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기관까지 ‘장애인 채용 대신 벌금’, 더 강력한 조치해야

장애인을 위한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다. 일자리가 있어야 경제적 자립이 가능하다. 정부가 장애인 일자리 확대를 위해 ‘장애인 의무고용’, ‘장애인 표준사업장 활성화’ 등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관과 기업이 장애인 고용에 소극적이다. 고용 대신 벌금으로 ‘땜빵’하는 실정이다. 장애인고용촉진법에 따라 상시 50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은 장애인 고용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국가 및 지자체, 공공기관의 의무고용률은 3.6%, 민간기업은 3.1%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징벌적 준조세인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정부는 매년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상향하고 있지만 상당수 공공기관과 기업들은 여전히 고용부담금으로 때우고 있다. 제도 정착을 선도해야 할 공공기관조차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은 문제가 많다. 최근 5년간 한국은행 등 5개 공공기관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달성하지 않아 납부한 고용부담금은 17억원에 육박한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폐공사, 한국투자공사, 한국재정정보원 등 5곳이 5년간 납부한 고용부담금은 16억9천917만원이었다. 지난해 장애인 의무고용률의 80%에 미치지 못해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기관으로 공표된 공공기관은 모두 17곳이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1명을 채용하면 2명을 채용한 것으로 계산된다. 그럼에도 의무고용률을 달성 못해 부담금을 납부하는 공공기관은 줄지 않고 있다. 장애인 일자리 대신 고용부담금을 납부하는 게 고착화하고 있다. ‘고용부담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인식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의무고용제가 시행 중임에도 장애인 일자리 확대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정치권에서 장애인고용촉진법 개정안들이 발의돼 논의되고 있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국가·지자체·공공기관 의무고용 부담금 납부 대상을 근로자 수와 관계없이 일정한 비율로 의무고용을 하도록 하고, 미충족 시 고용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민간기업의 의무고용률을 국가·지자체·공공기관과 같이 법률로 규정하고, 분산돼 있는 고용의무 관련 조문을 하나로 통합한 개정안을 내놨다. 현재 33건의 관련 법안이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공공기관의 장애인 고용 촉진을 위한 제도 변화가 절실하다. 지금처럼 법 규정을 위반하고 부담금으로 대체하는 행태가 되풀이되면 안 된다. 제도 취지는 장애인 고용을 늘리는 데 있다. 개선 노력을 안하는 공공기관은 예산 삭감 등 불이익과 함께 더욱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

[사설] 급식 잔반, 자율배식에서 차선책 찾자

경기일보가 학교 급식 현장의 잔반 실태를 살폈다. 수원의 한 중학교에서 매일 100ℓ씩 나왔다. 급식 인원은 500명 남짓이다. 안양의 한 고등학교도 120ℓ씩 나왔다. 학교에 따른 편차가 크지 않다. 대부분의 학교가 비슷했다. 전체적인 급식 잔반의 실태를 짐작케 할 수치가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잔반 처리에 쓰는 돈이다. 2019년 91억원, 2020년 42억원, 2021년 85억원이다. 코로나19가 수업을 막은 3년인데 이랬다. 음식물 쓰레기는 환경과 상극이다. 폐수와 악취를 유발한다.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가 설명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투기하거나 매립할 경우 악취가 발생하고 대기와 토양이 오염될 뿐더러 운반과 처리 과정에서도 자원이 많이 필요하다.” 끝도 없이 반복되는 오염원인 셈이다. 여기에 처리 비용이 연간 100억원이다. 이런 사회 비용이 다른 곳도 아닌 학교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시급히 대책을 내야 한다. 문제는 묘안이 없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잔반 배출의 출발은 학생이다. 학생 스스로가 고쳐야 한다. 앞서 살핀 수원 중학교 급식실에 붙은 표어가 있다. ‘밥을 남기지 맙시다’, ‘음식은 먹을 수 있는 만큼만’. 효과 없다고 한다. 다른 학교들도 다 해보지만 마찬가지다. 반복하는 지도·교육도 무용지물이다. 그렇다고 강제로 급식 양을 조절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해볼 방법이 없을까. 여기서 기억을 되살려 볼 만한 현장 실험이 있었다. 2017년 4월 경기도교육청이 밝힌 자료다. 자율배식을 실시한 학교의 잔반 현황이다. 2016년 한 해 동안 45개교에서 실시했다. 29개교에서 줄었다. 학생 1인당 배출량이 2015년 155g, 2016년 113g이었다. 한 초등학교에서는 134g에서 23g으로 82%나 줄었다. 변화가 미미했던 16개 학교도 있긴 했다. 하지만 적어도, 자율배식이 잔반 감소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은 증명되고 있다. 때마침 다음 달부터 시범학교가 운영된다. 자율배식과 샐러드바 급식이다. 75개 학교가 모델이 된다. ‘자기 주도 식생활 역량 강화’가 목적이다. 그동안 자율배식 전면 시행에 멈칫거렸던 이유가 있다. 급식 노동자의 업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새로운 시설 투입 비용 등도 고민이었다. 경기교육청이 모델 학교에 1억원씩 지원하는 것도 그래서다. 바라건대, 이 사업에서 ‘잔반 줄이기’도 강력히 교육되길 바란다. 주된 목적이 되면 더 좋다. 효과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2017년 실험에서 ‘82%’나 줄인 학교도 있었잖나. 뾰족한 잔반 감소 대책이 없다면 자율배식으로라도 해보자. 아이들을 교육시킬 가치는 차고 넘친다. 환경 살리는 길이고, 지구 지키는 일이다.

[21세기 문법] 경험하지 못한 불확실성 시대의 도래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최대의 불확실성이 몰려오고 있다. 미국 재무장관 재닛 옐런은 미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지난 한 주 동안 네 차례나 마이크를 잡고 미국 은행시스템이 안전하다고 말했지만 매번 메시지에는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한마디로 입장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거칠게 표현하면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3월9일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대규모 손실이 공개되고 다음 날인 10일에는 잉글랜드은행이 SVB 영국 지점이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고 발표하자 일요일인 12일에 재무부와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는 SVB 예금에 대한 무제한 보장과 은행들에 대한 자금지원 대책(BTFP)을 발표했다. 지난해 6월부터 (코로나 팬더믹 기간 풀었던 달러를 회수하기 위해 시행한) 양적 긴축(QT)으로 연준은 10개월간 약 6천억달러를 회수했다. 그런데 3월13일부터 22일까지 약 열흘 만에 4천400억달러를 다시 풀었다. 은행 위기의 확산 조짐이 보이자 3월14일 옐런과 파월은 월가를 상징하는 인물인 다이먼과 상의한 결과 11개 대형 은행이 퍼스트리퍼블릭은행(First Republic Bank)에 300억달러의 예금 지원을 하는 대신 연준은 은행들에 2조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그리고 19일 일요일에는 세계 5대 중앙은행 총재들은 스와프 창구 가동을 선언하고 당일 스위스 금융감독청(FINMA)은 UBS에 의한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 인수 승인을 발표했다. 발 빠른 대책들에도 불구하고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신용등급은 두 차례에 걸쳐 8단계나 강등돼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됐다. 그리고 주요 은행들의 주가는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다. 3월3일 이후 24일까지 JP모건 13%, 뱅크오브아메리카 21%, 웰스파고 23%, 모건스탠리 15%, 골드만삭스 12%, 씨티 18%, 찰스슈워브는 무려 31%나 빠졌다. 은행 및 금융회사 주가 하락은 해외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영국의 HSBC와 바클레이즈도 각각 14%와 22%, 캐나다 TD 13%, 프랑스 BNP파리바 21%, 스위스UBS 16%, 크레디트스위스 다음으로 거론되는 독일의 도이체방크는 27% 빠졌다. 참고로 같은 기간 미국의 기술주, 예를 들어 애플은 6%, 마이크로소프트 10%, 구글 13%, 엔비디아는 12% 상승했다. 현재의 은행시스템 위기는 기본적으로 정치 실패의 결과물이다. 은행은 고객의 예금이나 시장으로부터의 차입금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최소한 현금을 보유하고 나머지는 대출 및 (국채나 정부보증기관이 발행한 MBS 등) 신용도가 높은 유가증권에 운용한다. 사실상 정부에 자금을 빌려주는 이러한 방식은 현대 은행시스템이 만들어진 이래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런데 이 방식에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다. 지금까지 가치의 안정성이 사실상 보장됐던, 이른바 무위험 자산으로 간주했던 정부 발행 증권들에서 가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점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은행에 존재한다. 대형 은행조차 주가 하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배경이다. 그런데(같은 형식과 내용으로 반복하지 않음에도) 이번 위기에 대한 연준의 대응은 진부한 옛날 방식이다. 예를 들어 (고객의 마음이 떠나)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대해 은행의 대차대조표가 회복될 때까지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연준(미국)이 가진 달러 발권력을 동원하면 해결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금융위기 때는 달러 투입으로 문제 있는 자산을 도려냄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달러의 발권력으로 은행시스템에 대해 무너진 신뢰 위기를 되돌릴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월가는 워싱턴이 모든 예금을 보장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모든 예금 보장은 미국 정부가 월가 탐욕질의 인질로 전락할 수 있고 그 결과 미국민의 달러에 대한 불신으로 비화할 잠재적 위험성이 존재한다. 언론이 옐런에게 예금 보장에 대해 명확한 메시지를 촉구하는 배경이다. 시장에서는 결국 전체 예금 보장은 불가피할 것이고, 그에 따른 달러 신뢰의 추락을 예상하며 금(과 심지어 암호화폐)에 대한 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새로운 대안이 등장하지 않은 가운데 기존 화폐와 은행시스템의 신뢰 위기는 무질서와 불확실성의 극대화를 의미한다. 현재 인류 세계는 안토니오 그람시가 정의한 ‘옛것은 사멸해 가고 있는데 새것은 만들어지지 않아 질서가 부재한 상황에서 온갖 병적인 증상들이 난무할 수밖에 없는’ 그런 위기 상황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현대 은행시스템과 달러의 신뢰 위기는 역설적으로 미국 엘리트들이 자초한 결과물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서 비롯한 무위험 자산의 가치 손실은 미국의 군사 패권주의가 초래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나비효과이기 때문이다. 정치・군사적 셈법에 능한 엘리트들이 달러의 힘만 믿고 의도하지 않은 자해행위를 벌인 것이다.

[세계는 지금] 사우디-이란 베이징 합의와 중동의 역학구도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발표된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 합의는 혼란했던 중동 정세의 안정이라는 희망적 서사를 가져옴과 함께 중동지역에서 중국의 부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와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오랫동안 중동의 앙숙으로 갈등과 견제의 대상이 돼왔다.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 이념을 주변국으로 확산시키려는 이란의 움직임을 사우디 등 수니파 왕정 국가들이 심각한 체제 위협으로 간주했고, 2016년 사우디가 반정부 시아파 성직자 셰이크 니므르 바크르 알-니므르를 비롯한 4명의 시아파 주요 인사를 테러혐의로 처형한 뒤, 분노한 이란 시위대가 주이란 사우디 대사관을 습격한 직후 사우디는 이란과의 단교를 선언했다. 이후 최근까지 양국은 서로를 중동 지역 내에서 가장 위협적인 세력으로 규정하는 등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그렇다면 급작스러운 사우디-이란의 관계 정상화 합의의 배경은 무엇일까.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국가개혁프로젝트인 ‘사우디 비전2030’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국내외 위협요소의 제거가 전제돼야 한다. 빈 살만의 확고한 영향력 안에서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되는 사우디 국내 상황과는 달리 가장 큰 외부적 위협의 핵심인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는 ‘사우디비전2030’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인 것이다. 한편 2018년 미국의 이란 제재 복원 이후 더욱 악화된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는 이란의 입장에서는 이슬람 혁명 확산을 통한 중동지역 패권 확보 전략을 잠시 유보하고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실질적 경제이익을 택한 것이다.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는 중동 지역과 미-중 관계의 역학구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베이징 합의 이후 사우디는 10년 넘게 단절했던 시아파인 알라위파가 통치하고 있는 시리아와의 관계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의 실세인 빈 살만 왕세자가 아랍 국가들 간에 안정적인 관계를 원하고 있는 점이 시리아와의 관계 회복을 앞당긴 요인이다. 베이징 합의로 가장 큰 수혜를 본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이번 베이징 합의로 중동 인프라 투자와 개발 진출의 확대와 함께 중동 석유와 가스의 안정적 구매를 확보했을 뿐 아니라 중동 관여를 줄이고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자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집중하고 있는 미국에 큰 충격과 부담을 안겨줌으로써 중동지역 내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시켰다.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 합의가 갖는 함의를 통해 복잡하게 얽힌 중동지역 내 역학구도의 변화를 냉철하게 분석해야 할 시점이다.

[인천시론] 정당 현수막, 프리패스?

길거리를 걷다 보면 자주 보이는 게 있다. 바로 각 정당이 내건 현수막들이다. 현수막의 내용은 단순명료하다. 상대 정당이나 인물을 비하하거나, 특정 정책을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하루하루 생계에 쫓겨사는 국민들의 시선을 어떻게든 끌어보고자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은 기본이다. 여기에 해당 지역의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얼굴과 이름까지 붙여 홍보에 열을 올리는 건 덤이다. 그런데 하나 이상한 게 있다. 보통의 현수막은 지정게시대에 부착되는데, 정당 현수막은 사람이나 차량이 자주 오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매달려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지난 2022년 옥외광고물법 개정 이전만 해도 정당 현수막은 지자체장의 허가하에 정해진 기간 동안 오직 지정게시대에만 내걸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게시 기간이 지나거나, 지정게시대가 아닌 곳에 내건 정당현수막은 지자체에서 일괄수거해 폐기처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국회는 정당활동의 자유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반발했고, 급기야 지자체장 허가 없이 어디든 정당 현수막을 내걸수 있도록 법 자체를 바꿔 버렸다. 국회의 역린을 건드린 대가는 이토록 가혹하다. 뒤늦게 행안부에서 시행령을 통해 게시 기간을 15일로 제한하긴 했지만 정치권은 15일마다 새로운 현수막으로 교체하는 식으로 사실상 무제한 권리를 행사 중이다. 문득 정치권의 현수막만큼이나 길거리에 차고 넘치는 게 떠오른다. 유흥가 길바닥에 흩뿌려진 각종 불법업소 홍보전단이 그것이다. 굳이 둘의 차이를 찾자면 전자는 합법이고 후자는 불법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을 상대로 일방적 주장이나 정제되지 않은 정보를 강요하고, 거리의 미관을 해치며, 때론 행인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더 많아 보인다. 소상공인들은 식당 오픈을 홍보하기 위한 현수막 하나 내거는 것도 쉽지 않다. 각종 규제에 치이면서도 그래도 함께 사는 세상이기에 이를 감내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소위 나랏일 한다는 정치인들이 어디든 가리지 않고 ‘현수막 프리패스’의 절대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소상공인의 생계와 정치인들의 표현의 자유, 굳이 이 둘을 비교형량한다면 무엇이 더 중요할까? 민초들의 생계를 돌보는 건 정치인들의 가장 큰 덕목임에도 왠지 그들의 정치에는 국민은 없고 오로지 정쟁(政爭)만 있는 듯하다. 환영받지 못하는 그들의 현수막, 과연 그 운명은 어찌 될지,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지지대] ‘유전자 변형’ 주키니호박 소동

보통 이맘때부터 씨를 뿌린다. 그리고 여름부터 수확한다. 미국 남부와 멕시코 북부가 친정이다. 줄기는 대부분 노란색이지만 가끔 분홍색도 있다. 수수께끼 같지만 조금만 더 설명해보자. 줄기의 위와 아래 끝이 제법 싱싱하다. 겉모양은 오이와 비슷하다. 껍질째 가열해 요리하는데 쓴맛이 은근하다. 씹는 질감은 가지 맛이다. 당질과 비타민A 등이 많다. 우리말로는 돼지호박, 외국어로는 주키니(Zucchini)호박이라고 불리는 작물의 이력서다. 애호박보다 크고 통통하다. 개화한 뒤 5~7일 지난 미숙한 열매를 먹는다. 무게가 150~200g 됐을 때 수확한다. 오이보다 조금 큰 정도다. 현재 전국 농가 3천500여곳에서 재배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국내에서 승인을 받지 않은 유전자 변형 주키니호박이 유통된 것으로 밝혀져 작은 소동이 일었다. 국립종자원은 국내에서 생산된 해당 호박 종자 일부가 승인되지 않은 유전자변형생물체(LMO)로 판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종자 판매를 금지하고 수거·폐기 조치하기로 결정했다. 소비자와 유통업체가 보유 중인 물량에 대해서도 판매를 중단하고 다음 달 2일까지 전량 수거·매입하기로 했다. 국립종자원은 앞서 올해부터 국내에서 신품종 등록을 위해 출원하는 해당 호박 종자에 대해 LMO 검사를 실시해 왔다. 검사를 통해 국내 한 기업이 새로 개발해 출원한 종자가 LMO로 판명됐다. 해당 종자는 다른 기업이 판매한 종자를 사용해 육종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행스럽게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은 해당 LMO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일반 호박과 같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작은 소동이었지만 시사하는 바는 작지 않다. 유전자 변형에 따른 재앙이 한 두번이 아니어서다. 자연 그대로를 임의로 바꾸려는 발상은 인류의 존립을 위협한다. 지구의 서사가 주는 준엄한 경고다.

[기고] 바른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歷史)란 인류 사회의 변천 과정과 흥망성쇠(興亡盛衰)를 말한다. 역사의 유래는 미래를 위한 선택으로 국가 사회 문화 등의 움직임을 연구하며 새롭게 배워 나가야 한다. 이렇듯 역사란 지식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는 물음이다. 에드워드 카는 역사는 과거의 사실에 대한 해석적 기록이라고 했다. 또 그는 동일한 사건에 대한 해석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담담하게 바라봐야 한다. 우리는 지난 역사를 너무나 자의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휘젓고 있다. 그런다고 그 역사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순간의 해석을 달리할 뿐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프랑스를 구한 샤를 드골 장군은 조국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했다. 천둥 치는 벌판에서도 의연하라는 선조들의 가르침대로 산다고 살아왔지만 늘 아쉬운 그늘 속에 놓여 있다. 세대가 변했다고 오늘의 잣대로 지나간 역사를 왜곡되게 평가하거나 재단해서는 안 된다. 왕이 신하들에게 지시했다. 세상 사람들이 잘못 이해된 역사에 대해 서로 맞다거나 틀리다고 우기고 있으니 그 진리가 무엇인지 정리해 오라고 어명을 내렸다. 신하들은 몇 달을 고생해 몇 권의 책으로 정리해 왔다. 왕은 그것을 언제 읽겠냐며 줄여 오라고 했다. 줄이고 줄여 문장으로 정리한 것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미는 것은 정의(定義)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올바른 역사를 말하는 것이다. 삭풍과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겨울 들판에 나무가 될지언정 정의와 영혼까지 빼앗길 수 없다. 유구한 민족의 역사는 끊어질 듯하면서도 면면히 이어져 왔다. 지금도 역사 속에 애국 충정의 정신은 연연히 흐르고 있다. 정신은 과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현실이고 미래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기만평] 때리면서도 찝찝...

[사설] 송도유원지 개발 방향 전환...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2008년 12월 인천 연수구 송도유원지 일각에서 거창한 기공식이 열렸다. 당시로서는 국내 첫 테마파크인 ‘송도 파라마운트 무비파크’ 사업이 요란한 폭죽소리와 함께 첫발을 뗀 것이다. 그러나 그뿐, 이후 송도테마파크 사업은 엎치락뒤치락만 거듭하며 여전히 황무지로 남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도 있었지만, 근본 원인은 사업성이 따라주지 않아서였다. 이후 15년이 흐르면서 송도테마파크는 인천의 ‘뜨거운 감자’이면서 해묵은 숙제로 남았다. 최근 인천시가 다시 이 숙제 해결에 나섰다고 한다. 테마파크 플러스 아파트라는 기존 개발 콘셉트를 우회하는 방식이다. 명분은 인천의 투자유치 용지 부족난이다. 송도유원지 일대 상당 면적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 첨단산업을 일으킨다는 구상이다. 인천경제청이 송도유원지 일대 2.67㎢를 경제자유구역(IFEZ)으로 추가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부족한 투자유치 용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가칭 송도국제도시 능허대 첨단바이오클러스터다. 테마파크 사업이 예정된 부지에 대우차판매 부지의 도시개발사업(공동주택 건설)을 옮겨온다. 도심형 테마공원과 온실수목원 등 대규모 공원 조성과 함께 추진한다. 그 대신 도시개발사업 부지 132만㎡는 첨단산업용지 2개 단지와 산업지원용지 1개 등으로 용도를 바꾼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은 테마파크 사업이 사실상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첨단산업용지에는 바이오 산업과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산업 기업들을 유치한다. 인천경제청은 부영주택이 추진 중인 도시개발 사업과 테마파크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장기간 멈춰선 이들 사업에 경제자유구역 개발 사업을 접목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천경제청은 오는 7월께 이 같은 구상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는 용역도 발주한다. 테마파크 사업 백지화에 대한 대안도 찾고 있다. 당초 이곳 도시개발사업은 테마파크가 전제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송도 석산에 관광체험형 시설을 짓거나 축구장 47개 면적의 동양화학 유수지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등이다. 인천시는 도시개발사업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과감한 투자유치를 이끌어 내는 전략을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는 입장이다. 벌써부터 시의회에서는 주민들은 여전히 테마파크 조성과 송도유원지 활성화를 원한다며 시정 불신을 경고하고 나섰다. 특혜 시비도 나올 것이다. 투자유치 용지가 부족하다는 것은 인천의 복이다. 송도유원지 일대를 인천을 살찌우는 첨단산업 클러스터로 바꾸려면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할 것이다. 특혜 시비를 미리 차단할 만큼의 정교한 초기 설계가 필요해 보인다. 성패는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에 달려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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