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북 전단 제재가 접경 주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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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자 가족모임이 북한에 날려보낼 풍선을 점검하고 있다. 납북자 가족모임 제공

 

여우·까마귀 울음소리가 계속 들린다. 쇳덩이 긁는 소리도 섞여 있다. 귀신 곡소리는 듣는 이들을 섬뜩하게 한다. 경기도 접경지역 주민들이 1년째 듣고 있는 소음이다. 귀마개를 해야 잠을 청할 수 있을 정도다. 스티로폼으로 문을 덧대도 한계가 있다. 캠핑장, 낚시터 등은 영업을 작파한 지 한참이다. 북한과 경계를 하고 있는 인천 강화도, 경기 파주시 대성동 마을의 고통이다. 이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고 경기도 시·군의회 의장들이 나섰다.

 

경기도 시·군의회의장협의회가 9일 채택한 건의문이다.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 피해 지역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신속한 대응, 실질적인 주민지원 방안 마련 등을 담고 있다. 31개 시•군의회 의장들이 이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낸 목소리다. 대남 방송 피해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7월이다. 앞서 그해 5월 북한이 대남 오물풍선 살포를 시작했다. 이에 맞서 우리의 대북 방송이 시작됐고, 이와 동시에 북한의 대남 방송도 시작됐다.

 

그동안 해당 지자체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성동 마을이 있는 파주시도 다양한 대책을 동원했다. 지난 2월 본보 보도 이후 소음 측정, 건강 점검 등 활동을 폈다. 이 과정에서 군과의 협조 체제도 이뤄졌다. 2024년 말에는 피해 지원을 위한 법 개정도 있었다. 민방위기본법에 평시 대남 방송 피해도 보상의 범위에 포함되도록 고쳤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는 없었다. 본질적으로 군사 대치라는 특수성에서 오는 한계였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변화의 가능성이 생겼다. 우리 측에서 북으로 보내는 전단을 자제시키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남북 연락채널을 복원하고 대북 전단 살포와 대북 확성기 방송도 중단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상호주의가 극명히 맞서는 남북 군사 대치다. 우리의 대북 방송과 북한의 대남 방송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우리의 대북 전단 살포를 자제시키는 노력은 선행할 가치가 있다. 다행히 통일부도 달라졌다.

 

대북 전단을 살포해온 단체에 살포 중지를 요청했다고 한다. 정부에 따라 정책이 오간다는 지적은 있다. 하지만 강화·대성동 마을 주민의 피해나 파주·연천 등 전단 살포 지역 주민의 불안을 안다면 그런 소리 못한다. 오죽했으면 지역민들이 전단 살포를 막으려고 직접 나서기까지 했겠나. 차제에 지자체의 단속도 보다 적극적으로 변해야 할 것이다. 항공안전법,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등 제재 수단은 많다. 접경지역민에게는 생존권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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