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약물운전의 위험성

교통사고를 조사하는 경찰관이자 어린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교통사고는 준비되지 않은 ‘슬픈 이별’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해주곤 한다. 요즘 뉴스를 통해 종종 보도되는 충격적인 사고 소식 중 술을 마신 운전자로 인해 무고한 사람이 소중한 목숨을 잃게 됐다는 소식을 접하면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하고 허무함과 깊은 탄식을 안기곤 한다. 이같이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과 그 위험성에 대한 공감대는 이제 일정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술에 취해 운전하는 것이 위험한 이유가 무엇일까. 음주 상태에서는 운동능력이 떨어져 조향·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할 수 없어 편리한 교통수단이 자칫 ‘살상무기’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술이 아닌 의약품이라면 괜찮을까. 그렇지 않다. 통계에 따르면 약물운전으로 인해 면허가 취소된 사례는 2022년 80건에서 2024년 164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올해도 3월 기준 잠정치 20건을 넘기는 추세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8월 서울 강남 롤스로이스 사건을 비롯해 직접 처리한 사건 중 교통사고 충격으로 전복된 승용차 운전자가 마치 술에 취한 듯 대화할 수 없고 거동조차 어려우나 술 냄새가 나지 않았고 조사 결과 조울증 치료를 위해 진정 및 수면 효과가 있는 처방 약물인 ‘졸피신정’을 복용한 사실이 확인돼 형사처벌과 함께 운전면허를 취소시킨 사례가 있었다. 약물운전의 위험성은 점차 현실이 된 듯하다. 이렇듯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한 약물 외 의사로부터 처방받은 약물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피해 또한 음주운전과 같거나 그 이상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를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우선 도로교통법 제45조(과로한 때 등의 운전금지)에서 약물운전을 금지하고 있으며 약물운전 의심자가 검사에 불응하면 처벌(5년 이하의 징역, 2천만원 이하의 벌금)할 수 있는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이 내년 4월2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경찰에서도 예방을 위한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타액을 통한 신속 검사 키트를 보급하는 등 단속을 병행해 약물로 인해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운전하면 강력하게 처벌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의료기관에서도 정상적인 운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을 처방하면 강력한 복약지도가 이뤄져야 하며 국민 또한 처방받은 약물이 운전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면 운전을 금지하고 주변에서도 이를 만류해야 한다. 술과 금지된 약물은 물론이고 처방받은 약물로 인한 운전 행위가 자신뿐만아니라 다른 무고한 사람에게 ‘슬픈 이별’을 초래하지 않도록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더욱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원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폭삭 속앗수다, 아주 수고했어요

몇 달 전 종영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큰 인기를 끌다 보니 제주말에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 어떤 이는 사기라도 당한 것처럼 생각하다가 ‘무척 수고 많았다’라는 뜻을 알고는 실없이 웃기도 한다. 폭싹이 ‘아주 많다’는 뜻은 이미 알고 있으니 ‘속앗다’의 우리말 뿌리를 찾아보자. 먼저 ‘속’에 대해 알아보자. ①‘속’은 ‘겉과 속’과 같이 쓴다. 둘러싸여 있어 알 수 없는 안쪽 부분이 ‘속’이다. 사람으로 둘러 싸인 것은 ‘몸 속’, ‘마음 속’, ‘머릿속’ 등으로 쓰인다. 그래서 ‘속보였다’, ‘속닥속닥’과 같이 쓰여 왔다. 여기서는 ‘몸속’만을 생각해 보자. ②‘몸속’은 뱃속을 말하기도 한다. 뱃속에는 창자가 있다. ‘속이 더부룩하다’, ‘속창아리 없는’ 등과 같이 쓴다. ③감추고 있던 마음의 속내를 들키면 ‘속보였다’, ‘속 뺏겼다’라 한다. ④식물을 심어놓고 너무 배게 자라면 ‘솎아준다’. 속에 숨은 작은 녀석들을 찾아내어 ᄀᆞᆺ는(뽑아내거나 잘라내는) 것을 ‘속갓다’고 말하던 것이 ‘솎았다’가 됐다. ⑤몸속이나 뱃속에 있는 창자는 ‘애’로도 쓴다. 홍어의 내장을 탕으로 끓인 것을 ‘홍어애탕’으로 부른다. 속창자까지 힘을 쓰면 ‘애쓴다’, 속창자가 닳아질 정도로 힘쓰면 ‘애닳다’, 속창자가 타오를 정도로 힘쓰면 ‘애타다’, 속창자가 끊어질 정도로 힘쓰면 ‘애끊는다’, 속창자가 끓어오를 듯 답답하면 ‘애끓는다’고 한다. 애간장에서의 ‘간’이 넓혀진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엔 ‘앗’이다. ①남의 것을 빼앗거나 가로채는 것을 ‘앗다’라고 한다. ②‘품’을 빼앗은 대신에 돈이나 먹거리를 주던 것이 ‘품앗이’이다. 주인집 아기를 품에 안고 봐주거나, 장작을 팬 뒤 장작단을 품에 안아 날라 주거나, 곡식을 거두고 그 단을 품에 안아 나르는 등의 일들은 품을 쓴다. 이렇게 자신의 품을 팔아 먹거리나 돈을 삯으로 살아가는 것을 ‘품팔이’라 한다. 우리 고유의 무술 택견에서는 자신의 품을 넓히며 밟아가는 것을 ‘품밟기’라 한다. ‘속을 앗는’, ‘속앗다’에서는 몸속의 창자까지 힘쓰도록 일을 시킨다. 품속이나 마음속을 빼앗게 된다. ①사람의 마음을 속이는 ‘속았다’는 마음이나 머릿속을 빼앗는 ‘속앗다’가 달라진 말이다. ②드라마 제목처럼 둘 다 ‘속았다’로 써도 되겠지만 몸속을 빼앗는 일은 서로 구분하기 위해서도 ‘속앗다’로 썼으면 좋겠다. 이번엔 ‘수고하다’에 대해 알아보자. ‘수고’가 우리말을 한자로 옮겨 적은 것으로 생각해보자. ‘수’를 높다는 뜻(수수, 세수, 수더분하다, 수수하다, 독수리 등)으로, ‘고’를 고기나 뼈를 곱게 고아내어 푹 삶아서 풀어지는 것(고다, 고요하다, 고즈넉하다, 고두밥, 고드름, 고운 옷 등)으로 생각한다면 ‘수고하다’는 “몸속이 많이(높게) 고아질 정도로 힘들게 일하다”는 뜻이다. ‘속앗다’, ‘애썼다’, ‘수고했다’는 말들은 제주말이 옛 우리말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예다. 턱걸이를 하면서 ‘배치기’로 속 힘을 쓰고, 팔씨름을 하면서 배에서 나오는 뱃심과 뱃짱을 부린다면 이제 제주말에 옛말이 많이 남아있는 역사도 찾아가도록 하자.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대왕님표 여주쌀, 미국에서도 통할까

국내 쌀 소비가 줄고 있다. 하지만 이런 흐름 속에서도 ‘대왕님표 여주쌀’은 새로운 길을 개척 중이다. 단순한 내수 판매를 넘어 해외 수출형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왕님표 여주쌀은 2025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 조사에서 농산물 브랜드 부문 1위에 올랐다. 그리고 미국 뉴욕·뉴저지 지역 한인마트에 정식 입점하며 첫 수출 물량 3t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여주쌀 미국 수출량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로 본격적인 해외 진출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K-푸드 확산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라면, 떡볶이, 냉동김밥 등 한국 가공식품의 인기가 높아지며 자연스럽게 한국산 식재료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고 있다. 한국 쌀은 특히 찰기 있고 쫀득한 식감으로 김밥, 덮밥, 비빔밥 등 한식과 찰떡궁합을 이룬다. 실제로 미국 내 냉동김밥 판매 호조에 따라 쌀가공식품 수출도 20% 이상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주쌀의 미국 진출은 단순한 수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내수 침체에서 벗어난 지속가능한 농업 해법으로 ‘수출형 프리미엄 농업’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실험 중이기 때문이다. 여주쌀이 가진 경쟁력은 단단하다. 첫째, 여주는 풍부한 일조량과 깨끗한 수자원, 규산·유기물이 풍부한 토질 등 벼농사에 최적화된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췄다. 둘째, 여주시는 독자적 품종 ‘진상미’를 개발하고 재배를 독점해 고유성을 확보했다. 이 품종은 찰기와 감칠맛이 뛰어나 프리미엄 소비층에 적합하다. 셋째, 여주시농업기술센터는 DNA 종자검정, 성분분석, 미질분석 등 과학적 품질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식미치 75점 이상, 단백질 6% 이하라는 고품질 기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브랜드 시스템도 강점이다. 여주시농산업공동브랜드활성화센터는 품질 인증, 공동마케팅, 유통망 관리, 관광 자원 연계까지 통합적으로 브랜드를 운영한다. 이 같은 브랜드 역량 덕분에 K-BPI 1위라는 신뢰를 얻었고 해외 수출도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 확실한 프리미엄 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있다. 미국 시장은 여전히 롱그레인 쌀이 주류이며 한국 쌀에 대한 인지도는 한인 커뮤니티와 K-푸드 팬층에 한정돼 있다. 이를 넘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히 ‘한국산 쌀’이라는 설명을 넘어 ‘왜 이 쌀이 특별하고 건강한가’에 대한 문화적·품질적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조선시대 왕에게 올리던 쌀’이라는 정체성은 미국 소비자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고급 브랜드 자산이다. 쌀 소비가 줄어드는 시대에도 농업은 성장할 수 있다. 핵심은 ‘프리미엄화→브랜드화→수출산업화’라는 선순환 구조를 얼마나 잘 만들 수 있느냐다. 대왕님표 여주쌀은 이 길을 선도하며 한국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K-푸드가 세계로 뻗어가는 지금 여주쌀의 도전은 한국 쌀, 나아가 한국 농업 전체의 미래를 여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무료 공연에 숨겨진 ‘기만상술’ 근절하자

유명인의 무료 공연을 빙자한 상조업체의 홍보가 도를 넘는 듯하다. 오래전부터 소비자를 유인하는 상술이었지만 여전히 유명인의 무료 공연, 무료 강연을 빙자한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료 공연이나 강연을 한다는 유명인 중에는 내로라하는 소위 셀럽인 유명 가수와 유명 강사가 등장한다. 상술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선 유명인의 ‘무료’ 공연 및 강연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광고하고 홍보한다.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니 진행 순서가 나와 있는데 입장하면 30분간 레크리에이션 후 1시간30분 동안 상조회사 홍보가 진행되고 그 후 유명인의 강의나 공연을 볼 수 있다. 대개 그렇듯이 그런 상술로 인한 피해자는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홍보하는 상조업체들은 대놓고 ○○세 이상만 입장이 가능하다고 광고한다. 아무리 냉정한 사람이라도 자식보다 살가운 ‘친절’과 솔깃한 혜택을 통한 가입 ‘유혹’, 반복되는 회유와 강권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유명인의 공연, 강연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게해 주니 뭐라도 갚아야 한다는 보상심리가 작동하기 마련이다. 현장에서의 가입 할인 혜택과 참석한 옆자리 사람들이 가입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판매원들의 애원어린 사정을 반복해 받으면 거의 다 넘어간다. 독한 마음으로 그 장소를 박차고 나오지 않는 한 바늘방석에서 2시간 이상을 버텨야 하니 참 고역일 것이다. 기만 상술에 동원되는 유명인 셀럽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그들은 자신이 상조업체의 홍보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또 순수하게 무료로 공연이나 강연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이 출연료를 받는다면 그 돈은 무료공연·강연으로 믿고 그 자리에 참석한 순진하고 선량한 고령 소비자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공연 강연을 기획하는지 확인해보고 소비자를 유인하는 상술에 이용되는 공연·강연이라면 단호하게 거절하길 간절히 부탁하고 싶다. 소비자는 홍보하는 상조업체가 아니라 유명인 자신을 보기 위해, 유명인을 신뢰하고 그 자리에 참석한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소비자가 피해를 입으면 유명인이 책임지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선량한 소비자는 무료라는 기만적인 수법에 현혹돼 상조서비스 회원에 가입하는 것이고 유명인은 그런 상술에 동원된 주인공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될 것이다. 셀럽이라면 돈보다는 명예가 중요하지 않을까. 상술이 동반된 공연이라면 출연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셀럽, 스스로의 자존심을 세우는 일일 것이다. 아울러 소비자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및 지자체와 사법기관에서도 이런 기만상술이 근절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감시해야 하며 관공서의 공간이 기만상술 기업의 홍보장으로 대관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깨끗한 수돗물과 함께하는 ‘퇴촌 토마토 축제’

매년 여름 초입에 들어서면 경기 광주시는 토마토의 붉은 활기로 물든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열리는 ‘퇴촌 토마토 축제’가 바로 그것이다. 퇴촌 대표 농산물인 토마토의 가치를 알리고 방문객에게는 색다른 경험과 추억을, 농민들에게는 자긍심과 활력을 전하는 이 축제는 어느덧 광주시를 대표하는 여름 풍경이 됐다. 이 축제는 23년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이토록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열려온 데에는 지역주민의 애정과 헌신 이외에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조건이 하나 있다. 바로 물이다. 여름철 축제는 물 없이는 상상하기 어렵다. 더위 속에서 펼쳐지는 야외 행사는 그 자체로 물을 많이 필요로 한다. 토마토를 재배할 때도 물이 필요하고, 축제 인기 프로그램인 토마토 풀장 운영에도 마찬가지다. 손을 씻고, 토마토를 씻고, 물놀이를 하고, 미스트를 뿌리고, 음식도 만들고, 더위로부터 열을 식히고 건강을 지키는 일까지. 축제를 구성하는 수많은 활동이 모두 깨끗한 물과 연결된다. 23년이 넘도록 축제가 지속된 것은 그만큼 안정적인 물 공급 인프라가 작동해 왔음을 의미한다. 광주시는 물론이고 전국 모든 지역의 여름 축제는 이처럼 안정적인 수돗물 체계가 뒷받침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광주시의 수돗물은 한국수자원공사 광주수도지사가 책임지고 있다. 2009년부터 광주시 전역에 깨끗한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광주시민의 건강한 일상과 지역경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수장은 24시간 운영되고 수질은 실시간 감시 체계를 통해 관리된다. 법적 기준보다 엄격한 ‘글로벌 수질기준’도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광주시민은 안심하고 물을 마실 수 있고 축제 또한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치러질 수 있다. 광주수도지사는 단순 물만 공급하는 건 아니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ESG 경영으로 시민 삶의 동반자가 되기를 지향하며 나눔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이를 위해 ‘수돗물 안심서비스’를 통해 수질 정보와 상담을 제공하고 사회적 배려 계층을 위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물사랑 펀드’도 운영하고 있다. 올해 퇴촌 토마토 축제에서는 이 펀드로 지역 농가에서 토마토를 구매해 다시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는 활동도 계획돼 있다. 행사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지역경제와 복지에도 기여하는 방식이다. 물은 늘 곁에 있지만 대부분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다. 아무런 불편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도 광주의 수돗물은 평소처럼 조용히 흐를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 물이 지나간 자리마다 퇴촌 토마토 축제를 찾은 시민들의 행복한 순간들이 하나씩 피어날 것이다. 함께 웃고, 땀 흘리고, 풀장에 뛰어들며, 먹고 즐기는 그 모든 순간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 바로 그 평범함을 지키는 일이 광주수도지사의 소중한 과제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비상벨은 마지막 수단

도심 곳곳의 공원 화장실, 도서관, 지하철 역사 등 공공시설에는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위한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말 그대로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장치다. 경찰은 이 벨이 울리면 누군가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이 임박한 경우로 판단해 신속히 현장으로 출동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다르다. 최근 3개월간 인천삼산경찰서 갈산지구대 관할의 공원 등 화장실에서 비상벨이 울린 사례(43건) 중 98%가 장난, 실수 또는 무의식적인 오작동이었다. 어린아이가 장난삼아 누르거나 청소 도중 잘못 눌리는 경우도 있고 변기 레버로 오인해 누르는 경우, 심지어 몸을 기대다 벨이 눌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오작동 벨 문제로 인해 순찰차가 긴급히 출동하고 경찰관 두 명 또는 그 이상이 현장 확인에 투입된다. 하루에 몇 건씩 쌓이면 한 달에 수십 시간의 경찰력이 낭비된다. 이 시간 동안 경찰은 실제 위험에 직면해 경찰의 도움이 절실한 누군가의 곁에 없을 수 있다. 오작동 방지를 위해 버튼이 쉽게 눌리지 않게 버튼 위에 커버를 씌우는 등의 물리적인 해결 방안을 내놓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건 시민 여러분의 주의와 경각심이다. 비상벨은 말 그대로 ‘비상’일 때만 사용하는 ‘긴급 호출장치’다. 갑작스레 통증이 발생한 경우나 몸이 불편한 어르신, 장애인 그리고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호기심이나 단순한 불만 그리고 사소한 부주의로는 절대 눌러서는 안 된다. 그 한 번의 실수로 인해 도움이 절실한 다른 누군가의 생명에는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언제나 시민 곁에 있다. 하지만 그 경찰력을 꼭 필요한 순간에 쓸 수 있도록 시민 개개인의 주의가 필요하다. 공중화장실을 사용할 때, 그리고 비상벨을 누르기 전 한 번만 생각해달라. 지금 이 순간이 비상벨을 누를 만한 위급한 상황인가를. 우리의 세심한 주의가 세상의 큰 안전을 만들 수 있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기업 성장 위해 진화하는 '능력개발전담주치의'

오늘날의 경제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불안정한 국제정세, 대내외적 정치적 리스크 등 여러 불안요소들이 기업경영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현시점에서 기업의 생존과 성장은 그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은 이러한 환경변화에 맞춰 필요한 직무역량을 개발하는 것이 필수가 됐다. 그리고 기업들도 중소기업 지원기피, 출생률 저하로 인한 경제활동 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신규 채용이 어려워짐에 따라 기존 재직자들의 직무능력향상을 통한 기업 운영의 효율을 높이고자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직원들의 역량개발을 통해 변화에 발맞춰 빠르게 진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업군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여러 가지 이유로 대응이 어렵다. 교육 시스템 구축을 위한 비용 문제, 인력 부족으로 인한 훈련시간 할애 문제, 기업에 맞는 교육훈련에 대한 정보의 부재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변화의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만든 제도가 ‘능력개발전담주치의’다. 기업의 현재 인적구성, 근무환경, 달성목표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해 해당 기업에 필요한 역량을 찾고, 부족 부분 보충 및 문제점 파악을 통해 종합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훈련 프로그램을 도출해낸다. 단순히 이런 제도가 있으니 참여하라는 일방적인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방문 컨설팅 등 밀착관리를 통해 기업이 정말 필요로 하는 훈련 프로그램을 찾아 제안하고 훈련실시 이후에도 피드백 제공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원해 최대한의 효과를 끌어낼 수 있다. 이 제도는 2023년 국정과제로 선정돼 전국 한국산업인력공단 지부·지사에 188명의 전담자 배치를 시작으로 이제 3년 차에 접어드는 올해에는 전담자를 329명으로 늘려 보다 많은 기업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서비스 범위를 확장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기초진단부터 각종 직업훈련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 수를 늘려가고 있다. 더불어 공단에서 진행하는 직업능력개발훈련 뿐만 아니라 고용센터에서 진행하는 기업도약보장패키지, 일터혁신컨설팅 그리고 지자체 및 여러 협·단체에서 주도하는 중소기업 지원사업 등 다양한 정부지원사업을 능력개발전담주치의 제도와 연계해 컨설팅을 통해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공단에서는 매년 각 사업 별 참여기업 중 우수기업 및 우수사례를 선정해 시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경인지역본부는 단순히 선정에 그치지 않고 선정된 기업의 사후관리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 우선 우수사례 선정기업을 ‘HRD클리닉’ 기업으로 재선정해 3년간 밀착관리를 통해 HR역량을 지원하고, 최종적으로는 자발적으로 능력개발훈련을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준다. 또한 정기 협의체인 ‘HRD클러스터’에 참여시켜 정부지원사업 기관들과 현안을 논의하고, 지원방안 등을 함께 고민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용센터 등과의 합동 설명회에 참여시켜 여러 기업들에게 같은 기업의 입장에서 우수사례를 전파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렇듯 공단은 직업능력개발과 근로환경 개선 등 기업의 전반적인 발전을 위해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아직까지 진행되고 있는 산업화시대의 시스템과 프로그램으로는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미래에 대응하기는 어렵다. 다가올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서, 채용구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더 나아가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 직업능력개발훈련은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이러한 산업 환경에서 한 개의 기업이라도 더 능력개발전담주치의의 ‘혜택’을 누렸으면 한다. 근로자의 직무능력향상을 보다 많은 기업이 이룰 수 있도록 경인지역본부가 기업들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가겠다. 박동준 한국산업인력공단 경인지역본부장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특별기고] 이재명 정부의 국가보훈정책 어젠다 수립

6월은 호국보훈의 달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전사한 군인과 생존해 계신 국가유공자를 선양하고 존경하며 그 공훈에 보답하는 달이다. 특히 올해는 광복 80주년인 뜻깊은 해로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36년간 일제의 강제 침탈이다. 독립을 위해 개인과 가족의 안위는 뒤로한 채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석주 이상룡, 백하 김대락, 동산 류인식, 일송 김동삼 선생 등 수많은 독립유공자가 있었다. 한편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나라를 지켰던 6·25전쟁 참전유공자, 대한민국 국위 선양과 경제발전을 위해 헌신한 월남전 참전유공자와 그 외 특수임무유공자, 소년병, 학도병, 여군, 국민방위군 등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켰던 국민 영웅들의 은혜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에 필자는 현 정부의 국가 보훈을 국민 통합과 연계해 국가유공자를 위한 중앙정부 보훈조직 개편 중심으로 어젠다를 제시하고자 한다. 가, 국가 보훈을 국민 통합의 정신적 지주로 삼아야 한다. 최근 대한민국은 이념 간, 세대 간, 소득 간 극심한 갈등으로 국력을 소모하고 있다. 이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진보, 보수 모두 국가 보훈을 국민 통합의 구심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한 세부적 방안을 제시하면 첫째, 대통령실 경청·통합수석실 내 국가유공자를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보훈정책을 전담하는 보훈비서관을 조속히 설치해야 한다. 현재 대통령실 내 중앙정부 부처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 교육, 법률, 환경, 자치, 법무 등 전담 비서관제도가 대부분 있으나 독자적인 보훈 분야만 없어 이에 따른 업무 수행상 많은 어려움과 타 부처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보훈비서관 부재로 변화하는 보훈 업무를 조정 통합하는 기능이 상실되며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상 지원을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은혜에 보답한다는 의미에서 국민들에게 상징적 의미로 절실히 필요하다. 둘째, 현 국가보훈부를 부총리급으로 승격시켜 국내 보훈대상자 등 관리는 1차관, 국외 보훈대상자 및 현충시설 관리는 2차관으로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국민 통합을 위한 대국민 보훈 교육과 섬김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대만의 경우 국가보훈 조직이 부총리급으로 돼 있으며 미국, 캐나다, 호주 등 보훈 선진국에서는 정부조직 의전 서열이 상위에 있어 국내외 순방 시 대통령이 국가보훈부 장관을 대동해 각종 행사에 참여시켜 통합의 실천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보훈특보제도를 신설해 장태완 장군을 임명했듯이 현 정부도 보훈특보를 대통령 직속으로 임명해 국가 보훈을 국민 통합과 보훈 예우에 대한 책무를 다해야 한다. 나, 국가보훈부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할 국가보훈정책개발원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기획재정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대부분의 중앙부처에 소관 국책 연구기관이 있는데 아직 국가보훈부만 없어 형평성 차원에서 이에 대한 보훈 전담 국책 연구기관이 절실히 필요하다. 현재 여야가 국가보훈정책개발원, 보훈정책연구원 등을 대표 발의했으나 아직 계류 중이어서 국책 연구기관의 부재로 국가유공자의 선진 보훈정책 연구 개발에 많은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여야가 초당적으로 적극 나서 늦어도 올해 7월 말까지 통과시켜야 한다. 한편 초대 원장은 국가유공자 및 유가족에 대한 보훈 보상, 의료, 복지 정책 등에 연구 경험이 풍부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보훈 전문가가 임명돼야 하고 타 기관과 형평성 맞게 직급을 차관급으로 직제를 신설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다, 국가 보훈 예산을 선진국 수준인 3%로 맞춰야 한다. 국가보훈부 예산은 올해 전체의 0.9%에 불과해 국가유공자에 대한 국가의 기본 책무를 월활히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국립호국원, 보훈요양병원, 보훈요양원, 보훈휴양원, 보훈원을 각 광역시로 확대 설립하고 근거리 보훈위탁병원 확대, 국가보훈정책 연구 개발 등을 수행하기 위해 현재 0.9%인 국가보훈 예산을 5년 내 선진국 수준인 3%로까지 확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훈 교육 기능을 강화해 국가유공자 및 제대군인 자녀들이 입학해 취업과 연계하는 보건 간호계열 중심 단과대학 형태의 국립한국보훈대학교 신설과 보훈병원 교육 연구 등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국립보훈의학대학원대학교 설립이 절실히 필요하며 초고령화된 국가유공자의 명예선양, 현충시설, 의료·복지 증진을 위한 국가보훈특별위원회 신설이 절실하다.

[기고] ‘생명 구하려다, 목숨 잃다’…반복되는 질식재해 비극 막기 위해선

안전보건공단에 입사한 지도 어느덧 18년이 넘었다. 그동안 수많은 중대재해 현장을 접했지만, 지금도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사고가 하나 있다. 바로 2010년 5월, 평택의 한 양돈농가에서 발생한 황화수소(H2S) 중독 사고다. 돈사와 집수조 사이의 수중관로가 막히자, 외국인 노동자 2명이 막힌 관을 뚫기 위해 집수조 내부로 들어갔다. 작업을 하던 이들은 곧 황화수소에 중독돼 쓰러졌고, 집수조 밖에서 지켜보던 농장주의 아들이 아버지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렸다. 구조를 위해 집수조에 들어간 아들도 쓰러졌고, 어머니가 신고하러 간 사이 아버지까지 구조에 나섰다가 결국 4명 모두 목숨을 잃게 된 사고다. 이 사고는 ‘2차 피해’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금까지도 각종 안전보건 교육자료에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왜 구조자가 희생되는 걸까? 사랑하는 가족이, 혹은 동료가 눈 앞에서 쓰러진다면, “들어가지 마”라는 경고보다 “살려야 한다”는 본능이 앞서게 된다. 그래서 구조자의 사망은 ‘무모함’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됨’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로 그 ‘인간으로서 본능으로 인한 구조행위’가 연쇄적인 희생을 부른다. 그러기에 질식사고는 한 명만 위험에 빠지는 사고가 아니라,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가스 측정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구조를 시도하다가 한 공간 안에서 여러 명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올해 봄, 전주의 한 제지공장에서 유사한 사고가 또 다시 발생했다. 백수탱크 안에서 쓰러진 작업자를 구하러 들어간 동료가 함께 사망하며, 총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질식 사고는 특히 봄철과 여름철에 자주 발생한다. 기온이 급격히 오르면 밀폐공간 내 미생물 활동이 활발해지고, 유기물 분해 과정에서 산소가 줄어들게 되고, 황화수소 등 유해가스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온이 상승하는 계절, 우리는 질식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다음의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예방의 핵심은, ‘들어가지 않는 것’에 있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밀폐공간 내에 위치하고 있는 설비나 장비, 조작장치 등을 밀폐공간 밖에서 조작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여 밀폐공간 내로 작업자가 출입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밀폐공간에 들어가야 한다면, 첫째, 사업장 내 밀폐공간 위치 파악, 사전 확인 절차, 안전보건교육 및 훈련 등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밀폐공간 작업 프로그램’을 우선 실시하고 작업정보, 작업자 정보, 가스농도측정 결과, 비상연락체계 등을 작성한 작업 허가서를 발급한 후 반드시 이행여부를 확인한다. 둘째, 사업주는 밀폐공간 작업 시작 전 산소 및 유해가스의 농도를 측정하고, 밀폐공간의 공기상태가 적정한지 확인해야 한다. 공기상태가 적정해 작업장소로 들어가더라도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유해가스를 제거하기 위해 작업 전·중에 환기팬을 상시 가동하고 작업 종료시까지 가동하도록 한다. 셋째, 밀폐공간에 근로자를 종사하도록 할 때에는 상시작업 상황을 감시할 수 있는 감시인을 지정하고, 만약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훈련되지 않은 인원이 즉시 진입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구조는 훈련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질식은 빠르게 일어나며, 희생자 중 다수가 구조하려다 함께 사망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먼저 인식하여야 할 사실은 ‘준비되지 않는 구조는 구조가 아니라 제2의 희생’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공단에서는 밀폐공간 작업을 수행하는 사업장에 원하는 시간대에 전문가가 방문해 장비와 교육을 무상으로 서비스를 지원한다. 지금, 당신의 현장은 질식재해를 예방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여름철 해루질, 위험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여름철을 맞아 해루질 등 연안 체험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해루질은 조개, 낙지 등을 잡는 해양 레저활동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만큼 안전사고의 위험도 크다. 최근 평택해양경찰서의 관할 해역인 방아머리, 구봉도, 농섬, 석문방조제, 제부도 일대 등 수많은 곳에서 무리한 해루질로 인한 사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해루질 사고 11건이 발생했으며 이 중 2건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로 이어졌다. 해루질은 밀물과 썰물 시간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으면 급격한 조류 변화로 고립되기 쉽다. 특히 갯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지형 변화가 많아 예상치 못한 깊은 수로에 빠질 위험이 크다. 안전장비 없이 맨몸으로 바다에 들어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이동 경로를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지난 6월2일 현장을 직접 찾아 해루질 실태를 눈으로 확인했다. 직접 걸어본 갯벌은 예측 불가능한 함정투성이었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갯고랑, 갑자기 밀려드는 물살, 야간에는 시야를 가리는 어둠까지 위험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있다. 평택해경은 해루질 사고 예방을 위해 매년 사고 다발 지역을 중심으로 순찰과 계도를 강화하고 있다. 불법 해루질, 안전수칙 미준수 행위에 대해서는 현장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야간 해루질 시 구조신호를 인식할 수 있도록 손전등, 호루라기 등 최소한의 구조용품을 갖출 것을 권장한다. 해루질 사고는 구조에 상당한 인력과 장비가 투입되며 사고가 발생하면 본인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또 불법 어획 행위가 적발되면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라 과태료 부과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에 평택해경은 여름철 안전한 해양활동을 위해 ‘사전 계획·준비 철저’, ‘기본 안전수칙 준수’, ‘정해진 장소에서의 합법적 활동’을 당부하고 있다. 해루질을 즐기는 순간에도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 바다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바다에 대한 작은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평택해경은 시민 모두가 안전하게 여름을 즐길 수 있도록 현장 순찰과 예방 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안전하고 즐거운 해양 레저문화 정착을 위해 해루질 시 각별한 주의를 당부드린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인천국제법조타운 조성해야

2028년 인천고등법원 개원이 확정되고, 해사법원 유치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는 지금, 인천은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해야 합니다. 바로 국내에 산재한 국제적 업무 담당 법원들을 한데 모은 ‘인천국제법조타운’을 조성해 동북아시아의 명실상부한 법률 허브로 발돋움하는 것입니다. 최근 대한민국 사법부와 법조계의 움직임은 이러한 구상에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국제분쟁해결시스템연구회(이하 연구회)가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등과 함께 '새로운 국제 IP 분쟁해결시스템 구축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한 것은 그 서막과 같습니다. 특히 연구회는 노태악 대법관을 회장으로, 전국의 각급 법관 56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대한민국이 국제 상사 및 지식재산 분쟁에서 아시아의 전략적 분쟁 해결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연구회의 노태악 회장은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운영돼 국제특허출원 4위, 국제상표출원 9위인 우리나라가 정작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아시아 지역의 지식재산분쟁 조정센터나 전문법원을 우리나라의 관문 도시인 인천에 설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는 매우 시의적절한 제안입니다. 유럽연합(EU)이 2023년 6월 유럽 단일 특허의 보호 및 침해 방지를 위한 유럽 통합특허법원(UPC)을 설립한 것처럼, 아시아 역시 자체적인 지식재산권 분쟁 해결 메커니즘이 절실합니다. 이는 역내 국가들이 분쟁 해결을 위해 유럽이나 미국까지 가야 하는 불편함과 막대한 비용을 줄이고, 아시아 국가들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6위의 무역 대국이며, 대다수 기업이 상당한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특허와 상표는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각국에 개별적으로 권리를 확보해야 하므로 국제 분쟁의 소지가 다분합니다. 이러한 지식재산권 분쟁은 관할권이 여러 곳에서 발생할 수 있고, 신속하고 전문적이며 경제적인 해결이 사업의 지속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창조산업, ICT, 생명공학, 그리고 비디오게임, 소프트웨어, 콘텐츠 산업에 이르기까지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은 국가 경쟁력 강화와 직결됩니다. 국제 IP전문법원이나 분쟁센터를 유치하기에 최적의 장소는 노태악 연구회 회장이 언급했듯이 관문도시 인천입니다. 인천의 송도국제도시나 영종국제도시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불과 30분 거리에 위치해 국제적 접근성이 매우 뛰어납니다. 또한, 각종 컨벤션센터와 충분한 오피스 공간을 이미 갖추고 있으며, 국내 대기업 본사가 밀집한 서울에서의 접근성도 우수합니다. 송도와 영종이 국제도시로 구상된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이러한 탁월한 접근성 때문이었습니다. 세계적으로 국제분쟁 해결을 위한 법조타운 또는 클러스터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사례는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싱가포르의 맥스웰 체임버스(Maxwell Chambers)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 중재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SIAC),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 등 주요 국제중재기관들이 입주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국제분쟁 해결 허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영국 런던 역시 오랜 법치주의 역사와 함께 다수의 국제 로펌, 중재기관, 전문법원들이 밀집하여 국제 법률 서비스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 또한 ICC 국제중재법원 본부가 위치하며 국제 상사중재 분야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도시들은 잘 갖춰진 인프라, 우수한 법률 전문가 그룹,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국제분쟁 해결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인천국제법조타운’이 성공적으로 조성된다면 다음과 같은 광범위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현재 추진 중인 해사법원, 그리고 우리가 유치하고자 하는 국제분쟁센터, 나아가 국제 IP 분쟁 해결 기능(국제분쟁법원/재판부, WIPO 아시아 지부, IPO 조정센터, 아시아지식재산법원 등)이 한곳에 모여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기관간 협력을 촉진해 시너지를 창출합니다. 국제 중재 및 소송 유치로 인한 직접적인 법률 서비스 수익 증대와 국내외 대형 로펌, 회계법인, 컨설팅 기업 등의 유치 및 관련 산업(통번역, MICE, 숙박, 관광 등) 성장 견인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지역 경제 활성화가 기대됩니다. 국제 규범 형성에 있어 대한민국의 발언권 강화 및 국격이 제고되고, 국내 기업들이 해외 분쟁 발생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며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법률 지원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됩니다. 이러한 인천국제법조타운의 성공적인 조성을 위해서는 인천시 차원의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준비가 필수적입니다. 공항에서 가까운 송도나 영종에 국제 중재 및 소송을 위한 첨단 법정 시설과 대규모 컨퍼런스 시설, 스마트 오피스 빌딩 등 맞춤형 공간을 조성해야 합니다. 국제학교, 외국인 친화 병원, 다양한 문화 및 편의시설을 확충해 해외 법률 전문가와 그 가족들이 생활하기 좋은 환경도 필요합니다. 국제 로펌, 중재기관, 관련 기업 유치를 위한 세제 혜택, 재정 지원, 규제 완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 패키지를 마련해야 합니다.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중재인, 변호사, 법학자 등을 초빙하고 이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WIPO, ICC, UNCITRAL 등 주요 국제 법률 기구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관련 국제회의 및 행사를 적극 유치해야 합니다. 법무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중앙정부 부처와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국가적 지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러한 구상은 아시아 각국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므로 우리 정부의 외교적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아세안 국가들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체결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대법원 국제분쟁해결시스템연구회의 출범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매우 시의적절한 움직임입니다. 연구회 구성원 대다수가 판사들이며, 그들 역시 지식재산권 분쟁의 국제적 성격을 깊이 인식하고 인천에 국제재판부나 법원 설치를 제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해사전문법원도 국제적 업무를 띄고 있으므로 국제법조타운에 같이 설치되면 좋습니다. 이제 인천지방변호사회도 이러한 대법원과 업계의 움직임에 발맞춰 인천시에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WIPO 아시아 지부 유치나 아시아지적재산권분쟁조정센터 설립을 위한 행정적 지원을 강력히 촉구해야 합니다. 저 또한 인천지방변호사회의 한 사람으로서 동료 회원들과 함께 인천에 국제기구와 전문법원을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나아가 '인천국제법조타운'이라는 원대한 비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인천이 동북아 물류 허브를 넘어, 세계적인 법률 서비스와 분쟁 해결의 중심지로 우뚝 설 그날을 기대합니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탱고, 존재의 리듬과 예술의 품위

탱고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뒷골목에서 태어났다. 19세기 말, 유럽에서 온 이민자들과 아프리카계 후손들의 음악이 섞이고, 가난한 이주 남성들과 성매매 여성들이 좁은 공간에서 몸을 맞대며 만들어낸 춤. 불안정한 정체성과 외로움, 그리고 말로 다 전하지 못할 슬픔이 축적되어 탄생한 몸짓이었다. 탱고는 처음엔 천박하고 저속한 춤으로 치부되었지만, 오히려 그 안에는 절박한 삶을 견디는 이들의 존엄이 배어 있었다. 정체 없는 땅에 뿌리내리려 했던 자들, 그리고 이름 없이 사랑받고자 했던 자들의 절실한 감정이, 이 한없이 절제된 리듬 속에서 피어났다. 탱고는 격렬한 춤이지만 그 본질은 침묵에 가깝다. 말보다 앞서는 호흡, 손보다 앞서는 중심의 이동, 그리고 음악이 멈출 때 찾아오는 정적. 그것은 단순한 춤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서로의 고요함을 듣고 받아들이는 존재의 리듬이다. 한 사람의 걸음이 멈추면, 상대도 멈춘다. 이 춤은 이끄는 자와 따르는 자의 구분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만들어내는 감정의 조율이다. 남녀가 몸을 맞댔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사이에 흐르는 긴장과 간극의 미학이다. 탱고에는 분명 관능이 있다. 그러나 그 관능은 감각적인 자극이 아니라, 절제와 기다림 속에서 피어나는 정서적 농밀함이다. 서로의 체온을 나누지만 결코 허용되지 않는 거리가 있고, 마음은 가까워지지만 몸은 끝내 다가서지 못하는 간절함이 있다. 이 간격과 조율이 탱고의 품격을 만든다. 그것은 성적 유혹이 아닌, 상호 존중과 긴장 속의 고요한 교감이다. 탱고의 관능은 정제된 절망과 고독이 만들어낸 예술적 에로티시즘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떤 이들은 이 춤을 여성의 관능미에만 집중하며, 심지어 동물의 교미에 비유하기까지 한다. 탱고를 성적 환상으로 왜곡하고, 그 속에서 여성의 몸을 욕망의 대상으로만 소비하는 시선은 예술을 이해하지 못한 감각의 타락이다. 탱고는 성적인 시선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춤이 아니다. 여성을 ‘끌려가는 몸’으로만 바라보는 그 시선은, 춤을 본 것이 아니라 욕망에 물든 자기 내면을 투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탱고를 동물의 섹스에 빗대는 표현은, 예술에 대한 모독이며 여성에 대한 인격적 폭력이다. 탱고에서 여성은 단지 끌려가는 존재가 아니다. 그녀는 리듬의 공동 창조자이며, 감정의 주체로서 남성과 공간을 함께 구성하는 당당한 참여자다. 이 춤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관계 안에서의 균형과 조화를 통해 인간 사이의 긴밀한 공존을 구현한다는 데 있다. 남성은 리드하되 지배하지 않고, 여성은 응답하되 복종하지 않는다. 그 긴장과 완급 속에서 탱고는 단지 육체적 표현이 아닌, 철학적 사유의 장으로 확장된다. 예술은 보는 이의 수준을 반영한다. 어떤 이는 탱고의 발걸음 속에서 고독을 읽고, 어떤 이는 몸짓 속에서 존엄을 느낀다. 그러나 또 다른 이는 그 속에서 단지 섹스를 연상하고, 감상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예술을 자기 욕망의 도구로 전락시키기도 한다. 나는 단언하고 싶다. 탱고를 여성의 성적 이미지로만 축소하고, 그 춤을 동물의 본능에 빗대는 작가는 예술을 말할 자격이 없다. 그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감각의 폭력이며, 예술이 아닌 모독이다. 탱고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예술이다. 본능을 넘어 감정을 나누고, 고독을 견디며 타인과 교감하는 방식으로서의 춤. 그 안에 숨어 있는 간격, 정적, 여백은 모두 인간만의 정제된 감정과 사유에서 비롯된다. 탱고는 음란하지 않다. 오히려 탱고는 숭고하다. 느림과 멈춤, 기다림과 절제가 만들어내는 내면의 떨림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인간다운 품격을 마주하게 된다. 예술은 자유롭다. 그러나 그 자유는 타인의 존엄과 예술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 안에서만 빛난다. 감상자의 시선이 욕망에 갇힌 순간, 예술은 소통이 아닌 소비가 되고, 감상은 교감이 아닌 침해가 된다. 탱고는 몸의 예술이기 이전에, 마음의 예술이며, 존재의 윤리이다. 여성의 몸을 관능의 대상으로 소비하지 않고, 감정의 주체로 바라볼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이 춤의 진정한 아름다움에 다가설 수 있다.

[기고] AI 시대 깨어 있는 유권자

인공지능(AI)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유발 하라리의 신작 ‘넥서스’에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중세시대 마녀에 대한 공포가 우연한 계기로 확산되고 이것이 수세기 동안 무자비한 마녀재판으로 이어졌던 역사에 대한 설명이 그것이다. 초기에 마녀에 대한 괴담이 큰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놀랍다. 저자는 ‘마녀의 망치’라는 책이 발간돼 당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마녀가 존재한다는 ‘상호주관적인 실제’가 급속히 퍼져 나가 잔혹한 마녀사냥이 촉발됐다고 쓰고 있다. 마녀사냥은 중세의 새로운 정보기술인 인쇄술의 발달에 기인한 아이러니한 비극이라는 얘기다. 이야기로 시작해 문자 발명, 인쇄술 발달, 산업사회 태동, 그리고 인터넷 사회를 거쳐 AI시대에 접어든 정보기술 발전사를 돌아보면 마녀의 존재 같은 허황된 음모론이 시대에 따라 주제와 대상을 달리할 뿐 항상 존재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금 전 세계에 불고 있는 부정선거 음모론 역시 가짜뉴스와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인 뉴스들이 뉴미디어 시대의 강력한 매체인 유튜브와 맞춤형 알고리즘을 통해 구독자들의 편향적 사고로 고착된 결과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부정선거에 대한 확증편향은 레거시 언론에 대한 불신과 함께 디지털 매체를 통해 쉽게 확산되는 듯하다. 최근 부정선거에 대한 다큐영화가 상영됐지만 기존의 주장들과 크게 다른 점은 발견하기 어렵다. 이미 선관위가 해명했거나 법원 판결로 부정이 없었음이 입증된 사례의 재탕이었다. 하지만 대중문화인 영화의 영향력은 크다. 우려되는 점은 영화처럼 감성적인 정보전달 매체를 통해 확산되는 거짓정보가 선거관리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고 민주주의에서 투표가 갖는 참여의 가치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 단체는 투표소에서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행동 매뉴얼까지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고 하니 자칫 유권자들의 투표에 피해를 주지 않을지 걱정도 든다. 그럼에도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다. 선관위 위원으로서 부정선거가 없다는 말을 반복하기보다 이 말씀을 드린다. 건강한 민주주의는 깨어 있는 유권자가 만들어 간다. 쏟아지는 음모와 가짜뉴스로부터 지켜야 할 것은 유권자의 냉철한 균형감각이다. 선거에 대한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주장과 정보를 접하는 경우에도 이념적 대립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도 지난한 대화와 설득으로 진실과 화해를 추구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하라리의 경고처럼 우리는 AI 정보혁명 속에서 과거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 전대미문의 불확실한 시대에서 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르는 대통령선거가 오늘이다. 깨어 있는 유권자의 시간이 바로 지금이다.

[기고] 112 거짓 신고, 처벌 강화해야

지난 2월 충남 아산시에서 술에 취해 ‘나는 빠져나왔는데 사람이 죽었다’고 112에 거짓 신고한 남성이 공무집행방해죄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 남성은 신고 당시 ‘칼 들었어 칼’이라고 말해 경찰이 즉시 위치를 조회해 현장으로 출동했으나 신고한 남성은 보이지 않았다. 신고한 남성의 위치로 확인되는 인근 편의점 안에 들어가 본 경찰은 계산대 앞에서 과자를 먹으며 점원에게 시비를 거는 남성을 발견 후 신고자인지 확인했으나 남성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경찰이 신고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자 남성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경찰은 남성을 데리고 나가 사건 현장이 어디인지 물었으나 남성은 계속해서 과자를 던지며 횡설수설했다. 결국 남성의 신고는 거짓으로 드러나며 ‘거짓 신고’ 주거부정의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이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러한 거짓 신고는 경찰에서 매년 수차례 강조하고 있음에도 매년 증가하고 있어 위급한 상황에 처해 신속하게 경찰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피해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거짓 신고에 대한 강력한 조치와 개선이 요구돼 왔다. 작년 7월부터 112 신고 접수부터 처리에 관한 전반적 사항을 규정하는 등 112 신고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법으로 112 신고의 운영 및 처리에 관한 법률(약칭 112 신고처리법)이 시행 중이다. 112 신고처리법에 따라 112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은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타인의 건물 등에 진입할 수 있고 이를 거부·방해한 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있다. 또 연간 4천건에 이르는 112 거짓·장난 신고에 대해서는 그동안 경범죄처벌법 ‘거짓 신고’로 60만원 이하의 벌금·구료 또는 과료를 통해 처벌해 왔지만 112 신고처리법을 통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변경됐다. 필자는 반복적이고 계속되는 거짓 신고에 대해서는 112 신고처리법을 적용, 엄중하고 강력한 조치를 통해 올바른 신고문화 정착과 시민 인식을 개선하는 것과 동시에 양치기 소년 같은 신고로 경찰이 느끼는 피로감과 허탈함으로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지 않길 바라 본다. 반복해 강조하는 점은 범죄와 관련 없는 경찰민원은 182, 생활민원은 110으로 문의하고 112는 긴급범죄 신고 체계로 정착돼 자칫 내 가족과 이웃, 주변에서 거짓 신고 등으로 절실한 경찰의 도움을 받지 못해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 한층 더 강화된 사회안전망 구축 및 체계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초록우산 경기지역본부, “국가 과제를 말할 땐 아동부터”

5월 가정의 달은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아동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시기다. 하지만 올해는 6월로 예정된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국가의 미래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 복지, 안보 등 다양한 주제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지만 정작 우리의 미래인 아동에 대한 이야기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정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집중되는 지금,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아동에 대한 관심 역시 함께 깊어져야 한다. 단지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인 아동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다. 지금이야말로 아동 문제에 주목해야 할 때다. 아동 곁에서 마주하게 되는 가장 절실한 과제 중 하나는 이주배경아동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다. 이들은 이미 학교와 지역사회 곳곳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초록우산 경기지역본부는 이주배경아동의 한국 생활 적응을 돕기 위해 한국어 교육과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경기도내 복지기관과 협력해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언어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을 위한 한국어교실과 돌봄교실 운영을 도울 계획이며 진로 개발 프로그램도 마련해 공교육 진입과 안정적인 한국 사회 적응을 지원하고자 한다. ‘온라인 세이프티’는 지금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다. 요즘 아동은 아주 어린 나이에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여러 정보에 노출돼 있으며 그중에는 해로운 내용도 있다. 해로운 정보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려면 어른들의 관심과 지도가 절실하다. 초록우산 경기지역본부는 아동권리옹호단을 운영하며 ‘온라인 세이프티’를 주제로 활동해 왔고 디지털 환경 속 아동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아동이 직접 만든 ‘아동권리 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기도 했다. 위기 상황의 영아와 임산부에 대한 지원 역시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과제다. 최근 수원시에서 발생한 위기 영아 사망 사건은 그 심각성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이에게는 돌봄이 필요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위기에 놓인 임산부와 영아는 여전히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초록우산 경기지역본부는 ‘마음모아지원사업’을 통해 위기 임산부를 조기에 발굴하고 경제적·심리적인 지원을 제공해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6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시선이 국가의 미래를 향하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는 아동을 위한 준비가 더없이 중요하다. 정부는 아동이 행복하게 자라고 모든 아동이 차별 없이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아동은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할 미래 그 자체다. 아동 문제에 대한 관심과 해결은 곧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첫걸음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수원 군공항 이전, 이제는 국가가 책임질 때

도심 한복판의 전투기 굉음은 수원시민에게 낯설지 않은 일상이 됐다. 수원 군 공항은 1934년 일제강점기에 건설돼 1954년 지금의 위치로 이전한 이후 70년 가까이 도심 속에 머물러 있다. 그 사이 도시는 빠르게 팽창했고 수십만 시민은 항공기 소음, 고도 제한, 재산권 침해라는 삼중고(三重苦)를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 피해는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수원시는 고도제한으로 인한 재산권 피해를 2009년 기준 약 2조2천481억원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군소음 보상금은 최근 3년간 15만명에 가까운 주민에게 총 400억원이상이 지급됐다. 그러나 이는 임시적 보상일 뿐 도시 개발과 지역 발전은 여전히 군사시설이라는 현실적 제약에 발목 잡혀 있다. 수원시는 2014년 국방부에 군 공항 이전을 공식 요청했고 2017년 화성 화옹지구가 예비 이전 후보지로 지정됐지만 지자체 간의 첨예한 입장 차이와 중앙정부의 미온적 대응 속에 사업은 10년 가까이 진전을 보지 못했다. 반면 대구 군 공항은 군위·의성으로의 이전이 확정됐고 가덕도 신공항은 특별법 제정 이후 국가 주도로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같은 시기에 시작했지만 결과는 판이하다. 이는 중앙정부의 개입과 책임 의지 차이에서 비롯된다. 문제의 핵심은 명목상 국가 사무인 군공항 이전 사업이 실질적으로는 지방정부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제도적 구조다. 국방부 등 관계 부처는 절차의 틀만 유지한 채 조정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결과 갈등은 장기화하고 시민 피해는 고착화되고 있다. 이제는 국가가 전면에 나서야 할 때다. 군 공항은 국가안보를 위한 핵심 기반 시설인 만큼 그로 인해 발생한 지역의 피해는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수원 군 공항 이전은 더 이상 지역 간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중앙정부가 직접 조정하고 이끌어야 할 국가적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법과 제도의 전면 재검토와 함께 국방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아울러 대안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 필자가 제안한 김포공항 활용 방안은 기존 활주로와 관제 시설 등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부지 내 공지(空地)를 통해 이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검토할 가치가 있다. 새로운 부지 조성보다 행정력과 예산을 아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물론 서울시와 인근 지역과의 협의, 정책적 조율이라는 과제는 남아 있지만 이는 중앙정부의 중재와 설득을 전제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다. 수원시민의 인내는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공항 이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이는 수원의 미래를 위한 중대한 분기점이다. 시민의 삶과 국가의 안보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이제는 국가가 답을 내놓아야 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국민 건강권 수호를 위한 ‘담배소송’

의사로서 매일 환자들과 마주하며 뼈저리게 느끼는 진실이 있다. “건강은 치료보다 예방이 먼저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큰 건강 위협, 흡연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다. 흡연은 폐암, 심혈관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은 물론이고 임신 중 태아의 건강까지 심각하게 위협하며 매년 5만8천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하루 159명. 우리 가족일 수 있고 우리 이웃일 수 있는 이들의 죽음을 외면할 수는 없다.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4년 국내 주요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흡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폐암·후두암 환자 3천465명에게 지급된 533억원의 건강보험 급여비를 원인 제공자인 담배회사들이 책임지라는 국민의 요구이자 시대적 명령이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며 공단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제 항소심 최종 변론이 5월22일로 다가왔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소송의 승패를 넘어 국민 건강권과 건강보험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담배회사는 여전히 “흡연은 개인의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연 진실일까.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은 국내외 수많은 연구로 명백히 입증됐다. 그럼에도 담배회사는 그 위험성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며 책임을 회피해 왔다. 국민의 생명과 사회적 비용을 담배 소비자 개인에게만 돌리는 것은 결코 정당하지 않다. 2023년 기준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는 연간 3조8천억원에 이른다. 이는 흡연자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나눠 부담하는 무거운 짐이다. 이제는 담배의 해악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하고 담배회사의 책임을 명확히 묻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남양주시의사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정의로운 소송을 적극 지지하며 국민 건강권 수호와 담배회사의 책임 강화를 위해 끝까지 함께하겠다. 아울러 금연이야말로 최고의 예방의학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의 금연 실천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바꾸는 시작이 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숙련 기술인 땀방울에 보답하는 사회 돼야

경기도 최고의 숙련 기술인을 가리는 2025년 경기도 기능경기대회가 지난 4월7일부터 11일까지 5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에는 건축설계, 산업용 드론 제어 등 49개 직종에서 495명의 젊은 기술 인재들이 참가해 치열한 경합을 펼친 끝에 147명이 경기도를 대표하는 우수 숙련 기술인으로 선발됐다. 이들은 9월 광주광역시에서 열리는 제60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해 각 시·도를 대표하는 선수들과 기량을 겨룰 예정이다. 오로지 인적 자원의 역량에 의지해 눈부신 발전을 이룬 우리나라에서 기능경기대회는 산업화의 최전선에서 국가 경제를 견인할 핵심 인재를 발굴하는 중요한 무대였고 이를 통해 배출된 숙련 기술인은 국민의 응원에 보답해 기술입국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러나 현재 기능경기대회를 향한 관심과 숙련 기술인의 위상은 예전만 못한 것이 현실이다. 특성화고 학생들이 밤낮으로 기술을 연마하며 흘린 땀방울은 대학 진학과 취업의 높은 문턱에서 그 빛을 제대로 발하지 못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숙련 기술인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을 멀어지게 하고 있다. 이제라도 숙련 기술의 가치를 재조명해 땀과 열정으로 다져진 기술이 제대로 평가받고 정당한 대우를 받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능경기대회는 단순한 기술 경연을 넘어 젊은 세대에게 숙련 기술의 매력을 전하고 미래성장의 동력을 만들어가는 플랫폼이다. 경기도는 이번 대회에 숙련 기술에 관심 있는 중학생 600여명을 초청해 치열한 경연 현장을 체험하게 하는 한편 숙련 기능인력 배출 우수기관을 지원하고 인공지능, 바이오 및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 신기술 교육을 강화하는 등 체계적 인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숙련 기술은 단순한 손재주가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혁신을 통해 완성되는 고도의 전문 역량이다. 숙련 기술인을 존중하고 그들이 흘린 땀방울에 합당한 대우를 보장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다. 경기도는 앞으로도 기능경기대회가 젊은 기술인재들의 꿈을 키우고 자긍심을 높이는 희망의 통로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기술은 시대를 넘어 산업 발전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힘이다. 숙련 기술의 가치를 끊임없이 조명하고 젊은 세대가 당당히 기술인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대통령선거, 킹메이커는 유권자입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챗GPT에게 물어보는 시대,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챗GPT에게 ‘공정한 선거’가 무엇인지 질문했다. “(챗GPT) 공정한 선거란 모든 후보자에게 동등한 기회가 보장되고, 유권자들은 왜곡되지 않은 정보를 통해 자유롭고 책임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이는 단지 법과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선거를 대하는 태도, 언론의 보도 방식, 유권자의 의식 수준까지 모두가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특정 후보자에게만 유리한 정보가 반복적으로 유포되거나 상대 후보자에 대한 허위 사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질 경우 유권자의 선택은 이미 왜곡된다. 또 자금력이 선거판의 지형을 바꾸거나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면 선거는 쇼가 돼 버린다. 이처럼 선거의 공정성은 매우 섬세하며 시민의 참여 없이는 지켜낼 수 없다.” 눈 깜빡할 사이에 쏟아졌지만 이 시대를 잘 반영한 글이다. 역시 똑똑한 녀석이다. 요즘은 홍수처럼 쏟아지는 허위 정보 탓에 유권자의 의사나 인식이 자신도 모르게 왜곡되기 쉽다. 또 법과 제도가 높은 수준으로 갖춰져 있는 만큼 그 법과 제도를 활용하는 시민의 참여는 더욱 중요해졌다. 시민의 참여가 중요해진 시대에 유권자는 선거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의 주체, 기간, 방법에 대해 엄격한 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유권자에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고 있다. 유권자가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선거운동에는 말(言) 또는 전화(송·수화자 간 직접 통화하는 방식에 한정)를 이용한 선거운동, 인터넷 홈페이지·문자메시지(자동동보통신의 방법은 제외)·전자우편(전송대행업체에 위탁해 전송하는 방법은 제외)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있고 이러한 선거운동은 평상시에도 큰돈을 들이지 않고 손쉽게 할 수 있다. 다만, 말이나 전화를 이용한 선거운동은 선거일(6월3일)에는 할 수 없다. 다음으로 유권자는 선거운동기간(5월12일부터 6월2일까지)에 소형의 소품 등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소품의 규격은 길이·너비·높이 모두 25㎝ 이내로 제한되지만 허위 사실이나 후보자 비방 등의 내용이 아니라면 선거운동기간에 자신이 원하는 메시지를 담아 거리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더 이상 선거운동은 후보자와 정당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반 유권자도 후보자나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지지·반대하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선거운동은 미성년자(18세 미만인 자), 선거권이 없는 자, 공무원 등 법에서 정하고 있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가 아니라면 누구든지 할 수 있다. 이번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유권자로서 직접 선거운동도 해보고 소중한 한 표도 행사하는 등 진정한 킹메이커가 돼 선거 참여의 효능감을 만끽해 보는 것은 어떨까.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농업 지원, 보호를 넘어 자율성·자주성으로

농업은 국가의 기간산업이며 식량 안보와 사회적 안정을 지탱하는 핵심 기반이다. 그 중요성 때문에 농업은 오랫동안 정부의 보호와 지원을 받아 왔다. 시장 실패 가능성,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자연재해와 가격 변동, 그리고 농업이 제공하는 다원적 기능은 정부 개입을 정당화하는 강력한 논거가 돼 왔다. 이러한 논리에 대해 때때로 과잉 개입, 비효율성, 세금 부담, 외부효과 과대평가 같은 비판이 제기된다. 그러나 긴 시간을 놓고 보면 농업의 시장 조정 기능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작동해 왔으며 정부 지원이 국민경제 전체에 미치는 부담 또한 과장된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농업이 사회에 제공하는 공공적 가치는 수많은 평가에도 여전히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농정을 오랫동안 현장에서 지켜본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다른 지점에서 깊은 우려를 느낀다. 그것은 바로 지원에 따른 자율성과 자주성의 약화다. 정부 지원이 많아질수록 농민은 시장과 자신의 노력보다는 지원 제도에 적응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창의성과 혁신은 점차 사라지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힘은 약해진다. 이는 개인 농가의 문제를 넘어 농업 전체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심각한 위기를 잉태하고 있다. 농업은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보호만으로는 미래를 열 수 없다. 이제 농정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농업인 스스로 꿈꾸고, 도전하고,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자율성과 자주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그 전환을 위해서는 정책의 방향성과 실행 방식 모두에 변화가 필요하다. 획일적인 보조금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현장의 주체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 교육과 학습, 협업의 기회를 확대하고 지역 맞춤형 실험과 실패를 지원하는 유연한 정책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농업을 살리는 길은 결국 농민을 살리는 길이다. 그리고 농민을 살리는 길은 그들의 주체성과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다. 정부 지원은 그 길을 열어주는 토대가 돼야 한다. 이제 농정은 진정한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