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한국판 뉴딜’ 성패는 인권과 공정에

마스크 착용 일상화, 원격수업, 재택근무, 화상회의, 스마트 공장, 온라인 쇼핑.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만들어낸 변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4월 14일 국무회의에서 코로나19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전과 다른 세상으로 바꿔놓고 있어, (지금은) 경제구조와 삶의 방식 등 사회경제적으로 거대한 변화가 나타나는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라며 온 국민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자고 역설했다. 이어 취임 3주년 기념연설에선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은 곧 디지털 뉴딜이라며 비대면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비대면 사회를 이끌고 갈 젊은 층을 겨냥한 정책이지만 추진에 앞서 갖춰야할 조건이 있다. 인권과 공정의 문제다. 우선 이태원 집단감염 사태로 성소수자와 젊은 층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사건이다. 당시 정부와 서울시는 기지국 수사, 강력한 행정명령 시행 등을 벌였다가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보호 논란에 휩싸이자 익명 검사로 후퇴했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등 인권단체는 국가 방역과 인권 보장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며, 개인정보 보호는 곧 인권이라고 비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유엔인권보고서에서 자유권 제한 관련 긴급조치 등에 대한 정책을 정부에서 수립할 때에는 적법성, 필요성, 비례성, 비 차별성 등에 입각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보호, 사생활 보호, 표현의 자유, 정보 접근권 등이 보장되지 않는 디지털 사회는 조지 오웰 1984년의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세상과 진배없다는 것이다. 한편 기회와 조건에서 발생한 공정의 문제는 우리 젊은 층을 분노케 했다.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1천902명의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하자 청와대 청원을 시작으로 취업준비생 등 2030세대의 사회적 분노가 폭발했다. 청와대가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파문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무임승차, 불공정 논란은 또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 남북 단일팀 성사로 일부 우리 선수가 올림픽 출전 기회를 박탈당했을 때도 국가의 대의에 개인이 희생되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가을엔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의 부정입학 의혹 사건으로 전국 대학가가 들썩였다. 개인주의화로 치닫고 있는 코로나 세대에게 공정성은 생존권 문제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말해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코로나19 사태는 K-방역으로 대응해 세계에 디지털 뉴딜의 가능성도 알렸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정부가 일련의 사태와 관련하여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에게 인권과 공정에 대해 신뢰를 주지 못한다면 한국판 뉴딜은 출발조차 할 수 없다. 다가올 디지털 비대면 사회의 제반 조건을 갖추어야만 코로나19 이후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분발을 촉구한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경제프리즘] ‘코로나 이후’가 더 걱정인 대한민국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지구적 차원에서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코로나 사태는 언젠가 끝나겠지만 그 고통과 공포가 아직도 지속되면서 코로나 이후가 더 걱정이다.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지구촌이 국경이 허물어진(borderless)시대가 왔다고 야단법석이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많은 나라가 국경봉쇄나 다름없이 입국을 금지하면서 인적물적 교류는 정지되고 고립된 섬으로 변신했다. 초연결(hyper-connected) 사회를 자랑했던 국제사회가 단절되면서 상호의존 연결망은 끊어지거나 훼손됐다. 코로나 진원지라는 중국보다 서구가 더 심각한 국가적 위기에 봉착하고 모든 일상이 멈춰버린듯한 공포와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인류는 눈에 보이는 병란보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보이지 않는 병란의 위기 앞에 속수무책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류는 지구적 차원에서 인류사적문명사적으로 대변동 대전환기에 길을 잃고 있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앞으로의 세상은 코로나 전(Before CoronaBC)과 후(After CoronaAC)로 나뉠 것이라고 주장했고, 헨리 키신저도 코로나 팬데믹이 세계질서를 영원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911 테러 직후 미국은 911 전과 911 후로 시대를 구분하며 격변을 거듭했다. 당시 테러 현장에 야전잠바를 입고 나타난 부시는 테러를 전쟁의 한 형태로 규정하고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미국 일극체제와 일방주의 노선을 굳히고 국내적으로는 네오콘(neo-conservatism)이라 불리는 신보수주의를 내세워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부시 공화당 정권에 대한 비판과 염증이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를 최초 유색인종 대통령으로 등장시켰다. 8년 뒤에는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신고립주의자 트럼프가 성난 백인 블루칼라(Angry White)지지로 당선됐다. 이후 기존 국제규범 붕괴가 가속화되면서 한미관계, 북핵문제, 남북문제도 불확실성의 불안을 키웠다.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대변동에서 지적한대로 현재 세계는 파천황의 지각변동을 겪는 대격변의 시대로 치닫고 있다. 패러다임 시프트에 버금가는 변화가 밀어닥친 위기상황에서 국가 간 불평등, 환경 자원 부족, 기후변화, 핵전쟁, 인구 변동 문제 등 심각한 도전에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환되면서 세계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닥터 둠(Dr. Doom)으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 교수(미국 뉴욕대)는 대대공황(Greater Depression)의 도래를 예고했다. 세계 물류시스템 마비와 실물경제 파탄, 금융혼란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선 매일 수만 명의 실업자가 쏟아지면서 인공지능(AI) 시대와 맞물려 많은 일자리도 감소하고 있다. 재난지원금이 살포되고 있지만 동시다발적인 복수의 악재들에 직면할 절체절명의 초대형 경제위기라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기다린다는 코로나 이후가 국민은 더 두렵기만 하다. 박종렬 가천대 명예교수

[경제프리즘] 청출어람이 아니라 청청어람

전국시대의 사상가 순자(荀子)의 권학(勸學) 첫머리에 보면 학문은 그치지 않아야 한다. 청색은 남색에서 취하나 남색보다 더 푸르다란 대목이 나온다. 우리가 잘 아는 청출어람이란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푸른색은 쪽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푸르다라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나음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원문을 보면 靑, 取之於藍, 而靑於藍으로 되어 있다. 현재 통용되는 청출어람(靑出於藍: 청색은 남색에서 나옴)보다는 청청어람(靑靑於藍 : 청색이 남색보다 푸름)이 더 어울린다. 순자는 흔히 맹자의 성선설에 대해 성악설을 주장한 사람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듣는 것은 보는 것만 못하고, 보는 것은 아는 것만 못하고, 아는 것은 실천하는 것만 못하다는 멋진 말도 했다. 순자는 인간이란 본질적이성적으로 악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존재가 되면서 인간의 악한 성질이 튀어나온다고 봤다. 순자가 성악설을 제기한 목적은 인위적인 교육과 감화를 통해 인간의 악한 성질을 바꾸어 선한 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최근 윤미향 의원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일각에서 위안부 운동 자체를 부정하고 운동의 대의를 손상시키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면서 위안부 대의는 결코 부정하거나 폄훼할 수 없는 역사라고 했다. 윤미향 사건은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들이 윤미향에게 30년 동안 이용만 당했다고 문제 제기를 하면서 불거졌다. 핵심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해 모금한 돈이 제대로 쓰여졌는지에 있다. 기부금이 회계 장부에 누락됐는지, 개인 계좌로 모금한 것이 실정법 위반인지, 본래의 목적 대신 엉뚱한 곳에 쓰였는지가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지고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면 된다. 윤미향 의원은 위안부 피해자 쉼터 소장의 사망과 관련해 검찰과 언론이 괴롭혀서 돌아가신 것이라면서 부적절한 기금 운용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일을 호도하고 있다. 윤 의원의 발언에 대해 국민은 황당할 수밖에 없다. 사안의 본질을 외면한 채 엉뚱한 데로 화살을 돌리고 있다. 앞서 순자의 청청어람에서 보듯이 갈수록 좋아지고 발전하는 것이 있는 반면에 악(惡)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뻔뻔해진다. 윤 의원 사태로 여론이 악화되자 집권 여당은 잘못된 현대사를 바로잡겠다면서 518 민주화운동 왜곡처벌법과 진상규명 특별법 개정안을 내고, 제주 43 특별법, 여순사건특별법 등 근현대사 관련 입법에도 나선다고 한다. 한명숙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과 KAL기 폭파 사건의 재조사, 국립현충원 내 친일인사 파묘 등의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역사가 왜곡됐다면 진상을 규명해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이 앞장서면 중립적객관적 입장을 견지할 수 있나? 진영 논리 위주의 과거사 뒤집기는 불필요한 오해와 편 가르기, 이념 갈등만을 초래한다. 얼마 전 김원봉 사태를 보지 않았던가? 처칠은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가 죽는다고 했다. 역사의 꼬임을 풀어 진정으로 화해하고 치유하는 게 지도자의 몫이다. 순자는 이런 말도 했다. 남을 해치는 것이 귀신같고, 남을 속이는 게 교묘하고, 못된 짓을 하고서도 뻔뻔한 것이 정치의 가장 큰 재앙이다. 이인재 건국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경제프리즘] 스마트공장으로 도약하자

위기는 교훈을 남기고 기회를 만든다. 코로나19로 언택트 디지털경제와 제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혁신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대면회의는 화상미팅으로, 장보기는 온라인 쇼핑으로 바뀌고 있으며, 각 국은 해외 진출한 자국 기업을 국내로 다시 유치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에 경쟁적이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이러한 변화의 시점에서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으로 스마트공장 구축이 주목된다. 스마트화는 제품생산, 유통 등의 전 과정에서 정보화, 자동화, 지능화를 통해 대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극복하는 한편, 생산성, 품질, 고객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아울러, 국내 기업이 해외시장과 더 저렴한 비용을 찾아 출국길에 올랐다면, 스마트공장 구축지원을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국내로 복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선택지를 만들 수 있다. 인천 소재 (주)00화장품은 스마트공장으로 생산계획부터 출하에 이르는 전 단계를 한 눈에 볼 수 있었고, 고객 서비스 품질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00아이엔지는 스마트한 데이터 관리로 공정 불량 원인을 확인하면서 개선방안도 찾았다. 00금속공업은 스마트공장 구축으로 작업자들이 일일이 손으로 기록할 필요 없이 생산 실적과 품질공정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스마트공장 도입성과를 조사한 결과, 도입기업의 생산성은 30% 증가하고 불량률은 43.5% 감소, 원가도 15.9% 감소하였다. 또한,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강화되면서 매출, 판로 확대 등을 통해 고용도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직 많은 중소기업들은 스마트공장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 기업에 필요한 시스템이 무엇인지, 어느 수준의 스마트공장을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지가 고민이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1월 스마트 제조혁신의 컨트롤타워인 중소기업 스마트제조혁신기획단을 신설하였다. 스마트공장 예산도 역대 최대 규모인 4,925억원이다. 또한 현장 경험이 풍부한 대기업 퇴직인력 등을 스마트 마이스터로 활용하여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애로를 해결토록 하였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기초수준의 스마트공장 구축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공장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핵심인력을 확보하여 사후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초 수순을 완성한 업체는 고도화를 통해 그 성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스마트공장 성과 확산을 위해 개별기업에 분산하여 지원하는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업종별 특화된 클라우드형 스마트공장 솔루션 도입을 지원하고, 도입기업 맞춤형 컨텐츠를 확대 하여야 한다. 이제 스마트공장은 코로나19가 촉발한 위기에 해답이 되어가고 있다. 손후근 인천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경제프리즘] 정책에도 ‘서비스 디자인’이 필요하다

디자인에서 흔히 사용하는 용어 중에 UX, UI 디자인을 포함한 서비스디자인이란 단어가 있다. 주로 제품개발에 많이 쓰던 용어인데 지금은 디자인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되어 사용하고 있다. UX디자인이란 User Experience라고 하며, 사용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디자인하는 것으로 사용자가 어떤 제품이나 시스템, 서비스 등을 직접적, 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느끼는 감정, 행동같은 경험과 느낌을 반영하여 설계하는 것이 UX디자인이다. UI디자인은 User Interface라고 하며, 사용자가 제품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게 하느냐를 중점으로 표현된 디자인으로 잘 만들어진 UI디자인이란 사용자가 제품을 처음 접했을 때 그 사용자가 겪어온 인터페이스 경험을 토대로 버벅거리지 않고 쉽게 이용할 수 있게끔 디자인(계획)된 것을 말한다. 이를 포괄한 개념이 서비스디자인이다. 제품 가치를 높이기 위한 외형을 꾸미는 디자인에 서비스를 더한 것이다. 무형의 경험을 시각화해 유형의 요소로 만들어주는 과정, 소비자의 욕구를 이해하고 충족시키는 방법을 찾는 과정, 서비스를 실행하는 이에게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과정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서비스 디자인은 사람들이 문제를 겪으면서 느낀 경험과 감성 등을 정밀하게 분석해 이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는 고객들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면 고객은 좋은 기억을 갖고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는 생각에 기초한 것이다. 디자인(DESIGN)의 어원은 설계하다, 안(案)을 세우다, 계획하다, 밑그림을 그리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국가에 있어서 정책(政策)은 정치나 정무를 시행하는 방침으로 결정 사항을 안내하고 합리적인 결과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원칙이나 규율을 말한다. 정책과 디자인은 분야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 즉, 사용자(국민)을 대상으로 하여 긍정적인 지지 및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을 정치의 입장에서 발제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자인 User(국민)의 UX, UI입장에 서비스적인 생각을 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가가 어려움에 처해진 위기일수록 내놓는 대안 정책에 이러한 Experience(경험치)와 Interface(상호소통방식)의 반영치가 높을수록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거 때마다 봉사하는 후보가 되겠다고 목 놓아 유세를 하지만 사용자인 User(국민)의 경험치를 파악하지 못하면 봉사란 공중에 대고 하는 헛발질과 다를 게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적시적소의 유효타인 것이다. 사용자인 User(국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조사와 연구, 분석을 통해서 불편한 경험을 하지 않도록 문제점을 찾아내지 않으면 겉으로는 해결된 대안인 것처럼 보이나 사용자인 국민은 불편한 경험을 통해 다시는 그러한 정책을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UX와 UI가 잘 조화롭게 반영된 정책을 설계해야만 User(국민)에게 긍정적인 경험과 좋은 미래가치를 선사하는 사회자본의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신뢰의 정부가 될 것이다. 당면한 상황에서 실행 가능한 선택 안을 설정하고 국민적 이익이라는 목표에 실질적으로 부합될 수 있도록 최적의 방책을 선정하는 데 있어서 정책에도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디자인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김희경 인천디자인기업협회 대외협력홍보이사

[경제프리즘] 코로나 이후 중소기업의 나아갈 길

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된 지 100여 일이 지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국민과 정부, 지자체의 방역 노력으로 신규 확진자수는 진정국면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6일부터 그간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경제 정상화이다. IMF는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1.2%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고, 실제로 1사분기 GDP는 전분기 대비 1.4%p 감소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경제 정상화에 부정적이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에는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정상 회복을 위해서는 최소 4~6분기가 지나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에 총력대응 중이다. 14조3천만원의 2차 추경으로 우리 국민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을 마련했다. 또 10조1천만원의 고용안정 특별대책을 통해 국민들의 일자리를 두텁게 보호했다. 75조원 이상의 기업안정화 대책을 마련해 우리경제의 산업경쟁력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이러한 정책들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국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모든 행정역량을 동원해 노력 중이다. 우리 중소기업들도 코로나19가 일으킨 외부 경제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IMF 외환위기, 2008년의 세계 금융위기가 오히려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먼저, 현 시점에서 중소기업들은 리질리언스(Resilience, 회복) 전략을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위기 극복을 위해 재무, 시장 등 부문별로 기업 상황을 점검하고 경제 정상화 시기에 맞춰 실행가능한 최적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재무 분야에서는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는 등 기업 현금흐름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 사업 전략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아울러 자금 조달방안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정부의 채권 만기조정이나 저금리의 긴급 유동성 자금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또한, 코로나19가 불러올 시장상황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소비 패턴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비대면, 언택트, 온라인 방식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산업 밸류체인도 새로운 형태로 바뀔 것이다. 시장 변화와 산업 환경에 대한 분석으로 사업 모델을 점검하고 유망 신사업 기회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3차 추경도 비대면(Untact) 경제 활성화가 포함될 전망이다. 코로나 방역에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선두에 서 있는 것처럼 경제위기 극복도 앞서길 기대한다. 우리는 이미 IMF 외환위기, 세계 금융위기 등 두 차례의 경제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기업성장의 기회로 삼아 발돋움할 뿐 아니라, 경제정상화의 주역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손후근 인천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경제프리즘] 5월 논점

5월 5일은 입하(立夏)고, 5월 21일은 소만(小滿)이다. 이때부터는 여름이시작된다. 기후변화가 어떠한 재난을 몰고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부는 가속되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는 우리 인류에게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에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가 나타났다. 강원도 홍천에서는 일 최고 기온이 41도를 기록했고, 서울에서는 폭염일수가 평년 4일보다 5배가 많은 19일로 나타났다.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각종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하절기 비상근무를 시작하는 달이다. 2003년까지는 6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비상근무를 해오다가 2004년부터는 5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한달 앞당긴 것도 기후변화에 근거를 두지 않았나 생각된다. 5월에는 법정기념일인 방재의 날(25일)도 있다. 자연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교육과 홍보를 통해 여름철 풍수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방재의 날을 지정 운영하고 있다. 유엔은 1989년 12월 22일에 열린 총회에서 1990년도를 자연재해 경감을 위한 10개년계획 기간으로 정하고 자연재해를 극복하기 위해 매년 10월 둘째주 수요일을 세계 자연재해 경감의 날로 지정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1996년에 자연재해대책법 및 동법시행령에 5월 25일을 방재의 날로 제정했다. 기후변화는 물부족 심화, 식량공급 감소, 혹서 및 전염병의 증가 등 경제사회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기후변화의 원인을 인간의 경제활동 산물로 생성된 이산화탄소가 주범인 온실가스 등의 증가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 원인을 과학적으로 명확히 입증하기까지는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기후변화는 새로운 유형의 재난을 탄생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명시된 폭염에 대해서도 국가의 책무를 법으로 정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판단된다. 정부는 자연재해대책법 일부를 개정(30일 시행)해 국가의 책무에 폭염과 한파를 추가했다. 따라서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은 폭염한파 피해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과 주요기간시설의 보호를 위해 종합계획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 5월부터는 여름철 재해가 시작된다. 풍수해는 물론 산불, 각종 질병, 폭염 안전사고가 돌발성으로 발생한다. 그간 각종 재난에 대한 예방대비에 치중했다. 이제부터는 대응이다. 사회경제 등 어느 것 하나 놓쳐서도 안 된다. 정부는 국민이 일상을 안전하게 보낼수 있도록 책무를 다 해야 한다. 5월은 각종 재난으로부터 인명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발 앞선 대응에 대한 중요성이 요망되는 시기다. 김진영 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경제프리즘] 기업과 디자인 예산

날이 어느새 봄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3월말만해도 검정 패딩을 입고 마스크까지 쓴채 출근한 직원에게 잘했다. 모양이 문제냐 피곤하면 면역력 떨어진다 라고 칭찬을 해댔다. 옷을 두툼히 입어도 마음이 여전히 허했기 때문일까? 2~3월은 참으로 암담했다. 대구를 비롯한 지구촌 곳곳의 아픈 소식에 인생은 복불복이야 하고 대자연의 생물학적 반응에 인간이 참으로 초라하게 느껴져 정말 아무런 의욕이 없기까지 했다. 하지만 불과 며칠 사이에 노릇노릇 피어 오르는 개나리와 물빛이 돌기 시작하는 여린 가지들을 보며 마음을 다독이게 될 줄이야. 디자인을 업으로 하다보니 미팅과 컨설팅으로 과제를 엮고 끊임없이 제안을 하던 업무가 코로나19로 어느 순간 얼음 땡 하고 순간정지됐다. 지자체에서 발주하던 일들도 시민협의가 필요했던 부분에서 멈춰서 기약 없이 과업 중지가 됐고, 부스디자인도 하고 카다로그도 만들며 해외마케팅을 야심차게 준비해오던 상담 기업들은 막막함에 울상이 됐다. 컨설턴트님, 어떻게 해야 될까? 기업 대표님의 구수한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순간, 예, 제가 찾아 뵐게요하고 마스크만 챙긴 채 부랴부랴 차를 몰고 나섰다. 길가의 화사한 벚꽃이 너무나 얄밉게 눈에 들어 온다. 기업 대표에게 말했다. 대표님 위기는 항상 기회입니다. 그동안 숨쉴 틈 없이 뒤도 안돌아보고 앞으로 나가셨으니 이제 이 위기를 기회삼아 한 번 더 점검의 시간을 가지시는 게 좋겠습니다. 오프라인으로만 하셨던 마케팅을 이젠 온라인화도 생각해 보시고, 기업 로고랑 포장도 리뉴얼해서 브랜드화 하시고 제품라인도 점검하시고 할 일이 얼마나 많으신데요라고. 하지만 올해 예산을 점검해보니 부족하다. 제품개발비에 제품개발을 위한 연구소 가동 물류비, 재료구입비, 해외 마케팅비 모두 잡혀 있는데 개발비에는 원자재비와 생산 인건비뿐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디자인을 서비스업 정도로 생각하나보다. 제품만 좋으면, 가격만 낮으면 물건이 팔리던 시대는 벌써 20여 년전인데 설비는 매년 업그레이드 하고 스마트공장도 꿈꾸면서 디자인은? 섭섭한 마음이 앞선다. 소비자의 첫 선택은 사용 전의 제품 질, 단돈 몇 천원의 가격의 차이보다 기업과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가 결정한다. 그런데 왜 예산에는 항상 디자인 개발비가 빠져 있는 걸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온라인의 대중화, 기술력의 평준화로 이제 소비자들의 눈은 높아졌고 특허 기술 외 원천기술도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 핵심은 소비자의 마음을 결정짓게 하는 브랜드 파워-디자인의 배려인 것이다. 내년엔 개발비의 0.1%라도 디자인개발비를 넣으셨으면 합니다라고 조언을 드리면서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디자인개발사업을 찾아 권해드렸다. 한결 따스해진 햇살이 돌아오는 차안에서도 느껴진다. 대한민국 중소기업 대표님들 파이팅입니다. 김희경인천디자인기업협회 대외협력홍보이사

[경제프리즘] 인류 생존 위협하는 꿀벌 멸종 위기

코로나19가 온 세상을 뒤엎는 천하개병(天下皆病)의 대란(大亂)이라는 참상을 일으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류가 고통받는 것처럼 짐승 곤충들도 바이러스, 전염병, 살충제, 전자파 등으로 생존위기에 직면해 있다. 2008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 2010년 전국으로 번진 유충썩음병(낭충봉아부패병)으로 꿀벌 집단 폐사 사례가 자주 일어났다. 전국 토종벌 벌통 수는 42만여개에서 2016년에는 1만개(2%)로 줄었다. 지금은 그나마 회복됐는 데도 3만~10만개 수준이다. 토종벌 농가도 과거 2만가구에서 이제는 300가구 정도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을 방치하면 토종벌 자체가 사라져버리고 생태계에는 큰 재앙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토종꿀벌(재래꿀벌)은 서양 꿀벌과 달라 위기를 맞아도 대체수단이 없어 생태적으로 서양 꿀벌에 밀리고 번식력도 약해 멸종위기에 처했다. 꿀벌 감소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적 현상이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2005년 미국, 2년뒤 캐나다 등지에서도 꿀벌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잦은 이동과 밀집사육, 바이러스 감염, 농약중독 등이 군집붕괴현상 원인으로 꼽혔다. 미국은 2006년에 비해 꿀벌이 40% 감소했고, 유럽은 1985년에 비해 25%가 줄었다. 특히 영국은 2010년 이후 45%의 꿀벌이 사라졌다. 이런 속도라면 2035년쯤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꽃가루받이를 통해 생태계를 유지해온 꿀벌의 멸종위기는 이제 글로벌 이슈가 됐다.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가운데 71%, 식용으로 재배하는 1천500종의 작물 중 30%는 꿀벌이나 곤충의 꽃가루받이에 의존해왔다. 그린피스는 꽃가루받이를 통해 꿀벌이 제공하는 경제적 가치를 전세계적으로 370조로 평가했다. 2008년 정철의 안동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 주요 작물 75종 중 52%를 차지하는 39종의 작물이 꿀벌과 같은 곤충 화분매개에 의존하고, 특용작물원예종자의약품 생산 역시 꿀벌을 활용한 화분매개 도움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꿀벌의 국내 농업생산액 기여 규모를 측정한 결과, 과수과체 등 작물 5조원, 특용작물원예종자의약품 9천억원 등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2018년부터 당시 대통령이 적극 나서 화재로 손실된 숲을 가꾸는 등 생태계를 재건하고 꿀벌의 서식지를 보존하는 방법 등을 국가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도 2012년에 양봉진흥법을 제정하는 등 선진국들은 자국 양봉산업에 대한 지원과 보호체계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꿀벌 보호를 위한 양봉산업육성법이 8월부터 발효되지만 기후변화 등 대내외적 여건이 녹록치 않다. 지역 토종벌농가들이 토종벌질병관리팀 결성해 낭충봉아부패병 퇴치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는 지금의 양봉산업 위기를 직시해 꿀벌 관련 전담부서 설치와 인력 확보, 병해충에 대해서는 봉군 규모별로 해충 발생 봉군의 소각비용을 지원하는 등 정부차원의 양봉산업 육성 및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꿀벌을 살리는 일은 꿀벌과 자연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생존을 위한 것이다. 이제 꿀벌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박종렬 가천대학교 명예교수

[경제프리즘] 코로나, 소상공인 금융지원 신속 집행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인 팬데믹 현상이 되고 있다.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으며, 사람의 이동도 제한적이다. 이전 위기와는 다르게 수요와 공급이 모두 충격을 받고 있다. 실물경제가 얼어붙고,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선제적이고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방역부분에 있어서 우리 정부의 대응은 높게 평가를 받는다. 세계은행(WB) 막타 디옵(Makhtar Diop) 부총재가 한국의 대응을 혁신적이라고 평가하고, 우리의 코로나19 진단키트에 대한 수출요구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부분에 있어서도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대응하고 있다. 총 12조원의 금융지원 패키지를 포함하여 50조원+의 범국가적 위기대응 프로그램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현장의 고통을 덜어드리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정부의 지원이 아직 현장 곳곳에 흘러가고 있지 못하다. 새벽잠 줄여 줄을 섰는데 발길을 돌리시는 분들이나, 접수를 못해 안타까워하시는 분들을 보자면 더 송구한 맘이 든다. 이에 정부는 일시적으로 신청이 몰리는 병목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기관간 역할 분담 체계를 구축하였다. 신용등급에 따라 시중은행, 기업은행,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세 가지 채널로 자금을 본격 집행한다. 우선, 高신용등급(1~3등급)의 경우 시중은행에서 3천만원 한도내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보증수수료도 없고 신청 후 5일 내외만에 대출이 이루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는 기업은행의 초저금리 대출이다. 신용등급 1~6급 대상이다. 3천만원 이하의 자금에 대해서는 지역신보의 보증심사와 대출심사를 기업은행에서 일괄로 진행하여 지원 속도를 높였다.(3천만원 이상은 지역신보 보증 후 은행 방문). 세 번째 소진공 경영안정자금이다. 신용등급 4등급 이하에서 이용할 수 있고 1천만원으로 제한된다. 한정된 재원으로 자금이 꼭 필요한 분들에게 신속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제한한 취지다. 무보증 대출로, 사업자등록증명, 임대차계약서, 통장사본 3가지 서류만 가지고도 지원 가능하다. 대출지원이 신용등급에 따라 나누어 진행되는 만큼 신청에 앞서 본인의 신용등급을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온라인 나이스 평가정보 사이트(www.credit.co.kr)나 소상공인지원센터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 소상공인 자금을 한시라도 빨리 지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오죽하면 전시라는 표현이 나왔을까? 밤낮없이 감염현장에서 싸우고 있는 의료진과 더불어, 밀려오는 자금접수에 애쓰고 있는 현장 직원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조금 더 절박한 사람에게 자금신청을 양보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있기에, 한편 송구하면서도 이 위기를 잘 극복하리라는 희망이 크다. 손후근 인천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경제프리즘] 사회자본의 선한 영향력 택한 우리 결정을 지지한다

예상치도 못했던 코로나19로 인해 나라는 물론 기업에서도 여기저기 힘들다 소리가 넘쳐난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다 해도 온 몸으로 이 고통을 견뎌내고 있는 대구 시민들만 하겠는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의 경제적 손실은 국내외 수요 및 관광의 가파른 감소, 산업계 공급망 붕괴, 건강 악화 등의 문제로 인해 최대 3천47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각각 분석했다. 그러나 제일 견디기 힘든 것은 경제침체 문제가 아니라 국민 생명을 담보로 우왕 좌왕 하는 중앙정부의 난관극복에 대한 대안의 부재와 소극적인 대처방안, 여러 가지 종교적 이유를 핑계로 이탈하고 있는 집단 이기주의의 실체가 우리 생활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 등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와 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무기력감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클 것이다. 얼마 전에 사회자본(社會資本, social capital)에 대한 기사를 읽고 크게 공감한 기억이 있다. 사회자본이란 국가나 집단 등 사회공동체 구성원 사이의 협조나 협동을 가능케 해주는 사회 네트워크의 구성이나 이를 지키기 위한 사회적 규범,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 간의 상호 신뢰를 말하는 단어다. 신뢰는 사회자본의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 영국의 싱크탱크 레가툼연구소가 발표한 2019 레가툼 번영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이 같은 사회자본 부문에서 전체 167개국 중 142위 인 것으로 나타났다. 열정과 이해관계라는 책의 저자 앨버트 O. 허쉬만(Albert O. Hirschman, 1915~)은 신뢰는 도덕적 자원(moral resources)이라 명명한 속성을 가지고 있고 도덕적 자원은 사용하면 할수록 그 공급이 많아지고 사용하지 않으면 고갈되는 속성을 지닌 자원으로 두 구성원이 서로에 대해 믿음을 보이면 보일수록 상호 신뢰는 더 두터워진다는 것이다. 사회적 자본의 생성과 파괴는 선순환 혹은 악순환(virtuous and vicious circles)을 형성하는데 종교적 배타적 집단이기주의는 악순환을, 현장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걸고 방역하는 의료진과 이를 돕는 자원 봉사자들은 선순환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생각해보면 오랜 역사의 위기마다 상위 지도자들 보다는 온 국민들이 나서서 때마다 위기를 극복해 내는 결단력과 상호 신뢰를 보여줘 왔다. 31운동과 독립상해임시정부가 그랬고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1997년 IMF외환 위기에도, 원유유출사고 때도 그랬다. 위기 때마다 이 실핏줄 같은 민초들의 저력은 생명력을 가지고 2020년 지금도 다시 보여지고 있다. 소소한 구호품들이 속속 대구로 모이고 대구 시민들의 자체 자가격리 결단이 맘을 먹먹하게 하고, 영향력을 가진 연예인들의 기부금 운동까지, 정부가 자존심으로 권리를 포기하고 미숙함을 바로잡지 못하고 정치인들이 지역구 차지로 목을 매고 있을 때 국민들이 살 궁리를 스스로 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 사태가 해결이 되고 나서는 우리는 정치인들이 필요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힘들 때 나서주지 않고 다된 다음 공치사를 하려는 정부에 의미가 없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세계 최초로 정부대신 사회자본의 선순환의 의미를 아는 국민들이 대표하는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김희경인천디자인기업협회 대외협력홍보이사

[경제프리즘] 인류재앙

인류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요소들은 얼마든지 많다. 매스컴에 수시로 오르락거리는 핵전쟁, 생화학전, 기후변화, 생태계 붕괴, 전염병, 소행성 충돌, 슈퍼화산 분화, 태양지구학, 인공지능(AI) 등이 그들이다. 그러나 필자는 핵전쟁, 기후변화, 전염병 등은 현실적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하곤 한다. 먼저 핵전쟁이다. 전문가들도 핵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점점 높아진다는 데 의견을 일치하고 있다. 핵전쟁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고하는 1945년에 일본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이 최초이자 마지막이다. 이로 인해 36만 명이 사망했다. 아직도 낙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부러워한다고 한다. 인명과 도시를 완전히 파괴하는 핵전쟁의 가능성은 아직도 남아있고, 방사능 질병의 위험은 언제까지 갈지도 모른다. 핵발전소의 방사능 유출 사고도 핵전쟁에 버금간다. 기후변화를 보자. 기후변화는 여러 가지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지구 온난화로 20세기 기준 평균기온이 섭씨 3도가 올라가면 뉴욕 등 세계 주요 해안 도시가 수몰되어 10억 명 이상이 이주해야 한다고 하면서 인류문명의 종말을 맞을 가능성을 보였다. 그런데도 인류의 생존권과 삶의 터전이 서서히 위협받고 있다는 생각은 뒷전이다. 전염병(바이러스)은 어떤가. 필자는 전염병이 인류에게 최악의 위해 요소라고 본다. 14세기에 창궐한 페스트(흑사병), 15세기에 전염된 스페인 독감, 17세기에 발발한 천연두, 19세기에 발병한 콜레라, 20세기에 나타난 에이즈 등으로 수억에서 수십억 명이 죽었다. 중요한 건 이러한 변종 바이러스가 번져 치명상을 입힐 때까지 백신 개발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거나 개발이 안 된다는 것이다. 2003년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 플루),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2016년 지카 바이러스, 코로나19(우한 페렴)등도 아직 백신을 개발하고 있음을 보면 알 수 있다. 전염병 전파 매개체가 지금까지는 접촉, 호흡기를 통해서 전염됐지만, 공기를 통해 확산하는 전염병이 발생한다면 천문학적인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감염 경로나 형태가 다양해 지면 그만큼 예방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콜레라, 천연두 등이 역사를 새롭게 썼다는 기록이 있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다음 해인 1593년 남해안 일대에 번진 콜레라로 이순신 장군 휘하 조선 수군의 사망자가 전투 중 전사자보다 몇 배가 더 많았다. 1683년에는 조선왕인 숙종이 천연두에 걸려 사망함으로써 장희빈이 등장했다. 조선왕조실록에 수록된 전염병 발생 건수가 1천500여 건임을 볼 때 매년 2~3개 이상이 발병했다고 볼 수 있다. 핵전쟁, 기후변화, 전염병은 어느 한 나라에 국한하지 않는다. 이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코로나19도 그렇다. 손 씻고, 마스크 착용하고, 환자를 격리하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물론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이 최우선이다. 전염병이 발발할 때는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국가 간 정보를 공유하고 치료 시스템이 가동돼야 한다. 그간의 수혜를 누리는 선진 강국들의 과감한 재정적 지원과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만이 인류를 재앙에서 구해낼 수 있다. 김진영 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경제프리즘] 지역과 상생하는 스마트 골목상권 조성

전통시장의 매출은 2014년 이후 반등하여 꾸준히 상승하였지만 최근 백화점, 대형마트, 전통시장 등 오프라인 마켓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쿠팡, 위메프 등 온라인 판매 중개업체 매출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전체 유통업체 매출은 오프라인이 0.9% 감소한 반면 간편결제, AI 상품추천, 빠른 배송으로 무장한 쿠팡 등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은 14.2% 늘어났다. 특히 전통시장은 여름, 겨울 등 외출이 꺼려지는 날씨와 코로나 19 등 전염병 유행으로 매출이 급감하기도 하고 배송, 신기술 도입에 불리한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 동안 중기부는 특정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문화관광형시장, 시설현대화 등을 지원하였지만 이제는 전통시장과 지역 소상공인을 연계하여 제품 다양화와 새로운 볼거리를 늘리고 첨단기술의 적극 도입으로 신규 고객을 유입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먼저 전통시장과 지역 소상공인과의 협업하여 전통시장 제품을 다양화하고 새로운 볼거리로 전통시장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 상권과 연계한 아이디어 제품, 수공예품 등의 판매장소를 전통시장내에 제공하고 다양한 행사로 고객들의 관심을 높이면 신규 고객유입과 전통시장-소상공인 상생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스마트 기술 사용에 능숙한 청년 고객과 증가하는 1인 가구 고객 유입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며 특히 청년층 고객유입을 위한 유튜브, QR코드, 모바일 결제 등 신기술의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인천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서는 19년도 일부 문화관광형시장에 유튜버 등 1인 크리에이터와 협업한 전통시장 홍보와 모바일앱 특별메뉴 레시피 제공 등을 시범으로 도입하여 ICT 전통시장 이미지 구축을 위한 노력을 하였으며, 1인 가구들의 편의성 강화를 위한 꾸러미 상품을 개발하여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올해는 지역 소상공인이 참가하는 플리마켓 주기적 개최와 지역 소공인 아이디어 제품 판매장소 제공으로 제품 다양화, 새로운 볼거리를 더하여 전통시장-소상공인간 상생의 모범사례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앞으로 다양한 기술과 1인가구를 위한 상품을 선보이는 등 새로운 노력을 지속하고 다른 시장으로 점차 확산해나갈 계획이다. 전통시장은 온라인 쇼핑, 대형마트가 가지고 있지 못한 따뜻한 情과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새로운 추세에 대응하지 않고 차별성을 강화하지 않으면 변화에 뒤쳐질 수밖에 없다. 전통시장과 지역 소상공인의 협업으로 제품 콘텐츠를 강화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여 고객의 볼거리를 제공하려는 노력, 청년 고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첨단기술 도입 등의 변화의지 실천 노력을 지속해야 전통시장 매출, 고객 증가 추세를 꾸준히 이어갈 것으로 생각한다. 중기부는 앞으로도 이러한 전통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많은 지원을 할 것이며 시장상인들,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할 것이다. 신성식 인천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경제프리즘] 벌거숭이 임금님과 박남춘 인천시장

민선7기 임기 반환점을 도는 박남춘 인천시장이 발표한 올해 시정 운영방향이 세간의 관심사다. 욕을 먹더라도 인기에 연연하는 정책을 펼치지 않을 것이라며 도시 기본을 튼튼히 하는 사업과 갈등구조 때문에 진척이 없는 여러 해묵은 현안들을 해결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1월 8일 새얼아침대화 신년강연회에서 2020 시민과 함께 인천의 희망을 그리다란 주제 강연에 나선 박 시장은 민선7기 557일간의 이야기를 토해냈다. 먼저 소통 기능을 강화해서 푼 해묵은 난제 10선을 소개한 뒤, 수도권매립지 사용종료에 따른 소각장 설치 문제 등이 비록 정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궂은일이지만 누군가는 꼭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기에 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박수 받아 마땅할 용단이다. 이를 반기듯 해묵은 현안 해결에 시민단체도 합세했다. 인천경실련이 대정부 현안 해결에 협조하겠다며 시장 면담을 요청한 거다. △수도권매립지 2025년 사용종료 및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 군구 확산 △인천국제공항 허브화와 원도심 균형발전을 위한 제2공항철도 적기 건설 △지역 차별 없는 사법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한 인천고등법원 설치 등의 현안이 총선을 겨냥한 여야 정치권의 주민여론 갈라치기와 여당의 초당적 협력거부로 난항을 겪고 있다며, 박 시장의 초당적 시정운영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자고 제안했다. 한데 시 소통부서 측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시장이 시민과 함께 현안을 해결하는 새 협치 모델을 제안했지만 시장 면담은커녕 회신조차 없다. 측근이 시장의 직접 소통을 가로막은 꼴이다. 주지의 사실은 박 시장이 호언한 현안들치고 시민사회의 지지 없이 해결 가능한 현안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당장 신구도심 연결을 위한 광역교통망균형발전 사업만 보더라도 현장 주민여론이 관건이다. 항공정비(MRO)산업 활성화를 통한 공항경제권 형성과 제2공항철도 적기 건설을 통한 인천공항 허브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대대적인 시민운동이 필요하다. 총 7천500억 원에 달하는 경인고속도로 일반화(인천 기점서인천 나들목) 사업비도 정부로부터 혼잡도로로 지정받아야 국비 지원이 가능하기에 주변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절실하다. 그뿐이랴. 자당 국회의원마저 비협조적인 소각장 설치 등 자원순환정책 전환도 시민적 지지만이 확실한 해법이다.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숭이 임금님에 등장하는 사기꾼 재봉사들은 바보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신비한 옷을 짓는다고 임금님을 현혹시킨다. 신하들은 보이지도 않는 옷을 두고 온갖 아양을 떨었고, 백성들도 벌거벗고 행차하는 임금님을 환호했다. 하지만 한 어린아이의 외침으로 모든 진실은 드러난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다 박 시장이 직면한 공공적 갈등 현안은 시장이 발 벗고 나설 때에만, 그 진정성이 전달돼 시민적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에 측근들의 잘못된 수렴청정이 시장과 시민의 소통과 협치를 가로막아 해묵은 난제 해결을 그르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나서야 한다. 박 시장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경제프리즘]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연말 연초에는 방송마다 각종 시상식에 화려한 무대들로 가득했다. 가끔은 내가 좋게 봤던 드라마나 음악들이 상을 받는 것에 대한 재미나 디자인이 본업이다 보니 콘텐츠 영상이나 무대콘셉트, 조명 분장 특수효과 등에도 관심이 가기도 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80년대 초만 해도 한강의 기적, 산업발달의 역군, 아리랑, 인삼 등이었는데 이제는 IT 강국, 신약개발, 뷰티코리아, K-POP, 콘텐츠 수출 등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우리의 음악, 패션, 먹을거리 등을 따라하고 웬만한 방송에 나오는 외국인들은 자연스런 한국말로 인터뷰하니 통역이 필요 없을 정도이다. 대한외국인이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뿌듯할 뿐이다. 아이들의 대통령 뽀로로 캐릭터 콘텐츠로 성공한 기업의 연매출은 1천100억원 정도이고 세계 81개국에 수출이 되고 있으며 17개국에 정규편성 되어 방송되고 있고 그 뒤를 상어가족으로 유명한 핑크퐁과 펭수가 잇고 있다. 문화콘텐츠의 개발이 차지하는 확산 영역은 상상을 불허한다. 걸어다니는 1인 기업인 엔터테이너들의 가치는 웬만한 중소기업 수준에 버금간다. 더욱이 기획이나 개인 콘텐츠 제작의 기획자의 연령대도 훨씬 낮아져 성공한 어린 친구들은 십대에 이미 정상의 쾌감을 맛본 경우도 많다. 많은 외국의 기획 관계자들은 한국을 조직적인 시스템체계로 성공한 나라라고 말한다. 얼마 전 아세안 정상들의 회담 중 말레이시아 총리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배워갈 기회를 열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까지 했다. 하지만, 우리의 화려함 한편에는 드러내고 말 못 할 아픔이 있기도 하다. 어느샌가 우리의 엔터테인먼트 문화가 기형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조금씩 느끼게 하는 일들이 생겨나는 까닭이다. 스킬과 테크니컬을 중시하다 보니 문화예술의 기본적인 감성과 이를 표현해 내는 엔터테이너들의 감성이 마케팅에 치여 성장통을 앓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별이 아까운 나이에 사라지기도 했고 대중의 인기 앞에 공인이라는 이름으로 고스란히 대중 앞에 낱낱이 파헤쳐지기도 한다. 웬만한 멘탈로는 버티기 어려울 왕관의 무게다. 이를 대견하게 버텨내는 많은 젊은이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내가 만약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오디션이라는 그 많은 치열함과 경쟁구도 속에서 버텨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BTS가 그래미 어워드 무대에 서며 우리를 설레게 했던 자랑스러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며칠 후면 난공불락의 무대였던 아카데미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란 작품이 본선에 오르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우리의 영화 콘텐츠가 세계인의 공감을 얻게 되는 무대가 되리라 기대하며 우리의 생각이 새로운 장르의 다양한 콘텐츠로 태어나 국제적인 문화예술 흐름의 선두주자가 되고 세계인들의 문화마인드를 아우르는 창의력의 보고가 되기를 기대한다. 제2, 제3의 뽀로로나 BTS가 탄생하기를. 그래서 문화 창작의 맥이 계속 대한민국에서 이어지기를 같은 일을 하는 문화예술인으로서 기대하는 마음이다. 김희경 인천디자인기업協 대외협력홍보이사

[경제프리즘] ‘문화영토’ 넓히는 BTS

진정한 권력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다. 마키아벨리는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사랑 받기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라고 충고하였다. 사랑을 받아서 만만하고 우스워질 바에야, 세상을 공포로 벌벌 떨게 하는 것이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4년 미국을 대표하는 외교 전문가인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 스쿨의 조지프 나이(Joseph S. Nye) 석좌교수는 군사력, 경제력 등의 물리적인 힘을 지칭하는 하드파워(Hard Power, 경성권력)에 대응되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 또는 연성 권력(軟性權力)이 설득 수단으로서 중요해진 시대가 왔다고 주장했다. 돈이나 권력으로 강요하는 것보다 매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소프트 파워는 나이가 소프트 파워(Soft Power : The Means to Success in World Politics)를 발표한 후 외교 현장과 언론에서 자주 회자되고 있다. 국제 관계에서 나이의 소프트 파워 자원들은 강제력 등의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자발적인 행동을 이끌어내는 매력 즉 어떤 나라의 문화 양상이나 가치관(민주주의, 인권, 종교, 사회 규범 등), 정치적 목표 등으로 인해 발현되는 매력이 파워풀하다는 것이다. 나이는 소프트파워의 단적인 예가 문화라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도 원하도록 하는 힘인 문화, 이데올로기 등 무형자원을 소프트파워(Soft Power, 연성권력)라 정의했다. 단, 패권안정론을 주장하는 학자 중에는 나이와는 달리 경제력을 소프트파워에 넣는 경우도 있긴 하다. 이미 국제관계에서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을 간파한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은 1980년 지리적 경계를 뛰어 넘은 새로운 영토 개념으로 문화영토론 을 학계 최초로 발표했다. 문화 앞에는 적(敵)이 없다면서 우리의 고유한 문화를 계승 발전하여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것이 우리의 문화영토를 확보하는 것이라는 홍총장의 주장은 오늘날 한류(韓流) 확산과 위력을 이해하는 선구적 관점을 제시한 것으로 주목됐다. 나이의 소프트 파워와 궤(軌)를 같이하는 문화영토론은 정치, 경제가 아니라 문화를 기반으로 인류 평화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문화영토론은 물리적 영토를 넘어 상호 문화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문화영토론이란 문화가 향유되는 곳의 강역(疆域)은 그 문화주체자의 영토라는 논리다. 지정학적 국제관계나 주권 등을 전제로 한 국경이 아니라 문화에 의해 영토가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정한 지역에서 자신들의 문화의 꽃을 피우며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엄밀한 의미로 그 영토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것이다. 문화의 주인이 영토 주인이라는 것은 영토의 소유를 의미하는 것이기보다는 그 영토에 꽃피운 문화의 주인이 실질적으로 영토의 주인이어야 한다는 다분히 추상적인 영토 개념으로 이해 될 수 있다. 히잡 쓴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이 방탄소년단 노래를 한글로 따라 부르고 이란의 소녀들이 대장금 드라마에 열광해 한국 방문을 소원하며 여행비 마련을 위해 애쓴다는 얘기는 이제 뉴스가 아니다. 지난해 문화 도시 파리에서 블랙핑크의 파리 공연이 성황을 이룬 가운데 프랑스 팬들은 오프닝곡 뚜두뚜두부터 앙코르 엔딩곡 아니길까지 한국어 가사로 떼창하며 블랙핑크와 호흡을 맞췄다. 걸그룹 블랙핑크의 뚜두뚜두(DDU-DU DDU-DU) 뮤직비디오가 K팝 그룹 최초로 유튜브 10억 뷰를 돌파하는 기록은 우리 문화의 세계화로서 문화영토의 확장이며 우리나라가 세계 중심국가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CNN은 작년 12월29일(현지시각) 최근 k팝을 비롯해 한류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는 보도와 함께 한국 현대경제연구원을 인용해 그룹 BTS는 2017년에 방문한 관광객 13명 중 1명에게 영향을 줬다며 BTS가 현재 인기를 유지한다면 2023년까지 56조 이상의 경제 기여 효과를 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블랙핑크, 싸이 등 케이팝 스타들의 인기를 소개하고, 한국 영화 기생충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과 봉준호 감독이 지미 펄론 토크쇼에 출연한 사실 등을 거론하며 한류가 전 세계를 휩쓰는 현상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이어 10년 전 만해도 사람들은 레이디 가가나 아바타 등 미국의 대중문화에 열광했지만 지금은 한류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할 만큼 한국의 대중문화가 확산했다고 전했다. 작년 10월 고려대 편주현 경영대학 교수팀은 방탄소년단 이벤트의 경제적 효과: 2019 서울 파이널 공연 보고서를 발표하며 BTS가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3일간 개최한 콘서트의 직간접 경제효과가 약 9229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3년 평균 매출이 1500억 원 이상이면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국내 기준상 방탄소년단이 3일간 콘서트로 창출한 경제효과는 중견기업 6개의 연매출인 셈이다. 각종 한류 문화산업을 글로벌 콘텐츠산업으로 육성한다면 문화영토의 확장은 물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브랜드 강화와 국부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박종렬 가천대 명예교수

[경제프리즘] 디지털 경제로의 대전환, ‘스마트 대한민국’ 확립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면서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AI) 등의 신기술은 우리의 삶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빅데이터로 내게 필요한 상품을 추천 받고,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인공지능(AI)은 사람이 할 일을 대신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 삶이 변화하는 속도만큼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위협 또한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선점한 기업들은 일찍이 스마트 기술 도입에 몰두하고 있으며, 소상공인 또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유통시장에 밀려 신음을 앓고 있다. 세계적인 변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 경제는 스마트해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업이 스마트 기술을 활용하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인천중기청은 인천시, 인천TP 등 여러 지원기관과 함께 제조혁신협의회를 결성하고, 스마트공장 구축 비용, 견학사업 등을 통해 작년 한 해 인천 내 210여 개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했다. 변화를 감지한 기업들 또한 스마트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지난 2019년 10월 인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천 기업 중 66%가 스마트공장을 구축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시작되면서 기업은 변화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변화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그 의지가 실현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은 정부의 몫이다. 이를 위해 올해 중소벤처기업부는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디지털 경제로의 대전환, 스마트 대한민국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 13조 4천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으로 중소기업, 소상공인, 벤처와 스타트업의 스마트화를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먼저 중소기업 현장의 스마트화를 위해 스마트공장 고도화를 추진한다.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3만개 보급을 목표로 구축 지원을 확대하고, 중소 제조업체들이 활용할 수 있는 권역별 스마트공장 테스트베드도 구축한다. 또한, 기존 제조업에 집중되었던 스마트화의 대상을 소상공인까지 확대한다. 스마트 오더, 스마트 미러 등의 신기술을 활용하여 소비자 맞춤형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상점 도입을 지원하여 소상공인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마지막으로, 벤처스타트업을 위한 스마트 서비스 사업도 추진한다. 서비스 및 경영 스마트화에 필요한 솔루션을 지원하여 사전에 문제를 인지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중소기업인들이 올해를 전망하는 사자성어로 암중모색(暗中摸索)을 꼽았다고 한다. 올해 또한 보호무역주의 확산, 각국의 무역 갈등 등의 불확실한 상황들은 기업이 나아가야할 앞길을 어둡게 만든다. 이와 같은 암흑을 떨치고 혁신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발맞춰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의 이동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 기업이 어둠 속에서 길을 찾아 헤맬 때 중소벤처기업부의 정책이 나아가야 할 길을 환히 밝혀주는 등불이 될 수 있는 한해가 되길 희망한다. 신성식 인천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경제프리즘] 다윗과 골리앗

기원전 1천 년경, 이스라엘 왕국과 서쪽 지중해 연안에 살던 해양 민족인 팔레스타인은 크고 작은 분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마침내 중간의 쉐펠라 지역에서 두 왕국은 일전을 겨루게 된다. 전투가 교착 상태에 다다를 즈음, 팔레스타인 왕은 키가 2m가 넘는 거인을 내보내 일대일 결투를 청했다. 이스라엘군은 아무도 나서지 못했는데, 어린 양치기 소년 한 명이 자원하고 나섰다. 거인은 소년이 다가오는 걸 보고 너의 살점을 새와 짐승들에게 던져주겠다고 외쳤고, 소년은 즉시 주머니에서 조약돌 하나를 꺼내 물매에 끼워 빙빙 돌리다가 정확하게 거인의 급소를 향해 돌을 날렸다. 거인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이 광경을 지켜본 팔레스타인인들은 그 길로 도망쳐 버렸다. 잘 알려진 대로 거인은 골리앗, 양치기 소년은 다윗이다. 흔히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우화는 약해 보이는 쪽이 강해 보이는 쪽을 이기는 경우를 말할 때 쓰인다. 기업경영에서는 비슷한 예로 히든챔피언이 있다. 히든챔피언이란 규모가 작아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해당 분야에서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기업들을 이른다. 이 히든챔피언은 전 세계 3천여 개정도 있는데, 이중 무려 1천307개, 약 48%가 독일기업으로, 얼마나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들은 막강한 연구개발 능력과 조직 내 다양한 부서끼리의 원활한 공조 체제 등을 바탕으로 세계 무대에서 차별화된 역량을 과시하며 국가경제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DFJ 페리 하 대표는 대한민국은 대기업 중심의 생태계가 발달, 그 테두리 안에서는 어떤 업체가 등장해도 대기업의 하청업체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 한국경제가 저성장기조, 양극화, 고실업률, 저출산 구조 등을 보이는 것은 그동안 우리경제의 압축 성장을 주도해 온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 기조가 효용이 다 됐음을 의미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반면 독일의 히든챔피언은 유럽 주요국들이 모두 두 자릿수의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는데도 5%대의 낮은 실업률을 자랑하는 고용안정과 전체 수출의 25%를 책임지는 등 안정된 경제체제를 지속할 수 있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우리의 산업구조, 경제구조 또한 중소기업, 특히 히든챔피언 중심으로 재편해나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우리 정부는 2017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소벤처기업부를 출범, 경제구조 전환을 꾀하고 있다. 특히 벤처창업기업의 성장 단계별 맞춤형 정책을 추진, 중소기업이 강소기업, WC300, 한국형 히든챔피언으로 올라가서 국가경제를 선도할 수 있도록 교육, 컨설팅, R&D, 정책자금 등 정책적 성장 사다리를 강화하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이 주는 교훈은 자명하다. 겉으로 보이는 약점에 연연하지 않고 내공을 키우는데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그것이다. S&P 500대 기업들의 평균 수명이 채 20년이 되지 않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영원할 것 만 같은 절대 강자 또한 몰락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 해야 한다. 참고로, 다윗은 비록 청소년이었을지라도 숱한 실전경험을 거친 베테랑이었다. 히든챔피언 그 자체였던 것이다. 누가 다윗을 약자라 하겠는가. 신성식 인천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경제프리즘] 정무부시장의 정무기능 강화돼야

임기 반환점을 앞둔 박남춘 시장의 차기 균형발전 정무부시장 내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시장의 정무기능을 축소하더라도 민선 7기 핵심현안인 도심 균형발전의 실질적 성과를 낼 해당 분야 전문가를 물색 한다는 보도를 보면 재임을 위한 공약 관리에 나선 듯하다. 그도 그럴 게 신구도심 주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전담 부시장과 2급 상당의 원(原)도심재생조정관을 뒀는데 딱히 내세울 성과가 없어서다. 되레 초대 부시장은 문화재시설을 세계맥주 판매장으로 활용하려다 몰 역사적이란 비판에 직면했고, 개항장 초고층 오피스텔 건축허가에 따른 난개발 논란도 박 시장이 응원했지만 졸속 처리했다. 내항 마스터플랜은 이해당사자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가, 박 시장이 해명에 나서는 등 곤욕을 치렀다. 이런 데는 시가 정무조직의 기능 중복 문제를 간과해서다. 애초 정무부시장의 소통협력 업무에 내실을 기할 요량으로 2급 상당의 전문임기제 공무원인 소통협력관을 임용했는데, 소통협력관이 부시장 관할 부서(시민정책공동체협치소통기획혁신 담당관)에 대한 전결권 등을 행사하자 양 직제 간 기능 중복, 업무 분산이 나타난 거다. 정부 지침에 전문임기제는 단체장 및 실국장 보좌기관 (기능)에 한정 한다고 규정돼 있어 하부 조직(부서)을 둘 수 없다. 임용 취지대로라면 소통협력관은 소통협력 전문가로서, 정무부시장이 신구도심 균형발전 및 지역현안에 대한 정책결정을 할 때 보좌 역할만 하면 된다. 하지만 시는 당초 소통협력관의 조직 편제 및 운영이 논란되자, 정무부시장 직속이던 소통협력관을 시장 직속으로 바꿨다. 양 직제가 경쟁하듯, 묘한 구도가 연출된 이유다. 갈등 현장엔 항상 그가 있다는 한 언론 기사를 보면 소통협력관이 제반 난제의 해결사로 등장한다. 배다리 연결도로 합의, 상수도혁신위원회 구성,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 공론화 등의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반면 균형발전부시장은 더불어 잘 사는 균형발전방안과 인천 내항 일원 마스터플랜 등을 야심차게 발표했지만 되레 재검토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에 직면했다.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국비 확보, 수도권매립지 2025년 사용 종료, 적수 사태 등 정무적인 현안도 변죽만 울렸다는 평가다. 부시장이 이런 평가를 받는 동안 그를 보좌한 소통협력관은 도대체 무얼 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개인 역량 차이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양 직제의 기능 중복이 초래한 문제라면 개선이 시급하다는 거다. 박 시장은 차기 균형발전정무부시장 인선을 통해 민선 7기의 기반을 다질 요량이다. 역대 시장이 풀지 못한 도시재생,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 제3연육교 건설 등을 해결한 시장으로 기억되길 원한다. 제2공항철도, GTX-B 등 제반 교통망 확충도 차별성 있는 성과로 남기려 한다. 모든 게 정부와 지역주민을 상대해야 하는 공공적 갈등 현안이기에 정무기능이 강화된 부시장 역할이 절실하다. 수렴청정은 기능 중복을 낳을 수 있어 내로라하는 실력자가 직접 부시장으로 나서는 것도 한 방편이다. 인사가 만사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경제프리즘] B급 문화의 반란

모두들 꼭대기를 좋아한다. 상위 1%의 타이틀이 붙는 걸 좋아하고 펜트하우스와 리미티드 한정판을 위해 아낌없이 주머니를 열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귀한 것을 찾는 사람의 심리란 남들과 다른 차별성에서 누리는 즐거움을 알기 때문이다. 독창성과 귀함의 존재가 돈의 끝자리에서 끝없는 가치의 매김을 정할 때 어느샌가 나와는 거리가 먼 다른 세계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들려 현실감각이 없어지는 지금이다. 전시다 공연이다 예술이다 두 눈에 두 귀에 입에 들어가는데 한껏 공을 들여 몸 호강을 실컷 누리면서도, 함께 공유한 사람들과의 어울림에 짧은 지식을 방출하면서 그 짜릿함에 몸에 힘을 잔뜩 주면서도, 한편으로는 에고 멋있게 살기 힘들다라는 생각에 헛웃음을 짓게 만드는 고단한 삶의 단편인 것이다.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는 상위로 올라가고자 하는 경쟁의 삶 속에서 나를 위안케 하는 것은 어쩌다 들리는 유치 찬란한 트로트 가사에 나도 모르게 흥얼거림에 빠지는 나를 발견할 때다. B급 문화를 대표하는 싸이의 흥건한 땀에 출렁거리는 살몸짓에 픽 웃으면서도 신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의 말도 안 되는 가사를 듣고 유치뽕짝이야 하면서도 끝까지 가사에 귀를 기울이는 -단편적인 문구의 직설적 표현에 담긴 두꺼비 CF 한 편을 보면서 추억에 금빠(금방 빠지는)하는 나는 어느샌가 이른바 B급 문화- 병맛의 신선함에 푹 빠져 있는 것이다. 어디 문화에서만 그렇겠는가. 요샌 못생기고 흠이 있는 이른바 B급 상품들이 인기다. 맛이나 기능엔 정상품과 별 차이가 없으면서 가격은 싸기 때문인데, 이젠 대기업도 주목하는 블루오션 시장이 됐다. 변심이나 작은 흠으로 반품된 가구의 리-퍼브 상품이나 흠이 생긴 낙과나 농산물에도 이런 틈새시장이 생겼다. 폐기처분하기엔 너무도 멀쩡한 제품들이다. 잼이나 즉석식품 등으로 가공을 하거나 오히려 생산에서 생겨나는 작은 오류가 수집가들이 열광하게 만드는 타깃이 되어 버린 것이다. 패션에서도 한국의 아저씨 패션에 열광하는 해외 셀럽들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우리가 질색하는 샌들에 양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배색의 조화, 기능에 충실한 수납조끼, 일명 싼티, 날티, 촌티에 열광하게 된 데에는 이른바 B급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개성과 몸짓 속에 배어 있는 세상에 대한 자신들만의 당당한 태도, 개성을 드러내는 스타일에 쿨하게 남을 의식하지 않는 비주류들의 유머러스함이 담아져 있기 때문이다. 상위 1%와 B급의 차이는 정말 한 끗 차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묘한 문화적 동질감이 있다. 사람의 감정도 회귀본능이 있는 것일까? 화려함과 고귀함으로 잔뜩 졸라맨 무장한 삶에 올이 하나 풀리면서 느껴지는 흐트러진 B급의 여유가 이 힘든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될 줄이야. 옷에 구멍이 나도 슬쩍 털어 입고 나설 수 있는 배짱이 생긴 건 B급의 유치함을 인생의 과정으로 받아들인 이후에 생긴 일이다. 나의 가리어진 순수한 본성을 이끌어내는 B급 문화의 반란이다. 김희경 인천디자인기업協 대외협력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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