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죽음과 세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금을 내기 싫어 한다. 물론 아닌 사람들도 있지만, 국가가 나한테 해준 것이 뭐냐고 생각하거나, 국가가 없어도 나는 내 돈으로 혼자 잘 살 수 있다는 식의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려면 도로가 있어야 하고 도로를 계속 내 돈으로 설치할 수 없다는 점만 보더라도 세금은 반드시 납부해야 한다. 물론 세금이 취지와 다르게 잘못 쓰이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그렇다. 만약 회사를 설립한 대표자가 회사의 법인세를 줄이고, 대표자 개인의 소득세를 줄이고자 거짓으로 회사 관련 세금증빙을 해 탈세행위를 하면 어떻게 될까? 우선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사안은 제외하고, 위와 같은 행위를 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 등의 2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또 포탈 세액 등이 커지는 경우 더 높게 처벌되는데, 만약 포탈 세액 등이 연간 5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연간 1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며, 그 포탈 세액의 2배 이상 5개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이 병과된다. 이 경우 벌금은 반드시 징역형과 함께 병과된다는 점에서 조세범처벌법에 비해 훨씬 가중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세금을 연간 10억원 이상 포탈하면 살인죄와 거의 같은 급으로 취급하고 있으니 세금납부의무의 중요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조세범처벌법은 회사의 임직원이 회사의 업무에 관해 조세범처벌법이 규정한 범칙행위를 한 경우 회사가 그 해당 업무에 관해 임직원이 그 위반행위를 하지 않도록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해당 임직원의 범칙행위에 따라 부과되는 벌금형을 부과받게 된다. 이를 양벌규정이라 하는데, 회사의 업무에 관한 개인의 일탈이라 하더라도 회사에 책임을 함께 묻는 일종의 연대책임과 같은 제도다.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조세범처벌법 위반행위로 인해 받게 될 불이익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는 관계로 탈세로 인한 처벌과 이익을 정확하게 비교 형량하지 못해 탈세행위를 쉽게 저지르게 된다. 하지만 경제가 어렵다고, 나라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느냐고 생각하면서 탈세를 하면 본인뿐만 아니라 본인의 회사마저 생존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꼭 알아야 한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프랭클린은 말했다. ‘세상에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죽음과 세금 빼고는.’

[경제프리즘] 수봉산 단상

도화사거리 IT건물 13층 사무실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수봉산’이 빤히 내다보인다. 100m 남짓 야트막한 산이지만 녹음이 울창한 정상 위로 경인방송 송신탑이 우뚝 솟아 있고 인천에서 하나뿐인 현충탑까지 보여 수봉산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점심을 일찍 먹고 공원을 산책했다. 과거 미어터질 정도로 사람들로 넘쳐 나던 놀이공원은 야외무대만이 지키고 산책로 중심의 일반공원으로 변했다. 대신 요소요소마다 호국보훈을 기리는 전적기념물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수봉산 정상에 세워진 ‘현충탑’은 1972년 건립돼 새해 첫날이나 현충일 등 뜻깊은 행사가 있는 날이면 시장을 비롯한 보훈 단체장들이 모여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정신을 추모하고 있다. 그 아래를 걷다가 가장 먼저 눈에 띈 곳은 1980년 9월15일 세워진 ‘6·25참전 인천지구전적비’와 그 좌측에는 ‘유엔참전기념탑’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아래로 내려가면 ‘무덕정’이라는 궁도장 위에 6·25전쟁 때 재일동포 학생들이 자발적인 참여와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재일학도의용군 참전기념비’가 있다. 다시 공원 올라가는 길 건너편에는 흰색 건물의 ‘인천통일관’이 자리 잡고 그 아래 산책길을 따라 내려가니 예전 놀이동산이 있던 곳에 ‘인천무공자공적비’가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6·25전쟁과 월남전에 참전했던 무공수훈자를 기리기 위해 2014년 11월20일 제막한다는 취지문과 그 옆으로 참전유공자 3천561명의 이름이 새겨진 명각비 3개가 나란히 설치돼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광장에서 올려다 보이는 인공폭포는 전국에서 제일 큰 인공폭포라 한다. 이 인공폭포는 수봉산 중턱에 1975년 인천지역 최초로 생긴 단지형 아파트인 AID아파트(AID차관으로 지어져 붙여진 이름) 500가구가 노후화로 2000년에 철거되자 공원으로 조성하면서 이 자리에 수봉도서관과 함께 건립하게 됐다. 수봉도서관을 보면 또 생각나는 것이 있다. 2001년에 인천시청 문화예술과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다. 인천이 전국에서 공공도서관이 제일 적다고 지방언론에 단골로 보도될 때다. 이때 아파트 단지가 철거되고 공원으로 조성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당시 시장님에게 공원부지에 도서관을 지으면 어떻겠느냐며 설명했더니 흔쾌히 승낙했다. 추진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 이곳에 도서관이 들어선 것은 정말 잘한 결정으로 볼 때마다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인천은 인천상륙작전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갖고 있다. 수봉공원에 오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애국심을 되새기며 조국을 지키고 자유를 수호해야겠다는 의지를 느끼게 한다. 또한 수봉공원이 호국의 역사공간과 함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작으나마 기여했다는 자부심으로 매일 창 앞에 서서 수봉산을 바라본다.

[경제프리즘] 5호선 갈등, 대광위가 적극 나서야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검단 연장 노선에 대한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이달 안으로 노선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시와 경기도에 각각 제안 노선을 제출토록하고 중립적인 노선 평가단을 통해 두 개의 노선 중 하나를 택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천시가 노선 제안을 보류하면서 이달 말 직권중재를 통한 노선 결정이 불투명해졌다. 대광위가 애초 18일까지 두 지자체에 노선을 제출하라고 했지만 인천시는 추가 연장된 22일까지도 희망 노선을 제출하지 않았다. 인천시 철도과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검단신도시가 조성 중인 서구의 입장도 들어봐야 하고 지역주민들의 요구,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유정복 시장의 최종 정책 결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대안 노선을 제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8월 말까지 노선을 확정하려 했던 대광위는 인천시가 대안 노선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경기도의 대안만으로 이달 말까지 최종 노선을 결정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희업 위원장도 두 지자체 모두 대광위 결정에 이의를 달지 않고 따르겠다는 의사가 직권중재 결정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시가 대안 노선을 제출해야 중립적인 평가단을 2배수 내외에서 구성하고 인천시, 경기도에서 다시 추천을 받아 15명 내외의 평가단을 꾸리게 되는데, 인천시가 비협조적으로 일관할 경우 이 같은 절차를 시작조차 하기 어렵다. 인천시는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서 5호선 연장이 추가 검토사업으로 반영되면서 노선계획과 차량기지 이전 등 ‘지자체 간 합의’를 단서조항에 명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자체 간 합의’가 없는 결정은 무효라며 두 개 노선 중 하나를 선택하겠다는 대광위의 방침에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대광위도 인천시 주장을 무시하고 직권중재를 하긴 부담스럽다. 우리나라 철도 건설 계획의 최상위 법정계획을 정면 위배하는 셈이어서 국가철도망구축계획 내용을 변경하거나 단서조항을 피해갈 수 있는 방안을 찾지 않는 이상 ‘지자체 간 합의’는 필수불가결이다. 이에 대해 지자체 간 합의는 김포시와 서울시·강서구 간 3자 협약으로 이미 충족됐기 때문에 인천시 측을 기다려 줄 이유가 없다거나 지난해 국토부가 김포한강2 콤팩트시티 조성을 발표하며 선교통 후개발 원칙을 공식화해 합의가 필요치 않다는 반론도 있다. 이처럼 논란,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광위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 5월 인천 서구와 김포시는 노선 결정을 대광위에 위임키로 협약했지만 3개월이란 시간을 허송세월했다. 인천과 김포시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 속에 대광위 책임도 가볍지 않다. 대광위의 적극적 중재를 촉구한다.

[경제프리즘] ‘APEC 정상회의’ 인천에서

인천시는 세계 초일류 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정상회의를 유치하려 하고 있다. APEC 정상회의 유치는 지역산업의 투자유치로 직결되기 때문에 인천지역 경제활성화와 함께 세계적 이목을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PEC 정상회의를 유치하면 소비지출에 따른 직접효과가 523억원, 생산 유발효과는 1조5천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8천400억원, 취업 유발효과는 2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인천연구원 ‘이슈브리프’)하고 있다. 또 인천의 국제적 인지도 상승으로 도시 브랜드가치 제고, 인천의 국제·외교적 네트워크 확장 그리고 경제단체·학회·사회단체들의 비약적인 관계망 확대가 기대된다. 이외에도 APEC회의 개최를 위한 도시환경 개선 및 인프라 구축, 인천시민에게 자부심 강화와 국제적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APEC는 환태평양 연안 국가들의 경제적 결합을 돈독히 하고자 만든 국제기구로 싱가포르에 사무국을 두고 있으며 총 21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38%, 세계 면적의 47%,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1%, 총교역량의 46%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지역협력체다. 1989년 11월 호주, 한국, 일본, 미국 등 11개국이 모인 각료 협의체로 출발한 APEC는 1993년부터 정상회의로 격상시켜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두 차례 회의를 개최했는데 1991년 서울(각료회의), 2005년 부산(정상회의)에서 개최했고, 오는 2025년 세 번째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올 11월 APEC 개최도시 선정위원회가 구성되면, 내년 상반기에 개최 도시가 선정될 예정이다. 현재 인천시를 비롯해 부산시, 경북 경주시, 제주도가 유치 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은 2014년 아시안게임,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 2023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등 다양한 국제행사를 개최한 경험과 인천국제공항, 녹색기후기금(GCF) 등 국제기구, 국내 최대의 경제자유구역을 보유하는 등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지역기업인이 최고경영자 회의에 참석해 수출 및 교류 상담을 하고, 전 세계 기업인이 참여한 투자환경 설명회에서 투자유치를 이뤄내는 등 경제협력 논의의 장이 될 것이다. 인천시와 정치권(국회의원, 시의원)은 ‘APEC 인천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능력과 세계 초일류 도시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우위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동시에 APEC 정상회의 유치운동의 열기를 온 시민이 느끼게 해야 한다. ‘재외동포청’을 인천에 유치한 여세를 몰아 ‘APEC 정상회의’를 유치하는 모습에 시민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경제프리즘] 전략 없는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

인천시가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유치에 실패했다. 정부는 20일 용인·평택·구미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7곳을 지정했다. 인천을 포함해 전남, 광주, 충북 등 반도체 첨단 패키징 분야에 도전한 지자체는 이번 선정에서 모두 탈락했다. 정부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중 비중을 크게 갖고 있는 분야를 집중 육성키 위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인천시가 응모했던 패키징 분야는 아직 반도체 산업의 주류가 아니기 때문에 기존 메모리 분야에 국한해 특화단지를 선정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는 반도체 시장의 트렌드와 패러다임을 읽지 못한 근시안적 탁상행정이 아닐 수 없다. 후공정은 최근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거대 반도체 기업들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분야다. 미세공정 기술이 한계 수준에 도달하면서 과거와 달리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성능, 생산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소위 가성비가 떨어지면서 반도체 기업들은 설계, 생산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기보단 전략적으로 반도체 제품 성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반도체 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패키징 기술에 투자하는 기업은 TSMC와 인텔이다. 메모리반도체 생산 분야는 삼성전자(45.1%)가, 파운드리(위탁생산)는 TSMC(58.5%)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시장은 아직 ‘절대강자’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반도체 패키징 점유율 세계 2위 앰코테크놀로지와 3위 스태츠칩팩을 보유한 인천은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허브로 거듭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인천 남동산단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만 1천개 이상 모여 있다. 여러 강점에도 반도체 패키징 분야 국내 대기업을 보유하지 못한 점이 한계로 부각되며 인천이 이번 유치전에서 고배를 마신 점은 아쉽다. 그러나 인천 유치 여부를 떠나 국익 차원에서 반도체 패키징 분야의 중요성을 간과한 정부의 이번 결정은 매우 유감스럽다. 향후 반도체 시장은 첨단 패키징 분야가 국가 간 경쟁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일본 등 전공정(설계·생산)에서 뒤처진 국가들이 후공정(패키징)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이 패키징 분야에서 시장 주도권을 놓칠 경우 국내 반도체 업계는 외국에서 패키징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경제프리즘] 이상기후와 집중호우

김유성 인하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장 올해에는 동태평양 해수면의 온도가 평년보다 많이 올라가는 엘니뇨 현상의 발생으로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에 의한 피해가 예견됐으며 지금까지 여러 나라에서 자연재해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미주, 유럽, 아시아 등 여러 지역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 서부의 한 지역의 기온이 섭씨 53도로 측정됐으며 캐나다에서는 가뭄으로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해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아시아 대륙에서도 폭염과 폭우에 의한 피해가 지속해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이웃 나라인 일본과 중국에서도 이번 달 초에 폭염과 폭우가 동시에 발생해 상반되는 피해를 줬다. 일본 규슈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우리나라도 장마철이 시작돼 이러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을 테니 사전 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하는 데 걱정했었다.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의 피해는 예상외로 클 수 있어, 피해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여러 지역의 취약 상황을 점검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언론에서도 이러한 사전 대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 더 철저한, 그리고 더욱 조심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해 충북 오송에서 인명피해 사고가 발생해 안타깝다. 필자도 사고 지점의 바로 옆을 가끔 지나다니기에 그곳 상황이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그려지기 때문에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 예상보다 많은 강수량으로 인해 공사를 위해 임시로 마련한 제방을 무력화시키는 강물도 자연의 한 측면이니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100년 빈도의 강수량보다 높게 설계했다는 주장을 인정할 수도 있다. 다만, 사고 발생 4시간 이전에 금강홍수통제소에서 미호강 주변에 홍수 경보를 내리고 관련 행정 조직에 통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지대 도로의 통행을 통제하지 않아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상황은 너무나 안타깝다. 물론 사고 지점의 지하차도를 통제하기 위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대비를 했는데 제방을 넘은 많은 강물이 갑작스럽게 지하차도로 들어와 사고를 막을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극적인 자세로 대처를 하기에는 최근의 일본 규슈 지역의 피해 상황 등이 심각했기 때문에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행정 조직에서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사전 통제를 했더라면 인명피해를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을 애도하며 가족들께도 위로를 보낸다.

[경제프리즘] 진짜 복지 사각지대 ‘동거 고립가구’

지난해 8월21일, 수원에서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지병과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한 글을 남겼다. 정부는 부랴부랴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대책’을 세웠지만, 발표 하루 전날인 11월23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60대 어머니와 30대 딸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 건강보험료, 통신비 등을 체납할 정도로 생활고를 겪었다고 한다. 이보다 앞선 2020년에는 어머니의 시신과 함께 7개월을 보내던 30대 발달장애 아들이 한 사회복지사에 의해 거리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동거 고립가구’였다. 고독사가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면서 독거가구 대상의 사각지대 발굴과 지원 노력은 늘어나고 있지만, 동거가구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여기에는 ‘같이 사는 가족끼리 서로 돌보며 살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도 한몫을 한다. 하지만,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단지 모여 산다고 해서 취약성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동거가구 중에는 그 취약성 때문에 함께 사는 경우도 많다. 장애인가구에서는 2인가구의 비율이 38.2%로 가장 높다. 지적 장애인가구에서는 3인가구가 32.6%, 자폐성 장애인가구에서는 4인가구가 40.5%로 가장 높다(2020년 장애인실태조사). 같은 해 전체 가구에서는 1인가구 비율이 31.7%로 가장 높았다(인구총조사). “실제로 일어난 고독사는 2건 모두 1인가구가 아니었다. 하나는 고령의 자매가 함께 실내에서 죽어 있었고 다른 하나는 고령의 어머니와 노년의 장애인 아들이 함께 죽어 있었다. 아마도 어머니가 먼저 쓰러지자 돌봄을 받지 못한 아들이 병고 끝에 죽은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행정의 지킴 대상은 혼자 사는 고령자뿐이었다. 위 사례는 ‘가족이 있으면 안심’이라는 맹점을 찌른 경우다.” 우리나라 이야기라 해도 믿을 것 같은 이 문장은 일본의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의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2022년)’에 실린 글이다. 사각지대의 사전적 정의는 ‘어느 위치에 섬으로써 사물이 눈으로 보이지 아니하게 되는 각도(표준국어대사전)’다. 절대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떤 위치에서는 안 보이는 지점이 사각지대다. 가구원수에만 주목할 때, 위기에 놓인 동거 고립가구는 잘 보이지 않게 된다. 우리 주변의 어느 가정이나 사회적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것, 그것이 ‘진짜’ 사각지대를 줄이는 첫걸음이다.

[경제프리즘] ‘알타시아’를 출구로 삼자

중국 경제가 불안하다. 소비·생산·부동산 등 경기지표가 기대치를 밑돌고, 청년실업률은 20%를 넘는 수준이다. 게다가 ‘메가캡 8’(세계경제와 글로벌 증시를 주도하는 8개 기업 :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이 중국에서 이탈하고 있다.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중국을 떠나는 이유는 중국 근로자의 임금이 10년간 두 배가량 높아졌고 중국 정부의 규제와 정책, 미국과 중국의 경제·정치적 갈등 때문으로 보인다. 탈(脫)중국에 나선 외국 기업이 가는 방향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기업을 중심으로 본국으로 복귀하는 ‘리쇼어링(Reshoring)’이고, 다른 하나는 아시아지역에서 대체 투자지를 찾는 ‘알타시아(Altasia·Alternative[대체]+asia[아시아] Supply Chain[공급망])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탈중국 흐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들 기업이 중국에 인접한 아시아 국가들로 이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로 우리나라의 경우, 삼성전자의 베트남 휴대전화 공장과 인도의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공장, 삼성디스플레이의 인도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공장, LG전자의 가전제품 생산 라인,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생산공장이 있다. 해외의 경우는 지난 4월 미국의 애플이 맥북 생산시설을 태국과 베트남으로 이전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맥북 생산시설은 중국에만 있었는데 베트남에서 애플의 최대 협력사인 폭스콘이 맥북 생산라인을 만든다는 것이다. 미국 반도체회사인 인텔은 기존 베트남 공장에 10억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 미국의 아날로그 디바이스는 필리핀 R&D연구센터에 2억달러 투자, 퀄컴은 2020년에 베트남에 R&D를 설립하는 등 아세안 지역은 글로벌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후공정을 거의 전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알타시아는 중국의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개별 국가로는 중국을 대신할 수 없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한국·일본·대만·인도의 기술력,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의 자연 자원, 싱가포르·홍콩의 금융과 물류 서비스, 방글라데시·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의 인건비 등은 중국을 대체하기에 충분하다. 이런 알타시아 기류에 중국 정부는 정책금리 인하 등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으나 여러 장애 요인이 있어 구조적인 해결책을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우리나라 기업은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줄이기) 차원에서 리쇼어링과 알타시아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와 일본 같은 고기술·자본집약적인 국가와 저임금의 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가 협력해 제품을 조립하거나 생산하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알타시아는 우리에게 ‘포스트 차이나’의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경제프리즘] 해사법원, 유치보단 설치 우선

해사법원은 선박 충돌 사고나 해상보험·선원법 관련 사건 등 해사사건을 전담해 처리하는 전문법원이다. 그러나 세계 선박 건조량 1위, 지배선대(선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모든 선박의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 세계 5위, 세계 무역 7위의 조선·해운 강국인 한국엔 정작 해사법원이 없다. 국내 해상사건은 서울고법 등 4곳의 민사법원 내 해사사건 전담재판부에서 다뤄지고 있지만 전문지식과 사건처리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사건처리 기간이 몇 년씩 지연되기 일쑤다. 때문에 국내 선사들 상당수는 분쟁이 생기면 영국이나 싱가포르 등 해외에 있는 전문중재소나 해사법원에 의존하고 있다. 해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비용은 연간 약 5천억원에 달한다. 통상 1건당 소송비용이 10억여원인 것을 감안하면 연간 500여건의 해사사건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조계에서도 해사법원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이 해사법원 신설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도 인천, 부산 지역 의원들 중심으로 법안이 발의되는 등 지역 간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인천은 서비스 수요자와 국제공항의 접근성, 중국과의 교역량에 비춰 인천이 해사법원의 최적지라고 강조한다. 소송당사자가 될 국내 선주업체 210여개사 가운데 무려 70%에 이르는 160여개사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또 영국처럼 해사법원이 추후 항공사건까지 다룰 수도 있고 재판, 중재 당사자가 주로 외국인임을 고려할 때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공항이 있는 인천이 적지라는 주장이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량이 늘어남에 따라 해양 분쟁이 증가하고 있는데 인천은 대중국 교역물량의 60%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부산은 국가균형발전, 유리한 입지조건, 해양산업과의 연계성을 들며 해사법원 유치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부산에 해사법원을 설치하는 것이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신에 부합하고, 고등법원이 있는 5개 도시 중 유일한 해양도시이자 한국해양수산연수원, 한국환경개발교육원 등 해양 교육기관을 통한 전문인력 확보에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해양 관련 유관기관이 포진해 있어 원활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아시아태평양중재센터가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해사법원 신설이 확정되기도 전에 인천과 부산의 유치 경쟁이 과열하면서 논의 자체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사 사법서비스 수준 향상은 물론 국내 해운산업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초석인 해사법원. 위치보다는 설치가 우선이다.

[경제프리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지난 2011년 3월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에 발생한 대규모 지진과 그에 따른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 피해를 줘 방사능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러한 방사능 누출 사고는 원자력사고 등급 중 최고 위험 단계로 분류됐으며, 이는 최악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동일 등급이었다는 것으로 그 심각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당시 냉각장치 고장으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가열된 원자로를 냉각하고 폭발을 줄이기 위해 뿌린 바닷물에 다양한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주변 토양과 바다로 퍼지면서, 원전 오염수가 일본뿐만 아니라 태평양에 인접한 많은 나라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골칫거리로 여겨졌다. 물론 이러한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의 발생은 일본 정부도 원하지 않은 사고임에는 분명하다. 예상하지 못한 사고의 발생으로 초기의 대처가 미비했고 연속적인 원자로 폭발사고를 막기 위해 급하게 대응하다 보니 원전 오염수가 주변 토양 및 바다로 퍼지게 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사고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기에 원전 오염수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비용과 시간이 들더라도 만반의 안전 계획을 세우고 세계적인 동의하에 안전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현재의 원전 오염수 관리 상황을 국제원자력기구뿐만 아니라 이웃 나라에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돌발 상황이 발생하는 때에도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완전한 계획을 수립해 공유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사고 지역 일본 어민들에 대한 설득이 끝나지도 않았다. 또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중단해야 하는 돌발 상황 조건 및 그에 대응하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일본 언론의 발표를 접하는 상황으로 판단할 때, 원전 오염수 처리를 위한 일본 정부의 안전한 대책 수립 및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비전문가인 필자의 판단으로도 완전하고 당연한 원전 오염수 처리 계획이 미흡하고 이웃 나라뿐만 아니라 자국민들에게 정보 공개 및 설득이 미흡한 상황에서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으로 급하게 처리하려고 하는 것은 세계 지도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싶어 하는 일본 정부의 도리는 절대 아닌 것 같다. 더욱 한심한 상황은 이러한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처리 계획에 대해 상세한 정밀 조사 및 대책의 안전성 등을 평가해 우리 국민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문해야 하는 우리 정부 및 정치권이 말싸움의 정쟁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프리즘]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억측 제발 멈춰주세요

최근 부산에서 일어난 잔혹한 범죄에 국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 집중보도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이 사건을 더럭 은둔형 외톨이와 연관시키는 보도 행태에 대해서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은둔형 외톨이란 외부와 단절된 생활상태를 지칭하는 말이지, 특정 정신질환이나 그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을 의미하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치료가 아닌 지원의 대상으로서 은둔형 외톨이의 특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은둔형 외톨이와 정신질환을 엄격하게 구분한다. 정신질환으로 인해 은둔 성향이 나타날 수는 있으나, 그럴 경우에는 은둔형 외톨이로 분류하지 않는다. 고립은둔청년 문제가 처음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던 시절, 은둔형 외톨이의 개념이 정신질환이나 게임중독 등과 뒤섞이면서 편견을 조장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2017년, 전국 최초로 발의된 ‘서울특별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결국 제정되지 못했다. 이후 청(소)년, 사회복지, 정신의학, 심리상담 분야의 여러 활동가들은 사회적 고립과 은둔의 문제가 취약한 구성원을 사회 밖으로 내모는 경쟁사회에서는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현상임을 일깨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 덕분에 2019년 광주를 시작으로, 부산, 전남, 인천 등지에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가 제정됐고,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서서히 개선돼 가고 있는 중이었다. 은둔청년을 한때 ‘저활력 청년’이라고 부른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은둔형 외톨이는 공격적이기는커녕 무언가를 계획하고 실행할 만한 활력이 너무 낮은 것이 문제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에서는 ‘인천시 고립청년 지원방안 연구’의 일환으로 은둔경험 청년들로 구성된 청년자문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자문회의 자체보다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의견을 말할 수 있을 만한 에너지를 끌어내기 위한 사전모임에 더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로 보이는 범인을 ‘은둔형 외톨이’로 지칭한 보도가 쏟아지자 은둔청년 지원을 위해 헌신해온 한국은둔형외톨이지원연대 대표가 다급하게 연락을 주셨다. “은둔청년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지원체계를 만들고자 했던 노력이 허사가 될까 걱정이에요.” 나는 위로했다. “이미 만들어지기 시작한 제도적 기반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답니다.” 내 위로가 그대로 이뤄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경제프리즘] 재외동포청에 축하를, 다양성에 축복을

인천이 재외동포청을 유치했다. 최초의 이민자들을 떠나보냈던 이산의 도시 인천이 재외동포의 수도로 거듭나게 됐다. 750만에 육박하는 재외동포를 품을 국제도시의 시민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하는 덕목이 바로 다양성에 대한 포용이다. 재외동포 중에는 조상이 한국인이었을 뿐 본인은 한 번도 우리 땅을 밟아보지 못한, 자라온 환경도 문화적 배경도 전혀 다른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인천은 태생부터 다양성과 포용의 도시였다. 개항과 함께 한반도의 어느 지역보다 빨리 신문물을 접했고, 이주민들이 들여온 문화를 자산 삼아 성장했다. 짜장면 등 수많은 ‘최초’를 탄생시키고, 축구 등 새로운 문화의 유입 경로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낯섦을 두려움이 아닌 창조의 원천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리라.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이 자리한 인천IT타워에서 500m 남짓 가면 대로변에 인천이슬람성원이 있다. 2014년에 완공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지역사회와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이슬람 시설이 들어서는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다른 지역의 소식이 들릴 때면, 한국의 전통 건축양식과 이슬람 건축양식이 혼합된 이 하얀 건물이 상징하는 인천시민의 문화적 포용과 종교적 관용의 정신이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인천에는 조선족, 고려인, 북한이탈주민 등 여러 사연을 안고 온 많은 동포가 살고 있다. 최근에는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은 우크라이나 고려인들도 속속 들어오고 있다. 헤어날 방법을 찾기 힘든 세계 최저 출산율을 생각하면, 한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진 재외동포들이야말로 소중한 인적자원이 될 수 있다. 이들에게 인천은 어떤 곳일까?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평등한 인간으로서 환대받는 곳일까? 아니면 생활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제되고 차별받는 곳일까? 재외동포청 유치를 알리는 기사 아래 간간이 달린 ‘ 출신한테는 혜택 줄 생각은 하지 말아라’ 같은 혐오성 댓글을 보며, 다양성을 축복으로 받아들이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벽이 아직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김현미·2014년)는 책 제목처럼, 긴 역사 속에서 보면 어쩌면 우리는 모두 이주민이거나 이주민의 후예다. 이주민이 우리에게 온다는 것은 그들의 문화와 종교를 포함한 전 존재가 온다는 것이다. 인천이 진정으로 재외동포의 수도가 되고자 한다면, 그들이 가져올 경제적 혜택에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과 문화적 환경을 어떻게 갖출 것인지부터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경제프리즘] 무역수지 ‘적자’ 걱정이다

4월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20억2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4월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14.2% 급감한 496억2천만달러에 그친 까닭이다. 나라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수개월째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수출 회복이 최우선 과제가 됐다. 작년 3월부터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더니 올해 4월까지 14개월째 연속 적자다. 올해 무역수지는 4월까지 누적 적자가 250억달러로 올해에는 역대 최대였던 작년 적자 478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수출이 부진한 무역적자의 증가는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수출 부진 이유는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제품 수출 부진 때문인데, 작년 1천174억달러어치를 수출했으나 작년 8월부터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역별로 수출 부진 이유를 살펴보면 중국과 아세안으로의 수출이 25% 넘게 감소했다.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무역수지는 1970년 이후 무역흑자 규모가 6천980억달러이지만 2018년 556억달러 흑자를 정점으로 작년 12억달러로 대폭 축소됐다. 올해는 대(對)중국 무역적자국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4월까지 대중국 무역적자는 101억달러로 전체 적자의 40%를 넘어서고 있다. 한편 인천지역 무역수지를 살펴보면 지난 4월 인천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1.8~7.4%씩 줄다가 5개월 만에 반등했는데 전년 동월 대비 4.3% 증가한 42억4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인천 수출증가는 자동차, 농약 및 의약품, 건설광산기계, 무선통신기기 품목 증가에 기인한다. 인천 수입은 14.9% 감소한 44억1천만달러로 무역수지는 1억7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적자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등 대외적 여건의 악화로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수출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첫째, 수출구조를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 품목 및 철강, 석유화학 제품 등 경기에 민감한 품목의 비중과 대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둘째, 제2의 ‘수출 효자 품목’을 육성해야 하는데 글로벌 시장경쟁력이 기대되는 원전·방산·바이오·인공지능(AI) 분야 등에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시장 다변화를 위한 전방위적 지원대책이 필요하다. 끝으로 특정 제품과 지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여나가는 동시에 소비재 수출비중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반도체 등 기존 핵심전략 산업의 수출력 회복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경제프리즘] 차액결제거래, 거꾸로 가는 한국

최근 SG증권발(發) 폭락 사태로 빚을 내 주식을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의 위험성이 부각하는 가운데 반대매매 금액이 사상 최대 규모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 가운데 반대매매 금액은 597억2천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6년 4월 이후 최대치다. 경기침체 전망에도 불구하고 새해 들어 글로벌 증시와 주식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빚을 내 투자하는 개미투자자가 늘어나고 차액결제거래(CFD)를 이용하는 전문투자자들로 인해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 대금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차액결제거래(Contract for Difference·CFD)는 실제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변동을 이용한 차익을 목적으로 매매해 진입 가격과 청산 가격의 차액을 당일 현금 정산하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를 말한다. 증권사들이 종목별로 증거금을 40∼100% 수준에서 설정하기 때문에 최대 2.5배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 차입을 활용하는 상품이어서 투자 관련 위험 감수 능력이 있는 전문투자자에게만 거래가 허용된다. 지난 2019년 11월 금융위원회는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해 개인 전문투자자의 자격요건을 완화했다. 금융투자상품 잔액 기준을 기존 5억원에서 5천만원 이상으로 완화하고 소득 기준도 대폭 낮췄다. 이에 2018년 말 3천명을 밑돈 전문투자자는 수십만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문제는 금융위가 개인 전문투자자 자격요건을 낮춘 데 반해 위험 관리를 위한 제도는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장외금융상품 규제 조치 차원에서 CFD 거래를 규제하고 있다. 기초자산 가격, 관련 시장 요인이 조금만 변해도 투자위험도가 높아지고 주가 변동성 확대에 따른 손실이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기준 전 세계 주식시장의 약 60%를 차지하고 글로벌 경제를 이끄는 수많은 기업들과 미국 증시를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401K 퇴직연금 제도 등 자본주의의 상징, 금융선진국 미국에서도 개인의 CFD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이번 사태를 통해 국내 증권사들은 이제야 CFD 신규 가입과 매매를 잇달아 중단하고 금융당국은 뒤늦게 CFD 제도 손질에 나섰다. 하지만 CFD 규제를 완화·허용하면서 위험관리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은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의 책임은 무겁기만 하다.

[경제프리즘] 경제와 정치의 상관관계

최근 경제 사정이 녹록지 않음을 알리는 뉴스를 자주 접하고 있다. 특히 지난주에 발표됐던 원화 가치 하락 상황에 대한 뉴스를 보고 적잖이 놀랐다. 해당 발표에 따르면 각국 화폐의 통화가치를 미국 달러를 기준으로 비교했더니 러시아와 아르헨티나, 두 나라의 화폐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원화 가치가 제일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오랫동안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고물가, 고금리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 그리고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으로 인해 경제 제재를 받은 러시아, 두 나라를 제외하면 미국 달러 대비 원화의 가치가 4월 한 달 사이에 제일 많이 떨어졌고 이는 일본, 대만 등의 다른 아시아 주요국보다 더 떨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은 기준 통화인 미국 달러가 약세인 상황임에도 원화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것이 더 우려스럽다고 전문가가 분석하고 있다. 이번 원화 가치 하락의 원인은 수출을 경제 근간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1년 이상 지속된 무역 적자, 미국과의 금리 차이, 그리고 해외 투자금에 대한 배당금 유출 등으로 인해 최근 해외 송금액이 늘어나는 등의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예전에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에 유리한 것으로 생각했으나 최근에는 내수 및 수출을 위한 중간재 수입 비중이 증대해 수출이 늘어나도 무역의 경상수지가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은 세계적인 반도체 수요 감소 및 가격 하락과 최근 대중국 수출의 급격한 감소 등으로 인해 짧은 시일 내에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 같아 우려스럽다. 이러한 우려스러운 경제 뉴스에 추가해 대규모의 전세 사기, 주가 조작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어 서민들이 직접적으로 경제적인 피해를 받거나, 간접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국민은 피곤함을 느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행정부나 정치권에서는 국민의 위기의식을 얼마나 위중하게 생각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불필요한 정쟁 및 국론 분열의 뉴스에 휩싸여 경제 부처의 장단기 구체적인 대책을 들어 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여야 정치권의 뇌물 및 돈 봉투 사건은 국민을 더욱더 실망하게 하고 있으며 신중하지 못한 발언 등으로 인해 경제적인 피해를 자초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평소 국민의 삶의 질에 관심을 두지 않고 본인들의 안위 또는 이권에만 몰두하고 있는 정치권 인사들에게 똑바로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국민의 제대로 된 힘, 권력의 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경제프리즘] 장애인을 위한 기술, 모두를 위한 기술

나는 지독한 ‘길치’다. 그런 나에게 길안내 앱은 그야말로 축복이었다. 이 밖에도 장애가 더 이상 장애가 아니게 만들어 준 기술은 많다. 안경이 그렇고, 보청기가 그러하다. 몇 년 전 복지기술 연구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다. 노인,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을 위해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그런 기술을 어떻게 개발하고 보급할 수 있는지 진지한 아이디어들이 오갔다. 마침 그 지역의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장애인 평생교육 활성화 세미나를 개최했는데, 토론자였던 청각장애인 시의원이 청각장애인에게도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주기를 간곡히 부탁했다. 주최 측의 다급한 요청에 ‘실시간 음성-텍스트 전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던 IT분야 연구자를 연결해 줬다. 발표가 물 흐르듯 텍스트로 전환돼 송출되는 흐뭇한 장면을 기대하며 참석했지만, 속기사가 쳐낸 문자들을 모니터에 띄워 보여주고 있는 광경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기술은 있는데 아직 상용화가 안 돼 활용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소위 고급연구자일수록 첨단기술에 매진하다 보니 적정기술 개발과 상용화에는 관심이 덜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지난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국립재활원이 장애인을 위한 적정기술 보조기기 확산에 나서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전동휠체어 후방카메라나 손톱깎이, 포장지 뜯기 등 전혀 ‘첨단’스럽지는 않지만,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것들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전 인구의 5.2%인 265만2천860명이 등록장애인이다. 전년 대비 8천명이 늘어났고, 고령화에 따라 65세 이상 장애인의 비율도 52.8%로 늘어났다(보건복지부 보도자료). 이미 20명 중 한 명은 장애인이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임이 분명하다. 장애인 등록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누구나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일상생활이 불편해질 만한 질병이나 장애를 가질 수 있다. 이제 장애는 모든 국민의 문제이기에, 장애인을 위한 기술은 모두를 위한 기술이기도 하다. “차별은 없이, 기회는 같이, 행복은 높이”라는 장애인의 날 캐치프레이즈를 보며, 올해도 꿈꿔 본다. 어디에서나 안내방송을 문자로 볼 수 있고 안내문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기를, 모든 교통수단이 교통약자를 위한 특장차 역할을 할 수 있기를, 어느 기관의 홈페이지에서나 이주민이나 지적장애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쉬운말 버전을 찾아볼 수 있기를, 무엇보다도 모든 기술에 능력이 조금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꼭 들어가기를.

[경제프리즘] 중국의 리오프닝과 인천경제

작년 12월 중국의 코로나 방역 완화 조치가 시행되고 올해 1월 국경개방 등 중국 정부의 정책이 변화됨에 따라 리오프닝(Reopening^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됐던 경제활동이 재개되는 현상)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인천은 중국과 경제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2022년 인천지역의 대중국 수출금액은 176억200만달러로 인천의 전체 수출금액 542억7천만달러의 32.4%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21년의 93억5천900만달러보다 23.6% 증가한 것으로 두 번째 수출국가인 미국과도 큰 격차(1.88배)를 보이고 있다. 인천의 중국 수출의존도는 타 지역에 비해 높은데, 광역시별 총수출금액 중 대중국 수출비중을 비교해 보면, 전국 평균이 22.8%인 데 비해 인천은 32.4%로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이를 수출금액으로 비교할 경우 광역시 중 두 번째로 수출금액이 많은 울산(87억8천만달러)의 두배에 가까운 수치다. 최근 인천상공회의소가 제조업체 15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리오프닝이 한국 경제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나타났으나, 기업경영 부분에서는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예측했다. 구체적으로 중국의 리오프닝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이라는 답변이 65.1%, ‘부정적’ 답변이 18.1%로 나타났다. 한편 중국의 리오프닝이 기업경영실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영향 없음’이 48.7%, 기업에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35.8%, ‘부정적’ 응답은 15.5%로 나타났다. ‘긍정적’ 이유는 중국으로의 수출물량 증가(43.9%)와 중국산 부품소재 조달로 공급망 안정, 물류차질 완화 등을 꼽았다. ‘부정적’ 이유는 시장경쟁이 과열돼 중국 수출증대 효과가 미미할 것(42.2%)이며, 리오프닝이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 상승요인으로의 작용 가능성 등을 들었다. 지역경제 발전의 기회로 중국의 리오프닝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첫째, 잔존하는 정치·대외적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위한 한국·중국 관계 개선과 미국^중국 갈등과 같은 대중국 사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둘째, 수출 증대를 위한 현지 마케팅·무역사절단 파견 및 해외규격인증 획득 지원 등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 수립과 지식재산권 보호 등 중국 진출기업의 애로를 해소할 수 있는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 또 중국의 리오프닝을 계기로 화장품 및 뷰티산업, 그리고 여행·항공 및 여가·외식 관련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 분야에 대한 관심과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경제프리즘] 갈팡질팡 이음카드 정책

민선 8기 들어 캐시백 정책이 축소되며 이음카드 소비가 급감한 가운데 인천시가 최근 확보한 국비 339억원을 활용해 한시적으로 캐시백 확대에 나선다고 한다. 시에 따르면 오는 5월 가정의 달과 9월 추석을 맞이해 캐시백 월 한도액을 당초 3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상향한다. 캐시백 요율 또한 최대 10%까지 확대·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최근 행정안전부로부터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지원금 339억1천600만원을 확보한 데 따른 조치로 현재 시는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에 한해 캐시백 10%와, 3억원 초과 가맹점에 5% 캐시백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한시적 캐시백 혜택 증가로는 날이 갈수록 줄고 있는 이음카드 소비 저하를 막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실제 지난해 이음카드 발행 현황을 보면 1~6월 상반기 결제액은 2조8천286만원이었지만 민선 8기가 시작한 하반기 결제액은 1조7천509만원으로 38% 급감했다. 가입자 수도 상반기 15만4천명에서 하반기 3만2천명으로 크게 줄었다. 유정복 시정부가 들어서면서 캐시백을 ‘30만원 한도, 5% 요율’로 개편하고 국비 지원 감소에 따른 캐시백 정책이 축소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이후 소상공인들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3개월 만에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을 이용할 경우 30만원 한도 내에서 10%를 지원하다고 했지만 줄어든 소비를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유 시장은 시정질문 답변을 통해 지난해 10월 개편 이후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소상공인들의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고, 2021년 31.7%였던 매출 비율이 지난해 38.8%로 상향됐다며 캐시백 차등 지원 효과를 강조했다. 하지만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이음카드는 쇠퇴일로를 걷고 있는 중이다. 일시적 캐시백 비율 상향은 그동안의 유 시장 정책기조에도 맞지 않는다. 캐시백 비율 상향보단 소상공인들을 위한 지원책 마련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이번 시정부의 입장이었다. 이음카드의 소비가 대폭 감소하고 국비가 확보됐다는 이유로 한시적으로 일회성, 이벤트성 캐시백 비율을 늘리는 것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당장 이음카드의 소비, 결제액이 일시적으로 증가하고 활성화될 순 있겠지만 그동안 지속가능한 정책이 아니라고 비판해 놓고 이를 답습하는 모양새다. 좋게 보면 이음카드 정책에 대한 비판을 일부 수용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역차별 논란과 함께 줄곧 추진해 온 시책에 반한 갈지자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오락가락 지역화폐 정책, 일관성과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경제프리즘] 국민을 위한 국민의 대표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의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획정과 관련된 판례에 따르면 선거구 구역의 인구 편차가 크게 나는 기준은 국민의 선거권 및 평등권이 침해될 수 있으니 인구비례 2 대 1을 넘어서지 않도록 변경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하고 있다. 이러한 결정은 법률 비전문가인 필자가 봤을 때, 국민 1인의 선거권의 차이가 너무 심하지 않게 그리고 도시와 농촌의 차이를 최소화하면서도 지역의 대표성을 유지하는 국민대표를 국회의원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원칙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듯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준비로 각계 대표가 모여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미래 발전적인 민주 제도를 만들어야 했는데 정당의 유불리 또는 국회의원 개인의 유불리에 집착해 그 시기를 놓치고 또다시 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결정하는 상황이 재연될 우려의 예측이 우세하다. 그러한 과정에서 미래 발전적인 제도에 대한 개선 의지보다 국회의원의 수를 늘리자는 의견이 먼저 들렸는데 이는 국회에 대한 불신이 큰 국민의 정서를 생각하면 당치도 않은 주장으로 여겨진다. 다행스럽게도 셀프 증원은 하지 않고 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기로 논의했다는데 이러한 결정이 끝까지 지켜져야 하며 오히려 국회의원 수를 줄일 수 있는 현명한 방안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국회에 대한 불신을 가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회의원의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로 거듭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현재 지역과 직군을 대표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보다는 소속 정당을 위해 소속 정당의 결정에 따라 거수기 역할만을 수행하는 국회의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을 대표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국회의원의 역할을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입법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국민의 대표성이 있는 국회의원으로 수를 제한하고, 동시에 국회의원에게 제공되는 세비는 국민 근로소득의 평균 수준으로 조정하고 입법 활동을 위한 추가 지원 위주로 지출을 줄이는 게 현명한 방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 국회의원 중에서도 스스로 국회의원 수를 줄이거나 세비를 대폭 삭감하자는 의견을 개진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나마 냉철한 판단과 자기반성을 하는 국회의원이 아닌가 생각한다. 국회의원의 세비를 줄이는 조건으로 국회의원 수를 늘리자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스스로 본인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법을 만드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준 국회를 생각하면 동의할 수 없는 제안으로 판단한다. 오히려 국회의원을 위해 소요되는 한 해 예산의 한도를 제한하고 그 조건을 임기 중에 국회 스스로가 바꾸지 못하도록 정할 것을 제안한다.

[경제프리즘] 죽음에 대한 예의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참변이 또 일어났다. 일가족 다섯 명이 자기 집에서 한꺼번에 숨진 채로 발견됐다. 열 살도 채 안 된 어린아이들까지 죽어간 참혹한 사건이어서, 관련기사에는 수많은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글도 있지만, 아내와 아이들을 살해하고 본인도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는 가장에 대한 비난도 많다. 언론에서 언급하는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고인의 삶을 재단하거나, 이들이 거주하던 지역을 폄하하는 발언도 있다. 인터넷 댓글이 특정 집단이나 지역에 대한 공격의 온상이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나, 누군가의 죽음까지도 혐오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빌미가 되는 현장을 보는 것은 여전히 충격적이다.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지 않는 사회는 살아 있는 인간 또한 품위를 지킬 수 없는 곳이다. 장례의식을 인류문화의 시초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는 망자를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기억하고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동물과 인류를 구분하는 본질적 특성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2004년부터 5년마다 자살예방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지난 2월13일에는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가 개최됐다. ‘번개탄 생산금지’ 같은 지엽적인 부분이 부각되면서 정작 중요한 내용들은 주목받지 못하기는 했지만, 1차 계획부터 코로나19 시기를 거치기까지 효과성이 검증된 각종 정책을 망라한 계획임은 분명하다. 특히 정신건강검진 확대나 정신건강 치료 지원 같은 정신건강 분야의 과제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자살은 실업이나 빈곤 같은 사회경제적 상황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기에 정신건강을 증진시키거나 생명존중문화를 조성하려는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1997년 외환위기, 2002년 카드대란, 2008년 금융위기 등 경제위기는 자살률을 끌어올렸다. 가족 살해 후 자살자의 경우에는 사망 당시 경제 문제를 경험하고 있었던 비율이 높다고도 한다(최진화·박기환·2022년). 이번과 같은 비극을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어떠한 경제적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최소한 자녀들의 삶은 지속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임을 보여주는 자료다. 무고한 목숨을 해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하지만, 다섯 명이 생을 마감한 자리에서 가장 먼저 표현돼야 하는 것은 책망이 아니라 애도다. 그다음은 이러한 비극을 막을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한다는 다짐이다. 이것이 죽음에 대한 예의이자 인간에 대한 예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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