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이 있어도 무용지물, 감정노동 극심한 콜센터상담사

영화 ‘다음 소희’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으로 콜센터에서 일하다 숨진 홍수연양의 비극적 사건을 소재로 했다. 이 영화를 계기로 감정노동과 실적 압박에 노출된 콜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주목받았다.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일선의 콜센터 노동자들은 ‘지금 소희, 콜센터 사업장을 고발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환경 개선과 건강권 보장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서울지회장은 “전체 노동자의 95% 이상이 여성인 건강보험고객센터의 상담노동자들은 방광염, 신우신염과 근골격계질환 등 질병을 달고 산다”고 했다. 이런 질병에 노출돼 있지만 12개 센터의 용역업체가 각기 다르고 경쟁관계에 놓여 실적 압박은 일상이라고 했다. 악성 민원도 큰 부담이고, 원청과 하청의 위·수탁이라는 고리 속에 갇힌 노동자들은 불안·공황장애,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는 이가 많다고 했다.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시행된 지 5년여 됐지만, 감정노동자의 대표 직종인 콜센터 상담사들은 여전히 폭언과 성희롱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전화기 너머의 상대방이 욕설이나 성희롱을 할 때도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고 말하며 감정노동을 강요받는다. 전국의 콜센터 상담사는 약 50만명에 이른다. 이 중 77%가 비정규직이다. 국가인권위의 ‘콜센터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2021년)’에 따르면 상담사들은 월평균 12회 폭언과 1회 이상 성희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노동자보호법 시행 전인 2008년보다 폭언 약 62%, 성희롱이 약 14% 증가했다. 공공·민간 부문 상담사 1천990명 가운데 48%가 경제적 어려움과 스트레스 등으로 ‘죽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강도 높은 감정노동에도 콜센터 상담사들의 평균 월급은 217만원(2020년 기준)으로 최저임금 수준이다. 임금도 적은 데다, 극심한 감정노동에 신체적·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오래 근무하지 못한다. 평균 근속기간이 6개월, 1년 미만 근무한 상담사가 전체의 89%에 달한다. 여성 집중, 감정노동, 저임금, 비정규직, 간접고용, 전자감시, 높은 이직률 등은 콜센터 상담사를 상징하는 단어들이다. 법이 만들어졌지만 나아진 게 없고, 보호도 못 받고 있다. 법 취지대로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려면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사업장 내 다양한 보호 조치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반복적 욕설과 성희롱을 하는 고객 전화는 바로 끊을 수 있도록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도입해야 한다. 직접고용, 사업장 내 건강권 보호조치, 저임금과 성 불평등, 근무여건 개선 등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사설] 김진표 의장, 정치 어른의 균형감 뵈다

우리 정치에 어른은 있는가. 다선(多選)이 조건은 아니다. 경력만 따질 것도 아니다. 단순한 연령은 물론 아니다. 이 세 조건에 앞서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모두를 아우르는 균형잡힌 생각이다. 이런 조건을 갖춘 정치 어른이 없다. 다선, 경력, 원로 정치인들이 더 싸운다. 방송 정치 평론은 그 싸움터다. 진영을 대표한다며 서로 독한 말을 토해낸다. 갈등 조장하고, 네 편 내 편 가르고, 정치 불신 키운다. 전직 당 대표 아무개, 전직 국정원장 아무개 등이다. 이런 가운데 모두를 주목하게 만드는 발언이 있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2일 밝힌 한일 관계에 대한 의견이다.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는 큰 결단과 양보를 한 것”이라고 했다. “양국 정상의 외교 행위에 대해서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았고 외교 결과라는 건 시간을 좀 둬야 나타난다”고도 했다. “피해자 및 유족들과의 소통이 더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그다. 연일 ‘매국’ ‘굴욕’ ‘참사’로 규정짓는 민주당의 방향과 다르다. ‘유족과의 소통 필요’ 주장은 민주당의 입장이다. 국민의힘 주장에 가까워 보이는 제언도 있다. 하태경 의원 등이 펴고 있는 ‘시간을 두고 평가하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깊이 있는 정책적 조언도 빼놓지 않고 있다. 추가적인 청구서를 일본에 제시하라고 했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양보했으면 일본도 양보를 해야 하고 과거사에 대한 분명한 사과 의사 표시가 다른 사람의 의견이 아니라 기시다 총리의 의견으로 나와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 의장은 나라 곳간을 지키는 경제관료였다. 기본적으로 실사구시의 철학을 갖고 있다. 여기에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를 역임했다. 국가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시각을 갖고 있다. 국회의원을 다섯 번이나 역임했고 이제 일흔을 훨씬 넘긴 최고참 의원이다. 정치 어른의 기본 조건은 다 갖추고 있다. 여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를 아우르는 균형잡힌 생각’을 말하고 있다. 편중되지 않은 균형감 있는 조언과 경륜에서 나온 깊이 있는 조언이다. 김 의장이 견지해온 고집스러운 그만의 정치 세계가 있다. 진영에 매몰되지 않는 시각이다. 사회적 이슈 때마다 이런 논리로 접근했다. 일부 당원으로부터 ‘선명성’을 공격받았던 것도 사실은 이 부분이었다. 수원시민은 그런 김 의장을 20년간 선택했다. 그리고 국회의장에까지 앉혔다. 다행히 그가 소신 그대로 말을 하고 있다. 국회의장의 소리가 돼 울림을 키우고 있다. 기분 좋은 일이다. 대통령실도 진지하게 들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을 존중한다. 유족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해라. 이제 일본에 청구서를 제출해라. 기시다 총리의 직접 사과를 받아내라-.

[사설] “죽어가는 동두천! 대한민국이 살려내라”

동두천이 죽어가고 있다. 미군이 빠져나간 후 폐업과 불황으로 상권이 무너져 지역경제가 파탄 지경이다. 인구는 급격히 감소해 지역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동두천은 군사도시와 기지촌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씌워졌지만, 한때 ‘돈두천’이라 불릴 만큼 황금기를 누렸다. 그러나 지역을 먹여 살리던 미군 2만여명이 평택기지로 이주하면서 상권이 몰락해 유령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주민들은 먹고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여기에 미군공여지 반환이 수년째 지연돼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동두천시의회가 “죽어가는 동두천! 대한민국이 살려내라”고 강력 요구하고 나섰다. 시의회는 21일 김승호 의장이 대표 발의한 ‘동두천시 특별지원 촉구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의장과 시의원 전원, 박형덕 동두천시장 등은 본회의장에서 피켓을 들고 동두천의 70년 넘는 안보 희생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주장했다. 동두천에 주둔했던 미군 대부분이 지역을 떠났다. 이로 인해 미군 의존적인 산업구조가 무너졌다. 지역 내 400여개에 달하던 미군 관련 점포들은 2018년까지 120여개로 감소했다. 현재는 100개가 안 된다. 가게들이 문을 닫으면서 동네가 페허처럼 변했다. 남아 있는 가게들도 운영이 안 돼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이다. 동두천에서 미군이 사용했던 공여지 면적은 시 전체 면적(95.66㎢)의 42.47%(40.63㎢)에 달한다. 이 중 57%(23.21㎢)가 미군기지 평택 이전 등으로 반환됐다. 문제는 반환된 면적의 대부분(22.93㎢)이 산지여서 활용가치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실제 0.23㎢ 부지만 대학 캠퍼스와 군부대 관사 등으로 개발된 상태다. 지리적으로 핵심적인 땅은 미군이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동두천 중심에 있는 캠프케이시와 캠프호비는 반환 자체가 불투명하다. 공여지 반환 지연으로 인한 개발 차질은 지역 발전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시 면적의 절반가량이 미군 공여지여서 각종 중첩규제에 묶인 동두천은 미군 의존형 서비스업 외에 자생적 경제발전의 기회가 없었다. 미군이 빠져나간 동두천은 상권이 몰락해 파탄에 이르고 인구는 9만명으로 줄었다.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희생한 대가는 없었다. 미군기지가 이전한 평택에는 특별법을 만들어 수조원의 예산을 지원하면서 안보의 희생양이었던 동두천에는 지원이 없었다. 주민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다. 시의회는 결의문을 통해 △동두천 국가산업단지 개발 비용 국비 지원 △국가산단에 반도체 등 첨단산업 입주 조치 △‘동두천 지원 특별법’ 제정 △미반환 공여지 즉각 반환 및 환경치유 비용, 반환 공여지 개발 비용 정부 지원 등을 요구했다. 정부는 더 이상 무관심과 방관으로 일관하면 안 된다. 동두천시의 주장대로 합당하고도, 당연한 보상 조치를 해야 한다.

[사설] 1시군 1교육지원청 설치, 교육권 평등 보장해야

경기도는 31개 시·군으로 이뤄져 있지만, 교육행정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교육지원청은 25개에 불과하다. 화성·오산, 광주·하남, 안양·과천, 군포·의왕, 동두천·양주, 구리·남양주 등 12개 시는 인접 지방자치단체와 묶여 6개의 통합교육지원청이 설치돼 있다. 형평성 있는 교육권 보장을 위해 2개 지자체를 관할하는 통합교육지원청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개 지자체에 1개 교육지원청’ 설치는 20여년간 해당 지자체와 경기도 차원에서 논의돼 왔다. 별 진척이 없던 지자체별 교육지원청 설치가 최근 본격화하고 있다. 신도시 건설로 인구가 크게 증가해 교육행정 수요가 급증한 데다 형평성 문제, 두 도시 간의 이질성 등 분리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12개 지자체 중 7곳이 3기 신도시에 포함돼 인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통합돼 있는 각 지자체는 개별 설치를 적극 주장하고 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취임 초부터 6개 통합교육지원청의 분리 의지를 밝혔다. 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 학교의 관계가 지시·감독형으로 굳어지면서 교육 현장에선 하달된 지시에 응하느라 학습 및 인성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통합교육지원청의 분리 추진 등 변혁을 시사했다. 여기에 경기도의회가 적극 지원에 나섰다. 이은주 도의원이 주도한 ‘경기도 1시군·1교육지원청 설립을 위한 교육자치법 시행령 개정 촉구 결의안’이 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도의원은 “교육지원청 통합 운영으로 지역 차별 민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형평성 있는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1시군·1교육지원청 설립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는 도교육청 차원의 실무 TF팀 구성과 함께 도의회와의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도 가세해 힘을 보태고 있다. 통합교육지원청 분리에는 ‘지방교육자치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기에 국회 차원의 논의는 바람직하다. 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기도 통합교육지원청 분리·신설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국회에서 나서니 부정적 입장이던 교육부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교육부가 한국지방교육연구소에 의뢰해 ‘통합교육지원청 지원을 위한 개선 방안’ 연구에 착수했다. 인구 감소 지역이 있긴 하지만 지자체마다 교육지원청이 있어야 한다. 지자체마다 재정 상황이나 관심, 교육 환경이 다르다. 지자체 교육 특수성을 살려 여건에 맞는 다양한 교육지원 사업을 해야 한다. 교육 평등을 위해서도 통합교육지원청의 분리·신설이 이뤄져야 한다.

[사설] 도내 의원 59명, 표기해보자/‘50명 증원’ 찬성하는 의원들

이탄희 의원(민주·용인시정)이 세비 인하를 주장했다. “대한민국 가구당 평균 소득은 2021년 기준 연 6천414만원이다. (국회의원 세비를) 가구당 평균 소득에 맞추자.” 이 의원이 밝힌 국회의원 세비는 2022년 기준 연 1억5천500만원이다. 월급 개념으로 나눠 보면 1천285만원이다. 이 세비를 절반 인하하겠다고 약속하자는 얘기다. 이 의원이 제시하고 있는 것은 국회의원 정수 논의의 전제다. 세비를 대폭 인하하면서 ‘50명 증원’을 논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내려놓는 본을 보이자는 것이다. 국민 분노에 대한 나름의 고뇌가 엿보인다. 정치 비용이라는 셈법으로 볼 때 옳은 주장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주장에서 전해지는 불편함이 있다. 정개특위가 제언해 놓은 개편안은 3개다. 지역구 소선거구제+권역별 병립형 비례제, 소선거구제+권역별 준연동형 비례제,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등이다. 첫째·둘째가 국회의원 수를 50명 늘리는 안이다. 아마도 이 두 안을 주목하는 듯하다. 과연 ‘1억5천만원의 세비’가 정치 불신의 원인일까. 이 설명을 대신할 여론조사가 있다. 올 초 여론조사공정㈜이 했던 여론조사다. 응답자 상당수가 국회의원 특권을 지목했다. 특히 불체포 특권에 대해 59.7%가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6.5%에 그쳤다. ‘신뢰도’도 정치 불신의 주 원인이었다. 응답자의 74.7%가 ‘국회의원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신뢰한다는 답은 23.2%에 불과했다. 선관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런 추세와 방향을 크게 달리하는 여론조사는 없다. 그렇다. ‘50명 증원’을 ‘세비 인하’로 풀 것은 아니다. 이 의원의 접근법에서 현실과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국회의원 50명 증원’은 지지 받기 어렵다. 비례대표 확대의 필요성을 충족할 다른 방법이 있다.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려 현행 300명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당연히 이 안(案)도 포함해 토론해야 한다. 그런데 없다. 이러니 분노한 여론에 백약이 무효인 것이다. 집단의 이익을 관철하는 집단의 심리가 있다. 다수가 함께하면 특정 표적은 생기지 않는다는 논리다. 의원 300명이 뭉뚱그려 ‘50명 증원’을 하면 개별 비난은 묻혀 버린다고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더 궁금한 것이 의원 개인의 의견이다. 특히 내 지역 경기도 국회의원의 의견이 궁금해졌다. ‘50명 증원’에 찬성하는가. ‘50명 증원’에 반대하는가. 지역구민 앞에 솔직하게 답 해보라. 3년 전 표를 줬던 유권자들이다. 공개하고 가는 것이 대의정치의 도리다. 그 의견과 이름에 표기를 해보겠다.

[사설] 앞에선 통행료 동결, 뒤에선 혈세 보전/일산대교 등 통행료 해법이 이상하다

도내 주요 민자도로 통행료가 동결된다. 일산대교·제3경인·서수원~의왕 등 3개다. 통행료는 실시협약에 따라 조정된다. 인상요금 적용은 매년 4월1일부터다. 조정률 계산은 확정된 불변가에 물가지수 변동분을 반영한다. 조정 가격 단위는 100원이다. 3개 민자도로 운영자 측이 통행료 인상을 요구했다. 물가 인상 등 억제분 누적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대해 경기도가 ‘동결’ 의견을 냈고, 도의회가 ‘동의’를 표했다. 절차는 남았지만 동결 가능성이 높다. 도로 이용자들에는 긍정적인 소식이 될 수 있다. 매일 이용하는 출퇴근 차량 이용자에게는 더하다. 운영자 측이 올렸던 인상폭이 결코 작지 않았다. 일산대교의 경우 1종 차량은 200원, 2~5종은 300~400원씩 인상이 필요하다고 도에 신고했다. 제3경인고속화도로는 차종별로 200~400원, 서수원~의왕 고속화도로는 차종별로 300~100원씩 인상하겠다고 했다. 인상률로 보면 15~25%에 달한다. ‘서민 경제 부담’을 걱정한 도와 의회 설명에 동의한다. 그런데, 여기에 ‘이상한 차선’이 있다. 인상분만큼의 돈을 경기도가 각 회사에 준다. 수입감소분을 시행자 측에 보전하는 형식이다. 그 돈이 일산대교 53억원, 제3경인 78억원, 서수원~의왕 50억원이다. 무려 181억원의 혈세가 지급된다. 겉으로는 도민을 위한 통행료 인상 억제다. 뒤로는 사업자를 위한 혈세 찔러 주기다. 앞에서 선심 쓰고 뒤에서 틀어막는 전시행정의 전형이다. 여기에 더 생각할 문제가 있다. 이 셈법 자체가 도민에게 주는 상대적 피해다. 위 3개 민자도로는 경기도민 전용이 아니다. 특정 지역 주민 전용 도로는 어디에도 없다. 경기도민도 쓰고, 인천시민도 쓰고, 서울시민도 쓴다. 통행료를 인상할 경우 이용자 모두가 낸다. 181억원을 이용자들이 고르게 분담하게 된다. 반면, 통행료를 도가 일괄 지급하면 다르다. 인천시민, 서울시민 등 비경기도민은 빠진다. 모든 인상분을 경기도민이 경기도 혈세로 내게 된다. 정확한 이용자 자료가 우리에겐 없다. 하지만 경기도의 상대적 불이익은 분명해 보인다. 이와 관련된 도의원 두 명의 발언이 있다. 이런 내용이었다. “도민들이 어려움에 처하는 것보다 도가 어려움에 빠지는 게 낫다...도가 지방채라도 발행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김동영 의원). “도 입장에서는 사업자에게 보전해줘야 한다...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이 도민만이라는 근거가 없는데 왜 도가 부담해야 하느냐”(김영민 의원). 도민의 경제적 부담을 걱정하는 출발은 같다. 하지만 결론이 다르다. 어느 쪽이 옳은가. 우리는 김영민 의원 고민에 동의한다.

[사설] 화재 취약 전기차, 철저한 대책 마련해야

지구촌의 화두인 탄소중립 시대와 함께 전기차 보급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급속히 이전하고 있어 곧 전기차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오는 2035년 신규 내연차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며, 미국 등은 전기차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연말 기준 전기차가 약 40만2천여대 보급돼 있으며, 이 중 경기도에는 7만7천600여대 등록돼 있다. 정부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따라 2030년까지 자동차 등록대수 2천700만대 중 전기차를 362만대까지 보급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렇게 증가하는 전기차 보급과는 달리 전기차를 운용하는 데 필수적인 인프라가 아직 부족한 실정이며, 특히 전기차에서 화재가 자주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대책이 요망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전기차 사고가 44건 발생했으며, 이 중 경기도에서만 12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매년 전기차 화재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오전 수원특례시 고색동의 한 건물 옆에 세워져 있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 차주는 화상을 입고 차량은 전소됐으며, 인근 건물 일부도 피해를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2인승 소형 전기차의 화재를 진압하는 데 출동한 소방인력은 소방대원 51명과 소방장비 24대에 달했다. 전기차는 기계 결함 등으로 운전 또는 충전 도중 화재가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전기차 충전 시설이 대부분 주차장에 설치돼 있어 화재가 발생하면 인접 차량으로 불길이 번져 건물 전체가 화마에 휩싸여 대형 화재로 확산될 가능성이 많다. 더구나 주차장 차량 화재는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신속대응에도 한계가 있다. 특히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충전소의 경우, 전기차 화재가 발생 시 스프링클러 및 소화기 등이 전무하거나 형식적으로 비치한 곳이 많아 문제다. 일부 지하주차장은 소화기 1대만이 비치됐는데, 소화기 1대로는 전기차 화재 진압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이런 시설에는 스프링클러 또는 소화전 등을 설치하는 것이 요망된다. 특히 소방당국은 전기차 충전소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이와 병행해 소방 당국 스스로가 전기차 화재를 효과적으로 진압하기 위한 전용소화약제, 배터리 커버 파괴 및 내부에 직접 물 주입이 가능한 진압장비 개발, 충전소 및 밀폐 또는 반밀폐 공간 화재 예방·대응 시스템 개발 등의 해결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국회는 전기차 관련 법령과 방재시설에 대한 규정이 현재 미흡한 상태이므로 이를 우선적으로 개정해 안전 대책을 철저하게 보완해야 한다. 정부와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만 치중하지 말고 전기차 화재에 대한 안전성 확보 대책에 더욱 집중하기 바란다.

[사설] 인구는 확 주는데, 의원만 팍 늘린다/현역 의원들 자리 지키기, 이성 잃다

여야가 상정에 합의한 선거제 개편안 3건에 대한 국민 분노가 크다. 현행 300명보다 50명을 늘리는 안에 대한 거부감이다. 1안은 현행 소선거구제에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를 결합한 형태다. 이 경우 국회 정원은 350명이 된다. 2안은 현행 소선거구제에 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결합한 형태다. 이 역시 정원이 350명으로 는다. 3안은 도농 복합형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다. 이 경우 정원은 현재 300명이 유지된다. 복잡한 기획 속에 훤히 보이는 것은 개혁안 속에 일관된 줄기다. 현행 지역구 의원들의 자리를 최대한 손대지 않고 있다. 대신 지역 정치 폐단 등을 막을 중간 지대 장치로 비례대표를 늘리라고 제언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정원이 50명 늘어나는 1, 2안이 부각된 것이다. 비례대표는 현재도 운영되고 있다. 이런저런 대표성 등을 감안해 배정한다고는 한다. 그런데 난장판이다. 차기 지역구 노리고 싸움 복판을 누비고 있다. 새삼 논할 필요도 없다. 이보다는 더 중하게 검토할 게 있다. 인구 대비 적정성이다. 미국 하원 정족수와 비교하는 주장이 있다. 인구가 훨씬 많은 미국은 하원의원 정원이 435명이다. 1911년 의석배분법으로 규정했고, 1929년 의석재배분법으로 영구적인 하원 의석 수를 435명으로 정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1910년 중반 인구는 1억300만명 정도였다. 현재 인구는 3억3천294만명이다. 그 사이 인구는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의원 수는 그대로 435명이다. 인구 10만명당 의원 수를 봐도 그렇다. 미국은 하원의원 435명에 상원의원 100명을 포함해도 10만명당 의원 수가 0.16명에 불과하다. 한국은 2020년 기준 5천178만명으로 인구 10만명당 의원수 0.58명이다. 인구 수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의원 정원을 350명으로 늘리면 이 수치는 0.67명까지 확 올라간다. 물론 연방제 미국의 예가 절대적 비교치는 될 수 없다. 일본의 경우 우리와 비슷하고(0.57명), 우리보다 많은 나라도 여럿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중요한 우리만의 현실이 있다. 불황으로 내닫는 인구 절벽이다. 지난 2021년 국내에서 태어난 신생아 수가 25만명이다. 20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출산율 또한 역대 최저인 0.78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다. 인구 수는 급감하는 대한민국이다. 이 나라에 의원 수만 급증시키겠다는 것이다. 이게 제정신을 가진 제언이라고 할 수 있겠나.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분노는 여기서 논하지도 않았다. 17일, 참 어이없는 장면이 있었다. 이 개편안 상정에 여야가 합의했다. 모처럼 한뜻이 돼 손을 맞잡았다. “역사적인 의결을 앞두고 합의에 이르렀다”고도 했다. 50명 증원 등 개편안을 ‘역사적’이란다. 국민 분노따윈 아랑곳없다.

[사설]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 일방적 추진, 반대 타당하다

요즘 광명시의 핫이슈는 구로차량기지의 이전이다. 서울시 기피시설의 경기도내 이전이 잇따라 추진되는 가운데 서울지하철 구로차량기지의 광명 이전 계획에 시민 전체가 반발하고 있다. 구로차량기지는 1974년 서울지하철 1호선 개통과 함께 구로동 일대에 25만㎡ 규모로 조성됐다. 전동차 수리·점검 시설로 소음과 진동, 분진에 따른 구로구민의 민원이 꾸준히 제기됐다. 2005년 이전 계획이 국무회의에 상정돼 구로구 항동과 부천시, 광명시 등이 이전 후보지로 검토됐지만 해당 지자체의 반발로 논의가 잠정 중단됐다. 이후 국토부는 광명시흥 보금자리지구 지정과 함께 차량기지 지하화 등 조건을 내세워 광명 이전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보금자리지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영 악화로 지정 4년 만에 해제됐다. 철도 차량기지는 2026년까지 1조700여억원을 들여 노온사동으로의 이전을 계획하고 추진 중이다. 광명시는 차량기지 위치 변경, 2개 역사 추가, 차량기지 지하화를 요구했다. 정부는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진다며 모두 거절했다. 광명시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는 정부 입장에 시민들이 뿔이 났다. 이전 예정지 주변 주민들은 소음·분진 및 지역·녹지 단절의 피해를 입게 된다. 입주를 앞둔 신도시와 하안2지구 주민들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포함된다. 몇백m 떨어진 곳에 광명·시흥·부천·인천 지역주민 200만명이 식수로 쓰는 노온정수장이 있어 오염 우려도 있다. 박승원 시장은 “차량기지는 도덕산과 구름산을 단절하고, 250m 거리에 있는 하루 56만t의 수돗물을 생산하는 노온정수장을 오염시키는 등 생태계와 환경을 파괴해 시민 건강권을 위협한다”며 “15만2천667㎡ 규모의 차량기지가 이전할 곳이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인근이어서 신도시 개발 이후 민원 발생 등 논란의 여지도 크다”고 강조했다. 광명시는 시의회,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를 방문, “불공정하고 비상식적인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을 당장 멈추길 강력 요구한다”는 입장문을 기재부와 국토부에 전달했다. 7일엔 임오경·양기대 등 지역 국회의원과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정부가 그 어떤 명분도, 타당성도 없는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을 강행하고 있다”며 중단을 촉구했다. 이어 14일에는 경기도의회에서 광명 도의원들과 기자회견을 통해 “구로구민의 민원 해소를 위해 광명시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방적 행정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충분한 협의와 납득할 만한 보상없이 밀어붙이는 일방적 행정은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처사다. 구로구민의 민원만 중요하고, 광명시민의 삶의 질은 무시해도 되는가. 구로차량기지 이전 사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사설] 이재용 “지역 발전해야 삼성도 전진”/삼성, 국가균형발전 정신도 챙겼다

용인에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된다. 삼성은 용인시 남사읍에 30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단일 단지 기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기흥·화성·평택·이천에 있는 기존 반도체 클러스터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워낙 중량감 있는 발표라서 세세한 내용 검토에 미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중 우리가 주목한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이 발언이다. “지역 사회 발전 없이는 회사도 전진할 수 없다. 이웃을 돌아보고 함께 성장하자.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더 과감하고 더 적극적으로 미래를 준비하자.”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지지 및 지원 의사 표시다. 통상 국가균형발전은 국가 정책의 어젠다다. 기업의 경영논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경영논리는 이윤추구를 근거로 한다. 입지는 이 이윤 추구의 핵심 조건이다. 교통 접근성, 고급 인력 접근성 등을 따진다. 여기에 생산 시설 집적화도 중요한 조건이다. 전국에 균등 분배하는 국가균형발전 논리와는 여기부터 안 맞는다. 그래서 정부가 아무리 강조해도 기업의 지방 이전이 지지부진하다. 혹여 이전한다 해도 그저 흉내 내는 수준에 그치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이 회장의 발언이다. 대기업 총수가 직접 지역 발전과 이에 대한 기여를 약속한 것으로 들린다. 구체적인 밑그림도 내놨다. 그룹 차원에서 10년 동안 60조원을 지역에 투자하기로 했다. 충청·경상·호남 등 비(非)수도권 지역을 분화했다. 충청권에는 반도체 패키지 특화단지(천안·온양), 첨단 디스플레이 클러스터(아산), 차세대 배터리 마더팩토리(천안) 등을 배치한다. 경상권에는 차세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부산), 스마트폰 마더팩토리(구미), 첨단 소재 특화 생산 거점(구미), 차세대 배터리 소재 연구소(울산) 등을 세운다. 현재 광주 사업장에서 생산 중인 가전제품을 프리미엄 제품군(群) 중심으로 확대 재편해 스마트 가전 생산 거점으로 키운다. 지역상생을 위한 직접 투자 계획도 밝혔다. 60조원 외에 10년간 3조6천억원이다.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국내 협력사와의 공동 연구개발(R&D)에 5천억원을 투입한다.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에 대한 반도체 시제품 생산 지원 서비스(MPW) 확대에도 5천억원을 투자한다. 지방 산업단지 입주 중소기업과 오·폐수 재이용 기술을 공유하고 현재 서울과 대구에서 운영 중인 벤처·스타트업 양성 프로그램 C랩을 광주 등에도 구축할 방침이라고 한다. 경기도의 발전만큼 비수도권의 발전도 중요하다. 부의 지나친 지역적 편중은 국가의 건전성을 해친다. 삼성이 이번에 내보인 지역균형발전 의지는 적절했다. 지지한다. 지방이 피부로 느낄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실현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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