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죽음에 대한 예의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참변이 또 일어났다. 일가족 다섯 명이 자기 집에서 한꺼번에 숨진 채로 발견됐다. 열 살도 채 안 된 어린아이들까지 죽어간 참혹한 사건이어서, 관련기사에는 수많은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글도 있지만, 아내와 아이들을 살해하고 본인도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는 가장에 대한 비난도 많다. 언론에서 언급하는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고인의 삶을 재단하거나, 이들이 거주하던 지역을 폄하하는 발언도 있다. 인터넷 댓글이 특정 집단이나 지역에 대한 공격의 온상이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나, 누군가의 죽음까지도 혐오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빌미가 되는 현장을 보는 것은 여전히 충격적이다.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지 않는 사회는 살아 있는 인간 또한 품위를 지킬 수 없는 곳이다. 장례의식을 인류문화의 시초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는 망자를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기억하고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동물과 인류를 구분하는 본질적 특성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2004년부터 5년마다 자살예방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지난 2월13일에는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가 개최됐다. ‘번개탄 생산금지’ 같은 지엽적인 부분이 부각되면서 정작 중요한 내용들은 주목받지 못하기는 했지만, 1차 계획부터 코로나19 시기를 거치기까지 효과성이 검증된 각종 정책을 망라한 계획임은 분명하다. 특히 정신건강검진 확대나 정신건강 치료 지원 같은 정신건강 분야의 과제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자살은 실업이나 빈곤 같은 사회경제적 상황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기에 정신건강을 증진시키거나 생명존중문화를 조성하려는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1997년 외환위기, 2002년 카드대란, 2008년 금융위기 등 경제위기는 자살률을 끌어올렸다. 가족 살해 후 자살자의 경우에는 사망 당시 경제 문제를 경험하고 있었던 비율이 높다고도 한다(최진화·박기환·2022년). 이번과 같은 비극을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어떠한 경제적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최소한 자녀들의 삶은 지속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임을 보여주는 자료다. 무고한 목숨을 해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하지만, 다섯 명이 생을 마감한 자리에서 가장 먼저 표현돼야 하는 것은 책망이 아니라 애도다. 그다음은 이러한 비극을 막을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한다는 다짐이다. 이것이 죽음에 대한 예의이자 인간에 대한 예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경제프리즘] 에너지 안보와 경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공급 불안이 생기면서 에너지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에너지 자원 보유 국가들은 에너지를 무기 삼아 다른 국가들을 위협하기까지 하고 있어, 에너지 확보는 각국 정부의 자원·안보·경제·통상 등 정책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기존의 ‘에너지 안보’ 개념은 여러 가지인데, 미국의 경우 셰일오일·셰일가스를 적극 개발해 미국 본토에서 더 많은 원유·천연가스를 생산하는 것을 의미하고, 중국은 중국 내에서 석탄 등의 생산을 늘리면서 해상로를 확보해 중동산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 전기차와 배터리 기술이 발달하면서 그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즉, ‘에너지 안보’는 에너지를 외부에서 수입하지 않고도 얼마나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지를 의미하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전력수급계획(제10차, 2023.1.12)에서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이는 계획을 세웠다. 또 필리핀, 모잠비크 등 자원부국과 양자 공급망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계획을 세우고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중동지역과는 원전수출, 수소·재생 에너지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통상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원자력발전의 경우 유럽의 영국·독일·벨기에·프랑스·폴란드·체코·핀란드 등 여러 나라가 원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에너지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원전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증가하고 있으며, 원전을 통해 에너지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탄소배출 절감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 등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에너지 수입가격이 상승해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 무역수지 적자는 472억3천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한 해 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이 전년 동기 보다 784억달러 늘어난 1천908억달러에 달했다.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지 않았더라면 30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볼 수 있었다는 의미다. 튼튼한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에너지와 발전원 믹스(mix)를 최적화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 적정한 목표 설정과 석탄 등 화석연료 의존도 경감, 그리고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력공급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정부 부처 중심의 ‘자원안보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자원개발, 도입, 생산, 비축, 수출입, 재활용, 시장 모니터링의 종합적인 기능을 수행해 에너지안보 기반을 다져야 할 것이다.

[경제 프리즘] 저출산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출산이 가능한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개국 중 꼴찌이자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줄곧 OECD 국가 가운데 합계출산율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2일 통계청의 ‘2022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와 ‘2022년 1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작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전년보다 0.03명 줄어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20년 기준으로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정부는 16년간 약 280조원의 저출생 대응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생아 수는 20년 전의 반 토막인 25만명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끝 모를 출산율 추락으로 한국 인구는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12만명이 자연 감소했다. 저출산고령화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생 대응 예산으로 약 280조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체감 효과가 미미한 백화점식 대책이 중구난방으로 이뤄지면서 저출산 기조를 반전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환경, 사교육비 부담, 주거 문제 등으로 아이 낳기를 꺼릴 뿐만 아니라 혼인 자체가 줄고, 혼인을 늦게 하는 추세도 저출생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한국이 지구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가 될 거라는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먼 교수의 주장처럼 인구절벽은 더 이상 위기관리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자칫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로마제국의 붕괴, 멸망에도 저출산이 결정타였다. 로마의 힘이 약화된 시점과 인구 감소 시기가 정확히 일치한다. 대개 저출산은 경제 전반에 걸쳐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 디플레이션을 초래한다고 알려져 있다. 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돈의 가치는 상승한다. 이에 반해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견해도 있다. 찰스 굿하트 전 잉글랜드은행 총재이자 런던정경대 명예교수는 저출산·고령화는 디플레이션이 아닌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불러온다고 주장한다. 노동력 감소는 생산능력 저하로 이어지고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소득은 더욱 줄어들게 되는 반면 의료나 기타 비용의 증가로 소비가 증가하면서 실질금리를 상승시킨다는 것이다. 백번 양보해도 디플레이션이든 하이퍼 인플레이션이든 저출산 문제가 우리 경제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인구 정책, 저출산 정책은 실패했다.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경제프리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세계 경제

2022년 2월24일 러시아의 전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지 어느덧 1년이 돼가고 있다. 많은 언론 등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간단한 표현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지만 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라는 다소 긴 표현으로 전쟁의 발생 원인과 책임을 명확하게 해두고 싶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인 나토 가입을 허용할 수 없으며 비무장화시키기 위한 특별군사작전을 실시할 것이라는 긴급 연설을 시작으로 우크라이나의 수도뿐만 아니라 북부에서 남부까지의 접경 지역을 동시에 공격하며 침공 전쟁을 시작했다. 1년간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정부 발표에 따르면 군인뿐만 아니라 많은 민간인의 피해(사망 9천500명 이상, 부상 1만1천명 이상)가 발생했고 사회 인프라 시설이 많이 파괴됐다고 한다. 그리고 유엔 난민 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800만명 정도의 우크라이나 국민이 국경을 넘어 폴란드 등의 주변 이웃 나라로 피란을 떠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로부터 다른 나라로의 밀, 옥수수 등 곡물 수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러시아로부터 유럽에 천연가스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함으로써 세계 경제 상황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했다. 오랫동안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세계인들이 코로나에서 벗어나려는 희망을 품기 시작하는 시기에 러시아 지도자의 잘못된 결정으로 이러한 침공 전쟁을 일으켜 우크라이나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다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빠지게됐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식량 문제, 에너지 문제 등으로 인해 물가 급상승, 경제 인플레이션 등의 문제가 발생해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인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으며 이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은 러시아 국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러시아 언론에 발표된 전쟁 찬성 비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고 있지만 이는 정확한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되며 특히 군에 징집될 가능성이 있는 젊은 사람들은 전쟁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갖고 있으며 강제 징집을 피하려고 이웃 나라로 피신하는 상황을 언론을 통해 보고 있다. 이렇듯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으로 인해 전쟁의 피해국인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유럽의 여러 나라를 포함한 세계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으며 러시아 자국민들도 어려운 상황을 같이 겪고 있음을 주지하고 조속히 침략 전쟁을 멈추기를 세계인의 한 사람으로서 강력하게 주문한다.

[경제프리즘] 사회적 고립 해소 대안 ‘관계 복지’

‘고립·은둔 청년, 서울에만 13만명’ 1월을 달군 헤드라인이다. 서울시는 1월18일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19~39세 청년의 4.5%에 해당하는 약 12만9천명이 고립이나 은둔 상태에 있다고 추정했다. 이를 우리나라 전체 청년 인구에 대입하면 약 61만명에 이르는 수치라고 한다. 사회적 고립은 비단 청년층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1970년대부터 히키코모리 문제가 제기된 일본에서는 2019년부터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만을 대상으로 별도의 조사를 시작했다. 그간 우리나라의 사회적 고립 대응 정책은 주로 고독사 예방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2019년 ‘광주광역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시작으로 부산, 전남, 전북 등에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제정했고, 사회적 고립 가구나 고립 청년 지원을 위한 조례들도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인천에서는 미추홀구가 2022년 10월17일 은둔형 외톨이 재활촉진 조례를 시행했고, 인천시의회도 은둔형 외톨이 지원조례 제정을 준비 중이다. 사회적 고립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는 개념이 힐러리 코텀의 저서 ‘래디컬 헬프(Radical Help)’를 통해 널리 알려진 ‘관계 복지(relational welfare)’다. 코텀은 상호 호혜적 관계와 참여를 통한 혁신적 노인 돌봄 체계인 ‘서클(Circle)’의 사례를 기반으로, 사람들을 의존적인 수혜자로 만드는 관리 중심의 사회복지 체제에서 벗어나 관계 중심의 지역사회 돌봄으로 전환하는 것이야말로 ‘근본적 도움’이라고 역설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이 서클 모델을 적용한 ‘서클인도봉(방학서클)’을 2021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굳이 어떤 모델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사람 사이의 연결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도움임을 복지현장에서는 이미 알고 있다. 인천에서도 갈산종합사회복지관의 이웃지기 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관계 기반 실천이 이뤄지고 있다. 은둔한 이웃이 세상 밖으로 다시 나오려면 그들의 삶의 방식에 대한 존중을 토대로 한 끈기 있는 기다림과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 반가운 소식은 인천시에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사업 추진’을 시민제안공약에 포함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올해 인천시사회서비스원에서 수행하는 ‘인천시 고립청년 지원방안 연구’가 그 첫 단계다. 내년부터는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라는 든든한 제도적 기반을 바탕으로, 고립·은둔 시민을 위한 좀 더 체계적인 연구와 지원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경제프리즘] 유턴 기업과 인천

생산비와 인건비 절감 등을 이유로 해외로 생산시설을 옮긴 기업들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유턴 기업(국내복귀기업)’ 중 2022년에 인천을 택한 기업이 1곳으로 나타났다. 2022년 24개사 중 4.2%에 불과할 뿐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해외진출기업 국내 복귀 동향’에 따르면 2013년 관련 법률이 제정된 이래 우리나라로 돌아온 기업은 총 126개사인데 인천에 들어온 기업은 총 7개사(5.6%)에 불과하다. 반면 충남·전북·경기는 각각 18개사로 가장 많았고 경북, 경남, 부산, 인천, 대구 순서로 나타났다. 15개 유턴기업(63%)은 중국에서 국내로의 이전이다. 2022년 국내 유턴기업 24개사는 법 시행후 역대 두 번째로 많으며(2021년 26개) 투자 규모도 1조1천89억원(전년 대비 43.6%↑)으로 역대 최고다. 이처럼 유턴기업의 수나 투자 규모가 큰 것은 전 세계적인 경제성장 둔화, 고금리, 고환율 등 어려운 대내외 투자환경 속에서 정부의 지원제도 강화 등이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유턴기업이 국내로 복귀하는 이유는 첫째, 환경적 요인이다. 인건비 등 해외 생산원가 상승과 현지 경영악화·규제강화 등 해외시장의 부정적인 요인 때문이다. 또 국내시장의 긍정적인 요인으로 국내 내수시장 확대와 우수인력 활용,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효과 등이다. 둘째, 정책적 지원이다. 반도체 등 첨단·글로벌 공급망 핵심업종의 해외사업장 축소의무 면제, 공장 신·증축없는 국내공장 유휴공간 내 설비투자의 국내 복귀 인정 등 지속적인 제도개선 등이다. 게다가 기존의 조세감면과 자금지원, 고용보조금, 연구개발지원, 자동화 생산설비투자 지원, 입지 지원(임대료 포함) 등 다양한 지원책이 있다. 인천지역으로의 유턴기업 수가 적은 이유 중의 하나는 수도권에 소재한 기업이 비수도권 기업보다 유턴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적기 때문이다. 또한 인천지역의 산업용지 부족,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국내기업의 공장 조성이 제한돼 타 지역보다 기업을 유치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한편 2021년 7월 ‘자유무역지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에 따라 유턴기업은 외국인투자기업과 동일하게 수출비중이 30%만 충족돼도 자유무역지역(인천의 경우 인천항과 인천공항 일부, 면적 5.33㎢) 입주가 가능해졌다. 첨단·유턴기업을 적극 유치해 제조업 경쟁력 강화, 수출 증대로 지역경제 활성화가 기대된다. 유턴기업의 국내 복귀를 위한 파격적인 규제 완화(혜택)와 좋은 투자환경, 유턴기업의 경쟁역량 강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정책당국을 비롯한 관계기관은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생존·발전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경제프리즘] 개인신용평가 대응권을 적극 활용 할 때

개인이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면 반드시 ‘신용평가’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진행된 신용평가에 따른 등급이 결정되고 그에 따라 대출 한도와 금리가 결정된다. 이러한 신용평가는 신용정보회사의 신용점수뿐만아니라, 별도로 산정된 은행별 자체 등급에 따라 결정된다. 신용등급은 금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돈과 직결되는 개인정보다. 이에 2020년 8월부터 개인이 은행 등을 상대로 신용평가 결과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이의 제기도 할 수 있는 개인신용평가 대응권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냥 자신의 신용등급이 좋든 나쁘든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현재 개인신용평가 대응권을 행사하려면 은행지점을 방문해 자신의 신용등급이 어떻게 평가돼 있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를 요청하면 된다. 이러한 요청을 하면 어떤 정보를 기준으로 신용등급을 판단했는지, 그리고 각 정보의 반영 비율은 어떠한지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자신의 정보 중 신용등급에 무엇이 유리하고 불리한 것이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만약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최신정보가 아니라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신용등급을 다시 평가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이러한 요구를 통해 신용등급이 좋아졌다면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사람들이 이 같은 개인신용평가 대응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과 신청방법을 대출상품 설명서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한다. 물론 그와 같은 금융감독원의 업무처리는 격려할 만 하다. 그러나 은행마다 지점의 점포수를 줄이면서 비대면을 권장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제도의 홍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제도활용에 관한 접근성’이 아닐까? 즉, 홍보는 대출상품 설명서가 아닌 대출 신청자 또는 기존 대출자에 대해 제도에 관한 설명 문자 정도만 보내도 충분하고, 그러한 제도의 활용은 홈페이지나 모바일 등 온라인을 통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해당 제도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을 높이는 쉬운 길이 아닌가 말이다. 또 지금과 같이 높은 금리로 인해 수많은 국민이 어려운 시기에 국민들에 관한 부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잘못 평가된 신용등급을 통해 더 높은 수익을 올리는 금융기관들이 없는지 확인해야 하는 것은 마땅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정확한 신용정보를 통해 부당하게 산정된 이자율을 바로잡는 것만으로도 국민경제에 크게 도움 되는 일이 될테니 정부가 서둘러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경제프리즘] 국가발전을 위한 정치

우리나라는 국가발전의 주요 요소인 국토의 면적, 인구수, 천연자원 등에서 유리하지 않은 상황임을 잘 알고 있다. 넓지 않은 국토에 경제활동을 위한 인구수도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으며 천연자원도 풍부하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기술 혁신을 통해 세계 제일의 기술 수준을 유지하고 세계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산업 분야를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자동차, 스마트폰,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으로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 분야에서도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에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통해 국가 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발전시키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동차는 더는 기계산업만의 결과물이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산업의 결실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자동차용 반도체의 수급 불안으로 차량의 출고 기간이 길어지는 상황만을 보더라도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해서 ICT 발전이 필수적인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자동차, 스마트폰 등의 산업을 첨단화시키기 위해서는 첨단 ICT의 설계 및 생산 능력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생산 능력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제일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보를 처리하는 용도의 비메모리 반도체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즉, 자동차 또는 스마트폰 등에서 사용되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증가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용도의 비메모리 반도체를 설계하고 생산하는 능력이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산업 발전을 위해 관련 업체에서도 기술 혁신을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국가가 산업 육성 및 실용화를 위한 제도 및 법령을 마련하고 장단기 계획을 수립해 추진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미국과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준비하고 서로 협력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국가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도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기구를 운용하고 있지만, 참여 범위가 좁고 우리 반도체 산업의 비중에 걸맞은 가시적인 활동 결과를 만들지 못하는 것 같다. 정부의 모든 관련 부처, 국회의 관련 상임위, 그리고 지자체까지 참여해 산업 발전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책임 당국자가 직접 진행 과정을 챙겨야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뉴스에서 이러한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는 정치 뉴스보다는 소모적인 정쟁과 말장난식의 언쟁, 그리고 편 가르기와 관련된 뉴스만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에 대해 피곤함을 느끼며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음이 안타깝다.

[경제프리즘] 시대의 변화, 복지의 변화

중고교생 시절, 연말이면 불우학우돕기 성금을 모으곤 했다. 그 ‘불우한 학우’가 누구인지 뻔히 알 수 있는 경우도 많았다. 아버지를 갑자기 여읜 탓에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동갑내기 교수 한 분은, 급우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쌀을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여러 쌀이 섞여 있던 탓에 밥 짓기에는 적당치 않아떡을 해 먹었다던가. 다분히 폭력적이기조차 한 이런 방식의 지원은 이제 교육현장에서 찾아볼 수 없다. 사회적 낙인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 돼서이기도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2010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본격화된 무상급식, 잇달아 지자체에서 도입한 교복비 등 각종 교육복지 지원, 무엇보다도 2021년 고등학교 전 학년까지 확대된 무상교육 등으로 인해 어린 학생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학내에서 성금을 모을 필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교육복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복지는 지난 수십년간에 걸쳐 모든 분야에서 크게 변화해 왔다. 생활보호법을 폐지하고 2000년부터 시행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단순히 저소득층 지원방식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생활보호대상자를 기초생활수급자로 바꿔 부름으로써 국민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수급의 권리를 가진 주체’로 바라보는 복지 패러다임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왔다. 이 법을 근간으로 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2015년 맞춤형 급여 도입과 2021년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완료 등, 지속적으로 발전했다. 읍면동사무소는 2007년 주민센터로, 2016년에는 행정복지센터로 이름이 바뀌었다. 주민과 가장 가까운 행정기관에 ‘복지’라는 용어가 포함된 것은 복지가 얼마나 우리 생활 속으로 깊이 들어왔는지를 보여준다. 1987년 49명의 사회복지전문요원으로 시작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2만7천명 가까이로 늘어났다. 2017년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정책을 통해 확충되기 시작한 간호직 공무원들도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해 잠시 주춤하기는 했으나 이제는 속속 읍면동으로 돌아와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복지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니 ‘늘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여전히 있기는 하다. 하지만 복지정책, 복지제도, 가장 중요하게는 복지를 바라보는 시민의 시각이 좀 더 권리지향적이고 보편적이고 통합적인 방향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사회적 위험에 대한 공적 대응으로서 사회복지의 본질은 변하지 않겠지만, 그 본질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시대에 따라 계속 달라져야 한다. 2023년의 첫 달, 올해 시작해야 하는 변화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경제프리즘] 2023년 경제 전망

산업혁명 이후 경제와 사회는 노동과 자본, 중앙과 지역, 중소기업과 대기업 등 다양한 요소들이 상호작용해 결과물로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경제 역시 여러 요소들이 결합해 나타나는데, 우리 인천도 예외는 아니어서 나라경제와 세계경제의 영향을 받으면서 발전과 생존을 하고 있다. 경제 전망은 대내외 여건, 즉 세계경제의 여건과 이것의 영향을 받는 국내경제 여건을 살펴봐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을 위주로 하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갖고 있기에 대내외 여건 변화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정부도 글로벌 경기위축 등 대외 여건 악화로 국내 실물경제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연구기관에 따르면 2023년 내년 세계경제는 성장세가 약화되고 상품교역은 증가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세계경제 성장률은 2023년에는 2.2%(2022년 3.1%)가 예상된다(이하 한국은행 경제전망 브리핑). 나라경제 성장률은 2023년 1.6%(2022년 2.5%)로 전망되는데, 이는 글로벌 경기둔화, 국내 금리 상승 등으로 수출과 투자가 부진하고, 소비 회복세도 점차 완만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민간소비는 펜트업 모멘텀(pent-up momentum · 코로나19로 지연된 소비의 재개)이 이어지면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비투자는 대외 불확실성 등으로 신규투자 수요가 위축되고, 건설투자는 주택경기 둔화와 정부의 SOC 예산 감소 등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상품 수출은 미국·유럽·중국 등 글로벌 수요부진으로 둔화 흐름이 이어지다가 하반기 이후 반등할 전망이다. 또한 2023년에는 글로벌 금융여건, 지정학적 리스크 등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상방리스크(금리, 물가 등의 오름세나 침체된 시장의 경기 회복세가 예상한 기대치보다 웃돌 위험)로는 ①주요국의 통화긴축 완화 ②중국의 제로코로나 조기 완화 ③소비회복 모멘텀 지속 등이고, 하방리스크는 ①국내외 금융불안 심화 ②높은 에너지가격 지속 ③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이 있는데 이러한 리스크 관리가 경제성장의 관건이 될 것이다. 한편, 인천경제는 세계경제와 나라경제의 큰 영향을 받기에 상황은 녹록지 않다. 그러나 인천경제계는 기업과 지방정부가 힘을 합쳐 새로운 미래성장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 추진위원회 출범’, ‘바이오 혁신 클러스터 조성’, ‘인천공항경제권 발전협의회 구성’, ‘인천형 항공우주산업 육성’ 등은 불황속에서도 인천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 기대된다.

[경제프리즘] 남의 땅에 건물 무단증축 처벌 안 된다고

최근 다른 사람이 소유한 땅에 무단으로 건물을 지었더라도 재물손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러한 판결이 나왔다는 기사를 접하면 ‘판사가 제정신인가?’, ‘그럼 땅을 뭐하러 사나, 남의 땅에 건물지으면 되는데?’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해당 기사의 댓글을 보니 그와 같은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그럼 땅 주인은 거지가 되네’, ‘판사땅 어디에 있는지 알면 건물짓고 살고싶네’와 같은 댓글이 있었다. 그럼 이번 판결도 국민 법감정과 동떨어진 판결로 볼 수 있을까? 우선 재물손괴죄는 형법 제36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이다. 본 사안의 경우 타인의 토지는 부동산으로 재물에 해당하고 그 위에 무단으로 건물을 지은 행위는 해당 토지의 효용을 해하는 것으로 볼수도 있다. 위 사안에서 1심 법원은 재물손괴죄에 해당된다고 하여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하였으나 2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하였고, 대법원 또한 토지의 효용을 ‘누리지’ 못하게 된 것일 뿐 토지의 효용 자체가 ‘침해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효용의 의미를 보면 재화와 용역의 사용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주관적인 만족을 측정하는 단위로 정의하는데, 위와 같은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땅 주인의 주관적인 만족은 자신의 땅에 타인이 무단으로 건축한 건물로 인해 떨어졌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은 땅주인이 자신의 땅을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땅의 모양이나 가치가 변화되지 않았으므로 이는 땅의 효용을 누리지 못하게 된 것이지 효용이 침해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물론 본 사건의 경우 땅 주인은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 즉 무단으로 건축한 건물의 철거를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자신의 토지를 되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민사적인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남의 토지에 ‘고의로’(측량 실수로 인해 남의 땅의 일부를 침범한 것까지 처벌하자는 것은 아님을 밝힌다) 건물을 신축하는 행위에 대해 민사적으로 해결하라는 것은 토지소유자 입장에서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닐까? 민사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실제로 철거되기까지 토지소유자가 토지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은 사안에서는 재물손괴죄로 처벌함으로써 타인의 재산권을 고의로 침해한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릴 필요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위 대법원 판결로 인해 남의 땅에 무단으로 뭔가를 하려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경제프리즘] 서울5호선 검단 연장의 경제성과 당위성

2016년부터 논의됐던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사업은 인천시 숙원 사업으로 특히 매일 교통난에 시달리는 검단 주민들에게는 간절한 사업이다. 지난해 서울5호선 김포·검단 연장 사업은 지자체 간 합의를 전제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의 추가 검토사업으로 반영됐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와 김포시, 서울 강서구가 인천시를 배제하고 관련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인천 패싱 논란과 함께 검단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인천시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수립 당시 방화차량사업소 이전을 명시하고 서구 완정과 대곡을 경유하는 선형으로 5호선 연장 노선을 신청했다. 반면 김포시는 기점과 종점은 인천시 안과 거의 유사하지만 풍무역에서 검단신도시 원당과 불로동을 지나 김포 한강신도시, 장기역으로 연결되는 노선을 제시했다. 인천 경유를 최소화하는 김포시 노선은 총연장 거리, 정거장 수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김포 주민들 입장에선 5호선을 이용해 서울 출퇴근 시간이 크게 단축되기 때문에 상당히 편리하고 용이한 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천 입장에서는 일부 지역만 경유하고 수혜지역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검단신도시를 포함한 이유도 인천 지역을 제외할 경우 현재 운행 중인 김포골드라인과 노선이 중복된다는 지적과 각종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 분석(B/C)이 1을 넘기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 성격이 다분하다. 경제적 타당성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까?. 하지만 지난달 윤석열 정부의 첫 신도시 계획으로 김포시 마산, 운양, 장기, 양촌 일대에 4만6천가구의 공공택지를 조성하는 김포한강2 콤팩트시티 계획이 발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국토부는 김포한강2 콤팩트시티 개발로 5호선 연장에 대한 사업타당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선 연장 비용을 LH에 부담하게 하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에 나서겠단 입장이다. 아직 구체적 노선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이번 신도시 계획으로 5호선 연장의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문제는 인천이다.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따르면 5호선 연장은 지자체 간 합의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정부가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는 당일, 서울시와 김포시, 강서구 3곳의 지자체만 전격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인천시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대규모 신도시가 추가 조성되고 차량기지와 건설폐기물 처리장 이전 문제 등 김포시가 5호선 연장에 대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사업성과 경제성을 극대화하고 지자체 간 균형발전, 광역교통망 확충을 위해서 인천 검단 경유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인천시의 적극적인 노력과 역할을 촉구한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청운대 교수

[경제프리즘] 카타르 월드컵의 K-드라마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4강 팀이 크로아티아, 아르헨티나, 모로코, 프랑스로 결정됐다. 물론 대한민국이 브라질에 져서 8강에 들지 못했지만,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16강 진출의 드라마는 온 국민에게 감동과 기쁨을 주기에 충분했다. 카타르 월드컵의 개막이 채 3주도 안 남은 시기에 대한민국 팀 공격의 핵심인 손흥민 선수가 부상으로 수술을 받아야 했기에 축구 관계자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이 걱정했었다. 4년여 동안 팀을 만들어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팀 주축 선수의 부상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예상하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 주축 선수가 부상으로 게임을 뛸 수 없다면 그동안의 준비가 틀어지는 아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수술 후 완치되지 않은 상태로 안면 보호 마스크를 쓰고 월드컵에 나선 손흥민 선수의 경기 출전 여부는 상대팀에는 궁금함을 넘어 많이 부담됐을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경기에 참여하려는 손흥민 선수의 불굴 의지에 영향을 받아 다른 모든 선수도 열심히 자기 역할을 하려 했고, 이는 대한민국 팀을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팀의 분위기와 경기력은 첫 경기에서부터 나타났다.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의 예선 첫 경기에서 절대 뒤지지 않는 경기력을 보였으며 오히려 골 운이 없어 승리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싶을 정도였다. 가나와의 두 번째 예선 경기에서는 두 골을 실점하고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후반 짧은 시간 동안에 동점 상황을 만드는 강인함을 보여줬다. 이후 다시 추가 실점을 해 두 번째 경기에서 패해 16강 진출이 어려운 상황으로 많은 관계자가 전망했다.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적인 선수가 다수 포함된 포르투갈을 꺾고도 다른 두 팀의 경기 결과를 봐야 하는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 어려운 경기에 참여한 우리 선수들은 전반전 빠른 실점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동점 골을 넣으며 상대 팀의 세계적인 선수들의 플레이에도 주눅 들지 않고 우리의 게임을 했다. 드디어 후반 종료를 몇 분 앞둔 상황에서 부상 투혼의 손흥민 선수가 중앙선을 넘어 상대 골문 영역까지 빠르게 드리블로 전진했고, 상대 선수 서너 명이 에워싼 상황에서도 함께 돌진하는 황희찬 선수에게 침착하게 패스해 역전 골을 만드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 마지막 예선 경기의 극적인 승리만 떠올리면 지금도 감동적인 한 편의 드라마를 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가 대표팀 선수들이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우리 젊은이들의 모습을 대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런 젊은이들이 끌고 갈 대한민국의 장래는 아주 밝다고 전망하고 싶다. 김유성 인하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장

[경제프리즘] 재난을 이기는 힘‚ 다시 민주주의

지난달 24일 일어난 우루무치 화재 참사로 촉발된 ’백지 시위‘로 인해, 중국은 3년 가까이 고수해온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드디어 완화하기 시작했다. 한 명의 감염자가 발생해도 수천명이 사는 주거 단지를 봉쇄하는 그야말로 극단적인 조치까지 불사한 중국의 코로나19 대응방식은, 입국금지나 이동제한 없이도 의료시스템과 일상을 유지한 우리나라의 사례와 여러모로 대비돼 왔다. 코로나19 대응에서 중국과 우리나라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무엇일까? 그것은 민주주의다. 조시 로긴은 2020년 3월11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한국은 코로나19에 맞서 민주주의가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라고 말하면서, 많은 확진자들이 나온 대구 전체를 감옥으로 만들지 않고도 방문을 자제하도록 설득해낸 것을 그 사례로 들었다. 이 칼럼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한 것은 투명성과 개방성이라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충실한 우리나라의 대응방식이 인권적으로는 물론 효과 측면에서도 더 우월하다는 점이었다. 재난은 늘 갑자기 일어난다. 이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원은 정보다. 윗사람의 입만 바라보게 만드는 권위주의적 방식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재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차단한다. “민주주의가 없다면 아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다.” 대약진운동의 여파로 수천만명이 굶어 죽은 후, 마오쩌둥이 중국 공산당 간부들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대응책을 만들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최근 들어 너무나 가슴 아픈 사건들이 많았다. 수원에서, 서울 신촌에서, 인천 서구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모녀가, 일가족이 목숨을 버렸다. 정부는 복지사각지대 발굴을 강조하지만, 이미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지자체 공무원의 힘만으로 삶의 희망을 잃고 숨어버린 사람들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결국 우리가 의지할 것은 “아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민주주의의 힘이다. 어려운 이웃을 발견해 지자체에 알려줄 수 있는 시민이 많아진다면, 집단지성을 발휘해 힘든 이웃을 도울 방법을 함께 찾아주는 시민이 늘어난다면, 생활고에 지쳐 스스로 생을 포기하는 비극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인천시가 내년부터 본격 시행하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활성화 사업도 민주주의의 힘에 기대어 복지사각지대를 없애고자 하는 것이다. 이 사업을 통해 4천여명에 이르는 군구와 읍면동의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들 하나하나가 상향식 소통의 통로가 됨으로써,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웃들에 대한 정보가 위까지 정확하게 전달돼 꼭 필요한 도움의 손길이 적시에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김지영 인천광역시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실장

[경제프리즘] 글로벌 도시 인천 ‘초일류도시화’

전 세계는 복합위기가 초래한 경제·사회 문제를 어떠한 방식으로 풀어가느냐에 따라 향후 번영을 좌우하게 될 분기점에 서 있다. 코로나19 위기의 극복을 넘어 경제 및 기후 등 다양한 분야의 고난도 신종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창의적 솔루션을 찾아 긍정적 변화를 꾀해야 하는 시점이다. 교통·통신 기술의 발달로 국경의 의미가 허물어지면서, 정부-기업-시민사회 간 협력체인 거버넌스 또한 한 국가에서만 한정되지 않고 국경을 넘어 이루어지고 있다. ‘글로벌 혁신 협력체’가 그 사례다. ‘글로벌 혁신 협력체’는 코로나 19 이후 경제회복, 도시의 회복력과 제고를 위해 개별 지방정부가 직면한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전 세계의 혁신 기업을 선발하고, 지방정부는 기업에 테스트베드 및 데이터를 제공하며, 지역의 혁신자원을 연계하는 글로벌 도시 간 협력 플랫폼이다. 글로벌 도시 간의 협력은 기후 변화, 일의 미래 등 지역문제뿐만 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도시 간의 협력체계는 국경을 초월한 도시 간 교류 및 네트워크 구축 활동을 통해 도시경쟁력을 확보하고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미래전략의 일환이 되고 있다. 미래에 대한 초국경 방식의 대응은 그 성과가 도시 내부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며, 전체 국가사회의 발전, 시민의 질적 고양 등과 같은 더 높은 차원의 가치 실현과 연관돼 있다. 인천은 도시 간 협력체계의 일환으로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유치했으며, 인천글로벌캠퍼스를 조성해 글로벌 대학 10개교 이상을 유치했다. 또 유럽연합 도시와의 협력사업 계획수립 및 파트너십 체결을 위한 ICP-AGIR 프로젝트(국제도시파트너십-그린/포용적 회복을 위한 행동)에 참여하고, 로스앤젤레스(LA)·파리·두바이 등 주요 도시와 도심항공교통 협력체를 구성하는 GURS(글로벌 UAM도시 협력체계)를 주도하는 등 미래를 향한 다양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민선 8기는 문화와 산업·관광이 융합되는 원도심을 구현하기 위한 ‘제물포 르네상스’와 영종도와 강화도 남단, 송도·청라 등지에 홍콩을 대신할 글로벌 네트워크 중심도시를 만들기 위해 세계 각국의 기업들과 국제기구를 유치하는 ‘뉴 글로벌시티 인천’ 비전을 통해, 인천을 ‘세계 초일류도시’로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앞으로 인천은 적극적으로 글로벌 도시들과의 상호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다국적기업 및 외국인자본 유치를 위한 투자환경 조성과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인천이 동북아의 중심을 넘어 전 세계를 선도하는 ‘세계 초일류도시’로 성장하길 희망한다. 김재식 인천상공회의소 사무국장

[경제프리즘] 인천지하철 3호선과 경제적 타당성

서울지하철 2호선은 대한민국 모든 지하철 노선 중 이용객이 가장 많아 흑자를 기록하는 노선으로, 1984년 개통 이후 2012년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긴 순환선(48.8km)이었다. 이 서울2호선보다 긴, 세계에서 가장 긴 순환선이란 타이틀을 얻을 수도 있는 것이 인천지하철 3호선이다. 인천시가 인천지하철 3호선 건설 사업을 추진한다. 인천3호선은 유정복 시장의 주요 공약 중 하나로 인천의 8개 구를 모두 연결하는 순환선 형태의 노선이다. 연수구 송도국제도시를 시작으로 서구 검단과 청라를 거쳐 중구, 동구, 미추홀구, 부평구에 이르기까지 신도시와 원도심을 잇는 인천3호선은 처음 계획했던 대순환선을 기반으로 한다. 당시 대순환선은 총사업비 4조8천억원 규모로 총연장 59.63km, 정거장 35개소로 추진했다. 인천대공원에서 인천 논현을 거쳐 송도테크노파크, 동인천, 아시아드경기장, 삼산체육관을 거쳐 다시 인천대공원으로 운행하는 노선이다. 하지만 낮은 경제성으로 사업 추진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2018년 당시 대순환선의 비용 대비 편익 분석(B/C값)은 0.29에 불과했다. 2년 뒤인 2020년 인천시가 다시 경제적 타당성을 재검토했지만 0.39라는 낮은 수치가 나오면서 제1차 인천도시철도망구축계획에 본 노선으로 반영되지 못했다. 박남춘 전 시장은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지는 대순환선을 폐기하고 송도달빛축제공원역에서 검단오류역을 잇는 남에서 북, 종축형 노선으로 3호선을 추진한다. 하지만 이 노선도 인천도시기본계획에만 포함되고 인천도시철도망구축계획에 반영되지 못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이후 유 시장이 징검다리 재선에 성공하면서 인천지하철 3호선이 다시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과거에 발목을 잡았던 경제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이다. 대순환선은 교통수요가 적은 곳까지 경유하는 노선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업성, 경제성이 나오기 어렵다. 노선을 변경하지 않으려면 3호선을 구간별, 단계별로 나눠 추진하거나 최근 인천시가 발표한 북부순환망과 연계, 환승체계를 구축하는 등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순환선으로 현재 공사 중인 광주도시철도 2호선의 저심도 경전철 공법이라든지 트램 방식의 대전도시철도 2호선처럼 비용을 줄이기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 원도심을 활성화하고 시민들의 교통편의와 상당한 교통 개선 효과가 예상되는 인천3호선. 하지만 낮은 경제성, 막대한 사업비로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한낱 장밋빛 청사진에 그치지 않도록 경제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청운대 교수

[경제프리즘] 안전한 대한민국의 대물림

지난 10월29일에는 여러 일정으로 나름 바쁜 하루를 보내고 밤에 일찍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TV에 나오는 이태원 참사 관련 속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사실 처음에는 안전시설 및 시스템이 부족한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일이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자세히 보니 우리나라의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고였다. 상상할 수도 없는 사고로 인해 현재까지 156명의 젊은이가 사망했고 중상 33명을 포함해 부상자가 197명이 발생했다고 한다. 어떻게 우리 대한민국에서 이런 끔찍한 사고가 날 수 있을까 이해할 수 없었기에 많은 젊은이의 희생이 더욱더 안타깝다. 우리나라와 상관없는 외국의 핼러윈 축제에 왜 많은 젊은이가 이태원으로 갔었는지 의아해하며 그들을 탓하는 여론도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요즘은 글로벌 시대로 다른 나라의 문화도 이해하고 나아가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방송에서도 많이 소개하고 있다. 물론 외국에서도 우리 K-문화를 많이 배우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더욱이 유치원 등에서 핼러윈 행사를 소개하고 교육 활동의 하나로 활용했기 때문에 우리 젊은이들에게는 핼러윈이 낯설지 않은 축제였을 것이다. 특히, 학교의 중간시험 등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지인들과 함께 해소할 기회로만 생각했지, 안전한 대한민국에서 그러한 참사가 벌어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국가는 국민이 어디에서나 안전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시설 및 시스템을 갖추고 항시 작동될 수 있도록 점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또한 나를 포함한 어른은 나라의 기둥이 될 청소년이 잘 자라서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도록 잘 보호하고 이끌어야 할 것이다. 특히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자리를 맡은 어른이라고 하면 책임감을 더욱더 크게 느끼고 매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2014년 4월 16일 발생했던 세월호 침몰 참사로 많은 학생을 잃은 아픈 경험을 벌써 잊은 것이 아니기를 소망한다. 당시 사고를 보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다짐했건만 또다시 많은 젊은이를 희생시키는 사고가 발생하니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11월17일에 있을 대입 수능이 끝나고 또 크리스마스와 연말에도 우리 청소년들이 다양한 형태의 행사를 준비하거나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한 행사에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응원하며 사고와 범죄로부터 청소년을 철저하게 보호하는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고 이러한 안전 문화가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김유성 인하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장

[경제프리즘] 가족의 재편, 복지의 재구성

근 10년 전에 수술을 위해 며칠 입원을 한 적이 있다. 수술 전날 주치의 선생님과 상담하는데 수술동의서를 작성하려면 보호자가 함께 와야 한다고 했다. 부모님과 형제들은 다들 멀리서 살고, 남편은 아이들을 돌봐야 해서 보호자 자격으로 당장 올 만한 가족이 없었다. 지극히 가벼운 수술인 데다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는 데 아무 문제도 없는 상태였기에 선생님을 간신히 설득해 나 혼자 서명을 하는 것으로 일단 해결했지만, ‘가족이 없는 사람이면 무척 난감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지난달 20일, 2020년에서 2050년까지 가구 추이를 예측한 장래가구추계(시도편) 발표됐다. 1인 가구와 부부가구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2020년 39.1%였던 부모와 자녀 또는 한부모와 자녀 가구의 비중은 2050년에는 25.7%까지 내려갈 것이라 한다. 가히 ‘핵가족의 붕괴’라고 일컬을 만하다. 혈연이나 혼인에 의한 가족은 아니지만 실제로는 가족의 역할을 하는 친밀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비친족가구의 증가 또한 눈여겨봐야 할 변화다. 2020년 2%였던 전국의 비친족가구는 2050년에는 3%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이는 2012년 발표된 장래가구추계의 2035년 예측치인 1%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17개 시도 중 비친족가구 증가율이 가장 높은 인천시의 경우, 비친족가구의 수는 2020년 2만6천가구에서 2050년 5만1천가구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나고 비율은 2.3%에서 2050년 3.8%로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비친족가구처럼 비전통적인 형태의 가족들은 여전히 뿌리 깊은 편견과 많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가족으로서 권리 행사가 어려움은 물론, ‘아플 때 보호자 되어 주기’ 같은 가족돌봄 책임을 지기조차 쉽지 않을 때가 많다. 각종 저출산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유자녀 가구 감소 추세는 돌이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인구 통계의 변화는 미래와 관련된 것 가운데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실이다”라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인구변화는 방향이 일단 정해지면 선회가 거의 불가능하다. 사회적 위험에 대한 공적 대응인 사회복지에서 가족은 사실상 모든 정책의 기본단위이다. 가족은 경제와 생활의 공동체이자, 새로운 사회적 위험으로 떠오른 노쇠나 장애, 질병 등으로 인한 돌봄 수요를 가장 먼저 감당하는 일차집단이기도 하다. 어떤 인연에 의해서든 서로 의지하고 돌볼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은 다가오는 돌봄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 가장 큰 힘이다. 가족의 재편에 발맞춘 복지의 재구성이 시급하다. 김지영 인천광역시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실장

[경제프리즘] 경기침체에 대비하는 방법

환율과 금리, 원자재 가격 등 각종 지표가 경제상황의 어려움을 시사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경기침체의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월 3.6%, 7월 2.9%에서 10월 2.7%로 보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에는 1.1%까지 내다보고 있다. 경제학자, 금융전문가, 언론 모두가 경기침체를 얘기하고 있다. 다가오는 경기침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길고 깊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지만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복합위기는 맞지만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예측불허의 글로벌 반도체 대란과 에너지 가격 급등 등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 환율 급등, 인플레이션과 동시에 하강하는 주가와 주택시장, 미국과 중국의 대결,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보면 이미 복합위기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경제는 대외 개방경제이기에 경기침체에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과 원화 약세 전망, 1천900조원 규모의 가계 부채, 집값 하락에 따른 부동산 대출의 부실 가능성,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의 6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 등 경기침체에 대한 경고등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외국 자본의 이탈을 막기 위해 재정건전성 강화, 경상수지 흑자 유지, 한미 통화 스와프 등 전방위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서울경제신문의 경제전문가 설문조사(10월17일)에서 전문가의 4분의 3이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정부가 당분간 선(先)물가 대응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펼치되 경기침체 터널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침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대증요법보다 중장기 비전을 세우며 근본적인 처방을 모색해야 한다. 먼저, 경제의 펀드멘털(기본)을 지키기 위한 가장 근본적 대책으로 규제 혁파가 필요하다. 둘째,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력양성과 기술개발,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고 기업에 부여된 법정 의무지출을 완화해야 고(高)금리, 고(高)환율, 저(低)성장의 삼중고를 극복할 수 있다. 또한 경제주체들은 다가올 경기침체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하고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 고통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반면 경제상황에 대해 낙관적인 측면도 있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수많은 위기를 겪어 왔지만 기술혁신을 동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해 왔다. 경기침체의 위험한 터널이 있을지라도 극복될 것이라는 믿음 속에 정책의 원칙을 지키는 끈기를 갖고 세계경제 회복 국면에 대비한 회복 탄력성을 키워 나가는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김재식 인천상공회의소 사무국장

[경제프리즘] 금리인상기 부동산투자자 주의사항

코로나가 거의 종식되면서 미국발 금리인상의 여파로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전세보증금대출 등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모든 대출의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적은 돈으로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은 대부분 계약금 정도의 돈만 수중에 있고, 중도금과 잔금은 없는 사람들이다. 금리가 낮을 때에는 시행사나 분양대행사가 나서서 중도금 무이자 대출을 내세우고, 잔금은 전세를 놓아 세입자가 보증금을 주면 그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방식으로 아파트나 주거형 오피스텔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금리가 이렇게 빨리 가파르게 오를 것을 예상하지 못한 채 이 같은 방식으로 계약금만 지급하고 추후 대출과 전세보증금으로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려는 사람들이 꽤나 많은 것으로 보인다. 소위 ‘레버리지’라고 하는 투자기법을 활용해 재산을 증식하려고 하다가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인해 전세를 들어오려는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결국 잔금을 치르지 못하거나, 아예 중도금도 지급할 수 없어 그나마 자신의 종잣돈인 계약금마저 반환받지 못한 채 계약이 해지되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례에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행사나 분양대행사가 이 같은 방법을 권유했고, 전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잔금을 치를 수 없다는 사실을 시행사나 분양대행사가 분명히 알고 있었으므로 잔금 미지급으로 인한 계약해지 및 계약금 몰취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단순히 그와 같은 사실을 알았다는 이유만으로 잔금 미지급이 정당화될 수는 없으므로 만약 전세입자를 구해서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기로 했다면 그 내용을 반드시 계약서에 기재해야 한다. 잔금지급의무는 수분양자에게 있는 것으로 특별한 사정, 즉 전세보증금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잔금을 치르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잔금 미지급은 명백한 계약위반이고 계약해지 사유가 된다. 따라서 적은 돈으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부동산 자산을 증식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금리가 낮았던 좋은 시절만 생각하지 말고, 지금과 같이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인해 본인이나 다른 사람(세입자)의 대출이 어려워지는 경우 잔금 미지급으로 인해 오랜 시간 한 푼두 푼 모아 만든 종잣돈을 써보지도 못하고 계약금으로 날릴 수 있으니, 부동산 계약 체결 전에 시행사나 분양대행사가 설명하는 수익성과 장밋빛 미래에 대한 설명에 귀기울이는 정도만이라도 만약 중도금 또는 잔금을 지급하지 못했을 때 어떤 고통이 따르게 될지 신중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전세준 법무법인 제하 대표변호사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