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장마철로 접어들었다. 지난 주말 인천에도 174㎜의 폭우가 쏟아졌다. 곳곳에서 도로, 주택이 잠기고 토사 유출 등의 피해가 잇따랐다. 예전의 장마와는 사뭇 다른 시대다. 한번 내렸다 하면 폭우, 호우다. 그간에 쌓아온 홍수 인프라가 감당해내지 못할 정도다.
3년 전 장마 때는 곳곳에서 반지하 주택들이 물에 잠겼다. 물이 차오르는데도 피하지 못해 인명피해까지 났다. 깜짝 놀란 정부·지자체들이 ‘반지하 퇴출’ 정책까지 내놓았다. 이듬해에는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일어났다.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한 지하차도에 차들이 갇혀 14명이나 사망했다.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참사라는 것이 문제다.
올해 인천의 6~8월 강수량은 평년(622.7~790.5㎜)보다 더 많을 확률이 40%라고 한다. 기상청 등이 최근 5년간 인천의 최대 강수량 등을 분석한 결과다. 그러나 반지하 주택에 대한 침수 대책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인천시는 2018년부터 반지하 주택에 대한 물막이판·역류방지밸브 설치 지원에 나섰다. 2017년 남동구 구월동의 반지하 주택 침수로 90대 노인이 사망하면서다.
그러나 지난 7년간 물막이판 설치 실적은 아직 9% 수준이다. 인천 전체 반지하 주택 2만4천207가구 중 2천193가구다. 실제 지난 주말 폭우 때도 미추홀구 주안동 일대 반지하 주택 골목의 경우 대부분 물막이판이 없었다고 한다. 역류방지밸브 설치도 4천879가구(20.1%)뿐이다. 침수 시 반지하 주민의 대피를 돕기 위한 개폐식 방범창도 993가구(4.1%)만 마쳤다.
반지하 퇴출을 위한 임대주택 이주 지원도 지지부진하다. 인천의 주거취약가구 1천803가구 중 실제 이주는 520가구(28.8%)에 그쳤다. 이주 임대주택이 기존 거주지와 멀거나 보증금·월세 부담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택 침수로 인한 피해 보험금 지원도 매년 발생한다. 2022년 585건, 2023년 51건, 2024년 61건 등이다. 인천시는 보험금 지원 이외의 침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물론 개인 주택에 일률적으로 침수방지 시설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일부 집주인들은 설치를 거부하기도 한다. 실내 공사이기도 하고 침수 우려 주택 낙인이 찍힐 것을 우려한다. 지자체로서는 고령자, 장애인 등 안전취약계층을 우선해야 하는 사정도 있다. 그러나 이제 침수 사태 걱정은 발등에 불로 다가와 있다. 인천시와 지자체는 침수 우려 가구를 추가로 발굴하고 실시간 모니터링에 집중해야 한다. 기후변화 시대에 걸맞은 촘촘한 시민안전망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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