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어촌마을들에 소멸 위기 경고등이 들어왔다고 한다. 고령화와 청년 인구 유출이 1차 원인이다. 수산자원 감소와 불편한 생활환경 등으로 청년 유입은 쉽지 않다. 인천 어업 가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대로 더 10년이 흐르면 어촌 소멸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어촌마을은 수산업을 영위하는 곳만이 아니다. 우리 국토를 지탱하는 여러 공익적 기능을 수행해 왔다. 먼저 경기일보가 돌아본 인천 어촌마을의 실상을 보자. 옹진군 덕적면 북1리 마을은 과거 덕적도의 대표 어촌이었다. 1960년대에는 널찍한 선주 집에 선원들이 모여 사는 등 활기가 넘쳤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어민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현재 이 마을엔 어업에 종사하는 어민이 단 1명도 남지 않았다. 물고기가 잘 안 잡히고 일도 힘들어 들어오는 사람은 없이 마을이 비어 가는 것이다. 어민들이 떠나자 마을이 쇠락하기 시작했다. 마을 부자였던 한 선주의 2층 주택도 무너져 내린 채 풀로 뒤덮여 있다. 마을 번화가의 옷 가게와 여관도 문을 닫았다. 어민들이 소금기를 씻어내던 대중목욕탕도, 바닷가의 어망 제조공장도 사라진 지 오래다. 마을을 지탱하던 이런 어촌 시스템의 붕괴가 지역 소멸로 이어질까 걱정한다. 남은 주민들도 하나둘 돌아가시거나 요양병원으로 떠난다. 인천의 어업가구(어가·漁家)가 최근 10년 사이 절반 이상 줄었다. 지난 2014년 인천의 어가 인구는 6천138명이었다. 그러나 2024년엔 2천943명이었다. 지난 10년간 해마다 300명 이상씩 줄어든 셈이다. 어가는 판매할 목적으로 1개월 이상 어선어업이나 마을어업, 양식어업을 직접 경영한 가구를 말한다. 현지 어업 종사자들은 힘든 어로 노동과 불편한 생활환경 등으로 어민들이 떠난다고 본다. 그러나 이를 메워 줄 청년층이나 신규 어민 유입은 없다. 어촌 소멸로 가는 것이다. 인천 강화도 한 어촌계장의 푸념이 현실을 말해 준다. “고된 바닷일을 견디거나 슈퍼 하나 없는 어촌 생활을 버텨낼 청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 세대가 늙어 가버리면 어촌마을은 소멸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인천만의 현상은 아니다. 지난해 기준 부산 지역 어업 종사 가구원이 1천911명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35%나 줄었다고 한다. 연안 어업 어선에서도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조업이 어려운 요즘이다. 거대한 시대적 흐름인가. 그러나 어촌 소멸은 바라보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 수산업을 떠나 지역 소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어업 지원 정책을 손 봐야 할 때다.
지난해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노후계획도시는 지은 지 20년이 지난 100만㎡ 이상 규모다. 1990년대 이전에 지어진 베드타운 신도시들이다. 재건축이 시급하지만 기존 재건축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베드타운을 넘어서기 위한 도시 공간 재구조화가 필요해서다. 이에 특별법은 여러 개 단지를 묶어 특별정비구역을 지정토록 했다. 통합정비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안전진단을 면제받고 용적률 150% 상향과 용도지역 변경도 가능하다. 인천에서는 ‘1기 신도시’급의 연수·구월·계산·부평·만수지구가 그 대상이다. 인천시는 지구별 통합정비를 위해 지난해 10월 노후계획도시 정비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최근 내년 3월 완성할 이 계획의 밑그림을 공개하는 포럼이 열렸다. 인천시는 5개 지구들을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 개발할 방침이다. 공공성을 확보하고 용적률 상향 및 기반시설 정비를 위해서다. 앞으로 다른 노후지구에도 적용할 인천형 도시정비의 시범모델이기도 하다. 인천시는 이번 정비계획의 목표를 단순 재건축을 넘어 종합적인 도시 리뉴얼에 둔다. 토지 이용 재편, 생활·사회간접자본 확충, 교통망 개선, 환경친화형 정주환경 등이다. 세대혼합형 주거공간과 상업·복합 기능이 공존하는 ‘미래형 거점지구’가 콘셉트다. 지구별 개발 방향도 제시됐다. 연수지구는 수인분당선 중심의 고용산업축으로 조성한다. 또 승기하수처리장 상부를 공원화하고 역세권 보행 네트워크를 마련한다. 구월지구는 인천종합터미널 중심의 광역교통시설과 예술회관 연계 문화먹거리 특화지역을 조성한다. 만수1지구에는 산림경관 특화 도심을 조성하고 만수2지구에는 시장 연계형 도심 활성화 방안을 찾는다. 이날 논의에서는 인천 노후계획도시정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 사업으로 늘어날 인구에 비해 기반시설 확충 능력은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 등이다. 인천시는 5개 지구의 용적률을 종전 178%에서 최대 350%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럴 경우 일부 지구의 경우 2035년 예상 인구가 지금보다 2배로 늘어난다. 이에 따른 도로, 교육 시설, 상하수도 용량 확충 등에 대한 고려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도시기반시설 부족분을 개발이익 공공기여로 보완할 방침이다. 그간 봐온 것처럼 과거 신도시들마다 초기 입주민들은 많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심각한 교통 정체, 교육시설 과밀화 등이다. 이를 일러 총체적 ‘난개발’이라 부르기도 했다. 특히 정비 대상 노후도시들은 인구 증가 외에 기반시설 노후화라는 요인까지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인천 계양구에 조성 중인 계양테크노밸리(계양TV)는 수도권 3기 신도시다. 자족기능을 갖춘 첨단산업복합지구가 콘셉트다. 일자리와 주거, 녹지가 융합된 첨단자족도시다. 경기 판교 신도시나 서울 마곡지구가 모델인 셈이다.그러나 본격 입주가 머지 않았는데도 첨단산업 유치는 걸음도 떼지 못했다. 기업 유치에 가장 중요한 철도 등 교통 인프라 확충부터 멈춰 있다. 인천시가 최근 계양TV 투자유치 활성화 3종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투자유치 전담 태스크포스(TF), 세제 감면 확대, 기업고충처리센터 운영 등이다. 그러나 핵심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역교통망 확충과 첨단산업단지 지정 문제다. 계양TV 광역교통망은 부천 대장지구의 철도망인 대장홍대선의 연장이다. 이 연장선이 계양TV를 통과한 뒤 공항철도·인천지하철 1호선 환승역인 계양역과 연결하는 방안이다. 첨단 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철도 교통망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계양구가 이 같은 노선 계획을 반대하고 있다. 계양역이 아닌 박촌역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선을 정하지 못한 채 지금껏 논의 단계에 발 묶여 있다. 계양구는 계양 구도심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따라 박촌역 연결을 주장한다. 반면 계양신도시 입주 예정자들은 도시첨단산업역 신설과 계양역 연결을 주장한다. 여기에 계양TV의 첨단산업단지 지정도 여전히 미완성이다. 첨단산단 지정은 기업 유치와 그에 따른 인센티브 등을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다. 계양TV는 처음 전체 75만7천457㎡(22만9천532평) 규모의 첨단산단을 계획했다. 그러나 현재 중앙정부로부터 승인받은 면적은 34만7천㎡(46%)에 불과하다. 절반이 넘는 산업부지가 아직도 첨단산단으로 지정받지 못한 상태다. 계양TV 사업 초기에는 인천시에 입주의향서를 낸 기업들도 있었다. ㈜케이티(KT), 씨제이㈜(CJ), ㈜엘지유플러스(LG U+) 등 여섯 곳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 때문에 수년이 지나도록 계약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인천시의회 등에서는 인천시의 소극적 대처를 지적한다. 여태껏 대장홍대선 연장 노선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으니 어떤 기업이 들어오겠느냐는 것이다. 첨단산업복합지구의 완성은 한 지역을 크게 바꿔 놓는다. 서울 마곡지구는 LG사이언스파크로 인해 상전벽해의 변화를 이뤘다. 계양TV와 같이 출발한 부천 대장지구에도 굵직한 기업 유치 뉴스가 잇따른다. SK그룹과 대한항공 등이다. 그런데 계양TV는 철도 노선 하나 정하지 못해 우왕좌왕이라니. 이러다 또 하나 베드타운만 보탤 것이 걱정이다.
본격 장마철로 접어들었다. 지난 주말 인천에도 174㎜의 폭우가 쏟아졌다. 곳곳에서 도로, 주택이 잠기고 토사 유출 등의 피해가 잇따랐다. 예전의 장마와는 사뭇 다른 시대다. 한번 내렸다 하면 폭우, 호우다. 그간에 쌓아온 홍수 인프라가 감당해내지 못할 정도다. 3년 전 장마 때는 곳곳에서 반지하 주택들이 물에 잠겼다. 물이 차오르는데도 피하지 못해 인명피해까지 났다. 깜짝 놀란 정부·지자체들이 ‘반지하 퇴출’ 정책까지 내놓았다. 이듬해에는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일어났다.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한 지하차도에 차들이 갇혀 14명이나 사망했다.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참사라는 것이 문제다. 올해 인천의 6~8월 강수량은 평년(622.7~790.5㎜)보다 더 많을 확률이 40%라고 한다. 기상청 등이 최근 5년간 인천의 최대 강수량 등을 분석한 결과다. 그러나 반지하 주택에 대한 침수 대책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인천시는 2018년부터 반지하 주택에 대한 물막이판·역류방지밸브 설치 지원에 나섰다. 2017년 남동구 구월동의 반지하 주택 침수로 90대 노인이 사망하면서다. 그러나 지난 7년간 물막이판 설치 실적은 아직 9% 수준이다. 인천 전체 반지하 주택 2만4천207가구 중 2천193가구다. 실제 지난 주말 폭우 때도 미추홀구 주안동 일대 반지하 주택 골목의 경우 대부분 물막이판이 없었다고 한다. 역류방지밸브 설치도 4천879가구(20.1%)뿐이다. 침수 시 반지하 주민의 대피를 돕기 위한 개폐식 방범창도 993가구(4.1%)만 마쳤다. 반지하 퇴출을 위한 임대주택 이주 지원도 지지부진하다. 인천의 주거취약가구 1천803가구 중 실제 이주는 520가구(28.8%)에 그쳤다. 이주 임대주택이 기존 거주지와 멀거나 보증금·월세 부담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택 침수로 인한 피해 보험금 지원도 매년 발생한다. 2022년 585건, 2023년 51건, 2024년 61건 등이다. 인천시는 보험금 지원 이외의 침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물론 개인 주택에 일률적으로 침수방지 시설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일부 집주인들은 설치를 거부하기도 한다. 실내 공사이기도 하고 침수 우려 주택 낙인이 찍힐 것을 우려한다. 지자체로서는 고령자, 장애인 등 안전취약계층을 우선해야 하는 사정도 있다. 그러나 이제 침수 사태 걱정은 발등에 불로 다가와 있다. 인천시와 지자체는 침수 우려 가구를 추가로 발굴하고 실시간 모니터링에 집중해야 한다. 기후변화 시대에 걸맞은 촘촘한 시민안전망이 시급하다.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시대다. 지난달 경기 수원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교사에게 야구 방망이를 휘둘렀다. 지난 4월 서울의 한 고3 교실에서도 학생이 교사를 폭행했다. 휴대전화 게임을 말리는 여교사를 학생이 휴대전화로 때렸다. 교권침해는 기승을 부리지만 교권보호는 늘 시늉에 그친다. 그래서 교권침해 피해교원 보호조치 비용 지원이라는 제도가 생겨났다. 피해를 입은 교원에게 심리상담, 치료 및 요양에 들어간 비용을 지원한다. 심리상담은 20회까지지만 자살 충동 등 심리위기가 확인되면 추가 5회도 가능하다. 그러나 인천 교사들은 이런 지원조차 사실상 그림의 떡이다. 신청 가능 기간을 박하게 정해 놓아 피해 교사들이 놓치기 일쑤라는 것이다. 인천시교육청의 ‘교육활동 침해행위 보호조치 비용부담 및 구상권 행사에 관한 고시’가 있다. 그런데 피해 교사들이 지원을 신청할 수 있는 기한이 너무 짧다. 지역 교권보호위원회의 조치 결과 통지일로부터 180일 이내로 못 박혀 있다. 그러나 피해교사들 대부분이 이 기간 내에 신청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막상 교권침해를 당하게 되면 병원 진료나 상담, 휴직 등 황망하게 시간을 흘려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비용 지원을 신청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서류도 너무 복잡하다. 지역 교권보호위원회 조치 결과 통지서, 병원 진단서, 병원 치료 영수증, 신청인 통장사본, 신분증 사본 등이다. 교권침해 피해를 경험한 교사들은 지원 신청 기한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교권침해 피해를 당했을 때는 이를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다. 트라우마까지 겪어 비용 지원 신청 등은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절차를 알아 보니 이미 180일 기한이 지나 있더라는 교사도 있다. 다른 지역도 그런가 하면 아니다. 인천 외 16개 시·도 대다수 교육청이 교권침해 피해교원 지원 신청 기간을 1년 이상으로 정해 놓았다. 아예 기한을 정해 놓지 않은 지역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치료 끝난 뒤부터 3년까지다. 경기도교육청도 1년간으로 기한을 정해 놓았다. 강원도교육청은 피해 교사가 언제라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다른 지역 교육청들은 왜 신청 기한을 충분히 정해 뒀을까. 작다면 작은 일이다. 실제 지원 금액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디테일이 교육현장의 교사들을 더욱 힘들게 할 수도 있다. 그런 엄청난 일을 당한 선생님들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어 보인다. 유명무실한 교권보호책이다. 교육 현장 뒷전 관리감독청의 행정편의주의일 뿐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국제도시 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밑그림에 따라 LH가 소유 부지에 도시 기반시설을 조성한 후 민간기업에 매각해 개발하는 방식이다. LH가 이곳 투자유치·상업업무·산업시설·주택건설용지 등을 팔아 번 돈이 2조3천억원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법에 정해져 있는 ‘개발이익의 재투자’는 한사코 나 몰라라 한다. 땅장사로 떼돈을 번 LH의 ‘먹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인천연구원이 인천경제청의 의뢰로 청라국제도시 개발이익을 환산해 봤다. 청라국제도시 1·2·3·4단계 부분 준공 시점의 지가와 사업을 시작한 2005년 당시 땅값 등을 비교했다. 여기에 개발 비용을 적용했다. 전체 개발이익이 2조3천300여억원으로 나왔다. 그러나 LH는 막대한 개발이익에도 청라에 대한 재투자는 하지 않고 있다. 경제자유구역법 제9조8(개발이익의 재투자)은 개발사업 시행자는 개발이익 일부를 기반시설이나 공공시설 설치 및 유지·관리에 쓰도록 하고 있다. LH는 이 법과 시행령의 개발이익 재투자 적용 시점이 서로 다른 점 등을 들어 재투자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다. 경제자유구역법은 개정이 이뤄진 2011년 8월5일 이후 최초로 끝난 개발사업을 재투자 대상 사업으로 정하고 있다. 시행령은 이후 실시계획 승인을 신청한 사업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청라 1단계가 2012년 12월에 최초 준공한 데다 청라 2단계도 2013년 5월부터 차례로 부분 준공이 이뤄졌다. 이는 경제자유구역법이 규정한 최초 준공 개발사업에 해당된다는 의미다.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은 개발이익 재투자의 범위를 정하고 있다. 2013년 이전은 25~50%, 이후부터 2014년 11월까지는 25%, 현재는 10%다. 개발이익 재투자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유권해석도 나와 있다. 경제자유구역법 개정 이후 일부 준공 사업도 상위법 우선의 원칙, 입법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재투자 대상이라는 내용이다. 이런데도 LH는 청라국제도시는 재투자 비율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 사업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시행령 개정 이전에 실시계획 승인이 난 사업이라는 것이다. 사업 완료 후 법원 판단에 따를 문제라며 소송으로 갈 자세다. LH는 경제자유구역 주무부처인 산업부의 유권해석을 존중해야 한다. 법과 시행령 간에 모호한 부분이 있다 해도 ‘상위법 우선’은 법 상식이다. 국가공기업은 이윤 극대화만 좇는 사기업이 아니다. 빌미를 준 법 체계의 혼선도 한심하긴 마찬가지지만.
경제자유구역 개발 등에 있어 최대 과제는 생산적 자족 기능이다. 자칫하면 고밀도 아파트촌으로 전락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도 마찬가지다. 국제도시를 내걸었지만 그 이름값에는 못미쳤다. 다행히 송도국제도시는 바이오·반도체 산업이 뿌리 내렸다. 그러나 청라·영종지구는 아직 내세울 만한 생산적 그 무엇이 부족하다. 그래서 인천시가 내놓은 것이 K-콘랜드(CON LAND)다. 영종·청라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한류 콘텐츠 산업을 집적화하는 사업이다. 동북아 허브 인천국제공항을 활용, K-콘텐츠 산업과 국제 콘텐츠가 교류하는 문화도시로 키우는 프로젝트다. 지난 6·3 대선 때 이재명·김문수 후보 모두 인천 공약에 담았다. 먼저 청라 K-콘랜드에 외국인 투자 물꼬가 트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유명 호텔 체인 케슬러 컬렉션의 리처드 케슬러 회장이 최근 인천을 찾았다. 유정복 인천시장을 만나 청라 K-콘랜드 투자의향서(LOI)를 전달했다. K-콘랜드 프로젝트 사업지 청라투자6블록에 대한 투자다. 아시아 시장 확장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최초의 럭셔리 부티크 호텔과 영상문화 복합문화시설 개발 등의 내용이다. 인천국제공항의 높은 접근성과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투자 환경을 평가한 투자 결정이다. 케슬러 회장은 “케슬러 컬렉션의 독창적인 콘셉트를 더해 인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했다. 여기에 ‘태양의 서커스’로 유명한 캐나다 기업 룬 루즈그룹이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한다. 이 그룹은 몰입형 경험과 멀티미디어 쇼 등 기술과 문화를 접목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제작사다. 인천경제청은 국제 콘텐츠와 한류 문화를 아우르는 대형 복합개발 프로젝트를 기대한다. 과거 미국 게일사의 송도국제업무지구 개발처럼 세계적인 투자개발사가 주요 개발사(마스터 디벨로퍼)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케슬러 컬렉션뿐만 아니다. 올 들어 K-콘랜드 프로젝트 투자 제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MBS그룹도 K-콘랜드 투자의향서를 보내 왔다. 이 그룹은 북미와 유럽의 600여개 스튜디오에서 연간 1천편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아직은 투자의향서(LOI) 단계이긴 하다. 그러나 K-콘텐츠 집적화 사업은 청라·영종 경제자유구역이 최적지다. 연간 1억명 규모의 인천국제공항을 끼고 있어서다. K-콘랜드의 종주국이면서도 제대로 된 공연장 하나 없는 한국이다. 케이팝 공연이 도쿄에서 더 많이 열리는 이유다. 그래서 K-콘랜드는 더 절실한 프로젝트다. 이런 투자 물꼬가 인천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1997년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이 처음 제정됐다. 가정 내 폭력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불거지면서 국가 개입의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법 취지는 가정의 평화와 안정 회복이었다. 따라서 일반 폭력행위와는 접근 방법을 달리한다. 대표적인 것이 경찰의 긴급임시조치다. 가정폭력범죄 신고를 받은 경찰은 직권으로 긴급임시조치를 할 수 있다. 재발 우려 또는 상황이 긴급하다고 판단할 경우다. 퇴거 등 격리,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 이용 접근 금지 등이다. 그러나 이런 긴급임시조치도 추가 피해를 막는 데는 별 소용이 없다고 한다. 지키지 않아도 확인이 어렵고 처벌도 미약하다. 경기일보 사회면(11일자 7면)의 최근 사건이 있다. 인천 미추홀구 한 상가주택에 사는 50대 여성이 가정폭력 신고를 했다. 술에 취한 남편에게 폭행을 당했다 했다. 2022년에도 한 차례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왔던 가정이었다. 아내에게서 100m 이내에 남편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긴급임시조치다. 그러나 남편은 바로 옆 호실에 머물렀다. 옆 호실도 남편 소유였다. 아내가 있는 옆집을 찾아가 문을 열려 하거나 전화를 걸어댔다. 분리 조치만 믿고 있었던 아내는 더욱 놀랐다. 남편이 바로 옆집에서 지내며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며 들어오려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긴급임시조치의 허술함은 지난달 경기 화성시에서 일어난 사건에서도 드러났다. 사실혼 관계에 있던 남성이 여성을 흉기로 살해했다. 지난 3월 피해 여성이 두 번째 가정폭력 신고를 해오자 경찰이 긴급임시조치를 했다. 가해 남성에게 접근 금지 및 통신 금지 조치를 했다. 피해 여성에게는 스마트워치도 지급했다. 가해자는 조치를 무시하고 범죄를 저질렀으며 피해 여성은 스마트워치 신고도 하지 못한 사건이었다. 문제는 긴급임시조치를 지키지 않아도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처벌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그친다. 또 조치를 내린 경찰에서도 제대로 이행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위치추적, 통신 조회 등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 가정사에 국가가 어디까지 개입하는 게 맞느냐는 것도 중대한 논점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가정폭력이 집안싸움에만 그치지 않는다. 위의 화성 사건처럼 심각한 범죄로 비화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이제 긴급임시조치는 ‘가정의 유지’ 차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적극적으로 ‘추가 범죄 차단’ 역할을 해야 한다. 가정폭력 피해자를 확실히 지켜내는 긴급임시조치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긴 혼돈 끝에 새 정부가 닻을 올렸다. 국민들이 거는 희망과 기대도 크다. 인천 지역사회도 그렇다. 여러 규제와 난관에 멈춰 있는 현안들이 많다. 이제라도 좀 풀렸으면 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인천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가 으뜸이다. 바이오 산업 육성과 강화남단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인천의 미래 먹거리가 달린 문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이런 인천 현안들을 공약에 포함했다. 그중 영종 바이오특화단지 국가산단 조성이 있다. 인천은 바이오 산업을 핵심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키우려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중앙정부 차원의 실질적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도 영종도 제3유보지 일대는 ‘바이오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모를 통해 지정했다. 그러나 이 특화단지도 국토교통부의 국가산업단지 지정이 있어야 날개를 펼 수 있다. 국가산단이 아니면 바이오 기업들에만 혜택이 주어진다. 금융 지원이나 세제 혜택 등이다. 콜드 체인이나 바이오용 반도체 등 연관 산업은 유치할 메리트가 없다. 이러면 반쪽짜리 바이오 특화단지에 머물게 된다. 특히 강화남단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지정은 인천의 미래 먹거리 확장이다. 그러나 중앙정부 규제에 막혀 있다. 강화남단 일대 전체 면적의 84%는 농업진흥지역(옛 절대농지)으로 묶여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절대농지인 만큼 농업 활동 면적을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하려면 대체 농지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화남단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위한 입주기업 수요 확보 요건도 문턱이 너무 높다. 중앙정부의 전향적 규제 완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산업부는 산업용지 대비 175% 이상의 입주기업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정도 전에 단기간에 이 정도 수준의 기업 유치가 쉬운 일이 아니다. 먼저 지정을 하고 단계적으로 입주기업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새 정부가 들어섰다고 해서 만사형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천의 핵심 미래 먹거리는 첨단산업 국가경쟁력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특히 강화남단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큰 틀에서 봐야 한다. 때마침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내주 산업부에 강화남단 인천경제자유구역 신규 지정을 신청한다. 인공지능(AI) 기반 첨단산업 도시, 역사·문화·자연의 K-문화도시, 친환경 정주형 미래도시가 개발 콘셉트다. 지방마다 경제특구가 있지만 기업이 넘쳐나는 곳은 인천뿐이다. 참일자리는 기업이 만들어낸다. 경제특구는 가로막을 것이 아니라 조장해야 할 일이다.
대중의 선거 표심이 권력을 창출하는 시대다. 그 표심은 후보자의 비전이나 꿈을 쫓아간다. 전문용어로 정치적 상상력이다. 고정관념이나 법의 테두리를 벗어날수록 파괴력이 크다. 과거 박정희 정부는 그런 비전을 내걸고 스스로 실현했다. 헐벗은 나라에서 ‘국민소득 1만불’, ‘마이카 시대’를 얘기했다. 그러나 대항 세력은 비난과 비판으로 일관했다. 경부고속도로까지 반대하던 그 모습으로. 20여년 후 노무현 후보가 파괴적 상상력을 보여줬다.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이다. 중립지대 충청 표심이 쏠렸다. 그러나 상대 진영은 비판으로 대응했다. 헌법 위배라 했다. 선거가 끝난 뒤 이런 후회가 나왔다고 한다. “우리도 그냥 따라 공약했으면 어떠했을까.” 이번 6·3 대선 때는 이재명 후보가 나섰다. 해양수산부와 1위 해운기업의 부산 이전 공약이다. 전략적 요충지에 대한 맞춤형 약속이었다. 어쨌든 역대 어느 선거보다 높은 부산 득표율을 이끌었다. 부산은 이미 4월부터 해수부 이전 10만명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해양수도 부산 범시민추진회의’도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시작부터 지시를 내렸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신속히 준비하라고. 처음 이 공약이 나왔을 때 인천과 세종시 등에서 반발이 나왔다. 충청권에선 행정수도 취지에 역행한다 했다. 인천항만업계도 곧바로 반대 성명을 냈다. ‘일방적으로 해양수산 정책의 중심축을 부산으로 옮긴다면 수도권 해양물류 체계의 효율성과 정책 대응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했다. ‘부산을 제외한 전국 항만과 수산업의 소외’도 우려했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최근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해수부 신속 이전을 지시했지만 부처 간 협업을 저해하고 지역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고 했다. 수도권의 인천항과 동남권의 광양항은 홀대해도 된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고 했다. 같은 날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성명을 냈다. 항만정책의 ‘부산 쏠림’을 더욱 가속화할 것을 우려했다. 지역 해양수산청의 지방정부 이양 등 지방분권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해수부 이전에 대한 인천의 우려는 괜한 것이 아니다. ‘해양수도’를 내세우는 부산 이전론에는 ‘원포트(One Port)’ 정책 논리가 깔려 있다. 대표 항만 하나를 집중 육성해 국제 경쟁력을 키운다는 논리다. 중국 항로가 열리기 이전엔 사실상 ‘부산항 원포트’였다. 인천은 정책 방향이나 재원 배분에 있어 늘 상대적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이제 그 편중의 정도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걱정들이다. 돌이킬 수 없다면 보완책이라도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