 몇 년째 재개발을 추진 중인 인천 내항 1·8부두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맨해튼 부두에서 옛 항공모함 갑판 위를 주민과 관광객이 걷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부두에는 범선, 증기선, 예인선, 군함, 잠수함 등 역사적인 배들이 접안돼 선박박물관으로 있고, 부두 창고에는 게임기가 삼백 대나 전시돼 있다. 우주로켓 누리호에 환호하면서도 바다로 무한히 뻗은 인천의 보물 창고들은 그냥 내버려 둘 것인가. 20여년 전 트라이포트를 외치던 기세를 몰아, 인천항과 인천공항, 산업단지와 대학, 국제기구 등을 어떻게 엮을 것인가. 해수부 땅인 1·8 부두를 시가 매입해 더 장대한 그림을 그릴 것인가, 아파트·상가를 지을 것인가. 10조원 이상의 곡물·철강·자동차 등을 수송하는 2~7 부두는 기존처럼 사용하며 후일을 모색하더라도, 1·8 부두를 시민에게 우선 개방하는 묘책은 많다. 화수 부두로 가는 길목에 작은 횟집들이, 만석 부두에는 낚시용품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동구청은 작년에 만석·화수 해안가 산책로를 단장했다. 하지만 중장기 계획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 낮에는 화물차가 달리고 밤엔 인적이 드문 거리에서 관광만 강조하기보단, 주변 공장들을 효율화, 집적화시켜 산업과 관광을 조화, 특성화시켜야 할 것이다. 갯벌에 걸터앉은 선박들과 햇살에 출렁이는 파도를 보라. 1650년 전 한나루 능허대에서 인천항에 이르는 긴 시간여행을 어디서 해보겠는가. 자잘한 표절 시비와 녹취 왜곡, 화보 촬영 논란에 창피한 줄도 모르는 중앙정치꾼은 제쳐 놓고, 인천에서만큼은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꿈같은 일 좀 했으면 좋겠다. 이홍우 해반문화사랑회 명예이사장

[인천의 아침] 여성폭력의 의미

여성폭력 추방주간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일 여성가족부는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년)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논란이 된 부분은 기본계획안에서 ‘여성폭력’, ‘젠더폭력’, ‘성폭력’이 모두 사라지고 그냥 ‘폭력’ 또는 ‘성범죄’로 대체된 것이다. 조용수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과장은 “정책용어 사용에 있어 의견이 분분하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의 ‘여성폭력’ 정의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어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여성폭력에서 여성을 삭제하는 것은 여성안전의 문제를 성평등정책 이슈가 아닌 치안의 문제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여성폭력’을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신체적·정신적 안녕과 안전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관계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 행위와 그 밖에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 등을 말한다”로 정의하고 있다. 여성폭력 개념은 개별 여성들이 겪는 폭력 피해의 경험이 우리 사회의 남녀 간 사회적, 신체적 불평등한 힘의 관계에 기반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여성폭력은 형법으로 처벌하는 성추행, 강간 등의 성폭력뿐만 아니라 여성의 교육권과 노동권을 침해하는 성희롱과 지속적인 괴롭힘, 성적 대상화와 성적 착취를 수반하는 성매매, 일상 통제와 위협적 행동을 수반하는 교제폭력 등 문화적으로 여성의 자유를 침해하고 종속적 지위로 유지시키는 행위도 포함하고 있다. 인천에서는 여성폭력방지법과 관련 조례에 따라 2022년 인천광역시 여성폭력 실태조사를 처음으로 실시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여성 1천11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생 동안 살아오면서 강제추행(상대방이 나의 의사를 무시하고 강제로 신체접촉을 하거나, 폭행이나 협박을 통해 강제로 성추행하는 행위)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여성이 26.0%였다. 최근 3년 동안 직장을 다니면서 성적 불쾌감을 주는 언행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여성이 11.6%이고 신체접촉(시도)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도 9.7%였다. 여성들은 직장과 학교, 가족, 지역사회 등 일상의 곳곳에서 일생 동안 빈번하게 폭력을 경험한다. 우리가 여성폭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여성들이 생애 과정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폭력과 성폭력이 연속성과 중첩성을 갖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폭력은 우리 사회의 성불평등한 현실에 기반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정승화 인천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실 연구위원

[인천의 아침] 새해 달을 바라보는 마음

인도 고대 성전 리그베다에 유명한 문구가 있다. ‘현자들은 하나의 진리를 다양하게 말한다.’ 이 말은 영원한 진리를 지성의 다양성을 통해 여러 가지 철학적 접근과 신앙적 접근 방법으로 다양하게 표현한다는 것이다. 인류사의 수많은 종교와 철학들은 그 근원이 하나라는 것을 리그베다에서는 위와 같이 말하고 있다. 인류는 영원한 진리에 숭고한 예배를 통해서 내 영혼을 아름답게 승화 시켜 깨달음을 얻는 명상을 했다.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면서 기도하고 살아가는 것이 정상적인 사람들의 순수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이성적인 사람이나 국가가 권력과 탐욕으로 갈등을 만들어 수많은 사람이 전쟁으로 죽거나 고통받게 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풍요의 극치를 달리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가난과 질병으로 죽어간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것인가? 이것이 인류의 공통된 화두이다. 한 달 후면 금년도 마무리되고 세상은 한해를 돌아보며 큰 역사적 사건과 사고 등을 정리하며 일 년을 마무리하면서 새해인 계묘년 토끼해를 바라보며 미래를 예측하고 설계하는 이야기들이 나올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전쟁으로 죽어가는 이들을 보고 가슴 아파하고, 기후 위기로 고통받는 인류를 걱정하며, 질병과 사고로 죽음을 맞는 사람들을 걱정하며, 경제적 위기로 많은 나라 사람들이 혼란을 겪음을 보고 도와 주려고 한다. 그러나 위정자들은 자신의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으로 전쟁을 중지하거나 기후 위기를 멈추게 하고 가난한 이들의 병과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더욱 세상을 구렁텅이로 빠트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옛사람들은 밤하늘의 보름달을 바라보며 그 속에서 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의 모습을 그렸고, 달 속의 토끼처럼 영원히 평화롭고 안정된 세계에서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살고 싶은 이상세계를 꿈꾸며, 소원을 빌면서 행복한 나라를 꿈꾸어 왔던 것이다. 또한 우리 조상들은 경복궁 교태전 등 궁의 뒤뜰에 토끼의 형상을 새겨 넣었는데 이것은 궁의 여인들이 아무 근심 걱정 없이 편안하게 생활하게 해달라는 염원의 표현 방법이었다. 이렇게 토끼는 우리 삶 속에 밀접하게 자리 잡은 고요와 평화와 행복의 상징이었다. 연말을 맞아 상상 속의 유토피아지만 보름달 속의 토끼를 보며 편안과 행복을 염원하고, 어려움을 이겨낸 인류의 지혜로 힘든 환경에서도 남을 위해 기도하는 여유를 갖고 살았으면 한다. 미광선일 법명사 회주

[인천의 아침] 이태원 참사와 바벨탑

이태원 참사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병폐를 그대로 보여준다. 참사의 원인과 배경을 놓고 경찰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제대로 밝혀지고 풀려지기는 난망해 보인다. 모든 병폐가 얼기설기 얽혀 있기 때문이리라. 필자는 그 근본 원인이 ‘불통’이라고 본다. 소통이 아닌 불통. 직접적으로는 당시 좁은 골목에 터질 듯 몰린 인파 간에 전혀 소통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쉴 새 없는 대책과 구조 요청에 경찰과 소방 당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를 관장하는 행정안전부 등 정부 당국도 마찬가지였다. 불통이다. 용산구와 서울시도 지자체로서 구민과 시민의 안전 대책을 소홀히 했으며, 재난 시 역할도 제대로 못했다. 이 와중에 사실과 진실 파악보다는 정쟁에 이용하려는 일부 언론과 세력도 마찬가지다. 역시 불통이다. 구약성서의 창세기에는 ‘바벨탑’에 관한 짧고도 매우 극적인 일화가 실려 있다. 드높고 거대한 탑을 쌓아 하늘에 닿고자 했던 인간들의 오만한 행동에 신은 분노한다. 탑을 쌓기 위해서는 아래에서 위로 벽돌이 잘 올라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하는 사람 간에 같은 뜻을 지닌 하나의 언어로 소통해야 한다. 그러나 분노한 신은 본래 하나였던 언어를 여럿으로 분리하는 저주를 내렸다. 바벨탑 건설은 결국 혼돈 속에서 처참히 그 막을 내렸다. 하늘에 닿는 탑을 세우고자 했던 인간들은 불신과 오해 속에 서로 다른 언어들과 함께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불통의 시대에 사는 오늘의 우리들 역시 되지도 않을 바벨탑을 막무가내로 쌓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무관심과 불신과 오해 속에 곧 무너져 내릴 비극을 생각지도 못한 채. 인간은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사는 사회적 존재다. 인간(人間)이라는 한자를 풀이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의미로, 인간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존재’를 의미한다. 즉, 인간이라는 단어 자체가 ‘인간관계’의 뜻을 담고 있다. 이 인간관계의 기본이 ‘소통’이다.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이 소통이다. 오해가 없음을 이른다. 즉, 모름지기 인간관계는 서로 막히지 않고 오해 없이 뜻이 잘 통하는 소통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사회와 인간관계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다. 불통의 이태원 참사가 여실히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소통이 아닌 불통인 것이다. 더 이상 불통의 바벨탑을 쌓아선 안 된다. 이제 불통의 시대, 불통의 사회를 접고 더 늦기 전에 조금씩이라도 ‘열린 소통’으로 나아가야 하겠다. 그것이 우리를 살리는 길이다. 윤세민 경인여대 영상방송학과 교수

[인천의아침] 이제 유가족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필자는 4월 16일생인데 세월호 참사 이후 매년 생일에는 기쁨보다는 애도의 마음으로 보내게 된다. 침몰하는 배를 보면서 살릴 수 있었던 소중한 생명들이 안타깝게 꺼져 가던 모습은 모두에게 아픔과 충격이었다. 2022년 10월29일 이태원에서 벌어졌던 참사도 마찬가지다. 서울 한복판에서 언제나 붐비던 거리를 걸어간 것뿐인데 157명의 소중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고 아직 11명이 입원 치료 중이다.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서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많은 의료진이 밤낮을 고생을 하는데, 젊고 건강했던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고 심폐소생술을 받는 모습에 너무 허망했다. 남은 가족들의 슬픔은 또 얼마나 클 것인가. 소중한 자식이나 가족을 갑자기 잃게 되었을 때 그 충격과 아픔은 미루어 짐작조차 어렵다. 사망 소식을 들은 직후에는 경황도 없이 장례를 치르고, 이후에도 며칠이 지나야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 다음을 생각하게 된다. 세월호 참사엔 단원고 학생들이 많아 장례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며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유가족들이 모여 슬픔을 나누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능했다. 이번 참사는 유가족들이 모이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합동분향소에는 유족의 의견도 묻지 않고 희생자의 영정사진이나 위패를 두지 않았다. 사망자 가족들에게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대답을 하는데 100명이든 200명이든 일일이 확인해서 개별 유족들의 뜻에 따랐어야 했다. 장례를 마치면 말 못하고 죽은 내 가족의 억울함을 알려야 하는데 함께 고통받는 다른 가족들이 어디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유가족들이 모이는 것을 정치적이라고 호도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교통사고나 산재사고가 나면 보험회사나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보상이나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참사의 경우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한 지자체와 국가의 책임이 분명하다. 매년 있어 왔던 행사와 인파였고 그동안은 적절한 경찰의 통제하에 사고없이 지나왔는데 유독 올해 그 인력이 배치되지 않았던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참사 이후 보여줬던 지자체장이나 행정 지도자들의 모습에서는 진지한 사과나 유가족들을 위한 배려는 보이지 않았다. 어떤 보상이나 배상도 생명과 바꿀 수 없겠지만, 생존한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슬픔을 나누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 때처럼 단식을 하고 있는 유가족 옆에서 피자를 먹는 파렴치한 행동들은 없어야 하고, 언론은 피해자와 희생자 가족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 상처받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사실을 숨기고 조작했을 때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이길재 가천대 길병원 외상외과 교수

[인천의 아침] 정치인에게 휘둘리지 말고 국민이 주인 되자

정치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그들을 충복으로 만드는 법은 없을까. 이 시대 병폐의 하나는 정치인이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친 것이다. 언론도 따라 편향성이 갈라지고 국민은 저도 모르게 어느 한 편이 되도록 강요받았다. 김동길 박사가 돌아가셨다. 지난달 Y뉴스는 “민주화운동에 관여했다가 보수 논객으로 변신... ‘이게 뭡니까’ 유행어 남겨”라는 소제목을 달며, 김동길 명예교수가 별세했다고 전했다. 민주화운동을 한 사람이 보수 논객으로 활동하면 변신인가. 독립운동을 하는 데 좌우가 따로 없듯, 민주화운동에도 보수·진보가 따로 없다. 정치인이 국민을 갈라쳤다면 이제 국민이 그런 정치인을 솎아낼 차례가 됐다. 주권자 국민은 지지 정당을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정책과 사안별로 지지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신문·방송의 종류도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다. 정치·경제·문화·예술·과학 등 여러 분야의 하나인 정치 기사는 다른 분야를 압도하며 일부 편향되기도 한다. 여러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각종 SNS의 등장으로 기존 언론의 전성시대는 끝났지만, 주요 신문·방송사는 아직도 자신의 논조나 화면만을 보고 독자나 시청자가 세상사를 판단하기를 바라는 걸까?. 쏟아지는 디지털 정보 시대에 가짜뉴스를 선별해야 하는 것은 우리 몫이고, 채널을 돌리고 절독하는 것도 우리 몫이다. 선동하는 기사나 영상을 볼 바에야 차라리 하늘의 구름을 보자. 중세의 종교지도자나 지배층은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고집하며 백성에게 자신을 따르고 자기 주변을 돌라고 엄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들이 백성 주변을 도는 시대다. 언제 우리가 지배세력이 되겠다고 했었는가. 봉사자가 되겠다는 지도자를 공복으로 만들려면 우리가 선동당하지 않아야 한다. ‘타인의 삶’을 내세워 매개물로 삼는 정치꾼은 때로 남을 선동하지만, 그러나 자신의 삶을 ‘주인’으로 살려는 주권자 국민은 니체가 말한 ‘힘에의 의지’(주인의식)대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선택할 수 있다. 이 당, 저 당에 자신을 매어두지 마라. 왜 당신이 무턱대고 이 당을 계속 지지해야만 하는가?. 제대로 할 때만 지지해라. 그들이 국민을 쫓는 것이지, 왜 당신이 그들의 당을 따르는가. 남을 지배할 욕심이 없는 백성은 항상 욕심이 있는 자를 경계하라. 누가 뭐래도 현시대의 주인은 국민이고, 언제나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돈다. 진정 당신이 주권자라면, 선동당한다면 본인 탓이다. 이흥우 해반문화사랑회 명예이사장

[인천의 아침] 통계로 지역을 성평등하게 만들기

여성가족부는 지역성평등지수를 매년 발표하고 있는데, 이는 각 지자체의 성평등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경제활동, 의사결정, 교육·직업훈련, 복지, 보건, 안전, 가족, 문화·정보 등 8개 분야별로 점수를 산정해 4개로 등급을 매겨 발표하고 있다. 지방정부는 이 성적표 결과에 따라 낮은 점수를 받은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지역의 성평등 수준 향상을 도모한다. 인천광역시는 2015년부터 중하위권을 유지하다가 2020년 중상위권으로 한 단계 상승하는 성과를 보였다. 지역성평등지수를 군·구 단위로 적용해 기초자치단체 성평등 성적표를 발표하는 것이 인천광역시 군•구별 성평등 지표다. 인천 여성단체 ㈔한국여성인권플러스 성평등정책연구소는 오랫동안 국가성평등지수 및 지역성평등지수 연구를 해온 주재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 협력하여 2019년 기초자치단체 수준에서의 성평등 지표를 최초로 개발하고 인천광역시 군•구별 성평등 수준에 관한 체계적인 분석을 시도한 것이다. 민간 주도로 기초자치단체 성평등 수준을 평가하는 체계적인 지표를 개발했다는 점은 매우 놀라운 성과인데 이것을 매년 꾸준히 지속해 오고 있다는 점은 인천광역시의 큰 자랑거리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월27일 올해로 4번째 군•구별 성평등 지표를 발표하면서 ㈔한국여성인권플러스와 인천여성가족재단이 협력해 시민 체감도 성평등 수준 분석을 함께 발표했다. 성평등 지표로 측정된 지역의 분야별 성적표를 지역주민들이 과연 그대로 체감하고 있는지 측정함으로써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위한 과제를 모색해 보는 협업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양성평등문화 확산 및 여성단체활성화 공모사업으로 군•구별 성평등 수준 분석 사업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졌고 인천여성가족재단의 젠더 거버넌스 시민활동가들이 시민체감도 조사에 참여해 민•관의 협력으로 연구와 사업이 수행됐다는 점에서 이는 젠더 거버넌스 구축의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젠더 거버넌스’는 민과 관의 협력과 참여에 의한 협치를 통해 성평등을 추진한다는 정책 용어이다. 통계를 통해 지역을 성평등하게 만들고자 하는 협치와 열정의 산물인 이 성적표에 대해 이번에는 인천광역시 각 기초자치단체가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평등 수준 향상을 위한 노력으로 화답할 차례다. 정승화 인천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실 연구위원

[인천의 아침] 여성가족정책 최우선 과제는 ‘성평등 임금공시제’

2022년은 성평등 노동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해다. 2022년 5월 개정 시행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은 노동자가 사업주로부터 모집과 채용 과정에서 차별적 대우를 받거나 성희롱 피해를 받은 경우에 사업주에게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2022년 6월부터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이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으로 전면 개정된 것도 성평등 노동정책으로의 이행을 담고 있다. 이는 그동안 여성노동정책이 재취업 중심의 여성일자리 정책에 주목해 왔던 틀에서 벗어나 성평등 고용환경 조성과 여성노동권 보호를 통한 경력유지 정책으로 방향이 전환됐음을 나타내고 있다. 성평등 노동정책은 노동시장의 성평등성 제고를 위한 성별임금격차 해소와 고용차별 해소, 여성고용의 질 향상과 경력유지 지원, 성평등한 직장문화 조성, 일·생활균형 지원 등을 포함한다. 성평등 노동정책의 출발점은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성평등 임금공시제 도입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성별임금격차는 채용에서부터 승진과 경력산정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 성차별의 누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성평등 임금공시제는 전년도 만근한 재직자를 대상으로 고용형태 및 직급별, 재직 연수 등 세분화된 항목으로 성별임금을 비교분석해 격차를 드러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이를 통해 격차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후속 작업도 함께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광역시 공공기관 성평등 임금공시제 도입은 제1차 인천 양성평등 종합계획(2018~2022년)에서부터 꾸준히 제기되었던 과제로 인천지역 여성단체와 여성노동계의 숙원이기도 하다. 인천광역시는 주민참여예산 연구과제로 내년에 공공기관 성별임금격차 분석 연구를 수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조례 제정이 연구와 함께 추진될 필요가 있다. 인천광역시가 지분을 보유한 산하의 공기업 및 출자·출연 기관을 대상으로 임금 현황을 파악하고 성별임금격차 예방 및 개선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과 함께 공공계약에 참여하는 민간기업에 성별임금격차 해소 노력을 부과하거나 장려 정책을 시행하는 방안 등도 포함할 수 있다. 새롭게 출범한 민선 8기 시의회에서는 성평등한 노동환경 조성을 위한 지방정부의 책임과 역할을 촉구하며 성평등 노동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성별임금격차해소를 위한 조례 제정에 힘써 주길 당부한다. 정승화 인천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실 연구위원

[인천의 아침] 중증외상은 인생의 태풍이다

역대급 강력한 슈퍼태풍 ‘힌남노’가 우리나라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이 영향을 받는 만큼 큰 피해가 예상된다. 지난달 내린 많은 비로 인한 피해를 채 복구하기 전이라 더욱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미리 준비하더라도 재해를 다 막을 순 없지만, 특히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같이 노력하고 재해 복구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살다 보면 내가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는 일들이 생기곤 한다. 많은 이들이 현재를 살기도 빠듯해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기는 더욱 어렵다. 한동안 집값이 폭등하면서 내 집 마련은 더욱 힘들어졌고, 더 늦기 전에 대출을 받아 구입한 이들은 오르는 금리와 내리는 집값에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내 의지로 바꿀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아픈 것이다. 누구나 나이가 들어가며 여러 질병에 걸린다. 검진을 통해 미리 발견하고 치료받으면 좋겠지만, 여러 이유로 바쁘게 지내다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중증외상은 나이와 상관없이 일어나고, ‘아차’ 하는 순간에 발생하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심하게 다치면 안타깝게도 이전의 일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평생 장애가 남기도 한다. 슈퍼 태풍은 준비한다 해서 모두 막을 수 없다. 대신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정부에서 여러 지원을 하는 것처럼, 개인의 삶에서 예상치 못하게 발생하는 재난과 같은 상황도 공공의 영역에서 도와주어야 한다. 불의의 사고의 경우 초기에 적절한 치료와 재활을 받으면 이전의 상태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오랜 기간 개인의 고통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중증외상은 종전의 119 시스템과 권역외상센터 사업을 통해 초기 치료에 많은 개선이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급성기 이후에 조기 재활이 중요한 환자들이 많은데, 재활수가가 제한적으로 적용받다보니 전문재활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경미한 교통사고로 입원해서 물리치료나 침을 맞느라 보험재정이 사용되는 동안, 정작 조기 재활이 필요한 중증외상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태풍의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대비하고 피해 복구를 위해 정부가 나서는 것처럼, 중증외상 환자의 치료와 재활은 우리 사회의 인적 자원에 대한 책임이고 투자이기 때문에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길재 가천대 길병원 외상외과 교수

[인천의아침] 사실판단을 가치판단으로 바꿔 본질 왜곡하기

어떤 사건이 사실인지 아닌지 팩트체크하는 것이 ‘사실판단’이다. 그리고 누구나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이 객관적 사실이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고, 무작위로 뽑은 표본의 평균은 표본이 커질수록 모집단의 평균과 가까워진다는 ‘대수의 법칙’도 누구나 인정하는 통계적 사실이다. 반면 어떤 대상이나 사건이 아름다운지, 도덕적인지 판단하는 것은 ‘가치판단’이다. 내가 인어 조각상을 아름답게 본다고 해서 모든 이가 똑같이 아름답게 느끼진 않는다. 대체로 비슷하겠지만, 사람마다 문화권마다 미적· 윤리적 가치의 기준과 평가는 조금씩 다르다. 과학적 ‘사실판단’과 인문학적 ‘가치판단’은 다르다. 이따금 정치인이 대중을 현혹할 때, 사실판단과 가치판단을 교묘히 이용한다. ‘네가 빵을 훔쳐 갔느냐 아니냐’라는 ‘사실’을 논쟁하다 갑자기 “배고픈 이를 위해 빵을 훔친 것은 착한 일이냐 아니냐”로 논쟁을 ‘가치’로 옮긴다. 훔친 것이 아니라면 배고픈 이에게 빵 주는 것은 선한 일이다. 그런데 처음 논쟁의 시작은 이쪽이 아니었다. ‘사실 논쟁’을 ‘가치논쟁’으로 슬며시 옮긴 데에 교활함이 숨어있다. 정치꾼은 연단 앞으로 나아가 착한 역할을 하는 자리를 선점한다. 착한 행동은 남에게 하라고 시키고 자신은 착한 말만 팔아 잇속을 챙긴다. 서서히 ‘네가 빵을 훔쳐 갔냐’는 사실 논쟁은 뒷전으로 가고, “배고픈 이를 위해 빵을 훔친 것이 착한 일이냐”는 가치논쟁이 앞으로 나온다. 판단의 대상이 전혀 다른 사실판단과 가치판단을 헷갈리게 하여 속이는 것이다. 두 영역의 판단은 따로 묻고, 따로 답해야 한다. ‘귀순 어민을 강제로 북송한 사실이 있느냐 아니냐’고 사실판단을 묻는데, 그 대답은 하지도 않고 돌연 “16명이나 죽인 흉악범을 한국민과 같이 살게 두는 것이 좋겠냐 아니면 추방하는 게 좋겠냐”며 별도의 화제로 감정을 자극하며 가치판단으로 방향을 유도한다. 게다가 흉악범이란 근거에 대한 객관적 사실 확인도 없이 우선 흉악범으로 단정한다. 그리곤 ‘흉악범이라 나쁘다’라는 주관적 가치판단을 들이댄다. ‘강제북송이냐 아니냐’를 묻는데 답은 없이 “흉악범이라 위험하다”로 질문의 본질을 왜곡하고, 심리적 압박으로 반문하는 셈이다. 객관적인 과학적 사실은 사진이나 증거로 검증되지만, 선과 미 같은 가치는 내면적이고 주관적이어서 꺼내놓고 비교하는 게 어려우므로, 교활한 이들은 사실판단을 가치판단으로 호도해서 순박한 국민을 때때로 바보로 만든다. 이흥우 해반문화사랑회 명예이사장

[인천의 아침] 행복의 조건

행복의 조건은 오유지족(吾唯知足)이라고 한다. 그 뜻은 나는 오직 만족할 줄을 알고 있다는 말이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에 대해 만족하라는 말이다. 노자의 도덕경에서는 만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길이 오래도록 편안할 수 있으리라고 했다. 하지만 세상은 끝없는 욕망으로 서로 간에 경쟁하며 싸우고 있다.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 끝은 종말이라는 단어가 정답이라고 본다. 국가 간의 이익과 분열로 인한 과도한 욕망이 전쟁으로 나타나 분노가 서로를 죽이는 악마의 모습으로 변한다. 또한 더 무서운 것은 인간의 부의 창출로 만들어낸 자연 파괴의 소비문화는 지구 자연환경의 파괴로 우리끼리 서로 싸우며 죽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우리를 죽이는 대변혁의 사태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는 지금 3차 대전의 전초전이라도 보듯이 강대국 간 갈등의 폭이 커 가고 있다. 미·중·러시아 유럽연합 등이 서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쉽게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인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과 중동 지역의 긴장된 화약고들, 특히 한국도 남북 간의 갈등이 커져가고 있다. 일본도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헌법을 바꾸려고 공식적으로 진행 중이다. 또한 모든 나라가 무기를 사들이는 등 국방력 강화에 혈안이 돼 가고 있다. 여기에 행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는 너무 거리가 멀다. 지금 사람들의 행복지수를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2022 세계 행복보고서’에서 발표했다. 국가별 행복지수에서 핀란드가 5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은 146개국 중 59위였다. 첫째, 핀란드인은 정직하다. 핀란드인이 타인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믿음 또는 신뢰성이다. 세계 주요 도시에서 지갑을 떨어뜨려 놓고 회송된 비율을 따져 봤더니 핀란드 헬싱키가 1위였다. 둘째, 이런 사회적 신뢰는 정부와 국민의 상호신뢰로 이어진다. 셋째, 타협문화다. 핀란드의 타협문화는 정치나 노사관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넷째, 교육이다. 핀란드는 모든 국민에게 동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공교육이 무상이다. 다섯째, 우수한 사회보장 제도와 양성평등이다. 끝으로 핀란드의 자연환경을 빼놓을 수 없다. 핀란드에는 18만 개가 넘는 호수가 있고, 인구는 550만명으로 인구밀도가 유럽에서 세 번째로 낮다. 이 모든 조건은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체제이며,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뒷받침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좋은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고 국가의 의료제도, 사회서비스 등 좋은 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믿음과 신뢰도 정직성이 떨어지는 것이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 정직성과 신뢰성을 잘 지킨다면 대한민국도 행복한 나라로 갈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가진 나라가 곧 되리라고 믿는다. 미광선일 법명사 회주

[인천의 아침] 위험천만한 전동킥보드, 전용도로 확보가 우선

전동킥보드는 부피가 작아 휴대 및 이동이 편리하고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으로 짧은 시간내에 널리 퍼져서 이제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교통수단이 되었다. 그 수가 늘어나는 만큼 관련된 사고도 많아지고, 끔찍한 사고 장면을 뉴스에서 보는 경우도 잦아졌다. 권역외상센터에 전동킥보드 사고로 내원하는 환자들은 몇 년 전만 해도 대부분 10대나 20대의 젊은 연령이 주였지만, 요즘에는 어린이부터 70대 이상의 노인까지 다양한 분포를 이룬다. 사고의 종류도 운전미숙으로 인한 단독사고부터 자동차나 오토바이와 충돌하는 경우, 단순 열상이나 골절부터 뇌출혈 등의 중증외상까지 다양하다. 정체 구간에서 자동차보다 빠르게 지나가다 보면 자동차 운전자의 사각지대에 있어 차선 변경이나 회전시에 발견하지 못하고 사고가 나는 경우도 발생한다. 헬멧을 쓰지 않고 인도를 이용하는 경우 바닥이 고르지 않거나 가로수 등의 턱에 걸리면서 단독 사고 만으로도 생명을 잃을 수 있다. 늦은 밤 안전등이 충분하지 않고 특히 음주 상태인 경우 더 심각한 사고로 이어지곤 한다. 도로교통법을 개정하여 헬멧 착용이나 정원 제한 등을 정하고 단속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늘어나는 전동킥보드 사용자들을 모두 관리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밖에 다양한 대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전동킥보드의 속도 제한은 시속 25㎞지만 일부의 경우 제한을 해제하여 40~50㎞ 이상으로 주행하는 경우도 있다.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먼저 확보되어야 한다. 전동킥보드를 차도와 인도 모두로부터 분리해야 사고를 줄일 수 있다. 전용도로가 없는 지역은 전동킥보드의 이용을 금지하거나 제한 속도를 시속 10㎞ 정도로 더욱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후미등이나 안전등을 더욱 보강하고, 2인 탑승이나 음주 운전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단속해야 한다. 오랜 단속으로 이제는 안전벨트를 하지 않는 운전자는 거의 없는데 훨씬 더 위험한 전동킥보드는 최소한의 보호 장구인 헬멧도 쓰지 않고 타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기술이 발전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이동수단이 전동킥보드가 되어버려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줘야 한다. 지하철이 발달한 우리 나라의 대도시에서 전동킥보드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전용도로가 잘 마련된다면 교통 정체도 개선되고 환경에도 도움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여건에서는 너무 위험한 이동 수단이기 때문에 제한과 단속이 필요하다. 편리함과 시민의 생명 중에 우리 사회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이길재 가천대 길병원 외상외과 교수

[인천의 아침] 펜션 가꾸기와 꺾꽂이

인천에는 전국 팔도의 사람이 모여 산다. 필자 친구의 손아랫동서는 강원도에서 인천으로 와 직장에 다녔다. 그러다 친구의 처제를 만나 결혼해 부평에서 살다가, 지금은 은퇴해 고향에 돌아가 펜션을 운영한다. 몇 년 운영하다 적적해선지 처제가 언니와 형부까지 불러대는 통에, 친구도 동서 따라 이사 가서 펜션을 운영하며 가까이 살고 있다. 요즘 친구 아내는 산과 들의 야생화나 나무들 꺾꽂이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뒷마당 비닐 온실에는 화분마다 여기저기서 옮겨온 이름 모를 가지들이 재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줄기나 가지를 꺾어 화분 흙에 심기만 하면, 저 영산홍처럼 저마다 뿌리를 내려 꽃이 핀다고 한다. 어떤 가지는 나중에 이파리나 꽃이 나오고서야 무슨 나무인지 알게 된다며 신이 나서 그 이름을 알려준다. 사람의 처지도 비슷하여, 강원도로 간 친구도 평창에 뿌리를 잘 내리고 산다. 이따금 인천 친구가 방문해 옛정을 뿌리고 가면, 잠깐 추억에 힐끔 적적함이 보일 뿐이다. 친구 처제와 동서는 꽤 부지런해서 작년엔 안목항이 보이는 언덕 위에 자매처럼 마주 보는 펜션 두 채를 더 지었다. 몇 년 전 바닷가 근처의 오래된 가옥을 샀었는데, 그걸 방 7개짜리 농어촌 민박 시설 2동으로 예쁘게 탈바꿈시켰다. 언덕 위에서 비추는 등대 불빛을 가리지 않게, 6층까지만 건축허가가 났다 한다. 친구 처제는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꿈같은 건물을 꾸몄으니 한 동을 언니에게 운영하라고 권하지만, 언니는 “너는 아직도 나를 모르느냐?”면서 꿈적도 하지 않는다. 언니는 꺾꽂이에 빠져 있고 동생은 등대 아래 하얀 펜션에 빠져 있다. 언니는 앞뜰의 자갈밭 틈에서 나오는 꽃이 밟힐까 못내 안쓰럽다. 뽑아 꽃밭에 옮겨심으면 오히려 죽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도 귀하다고 손이 많이 가면 제대로 크지 못하고 스스로 핀 꽃이 더 강인하다며 활짝 웃는다. 어딜 가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시 멈춰도 주변의 삽목(揷木)할만한 가지들을 찾느라 어느 틈에 사라져, 친구는 아내를 찾느라 정신이 나간다고 엄살이다. 친구 처제는 언니가 펜션 주변에서 골라 놓은 돌무더기로 새 펜션을 단장하겠다며, 오늘도 씩씩한 동서와 새벽부터 트럭을 몰고 평창에 와서 돌을 잔뜩 싣고 다시 안목항으로 갔다. 안목항 앞바다에, 살아있는 듯 일렁이는 파도에 햇살은 부딪혀 반짝이고, 밤 항구로 돌아오는 배에 등대 불빛은 반짝이는데, 오늘도 좋은 날들이 어딘가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다. 무엇이 가려, 이 푸른 바다를 우린 그동안 못 보았을까. 이홍우 해반문화사랑회 명예이사장

[인천의 아침] 다시 공정과 상식으로

‘공정’과 ‘상식’은 윤석열 대통령의 오늘을 있게 한 중심 키워드다. 대선 기간 내내 이 공정과 상식을 주창했고, 그 결과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윤석열 정부가 탄생한 것이다. 당연히 온 국민은 ‘공정’과 ‘상식’에 입각한 정책, 그리고 ‘공정’과 ‘상식’의 정부 운영을 기대하고 있다. 그런 기대 탓인지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새 정부 출범 이래 서서히 오르면서 지난 6월 첫째 주에 긍정평가 53%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한 달 만인 최근 7월 첫째 주 지지율이 30%대로 낮아졌다. 정치권에서는 국정 수행을 위한 최소한의 지지 동력으로 40%를 꼽는데, 취임 후 두 달이 채 안돼 40%대가 붕괴된 것이다. 한국갤럽이 7월 8일 발표한 ‘7월 첫째 주 대통령 직무수행평가(7월 5~7일)’에서 윤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한 응답이 37%, “잘못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이 49%였다. 긍정 평가가 한 달 만에 16%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7월 첫째 주 윤 대통령 지지율은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41%)보다도 낮았다.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로는 외교(6%), 전 정권 극복(6%), 소통(6%), 결단력 뚝심(5%)를 꼽았다. 반면 부정으로 평가하는 이유로는 인사(25%)를 가장 문제로 꼽았다. 이어 경제 민생 살피지 않음(12%), 경험 자질 부족(8%), 외교(6%) 순이었다. 발언 부주의는 3%였다. 한국갤럽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지난주까지는 주로 이념성향 중도층과 무당층에서의 변화였으나, 이번에는 윤 대통령에 호의적이던 고령층, 국민의힘 지지층, 성향 보수층 등을 비롯한 대부분의 응답자 특성에서 긍정률 하락 및 부정률 상승 기류가 공통되게 나타났다”고 풀이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다. 오로지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지지율은 당연히 큰 의미가 있다. 대통령이 여론조사와 지지율에 흔들려선 안 되지만, 그것은 엄연히 현재의 국민 지지율이기 때문이다.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현 상황의 의미를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여권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결과는 윤석열 정부를 세운 ‘공정’과 ‘상식’이 국민들은 현재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시 공정과 상식으로 돌아가자!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의 슬로건은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였다. 이를 “다시, 공정과 상식! 새로운 공정과 상식”으로 돌이켜 새겨야 할 것이다. 윤세민 경인여대 영상방송학과 교수·문화평론가

[인천의 아침] 사회적 유언공증 쉽게 할 수 있게 지원해야

몇 해전 필자의 공증사무소에 모 주민센터로부터 유언공증에 관한 문의전화가 왔다. 내용인즉, 어떤 독거노인께서 자신의 사후에 남은 모든 재산을 나라에 바치고 싶다면서 주민센터를 찾아오셨는데,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 지 방법을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주민센터를 통해 그 어르신을 만나 보니 어르신께서는 처자식은 없고, 조카가 있기는 하지만 왕래하지 않고 지내는 중이라서 조카에게는 자신의 재산을 남기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남은 모든 재산을 나라에 바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유산전부를 나라에 바치겠다는 생각은 아무나 하기 어려운데, 특별히 그렇게 결정하신 이유가 있으신지 여쭤봤더니, 어르신께서는 나라에서 노인요양급여나 경로우대 등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고, 주민센터 사회복지공무원들이 정기적으로 연락을 해주거나 명절 등에 시시때때로 선물을 갖다 주는데 이는 조카들보다도 훨씬 더 낫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 말씀을 들으니 어르신의 흔치 않은 생각에 감동이 되었고, 어르신의 의중을 받들어 해당 지방자치단체를 수증자로 하여 유언공증을 해 드리면서 흐믓한 적이 있었다. 그것을 계기로 필자는 그와 같이 유산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유언장작성 운동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펼치면 어떨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통계에 따르면, 유언장을 작성하는 비율이 대한민국은 0.5%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56%에 이른다고 한다. 그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는 유산이란 당연히 그 전부를 자녀에게만 물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유언장을 쓸 필요성이 적은 반면, 미국은 유산을 자녀에게 남겨주는 것보다는 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을 위해 쓰는 것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유언장을 작성하는 비율이 더 높다는 것이다. 자식들한테만 유산을 전부 주는 것은 부의 대물림이 되어 공동체통합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너무 많은 유산을 받은 것 때문에 자녀 인생을 망치거나 혹은 상속재산을 분배를 두고 가족간의 불화를 겪는 등 개인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제 우리 사회도 유산은 지역사회공동체를 위해 의미있는 일을 위해 남겨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도록 사회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현재까지는 종교단체, 교육기관 위주로 편중된 기부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지역사회나 시민사회단체에 기부하도록 하여 그 유산이 지역사회의 공익적인 활동에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때마침 7월 1일 민선 9기 임기가 시작되었는데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기부나 유증이 지역사회나 시민사회단체에 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각종 유인책을 모색하고 제도적 장치를 정비해 나갔으면 한다. 배영철 인천지방변호사회 변호사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