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백억 들여 어항공사만... 귀어 이끌어야 어촌 살아난다

image
지난해 인천 영종도에 귀어한 정의창씨(왼쪽)가 뱃일을 하고 있다. 경기일보DB

 

다시 ‘소멸’ 경고등 켜진 인천 어촌마을 얘기다. 섬마을이 비어 가는 것도 여느 시골의 지역 소멸과 사정이 다르지 않다. 원주민 고령화와 청년 유출이다. 한 집 두 집 비어 가지만 주민 유입은 멈춰 있다. 귀촌 귀어가 유행을 탔지만 금방 녹록지 않은 현실에 부닥친다. 인적 끊인 섬마을을 피하려면 벌어먹고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간의 어촌 지원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어촌 뉴딜’까지 내걸었지만 고답적인 인프라 투자에 치중했다. 배를 몰고 나갈 어민은 줄어드는데 어항에 돈이 퍼부어졌다. 청년 유입을 지탱해 줄 수산기술 보급 등 소프트웨어 지원은 뒤로 밀려나 있다. 그래도 일부 인천 어촌마을에서 희망가도 들려온다. 귀어해 어부의 꿈을 이룬 사람들 얘기다.

 

영종도 어촌마을의 한 ‘1년 차 어부’는 주꾸미잡이를 한다. 바다를 좋아해 몸은 고되지만 만족해한다. 귀어학교 공부가 큰 힘이 됐다. 어업 기술을 배우고 어촌 현장 실습까지 거쳤다. “와 보니 무엇보다 물고기 잘 잡는 기술이 가장 중요했다”고 했다.

 

10년 전 연평도로 들어온 한 60대 귀어인은 꽃게잡이 어부다. 관록이 붙어 이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한다. 조업 중 버려지는 꽃게 껍데기에 주목했다. ‘연평도 꽃게 육수팩’을 개발해냈다. 어촌특화경진대회 대상 등에 힘입어 본격 시장에 나설 참이다. 그 역시 “어촌을 살리려면 어업기술 교육, 상품화 지원 등에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어업 지원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인천에서만 지난 10년간 국비 포함 3천700억원의 어촌 활성화 예산을 썼다. 그러나 대부분이 어촌 시설 개선 등 인프라 사업에 들어갔다. 지난해도 464억원 중 262억원이 어항재생이나 어항 기반시설 구축 등에 쓰였다. 반면 소프트웨어 분야에는 투자가 미미했다. 수산기술 보급이나 어업 인력 육성, 귀어 활성화 등이다. 어촌 활성화 예산의 5%에도 못 미친다. 어촌은 말라가는데 인프라만 늘리고 강화한 셈이다.

 

막대한 예산의 ‘어촌 뉴딜’이 방향을 잃은 것은 아닌가. 인천에서만 한 해 300여 어업가구가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도 공사판만 벌여 온 것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어업을 대물림 하던 시대는 지났다. 도시 등에서 어민을 새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러려면 어촌에서도 벌어먹고 살 수 있도록 밀어줘야 한다. 인천어촌특화지원센터는 어업 기술을 가르치고 귀어민 정착을 지원한다. 그러나 올 한 해 예산이 고작 2억원이다. 어항 공사보다 신규 어민을 키워내는 ‘어촌 뉴딜’이어야 할 것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