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송도유원지 개발 방향 전환...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2008년 12월 인천 연수구 송도유원지 일각에서 거창한 기공식이 열렸다. 당시로서는 국내 첫 테마파크인 ‘송도 파라마운트 무비파크’ 사업이 요란한 폭죽소리와 함께 첫발을 뗀 것이다. 그러나 그뿐, 이후 송도테마파크 사업은 엎치락뒤치락만 거듭하며 여전히 황무지로 남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도 있었지만, 근본 원인은 사업성이 따라주지 않아서였다. 이후 15년이 흐르면서 송도테마파크는 인천의 ‘뜨거운 감자’이면서 해묵은 숙제로 남았다. 최근 인천시가 다시 이 숙제 해결에 나섰다고 한다. 테마파크 플러스 아파트라는 기존 개발 콘셉트를 우회하는 방식이다. 명분은 인천의 투자유치 용지 부족난이다. 송도유원지 일대 상당 면적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 첨단산업을 일으킨다는 구상이다. 인천경제청이 송도유원지 일대 2.67㎢를 경제자유구역(IFEZ)으로 추가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부족한 투자유치 용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가칭 송도국제도시 능허대 첨단바이오클러스터다. 테마파크 사업이 예정된 부지에 대우차판매 부지의 도시개발사업(공동주택 건설)을 옮겨온다. 도심형 테마공원과 온실수목원 등 대규모 공원 조성과 함께 추진한다. 그 대신 도시개발사업 부지 132만㎡는 첨단산업용지 2개 단지와 산업지원용지 1개 등으로 용도를 바꾼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은 테마파크 사업이 사실상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첨단산업용지에는 바이오 산업과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산업 기업들을 유치한다. 인천경제청은 부영주택이 추진 중인 도시개발 사업과 테마파크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장기간 멈춰선 이들 사업에 경제자유구역 개발 사업을 접목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천경제청은 오는 7월께 이 같은 구상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는 용역도 발주한다. 테마파크 사업 백지화에 대한 대안도 찾고 있다. 당초 이곳 도시개발사업은 테마파크가 전제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송도 석산에 관광체험형 시설을 짓거나 축구장 47개 면적의 동양화학 유수지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등이다. 인천시는 도시개발사업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과감한 투자유치를 이끌어 내는 전략을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는 입장이다. 벌써부터 시의회에서는 주민들은 여전히 테마파크 조성과 송도유원지 활성화를 원한다며 시정 불신을 경고하고 나섰다. 특혜 시비도 나올 것이다. 투자유치 용지가 부족하다는 것은 인천의 복이다. 송도유원지 일대를 인천을 살찌우는 첨단산업 클러스터로 바꾸려면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할 것이다. 특혜 시비를 미리 차단할 만큼의 정교한 초기 설계가 필요해 보인다. 성패는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에 달려 있다 할 것이다.

[사설] 인구감소 강화·옹진... 귀농 귀어 유치 나서야

인천연구원이 최근 유의미한 연구보고서를 하나 냈다. 요지는 인천 강화·옹진지역에 실효성 있는 귀농·귀어 유인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귀농, 귀어, 귀촌은 요즘 한국에서 흥미있는 화두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전체 인구 중 비중이 높은 베이비붐 세대들에서다. 기대수명이 훌쩍 늘어난 마당에 인생 2막의 선택지로서다. 다시 시작하는 치열한 삶의 현장일 수도,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감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인천연구원이 설정한 테마는 좀 더 현실적이다. 다름 아닌 인구 소멸과 이에 따른 지역 소멸이다. 강화·옹진에 있어 귀농 귀어를 통한 인구 유입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인천 농어촌 지역의 지속가능성이 걸린 문제라는 것이다. 인천연구원이 최근 ‘인천시 귀농어촌 이주지원센터 설립 및 운영 방안’ 연구를 마무리했다. 결론은 강화·옹진지역에 귀농·귀어·귀촌 지원 정보를 제공하는 이주지원센터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21년 인천 강화·옹진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이 지역의 인구증감률 및 고령화비율 등 인구감소지수를 도출한 결론이다. 인천연구원은 강화·옹진 등 농어촌 지역의 초고령화 및 인구감소 문제가 중장기적으로 인천의 지역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봤다. 심각한 저출산 현상 등을 감안하면 귀농·귀어 등 외부 인구 유입이 절실한 강화·옹진이다. 그러나 현재 이들 지역에서는 이와 관련한 정책이나 프로그램이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대부분 정부의 귀농, 귀어 정책 프로그램을 단순 운영하는 데 그치는 정도다. 그나마 체계적인 관리가 없어 이들 정보에 대한 수요자들의 접근성도 크게 낮은 실정이다. 인천연구원은 외지 인구 유입을 지원하는 통합플랫폼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귀농, 귀어, 귀촌 수요자들을 지원하는 정보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천 귀농어촌 이주지원센터를 설립해야 한다고도 했다. 인천의 귀농어촌 지원 정책 및 프로그램을 전담하는 센터다. 이 센터를 통해 강화·옹진의 특화된 귀농어촌 지원 프로그램을 발굴, 실행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지금 전국 곳곳에서 귀농 귀어 수요자들을 끌어 들이기 위해 마케팅 수준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지역 소멸에 대비한 것이다. 귀농 귀어 유입은 단순 인구 유입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역 자원과 산업 활동 또한 승수효과를 낸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인천 농어촌 지역도 본격 나서야 할 때다. 저 먼 곳 지방들에 비해 강화·옹진은 귀농 귀어 유치 경쟁력도 높다. 인구 절반이 몰려 사는 수도권 지척의 바다와 들판이기 때문이다.

[사설] 희망고문 동인천 재개발… 긴급한 안전∙생활고통 챙겨야

서울 등에서 경인전철을 타고 동인천역에 내린 이들은 말한다. 수도권의 그 많은 도시철도 역사 중 가장 낙후한 곳 아니냐고. 사실 그렇다. 여기서 전철을 타려면 내려갔다 올라갔다를 몇차례 해야 한다. 먼저 지하상가로 내려간다. 이어 긴 통로를 지나면 다시 계단을 오른다. 개찰구를 지나서는 승강장까지 또 올라간다. 개찰구로 향하는 긴 지하통로는 좁고 어둡다. 조립식 패널로 양편에 장벽을 세워 통로 중간의 화장실 냄새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자칫 인천의 도시 이미지가 비좁고 컴컴하고 찬 바람이 부는 이 지하통로에 갇힐까 걱정이다. 이런 동인천역의 낙후상은 주변 지역의 침체로 확장해 간다. 동인천역 일대는 한때 인천의 다운타운이었다. 이곳 재개발 사업은 2007년 착수했다. 그러나 16년이 흐르도록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사업성이 부족해서다. 민간 개발의 시도도 있었지만 수익성이 낮아 여러 차례 좌초했다. 2020년에는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으로 전환했다. ‘동인천역 2030 역전프로젝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역세권복합개발사업에 병행한 이 일대 도시정비사업이다. 그러나 3년째 상인들과의 보상문제 등이 얽혀 멈춰 있다. 이러는 사이 이곳 송현자유시장 등은 쇠락을 거듭한다. 재개발에 묶여 손을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상가 건물 곳곳이 무너질 듯 위태롭다. 빗물이 줄줄 새고 벽면이 쩍쩍 갈라져 있다. 이러니 시장을 찾는 사람도 줄어들어 하나둘 장사를 접는다. 상인들로서는 16년 희망고문이다. 인천시가 인천도시공사(iH)와 함께 이 사업을 재정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iH를 통한 공영개발이다. 민선 8기의 핵심 공약인 제물포 르네상스와도 연계된다. 수익성이 낮은 만큼 공영개발에 따른 일정 부분 손실은 감수해야 한다. 시와 iH 간에 동인천역 일대 개발 태스크포스(TF)도 가동했다. 올 하반기에는 ‘동인천역 주변 전면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기본구상 용역’도 발주한다. 인천시는 수익성 확보를 위한 로드맵을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간도 그 수익성 때문에 거듭 좌초했다. iH가 참여한다 해도 역시 인천시 재정사업이다. iH 역시 현재 재무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사정이다. 재정사업은 공공효용과 사회적 비용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그 이전에, 해당 지역 상인·주민들의 안전과 긴급한 생활고통 해소도 시급해 보인다. 재정사업마저 늘어진다면 희망고문을 보태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너무 낡은 동인천역을 오가는 시민들의 불편도 더는 방치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사설] 무소불위의 현수막 특권... “이게 뭡니까”

“이게 뭡니까.” 왕년의 유행어가 절로 튀어나오는 한판 코미디다. 다름 아닌 정치 현수막 소동이다. 생업에 바쁜 시민들은 “웬 꼴사나운 현수막들이 저토록 펄럭이나”했다. 알고 보니 지난해 말 국회가 슬그머니 통과시킨 법 하나 때문이었다. 옥외광고물법을 바꾼 것이다. 정치 현수막은 언제, 어디든지, 얼마든지 마구잡이로 내걸어도 괜찮다는 법이다. 법 개정 명분도 그럴싸하다. 일상에서 정당 활동을 활성화해 정치문화 발전을 기한다나. 그래서 정치 현수막은 별도의 신고·허가·금지 등을 모두 뛰어 넘도록 했다. 그들 국회의원을 뽑아 준 시민들은 실종가족 찾는 현수막 하나 걸려 해도 보통 고생이 아니다. 그래선지 지난 연말부터 정치 현수막이 쏟아졌다. 특히 예산 국회 끝 무렵엔 거리마다 만국기처럼 펄럭였다. ‘이런저런 예산 몇조, 몇천억원 제가 따왔습니다’ 똑같은 예산인데도 서로 자기가 따왔다고도 했다. 그 무렵 예산 자랑 현수막은 전국을 뒤덮었다. 그 예산들 모두 합하면 엄청난 금액일 것이다. 이전의 ‘설 추석 잘 보내시라’, ‘수능시험 잘 보라’ 현수막은 애교 수준이다. 예산 자랑이 끝나니 서로 헐뜯기, 자화자찬의 현수막이 거리를 메운다. 가장 최근에는 ‘이완용’ 현수막까지 등장했다. 이러다 ‘충무공’까지 현수막에 끌려올지 모르겠다. 급기야 지난달 인천에서는 이런 현수막에 시민이 다치기도 했다. 송도국제도시 한 사거리에서 20대 대학생이 정치 현수막 줄에 목이 걸려 넘어진 것이다. 난방비 폭탄을 서로 떠넘기는 현수막이었다든가. 시야를 가리는 현수막 쳐다보느라 운전도 보행도 위험할 지경이다. 소상공인들은 비싼 돈 들인 간판이 가려져 영업까지 방해 받는다. 인천 주안역 광장은 ‘수사하라’, ‘책임지라’ 등의 현수막을 온통 뒤집어 쓴 모습이다. 전부 국민 세금이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한 소리 했다. “정치 과잉, 정치 혐오만 부추긴다”, “사전 선거 운동이다”. 사뭇 날카로운 지적이다. 지난 1월 세종시가 지역 2곳에 ‘정치 게시대’를 마련했다. 정식 명칭은 ‘정치 현수막 우선 지정게시대’다. 함부로 떼 버릴 수도 없으니 한군데에다 몰아넣자는 아이디어다. 정치 현수막 수용소쯤 되겠다. 이 수용소 설치에 또 세금 2천만원을 썼다고 한다. 국민이 쥐여 준 입법권을 어떻게 이렇게 주무를 수가 있나. 문제는 끝 간 데를 모르는 그들의 특권의식이다. 200가지가 넘는다는 국회의원 특권에 현수막 특권까지 필요했나. 이러다가는 마침내 그들 가족까지 그 특권들을 누리도록 할지도 모른다. 궤도를 한참 벗어난 입법 특권의 민낯을 쳐다보며, 시민들은 또 한숨을 내쉰다.

[사설] 교통비도 버거운 학교 밖 청소년... 인천시교육청이 나서라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에 입학 후 정규 교육과정을 마치기 전에 퇴학, 자퇴, 미취학한 청소년.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정하고 있는 청소년이다. 자료에 따라 다르지만 50만~60만명 된다. 학교를 그만둬 집 안에서 그늘진 생활을 할 거라 여기지만 각자 다르다. 자유롭게 검정고시를 준비하거나 아르바이트도 한다. 대안학교, 홈스쿨링, 자유여행 등 다양한 모습이다. 그런데 인천의 학교 밖 청소년 대부분은 지역사회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못받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어린 나이에 자기주도학습에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인천지역 학교 밖 청소년은 4천300여명으로 파악한다. 인천여성가족재단이 학업 중단 청소년들 중 다시 학교로 돌아간 수를 빼는 코호트 방식으로 추정했다. 이들 청소년은 학교 안 청소년들에게 주어지는 교육지원 혜택에서 소외돼 있다. 방과 후 활동이나 취업 특강 등 학교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진로를 개척하기 위해 꿈드림센터로 가거나 먼 거리의 학원 등을 다녀야 한다. 하지만 이들 청소년들에게는 교통비 부담도 버겁다. 지난해 여성가족부의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는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교통비를 꼽았다. 한 청소년의 사례를 들여다보자(경기일보 13일자 1면). 인천 미추홀구의 한 학교 밖 청소년은 지난해 학교를 자퇴했다. 정서적·육체적 학대를 그치지 않는 부모를 피해 집과 학교를 나온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장래 영상편집자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학교를 그만둔 거지 배움까지 포기한 건 아니어서다. 그래서 학교 밖 청소년에게 학원비를 지원해 주는 서울의 한 영상편집 학원을 다닌다. 그러나 매일 서울을 오가느라 5만원이 넘는 교통비가 큰 부담이다. 자기 같은 청소년들에게 교통비를 지원해 주는 동네로 이사를 가야 하나 생각 중이다. 인천에서는 유일하게 부평구가 학교 밖 청소년에게 5만~10만원의 교통비를 지원하고 있다. 꿈드림센터 프로그램에 4차례 이상 참여하면 받을 수 있다. 학교를 관뒀으니 배움도 포기했을 것으로 보면 편견이다. 학교 밖 청소년들도 자신의 꿈을 펼치고 진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지원하는 것이 맞다. 꼭 인천시나 군·구에서만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을 맡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학교 안 청소년들에 대해서는 개인별 노트북까지 지원해 주는 교육복지 시대다. 내국세의 20%를 넘겨 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있다. 일부 교육청에서는 이 돈을 다 못 써 쌓아 두기까지 한다. 인천시교육청은 학교 안뿐 아니라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에도 기꺼이 나서야 한다.

[사설] 또 시작인가... 의회 해외연수 이제 좀 달라지려나

또 시작인가. 코로나19 덕분에 한동안 잠잠했던 의원 외유가 다시 시즌을 맞은 모양이다. 1991년 지방의회가 꾸려진 이래 의원들의 외유 추태는 잠시라도 그친 적이 없다. 코로나19 이전 경북 한 군의회의 추태 외유는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가이드 폭행, 호텔 방문을 연 채 음주와 고성방가, 여성 접대부 술집 요구 등등. 미국 경찰 출동, 호텔 측의 경고, 합의금 지불 등 가지가지였다. 같은 시기 해외에 나가있던 인천 구의원들까지 중도 귀국하게 한 대단한 외유였다. 올봄 인천 9곳 군·구 의회들이 줄줄이 해외 출장길에 오른다고 한다. 한 3년 쉰 탓인지 좀 색다른 패턴도 보인다. 이전에는 통상 상임위원회별로 삼삼오오 떠났다. 그런데 미추홀구의회와 중구의회 등 인천 7곳의 구의원들은 이번에 전원이 한꺼번에 떠난다. 과문한 탓인가, 처음 접하는 해외 연수 방식이다. 풀뿌리 민의의 전당이라는 지방의회가 통째로 바다를 건너가는 셈이다. 여의도 국회의원 300명이 한꺼번에 한곳으로 외유성 해외 연수를 가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출장계획 심사 과정에서도 “왜 다 같이 가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동안 (의원들 간) 협동이 부족했다. 처음이기도 하니 다 같이 가는 것”이라 답변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단합대회 간다는 얘기 아닌가. 평소에 좀 잘들 지내시지. 미추홀구의회의 경우 이번 출장 일행이 21명이나 된다. 전체 구의원 15명에 사무국 직원 6명을 포함해서다. 사무국 직원 6명 중 4명은 임무가 좀 다르다. 의원님들의 출장보고서 작성을 지원할 사람들이다. 그러면 이들 직원 1명당 의원 4명의 보고서를 대신 써야 할 텐데, 똑같이 쓸 수도 없고 고생이겠다. 이달 말 프랑스와 스위스, 이탈리아로 가는 중구의회는 심사도 엉성하게 넘겼다. 현지에서 방문할 기관들에 대한 사전 섭외도 없이 계획을 짜고 제출한 것이다. 외유성이 뻔해 보이는 출장 일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한 구의회의 일정만 보자. 시내 견학, 박물관 관람, 슐로스베르크 전망대 시내 조망, 가이드 안내로 시청사 방문 등등. 동네 강아지들도 주인 따라 해외여행을 가는 시대다. 그러나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외유성 해외 연수는 30년이 지났어도 그대로다. 올봄 떼를 지어 해외 출장길에 오르는 인천 군·구의원들, 조심조심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시민들 눈초리가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요즘 그냥 대충대충 넘어가는 게 있던가. 숨소리도 크게 내지 말고 제대로 공부하고 돌아오기를 바란다. 나가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모든 비용이 주민들 피땀어린 세금이니까.

[사설] 재외동포청은 인천에... 설명이 필요없는 공리다

지난달 말 재외동포청 신설이 확정됐다. 현재 재외 한인은 732만명에 이른다. 부처별로 분산돼 있는 재외동포 관련 민원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문화 홍보와 차세대 교육, 네트워크 활성화 등 기존 재외동포재단 사업들도 합쳐진다. 외교부는 3개월 이내에 청이 들어설 입지를 정하는 등 개청 준비에 들어갔다. 이에 인천시민들은 현재 한마음으로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를 뜨겁게 염원하고 있다. 왜 그런가. 조국이 어려웠던 시절, 눈물을 뿌리며 이 땅을 떠나던 그들을 역시 눈물로 배웅했던 고장이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인천시청에서 ‘재외동포청 인천유치 시민운동본부’가 출범을 선언했다.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를 비롯, 33개 시민모임이 참여했다. 종교나 정치적 이해까지도 초월해 그야말로 범시민운동으로 뜻을 모았다. 시민운동본부는 공식 출범 이전부터 온라인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벌써 4천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운동본부는 시내 곳곳에서 시민들을 직접 만나 재외동포청 유치를 기원하는 오프라인 서명운동도 펴고 있다. 각급 지역 단체들의 지지 선언도 줄을 잇는다. 회원 21만명의 인천시총연합회, 인천 주요 기관장·기업인 모임인 인화회 등도 가세했다. 인천시의회는 지지 결의안을 채택했다. 인천시민들의 염원을 요약하면 이렇다. 인천은 우리나라 최초 근대 이민의 출발지다. 역사적 정체성, 상징성이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통해 재외동포들이 조국을 찾는 첫 관문이다. 재외동포청 입지로서의 타당성, 효율성이다. 1902년 12월22일, 하와이를 향한 첫 이민선이 인천 제물포항을 출항했다. 이후 106년이 흐른 2008년 6월. 그들이 떠났던 그 월미도에 한국이민사박물관이 우뚝 섰다. 그때 떠났던 이들은 인천을, 꿈에도 그리던 조국의 마지막 모습으로 가슴에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해외 한인단체들이 신설 재외동포청은 인천에 들어서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유럽 한인총연합회와 하와이 한인단체, 우즈베키스탄 고려인협회 등이다. 유럽 한인총연합회는 지난해 인천에 유럽한인문화타운을 조성하는 계획도 내놓았다.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 운동은 요즘 흔한 공공기관 끌어가기 수준이 아니다. 생산유발효과니, 고용창출이니 하는 지역이기적 타산과도 다르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정체성과 입지 타당성을 확보하고 있는 인천이다. 인천이 국토의 저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면 손도 들지 않았을 것이다. 철강박물관이 선다면 포항에, 반도체박물관이 선다면 수원 또는 화성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재외동포청은 인천에, 따로 증명이 필요치 않은 공리(公理)다.

[사설] 영종·인천대교 무료화...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인천 영종도 주민들이 영종대교를 건너며 내야 했던 통행료가 마침내 사라지게 됐다. 2000년 12월 개통 이래 근 23년 만에 해묵은 민원이 풀린 것이다. 이와 함께 영종도와 인천 송도를 잇는 인천대교 통행료도 섬 주민들은 내지 않아도 된다. 바로 지난주까지만 해도 성난 주민들은 항의 투쟁을 준비했다. 3·1절 날, 차량 1천대를 몰고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에 집결할 계획이었다. 요금소를 통과할 때는 동전과 수표만으로 통행료를 낼 것이라고도 했다. 주민들은 “재정투자 도로보다 3배나 비싼 영종·인천대교 통행료를 내리려면 정부의 재정 선투자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 항의 집회를 하루 앞두고 정부와 인천시가 결단을 내린 것이다. 지난달 28일 인천시와 국토교통부가 정부서울청사에서 함께 발표했다. ‘영종·인천대교 통행료 인하 추진 방안’이다. 정부는 인천공항공사와 한국도로공사의 선투자를 통해 2개 교량의 통행료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내린다. 영종대교는 오는 10월부터, 인천대교는 2025년 말부터 등 시차를 두고서다. 특히 인천대교는 현재 5천500원에서 2천원으로 내려진다. 이에 인천시는 기존의 주민 통행료 지원 사업을 더 확대해 오는 10월부터는 완전 무료화한다고 화답했다. 완전 무료화 혜택의 대상은 영종·용유 지역 및 인천 옹진군 북도면 주민들이다. 북도면도 영종도와 동일 생활권이다. 이에 시가 추가 투입해야 할 재정 부담은 영종대교 97억원, 인천대교 86억원 등 183억원 규모다.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이후 이곳 주민들은 지속적으로 과도한 통행료 부담을 덜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서울 나들이 한번 하려면 왕복 1만3천200원이나 든다. 주민들로서는 읍내 나들이나 마찬가지인 인천을 가는 데도 6400원이다. 인천대교도 왕복 1만1천원이다. 이에 그간은 인천시가 재정을 들여 통행료 부담 일부만 감해 줬다. 그래서 영종대교를 타고 서울을 가려면 편도만 3천400원을, 인천대교를 한 번 건너려면 1천800원을 내야 했다. 영종대교가 길목인 인천공항고속도로는 처음부터 통행료가 과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총 사업비 1조4천760억원이 들었다고는 하지만, 도로공사 고속도로의 3배 수준이다. 국가관문공항을 건설한다면서 접근 교통로는 도로, 철도 모두 민간자본으로 지었다. 마치 고속터미널을 지으면서 접근 도로 길목에서 엄청 비싼 통행세를 받는 셈이다. 시작부터 비정상이었다. 여기 사는 주민들은 더 답답했을 것이다. 대체도로도, 배편도 없으니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뒤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이런 게 소통이고 협업이다.

[사설] 주민수용성에 갇힌 해상풍력… 명확한 매뉴얼 있어야

인천은 국내 3위의 반도체 수출 도시다. 반도체 후공정 세계 2·3위인 앰코코리아와 스태츠칩팩코리아도 인천에 있다. 이런 저력을 바탕으로 인천시는 정부의 반도체 특화단지 공모에 도전하고 있다. 반도체 후공정 분야를 인천의 미래 먹거리로 꼽은 것이다. 그런데 반도체 산업에 필수적인 인프라 확보가 걱정이라고 한다. 바로 재생에너지를 통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다. 특화단지를 따내고 세계 유수의 반도체 기업이 들어와도, 전력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반도체 산업은 본래 전력 수요가 크다. 여기에 이미 ‘RE100’이 산업 생태계로 자리잡아 있다.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이다. 일반 전력으로 생산한 반도체 제품은 수출에 큰 제약을 받는다.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만 사용한다는 ‘2050 RE100’ 선언을 내놓았다. 인천시도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 계획서에 전력공급대책을 넣었다. 덕적·자월도 등 인천 앞바다에 추진 중인 해상풍력발전이다. 인천시는 인천 해역에서 생산 가능한 해상풍력발전 발전 용량을 최대 3천673㎿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인천 앞바다의 해상풍력발전 사업은 답보 상태다.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서다. 이는 곧 반도체 산업 육성의 걸림돌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오스테드코리아와 남동발전이 정부에 해상풍력발전 면허를 신청했다. 둘 다 반려됐다. 주민 수용성 부족이 이유였다. 현재 인천 앞바다에서 해상풍력발전 사업을 위한 풍향계측 허가를 받은 곳은 11곳이다. 그러나 대부분 주민 수용성 문제에 걸려 제자리걸음이다. 해상풍력뿐만이 아니다. 인천 반도체 산업의 배후단지인 남동산단 역시 전력 공급이 불안정하다. 민간사업자가 19.8㎿급 수소연료전지발전소를 추진해 왔다. 이 역시 주민 반대에 부딪혀 발전사업 허가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해상풍력도 인천의 미래 자원이자 기회의 영역이다. 특히 인천 해역은 해외 에너지 기업들도 인정하는 해상풍력의 최적지다. 이런데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반도체특화단지에까지 핸디캡이 된다면 아쉬운 일이다. 해상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는 이제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큰 흐름이다. 현재 해상풍력 등에 있어서의 주민 수용성 확보는 우선 명확한 매뉴얼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해상풍력 사업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난감할 뿐 아니라 주민들 간 갈등의 소지까지 낳고 있다. 인천으로 찾아오는 반도체나 에너지기업들이 인천시에 대해 거창한 지원을 바라는 게 아니다.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명확한 로드맵과 매뉴얼,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족하다.

[사설] 인천 패싱 5호선 연장... 국가 자원배분 왜곡이다

서울지하철 5호선의 인천 검단신도시 경유가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한다. 검단신도시 주민들에게는 불안감을 안겨주는 소식이다. 현재 김포공항까지 들어와 있는 이 노선을 도시철도 교통편이 부족한 김포시까지 연장하는 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서울시와 김포시, 서울 강서구가 인천시를 배제한 채 5호선 연장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른바 ‘인천 패싱’ 논란이다. 올들어서도 김포시의회 등에서는 이 노선을 인천 경유 없이 김포시로 바로 빼는 방안을 거론해 왔다. 생활권을 공유하는 수도권에서 근시안적 지역이기주의다. 이런데도 인천시는 ‘패싱은 있을 수 없다’면서도 그 대처는 굼뜨다고 한다.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수립 당시, 인천시는 서구 완정과 대곡을 경유하는 5호선 연장 노선을 신청했다. 반면 김포시는 검단신도시 원당동 등을 경유하는 노선을 제시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김포시는 서울 5호선을 검단신도시를 지나지 않고 김포한강2콤팩트시티까지 곧바로 직선화해 잇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포공항과 김포시를 바로 연결해야 김포에 최적의 노선이라는 논리다. 김포시는 이달 중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광역철도 타당성 조사 및 전략계획 수립’ 연구용역 결과를 내놓는다. 김포지역에 가장 유리한 노선안과 경제성 확보 방안 등의 내용이다. 김포시는 이를 토대로 다음 달 국토교통부의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 등과 본격 협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인천시는 김포시의 이 같은 움직임을 제때 파악하지도, 별도의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인천 패싱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당시에도 인천시는 서울시와 김포시 등의 업무협약에 전혀 대응을 못했다. 인천시는 현재로서는 서울 5호선 검단 경유에 대한 논리적 근거도 부족하다. 인천시는 다음 달에나 ‘서울 5호선 검단·김포 연장 사전타당성조사’ 용역에 착수한다. 사업 타당성 검토 조차 오는 9월에나 나온다는 얘기다. 이런 등으로 인천시는 지난해 11월 이후 단 1차례도 대광위와 검단신도시 경유 협의를 못했다. 김포시의 직결 노선 주장은 서울 출퇴근 시간이 줄어드는 등 김포 주민들 입장에서는 좋을 것이다. 그러나 한두푼 드는 사업도 아니고, 경제성을 확보 못하면 시작조차 어렵다. 인천시는 30만 검단신도시를 배제하면 비용 대비 편익(B/C)이 0.6에 불과할 것으로 본다. 또 있다.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상 5호선 연장은 지자체 간 합의가 전제 요건이다. 5호선의 김포 직결은 국가 자원배분을 왜곡하는 지역이기적 노선안이다. 인천시도 서둘러 서울 5호선 검단 경유의 대응 논리를 마련해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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