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평] 오래가는 놈이 강한거더라...

[세계는 지금] 물류 4.0으로의 발전과 과제

물류산업의 발전 과정은 물류 1.0에서 최근의 물류 4.0까지의 과정으로 나뉜다. 물류 4.0시대에서는 물류 창고에서의 무인 적재와 하역 및 창고 내 무인 운송, 외부에서는 드론과 무인 화물차에 의한 배송이 이뤄지고 있다. 나아가 물류산업 내에서는 통신 센서가 부착된 기계들의 활동 범위가 증가하면서 노동력 활용이 최소화되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일본과 동남아시아의 현대화된 물류 창고를 학생들과 방문해 물류 현장 체험을 했다. 방문 국가가 한국보다 저개발된 국가인 경우도 있었지만 그 물류창고는 물류 강국인 국가의 시설물이었고 물류 4.0이 새롭게 도입된 곳으로 방문자를 모두 놀라게 했다. 자동화된 무인 운송 시스템이 거의 완벽하게 갖춰졌기 때문이다. 근로자는 단지 물류 창고 내부의 높은 곳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물류 창고 시스템을 활용해 창고 내에서는 대부분 무인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국내외의 물류 산업 현장에서는 물류 1.0에서 물류 4.0의 모습을 모두 볼 수 있으며 물류 현장에 맞게 단계적으로 진화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류 1.0은 대량 화물 운송이 가능하게 됐던 증기 기관차와 철도를 활용한 시기를 말한다. 물류 2.0은 물류 1.0 시기의 노동 중심의 화물 하역에서 화물의 적재와 하역에 기계장치인 포터 리프트와 화물 운반을 용이하게 하는 팰릿을 이용하던 시기다. 화물의 하역 작업 효율화와 물류창고의 기계화로 하역 시간과 비용 감소가 이뤄지게 됐다. 물류 3.0은 컴퓨터를 활용한 화물 관리와 처리 업무를 진행하는 물류 창고 관리의 최적화가 시스템화 된 상태이다. 물류 4.0은 현재에도 진행 상태이다. 사물 인터넷(IoT·Internet of Thing)과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그리고 빅 데이터(BD·Big Data)를 활용해 인간의 기기 조작이나 판단을 최소화시키고 있다. 또한 물류산업의 수많은 다양한 현장 데이터를 축적해 표준화된 정보로 화물의 운송이 신속하고 간편하게 그리고 명확하게 이뤄지게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인간 중심의 물류 상황을 제어하는 방식이 아닌 IoT와 AI가 기존 인간의 역할을 대행하는 것이다. 사물인터넷의 개념은 일반적으로 사물에 통신 센서를 넣고 인터넷과 연결해 사물의 상태와 상황을 파악하고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며 통신 센서 기능이 있는 기기가 매개체가 돼 스스로 사물을 작동시키는 것을 말한다. 물류 4.0에서는 물류산업 노동자와 비즈니스 담당자들의 업무 강도 및 노동자 수가 감소하게 되지만 물류 4.0이 지향하는 것은 물류 노동자가 노동 업무 강도를 낮추는 데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점이다. 그렇지만 물류 산업 노동자가 스마트화된 물류 업무로 전환되거나 이업종노동자로의 전환되는 노동자 대상의 일자리 전환 교육 시간 제공 및 지원은 충분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조현수 평택대 국제무역행정학과 교수

[사설] 수소산업, 경기도 과감한 투자·지원 필요하다

세계 각국이 수소경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일본을 비롯해 세계 최대 수소 생산국인 중국 등은 수소산업에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한국도 수소 생태계 확대를 위해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신규 연구개발(R&D)에 442억원을 비롯해 1천718억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천60억원보다 62.1% 증가한 것이지만 수소산업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미흡한 수준이다. 수소산업은 중요한 미래 먹거리지만 우리 수소산업 구조는 취약하다. 기술경쟁력도 미흡하다. 경기지역의 수소기업들도 많은 어려움에 부딪혀 있다. 각종 규제와 인력난, 자금 부족 등에 시달리고 있다. 수소시장이 초기 단계라 부품 개발 과정이 길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여기에 시장 개척도 쉽지 않아 자금 확보가 여의치 않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경기·인천지역의 수소경제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전국의 28.8%에 해당하는 수소 연관 기업이 경기도에 소재한다. 4분의 1 넘는 기업이 있으나 규모는 영세하다. 종업원 수 1~9인 기업이 50.8%나 되고, 10~49인 이하 기업이 37.0%에 달한다. 기업 규모가 작다 보니 어려움이 더 많다. 수소경제위원회의 수소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 방안(2020년 7월)을 보면, 수소기업들은 자금 지원(42.8%), 기술 지원(15.9%), 전문 인력(15.2%), 인프라(11.7%), 판로 개척(5.4%), 규제 완화(2.9%) 등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이런 애로사항으로 도내 수소기업도 입지적 강점과 높은 성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소산업은 크게 생산, 저장, 운송, 충전, 활용 등 5개 단계로 나뉜다. 경기지역은 수소차, 연료전지 발전 등과 연관된 ‘활용’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상태다. 생산 단계에선 부생수소 생산이 상용화 단계에 근접했지만 추출수소 및 수전해수소 생산 등 핵심 원천기술과 상용화 실증 경험이 부족하다. 저장의 경우 ‘고압기체 저장운송’은 가능하나 장거리·대용량 운송에 필요한 액화·액상기술은 아직 개발 단계다. 수소산업 관련 법적·제도적 기반이 경쟁국에 못 미치고 각종 인프라도 부족하다. 정부는 과감한 지원으로 핵심기술 개발과 수소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세제 혜택이나 규제 개선도 필요하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경기도의 중장기 정책 수립 등 체계적 지원도 절실하다.

[사설] 가을, 수인선 시리즈를 보고 싶다/SSG와 KT에 거는 脫코로나

인천 야구팬들이 행복하다. 인천 SSG 랜더스의 질주가 무섭다. 가장 먼저 70승 고지에 올라섰다. 쌓아 올린 승률 내용이 압도적이다. 15일 현재 71승3무31패, 승률이 무려 0.696이다. 2위 LG와 9.5 경기, 3위 키움과는 11경기 차이다. 남은 정규리그 경기가 39게임이다. 전패를 한다고 가정해도 승률이 5할을 넘는다. 10구단 가운데 승률 5할을 넘는 팀은 4개다. 여기에 현재 추세가 대단하다. 최근 10경기에서 7승3패다. 인천 팬들의 마음은 이미 정규리그 우승에 가 있다. 수원을 연고로 하는 KT위즈의 뚝심도 대단하다. 현재 성적 55승2무45패로 4위를 기록 중이다. 3위와의 격차가 4경기로 사정권 안이다. 시즌 초반은 투·타 위기로 출발했다. 타선의 중심 강백호가 부상으로 장기 결장했다. 1선발이었던 쿠에바스는 부상으로 팀을 떠났다. 또 다른 에이스 데스파이네도 전반기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소형준, 고영표를 원투 펀치로, 엄상백까지 가세하며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이 가을야구를 확신케 하고 있다. 이쯤 되자 서서히 ‘수인선 가을 매치’가 얘기된다. 인천 SSG와 수원 KT간의 코리안 시리즈 기대다. 2000년 SK와이번스가, 2013년 KT위즈가 창단됐다. 그간 두 팀 간에는 지역보다는 기업 간 매치가 자리했다. 국내 통신업계 라이벌인 SK텔레콤과 KT 간의 경쟁이었다. 2021년 SK와이번스가 SSG 랜더스로 바뀌면서 그런 공통점은 사라졌다. 이제 인천과 수원, 수원과 인천의 지역 경쟁 구도로 자리가 잡혀 간다. 올해, 정상을 앞에 둔 두 지역의 첫 결투를 볼 가능성이 엿보인다. 인천과 수원의 역사는 그 뿌리가 깊다. 그 유서의 단면이 바로 도청 소재지 유치 경쟁이다. 1946년 서울이 경기도에서 분리됐다. 그 뒤에도 한 동안 경기도청은 서울에 있었다. 이 불합리를 해결하고자 도청의 경기도 이전이 추진됐다. 1953년 인천에서 ‘경기도청 유치위원회’가 발족됐고, 그 일주일 뒤 수원에 ‘경기도청 수원 존치위원회’가 구성됐다. 6·25 당시 임시 경기도청이 수원에 설치된 바 있다. 결국 수원은 도청 소재지를 얻었고, 인천은 직할시로 승격 독립하게 됐다. 두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 수단이 수인선이다. 일제 수탈의 상징이었던 협궤열차였다. 그게 2020년 9월 현대화된 전철로 거듭났다. 지금은 수원과 오이도를 오가는 최첨단 교통 수단이다. ‘가을 야구’의 지역 경제 효과를 과하게 부풀리지 않겠다. 모든 시민이 야구에 환호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며칠의 활력만이라도 절실한 게 지금이다. 코로나19에 짓눌린 시민들이 야구로 들썩이는 것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하다. 이 가슴 설레는 행복으로 달려갈 두 팀의 선전을 응원한다.

[지지대] 맨드라미 서정

8월 중순에도 소낙비가 내렸다. 어른들은 비가 내리면 과일들이 여물지 못한다고 걱정했다. 그래도 개구쟁이들은 빗줄기 속에서 마냥 즐거웠다. 철 없던 시절의 추억이다. ▶뭐가 그리 좋은지 비를 맞으며 뛰놀다 출출해지면 흠뻑 젖은 채 집으로 들어왔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꼬락서니 하고는”이라며 타박했다. 빨래 거리를 만들어 온다는 이유에서다. 장독대 옆에서 그렇게 어머니에게 꾸중을 듣노라면 함초롬히 웃어주는 식물이 있었다. 맨드라미였다. “괜찮아”라고 속삭여 주는 누님 같았다. ▶여름 끝 무렵이었지만 후텁지근했다. 맨드라미는 그럴 즈음 장독대 옆에서 활짝 미소를 지었다. 장독대 옆은 어머니의 화단이었다. 어머니는 매년 봄 장독대 옆에 맨드라미를 심었다. 소년의 눈에는 닭볏처럼 생긴 모습이 꽃으로 보이진 않았다. 어머니는 맨드라미를 액을 물리치고 행운을 가져다주는 식물로 믿었다. 지네가 맨드라미 때문에 장독대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못했다. ▶녀석, 아니 그녀의 키는 다 자라면 90㎝ 정도다. 어긋나게 달리는 잎은 난상 피침형으로 끝은 뾰족하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8월 원줄기 끝에 닭볏처럼 생긴 꽃이 흰색, 홍색, 황색 등의 색깔로 핀다. 대개는 붉은색으로 피지만 품종에 따라 여러 가지 색과 모양 등이 있다. 꽃받침은 다섯갈래로 갈라지고 갈래 조각은 피침형으로 끝이 뾰족하다. ▶화단에 직접 심기 전에 파종상자에 뿌려 잎이 2~3장 될 때 한번 작은 분에 옮겨 심었다 꽃이 핀 상태로 화단에 30㎝ 간격으로 심었다. 기온이 떨어지면 꽃색은 더욱 화려해진다. 20도 이하 14시간 이내 햇볕을 받아야 꽃눈의 분화가 촉진되고 아담한 형태의 꽃이 핀다. 14시간 이상이 되면 개화도 늦어지고 키도 커진다. ▶꽃 모양이 닭볏을 닮았다고 한자로는 계관화(鷄冠花)라고도 불렀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다. 그녀의 친정은 우리나라가 아니라 인도라는 사실이다. ‘뜨거운 사랑’이란 꽃말까지 있다. ▶우리 꽃으로 알고 누님처럼 대했던 맨드라미가 먼 나라에서 한반도로 시집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오래 되지 않았다. 하긴 원래부터 우리 것들인 식물들이 얼마나 될까. 아침저녁으로 풋내기 감성에 푹 빠지고 있다. 얼떨결에 가을이 여름을 밀어내고 있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인천시론] 골치 아픈 분들께

‘골치 아프네.’ 얼마 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친구가 푸념 아닌 푸념을 한 적이 있다. 실제로 아픈 것은 아니었으나, 일이 성가시거나 어렵다는 의미로 쓴 것이었다. 골치는 머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골치가 아프다는 것은 성가신 일이 실제로 두통을 일으킬 정도로 난해하거나, 두통처럼 죽을 만큼의 통증은 아니지만 신경쓰인다는 의미의 관용구일 것이다. 실제 두통도 이와 비슷하다. 두통은 우리가 살면서 한번쯤은 무조건 겪었을 만큼 흔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두통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은 10명 중 1명꼴이다. 또 10명 중 4명은 두통이 있을 때 자가진단을 하고 진통제를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두통과 관련된 연구와 통계는 재미있는 결과가 많다. 예를 들면 편두통으로 결근이나 결석을 하는 비율이 과거에 비해 2.5배 증가했다. 체질량지수(BMI)가 높을수록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 밖에 두통을 느끼는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9.2%가 ‘월요일’에 가장 많은 두통을 느낀다고 답하기도 했다. 두통은 크게 ‘일차성 두통’과 ‘이차성 두통’으로 구분한다. 일차성 두통은 우리가 생각하는 두통으로 두통 자체(원발성)가 질환인 경우이며 이차성 두통은 뇌경색, 뇌출혈 등의 질환이 원인이 돼 발병하는 경우를 말한다. 두통의 90%가 일차성 두통인만큼 이번 칼럼에서는 일차성 두통 위주로 설명하고자 한다. 일차성 두통은 ‘긴장성 두통’과 ‘편두통’이 많다. 긴장성 두통은 근육이 긴장해 나타나는 두통이다. 우리의 몸은 어깨, 등, 머리를 감싸고 있는 근육이 연결돼 있다. 잘못된 자세, 과도한 신체 활동 등으로 근육이 긴장하면 머리를 감싸고 있는 근육이 같이 긴장해 조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 이에 반해 ‘편두통’은 한쪽 머리가 아픈 증상을 말한다. 4시간에서 72시간 지속되는 경우가 5회 이상이거나 욱신거리는 느낌이 있을 때, 한쪽이 아플 때,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아플 때 중 2가지 이상에 해당될 때 편두통으로 진단한다. 또 구토가 유발되거나 밝거나 시끄러운 장소에서 발현되는 특징이 있다. 두통 치료는 사실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통해 두통을 관리한다고 생각하면 좋다. 긴장성과 편두통 모두 생활습관 개선으로 충분히 호전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효과가 없다면 약물치료를 하게 된다. 두통을 즉시 낫게 하는 약은 없다.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두통 예방을 위해서는 △6시간 간격으로 세 끼 챙겨 먹기 △7시간의 충분한 수면 △8초간 목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 6·7·8 규칙을 기억하면 좋다. 골치 아픈 많은 사람들이 두통으로부터 해방되길 바란다. 안상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기고] 기후변화가 삶의 풍경을?

여름을 맞은 시골 하천은 대중목욕탕이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밤이나 낮이나 물이 고여 있는 하천은 벌거벗은 사람들로 웅성거렸다. 논두렁 밭두렁을 따라 소를 몰고 풀을 뜯기는 사람들도 흔히 보였다. 당산나무 밑 우산각은 논밭에서 일하다 지친 농부들이 더위를 피해 쉬면서 오수를 즐기는 풍경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머리에 수건을 동여매고 목화밭 고랑을 따라 목화를 따는 아낙네들의 모습도 보였다. 여름은 농작물이 열매를 맺기 위해, 동물들은 추운 겨울 월동을 위해, 사람들은 겨울 준비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계절이었다. 이래저래 낭만이 적잖았다. 그런 계절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오염으로 얼룩진 하천은 악취와 일렁이는 오물 덩어리로 목욕은커녕 손발을 씻기에도 겁이 난다. 혹여 피부병이라도 옮길까 봐 하천 물가를 피해야 한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폭풍우 장마로 농토가 유실되고 가옥이나 도로가 침수돼 허둥댔다. 태풍이 몰아쳐 나무를 넘어뜨리고 낙과는 물론 비닐하우스를 날려 보냈다. 이같이 여름은 무더위, 폭염뿐만 아니라 폭우와 태풍, 가뭄까지도 번갈아 오고 가며 만물을 괴롭히는 계절로 변했다. 지구온난화는 더 많은 나날을 더 무덥고 더 강한 폭풍우, 더 많은 태풍을 몰고 오고 때로는 더 극심한 가뭄을 가져다주는 계절로 변하게 하고 있다. 여름이 사계 중 인간이 생활하기에 가장 만만치 않은 긴장 속에 살아야 하는 그런 계절로 치닫고 있다. 그렇게 변화하는 삶의 풍경이며 이상 기후를 막아야 한다. 한정규 문학평론가

[21세기 문법] 예고된 실패, 문제는 상황 악화 가능성

여기저기서 윤석열 정부의 100일에 대해 평가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예고된 실패’였다. 혹자는 100일을 보고 어떻게 단정할 수 있는가를 물을 것이다. 국정 운영의 성공 여부는 철학과 방향 설정,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전략과 책략을 보면 판단할 수 있다. 국가 과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부터 그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자원 확보까지의 전 과정을 꿰뚫고, 이를 기초로 국정 방향을 설정하고 나아가 국가역량을 업그레이드할 기회로 삼는 비전과 전략, 책략 등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 100일의 난맥상은 기본적으로 국가 과제에 대한 부정확한 이해와 그에 따른 잘못된 방향 설정에서 비롯한다. 문제는 잘못된 방향 설정을 수정하지 않으면 실패의 악순환, 이른바 ‘잘못 낀 첫 단추’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방향 설정의 핵심은 자신이 국가를 운영해야 하는 시대에 대한 이해이다. 윤석열 정부의 시대는 과거 정부와 공통점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물론이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대와의 차이가 존재한다. 먼저,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과거의 지식체계나 지혜, 경험 등으로 예측이나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처음’형 위기의 시대라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때의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문재인 정부 때의 코로나 팬데믹 위기 등이 그것들이다. ‘새로운 처음’형 위기는 전지구적 규모를 띈다는 점에서 어느 국가도 위기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그러나 위기관리 역량에 따라 충격의 결과는 차이가 존재하고, (21세기형 팬데믹에 대한 새로운 방역 문법을 제시한 K-방역이 보여주었듯이) 위기에 대한 새로운 길을 제시할 때 21세기 선도국으로 부상할 기회를 갖는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한국 사회의 ‘암’이 된 자산 불평등의 구조화 문제이다. 한국 사회는 사실상 부와 신분이 세습되고, 부가 부를 낳는 ‘고인물 사회’가 되어버렸다. 팬데믹 이후 2년간 국민순소득은 103조 원이 증가한 반면, 국내순자산은 소득증가분의 31배인 3천239조 원이 증가하였다. 이런 사회에서 누가 땀 흘려 노동하고 싶은가? 불완전한 일자리로 생계안정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청년들의 빚투를 어떻게 비난하거나 막을 수 있는가? 순자산 증가분의 87%인 2천825조 원이 부동산자산에서의 증가였고, 부동산자산 증가분의 68%인 1천918조 원이 토지자산에서의 증가였다. 그리고 (2020년 기준) 개인 소유 토지 중 약 58%를 상위 10%가 소유하고, 법인 소유 토지 중 약 91%를 상위 10% 법인이 소유하였다. 조선 시대 말보다 토지 집중이 훨씬 심한 상태다. 저량(貯量) 개념인 자산은 세습의 속성을 갖는다. 소득보다 자산 증가 속도가 30배 이상이라는 사실은 부가 부를 낳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2020년 기준) 부동산자산 상위 2%의 평균 대출금은 약 3억7천만 원이었던 반면, 하위 30%의 평균 대출금은 2천300만 원에 불과했다. 자산이 많을수록 돈을 값싸게 이용할 기회가 많다 보니 부를 축적하기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지난 2년간 통화량 증가분이 700조가 넘었지만, 이중 실물경제로 유입된 돈은 약 21%인 147조 원에 불과하였고, 나머지는 자산시장으로 흘러갔다. 통화시스템이 부와 신분의 세습을 뒷받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본주의는 (1원1표 원칙의) 시장<경제권력>과 (1인1표 원칙의) 민주주의<정치권력>의 상호 견제와 균형을 전제로만 지속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부의 세습에 따른 성장과 혁신의 둔화, 출산 파업, 불안의 일상화 등은 민주주의 실종의 결과물이다. 민간부문에서 돈의 배분은 실물 영역과 금융 영역으로 구분되고, 실물 영역에서 돈의 배분은 가치 창출에 있어서 자본과 노동의 역할 차이 및 자본과 노동의 협상력 차이 등에 의해 결정되고, 금융 영역에서 돈의 배분은 돈의 지배력 및 금융에 대한 공동체의 통제력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영역이고, 그 결과가 정권 재창출의 실패였다. 역대 정권과 윤석열 정권의 차이라면 기존의 ‘새로운 처음’형 위기들에 본격적인 패권 충돌의 리스크가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취임사부터 바이든의 가치 동맹에 적극 동참을 선언한) 윤석열 정권은 한미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전환함으로써 ‘패권 충돌 리스크’를 자초하였다. 안보와 경제를 분리한 문재인 정권에서의 ‘포괄적 파트너십’과 달리 한국 경제를 미국 안보의 하위개념으로 스스로 편입시킨 것이다. 위기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게다가 세제 개편으로 재벌 대기업과 부자를 지원하고,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 적자를 (특혜를 낳는) 국유자산 매각으로 메꾸고, (무역적자로 전환에 따라 환율 안정성이 취약해지는 상황에서) 외환법 개정으로 부유층 재산의 해외 유출을 지원하는 등 부의 세습화 해체라는 시대 과제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방향 전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작용이 나타날 때마다 임시방편식으로 대응을 하며 상황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천자춘추] 디지털트윈, 지속가능 ESG 기술

미국 글로벌 자산투자기관들이 ESG가 미흡한 기관에는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실제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화석연료 매출이 25%가 넘는 기업의 채권과 주식을 처분했다. 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기관도 기업의 ESG 역량을 중요한 평가지표로 활용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ESG는 기업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ESG 전문가 양성 교육과정이 늘어나고, ESG 전략 컨설팅을 하거나 ESG 보고서 발간을 위해 전문가 도움을 받는 기업과 기관도 늘고 있다. 이처럼 ESG는 기업경영의 화두이자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그렇다면 ESG경영을 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뭘까. 이제는 ESG에 대해 풍월을 읊을 정도로 친숙해졌지만, 정작 ESG경영이 왜 필요한지 명확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답은 2004년 이니셔티브 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었다. 유엔이 투자자와 함께 ESG를 강조한 명확한 이유가 적시되어 있다. 세계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사회에서 환경적, 사회적, 거버넌스 이슈를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기업이 성공적으로 경쟁하는 데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즉 주주가치, 바로 ‘투자자의 가치’를 높일 수 있고 유엔이 1972년 주제로 삼았던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올바른 ESG경영을 위해서는 올바른 ESG 지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ESG 지표가 경영, 투자, 정보공개 등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외에 수백 개의 ESG 지표가 난립하고 있어 기관별로 적지 않은 혼란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K-ESG 가이드 라인’을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환경 경영, 사회가치 창출, 지배구조 건전성 확보 등을 평가해 지속가능한 경영 문화 확산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기관별로 ESG경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이를 구현하는 전사적 시스템 정비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지적사업과 공간정보사업을 수행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지난해 ESG경영을 선포한 LX공사는 디지털트윈 기반의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도시·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디지털트윈은 현실과 똑같은 디지털 쌍둥이를 가상세계에 연동되게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책결정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기술이다. 앞서 LX공사는 18년부터 전주시와 함께 ‘디지털트윈 표준모델’을 구축, 환경·사회문제 해결에 나섰다. 먼저 폭염과 미세먼지가 심한 전주시에 도심숲 조성을 위해 디지털트윈 기반의 행정 서비스 모델을 제안했다. 또한 하천에 센서를 설치해 수질 관리와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서비스도 구축했다. 특히 LX디지털트윈 표준모델이 미래지향적 ESG 모델인 것은 ‘협력형 모델’을 토대로 구축됐기 때문이다. 생활실험실인 ‘리빙랩’을 마련해 산·학·연·관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정책 아이디어에 반영함으로써 도시문제 해결을 제안했다. 이처럼 환경적 가치를 중시하는 국민들의 참여를 유도해 ESG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고 공사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LX공사는 ㈜한글과컴퓨터와 함께 전주시 디지털트윈 표준모델을 구축하고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는 데 노력했다. 이처럼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해 제품과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개방형 혁신을 이끌었다. 이제 LX공사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지정된‘디지털 트윈국토 시범사업 관리기관’으로서 전국에 디지털트윈을 확대하는 중추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LX경기북부지역본부에서도 양평군과 함께 스마트시티IN 양평 플랫폼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트윈 모델을 구축해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플랫폼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디지털트윈국토’는 재난안전, 교통, 사회복지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으로서 부각될 것이다. BTS는 유엔총회 연설에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좌절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로스트 제너레이션’이 아닌 ‘웰컴 제너레이션’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팬데믹 이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아직 ESG경영이 걸음마 단계에 있지만 LX 디지털트윈이라는 디지털 기술이 ESG경영의 선한 영향력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기업, 지속가능한 사회, 지속가능한 인류, 지속가능한 지구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공공기관으로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선한 영향력 확산에 앞장서겠다. 권경현 한국국토정보공사 경기북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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