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기업가정신이 천하지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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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모 경희대 명예교수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의 정신은 농심으로 근면 자주 협동이었다. 농심은 땅의 척박함과 품종을 탓하지 않는다. 덜 좋은 씨앗도 정성을 기울이면 싹이 나고 척박한 토양도 농심으로 가꾸다 보면 옥토가 된다. 한국은 제1, 2, 3차 산업혁명을 한 세대 만에 성공적으로 끝내고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었으며 그 중심에 인공지능(AI)이 있다.

 

이 시대에는 농심에다 기업심을 융합해야 하는 기업가정신이 천하지대본이다.

 

개인소득의 결정 요인은 자본, 노동, 능력, 기업가정신, 출신 배경 등이지만 분배 관련 논의에서 기업가정신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는 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방해하는 치명적인 오류다. 기업가정신과 경쟁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원동력이기 때문에 이 원동력을 무시하고 분배 논리를 주장하는 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오해를 불러와 반자본주의 정서를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기업가정신이란 번영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핵심이나 그 단어가 쓰이는 구체적인 문맥은 다양하다. 종종 위험부담자나 지도자의 임무조항, 개혁가나 창업가의 혁신, 경제발전의 수단 혹은 부의 불공평한 분배 요인을 의미한다. 경영대학에서는 새 사업을 시작하는 창업과 같은 의미다.

 

기업가정신은 본질적으로 이윤 창출 기회의 발견과 개척을 통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며 자본주의의 청량제 역할을 한다.

 

첫째, 반드시 혁신적이다. 다른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것에서는 기업이윤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 이윤을 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 둘째, 창조적이어야 한다. 이윤은 재화를 좀 더 가치 있게 쓰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부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셋째, 더 생산적이 되는 학습 과정이다. 기업가는 혁신을 통해 부를 창조하는 방법을 배우기 때문에 늘 학습하는 중이다.

 

혁신, 창조, 학습의 기업가정신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물을 주어진 대로만 볼 게 아니라 열린 견해로 봐야 사물의 다양한 용도와 가치를 발견하고 학습할 수 있다.

 

한 사물의 경제적 중요성은 시간과 각자의 지식 수준에 따라 사람마다 다른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사물의 가치는 그것의 값진 용도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금전적 가치가 크지만 그 유용성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치가 거의 없다. 예를 들면 19세기에 다이아몬드 원석은 아프리카 원주민에게는 장난감이었지만 영국의 탐험가에게는 고가의 보석이었다. 19세기 말까지 중동지방에서는 땅에서 솟아 나오는 흑갈색의 액체를 구역질 나는 백해무익한 것으로 여겼으나 내연기관의 연료로 가공될 수 있다는 것을 안 미국인은 ‘검은 황금’으로 봤다. 천지에 흔한 모래 규소는 정보기기에 꼭 필요한 실리콘 웨이퍼로 가공된다.

 

기업가정신은 어떤 것이 통상 생각하는 것보다 더 높은 가치가 있는 용도를 갖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기업가의 이윤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높은 가치가 있는 용도를 발견하는 것에 대한 보상이고 발견된 가치에 대한 정당한 요구다.

 

모두가 기업가정신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은 주어진 환경에서 각자는 최선을 다해 최선의 결과를 얻으려고 노력하며 더 좋은 방법을 발견할 때마다 그 발견을 이용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업가정신이라는 용어는 대부분 기업이라는 조직을 통해 상당한 경제적 이윤의 기회를 발견하고 부를 창출해 많은 사람이 혜택을 얻어 다른 사람들이 따라 하게 되는 경우를 일컫는다.

 

기업가가 새로운 부를 창출할 기회를 발견한다는 것은 상황에 대한 개인적 인식과 역량의 문제로 객관적 확실성이 희박하다. 그 기회가 새로운 부를 창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성공 여부는 그것을 실행해 보기 전에는 아무도 올바르게 예측할 수 없다. 기업가적 기회의 발견은 종종 적절한 시간과 장소에 우연히 있게 된 누군가에 의해 갑자기 이뤄지기 때문에 우발적이다.

 

기업의 역사를 보면 새로운 부의 창출 기회 발견에 대한 공통적인 결정 요인은 없다. 아무도 누가 성공한 기업가일지, 어떤 종류의 혁신이 어떤 분야에서 만들어질지 예측할 수 없고 따라서 계획할 수도 없다. 최선의 방법은 시장에서 모두가 최상의 역량으로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각자의 발상을 시도하도록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실패할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은 시도하기를 주저할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성공적으로 혁신할 것이고 그 성공은 차례차례 넓게 모방될 것이다. 이것이 자유경쟁 시장체제의 진정한 이점이다. 즉, 각자의 발상을 기꺼이 역량을 다해 자유롭게 끊임없이 시도하고 실험해 봄으로써 그 결과로부터 혜택을 보거나 고통을 받는 경쟁을 통해 증명된 승자를 선택하는 것이 자유시장이다. 이것이 바로 자유경쟁 시장체제에서 기업혁신과 경제발전이 어떤 다른 형태의 경제체제보다 더 빠르고 더 활발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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