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나라 밖 문화재

2022년 1월 기준 다른 나라에 있는 우리 문화재는 21만4천208점에 달한다. 식민 지배를 했던 일본이 9만4천341점으로 전체 44.04%를 차지한다. 이어 미국 5만4천185점(25.3%), 독일 1만5천402점(7.19%), 중국 1만3천점(6.07%) 등의 순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밝힌 내용이다. 이들 문화재가 한국을 떠난 사연은 다양하다. 한국을 식민지로 뒀던 일본이나 조선을 침략했던 열강들이 약탈해간 문화재도 있고, 6·25 전쟁 당시 불법 반출된 문화재도 있다. 한국을 알리기 위해 가져간 물건도 있고, 선물로 기증했거나 정상적인 경매 과정을 거쳐 다른 나라로 간 유물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로 환수된 문화재는 많지 않다. 문화재가 국외로 나간 경위가 각양각색인것처럼 환수 경위도 다양하다. 국새 같은 왕실 유물은 접근이 제한된 만큼 국외로 유출됐다면 불법유출인 경우가 많다. 이 때는 상대국과의 수사공조, 정상회담을 통한 반환, 개인 기증 등을 통해 돌아온다. 해외 경매에 올라온 유물을 사들이기도 한다. 중요 유물이라고 판단될 땐, 국고를 사용하기도 하고 민간 지원을 받기도 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출범한 지 10주년이다. 유물 환수를 위해 여러 나라를 다닌 재단 직원들의 비행거리가 629만㎞에 이른다. 지구를 160바퀴 돌고, 달을 8.2번 오가는 거리다. 그동안 환수한 문화재는 784점(기증 680점, 매입 103점, 영구대여 1점)이다. 이중 널리 알려지지 않은 40여점이 일반에 공개됐다.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이라는 전시가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오는 25일까지 열린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본명 김남준)이 최근 국외소재 문화재의 보존과 복원에 써달라며 재단에 1억원을 기부했다. RM은 지난해에도 1억원을 기부했다. 이 기부금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에 소장 중인 조선시대 활옷을 보존처리 하는데 보태졌다. 활옷은 이달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 미술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있는 RM이 우리 문화재 환수와 보존을 위한 노력에도 한몫하고 있다니 ‘역시 멋지다’. 이연섭 논설위원

[경제프리즘] 대기업의 탄소중립선언과 인천경제

삼성전자가 지난 15일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新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면서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탄소중립 정책이 가시화되고 있으나, 우리나라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역량이 부족하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인천지역의 경우 중소기업의 비중이 매우 높아 지역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직접배출을 줄이기 위해 혁신기술을 적용한 온실가스 저감시설에 집중 투자하고, 전력사용으로 발생하는 간접배출을 줄이기 위해 RE100(Renewable Energy :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풍력, 태양광, 지열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사용하겠다는 국제 캠페인)에 가입하고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해서 실질배출량을 ‘0’으로 하는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는 가운데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의존도가 높은 광업·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에너지원 전환, 산업구조의 변화 등의 흐름에 민감하게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인천지역은 중소기업의 비중이 90% 이상이기에 탄소중립으로의 변화·이행 과정에 중소기업의 취약성을 보완할 수 있는 중소기업 보호 정책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여러 설문조사에서 중소기업들이 ‘탄소중립’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 바도 있다. 탄소세 도입이나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인상 등 에너지원 전환과 산업구조 변화가 일어나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과 비중 목표를 발표했는데, 2030년 신재생 발전량은 기존 185.2TWh에서 132.3TWh로 낮추면서 신재생 발전량 비중도 30.2%에서 21.5%로 낮아지게 됐다. 탄소중립을 위한 대응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하겠다. 탄소중립이라는 국제통상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기업은 ESG 경영의 일환으로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정책에 대응하는 제품생산과 시장개발에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정책 당국은 사회적 대화 창구를 개설하고 정책방향과 목표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정책 컨트롤타워로 가칭 ‘2050 탄소중립 위원회’ 설치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김재식 인천상공회의소 사무국장

[김종구 칼럼] “(검찰) 법적 강제력 남용하고 있진 않은지…”

평소 김동연 지사의 모습은 아니었다. 격앙됐다고 쓴 언론도 있다. 스티븐 레비츠키 교수(하버드대 정치학)의 책(‘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을 소개했다. “합법적으로 선출된 권력자에 의해서 어떻게 민주주의가 무너지는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서술하고 실증자료들을 붙였습니다.” 부언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법적 강제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자제하지 않고, 남용하고 마음껏 휘두르고 있지는 않은지...반성해봅니다.” 왜 이런 연설을 했나. 15일이었다. 연설 장소는 마석모란공원이었다.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 행사장이었다. 사달은 일주일 전인 7일에 있었다. 경기도청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북부청과 남부청에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북부청사에서는 평화협력국이, 남부청사에서는 소통협치국, 경제부지사실이 털렸다. 말 그대로 느닷없이 털렸다.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의 비위 혐의였다. 쌍방울의 법인카드를 사용했다거나, 대북 교류 행사에 8억원을 후원받았다는 의혹이다. 압수수색을 하는 목적은 증거 확보다. 증거가 있을 만한 장소를 뒤진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색은 엉성해 보인다. 이 전 부지사는 현재 킨텍스 대표이사다. 연정·평화부지사는 2018년 7월부터 2020년 1월까지 했다. 무엇보다 증거가 남았다고 가정할 공간이 없다. 경기도 청사가 50년 만에 이전했다. 2022년 5월30일이다. 이 부지사실은 그 전 ‘팔달산 청사’에 있었다. 현 경제부지사실은 그 후 ‘광교 청사’에 있다. 그런데 ‘광교 부지사실’을 수색했다. 업무용 컴퓨터는 상호 연속성이 있을까. 이것도 아니란다. 사람·건물 바뀔 때 컴퓨터도 바꿨단다. 결국 ‘헛방’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파장은 컸다. 도 고위직 압수수색이었다. 기사는 ‘경제부지사실 전격 압수수색’으로 갔다. 이재명 대표 측이 바짝 긴장했을 게 틀림 없다. ‘기 죽이기’가 목표였다면 성공한 압수수색일 수 있다. 하지만 동전의 반대편에서 보면 전혀 다른 평가가 나온다. “보여주기식, 망신주기식 수사다.” 도 공무원들은 대개 이렇게 말한다. 이게 몇 번째인가. 그 하루 전에도 서울중앙지검이 다녀갔다. 대장동, 백현동 개발 의혹 관련이다. 이 대표의 선거법 사건(허위사실 공표)이다. 미래산업과 등 10개 부서가 털렸다. 업무(課)보다는 사람(人)이 타깃이다. 이 대표 도지사 때 언론 담당이었던 이를 따라간 수색이다. 4월4일에는 경찰이 밀고 들어왔었다.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이었다. 총무과, 조사담당관실, 의무실 등을 10시간 뒤졌다. 대선 얼마 됐다고, 벌써 세 번째 털기다. 여기서 잠깐 대통령 얘기를 해보자. 한창 탄압 받던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이었다. 정진웅 차장검사가 한동훈 검사장을 폭행했다. 정확히 묘사하면 몸으로 덮쳤다. 핸드폰 압수수색 과정에서 빚어진 충돌이다. 총장의 ‘아우’가 피해자였다. 그때 윤 총장이 긴급 지시를 내린다. ‘압수수색 시 인권보호 강화하라’. ‘피압수자 권리를 존중하라’. ‘변호인 참여권 등을 반드시 보장하라’. 그 총장이 대통령 됐고, 그 피압수자가 장관 됐다. 그런데 이렇게 하고 있다. 압수수색은 강제 수사다.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다. 자빠뜨리고 올라타야만 인권 침해가 되는 게 아니다. 수사관들이 들이닥치는 것 자체가 공포다. 강제로 가져가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이번에는 그 객체가 경기도청이다. 죄 없는 공무원들이다. 실행함에 신중해야 한다. 횟수를 줄이려고 노력해야 하고, 중복을 피하려고 살펴야 하고, 증거가 없을 만한 곳을 빼야 한다. 경기도청 압수수색은 지금 그렇지 않다. 횟수에서, 중복에서, 실효성에서 과하다. 7일 압수수색 당한 공무원 한 사람 얘기다. 의혹 관련 업무를 맡은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말을 못한다. 무서운가 보다. 개인적인 자료까지 가져갔다고 한다. 그래도 말을 못한다. 부담스러워서다. 그뿐 아니라 도 공무원 여럿이 이렇다. 김 지사는 이렇게도 말했다. “크고 작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그 권력을 자제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이 문장에 ‘윤석열 검찰’을 넣고 ‘경기도청 압수수색’을 가정하면, 틀린 곳 하나 없다. 主筆

[천자춘추] 문화예술과 정치?

문화예술인에게 있어 정치는 과연 어느 만큼의 영향을 미칠까. 본업이 사회자인 내게 얼마 전 지인이 이런 말을 했다. “지방정권이 바뀔 때마다 활동하던 사회자가 바뀌던데, 김포시는 예외인 것 같아 보기 좋다.” 과연 그럴까. 그리 보였다면, 참 다행이다. 한때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그리고 5년여가 지난 얼마 전, 1심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정부가 표방하는 것과 다른 정치적 견해나 이념적 성향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문화예술인 명단을 조직적으로 작성·배포·관리하고, 공모 사업 등에서 일방적으로 배제하는 행위 등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국가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들이 한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등은 정치권력 기호에 따라 지원금 지급을 차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헌법 등이 보장하는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했다. 건전한 비판을 담은 창작활동을 제약할 수도 있어 검열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정신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하며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건 이후 5년여가 지난 지금, ‘편 가르기’ 혹은 ‘갈라치기’를 뜻하는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과연 모두 사라졌을까. 2022년 지방선거를 치르고 전국의 기초의회 구성원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김포시의회는 경기도의회처럼 여야 동수다. 혹여, 기초의회에서조차 정치논리에 의한 지원금 지급을 차별화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 아닐까. 어떤 정치인이 어떤 마인드로 무슨 일을 하는지, 그로 인한 장단점이나 폐해는 무엇인지에 대해 시민의 눈과 귀는 매우 밝다. 비록 당장 어떤 사안에 대처하지 않고 침묵하더라도 다음 선거에서 시민은 자신의 귀중한 ‘한 표’로 ‘분명히’ 말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시민의 침묵에 특히 더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문화예술인에게 정치권력의 입맛에 따라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 정치인들이여! 사안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닌, ‘편 가르기’라는 단순 정치논리로 문화예술계와 예술인에게 차별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기를. 이재영 ㈔한국예총 김포지회 부회장

[기고] 씀과 보냄

그리스어(헬라)로 시간(時間)을 뜻하는 두 가지의 말이 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시간, 즉 시(時), 일(日,) 월(月의) 개념인 ‘크리노스(chronos)’와 기회 또는 특별한 시간을 의미하는 ‘카이로스(kairos)’다. 이탈리아 토리노 박물관에는 벌거벗은 남성의 모습을 한 조각상(彫刻像) 카이로스(kairos) 부조가 있는데 앞머리는 머리숱이 무성한 반면 뒷머리는 대머리이며. 어깨와 양발 뒤꿈치에는 날개가 달려 있다. 이 우스꽝스러운 조각 밑에는 아래와 같은 경구(警句)가 있다. “내가 벌거벗은 이유는 쉽게 눈에 띄기 위함이고 나의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理由)는 사람들이 나를 보았을 때 쉽게 붙잡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나의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내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는 붙잡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며 날개가 달린 이유(理由)는 최대한 빨리 사라지기 위해서다. 나의 이름은 바로 ‘기회(機會)’다. 기회는 앞에서 올 때 잡아야지 놓치고 나면 잡을 수 없고, 또 어느 순간 빨리 지나가 버림을 의미한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게 주어진다. 어떤 이들은 기회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유용하게 잘 활용하고 어떤 이들은 그냥 시간을 의미없이 허비한다. 어떤 이는 보다 나은 앞날을 위해, 언젠가 필요할 일에 대비하기 위해 달콤한 유흥과 게임의 유혹을 멀리하고 틈틈이 지식을 쌓고 외국어를 배우고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에 매달린다. 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이 어렵게 한글을 깨쳐 시를 짓거나 자녀에게 편지를 쓰며 기뻐하는 모습들은 참 보기에 좋다. 반면, 어떤 젊은이들은 취업하기 어렵고 집 마련하기 어렵고 결혼하기 어렵다는 N포 세대니 뭐니 하며 무엇을 준비하기보다 패배주의에 빠져 자신의 앞날을 포기한 것 마냥 행동함으로써 우려를 자아내는 경우도 있다. 시간을 값지게 쓸 것이냐 시간을 흘려보낼 것이냐는 그 사람의 선택이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물”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의 내가 하는 생활의 모습이 장래에 다른 결과로 나타난다. 준비해 기회를 잡은 사람에게는 성공을, 그냥 흘려보낸 사람에게는 실패라는 이름으로... 쓰는 것과 흘려 보냄의 차이를 허투루 보지 말자. 정의돌 육영재단어린이회관 사무국장

[사설] 정부는 쌀값 폭락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추석 명절이 지난 농촌은 쌀농사 등 가을 추수를 하느라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고생을 하면서 지은 들판에 펼쳐진 벼를 보면서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 할 농민들의 표정은 기쁘기는커녕 오히려 폭락하는 쌀값으로 인해 수심이 가득하다. 다른 물가는 모두 오르고 있어 정부는 대책을 세우느라 분주한 상황에 오히려 쌀값은 폭락하고 있다. 1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산지 쌀값 20㎏당 4만1185원으로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내놓은 1977년 이후 45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나타냈다. 작년 10월 쌀값 20kg당 5만6803원에 비교하면 무려 27.5% 하락했다. 쌀값이 지난해와 같은 가격이 되어도 인건비, 비료 등 다른 생산비가 올라 적자를 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쌀값이 더욱 떨어지고 있으니, 과연 농민은 어떻게 생존하라고 하는 것인지 참으로 분통하다는 표현 밖에는 없다. 물론 쌀값도 시장원리에 의해 수요와 공급 원칙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농민도 알고 있다. 최근 수년간 연간 소비량보다 많은 쌀이 생산되고 있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388만 톤으로 추정 수요량 361만 톤에 비해 27만 톤이나 과잉 공급됐다. 금년도 역시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인 380만 톤 안팎의 쌀이 출하될 것으로 추정되며, 여기에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에 따라 매년 40만8700톤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쌀값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일 수 있다. 그러나 쌀과 같은 식량은 단순하게 시장 원리에 따른 수요와 공급 원칙만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쌀은 전략자원으로 국가안보에 중요한 요소이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각국은 식량안보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불과 19.3%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하위인 상황에서 쌀값이 폭락하여 농민들이 벼농사를 기피하게 되면 식량안보에 위기가 올 수 있다. 쌀값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농촌지역의 경제상황이 좌우되는 것은 물론 전체 국민생활 안정과 번영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는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으며, 금년에는 지난해보다 10만 톤이 많은 45만 톤을 매입할 계획이다. 지난 15일 경기도 등 쌀 주산지 8곳 도지사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쌀값 안정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했다. 또한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게 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단독으로 통과시키는 등 여러 가지 움직임이 있으므로 정치권은 중지를 모아 긴급 쌀값 폭락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우선 쌀값 폭락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긴급 처방을 내려 쌀값을 안정시킨 후 장기적인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사설] 주민들 걱정에 분명한 이유가 있는데/‘법’ 내세워 레미콘 공장 허가한 광주

광주시 직동에 D아스콘 레미콘 공장 건축허가가 났다. 직동 102-20 일대 6천326㎡ 부지 중 4천998㎡에 공장 2개동(건축연면적 1천115㎡)과 시멘트 생산제품을 보관하는 사일로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6월13일 건축 허가를 신청했고, 시가 지난달 12일 허가를 내줬다. 신축 예정지에 현재 비어 있는 기존 공장 건축물 4개 동을 철거한 후 레미콘 공장 시설 2개 동을 새로 지은 뒤 레미콘 차량 35대를 두고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인근 주민들의 우려와 반발이 크다. 공장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도 꾸려졌다. 직동과 인근 태전지구, 삼동, 중대동, 목동, 오포읍 등 6개 지역 주민이 참여했다. 광주시 전체는 16개 읍면동이다. 공장이 가동되면 우려되는 분진, 악취, 폐수, 덤프트럭 통행 등으로 환경 오염, 주민 불편, 건강 악영향 등을 주장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국민청원 등을 통해 반대 목소리를 키워가고 있다. 허가 철회를 요구하는 민원만 500건을 넘었다. 공장 하나 설립을 두고 벌어진 광주 지역 반발로는 기록적이다. 반발 지역 분포가 그렇고, 주민들의 반발 정도가 그렇다. 허가 적법성 여부를 떠나 살펴야 할 상황으로 보인다. 레미콘 공장에 대한 거부감은 일상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분명하다. 직동 공장 반대 여론이 올해 초부터였다. 시의회에서 박현철 당시 의장이 허가 반대를 천명했었다. 그럼에도 시는 건축 허가를 내줬다. 적법 허가라는 설명만 반복하고 있다. 별 수 없이 적법성 여부를 살필 상황에 왔다. 비상대책위원회가 “광주시의 건축허가 검토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며 “허가 승인에 대해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과 감사원 감사청구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공장 운영 구상도 논쟁거리로 보인다. 발생하는 폐수를 위탁업체에 맡겨 처리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재 많은 레미콘 업체들이 돈을 들여가며 공장 안에 자체 폐수 처리 공정을 갖추고 있다. 왜 그렇게 하겠는가. 우리가 이번 허가의 적법성 여부를 예단하려는 건 아니다. “소규모 제조업체들이 들어서 있는 공장 지역에 건축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건축허가를 내줬다”는 시의 설명이 진실일 수 있다. 하지만 행정이 그런 법으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의 요구에 일반적 타당성이 있다면 당연히 존중되고 반영돼야 하는 것이다. 그런 민심을 살피라고 시간과 돈 들여 민선 시장 뽑는 것이다. 결국 방세환 시장이 결정해야 할 듯하다. 주민들이 계속 목격하게 될 민원이다. 시간이 흐른다고 덮여질 민원이 아니다.

[지지대] 스토킹 피해자 보호

스토킹(stalking)은 상대방 의사와 관계없이 계속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행위다. 전화·이메일·SNS 등 온라인을 통해서도 이뤄진다. 상대가 거부 의사를 밝혀도 지속적·반복적으로 계속돼 공포와 불안감을 준다. 이는 단순한 집착과 접근으로 끝나지 않고 신체적 폭력, 성폭력, 납치, 감금, 살인 등 중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 스토킹으로 인한 살인이 여러 건 발생했다. 스토킹 범죄가 심각해지면서 20년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스토킹 처벌법’이 제정됐다. 반복적인 스토킹 범죄는 3년 이하의 징역, 흉기 등을 휴대해 범죄를 저지르면 최대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경찰은 스토킹 신고가 접수되면 ‘응급조치’하고, 재발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100m 내 접근금지를 명령하는 ‘긴급응급조치’와 유치장·구치소 유치가 가능한 ‘잠정조치’를 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면서 112신고 건수가 폭증했다. 2020년 4천515건에서 지난해 1만4천509건으로 늘더니 올해 1~7월에만 1만6천571건에 달했다. 처벌을 강화했어도 스토킹 범죄가 늘고 어처구니없는 참극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신당역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이 스토킹을 해오던 직장 동료에게 살해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올 들어 지난 2월 서울에서 경찰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스토킹 가해자에게 살해당했고, 6월에도 성남과 안산에서 유사한 스토킹 살인이 벌어졌다. 8월엔 경북 안동시청 여성 공무원이 스토커에게 살해당했다. ‘신당역 역무원 피살 사건’을 계기로 더 적극적인 가해자 접근금지조치와 전자발찌 제도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에 긴급응급조치는 1개월, 잠정조치는 최대 6개월에 불과하다. 긴급응급조치를 위반해도 처벌이 1천만원 이하 과태료로 약하다. 영국은 최소 2년 이상의 ‘보호명령’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우리의 피해자 보호조치는 크게 미흡하다. 가해자 처벌뿐 아니라 스토킹 피해자 보호 법안이 강화돼야 한다. 사건 발생 때만 반짝 관심을 보일 게 아니라 스토킹 범죄로 무고한 목숨을 잃는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전면 손질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아침을 열면서] 자연을 관찰해보자

‘차르르르’ 암컷을 부르는 수컷 귀뚜라미는 앞날개를 열심히 비벼 댄다. ‘끼룩끼룩’ 시베리아에서 출발한 기러기 제1진은 일찌감치 한반도를 찾아왔다. 콘크리트 구조물로 가득 찬 도심에도 기어이 가을은 온다. 뜨거운 여름 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은 않고, 창밖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청량감을 가득 안겨준다. 개인적으론 1년 중 서늘함이 반가운 이 시기를 가장 반긴다. 하늘은 높되 여전히 숲은 푸르다. 만추의 서글픔과는 아직 거리가 있어 안도한다. 뭇 생물들은 저마다 생명 활동을 통해 우리에게 계절의 변화를 알려준다. 가까이 존재하는 자연과 생명이지만 사실 대다수 시민들은 자연에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동네에 피어 있는 야생화나 새에 대한 지식보다 날마다 접하는 주가지수나 연예계 뉴스에 익숙하다. 자연과 멀어져 있기에 그만큼 더 쉽게 자연의 훼손과 소멸을 간과하게 된다. 우리 곁에 살아가는 생명체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면 우리 사회는 보다 지속 가능하고 자연 친화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 우선 일상 속 자연의 존재에 눈을 뜨는 것이 시작이다. 자연에 주의를 기울이고 관찰하다 보면 경외심과 기쁨이 따라온다. 우리를 둘러싼 많은 생명이 존재하며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보다 의미를 확장시키자면 시민과학(Citizen Science)에 직접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시민과학은 대중 모두가 함께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과학을 일컫는다. 시민들이 협업하고 데이터를 수집해 과학적인 성과를 이뤄 갈 수 있다. 특히 생태학에 있어서는 일상에서 시민들의 생물 관찰 기록이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된다. 학자나 전문가가 매 순간 모든 곳에서 생물을 관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처리 기술과 휴대 전자기기 발달로 시민과학의 중요성과 위상은 높아지고 있다. 시민과학 앱을 사용하면 휴대전화로 쉽게 발견한 생물을 기록할 수 있다. 굳이 멀리 갈 필요는 없다. 부담 갖지 말고 주변에 눈에 잘 띄는 동식물을 중심으로 사진과 관찰 기록을 업로드하면 된다. 동네 공원 개화 달력 만들기, 유리창 충돌 조류 기록 등 특정 미션에 참여할 수도, 새로운 미션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꾸준히 참여하다 보면 관찰 기록이 쌓여 가며 성취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관찰한 종(種)의 이름을 몰라도 된다. 시민과학에 참여하는 재야의 고수들과 전문가들이 종 이름을 알려주기도 하고, 오류를 바로잡아 주기도 한다. 시민들의 집단지성이 발휘돼 비로소 자연을 지킬 수 있는 소중한 자료로 거듭나게 된다. 꼭 멸종위기종, 희귀종을 찾는 것만이 가치 있는 일은 아니다. 우리 주변 생물 정보는 생물계절, 기후변화, 외래종 확산, 서식종의 변화 등 생태계 보전과 관리에 있어 중요한 단서가 된다. 지금까지 시민 활동에 의해 수원청개구리 울음소리 수집, 제비 도래 시기 파악, 남방큰돌고래 분포 조사 등의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내가 사는 고장에 어떠한 생물들이 깃들어 있는지 자랑해보자. 시민 한 명 한 명의 관찰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위대한 우리 동네 생태지도가 만들어진다. ‘2022년 9월 12일 수원시 영통구 XX아파트 정원에서 김XX님이 촬영한 여치 사진’은 절대적 고유성을 가지며 대체 불가한 가치를 가진 기록이다. 생명의 존재를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야생생물과 과학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다. 우리 더불어 시민과학자가 되어 보자. 우동걸 국립생태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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