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가 출소 후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던 장소 인근에 거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성범죄자의 재범률이 높아 주민들이 불안해한다. 가해자를 다시 만날까 무서워 피해자 가족이 살던 곳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 성범죄자와 이웃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강력 성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이웃으로 살아야 하는 주민들은 적극 반대했다. 2008년 안산에서 잔혹하게 아동을 성폭행한 조두순은 2020년 출소해 자신이 살던 안산으로 돌아왔다. 주민 반발에 그는 자신이 살던 거주지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몰래 옮겨 단원구의 주택가에 살고 있다.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김근식이 출소해 의정부로 간다고 했을 때, 2005~2007년 수원 일대에서 20대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박병화가 출소 후 화성시로 간다고 했을 때도 한바탕 난리가 났다. 성범죄자 신상등록 사이트인 ‘성범죄자 알림e’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에 살고 있는 공개 성범죄자는 706명이다. 전국 공개 성범죄자 3천188명 중 22%를 차지한다. 도내 공개 성범죄자 706명 중 33%인 233명은 범행을 저질렀던 장소 인근을 포함해 해당 지자체에 살고 있다. 성남이 51.2%로 가장 많고 이어 수원 48.61%, 부천 48.84%, 군포 42.9%, 광주 40.9%, 안산 40.6%, 안양 38.9% 등의 순이다. 죗값을 치렀다지만 재범 위험성이 있는 성범죄자와 이웃으로 살아야 하는 주민들의 불안과 고통이 크다. 성범죄자의 주거지와 관련, 전자장치 부착 등 제한을 두고 있지만 더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법무부가 고위험 성범죄자가 학교 등 미성년자 교육시설로부터 반경 500m에 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전자장치 부착법 개정안’(일명 제시카법)을 5월 국회에 제출 예정이라는데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 고위험 성범죄자는 불특정 다수 피해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지르고 재범 위험성이 높다. 법무부가 ‘제시카법’을 추진하는 것도, 성범죄 재범률과 함께 심리적으로 친숙한 장소를 범행 장소로 택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주지를 제한하는 제시카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강력 성범죄자 거주지 주변에 CCTV 수십대와 초소를 설치하고, 인력을 배치해야 해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하게 된다. 인구 밀도가 높은 수도권에서 이들이 거주할 곳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때문에 거주지 제한보다 외국처럼 종신형을 내리든가, 보호관찰시설에 두는 게 낫다고 한다. 재범 위험성을 낮출 수 있는 교육 등 제도 보완, 형량 상향조정, 집중적인 보호 수용 등 다각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사설
경기일보
2023-03-08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