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성동마을 주민 외면한 고엽제 보상안/발암물질이 군인엔 붙고 주민엔 안 붙나

대성동마을은 아주 특별한 곳이다. 남방한계선 이북의 유일한 남측 마을이다. 1953년 8월3일 조성됐다. 특수한 지역인 만큼 불이익이 많다. 아주 기본적인 권리인데도 제한된다. 거주 이전의 자유 제한이 대표적이다. 1년에 8개월 이상을 대성동에서 지내야 한다. 여성이 외지인 남성과 결혼하면 마을을 떠나야 한다. 아니면 남자가 데릴사위로 들어와야 한다. 이때도 엄격한 자격 심사를 한다. 이런 마을에 또 속상한 일이 생겼다. 주민들의 고엽제 피해 논란이다. 고엽제는 군 작전지역에서 시야 확보를 위해 사용된다. 1960년대 이후 미군이 동남아시아 등에서 많이 사용했다. 한국에서도 남북이 대치하는 DMZ에 사용됐다. 주한미군이 실시한 ‘식물통제계획 1968’이다. 당시 고엽제가 살포된 지역에 근무했던 군인이 피해자다. 미국 보훈처에 보상 기준이 명시돼 있다. 1967년 9월1일부터 1971년 8월31일까지 DMZ 일부 지역에서 근무했던 예비역 군인이다. 여기엔 미군에 근무하는 한국군 요원, 즉 카투사도 해당됐다. 공교롭게 대성동마을 주민인 김모씨가 여기 포함됐다. 입대 후 카투사병으로 차출돼 대성동마을에서 민사업무를 했다. 50년이나 흐른 2021년에 피해보상 조치를 받았다. 병원 치료 등의 혜택을 뒤늦게 보고 있다. 김씨의 근무지인 대성동마을을 고엽제 피해 지역으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그러면 마을에 상주하던 다른 주민들의 피해 가능성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안 한다. 법률 규정 때문이다. 미국 보훈처의 보상 기준이 있다. ‘~근무했던 예비역’으로 돼 있다. 우리 정부의 보상 기준도 마찬가지다. ‘~근무했던 군인·군무원’으로 돼 있다. 미국 보훈처의 기준은 이해할 수 있다. 당시 DMZ에 근무한 미국인은 기본적으로 군인이다. 군인(예비역 군인)으로 한정해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우리 정부 기준은 다르다. 군인이 아닌데도 DMZ에서 365일 생활하는 특수한 민간인, 즉 대성동마을 주민들이 엄연히 있다. 지난 2011년에도 대성동마을에서 고엽제 논란이 있었다. 주한미군이 고엽제를 살포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다. 보건환경연구원이 대성동마을 등의 지하수를 검사했다. 다행히 다이옥신 등의 유해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번 논란은 그때의 연장이다. 당시 확인으로 이뤄진 고엽제의 피해 보상의 기준 문제다. 대성동마을에서 근무한 군인은 보상되는데, 민간인은 보상되지 않는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기준을 고쳐야 한다. 대성동마을은 70년 동안 군사 작전 지역 복판에 있었다. 이 유일한 특수성을 생각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지금의 황당한 고엽제 차별은 없었을 것이다. 즉시 법령 검토에 나서라.

[사설] 국민의힘 당뇌에는 ‘경기정치’가 없다

경기당심은 대표 경선 때부터 부글거렸다. 시초는 나경원 전 의원이었다. 나 전 의원에게 십자포화가 가해졌다. 공세를 주도한 그룹은 친윤이었다. 친윤의 상당수가 영남권이다. 영남권에 의한 수도권 박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가 빠진 채 본선이 시작됐다. 이번엔 안철수 의원(성남 분당갑)이 공격을 받았다. 대통령의 의중-윤심(尹心)-을 둔 논쟁이었다. 대통령실까지 가세해 안 의원을 몰아붙였다. 이를 보며 상처받은 경기도민이 많다. 김기현 대표의 첫 당직 구성에 그래서 관심이 많았다. 경기도·인천에 대한 배려가 있을 것으로 봤다. 그 정도 배려는 있을 것으로 봤다. 여기에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 절박함도 있다. 수도권 의석만 121석이다. 전체 300석의 40%다. 경기도 59석, 인천 13석, 서울 49석이다. 지난 총선에서 얻은 국민의힘 의석은 17개였다. 현재 완벽히 기울어진 국회가 결국 수도권의 불균형에서 시작됐다. ‘여의도 탈환’의 열쇠는 곧 경기도 탈환이다. 그런데 그런 기대가 빗나갔다. 사무총장에 이철규 의원을 임명했다. 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이다. 전략기획부총장에 박성민 의원이다. 울산 중구다. 조직부총장에 배현진 의원이다. 서울 송파 을이다. 대표가 지명하는 최고위원은 강대식 의원으로 채워졌다. 대구 동구다. 수석 대변인은 강민국, 유상범 의원이다. 경남 진주을과 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이다.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는 박수영 의원이 내정됐다. 부산 남구갑이다. 친윤·반윤을 인사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견해가 많다. 친윤 전면 배치, 과도한 쏠림 현상 등의 주석도 그래서 나왔다. 우리 관심은 다르다. 오직 경기도·인천이다. 살폈듯이 전체 의석의 40%가 몰려 있는 수도권이다. 그중 59석이나 되는 경기도 표밭이다. 여기에 단 한 명의 당직자도 배려하지 않았다. 지명 최고위원 자리를 고사했다는 의원 얘기가 들린다.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건가. 그런 ‘인사 뒷얘기’나 들으며 위로 삼으라는 건가. 경기정치의 권리 주장은 여야 모두를 향한다. 야당인 민주당의 당직에도 같은 기준을 들이댄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미 수도권 중심 정당이다. 늘 경기도 의원이 중심에 있었다. 지난 대선에서 그 보답이 돌아갔다. 이재명 후보가 5% 이상 크게 이겼다. 그 후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경기도·수도권이다. 국민의힘만 여전히 경기도와 담을 쌓고 있다. 선거 때 아픔 주고, 당직 배정에서 소외시킨다. 선거전 때부터 걱정했던 ‘영남당 속 경기도 소외’다. 배려 안 해도 총선에 자신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경기도 총선은 포기했다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배려할 깜냥조차 없다는 것일까. 어느 경우든 경기도 보수에는 맥빠지는 당직 인선이다.

[사설] 도로를 휩쓰는 정당 현수막, 이렇게 방치해도 되는가

수원역을 비롯해 유동인구가 많은 도로나 광장에는 각종 홍보를 담은 현수막이 지정된 게시물 설치대에 걸려 있다. 때로는 이런 현수막을 통해 공연, 병원, 부동산 등에 대한 정보를 얻어 유용하게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현수막은 관련 법령과 지자체의 조례에 따라 지정된 장소와 시설에만 설치하게 돼 있다. 그러나 유독 정당 현수막은 예외로 아무 곳이나 설치해도 되기 때문에 도로의 미관을 해치고 있다. 최근 수원특례시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는 정당 현수막이 무분별하게 걸려 있어 도로의 미관을 해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더구나 지난달 13일 인천 연수구에서 20대 여성이 정당 현수막 끈에 목이 걸려 넘어지는 사태까지 발생하는 등 여러 부작용이 노출되고 있다. 과거에도 정당 주요 행사나 정책을 홍보하는 경우, 유권자들이 잘 볼 수 있는 도로에 정당 현수막을 걸어둔 사례는 자주 있었다. 그러나 최근 도로에서 보는 것과 같이 정당 현수막으로 도배를 한 것과 같은 ‘정당 현수막 홍수시대’는 아니었다. 더구나 현수막에 적혀있는 내용은 상대방 정당을 일방적으로 비방하거나 또는 막말 수준의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학생들이 보기에도 민망한 경우가 많다. 정당 현수막 설치에 대한 규제가 이렇게 풀린 것은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의원 3명이 대표 발의해 통과된 옥외광고물관리법(8조)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지자체 허가 아래 지정된 곳에만 걸릴 수 있었던 정당 현수막이 아무 곳에나 15일간 자유롭게 부착할 수 있게 된 때문이다. 관련 법 개정은 “통상적인 정당 활동을 보장한다”는 취지였지만, 여야가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현수막은 통상적인 정당 활동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정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어 이에 대한 해결책이 요망된다.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 설치로 신호등이나 가게 간판을 가리고 운전자들의 시야를 분산시켜 사고 위험이 커지고 영업에도 지장이 크다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어 일부 지자체는 조례 개정을 통해 이를 규제하는 대책을 세우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6일 국회와 정부에 옥외광고물법 시행령 개정을 건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울산시 역시 5개 시·군과 정당 현수막의 난립을 막기 위한 세부 기준 마련을 행정안전부에 공동 건의한다고 말했다. 정당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으로 승부할 생각은 하지 않고 상대 정당에 대한 비방이나 하면서 도로의 공해로 등장한 정당 현수막은 관련 법규나 조례를 개정해서라도 해결책을 강구해야 된다. 국회가 관련 법규를 마음대로 개정해 오히려 정치공해를 유발하는 잘못된 정치 행태는 정당은 물론 국회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사설] 용인시의회, ‘개(犬)’싸움 하고 있다

사달은 지난달 9일이었다. 민주당 의원이 ‘갈등 예방’ 등 관련 조례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김모 의원이 지난해 처리된 ‘시설 개방’ 등 관련 조례개정안을 언급하며 반대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이 “지역구 국회의원이 정치적 논리를 앞세워 또다시 압력을 행사했다”며 “시의원들은 당과 지역 국회의원의 하수인이며 그들에게 복종해야 하는 충견”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이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문제 삼았고 결국 윤리위에 회부했다. ‘스스로 시의원의 격을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스스로’라는 표현에는 자기 자신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김 의원의 발언에는 본인에 대한 자조도 포함된다. 부적절 논란은 있으나 누구나 공감하는 현실도 있다. 시의원의 공천은 사실상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달렸다. 시의원의 ‘정치적’ 생살여탈권은 국회의원이 쥐고 있다. 대개 그렇다. 현 실태에 자조를 섞은 발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윤리위에 회부되면서 상황은 심각하게 가는 중이다. 사실 이 문제는 지난달 25일 일단락됐었다. 시의회 의장과 양당 대표, 당사자 의원 등이 다 모였다. 용인시의회를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지도부 회동이다. 여기서 윤리위 회부는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합의 내용이 공개됐고 지역 언론을 통해 시민들까지 다 알려졌다. 그런데 갑자기 민주당이 윤리위 회부로 바꾸었다. 지도부 합의를 무색케 할 ‘어떤’ 사정 변경이 있었다는 얘기다. 시의장·양당 대표 합의까지 뒤집은 사정 변경의 힘, 뭘까. 이제 곧 윤리특위의 조사는 시작된다. 당연히 ‘충견’ 자체가 판단의 중심은 아닐 것이다. 징계를 안 한다고 시의원은 개(犬)라는 표현이 옳은 것은 아니다. 징계를 해야만 시의원이 사람(人)이 되는 것도 아니다. 발언의 내용과 의미를 살피는 조사가 될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일련의 조례개정안 처리 과정이었다. 거기서 김 의원이 ‘지역 국회의원의 압력’을 언급하며 ‘시의원 충견’으로까지 이어갔다. ‘충견’의 출발이 ‘국회의원 압력’에 있슴이다. 압력이 없었다면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시의회 명예실추다. 반대로 압력 등 사실이 있었다면 흔하게 보는 정파 간의 논쟁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건 국회의원의 압력 여부다. 결국 이 부분에 대한 조사부터 철저히 이뤄지고 그 결과가 공개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 김 의원에 대한 ‘징계 유무’도 모두에게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저러나 이런 싸움을 봐야 하는 용인시민들이 안쓰럽다. 안 그래도 현안이 산처럼 쌓인 용인시 아닌가. 출퇴근 길 만성 교통 체증, 아직도 복구 중인 홍수 피해 현장, 감감무소식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런 현장을 뛰고 마땅한 대안을 내야 할 게 용인시의회다. 그런데 그들이 지금 ‘개 싸움’을 하고 있다. 뭐라고 결론지어야 하나. 이 결론은 시민에게 열어 둘까 한다.

[사설] 안산갈대습지 육지화, 시화호까지 망가질 위험 있다

시화호의 수질 오염을 막기 위해 조성한 안산갈대습지가 제대로 관리가 안 돼 육지화되고 있다. 시화호를 살린 갈대습지가 다시 시화호를 망가뜨리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환경오염 우려와 함께 멸종위기생물의 서식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산갈대습지는 시화호로 유입되는 지천인 반월천, 동화천, 삼화천의 수질 개선을 위해 조성됐다. 갈대 등 수생식물을 이용해 생활 오폐수·축산 폐수 등을 처리하는 자연정화 방식의 하수종말처리시설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268억원의 예산을 들여 1997년 착공해 2005년 12월 완공했다. 국내 최초의 대규모 인공습지로, 면적이 103만8천㎡(31만4천평)에 이른다. 2014년 4월 관리 주체가 안산시와 화성시로 이관됐고, 안산시의 경우 2020년 안산환경재단이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다. 안산갈대습지는 자연을 접하기 어려운 도시민들이 휴식할 수 있는 생태공원으로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을 관찰할 수 있다. 한때 죽음의 호수로 불릴 만큼 수질오염이 심각했던 시화호는 갈대습지 조성으로 생명의 호수가 됐다. 시화호에는 세계적 희귀새인 저어새를 비롯해 멸종위기 천연기념물인 수달, 칡부엉이 등 각종 조류, 식물, 포유동물 등 400여종이 서식한다. 겨울엔 수십만마리의 철새가 날아들어 진풍경을 보여준다. 그런데 시화호를 지켜주는 안산갈대습지가 물 부족으로 바닥을 드러내며 육지화돼 가고 있다. 이곳이 습지 역할을 못하면 오염된 하천물을 정화하지 못하게 되고, 동식물의 서식도 위협받게 된다. 생태계의 보고 시화호가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경기일보 기자가 안산갈대습지를 탐사한 결과, 저습지 지역은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였다. 습지 안에는 2~3m 무성히 자란 갈대 등 습지식물과 토사물 등 부유물이 잔뜩 쌓인 채 방치돼 있었다. 이곳 수위는 지난해보다 60㎝ 정도 줄었다고 한다. 갈대 습지의 육지화는 습지 물이 빠져나가 수위가 점점 낮아지고 부유물이 쌓인 채 관리가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예전보다 수달 등의 생물이 잘 안 보인다. 물 공급이 안 돼 습지 역할을 못하게 되면 오염된 하천물을 정화하기 어렵다. 안산시는 수위를 높이기 위해 용수를 공급하고, 갈대도 순차적으로 제거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로는 미흡하다. 어렵게 살려낸 시화호를 다시 오염으로 병들게 해선 안 된다. 갈대습지에 대한 총체적 진단과 함께 체계적·전문적 관리가 필요하다. 갈대습지 보호를 위해서는 이곳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멸종위기 생물종의 서식지 파괴와 오염, 불법 수렵행위 등을 막고 생태계를 지켜낼 수 있는 해법이다.

[사설] 조합장 4명 중 1명, 무투표 당선/이런 선거, 국가가 관리해야 하나

4곳 가운데 1곳이 무투표 당선이다. 혼자 출마해 투표 없이 당선됐다. 당연히 현직 연임 비율이 높다. 무려 95%에 달한다. 이런 투표를 굳이 국가가 관장해야 하는가. 공정성이라는 가치는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더라도 이런 작금의 현실은 문제다. 손을 뗄수 없다면 선거에 관심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기도에서 180명, 인천에서 23명의 조합장이 선출됐다. 농협(축협)·수협·원예·인삼 등의 단위조합 대표자다. 조합장은 조합별 생산물의 생산과 유통을 총괄한다. 그중에도 자체 금융사업에 갖는 권한이 막강하다. 조합원 이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자리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관장할 만하다. 이번이 세 번째다. 선거는 무탈하게 끝났다. 탈·불법 선거에 대한 감독이 엄하게 이뤄졌다는 평이 많다. 국가 관리가 가져온 긍정적인 측면이다. 반면 아주 보기 민망한 모습도 드러났다. 지나치게 많은 단독출마·무투표 당선이다. 경기도에서 42개 조합이 투표 없이 조합장을 냈다. 23.3%다. 인천시에서도 4개 조합이 그랬다. 17.3%다. 경쟁자 없는 선거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얘기가 다르다. 무투표 당선이 4개 가운데 1개, 5개 가운데 1개 꼴이다. 단언컨대 이런 선거는 없었다. 겨우 이런 투표를 감독하려고 혈세·공권력을 투입한 건가. 공정성만큼 부각되는 효율성 문제다. 어쩌다 한 번 나타난 현상도 아니다. 선거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번이 세 번째 전국동시조합장선거다. 앞선 두 번째 선거는 2019년에 있었다. 그때도 후보자 단독 출마, 무투표 당선 조합이 경기도 28곳, 인천 2곳이었다. 수치로만 보면 개선은커녕, 되레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4년 뒤인 2027년에 또 치러진다. 그때는 ‘무투표 당선 30%’에 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이래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고민해 볼 때가 됐다는 것이다. 선관위 관리 이후 개선된 점은 많다. 금품 선거, 부정 선거가 줄었다. 후보나 유권자의 인식도 많이 변했다. 길었던 ‘고무신 선거’의 폐습이 사라졌다. 선관위가 다시 손을 떼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불공정으로의 역주행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4곳 중 1곳에 달하는 무투표 당선을 보고만 있을 일도 아니다. 다소 추상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선거 참여 열기를 높여야 한다. 후보와 유권자의 관심을 좀 더 이끌어낼 수 있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사실 이 점에서 부족했던 건 사실이다. 선관위 역할이 꼭 단속과 적발에만 있지 않다. 투표 참여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책무다. 대선, 총선에서의 홍보·안내와 조합장선거에서의 그것은 비교도 할 수 없다. 특정 집단만의 선거라는 제한이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업무를 관장하는 선관위의 기본 역할이 달라지지 않는다. 후보자·유권자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역할을 한층 배가하기 바란다. 물론 가장 시급한 건 폐쇄된 조합장선거 풍토 개선이다. 얼굴 아는 조합원끼리 정(情)으로 한다는 그들만의 정서다. 그러니 경쟁에 주춤거리고, 변화에 멈칫되는 것 아닌가. 변하기 쉽지는 않은 일이다.

[사설] 반려동물 잔혹사 충격, ‘동물권’ 강화 대책 내놔야

양평군의 한 주택에서 최근 1천200여마리의 개가 사체로 발견돼 큰 충격을 줬다. 60대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2, 3년 전부터 유기견 등을 집으로 데려왔다고 했다. 키우던 개를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한 마리에 1만원씩 받고 가져온 것도 있고, 번식장에서 개를 넘겨 받은 것도 있다고 했다. 이 남성은 그렇게 데려온 개들을 방치하고 굶겨 죽였다. 그 숫자가 1천마리가 넘는다니 경악할 노릇이다. 현행법상 동물 생산업자(번식업자) 등이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하여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이를 교사한 경우 형법상 교사범으로 같이 처벌받을 수 있다. 경찰은 양평 사건의 남성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인데, 개를 데려온 구체적인 경위 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반려동물 천만시대’라고 하지만, 또 한쪽에선 동물을 굶겨 죽이거나 아무렇게 버리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동물 학대 및 유기 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반려견 학대와 유기는 공급 과잉이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반려동물 생산에 제한이 없다 보니 잉여 동물이 생기게 돼 처리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기형적인 반려견 생산구조 문제가 큰데도 우리 사회가 이를 눈감아 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의 합법 동물생산업장은 총 2천19곳이다. 동물 생산량에 상한선이 없어 이들 업장에서 한 해 태어나는 동물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여기에 불법 번식장도 있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강아지 공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생산된 동물이 많다 보니 쉽게 사고 쉽게 버린다. 펫숍 등에서 반려동물을 상업적으로 매매하는 행위에 문제가 있다. 이곳에선 대부분 2, 3개월령의 작은 개와 고양이를 판매하는데 선택받지 못한 동물들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 수 없다. 결국 양평 같은 사례가 나올 수 있다. 반려동물 생산 및 판매 등 유통 과정에서 버려지는 동물들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 유기동물이 많이 발생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반려동물 소유자의 책임의식 부족’이다. 2014년부터 반려동물등록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반려동물 보호자는 물론 관련 업체들의 책임의식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반려동물 이력관리제 등을 통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 모견 및 종견의 출산 나이 제한, 불법 생산업체 등에 대한 단속 강화 등 세부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엄정한 처벌, 반려동물 영업관리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동물권’을 위한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 반려인 복지·편의보다 동물복지에 초점을 둔 정책이 절실하다.

[사설] 고위험 성범죄자 차단, 거주지 제한만으로는 미흡하다

성범죄자가 출소 후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던 장소 인근에 거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성범죄자의 재범률이 높아 주민들이 불안해한다. 가해자를 다시 만날까 무서워 피해자 가족이 살던 곳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 성범죄자와 이웃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강력 성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이웃으로 살아야 하는 주민들은 적극 반대했다. 2008년 안산에서 잔혹하게 아동을 성폭행한 조두순은 2020년 출소해 자신이 살던 안산으로 돌아왔다. 주민 반발에 그는 자신이 살던 거주지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몰래 옮겨 단원구의 주택가에 살고 있다.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김근식이 출소해 의정부로 간다고 했을 때, 2005~2007년 수원 일대에서 20대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박병화가 출소 후 화성시로 간다고 했을 때도 한바탕 난리가 났다. 성범죄자 신상등록 사이트인 ‘성범죄자 알림e’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에 살고 있는 공개 성범죄자는 706명이다. 전국 공개 성범죄자 3천188명 중 22%를 차지한다. 도내 공개 성범죄자 706명 중 33%인 233명은 범행을 저질렀던 장소 인근을 포함해 해당 지자체에 살고 있다. 성남이 51.2%로 가장 많고 이어 수원 48.61%, 부천 48.84%, 군포 42.9%, 광주 40.9%, 안산 40.6%, 안양 38.9% 등의 순이다. 죗값을 치렀다지만 재범 위험성이 있는 성범죄자와 이웃으로 살아야 하는 주민들의 불안과 고통이 크다. 성범죄자의 주거지와 관련, 전자장치 부착 등 제한을 두고 있지만 더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법무부가 고위험 성범죄자가 학교 등 미성년자 교육시설로부터 반경 500m에 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전자장치 부착법 개정안’(일명 제시카법)을 5월 국회에 제출 예정이라는데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 고위험 성범죄자는 불특정 다수 피해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지르고 재범 위험성이 높다. 법무부가 ‘제시카법’을 추진하는 것도, 성범죄 재범률과 함께 심리적으로 친숙한 장소를 범행 장소로 택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주지를 제한하는 제시카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강력 성범죄자 거주지 주변에 CCTV 수십대와 초소를 설치하고, 인력을 배치해야 해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하게 된다. 인구 밀도가 높은 수도권에서 이들이 거주할 곳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때문에 거주지 제한보다 외국처럼 종신형을 내리든가, 보호관찰시설에 두는 게 낫다고 한다. 재범 위험성을 낮출 수 있는 교육 등 제도 보완, 형량 상향조정, 집중적인 보호 수용 등 다각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사설] 김포FC 대표 “아이들 누가 책임질 것인가”/그래서, 숨진 아이는 구단이 책임졌습니까

김포FC에서 유소년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서에서 ‘살인 충동과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밝혔다. 반복적이고 심각한 언어 폭행, 괴롭힘이 있었다고 적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가 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 그 결과 지난 1월3일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 요청을 의결했다. 축구단의 코치 등 지도자들과 일부 동료 선수들이 대상이다. 문제는 김포FC가 징계 대상 지도자 등과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김포FC 서영길 대표이사의 설명이다. “스포츠윤리위원회에서 지난해 8월까지 어떠한 근거로 징계 조치됐는지 공문으로 보내 주기로 했으나 아직까지 받지 못했다”, “대표이사 재량으로 징계를 내리기에는 법적 근거 등 부족함이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코치나 감독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연관돼 있다. 아이들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 지면에서 느껴지는 당당함이 놀랍다. 미뤄보건대 재계약은 서 대표의 뜻인 것으로 보인다. 부당함이 명백하다. 스포츠윤리센터에서 징계가 의결됐음은 김포FC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용을 공식 확인하고 공문 하달을 촉구하는 게 순서였다. ‘공문이 안 왔다’는 것을 마치 ‘징계가 사라졌다’처럼 해석하고 있다. 그러니 재계약한 것 아닌가. 대표이사 재량을 들먹이는 것도 적절치 않다. 1차 징계는 스포츠윤리위원회에서, 2차 처벌은 수사기관에서 내린다. 김포FC 대표이사는 그 내용을 따를 책임만 있을 뿐이다. 이번 재계약 강행의 가장 큰 문제가 뭔지 아나. 아이들의 자유로운 진술 기회를 박탈해 버린 것이다.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숨진 선수의 유가족이 제기하면 법원에서 손해배상 소송도 해야 한다. 그때 핵심은 숨진 선수에 대한 평소의 언어 폭행, 괴롭힘이다. 가장 절절한 증언이 동료 선수들로부터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아이들과 감독 코치가 한 공간에 묶여 있다. 이제 재계약까지 맺어 계속 엮여 있게 됐다. 감독 코치와 매일 본다. 가해 학생도 매일 본다. 자유로운 진술이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범죄 은닉이다. 지난해 4월27일 선수가 숨졌다. 3월14일이 선수의 생일이라고 한다. 선수의 아버지는 지금도 통탄하고 있다. 경찰 조사는 1년 되도록 종결되지 않고 있고, 축구단은 가해자를 포함한 지도자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절망한 아버지가 건 마지막 희망이 법원이다. 김포FC 재계약을 바로잡아 달라며 영업정지가처분신청을 했다. 우리도 곧 내려질 판사의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

[사설] 부천축산물단지 청사진은 땅장사였나/약속 8년 잡초만… 市 ‘우리 업무 아냐’

부천시 관계자가 본보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축산물공판장은 경기도 소관 업무다. 축산물복합단지 조성에 관여할 사항이 없다.” 8년째 표류하는 부천축산물공판장 건립에 대한 설명이다. 부천 지역에 들어서는 대형 유통집합시설이다. 인근 주민은 물론 시민들의 관심·기대·우려가 크다. 시민의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 그것이 곧 시정이다. 경기도 업무면 경기도와 협조해 풀어 가야 맞고, 중앙정부 업무면 중앙정부와 협조해 풀어 가야 맞다. 2015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협 축산경제가 중앙회 이사회에서 안건을 보고했다. 부천축산물복합단지 건립계획이다. 도축부터 각종 포장까지 원스톱 시스템을 갖춘 시설이다. 이를 위해 농협 축산경제는 땅 2만8천185㎡를 LH로부터 사들였다. 기존 공판장 부지까지 포함해 대지면적 6만1천㎡다. 건물 연면적만 7만2천㎡에 달하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최첨단 축산물복합단지’ 건립계획이었다. 2016년 1월 착공해 2018년 개장한다고 했다. 이렇게 심쿵하게 시작한 사업이 8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당초 예고했던 복합단지는 흔적도 없다. 일부 창고 건물만 지어져 있을 뿐이다. 넓은 부지는 주차장으로 사용 중이다. 매입으로부터는 8년이 지났고, 예정완공시점으로 봐도 5년이 지났다. 계획을 알고 있던 시민들은 궁금해한다. 최대·최첨단이라고 홍보했던 터니 더욱 그렇다. 최근 들어 추측이 나돈다. 대표적인 추론이 ‘투기성 부동산 매입 의혹’이다. 애초 땅장사가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농협 축산경제 측은 부인한다. 행정절차 문제(2016년), 설계사무소 문제(2017년), 건축물 허가 문제(2019년)를 든다. 과연 그럴까. 1천500억원을 들이는 사업이다. 행정 절차로, 설계사무소 파행으로, 육가공공장 허가 문제로 계속 밀린다는 게 말이 되나. 공교롭게, 그사이 땅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농협이 매수할 때 ㎡당 139만원이다. 지금 주변시세는 292만~385만원이다. 300억원에서 최소 800억원, 최대 1천억원짜리가 됐다. 큰 기대를 걸었던 시민만 답답해졌다. 8년 연기된 이유도 설명 받은 바 없다. 복합단지에 대한 믿음 자체가 사라졌다. 그 땅이 매각되면 지금과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2016년 매입 토지만 3만㎡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다. 도시의 밑그림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시민들은 불안하다. 도시 전체를 구획하는 게 부천시 행정 아닌가. 초기에는 농협 측과 많은 협조 관계도 있었다고 한다. 인허가 절차도 도왔고, 부지 매입도 거들었다고 한다. 그러면 지금도 부천시가 관여하고 챙겨야 하는 것 아닌가. 괜찮은 시설 온다고 할 때는 옆에서 돕다가, 사업 지연돼 욕 먹는 땅이 됐다고 관심 끊는다. 그건 좋은 행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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