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테슬라는 왜 신차 가격을 낮췄을까?

테슬라는 중국에서 차 가격을 최대 13.5% 낮췄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약 석 달 만에 중국 시장 차 가격을 또 내린 것이다. 그렇다면 왜 테슬라는 신차의 가격을 낮췄을까? 전기차가 이미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진입했고, 이제는 테슬라가 치킨게임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치킨게임이란 시장 1위의 기업이 후발주자를 따돌리려고 가격을 낮춰 시장 점유율을 올리는 행위다. 시장 1위 기업은 잉여 현금도 있고 기술도 앞서고 고객의 브랜드 인지도도 있다. 따라서 설비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그를 기반으로 원가를 최대한 낮춘다면 이제 시장에 막 뛰어드는 후발주자들이 적자를 견디다 못해 결국 파산한다. 지금 전기차 시장 중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는 전기차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 중국에서 보조금을 주면서 전기차 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전기차가 만들기 쉬운 만큼 전기차를 만들어 팔면 정부 보조금이 기업으로 들어온다. 그런데 올해부터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이 없어진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으로 시작된 미국 연준발 고금리 시대가 시작됐다. 자금과 기술력,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기업은 바로 도태된다. 따라서 이제 치킨게임을 하기 딱 좋은 시대가 열린 것이다. 테슬라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기차의 연간 판매량이 1천만대에 못 미친다. 1천만대가 중요한 이유는 내연기관차 연간 판매량이 9천500만대에서 1억대 정도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연기관차가 전부 전기차로 바뀐다고 가정한다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10% 정도 되는 지점이 바로 1천만대이기 때문이다. 시그모이드 곡선에 의하면 10%까지는 모든 전기차 브랜드가 오른다. 그러나 10%를 상회하는 순간부터는 주도 기업이 나타나며 급격히 전기차로 대체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주가는 반대로 횡보할 가능성이 있다. 이유는 치킨게임 때문이다. 전기차 점유율 상위 3~5개의 과점 기업이 후발주자들을 죽이려고 가격은 내리고 성능은 높이기 때문에 할인 판매와 대대적인 설비 투자, 연구개발(R&D) 투자가 이어질 것이다. 치킨게임이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장밋빛 미래보다는 철저한 실적과 시장 점유율로 주가가 오르내릴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전기차 판매량이 연간 1천만대도 안 되는 상황에서 시작됐다. 그렇다면 치킨게임에서 전기차 기업으로서 가장 위험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이익률이 떨어지는 것이다. 치킨게임은 대부분 이익률이 높은 기업이 시작한다. 그래야 설비투자를 선제적으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치킨게임이 길어질수록 이익률의 대부분을 재투자에 써야 한다. 재투자는 설비투자, R&D 비용 등을 말한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지는데 높은 이익률을 재투자에 쏟다가 어느 순간 경쟁이 치열해져 이익률이 확 떨어지면 기대치가 꺾이면서 주가는 고꾸라진다. 결론적으로 성장은 가치를 파괴하면서 하는 성장이 있고 가치를 창출하면서 하는 성장이 있다. 전자는 치킨게임이 시작되는 성장이고 후자는 치킨게임이 끝나고도 지속적으로 하는 성장이다.

[이슈&경제] 새해 주택시장 안정·주거약자 복지 꿈꾸며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큰 상황에서 최근 ‘혁신과 성장의 대한민국, 국토교통부가 만들어가겠습니다’를 주제로 2023년 업무계획을 국토부는 발표했다. 정부의 정책과제 중에서 필자는 주택시장 안정과 주거약자 복지 구현에 대한 정부 정책 방향과 정책 조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시장변화에 부응하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다. 주택시장의 과도한 규제를 정상화하기 위해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및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해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전매제한 기간도 수도권은 최대 10년에서 3년으로, 비수도권은 4년에서 1년으로 완화하는 방안은 매우 고무적이며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주택 등에 적용되는 실거주의무는 폐지하기로 했는데 이는 진작 폐지했어야 하는 불필요한 규제였다고 본다. 중도금대출 보증 분양가 상한기준이 현행 12억원인데 이 기준도 폐지하고, 특별공급 배정 분양가 상한기준으로 현행 투기과열지구 9억원도 폐지해 분양가와 관계없이 모든 주택에서 중도금 대출 및 특별공급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부동산 시장 정상화의 첫걸음이라고 평가된다. 둘째,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기반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주택건설 사업 전 단계에 걸친 자금 조달 지원을 하기로 한 것은 현재 살림살이가 팍팍한 건설사들과 이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에게 큰 희망을 주는 정책으로 판단된다. 자금시장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장을 위해 장기대출 전환 보증상품을 신설해 사업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것이다. 또 착공 단계 사업장은 10조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을 공급해 공사를 원활히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준공 전 미분양 사업장에도 5조원 규모의 보증을 지원하는 것은 쓰러져 가는 건설 경기에 청신호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두텁고 촘촘한 주거복지 구현 방안이다. 청년·서민 내집 마련을 위한 공공분양주택 ‘뉴:홈’ 50만가구를 본격 공급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해 말에 2천300가구에 대한 사전청약 공고를 시작으로 올해는 서울 도심 등 우수 입지에 사전청약 7천가구를 공급, 공급 체감도를 높여 젊은층 서민의 내집 마련 기회를 확대한다. 특히 전세사기 같은 보증금 미환급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세입자에게 선순위 권리관계, 납세증명서 요구 권한 등을 부여하고 임대인이 세입자 몰래 선순위 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시중은행에 확정일자 확인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임대차 시장 건전성 회복을 위한 등록임대 정상화는 칭찬할 만한 정책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는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풀어 서민들이 일시적으로 숨통이 트인 것은 사실이다. 건설사도 자금 조달이 잘 되지 않아 정부가 보증을 해주는 상황에 이른 것을 볼 때 부동산 시장이 금방 정상화되기는 어려운 시기다. 부동산 경기가 어렵다 보니 전세사기가 극성인 것도 정부가 더 꼼꼼히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부동산 정책당국자들이 신명나게 일을 해 계묘년 새해 주택시장 안정과 주거약자들의 복지가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슈&경제] 2023년 중소기업에 거는 기대

다사다난했던 2022년이 저물고 2023년 계묘년 새해가 시작됐다. 연례행사처럼 각 기관은 신년사와 신년 희망 사항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중소기업계의 신년사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함이 묻어 난다. 2023년 중소기업계가 선정한 사자성어는 ‘금석위개(金石爲開)’로 알려졌다. 금석위개는 정성이 쇠와 돌을 뚫는다는 뜻으로 강한 의지로 정성을 다하면 어떤 일이든 다 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중소기업계의 각오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한국 경제의 위기감에 대한 극복 의지가 담겨 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한국 경제는 신3고(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 따른 복합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미국발 고금리로 인한 국내 금리의 급격한 상승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직격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야기된 국제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고물가의 충격이 내수경기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도 만만치 않아 2022년 무역수지는 500억달러를 초과해 1996년 206억달러 적자 규모를 넘어선 것이다. 2023년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비관론이 우세하다. 우리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경제전문가들의 전망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앞으로 1, 2년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골든타임’이라는 점에서 현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재정 여력을 소진했기 때문에 가장 비용 친화적인 해법은 역시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기술 기반의 창업기업이 꾸준하게 늘고 있으며 죽음의 계곡을 넘어선 혁신형 중소기업의 숫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일단은 희망적이다. 혁신형 중소기업 중 기술 기반의 이노비즈 인증기업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았던 2021, 2022년 2년 동안 2천300개나 늘어났다. 기술력과 연구개발 수행체계를 갖춘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도 의미 있는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정부도 2023년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지원예산을 역대 최고인 1조8천247억원을 확보해 기대감을 높여 주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대응에 중소기업계가 화답할 차례다. 정부가 아무리 많은 재정 지원을 한다 해도 중소기업의 의지가 없다면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내외 경제 여건이 어렵다 해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고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소기업계의 선제적인 노력은 필수적이다. 2022년 12월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2023년 경영환경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거래처 확대 등 판로 다변화’라고 응답한 비율이 56.8%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마케팅 강화’(44.4%), ‘채용 확대 등 경기회복 대비’(30.4%), ‘기술개발 등 생산성 혁신’(30.4%) 등을 제시해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에 대한 설득력을 높여주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은 지난 3년간 코로나19의 혹독한 시련을 견뎌냈으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04년 카드대란도 뛰어넘은 바 있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경제위기 극복의 연속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의 위기 상황도 어렵사리 지나갈 것으로 믿는다. 우리의 바람대로 2023년 글로벌 통화 긴축이 완화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전, 국제 에너지 가격의 정상화, 소비 회복 기대감 등이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람과 기술에 투자하면서 산업현장을 지키는 중소기업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이슈&경제] 日 은행의 나비효과, 결국 주식에 호재

일본 중앙은행(BOJ)이 일본 국채 10년물의 금리 변동 폭을 ±0.25%에서 ±0.5%로 높임으로써 사실상 장기 금리를 인상했다. 수익률곡선제어(YCC)란 일본이 장기물 금리를 매입해 장기물 가격을 올리고 수익률은 내린다는 얘기다. 왜 이런 YCC를 할까. 단기물은 중앙은행을 따라가는데 장기물은 시장의 뜻을 따르기 때문이다. 즉,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단기물도 올라가고 금리를 내리면 단기물도 내려간다. 그러나 장기물은 대부분 중앙은행을 따르나 가끔 중앙은행의 금리 방향과 반대로 움직인다. YCC는 중앙은행이 직접 장기물 수익률을 움직이는 것이다. 일본 중앙은행이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YCC를 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일본이 1990년 이후 디플레이션에 빠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디플레이션에 빠지고 부동산, 주식 등 자산의 가치가 50% 이상 떨어졌다. 금리를 내려 부동산, 주식의 가치를 높이고 싶어 제로금리로 유지했다. YCC는 일본 중앙은행이 직접 장기물 국채를 사서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채 가격은 올라가고 수익률은 떨어진다. 즉, 장기물이 저금리가 된다. 그런데 일본 중앙은행이 0.25%에서 변동폭을 0.5%까지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 얘기는 앞으로 일본 중앙은행이 긴축을 한다는 뜻이며 장기물 매입을 줄인다는 의미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 중앙은행이 긴축을 하면 엔캐리트레이드로 해외에 있는 자금들이 일본으로 들어올 수 있다. 일본의 긴축은 엔화 가치가 높아지고 일본의 저금리로 돈을 빌린 자금이 갚아야 할 이자가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은 해외에 있는 자산을 팔고 달러를 들여와 엔화 빚을 갚게 된다. 해외에 있는 자산 중 미국 국채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국제 채권시장에서 일본 자금 중 미국 국채를 팔려는 수요가 많아지게 된다. 자연스럽게 일본의 엔화 가치는 높아지고 달러는 가치는 낮아진다. 일본 중앙은행의 YCC 변동 때문에 엔·달러 환율이 하루에 3% 넘게 떨어졌다. 엔화가 강해진 만큼 달러가 약해진다. 일본의 금리가 올라가고 강한 엔화가 되면 일본의 기업들은 이자 부담과 함께 수출이 힘들어진다. 일본의 주식시장에 좋지 않다는 뜻이다. 이러면 내년에 연준의 긴축이 문제가 된다. 연준도 양적긴축(QT)을 하고 있는데 일본도 미국 국채를 내다 판다면 미국의 국채 가격은 떨어지고 수익률은 치솟게 된다. 미국의 달러 가치가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연준이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긴축을 할 수 있을까. 일본과 같은 우방이 미국의 국채를 지속적으로 구매해야 미국 달러 가치가 유지된다. 그러나 급격한 달러 가치의 하락은 미국 연준의 긴축을 중단할 수 있도록 만든다. 결국 달러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 미국의 구매력도 떨어지고 미국의 달러 패권에 문제가 된다. 결론적으로 일본 중앙은행의 긴축은 단기적으로 금리가 올라 주가에 악재이나 내년엔 주가를 살릴 수도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슈&경제] 부동산에 대한 공정한 조세법률주의 실현

부동산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고 일상생활에서 필수불가결한 경제재다. 그래서 부동산 세제에 대해 국민들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지난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라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2020년 11월에 수립됐고 현실화율도 가파르게 올라 공시가격이 급등했다. 이를 기반으로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의 경우에도 공정시장가액 비율 및 세율 인상 등이 병행됨에 따라 국민의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급증했다. 최근 집값 하락 및 어려운 경제여건 등을 감안해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계획 및 보유세제에 있어 적극적인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했다. 첫째로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계획을 살펴보면 2023년 공시가격 산정 시 적용될 현실화율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립’ 이전인 2020년 수준으로 낮춰주는 것이다. 2023년 공시가격에 적용될 유형별 평균 현실화율은 수정된 계획에 따라 2020년 수준으로 공동주택은 69.0%, 단독주택은 53.6%, 토지는 65.5% 감소한다. 이는 최근의 부동산 시장 침체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질 경우 공동주택 일부에서 나타나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 간의 역전 현상 문제가 보다 확대돼 공시가격에 대한 국민 수용성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두 번째로 정부는 2023년도 주택 보유세 완화 방안에서 주택 실수요자인 1주택자의 2023년 재산세를 최근 주택가격 하락과 서민 가계 부담을 고려해 2020년 이전 수준으로 환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6월 지방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1주택자의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60%에서 45%로 인하해 납세자의 재산세 부담을 올해 한시적으로 2020년 수준으로 낮춘 바 있다. 2023년에는 서민 재산세 부담 완화를 위해 1주택자 공정시장가액 비율 인하 기조를 유지하면서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공시가격 하락 효과 등을 반영해 추가로 4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계획이다. 종합부동산세는 지난 7월에 발표한 정부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023년 종부세액과 납부 인원이 2020년 수준으로 환원될 것으로 예측된다. 필자는 이번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계획 및 보유세 완화 발표가 부동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국민들에게 한 줄기 빛 같은 정책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한시적인 대책으로 국민들에게 부동산 세제정책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부여할 수 없는 부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조세법률주의는 납세자에게 세금을 부과함에 있어 미리 조세법에 그 내용을 규정해 세금을 부과 당하는 납세자로 하여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제거해 주기 위한 조세법의 기본원리다. 지금의 부동산 보유세제는 전혀 예측 가능하지 않다. 이 부동산 보유세제의 핵심적인 문제는 바로 부동산 과표를 조정하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상황에 연동되게끔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에 대한 목표치를 설정해 과표를 조정하다 보니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세금이 많아지고, 부동산가격이 떨어지면 공시가격과 실거래가 역전 현상이 발생해 억울한 국민들이 생기는 것이다. 부동산 과표 설정은 감정평가사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세율 구간을 국회에서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된다. 강정훈 국민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이슈&경제] ‘노동의 미래’ 그리는 노조의 역할을 기대한다

화물연대 파업이 치킨게임(chicken game)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치킨게임이란 1950년대 미국 젊은층 사이에서 담력을 겨루기 위해 서로를 향해 차로 돌진하는 게임에서 유래된 말이다. 상대의 양보를 기다리며 파국으로 끝나는 상황을 설명할 때 많이 사용된다. 정부와 화물연대의 ‘강 대 강’ 대치와 건설노조 등 노동계 동조 파업으로 가뜩이나 경기불황으로 힘든 산업현장이 ‘셧다운’ 위기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약 4조원의 경제 피해를 입히며 16일째 파업을 벌였던 화물연대가 9일 파업을 철회하고 현장으로 복귀했다는 것이다. 이번 파업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 노동조합(노조)은 정상에서 이탈된 것 같다. 환경적으로 번성기에서 쇠퇴기로 넘어가는 상태이나 의식 측면에서는 성장기 초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탈(脫)제조업화 및 지식노동 직업의 발전 등으로 인해 노조의 가입률이 저하되고 있다. 디지털의 등장으로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 등 고용관계가 변화하고 단체교섭 범위도 축소되고 있다. 또 대체제도로 인해 노조의 청원 기능과 대표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더욱이 노동시장은 양극화, 불안정에 봉착해 있으며 MZ세대 등 새로운 세대가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물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의 노조는 3가지 측면에서 변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투쟁 방식이 변화해야 한다. 화물연대 파업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이유로 비파업 화물차에 쇠구슬을 쏘고 집단폭행을 가한 점도 한몫했다. 이 밖에 건설노조는 밤낮으로 확성기로 장송곡을 틀어 민원을 유발하고, ‘고용 요구’를 이유로 타워크레인을 불법점거하고 건설현장의 자재 입고 및 차량 통행까지 방해하고 있다. 노조의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투쟁 방식에 대해 촛불시위의 비폭력성을 경험한 우리 국민은 더 이상 동의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투쟁이 사회적 타협과 대화의 틀 안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 둘째, 협력적 상생의 인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부르주아, 프롤레타리아로 통칭되는 계급주의적 사고에서 사업주와 근로자는 서로 투쟁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자본주의 4.0 시대에서 사업주와 근로자는 더 이상 적대적 관계가 아닌 공동의 이익을 위해 상호 협력해야 하는 파트너다. 따라서 협력적 상생의 노사관계 형성이 필요하다. 셋째, 노동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진입은 노동에 있어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대체의 현실화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인 흐름이다. 이는 노동계 혼자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다. 따라서 사업주뿐만 아니라 정부와 끊임없이 대화하지 않을 수 없다. ‘전환’의 시기, 노조는 변화에 따른 새로운 노동을 맞이하고 주도할 준비를 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조는 필수적 요소다. 특히 한국의 경제 민주화에 기여한 바도 크다. 하지만 우리 노조는 산업화 시대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듯하다. 환경 변화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노동의 미래를 그리고 노동의 참된 가치를 알리는 노조의 새로운 역할을 기대한다. 홍성호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슈&경제] 복합위기에 대한 처방전

지금 우리 경제는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급변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지금의 위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 경제의 펀드멘털을 고려할 때 지나친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지난 3년여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재정 여력을 소진했기 때문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경기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에너지 및 원자재의 공급 충격으로 이어져 물가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급등은 국내 물가 상승은 물론 공급망 충격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7월에 6.3%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5%를 상회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제 침체기에 물가 상승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3%로 나타나 당초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실물 부문에 대한 충격과 더불어 금융시장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미국의 연이은 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한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금융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말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943조원에 달했으며 이 중 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은 441조원에 달했다. 지금과 같은 금리 인상으로 인해 연말에 금리 수준이 3%포인트 상승하면 가산금리를 제외하더라도 중소기업은 28조원 이상의 추가적인 이자 부담을 떠안게 된다. 미국발 고금리와 강(强)달러로 인해 개발도상국이나 신흥국의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것은 한국 경제를 견인해 온 수출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11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19억달러로 전년 동월의 603억달러와 비교해 1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올해 1∼11월 누계 무역수지는 426억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97억달러 흑자와 비교하면 1년새 723억달러 악화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한국 경제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복합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문제는 복합위기의 여파가 경제적 약자에게 가혹하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그동안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재정 여력이 바닥났기 때문에 전통적인 위기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금과 같이 호재보다는 악재가 시장을 주도하는 위기 상황에서는 판을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필요하다. 경제는 심리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개별 경제 주체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것이 급선무다. 지난달 이노비즈 모닝포럼에서 신병주 교수의 강연을 통해 얻은 교훈이 생각난다. “위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위기 극복의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적인 기업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위기 상황 속에서도 미래의 먹거리를 책임질 사람과 기술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요구된다.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도 여기에 맞춰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관성적으로 집행하고 있는 중소기업 정책을 시대 상황과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전면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 아무리 어려운 위기 상황도 지나가기 마련이고 위기 이후에 펼쳐질 기회를 잡기 위해서 말이다. 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이슈&경제] 부채 많아 망한다는 중국, 왜 망하지 않을까?

중국의 기업부채는 300%를 넘는다.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기업부채 비율이 300%를 넘었다. 그렇다면 중국은 이미 망했어야 했는데 왜 망하지 않을까. 지난해 헝다그룹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을 때 부채가 많은 중국 기업들은 도미노 파산할 것이라 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중국의 기업들이 도미노로 무너졌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심지어 2022년 미국의 연준이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는데도 중국의 기업들의 연쇄도산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중국은 한국의 1970년대와 닮았기 때문이다. 중국 대부분의 메이저 은행들은 국유은행이다. 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이 세계 은행순위에서 1~4위까지 점유하고 있다. 한국도 1970년대 당시 은행들은 권위주의 정부에 귀속돼 있어 국유은행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국유은행들은 기업이 부도 위험이 닥치면 무슨 일을 하는가. 정부는 은행들에 기업이 위기에 빠지면 만기연장, 채무 재조정, 자금 추가 지원 등으로 지원한다. 일단 은행의 자금으로 메워주고 또 부족하면 세금을 퍼주면서라도 문제를 덮어준다. 그러니 국유은행이 막아주면 기업에 위기가 와도 사회적인 위기로 전이되지 않는다. 즉, 중국 기업의 내수부채는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외화부채다. 외화부채는 중국 정부에서 함부로 나설 수 없다.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로 망한 것이 바로 외화부채 문제 때문이다. 1990년대 일본은 제로금리에 가까운 저금리였다. 그런데 한국은 10%가 넘는 고금리였다. 따라서 일본에서 저금리로 자금을 빌려와 한국에 투자하거나 동남아시아에 고금리로 빌려주면 큰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1997년 태국에서 시작된 외환위기가 한국까지 오자 문제가 됐다. 일본에서 빌려온 자금은 단기 자금이었고 한국이 동남아시아에 빌려준 자금은 장기 대출이었다. 결국 외화 유동성이 경색됐고 종금사 등이 파산하면서 시스템 위기로 번졌다. 결국 한국은 IMF에 손을 벌리며 망하고 말았다. 그러나 중국에는 외화부채도 문제가 크지 않다. 외화 유동성이 없어 망한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상황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그리고 세계적인 외화 부족을 대하는 전략도 바뀌었다. 중국은 ‘성장 극대화’ 전략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바꾸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 한국은 성장 극대화 전략이었다. 국유은행으로 높은 부채를 일으켜 투자를 극대화하고 고용을 크게 늘려 결국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률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은행이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등을 지켜야 해 높은 부채로 성장할 수 없었다. 그러니 투자를 방만하게 하지 못하고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으며 고용이 둔화되고 낮은 경제성장률로 가게 됐다. 외환위기 전에는 7~8%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있었다면 지금은 2~3%의 성장을 할 뿐이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 전략은 성장률은 높아지지 않지만 부채 비율이 낮아 국가부도의 위험이 줄어들게 된다. 사실 중국의 헝다를 비롯한 부동산 기업들의 파산이 2021년에 집중적으로 있었던 것도 중국이 ‘성장 극대화’ 전략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바꾸면서 부채를 축소한 영향이다. 김장섭 JD부자연구소 소장

[이슈&경제] 청년•서민 내집마련 기회 ‘주거사다리’ 복원

청년.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러나 청년들의 현실은 막막하기만 하다. 지난 10월26일 정부는 청년과 서민들을 위한 내 집 마련 기회 확대를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그간 청년들을 위한 부동산 정책이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국토교통부가 온라인 패널 및 청년정책위원단 운영, 설문조사 등을 통해 청년의 어려움을 직접 듣고, 함께 정책을 고민한 것이다. 지난해 청년들의 실제 주거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주택 보유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86.1%가 주거안정을 들었고, 11.6%가 자산 확보를 꼽았다. 실제 청년들의 주택 보유 의사는 2017년 70.7%에서 2021년 81.4%로 증가했고 청년 10명 중 8명이 주택 보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정부는 청년 및 서민 부담 절감, 선호 입지 공급 등 청년원가 주택과 역세권 첫 집 주택 등 기존 방식과 다른 혁신 공급 모델을 제시했다. 첫 번째, 공급 규모로 공공 분양 50만가구 중 청년층에 34만가구, 4050세대에 16만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에 과거 대비 대폭 증가한 6만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며 수도권에 총 36만가구, 비수도권에 14만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수요자는 각자의 소득, 자산 여건, 생애 주기 등에 맞게 세 가지 모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즉, 나눔형, 선택형, 일반형 세 가지로 구분했다. 먼저 나눔형은 총 25만가구로 처음부터 분양을 받되 무주택 서민들의 부담능력 등을 감안해 분양가를 시세 70% 이하로 책정하고, 할인된 분양가의 최대 80%를 장기 모기지로 지원받는 방식이다. 선택형은 총 10만가구로 민간 ‘내 집 마련 리츠’를 공공에 적용한 것으로 목돈이 부족하고 구입 의사가 불확실한 청년층이 저렴한 임대료로 우선 거주하고 분양 여부는 6년 후에 선택하는 모델이다. 입주 시 추정분양가와 분양 시 감정가격을 평균 가격으로 분양받을 수 있어 분양가격이 매우 안정적인 측면이 있다. 일반형 15만가구에 대해서는 청년층의 당첨 기회를 높이고 4050세대는 일반공급 물량을 확대해 실수요자가 주요 수혜 대상이 되도록 했다. 두 번째로 대출 방식에서 선택형과 나눔형 모델은 초저리와 장기 전용 모기지를 신설하고 일반형은 기존 주택기금 대출을 활용해 청년층의 대출한도와 금리를 우대하는 방식으로 주거 사다리를 이어가도록 했다. 또 사전청약을 조기 공급하기로 하고 2023년까지 서울 도심 등 우수입지 1만1천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그동안 특별공급은 기혼자 위주로 운영됐으나 신규로 신설되는 선택형과 나눔형은 미혼 청년을 위한 특별공급을 신설하고 일반형에는 추첨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최근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면서 향후 정부의 수급 조절 정책이 필요하다. 또 초고금리 사회로 진입하면서 부동산 상품 간의 금리에 대한 역차별의 문제가 야기된다면 사회적 갈등의 소지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청년과 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대한 절실한 마음을 헤아려 정부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세심한 배려를 통해 사회적 통합을 이루고, 청년과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강정훈 국민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이슈&경제] PF부실화 우려… ‘부동산 금융’ 더 발전 되길

“부동산은 금융이다.” 부동산개발사업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므로, 금융을 통한 조달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부동산 금융은 부동산 생산·이용의 효율을 향상시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지나친 부동산 금융 확대는 버블을 가져와 금융의 건전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실제로 상당수 나라에서 무분별한 부동산 금융 확대가 부동산의 과잉 개발을 초래해 금융위기를 겪은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된 우리의 부동산 금융도 마찬가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수년간 건설사와 저축은행의 도산이 이어졌다. 최근의 부동산 PF 부실화 우려도 결국 자본력 없는 시행사를 대신해 리스크를 진 건설사와 금융권의 동반 부실에 대한 걱정이다. 이런 걱정이 자금시장의 돈줄을 막는 ‘돈맥경화’를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선제적 조치를 통해 금융시장 전반으로 파급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부동산 경기에 따라 PF 부실화는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부동산 PF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시행사 자금 조달 구조를 차입금에서 자본금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PF 구조는 시행사 자기자본(20%), 금융권 대출, 보증으로 이뤄져 있다. 자금 조달이 주로 차입으로 이뤄져 금융여건 변화와 미분양 등의 리스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바람직한 PF 구조가 되기 위해서는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대표적 부동산 개발 성공 사례로 소개되는 일본 롯폰기 힐스 개발에 시행사인 모리빌딩은 사업비 37%를 자기자본으로 투자한 바 있다. 부동산개발사업의 사전 단계에서부터 부실을 차단하는 금융규제가 필요하다. 사업의 주관자이며 채무자인 시행사의 자격요건이 강화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부동산개발업 등록요건이 낮아 업체 수는 2015년 3만개사에서 2021년 6만개사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따라서 등록요건 강화 등을 통해 우수한 대형 시행사를 육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체 신용 창출과 시행사 간 상호연대를 통한 신용 보강도 가능할 것이다. 또 철저한 사업성 검토를 바탕으로 한 사업 추진과 PF가 되도록 사전 검토기관 설치 등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부동산 금융 다각화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 부동산 금융에서 PF 비중이 현저히 높은 실정이다. PF가 부실화될 경우, 그 리스크가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전이될 소지가 크다. 바로 현재의 상황이 그러하다. 따라서 부동산개발사업 자금 조달 방식을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와 리츠, 펀드 등으로 다각화해 금융 리스크를 분산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부동산 금융은 위기 시 한층 더 발전해 왔다. 어떻게 보면 이번 부동산 PF 부실화 우려도 우리의 부동산개발사업과 금융을 한 발 더 선진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따라서 현재의 위중한 상황에 대한 선제적 조치와 함께 미래를 내다보는 공동의 혜안이 필요하다. “부동산 거품을 만드는 것도, 그것을 잠재우는 것도 모두 금융이다.” 홍성호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슈&경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지 않으면

아무리 경제 사정이 어려워도 예비 창업자들은 저마다의 사정을 담아 창업에 나서곤 한다. 자칭 창업전문가들은 손쉬운 창업을 강조하지만, 창업은 상당한 용기를 수반한다. 2021년 기준 창업기업 수는 142만개에 달한다. 창업기업 중 법인기업은 12만7천개며 나머지 129만개는 개인기업이다. 이 창업기업이 모두가 살아남는 것은 결코 아니다. 2020년 기준 통계를 보면 창업기업 중 35% 정도는 1년 안에 사업을 접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창업 후 5년까지 생존하는 비율은 32%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말 그대로 ‘죽음의 계곡’은 창업기업에 피할 수 없는 난제임이 분명하다. 죽음의 계곡을 넘어선다 해도 또 다른 허들이 기다리고 있다. 규모에 대한 편견이다. 중소기업은 아무리 기술 및 제품이 우수하다 해도 제대로 그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에 직면해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국 경제는 지난 60년 동안 개발연대에 익숙한 제도와 정책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여기에는 대기업이 성장하면 그 과실이 흘러 중소기업으로 확산된다는 낙수효과에 대한 믿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낙수효과 기반의 성장전략에 대한 회의론이 일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당위성이 자리 잡게 됐다. 한국은 가장 잘 정비된 중소기업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지난 반세기 동안 경제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정부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혹은 동반성장을 추진했지만, 그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집권 초기에는 중소기업 문제 해결 의지가 고조됐다가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역대 정부는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미흡했다고 볼 수 있다. 중소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기울어진 운동장은 이른바 ‘경제 3불 문제’로 귀결된다. 거래의 불공정, 제도의 불합리, 시장의 불균형으로 상징되는 경제 3불 문제는 지난 60년 동안 대기업 주도의 경제성장에 따른 부작용이라 치부하기에는 사회적 경제적 비용이 너무나 크다. 우리 사회가 양극화로 인한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적지 않은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격차 완화를 위한 경제 주체들의 새로운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특히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정부와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대기업의 경제력이 경제적 약자에게 남용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바로잡는 정책적 노력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대기업 못지않게 몸집이 커진 플랫폼 기업의 협업 의지도 중요해진다. 일감 몰아주기나 내부거래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 중소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건전한 산업생태계를 만드는 일에 대기업이나 플랫폼 기업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유통 대기업이 중소기업과의 거래 관계에서 불공정한 게임을 계속한다면 이를 규제하라는 사회적 압력은 더욱 증대될 것이며,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 또한 더욱 커지게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이슈&경제] 日 긴축이 불러올 한국의 신용 위기

최근 일본 엔화가 달러당 150엔을 돌파했다는 뉴스가 마음에 걸렸다. 엔·달러 환율은 1990년 이후 최저치다. 영국은 양적완화와 비슷한 일을 하려다 결국 트러스 총리의 사퇴가 있었다. 그리고 긴축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세계의 흐름과 반대로 양적완화 조치를 하는 나라가 있다. 일본, 중국, 튀르키예(터키) 등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엔·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올라 인플레이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면 일본은 환율 방어에 나설 수 있다. 환율 방어를 위해서는 미국 국채를 팔아야 할 것이다. 현재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일본이 이를 판다면 가격은 떨어지고 수익률은 올라간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올라가면 나스닥은 떨어지게 돼 있다. 즉, 일본의 미국 국채 매도가 나스닥의 하락을 불러온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입장으로 본다면 일본의 긴축으로 인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일본은 지금까지 거의 제로 금리였다. 따라서 일본의 싼 엔화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사업자가 많았을 것이다. 일본은 미국 국채를 파는 것뿐 아니라 해외에서 자산을 팔거나 대출을 회수해 일본으로 가져올 수 있다. 1997년 당시 일본 자금이 빠져나가 한국은 IMF 사태를 맞았다. 물론 한국은 당시보다 훨씬 많은 외화보유액을 기록하고 있어 외환 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낮다. 다만 일본의 대출자금 회수로 인한 기업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기업이 부도가 나는 경우 처음 부도를 맞는 사람은 앞뒤 안 가리고 집을 팔아 대출을 갚는다. 요즘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5%대에 육박하고 저축은행은 6%가 넘고 있다. 왜 이렇게 예금 금리가 높을까. 당연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대까지 올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회사채 시장이 망가져서다. 지금 주식시장이 빙하기다. 따라서 기업은 당연히 주식공개 즉, IPO로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은 끝났다. 무이자로 자금을 끌어오는 시장은 이제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데 한전이 5%대를 주니 웬만한 회사채는 7~8%를 줘야 한다. 그러나 그 이상의 금리를 준다 하더라도 회사채는 요즘 팔리지 않는다. 롯데건설이 지난 18일 2천억원을 유상증자한 데 이어 5천억원을 롯데케미칼로부터 석 달간 빌리기로 했다. 그래서 롯데건설이 롯데케미칼에 돈을 빌린 것이다.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서다. 그래서 요즘 기업은 돈이 필요해 은행으로 몰려가고 있다. 은행에서는 무작정 기업에 대출해 줄 수 없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본이 많아야 더 많이 대출해 줄 수 있다. 따라서 은행이 시중에 5%대 특판 예금을 판매하고 있는 이유다. 당연히 기업에는 7% 이상의 고금리로 빌려줄 것이다. 은행도 이젠 아무나 막 빌려줄 수 없다. 돈 빌려준 곳 중에 부도가 나면 은행의 부실 자산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지금 기업들은 돈이 모자란다. 그래서 비싸게라도 돈을 빌리고 싶지만 기업들은 갈수록 돈 빌리기가 더 어렵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대내외 긴축으로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일본의 긴축 시작은 우리나라에 신용경색 쓰나미를 몰고 올 수 있다. 쓰나미는 결국 가계부채 시장을 때리고 부동산을 추가로 하락시킬 수 있다. 김장섭 JD부자연구소 소장

[이슈&경제] 내년 경기침체, 건설사 ‘버티기’ 필요

한국 경제에 찬 바람이 불어올 예정이다. 풀렸던 금리가 바짝 조여지며 금리의 역습은 이미 시작됐고, 달러 강세로 인해 외환위기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덧붙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혼란스럽고, 고물가 기조와 고강도 통화긴축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 전망에서 2023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0%로 예측했으며, 국내 주요 기관도 내년 경제성장률이 2%를 턱걸이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암울한 경제 침체의 시기에는 모두가 고통스럽다. 그중에서도 부정적 경제 여건과 함께 자재 값 인상, 자금 조달 어려움, 미분양 증가 등으로 지금도 힘든 건설사에는 적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우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될 글로벌 공급망 붕괴는 자재 값 인상을 가져와 건설비용 예측도 불가능할 정도가 됐다. 철근, 시멘트 등 주요 자재 대부분이 2년 전보다 평균 40% 이상 오른 상황이다. 또 기준금리가 인상됨에 따라 차입금 의존도가 높은 건설사의 금융비용이 늘어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금 조달 문제로 시작부터 좌초되는 개발사업과 강원도 레고랜드 등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개발사업이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저금리와 유동성으로 인해 급등했던 주택 가격이 빠르게 조정되는 등 주택 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증가도 경영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1만4천864가구에 불과했던 것이 올해 8월에는 3만2천722가구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여기에 정부가 발표한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올해 28조원에 비해 10.2% 감소하는 등 민간 건설 경기 위축과 함께 공공 물량도 감소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런 현실이 장기화될 경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건설 경기는 6년 이상의 장기 불황을 겪은 바 있다. 당시에도 주택 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부진한 경제 여건에 금리 환경마저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주택 공급에 비해 수요가 모자랐다. 전국적으로 미분양이 속출했고, 주택 사업에 몰두했던 건설사에 악몽으로 다가왔다. 공공 물량도 감소해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졌다. 결국 체력이 바닥난 건설사부터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고, 그 결과 100대 건설사 중 절반 가까운 기업이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를 보면 현재 상황이 어디서 본 듯한 데자뷔 같아 매우 우려스럽다. 내년 건설사에 주어진 키워드는 생존을 위한 ‘버티기 전략’이다. 먹구름이 가득한 2023년 경제 상황을 맞아 모든 경제 주체가 힘들겠지만, 그중에서도 건설사가 어려움을 가장 무겁게 인내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건설사의 ‘버티기 전략’은 생존을 위한 마지막 카드이긴 하지만 어떤 면에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포석이어야 한다. 미래를 만드는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분명 내리막이 있으면 다시 상승하기 마련이다. 그 시간이 길고 짧음의 차이는 있지만 불황을 이겨낸 자에게는 호황을 만끽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 분명하다. 지나가지 않는 겨울은 없고, 오지 않는 봄은 없다. 홍성호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슈&경제] 용적률 상향 통한 주택공급의 질적 확대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이 있다. 이왕이면 품질 좋고 예쁜 옷을 입고 싶은 것처럼 쾌적하고 입지 좋은 집에서 살고 싶은 것이 서민들의 꿈이기도 하다. 지난 8월16일 정부는 ‘국민 주거안정 실현 방안’에서 향후 5년간 주택공급 270만가구 중 주거 선호도가 높은 도심, 역세권,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수도권에 158만가구를, 이 중 서울은 52만가구를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가 9월29일 1차적으로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한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은 시장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현 의지와 입법과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 주거 안정 실현 방안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용적률 상향이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는 민간재건축 단지 용적률을 500%까지 상향하고, 역세권 제2종 일반주거지역과 제3종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해 용적률 500%를 적용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도심에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 물량을 기부채납으로 받고,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 수도권의 제3종 일반주거지역의 최대 용적률은 300%고, 1기 신도시의 경우에는 평균 용적률이 160%~220%다. 최대 용적률 300%로는 재건축을 해도 층수가 별로 높아지지 않아 수익성도 좋아지지 않는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의 재개발·재건축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현재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한 건축 원자재 가격 상승, 금리 및 환율 상승,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한 것이며 이러한 악재가 재건축·재개발 조합뿐만 아니라 시공사의 수익성 저하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서도 현재의 용적률로는 일반분양분이 적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은 데다 인플레이션으로 시공사에 공사비 정산조차 제대로 해 줄 수 없게 된 것이 현실이다.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아파트 단지뿐만 아니라 단독·다가구주택 밀집지역에서도 용적률 상향이 가져다주는 장점이 많다. 단독·다가구주택 밀집지역에서도 용적률을 상향하면 필로티 구조의 빌라 신축이 활발해지면서 주차장 문제와 반지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특히 반지하는 원래 우리나라가 남북 대치를 하고 있어 방호의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 이용 형태가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에 갑작스러운 비 피해로 반지하에 사는 분들이 유명을 달리하면서 사회적으로 반지하를 없애자는 큰 반향이 있었다. 용적률 상향에 따른 주변지역의 공원 확보, 병원과 학교 시설의 확충, 공공시설의 확대 등은 필수적 고려사항이다. 이 외에도 용적률 상향 시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용적률 거래제 도입이나 도심 내 주차빌딩 설치완화, 차고지증명제 도입, 층간소음방지 인센티브 등의 구체적인 보완대책을 마련하면 될 것으로 본다. 앞으로 정부는 과도한 규제를 정상화하고 불합리한 절차를 개선하며 단기 집값 잡기에 매몰되지 않고 중장기인 주거안정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용적률 상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질적으로 좀 더 좋은 집에 살고 싶은 국민들의 욕구를 만족시켜 주길 기대해 본다. 강정훈 국민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이슈&경제] 동고동락이 요구되는 상생협력

신 정부의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그동안 공석이었던 공정거래위원장이 임명되고 국민통합위원회의 대·중소기업 상생특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진용을 갖추게 된 것이다. 지난 2년 반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의 트리플 악재가 겹치고 있어 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 간 협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위한 역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체감도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거래의 불공정, 제도의 불합리, 시장의 불균형이라는 이른바 ‘경제 3불 문제’는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거래의 불공정 문제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납품단가 조정 문제로 갈등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유인즉 원자재를 공급하는 대기업은 가격 변동에 즉각적으로 조정하고 있는 반면, 원자재를 가공해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할 때는 단가 조정에 미온적이라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불만이다. 이처럼 납품단가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업계와 정부가 해결 방안을 모색해 왔지만, 중소기업계가 만족할 만한 해답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은 대외여건이 나빠지면 원가 절감을 위한 중소기업의 협조를 구하지만 경제 상황이 호전되면 ‘나 몰라라’ 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중소기업계는 불만을 토로한다. 중소기업들은 대·중소 상생협력이 동고(同苦)는 있고 동락(同樂)은 없는 불편한 관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모기업이 잘돼야 협력기업도 잘된다는 단순한 원리를 모를 리 없지만, 동고동락이 안 되는 상생협력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중소기업의 거래 구조를 살펴보면 동고동락의 상생협력이 왜 중요한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제조 중소기업 중에서 외부로부터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수위탁 거래 기업의 비중은 축소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전체 중소기업의 40% 정도는 다른 기업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생산해 납품하는 거래 구조다. 과거와 비교해 그 비중은 줄어들고 있으나 모기업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수탁기업의 매출액 중에서 납품액이 차지하는 비중인 납품액 의존도는 80%를 상회하고 있어 모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이처럼 기업 간 거래관계에서 상생협력의 중요성이 절실하지만 현장에서는 납품단가는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다. 원자재 가격이 변동하면 그에 따른 납품단가가 조정돼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이 당연한 명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지 14년 만에 제도 개선에 한 발짝 다가서고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현재 시범사업에 41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연말까지 운영 성과를 분석하고 개선점을 도출해 현장에 안착시키는 일이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지난 20년 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위한 다양한 논의와 경험이 축적돼 있어 이러한 지적자산을 활용해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의 차원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일방의 희생을 전제로 한 상생협력은 지속할 수 없다는 점은 익히 경험한 바 있다. 적어도 납품단가 문제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전향적인 자세 전환이 요구된다.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관행을 버리지 않고는 동고동락을 요구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원가 절감의 몫을 중소기업에 전가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않고 상식적이지도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이슈&경제] 한국 부동산 매수의 기회가 온다

달러 초강세 시대가 왔다. 달러 인덱스는 지난 9월 7일 기준 110을 넘어섰다. 20년 만에 처음이다. 달러가 강세에 들어선 것은 다른 나라의 통화가 약세라는 얘기다. 특히 유럽의 유로화가 더 약세다. 유로화가 약세인 이유는 유럽의 경제사정이 안 좋기 때문이다. 이렇게 위기에 빠진 이유는 무엇인가?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 제재가 가장 큰 원인이다. 앞으로도 인플레이션은 길게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연준의 금리인상이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자 미국의 달러가치가 올랐다. 그러자 오히려 미국의 소비심리가 꺾이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달러 가치 상승 때문에 미국은 수입원자재의 가격이 싸졌다. 따라서 물가가 높아 고통을 받는 인플레이션을 미치도록 높은 달러로 상쇄하고 있다. 미국은 실업이 적고 소비심리가 꺾이지 않아 연준이 좀 더 공격적으로 금리인상을 할 수 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자 글로벌 자금들은 서유럽, 신흥국 등에서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위기에 빠지면 가장 안전한 통화인 달러로 자금들이 옮겨가면서 약한 고리가 무너진다. 왜냐하면 달러가치가 올라가서 갚아야 할 부채 원금이 늘어나는 데다 금리까지 올라가면 그 부채를 신흥국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준은 2008년 이후 세계 경기를 활성화시켰다. 결국 미국 뿐 아니라 신흥국의 주식, 부동산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이렇게 뛴 신흥국 자산들이 위험요소다. 왜냐하면 미국은 앞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주택 중위가격이 4억 6천만 원이고 한국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10억 원이 넘는다. 한국 부동산이 미국의 부동산에 비해 많이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8년도 부동산 버블이 터졌을 때보다 2022년 이후가 더 심각하다고 본다. 2022년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좀 더 구조적이다. 러시아, 중국의 블록과 미국, 서유럽의 블록으로 나뉘면서 더 이상 세계 자유무역은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부동산에는 디플레이션보다 인플레이션이 더욱 악영향이다. 임금이 부동산 대출의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느냐가 제일 큰 문제다. 15년 전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는 원리금 상환방식보다는 주로 거치식이 많았고 이자만 내다가 2년 후 만기가 돌아오면 원금을 연장시키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거의 다 원리금 상환방식이다. 이렇게 대출이자의 부담이 적어지자 2016년부터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게 된다. 만약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그리고 지금은 거치식이 없으니 원리금 상환으로 한다면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얼마전 한국은행의 이창용 총재는 올해 말까지 지속적으로 0.25%p씩 올리기로 했다. 한국도 미국의 기준금리를 따라간다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8%까지 갈 수 있다. 그런데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 가장 문제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고 중국, 러시아 블록과 미국, 서유럽 블록으로 나뉘어 신냉전 시대가 펼쳐지면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온다. 이후 금리가 더 오른다고 가정한다면 부동산의 위기는 1~2년 안에 크게 올 것이고 위기가 온다면 최소한 8년 간은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다. 그 때 현금 또는 달러를 들고 있다면 부동산을 싸게 살 기회가 될 것이다. 김장섭 JD부자연구소 소장

[이슈&경제] 전월세 사기·부동산시장 교란 차단 감독기구 신설

최근에 부동산 시장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전·월세 사기 사건이다. 신축빌라에 대한 분양가를 시세보다 높게 책정하고,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에 가입하면 문제가 없다고 속여 임대차 한 뒤 신축빌라 건축비 등을 모두 환수 후에 건물주가 잠적하거나 임대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는 신용불량자에게 소유권 이전을 시켜서 임차인을 골탕 먹이는 형국이 대표적인 전세 사기다. 얼마 전 국토교통부에서는 전·월세 사기가 의심되는 건을 전수조사하고, 경찰에 수사의뢰해 부동산 교란행위를 한 자들에 대해 형사처벌하도록 조치했다. 이번 국토교통부의 선조치는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적절한 조치였다고 본다. 하지만 서민들은 여전히 전세 사기를 당한 상태에서 수사기관에 수사를 통해 기소시키고, 임대보증금을 반환 받아 새로운 삶을 이어가기에는 너무 고통스러운 시간을 버텨야 한다. 고단한 시간을 버텨도 건축주나 임대인이 무자력자이면 임대보증금은 영원히 돌려받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그러한 점에서 사후약방문으로 전·월세 사기를 친 사람들을 경찰에서 사후 수사 문제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사전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부동산 감독기구로 부동산감독청(가칭)을 신설해야 할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금융감독원이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업무 등의 수행을 통해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관행을 확립하고 예금자 및 투자자 등 금융수요자를 보호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측면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제 부동산시장도 네이버부동산, 다음부동산 포털로 인해 금융시장의 주가 시장 만큼이나 실시간으로 부동산 가격의 변동을 국민들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주로 전형적인 아파트 시장에서 국한된다. 빌라 시장은 아파트 시장만큼 투명하게 운영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최근에 서울특별시와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협력해 전세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전세가격 상담센터를 운영하도록 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와 직능단체의 좋은 협업으로 평가된다. 서울특별시나 경기도에 유난히 전세사기가 많은 것도 주택난이 심화되다 보니 역설적으로 전월세 사기행각이 더 성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의 또 하나의 축은 지식산업센터(종전 아파트형공장) 투기행태다. 정부에서 주택의 대출 규제를 강화하니까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산시장의 자금이 지식산업센터 분양시장에 몰리고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분양자가 직접 사업장을 운영하게 되면 80~90%까지 대출이 행해진다. 임대를 하는 경우에도 매매가격의 70% 이상 대출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정상적인 지식산업센터의 분양이 이뤄지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수도권에서 역세권에 위치한 지식산업센터는 분양되자 마자 일주일도 안 돼 완판된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데 어떻게 이렇게 단기간에 지식산업센터 분양이 완료되는 것일까? 바로 부동산시장을 교란하는 소수의 자금력 있는 사람들이 지식산업센터 한층 전체를 계약금 10%만 주고 분양권을 매입한 다음에 준공전에 이를 전매해 프리미엄을 붙여 파는 것이다. 실수요자인 매수인이나 청년창업을 위한 청년들이나 소상공인들에게는 그 분양권 프리미엄만큼 매매가격이 상승하고, 임대료 상승 요인이 이뤄진다. 전세사기나 부동산시장 교란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고 감독하는 부동산감독기구가 만들어져 서민들이 안심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새정부의 역할이 아닐까 한다. 강정훈 국민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이슈&경제] 사각지대 없는 ‘기후변화 대응’ 시설안전 법·제도 개선을

지난 8일 서울 강남에서 폭우로 인해 도로와 반지하 주택의 침수로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즉각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여론을 보면 전문가적 입장이 아닌 정치적 입장에서는 긴급처방이 우선 긍정적으로 느껴지지만, 없애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파생적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사실 반지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 문제로 대두됐던 과제였으나, 금번과 같은 충격적인 사고가 없었다보니 늘 공약(空約)으로 겉돌았다. 이제는 반지하가 중대재해 대상 건축시설(공간)로 인식되다 보니 없애야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렇다고 당장 없앨 수는 없고, 대책 마련과 시행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이 시점에서 필자는 지금까지 건축시설과 관련해 발생한 다양한 중대재해 이후 급속하게 만들어진 법 제도들이 오히려 사각(死角)지대를 형성해 새로운 피해자를 만들고, 또 다른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한 예로 2014년 2월17일 경주시에서 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폭설로 무너져 대학생 등 10명이 사망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특수건축물에 속하는 PEB 구조시스템(Pre-Engineered metal Building system)에 샌드위치 판넬로 마감된 조립식 지붕구조였는데 설계도에 있던 지붕 H빔이 누락돼 눈하중을 지탱하지 못해 붕괴된 부실공사로 인한 사고였다. 아무런 잘못이 없는 대학생들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부실공사에 대한 들끓는 국민여론에 정부는 긴급히 건축법을 개정해 기준을 강화했다. 그 당시는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지만, 개정 이후 특수건축 산업이 예측하지 못했던 위기를 맞게됐다. 문제는 PEB 구조물뿐만 아니라, 스페이스 프레임·막(膜)·케이블·쉘 등을 이용한 불과 길이(Span) 1m 이하의 소규모 특수건축물도 규모에 상관없이 무조건 사전 구조심의를 받도록 된 것이다. 이는 특수건축물에 대한 설계나 시공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들의 여론잠재우기 식 성급한 법개정이었다. 그 결과, 사전 구조심의라는 제도로 시간과 비용이 증가해 건축주(발주자)는 특수건축물 설계를 기피하게 됐고, 이는 스페이스 프레임 산업체의 폐업 속출을 비롯한 관련 산업계를 붕괴시키고, 어렵게 축적한 특수기술이 사장돼 해외 경쟁국에게 국제시장마저도 빼앗기는 위기로 몰리는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가져왔으며 지금도 진행 중이다. 또 산업현장에서의 사망사고 발생을 줄이기 위해 제정한 중대재해처벌법도 오히려 로펌들만 배불리는 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도 도시 및 국토 개발은 계속될 것이며 이로 인한 지상, 지하, 해안가, 수중 개발로 사회기반시설과 건축시설물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또한 지속되는 극심한 기후 변화로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도 늘어날 것이다. 국민 안전을 법제도는 재해나 사고 발생에 따른 여론 잠재우기식 정치적 관점에서의 법제도 제정 및 강화라는 단면성뿐만 아니라, 시행 후 발생할 수 있는 역기능 방지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만들어져야 한다. 이제는 정부와 전문가는 그동안 경험한 많은 재해와 사고를 통해 향후 발생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재해와 사고를 선제적으로 찾아내 사람 안전, 기술 안전, 시설 안전 차원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법제도를 선진화하고, 고도화해야 한다. 사소한 사고, 하자가 결국은 대형 재해로 이어지므로 이에 대한 세심한 관리와 필요한 법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 국민을 위한 안전 기술 제도의 제정과 강화는 규제가 아니다. 금번의 반지하 대책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국민의 안전과 복리 증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세워지기를 소망한다.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이슈&경제] 세계화의 종언?

세계화만큼 나라와 시대, 그리고 개인에 따라 애증이 엇갈리는 현상도 흔치 않을 것이다. 필자의 기억으로 세계화라는 용어가 우리나라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가 아닌가 한다. 하지만 세계화는 그보다 역사가 훨씬 오래된 현상이다. 학자에 따라 세계화의 시초를 달리 잡지만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은 세계화가 19세기 중후반부터 시작된 것으로 본다. 이 시기에 증기선이 보급돼 운송비가 낮아지고 통신이 발달하면서 국제무역이 크게 확대됐다. 19세기 후반에서 1차 세계대전 직전에 이르는 이 기간의 세계화를 흔히 1차 세계화라고 부른다. 그 뒤 1차 세계대전에서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에 이르는 30여년간은 전쟁과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으로 세계화가 크게 후퇴한 시기였다. 그러다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 주도로 브레튼우즈 체제가 성립하면서 세계화는 다시 시작됐다. 이때부터 현재에 이르는 기간을 2차 세계화라고 부른다. 세계화의 지표로 흔히 세계 총생산 대비 국제무역의 비율을 사용하는데, 2차 세계화하에서 이 비율은 1차 세계화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특히 2차 세계화는 1990년경 이후 중국과 인도, 동구권도 세계화에 참여하면서 용어의 의미에 진정 걸맞은 세계화가 진행된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2차 세계화도 금융위기 이후에는 동력을 잃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 총생산 대비 국제무역의 비율은 금융위기 이후에는 더 이상 상승 추이를 보이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위기 직전에 비해 소폭 낮아진 상황이다. 이 같은 변화는 무엇보다 기존 세계화 주도국의 이해관계와 인식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세계화의 적극적 주창자는 미국과 서구 선진국이었지만, 금융위기 이후 이들은 세계화에 소극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선진국에서 세계화가 저가 제품 수입의 급증을 통해 일자리 감소와 임금 부진을 초래했다는 부정적 여론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 간 헤게모니 분쟁이 진행되면서 미국은 세계화가 중국의 부상에 크게 기여했다는 인식하에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통해 블록화된 국제경제 관계로 전환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도 이에 대응해 자국경제의 대외의존을 줄이고 자립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경제구조를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양대국이 서로 관계를 단절하고 적대적인 방향으로 치닫는다면 세계화는 후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세계화가 가져온 성과에 대해서는 평가와 애증이 엇갈리지만 2차 세계화가 저소득국가의 경제성장 기회를 넓혀줌으로써 빈곤 퇴치에 기여한 부분은 부인할 수 없다. 세계은행 자료에 의하면 세계화가 크게 확대된 지난 40년간 세계인구 중 극빈층의 비율은 42%에서 9%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이제 저소득국은 아니지만 2차 세계화라는 우호적 환경 속에서 수출주도형 전략을 통해 성장해온 대표적 수혜자이고, 자원빈국이라는 특성상 앞으로도 무역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나라다.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국가 간의 자유로운 무역과 교류라는 이념과 그것을 위한 제도는 소중한 세계 공공재다.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더불어 이 공공재를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슈&경제] 민간 주도의 혁신 스케일업 생태계 필요하다

경제가 어렵다.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코로나19 위기 극복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경제 살리기는 공공의 무차별적인 현금 풀기가 아니라 민간의 경제활력을 회복해야 가능하다. 그래서 경기도를 스타트업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김동연 지사의 정책 의지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아마도 경기도 전체가 ‘혁신 거점’이 돼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문제는 재정 지원을 통한 공공 주도의 스타트업 지원정책은 공공기관의 일자리만 늘린다는 것이다. 세금을 투입해 스타트업 개수가 늘어나더라도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 경기도 스타트업 지원정책의 현 상황이다. 경기도에는 중앙정부, 경기도 또는 기초지자체의 재정 지원으로 운영되는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 인프라와 사업들이 있다. 취·창업 지원기관, 창업보육센터, 창업사관학교, 메이커스페이스, 창업허브, 벤처창업지원센터 등이 있다. 문제는 경기도에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시설이나 사업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공공 주도의 관행적이고 타성적인 사업방식, 파편화된 지원정책, 지원 인력의 전문성 부족, 사업의 특성화 미흡, 예산 투입에 기반한 단순한 양적 확대 등이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장애가 되고 있다. 특히 공공이 주도하는 사업들은 재정 사업의 특성상 생태계 조성보다 개별 기업 지원을 중심으로 한다. 성과가 단기간에 나타나기 어려운 스케일업보다 실적 보여주기가 필요한 공공의 특성상 창업 양산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공공이 주도하는 스타트업의 양적 증가 정책은 혁신 생태계를 만들 수 없다. 공공기관들이 문제점을 몰라서가 아니라 공공기관과 재정 사업의 특성이 사업방식을 제한한다. 더욱이 스타트업이 일자리와 성장을 주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저성장 시대에 성장과 고용을 모두 잡으려면 스케일업 관점의 혁신 생태계가 필요하다. 따라서 경기도가 스타트업들의 혁신 거점이 되기 위해서는 민간이 주도하는 ‘새로운 성장’을 지향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공공은 민간 전문가와 협업을 하되 정책과 사업은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 창업지원 중심의 경기도 지원시설을 스케일업 중심 지원으로 기능을 재편하고 창업지원 위주의 정책을 스케일업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도 필요하다. 스타트업의 질적 성장을 추진해야 경기도가 한국 경제의 혁신 거점으로 거듭나고 경기도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할 수 있다. 인큐베이터, 액셀러레이터, 메이커스페이스, 전시관, 문화공간, 주거공간 등을 포함하는 혁신 스타트업 콤플렉스도 필요하다. 암기식, 지식 전달식 교육을 탈피해 청년들이 자기 주도 학습, 동료학습, 프로젝트별 학습 등 혁신적인 방식의 교육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CT)을 보유한 혁신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시급하다. 기존의 관성적이고 관료적인 공공 시스템을 벗어나 혁신 스케일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민간 전문가 주도의 혁신생태계 총괄조직도 필요하다. 경기도가 선도적으로 민간 주도의 혁신 스타트업·스케일업 생태계 모델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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