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평] 기억하라 2002...

[사설] 우주항공산업도 무관심, 경기도 뭘 하고 있는가

정부가 ‘우주항공청’ 설립을 본격 추진한다. 한국형 NASA(미 항공우주국)로, 우주항공 정책 수립과 기술 개발뿐 아니라 우주항공산업 전반을 육성하는 임무를 맡는다. 전 세계가 우주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내년 말 신설될 우주항공청이 한국을 우주경제 강국으로 만드는 중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 선포식’에서 “우주에 대한 비전이 있는 나라가 세계 경제를 주도하며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5년 안에 달을 향해 날아갈 발사체 엔진을 개발하며, 2032년엔 달에 착륙해 자원 채굴을 시작하고, 2045년엔 화성에 태극기를 꽂을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은 지난 8월 자체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다누리’ 발사에 성공, 우주 개발에 나서는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기술 개발이라는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딘 데 이어 제도와 행정기반 형성 등 다음 발을 내딛을 차례다. 그런 의미에서 우주항공청 설립은 시의적절하다. 앞으로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 우주산업, 우주안보, 국제공조 등 과제가 많다.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항공산업은 미래세대를 위한 전략사업이다. 정부는 5년 내 우주개발 예산을 2배로 늘리고, 2045년까지 100조원 이상의 투자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우주항공산업이 핵심 미래전략사업으로 급부상했지만 경기도는 별 관심이 없다. 방위산업과 마찬가지로, 지원 정책도 없고 담당 부서도 없다. 경기도내 우주항공 관련 기업은 2019년 기준 49개로 전국 444개의 11%에 이른다. 기업과 종사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도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우주항공산업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2곳 있다. 하지만 우주항공 관련 기업을 지원할 도의 정책은 전무하다. 담당부서가 없다 보니 기업 현황 파악도 어렵다. 우주항공 분야는 국가적 차원에서 다뤄야 할 분야로 인식해 지자체 사무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한다. 안일한 인식이 안타깝다. 우주항공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크고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해 선진국형 지식기반 산업으로 꼽힌다. 지자체도 나서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필요한 다각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경기도는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이 인접해 있다. 한국항공대와 항공강습소 등도 있어 우주항공산업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 항공정비단지(MRO) 사업, 항공부품 산업 등 지역산업 발전을 위해 경기도의 경제정책과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다른 지자체들은 우주산업 육성 중장기계획을 세우고,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에 분주하다. 경기도는 뭘 하고 있는 건지, 답답하다.

[사설] 보름 앞에 온 민선 道체육회장 선거/脫불법•脫정치 실현 후보 당선돼라

경기도체육회장을 선출할 선거인 593명이 확정됐다. 경기도체육회장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30일 추첨으로 정했다. 도 종목단체 363명, 시·군체육회 230명이 포함됐다. 앞서 지난달 14일 1차 선거운영위원에서는 637명이 의결됐었다. 그때보다 44명이 줄어든 최종 선거인단이다. 선거인수보다 예비선거인이 적은 단체들과 중복자 확인 과정에서 줄었다고 선관위는 밝혔다. 이로써 민선 2기 경기도체육회장 선거전에 막이 올랐다. 우리 모두의 기억에 남은 2020년 체육회장 선거가 있다. 초대 민선 회장이라는 기대는 초반부터 만신창이가 됐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선관위의 당선무효·선거무효 의결이 있었다. 당선인 측의 불법 선거가 이유였다. 사실과 다른 내용의 문자를 선거인들에게 발송했다는 논란이었다. 체육회 소속 직원의 부적절한 선거 업무 처리도 이유였다. 오류가 있는 선거인명부를 임의로 수정했다는 의혹이었다. 이게 다 문제있다고 본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선거 과정의 탈·불법 의혹이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이의를 제기한 낙선자에게 정치적 입장이 있었다.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지설이 많았다. 당시 선관위가 이런 정치적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반(反)이재명 당선인’에 대한 정치적 공세라는 의혹이 컸었다. 한 달여 뒤 법원은 ‘문제가 없다’고 판결해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끝나지 않았다. 경기도·도의회에 의한 말도 안 되는 일이 이어졌다. 도가 난데없이 체육회 감사에 착수했다. 체육회 예산을 뭉텅이로 삭감했다. 압권은 도의회가 꺼내 든 황당한 카드다. 체육진흥재단이라는 기관 신설을 추진했다. 민선 체육회를 대체할 기구였다. 결국 여론에 밀려 성사되진 않았다. 그러자 조례를 바꿔 경기도체육회관을 회장에게서 빼앗았다. 회관 운영권을 경기주택도시공사로 이관한 것이다. 모두가 정치에서 출발한 갈등이었음을 모두가 안다. 그 민선 회장 선거가 두 번째다.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가 위탁 받아 관리한다. 3년 전 주먹구구식 운영의 우려는 줄었다. 보다 중요한 건 선거에 나선 당사자들의 준법정신이다. 유력 후보 두 명이 이미 선관위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혐의는 ‘문자 발송’으로, 3년 전과 같다. 보름 동안 어떤 불법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 환경도 여전히 불안하다. 도지사의 특정인 지지설은 없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과 연계된 계파설은 여전하다. 초대 민선 체육회의 3년 혼란을 보며 도민이 내린 평이 있다. ‘멀쩡하던 체육회를 왜 선거판으로 만들어 이 분란을 초래하는가.’ 그리고 이 부정적인 관전평은 코앞으로 다가온 민선 2기 선거에도 그대로 연결되고 있다. 1천300만 도민의 체육을 대표할 회장을 뽑는 선거다. 정치를 떼어 낸 순수 체육 지도자를 뽑는 선거다. 불법 없는 후보, 정치 없는 후보가 돼야 하지 않겠나. 3년 전 첫 민선보다 지켜보는 눈이 훨씬 많아졌다.

[지지대] 황새들도 우크라 영향

뱁새도 이 새를 따라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진다. 황새를 두고 하는 말이다. 겨울에 한반도를 찾는 철새 중 우두머리다. ▶검은 부리와 첫째 날개깃, 붉은 다리 등이 특징이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 멸종위기 동식물 목록인 적색목록에도 멸종위기 등급으로 지정됐다. 지구촌에 1천~2천500마리 남았다. 녀석들은 매년 10월부터 한반도로 내려와 겨울을 지낸다. 체류 기간은 석 달 남짓이다. ▶요즘 이 녀석들의 보존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와 공동으로 추진해 오던 서식지 보존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러시아와 황새 서식지 보존을 위해 인공 둥지탑을 짓고 이동 경로 등을 공동 연구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 2019년 11월이었다. ▶인공 둥지탑 만들기는 통상 높이 5~20m 나무에 둥지를 짓고 매년 같은 둥지를 재사용하는 황새 습성을 고려한 서식지 보존사업이다. 양국 연구진은 2020~2021년 러시아에 황새가 도래하기 전인 2~3월 인공 둥지탑을 번식지인 연해주에 10곳, 중간 기착지인 두만강 유역에 6곳 설치했다. 국립생태원은 이 사업을 올해까지 시행하려고 했다. ▶그런데 올해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목을 잡았다. 정부는 코로나19로 러시아를 포함한 전 국가와 지역에 특별여행주의보를 적용하고 있었는데, 연구진 입장에선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진 상황이어서 현장 방문을 자제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연구진은 올해도 인공 둥지탑 8곳을 조성하고 이소(離巢·새끼 새가 자라 둥지를 떠남)를 앞둔 어린 새에게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해 이동 경로 정보를 수집하려고 했다. 하지만 한국 연구진이 러시아를 방문할 수 없게 되면서 내년으로 미뤄졌다. 일정 자체가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폐해가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데스크칼럼] 지역신문 생존의 길은 뉴스콘텐츠 유료화

신문의 미래 지속성을 위해 해외 주요 신문들은 ‘디지털 뉴스 유료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국내 신문사들도 콘텐츠 유료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가장 먼저 중앙일보가 지난 10월부터 유료화를 시작했다.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도 유료화를 위해 온라인 회원 가입을 의무화하면서 기사를 구독하기 위해선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종이신문 독자 감소와 광고 시장의 위축, 종이값과 인쇄 비용 상승에 따른 신문의 위기를 뉴스 콘텐츠의 유료화를 통해 난국을 돌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는 지난 10월17일부터 유료 구독 서비스 ‘The JoongAng Plus’를 시작했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8월 홈페이지와 모바일을 개편한 뒤 ‘로그인 월’을 도입했다. 9월 말 기준 약 80만명의 로그인 독자를 기반으로 유료화를 단행했다. 중앙일보 홈페이지에서 ‘Plus’ 표시가 있는 콘텐츠는 월 1만5천원의 구독료를 내면 무제한(베이직 이용권)으로 이용할 수 있다. 첫달은 무료로 뉴스를 제공하고, 일정 기간 9천원의 가격으로 할인 혜택을 준다. 기존 종이신문 구독자는 월 5천원에 ‘Plus’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5월부터 일정 기사 건수 이상을 보려면 ‘로그인’을 해야 하는 ‘로그인 월’을 도입했다. 하루 10개 기사를 보고 11개째를 클릭하면 로그인을 하도록 했다. 또 지난해부터 ‘조선일보 앱’ 설치를 적극 홍보하고 각종 이벤트도 벌이고 있다. 한국경제는 지난 8월 ‘로그인 월’을 도입했다. 로그인 전용 뉴스와 콘텐츠를 보려면 한경닷컴에 회원 가입을 해야 한다. 내일신문은 지난 2013년 창간 20주년을 맞아 포털뉴스 공급을 중단하고 처음으로 디지털 기사에 대해 전면 유료화를 시행했다. 한겨레는 후원 회원제 ‘서포터스 벗’을 2021년 5월 시작했다. 한겨레는 언론사 수익 모델의 무게중심이 광고 기반 모델에서 독자 기반 모델로 점차 옮겨 가는 추세를 반영해 후원 회원제를 도입했다. 정기 후원, 일시 후원, 주식 후원 세 가지로 나뉜다. 한겨레는 후원 모델을 디딤돌 삼아 구독 모델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가 지배적인 국내 디지털 뉴스 시장에서 온라인 유료화만이 신문의 미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 국내 신문이 추구하는 디지털 퍼스트 핵심은 특화된 콘텐츠를 생산해 온라인 뉴스를 유료화하는 것이다. 올해로 창간 34주년을 맞은 경기일보는 지난 10월 경기·인천지역에서 유일하게 국내 양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 콘텐츠 제휴사(CP)로 선정됐다. 이는 뉴스 콘텐츠를 비용을 받고 포털에 제공할 수 있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지역 특화 콘텐츠로 온라인 기사의 유료화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내고 안정적 온라인 유료 독자를 확보해야 한다. 네이버·카카오 CP사에 진입 못한 지역 언론사들은 생존을 위해 온라인 유료 독자 확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최원재 정치부장

[삶과 종교] 발밑을 비추어 본다

뜨거웠던 여름날이 엊그제였는데 어느새 한파를 코앞에 두고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찾아올 것이다. 누가 그랬던가. 흐르는 물보다 빠른 것이 시간이요, 쏜살같이 빠른 것이 세월이라고. 어렸을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이제는 세월 흘러가는 것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마냥 아찔하다. 옛날 옛적에 어떤 노인이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당도했다. 염라대왕을 본 노인이 덜덜 떨며 말했다. “대왕님, 제가 이렇게 속절없이 죽을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 저승에 올 줄은 몰랐습니다.” 염라대왕이 말했다. “내가 그대에게 3명의 천사를 보여주고 세 번의 가르침을 주었는데 그대는 왜 알지 못했는가?” 노인이 당황하며 물었다. “대왕님, 언제 3명의 천사를 보내고 언제 세 번의 가르침을 주셨습니까?” 염라대왕이 말했다. “첫 번째 천사는 나이든 사람이다. 나이가 들어 허리가 굽고 이가 빠지고 머리가 하얗게 된 사람을 만났을 때, ‘젊음은 영원하지 않구나. 나도 언젠가 저렇게 늙겠구나’라고 왜 생각하지 않았는가?” 염라대왕이 또 말했다. “두 번째 천사는 병든 사람이다. 병이 들어 아프고 괴롭고 힘들어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건강은 영원하지 않구나. 나도 언젠가 저렇게 아플 수 있겠구나’라고 왜 생각하지 않았는가?” 염라대왕이 다시 말했다. “세 번째 천사는 죽은 사람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죽음이 갑자기 찾아와 육체는 무너지고 정신은 꺼져 버린다. 송장을 만났을 때, ‘생명은 영원하지 않구나.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죽고야 말겠구나’라고 왜 생각하지 않았는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노인을 향해 염라대왕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나는 그동안 그대 삶에 평생에 걸쳐 3명의 천사와 세 번의 가르침을 주었는데 그대는 왜 평생을 허송세월했는가.” 우리는 죽는다. 언젠가는 죽는다. 법구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언젠가는 죽어야 할 존재임을 깨닫지 못하는 이가 있다. 이것을 깨달으면 온갖 싸움이 사라질 것을.”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사람의 목숨은 길어야 100년이다. 역사에 출현했던 수많은 국가와 영웅들도 세월 속에 먼지가 돼 흩어진다. 우리는 한 치 앞도 미래를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우리는 언젠가 결국은 죽는다는 것이다. 옛날 옛적에 큰스님이 계셨다. 신도가 찾아와 큰스님께 자신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점을 봐 달라고 했다. 큰스님이 말했다. “나는 그대가 미래에 어떻게 될지 알고 있다.” 신도는 흥분해 말했다. “스님, 말씀해 주세요. 제 미래는 어떻게 됩니까?” 큰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죽는다. 그대는 반드시 죽는다.” 당황해서 멍하니 정신 나간 신도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미래에 반드시 죽는다. 10년 후가 될지, 100년 후가 될지, 천 년 안에는 반드시 죽는다. 그것이 그대의 미래다.” 우리는 한 치 앞도 미래를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넉넉히 오래 살아도 천 년 안에는 죽는다. 이것은 결코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다.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이 진실 앞에서 여름이 지나고 겨울이 오고 또 겨울이 지나 봄이 올 것이다. 내 앞에 언젠가 죽음이 왔을 때 나는 내 삶을 과연 어떻게 후회 없이 받아들일까. 지금 이 순간이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조고각하(照顧脚下), 자기 발밑을 비추어 보라. 광우스님 화계사

[천자춘추] 정치적 문제는 정치의 장에서

권위주의 체제 시기에는 종종 법적인 문제가 정치적으로 해결되곤 했다. 법보다 우위에선, 그야말로 정치 만능 시대의 정치권력은 명백한 위법 행위에 대해서도 사법 절차를 얼마든지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정치가 검찰을 권력의 도구로 사용할 때 정치 부패가 싹트는 것은 필연이다. 그런데 민주화된 오늘날 우리는 정치적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정치인이 많은 것을 목격하고 있다. 고소·고발장을 접수하는 행위가 중요한 정치적 성과인 양 접수처를 향해 걷는 모습이나 접수 장면은 종종 주요 뉴스가 되기도 한다. 고소·고발은 난무하지만 상당수가 소 취하의 형태로 유야무야로 끝나고 만다. 그럴 때면 고소·고발은 처음부터 왜 했는지 의아하기만 하다. 상대를 욕 보이는 것과 잠시나마 자신이 뉴스의 중심에 서는 것의 효과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고소·고발의 남발은 그러한 소기의 목적 달성(?)과는 달리 한국 정치의 후진성이라는 꽤 깊은 내상을 남기게 된다. 정당이나 정치인의 고소·고발 대부분이 법적 정의의 실현을 위해서라기보다 권력 다툼 과정에서 파생된 것으로, 상대에 대한 공격 수단으로서의 의미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문제를 법으로 해결하려는 행태는 정치의 실종을 의미한다. 그러한 정치의 실종에 정치인 스스로가 앞장서는 것은 아이러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행태가 사법 만능 시대의 도래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정치적 문제를 법에 호소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사실은 법을 너무나 가볍게 여길 뿐 아니라 심지어 불신한다는 점이다. 선고 결과에 따라 판사를 겨냥한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행태는 사법 불신을 가중할 뿐 아니라 그만큼 정치 불신을 키우는 일이기도 하다. 일부 판사가 정치적 쟁점에 관해 의견을 피력하는 일도 있다. 그 역시 정치적 주권자라는 점에서 판사가 정치적 논란에 무조건 침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판사의 정치적 의견이 이른바 진영논리 속에서 소비될 경우 사법적 정의가 크게 동요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여하튼 국회에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설치된 것은 사법이 정치 무대의 전면에 등장했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정치의 사법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점도 사실이다. 정치인은 물론 일반인 역시 공론장에서 법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전개하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 판사 개인의 정치적 의견 표명보다도 더욱 심각한 것은 정치인이 판사나 법원을 압박하며 사법조차도 정치로 재단하려는 행태다. 정치인의 판사 및 법원에 대한 공개적인 공격이나 압박이 점차 심해지고 있다.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정신에 반하면서까지 사법에 대한 과도한 정치의 침윤이 일어나는 것은 민주주의 퇴행이다.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문제는 정치의 장에서 풀어 가는 합의를 하기 바란다. 정치와 법의 관계에서는 법 만능도, 정치 만능도 경계해야 하며 정치와 법의 팽팽한 긴장 관계 속에 비로소 민주주의는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석원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기고] 어떻게 키울 것인가?

노자는 그의 저서 도덕경에서 무위자연(無爲自然)을 가르쳤다. 자연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라고 한 것이다. 우리 자신도 자연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동물들은 새끼를 낳아 키울 때는 목숨을 걸고 돌본다. 그러다가 성장기를 마치면 단호하게 새끼와의 관계를 정리한다. 이는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인 개체로 스스로 살아가게 하기 위함이다. 노자는 사람도 이처럼 자연을 닮은 삶을 살아가라고 했다. 서구사회에서는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냉정하게 독립시킨다. 그때부터 아이는 대학 진학도 결혼도 스스로 해야 한다. 이 모습은 마치 자연의 세계하고 닮았다. 서구에서는 남은 재산도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문화가 성행하고 있다. 좀처럼 자식에게 물려 주지 않는다. 자식이 의타적(依他的)으로 살아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너무나 희생적이다.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부모가 모든 것을 도맡아 대신해 준다. 지나친 희생이 내 자식을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좀처럼 모른다. 그러다 보니 자녀들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부모의 과잉보호를 받으며 자란 자식들은 독립해 스스로 살지 못한다. ‘집 밖은 위험해’라는 신조어는 실소를 자아낸다. 자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어 사는 젊은이들을 일컫는 용어인 ‘캥거루족’이라는 고유명사도 생겼다. 자식들은 취직해 힘겹게 돈을 벌려고 하지 않는다.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없으니 결혼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부모 밑에서 안주하는 것을 즐길 뿐이다. 그런 자식을 탓하지 않고 묵묵히 바라만 보고 있다. 다행히 자식이 취직해 결혼하면 혼수 준비도 부모가 대신 해준다. 손주가 생기면 부모는 평생 아이를 돌보며 산다. 부모가 자녀를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러다가 자식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고 요양원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한다. 노자는 생이불유(生而不有)라 하여, 낳았다고 소유하려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또 장이부재(長而不宰)라고 하여, 들(땅)은 꽃을 자라게 할 뿐 지배하거나 구속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식을 마치 자신의 소유물같이 아이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려 한다. 자식은 독립된 개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오로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봐야 한다. 부모는 자식의 소질을 발견해 주고, 자식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만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공무원’이 되거나 ‘교육자’가 돼, 또는 대기업에 입사해 평생 안정되게 살기를 원한다. 절대로 도전하는 삶을 가르치지 않는다. 물론 사회를 유지하려면 공무원도 필요하고, 교육자도 필요하고, 대기업의 직원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들은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은 정해진 규칙대로 행동해야 한다. 평생을 피동적으로 살아야 한다. 부모들은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은 자유가 없는 삶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오직 안정을 위해, 자기 자식을 ‘나라의 심부름꾼’이나 ‘재벌의 하수인’으로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우리나라 부모는 자식의 적성과 소질은 좀처럼 고려하지 않는다. 오직 부모가 바라는 대로 인생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많은 이상한 나라다. 모두가 안정된 삶을 원한다. 그렇다면 “소는 누가 키운단 말인가?” 복진세 칼럼니스트·에세이스트

[경기만평] 체감온도는 더...

[사설] 다시 미세먼지 공습... 겨울철 시민 건강 위협이다

2~3년 전만 해도 인천시민들은 상시적으로 미세먼지 공습에 시달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기질이 좀 나아진 듯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시 하늘이 뿌옇거나 호흡이 불편한 날이 늘고 있다. 엔데믹으로 전환하면서 산업·일상 활동이 늘어난 때문이다. 실제 대기 중 초미세먼지나 미세먼지 측정치도 줄곧 허용치를 넘어선다고 한다. 통상 겨울철에는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이 증가한다. 또 북서풍의 영향으로 중국발 먼지 유입도 늘어나 대기질을 악화시킨다. 인천의 올해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19㎍/㎥에 이른다. 환경부가 정한 초미세먼지 환경기준은 15㎍/㎥다. 올해 들어 인천에서는 6·8·9월을 제외하고는 계속 환경기준치를 웃돌았다. 1월에는 28㎍/㎥로 초미세먼지가 가장 심했다. 지자체는 환경부 지침에 따라 대기오염이 기준치를 초과해 주민 건강에 심각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 대기오염 경보를 발령한다. 올해 인천에서는 거의 매월 초미세먼지 경보가 울린 셈이다. 미세먼지(PM10) 또한 증가 추세다. 지난 2018년 40㎍/㎥, 2019년 43㎍/㎥, 2020년 34㎍/㎥, 지난해 39㎍/㎥ 등으로 코로나 확산 이전으로 회귀하는 추세다. 최근의 미세먼지 측정치를 보면, 지난달 30㎍/㎥로, 지난해 같은 달(28㎍/㎥)보다 오히려 늘고 있다. 이런데도 인천시의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사업들은 지지부진하다. 인천시는 64억8천만원을 들여 올해 안에 검단일반산업단지의 아스콘 제조업체 11곳을 선정, 대기 개선 지원을 하려 했다. 그러나 서류 검토 등이 늦어져 현재 지원을 확정한 업체는 3곳뿐이다. 21개 주유소에 대한 유증기 회수설비 설치 보조금 지원도 판매 감소 등으로 5곳에 그쳤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 등의 특수 경유 차량은 매연 등 미세먼지 유발이 심하다. 이들 차량의 친환경 전기차 전환도 실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인천시는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제4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통해 분야별 저감사업에 들어간다. 지역 내 대형 발전·정유사 10곳과 미세먼지 배출 할당량을 5% 이상 감축하는 자율협약을 맺는 등이다. 그러나 임시방편의 대증요법으로 보인다. 한 도시의 대기질 개선은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끈기있게 밀고 나가야 가능하다. 쉽사리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해서 소홀히 하면 환경재앙을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일이다. 이제라도 대기질 개선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분명히 해야 한다. 독감 등 트윈 또는 트리플데믹 경고등까지 켜진 가운데 올겨울 시민들 건강과 안전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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