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다윗과 골리앗

기원전 1천 년경, 이스라엘 왕국과 서쪽 지중해 연안에 살던 해양 민족인 팔레스타인은 크고 작은 분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마침내 중간의 쉐펠라 지역에서 두 왕국은 일전을 겨루게 된다. 전투가 교착 상태에 다다를 즈음, 팔레스타인 왕은 키가 2m가 넘는 거인을 내보내 일대일 결투를 청했다. 이스라엘군은 아무도 나서지 못했는데, 어린 양치기 소년 한 명이 자원하고 나섰다. 거인은 소년이 다가오는 걸 보고 “너의 살점을 새와 짐승들에게 던져주겠다”고 외쳤고, 소년은 즉시 주머니에서 조약돌 하나를 꺼내 물매에 끼워 빙빙 돌리다가 정확하게 거인의 급소를 향해 돌을 날렸다. 거인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이 광경을 지켜본 팔레스타인인들은 그 길로 도망쳐 버렸다.

잘 알려진 대로 거인은 골리앗, 양치기 소년은 다윗이다. 흔히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우화는 약해 보이는 쪽이 강해 보이는 쪽을 이기는 경우를 말할 때 쓰인다. 기업경영에서는 비슷한 예로 ‘히든챔피언’이 있다. 히든챔피언이란 규모가 작아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해당 분야에서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기업들을 이른다. 이 히든챔피언은 전 세계 3천여 개정도 있는데, 이중 무려 1천307개, 약 48%가 독일기업으로, 얼마나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들은 막강한 연구개발 능력과 조직 내 다양한 부서끼리의 원활한 공조 체제 등을 바탕으로 세계 무대에서 차별화된 역량을 과시하며 국가경제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DFJ 페리 하 대표는 ‘대한민국은 대기업 중심의 생태계가 발달, 그 테두리 안에서는 어떤 업체가 등장해도 대기업의 하청업체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 한국경제가 저성장기조, 양극화, 고실업률, 저출산 구조 등을 보이는 것은 그동안 우리경제의 압축 성장을 주도해 온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 기조가 효용이 다 됐음을 의미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반면 독일의 히든챔피언은 유럽 주요국들이 모두 두 자릿수의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는데도 5%대의 낮은 실업률을 자랑하는 고용안정과 전체 수출의 25%를 책임지는 등 안정된 경제체제를 지속할 수 있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우리의 산업구조, 경제구조 또한 중소기업, 특히 히든챔피언 중심으로 재편해나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우리 정부는 2017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소벤처기업부를 출범, 경제구조 전환을 꾀하고 있다. 특히 벤처·창업기업의 성장 단계별 맞춤형 정책을 추진, 중소기업이 강소기업, WC300, 한국형 히든챔피언으로 올라가서 국가경제를 선도할 수 있도록 교육, 컨설팅, R&D, 정책자금 등 정책적 성장 사다리를 강화하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이 주는 교훈은 자명하다. 겉으로 보이는 약점에 연연하지 않고 내공을 키우는데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그것이다. S&P 500대 기업들의 평균 수명이 채 20년이 되지 않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영원할 것 만 같은 절대 강자 또한 몰락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 해야 한다. 참고로, 다윗은 비록 청소년이었을지라도 숱한 실전경험을 거친 베테랑이었다. 히든챔피언 그 자체였던 것이다. 누가 다윗을 약자라 하겠는가.

신성식 인천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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