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전략 없는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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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청운대 교수

인천시가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유치에 실패했다. 정부는 20일 용인·평택·구미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7곳을 지정했다.

 

인천을 포함해 전남, 광주, 충북 등 반도체 첨단 패키징 분야에 도전한 지자체는 이번 선정에서 모두 탈락했다.

 

정부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중 비중을 크게 갖고 있는 분야를 집중 육성키 위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인천시가 응모했던 패키징 분야는 아직 반도체 산업의 주류가 아니기 때문에 기존 메모리 분야에 국한해 특화단지를 선정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는 반도체 시장의 트렌드와 패러다임을 읽지 못한 근시안적 탁상행정이 아닐 수 없다. 후공정은 최근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거대 반도체 기업들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분야다.

 

미세공정 기술이 한계 수준에 도달하면서 과거와 달리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성능, 생산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소위 가성비가 떨어지면서 반도체 기업들은 설계, 생산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기보단 전략적으로 반도체 제품 성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반도체 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패키징 기술에 투자하는 기업은 TSMC와 인텔이다. 메모리반도체 생산 분야는 삼성전자(45.1%)가, 파운드리(위탁생산)는 TSMC(58.5%)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시장은 아직 ‘절대강자’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반도체 패키징 점유율 세계 2위 앰코테크놀로지와 3위 스태츠칩팩을 보유한 인천은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허브로 거듭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인천 남동산단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만 1천개 이상 모여 있다.

 

여러 강점에도 반도체 패키징 분야 국내 대기업을 보유하지 못한 점이 한계로 부각되며 인천이 이번 유치전에서 고배를 마신 점은 아쉽다. 그러나 인천 유치 여부를 떠나 국익 차원에서 반도체 패키징 분야의 중요성을 간과한 정부의 이번 결정은 매우 유감스럽다.

 

향후 반도체 시장은 첨단 패키징 분야가 국가 간 경쟁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일본 등 전공정(설계·생산)에서 뒤처진 국가들이 후공정(패키징)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이 패키징 분야에서 시장 주도권을 놓칠 경우 국내 반도체 업계는 외국에서 패키징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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