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요소들은 얼마든지 많다. 매스컴에 수시로 오르락거리는 핵전쟁, 생화학전, 기후변화, 생태계 붕괴, 전염병, 소행성 충돌, 슈퍼화산 분화, 태양지구학, 인공지능(AI) 등이 그들이다. 그러나 필자는 핵전쟁, 기후변화, 전염병 등은 현실적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하곤 한다.
먼저 핵전쟁이다. 전문가들도 핵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점점 높아진다는 데 의견을 일치하고 있다. 핵전쟁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고하는 1945년에 일본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이 최초이자 마지막이다. 이로 인해 36만 명이 사망했다. 아직도 낙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부러워한다’고 한다. 인명과 도시를 완전히 파괴하는 핵전쟁의 가능성은 아직도 남아있고, 방사능 질병의 위험은 언제까지 갈지도 모른다. 핵발전소의 방사능 유출 사고도 핵전쟁에 버금간다.
기후변화를 보자. 기후변화는 여러 가지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지구 온난화로 20세기 기준 평균기온이 섭씨 3도가 올라가면 뉴욕 등 세계 주요 해안 도시가 수몰되어 10억 명 이상이 이주해야 한다고 하면서 인류문명의 종말을 맞을 가능성을 보였다. 그런데도 인류의 생존권과 삶의 터전이 서서히 위협받고 있다는 생각은 뒷전이다.
전염병(바이러스)은 어떤가. 필자는 전염병이 인류에게 최악의 위해 요소라고 본다. 14세기에 창궐한 페스트(흑사병), 15세기에 전염된 스페인 독감, 17세기에 발발한 천연두, 19세기에 발병한 콜레라, 20세기에 나타난 에이즈 등으로 수억에서 수십억 명이 죽었다. 중요한 건 이러한 변종 바이러스가 번져 치명상을 입힐 때까지 백신 개발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거나 개발이 안 된다는 것이다.
2003년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 플루),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2016년 지카 바이러스, 코로나19(우한 페렴)등도 아직 백신을 개발하고 있음을 보면 알 수 있다. 전염병 전파 매개체가 지금까지는 접촉, 호흡기를 통해서 전염됐지만, 공기를 통해 확산하는 전염병이 발생한다면 천문학적인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감염 경로나 형태가 다양해 지면 그만큼 예방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콜레라, 천연두 등이 역사를 새롭게 썼다는 기록이 있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다음 해인 1593년 남해안 일대에 번진 콜레라로 이순신 장군 휘하 조선 수군의 사망자가 전투 중 전사자보다 몇 배가 더 많았다. 1683년에는 조선왕인 숙종이 천연두에 걸려 사망함으로써 장희빈이 등장했다. 조선왕조실록에 수록된 전염병 발생 건수가 1천500여 건임을 볼 때 매년 2~3개 이상이 발병했다고 볼 수 있다.
핵전쟁, 기후변화, 전염병은 어느 한 나라에 국한하지 않는다. 이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코로나19’도 그렇다. 손 씻고, 마스크 착용하고, 환자를 격리하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물론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이 최우선이다. 전염병이 발발할 때는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국가 간 정보를 공유하고 치료 시스템이 가동돼야 한다. 그간의 수혜를 누리는 선진 강국들의 과감한 재정적 지원과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만이 인류를 재앙에서 구해낼 수 있다.
김진영 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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