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동연 경기북부자치도’와 ‘윤석열 경기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경기도를 옥죄고 있는 부당한 규제 개선이다. 윤 대통령은 참석한 시·도지사들에게 약속했다. 지방 분권을 강화해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전북도청에서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 자리였다. 윤 대통령과 김 지사의 화두는 같은 ‘지방’이었다. 지방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구체적 방향성도 같았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대통령의 ‘지방’과 경기도지사의 ‘지방’은 확연히 갈라졌다. 또다시 보는 경기도 괴리다. 김 지사가 얘기를 풀어간 것은 최근 유치한 투자다. 4조5천억원을 투자했는데 규제가 많아 힘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규제 해소를 말했다. “우리에게 투자하려는 외국 기업의 경쟁 상대는 국내에 있는 다른 지자체가 아니라 해외인 경우가 많다...기업에 대한 현금 인센티브 비율 등 수도권이라서 받는 규제가 많은데 정부가 이 문제를 신축적으로 운영해 줬으면 한다.” 권한 위임에서까지 차별을 받는 경기도의 어려움을 대통령 앞에서 직접 호소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도 건의했다. “경기 북부의 발전뿐 아니라 대한민국 성장의 허브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신설이 필요하다...경기북도가 가진 360만 인구와 잘 보전된 자연생태계를 우리의 경쟁력으로 살릴 때 대한민국 전체 경제성장률을 1~2%포인트는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경기 북부의 발전에 대통령께서 특히 관심을 가져 달라.” 경기 북부 발전의 발목을 잡는 것도 접경·군사·GB·상수원 등의 규제다. 거대 인구에 기반한 경제권 독립 요구다. 윤 대통령도 지방의 자율성 강화 등을 중심으로 분권 강화를 약속했다. ‘지방 시대’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라는 점도 강조했다. 인구 문제의 심각성은 지방 소멸 문제와 연계해 설명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인구 문제가 심각한 지역 중심으로 배분될 수 있도록 기준을 개정했다.” 이날 회의에는 전국 시·도지사가 참석했다. 윤 대통령이 약속한 지방 시대 청사진에 모두 동의하고 함께할 것을 다짐했다. 그 속에서 경기도지사의 앞선 건의만 겉돌았다. 정치를 논하는 것이 아니다. 행정을 보는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그랬던 것처럼, 이날 논의된 ‘지방’은 ‘같은 말 다른 의미’다. 인구 절감의 대책은 비수도권의 현안이다. 경기도는 인구 밀집이 현안이다. 분권 강화는 비수도권이 받은 선물이다. 경기도는 권한 위임조차 배제됐다. 대통령이 “민생에 중앙과 지방이 따로 없다”고 했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따로 있음’이 또 한번 증명된 자리였다. 우리가 김 지사의 건의를 전하면서도 큰 기대를 부여하기 조심스러운 이유다. 이 중에도 특히, 경기 북부 주민의 기대를 모으고 있을 특별자치도 설치 건의. 모처럼의 대면(對面) 건의인데 걱정이다.

[사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구태정치 아닌 비전 제시 경쟁장돼야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3월8일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지난 10일 컷오프를 통해 3·8 전당대회 후보를 압축했다. 당 대표 후보로는 김기현 의원, 안철수 의원, 천하람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나다순)가 본경선에 진출했다. 현역 중진인 5선 조경태, 4선 윤상현 의원은 탈락했다. 한편 최고위원 본경선 후보는 김병민, 김용태, 김재원, 민영삼, 정미경, 조수진, 태영호, 허은아 후보 등 8명으로 압축됐다. 친이준석계인 김용태, 허은아 후보가 본경선에 진출한 반면 친윤석열 진영의 공부모임인 ‘국민공감’ 소속 현역 의원 박성중, 이만희, 이용 의원은 탈락했다. 앞으로 약 4주간에 걸쳐 합동연설회 등 치열한 선거운동이 전개될 것이다. 당 대표 후보의 경우, 본격적인 4인 레이스가 시작됐다. 순위와 득표율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재로선 김기현, 안철수 후보의 양강 구도가 예상되며, 본경선은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를 치르게 된다. 결선투표가 실시될 경우, 3, 4위 후보와의 연대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누가 과연 당 대표가 될 수 있을지 예측하기 힘들다. 집권여당 대표의 책임은 막중하다. 앞으로 2년간 국민의힘을 이끄는 당 대표의 임무는 내년 4월10일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되며, 이때 국회의원 후보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때문에 과연 어떤 인물이 집권당 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성공 여부도 좌우될 수 있다. 특히 현재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국회를 통한 정국을 어떻게 이끄느냐 또한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수 주일 동안 국민의힘에서 예비경선 과정을 통해 보여 줬던 후보 간 선거운동 과정을 살펴보면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경쟁 상대 후보에 대한 원색적인 인신공격은 기본이고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 여부와 관련된 ‘윤심(尹心)’에 대한 논란 그 자체가 선거운동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보자들은 국민은 물론 당원들에게 앞으로 집권당을 어떠한 비전을 가지고 운영하겠다는 정책 제시는 하지 않고 이전투구만 하는 구태의연한 정치 행태만 반복했으니, 과연 이런 후보들이 집권당을 제대로 이끌어 정국안정은 물론 정부와 제대로 호흡을 맞춰 국정을 이끌지 지극히 우려된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친윤 대 반윤(親尹 對 反尹)’의 싸움이 아니다. 이런 편 가르기 싸움으로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이 전개된다면 선거 후유증은 상당히 클 뿐만 아니라 당 분열사태도 올 수 있다. 집권당이 지닌 막중한 책무를 인식해 후보자들은 이제라도 구태의연한 선거운동 행태에서 벗어나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 경쟁을 통해 당원은 물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전당대회를 치르기를 간곡히 요망한다.

[사설] 돈 바치며 청탁했던 이재명式 평화/쌍방울 공소장에서 훤히 드러났다

대북 관계 개선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핵심 목표였다. 그 상징적 모습이 전국 최초의 평화부지사 신설이었다. 경제부지사, 연정부지사 등으로 불리던 정무직 부지사 자리를 평화부지사로 개편했다. 이화영 전 국회의원을 임명했다. 대표적 결실로 6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자랑했다.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옥류관 설치, 임진강 유역 남북 공동관리, 남북 음식 교류전, 문화·스포츠 교류 등이었다. 황해도 스마트팜 사업도 있었다. 2019년 1월17일, 경기도 자료 하나가 공개된다. 이 전 부지사의 중국 방문을 알리는 보도용 자료다. 황해도 스마트팜, 옥류관 유치 등을 북측과 협의한다고 돼 있다.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진전된 내용이 있을 것’이라는 도 관계자의 자신감도 언급돼 있다. 남북 평화를 견인해 가는 경기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재명 지사의 정치 역량을 한 단계 높여주는 좋은 소재로 쓰였다. 그런데 거기에서 돈이 오가고 있었다. 그 적나라한 모습이 검찰에서 공개됐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공소사실이다. 김 전 회장이 직접 시인한 내용이다.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북한에 스마트팜 비용을 지급하지 않으면 경기도 대북사업이 어려워진다’. 쌍방울이 경기도를 대신해 돈을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500만달러 가운데 200만달러를 우선 중국 선양의 한 식당에서 북측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에게 전달했다. 그때가 2019년 1월23~24일이다. 이 전 부지사의 방중 일정과 정확히 같다. 또 있다. 이재명 전 지사 방북 논란 때다. 2019년 7월 한 언론사가 ‘이재명 지사 방북 추진’을 보도한다. 이 전 부지사가 펄쩍 뛰며 부인했다. 그러나 이 논란도 사실이었고 돈이 오갔음이 이번에 확인됐다. 바로 그달, 김 전 회장이 북측 인사를 만났다. 이 전 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 얘기를 들었다. 이 전 부지사와 협의했고 그해 11, 12월 역시 송명철에게 300만달러를 줬다. 방북 추진 없다던 이 전 부지사, 뒤에서 돈 주며 방북 추진하고 있었다. 쌍방울 수사는 이재명 대표의 비위를 캐기 위함이다. 모두의 관심은 수사 결과에만 가 있다. 온통 이재명의 기소·불기소만 따진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어쩌면 그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정치인의 대북 평화 쇼, 거기에 동원되고 있는 뒷돈의 실태다. 경기도가 북한과의 당당한 협의를 자랑했다. 이제 보니 몰래 돈 주고 한 거였다. 북한이 초청하고 지사가 정하는 것처럼 자랑했다. 이제 보니 역시 몰래 돈 주고 한 거였다. ‘북한과 협의가 잘되고 있다’.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협의는 대등할 때나 쓰는 말이다. 돈 바치면서 하는 건 청탁이다. 김성태 공소장 속의 남북 관계는 협의가 아니다. 스마트팜 부탁하며 500만달러 줬다. 이 지사 방북 부탁하며 300만달러 줬다. 누가 보더라도 그건 청탁이었다.

[사설] 안성축협 영업 취소 위기, G마크 인증∙관리 철저히 해야

유통기한을 변조해 학교급식 식재료를 공급해 온 안성축협에 대해 안성시가 영업허가를 취소하거나 정지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지사가 우수 농특산물에 부여하는 G마크를 인증받아 불법행위를 저질렀으니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게 합당하다. 안성·오산·수원·남양주·화성시 등의 200여개 학교에 급식 재료를 공급해온 안성축협의 유통기한 변조는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의 학교급식 수사 과정에서 적발됐다. 축협은 유통기한이 지난 돈삼겹 포장육 제품의 포장을 해체한 뒤 이를 원료육과 혼합해 새 포장육 제품으로 만들어 유통기한을 늘렸다. 냉동해야 할 고기를 냉장실에 보관했고, 폐기해야 할 고기도 버리지 않았다. 이에 안성시로부터 축산물 위생관리법 등 위반으로 행정처분 통보를 받았다. 시는 14일 정식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G마크는 경기도내 농특산물의 부가가치 창조를 위해 만든 명품 브랜드다. 도내에서 생산한 농수축산물, 이를 제조 가공한 가공식품 또는 전통식품 중 안전하고 우수한 친환경적 농특산물에 대해 경기도지사 인증 G마크를 부여한다. 소비자가 믿고 먹을 수 있는 우수 브랜드로 자리잡은 G마크는 국내외 우리 농산물의 판로를 확대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또 농산물 품질의 고급화 및 가공식품산업 육성 등으로 경제와 소비가 함께 성장해 가는 데 기여했다. 2022년 현재 G마크 인증업체는 337개다. G마크 인증 업체들은 학교급식에 우선 추천된다. 전용 판매처 확보는 상당한 혜택이다. 안성축협도 G마크 인증을 받아 200여개 학교급식에 공급을 할 수 있었다. 안성축협의 2022년 총매출액은 742억원이다. 이중 학교급식 매출액은 257억원으로 약 35%에 달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해야 할 포장육을 재포장해 납품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G마크 인증 취소와 함께 엄한 처벌을 해야 한다. 안성축협은 현재 ‘축산물 위생관리법’,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안성시로부터 영업허가 취소·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을 위기에 있다. 일반 업체도 아니고, G마크 인증 업체에서 이런 황당한 사고가 일어나다니 기가 막힌다. 이번 적발은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의 학교급식 수사 과정에서 나왔는데, G마크 인증업체에 대한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G마크 인증 신청서를 낸 업체에 대한 사전조사는 물론, 인증 후 사후관리까지 더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을 보완·강화해야 한다. 소비자단체 등으로 구성한 사후관리 중심의 전문조직을 고려해봄직 하다.

[사설] ‘왜 몰래 했나’ 화성시민 분노 증폭/軍공항도 대화하는데, 교정 행정은…

여자교도소 건립을 위한 공론화가 파행으로 끝났다. 서로 입장차만 확인했고 어떤 공감대도 도출하지 못했다. 화성시 마도면 주민과 법무부 관계자 간의 자리였다. 법무부는 이날 여자교도소 신축 사업의 경과와 필요성을 설명했다. 아울러 주민들이 원하는 요구 사항을 경청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주민 대표들의 주장은 ‘교도소 설립 절대 불가’ 하나였다. 토론하며 협의에 나설 어떤 안건도 제시하지 않았다. 애초에 쉽지 않은 대화였다. 그 우려대로 나타난 것이다. 법무부가 찍은 부지는 화성시 마도면 슬항리다. 축구장 3개 규모의 1만9천㎡ 크기다. 현재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외국인 보호소가 있다. 여기에 여자교도소까지 추가하는 계획이다. 사실상 이 일대가 ‘교정타운’화되는 셈이다. 알게 된 주민의 반대가 심하다. 안 그래도 화성 공항 추진 문제로 시끄럽다. 국방부, 수원시와의 대립이 수년째다. 이런 상황에 교도소 건립까지 얹혀진 셈이다. 교도소에는 지역명이 붙고, 그래서 교도소 신설을 좋아할 지역은 없다. 물론 이곳을 교도소 부지로 정한 법무부 입장은 있다. 수용 시설 부족으로 인한 재소자 인권 논란이 심각하다. 여성 범죄자 수용을 위한 전용 시설 부족은 특히 더하다. 심지어 대통령선거 공약에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마침 이곳이 법무부 땅이고 유사 시설이 모여 있다. 예산 절감과 행정 효율을 동시에 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행정 측면에서는 합리적인 판단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문제가 있다. 교정 행정에 남은 밀실 관행이다. ‘교도소 행정은 비밀리에 해도 된다’는. 지역 국회의원이 그간 추진 일정을 알아냈다. 계획안은 2009년에 나왔다. 2014년에 기재부에서 예비타당성을 면제받았다. 2020년 6월에 설계 용역 공고를 냈고, 업체도 선정했다. 2021년에는 신축부지 기반조사, 재해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까지 했다. 준공 목표 시점도 2026년으로 딱 정해 놨다. 절차상으로 보면 곧 삽 뜰 차례다. 공사를 숨길 순 없어서였을까. 지난해 12월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래놓고 공론화하자고 한다. 대화가 되겠나. 과거라면 이해됐다. 교정 행정의 특수성이 인정됐다. 주민 반발을 덮고 가도 됐다. 이제 안 된다. 사회가 바뀌었다. 모든 행정이 투명해졌다. 군 행정만큼 보안과 밀행이 중요한 영역도 없다. 그런데 거기도 열렸다. 멀리서 찾을 것 없다. 현안인 화성 군공항 이전 사업이 그렇다. 전시 군전략의 핵심이다. 과거 같았으면 무조건 정하고 밀어붙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안 한다. 검토 단계부터 다 설명하고 있다. 힘들고 더디지만 맞춰 가고 있다. 교정 행정이 군사 행정보다 비밀스러워야 할 이유가 있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교정 행정만 시대 변화를 못 따르는 것인가. 그런 것 같다. 십수년 몰랐던 ‘화성여자교도소’ 추진 자료들을 한꺼번에 보니 그런 것 같다.

[사설] 1기 신도시 재건축, 기반시설 등 종합대책 꼼꼼히 세워야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재건축에 시동이 걸렸다. 정부가 신도시 재건축에 안전 진단을 면제·완화하고, 사업성 보장과 가구 수 확대를 위해 용적률을 500%까지 풀기로 했다. 국토교통부가 7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공개했다. 용적률 규제 탓에 사업성이 낮아지거나 안전진단에 가로막혀 재건축 계획을 못 짜는 일이 없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재건축 대상은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이 지난 100만㎡ 이상 택지다. 경인지역에선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 1기 신도시와 인천 연수·안양 포일·수원 영통지구 등이 혜택을 받게 된다. 정부는 이들 지역에서 리모델링을 하는 경우 가구 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수직증축 허용 가구 수를 일반 단지에 적용되는 15%보다 더 높여주기로 했다. 안전진단을 아예 면제하거나 완화하고, 건축 사업의 핵심 변수인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완화하는 것은 파격적인 혜택이다. 1기 신도시 등 단기에 공급이 집중된 고밀 주거단지는 기반시설 노후화로 지역주민의 불편 호소와 정비 요구가 높았다. 정부가 기존 ‘도시정비법’과 ‘도시재생법’으로는 신속한 정비가 어렵다고 판단,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마련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숙원인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특별법으로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빨라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규모 동시다발적 개발로 인한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용적률을 크게 높이고 종 상향도 가능해 고밀·복합개발로 토지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기반시설 용량이 크게 부족하게 된다. 현재 신도시 도로나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은 200% 안 되는 용적률에 맞춰져 있는데 특별법으로 이를 350%, 최대 500%까지 올린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당연히 주거환경이 열악해진다. 도로 확충이나 주차, 난방, 상하수도 문제 등 마스터플랜 수립 과정에서 섬세한 대책이 필요하다. 베드타운에 불과했던 신도시가 자족기능을 갖출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고, 인근 집값·전셋값 안정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도 신도시 정비사업의 장애요인이다. 재건축 사업의 큰 걸림돌이 초과이익 환수제인데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특별법의 정책 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 이를 폐지하면 좋지만 쉽지 않다면 감면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의 마스터플랜 수립과 지자체의 기본계획 수립이 동시 진행되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협업도 중요하다. 경기도 등 지자체에 권한을 충분히 부여하되 사업 우선순위 등을 놓고 지자체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으므로 정부가 컨트롤타워 기능을 갖고 조율할 필요가 있다.

[사설] 돈 뜯어내는 건설노조 악폐, 반드시 뿌리 뽑아야

전국 건설현장에 만연한 노조의 불법행위 사례는 충격적이다. 불법행위가 도를 넘어서면서 건설산업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노조는 그동안 자기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거나 노조 전임비, 타워크레인 월례비 등의 금품을 요구해 왔다. 불응할 경우 작업·운송 거부, 협박, 폭력 등으로 건설사를 괴롭혀 왔다. 타워크레인 기사 A씨는 하도급 장비업체와 월 380만원의 근로계약을 맺었으나 건설사에 월례비 600만원을 월급처럼 요구했다. A씨가 태업으로 공사 기간을 지연시키자 건설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매달 월례비를 지급했다. B건설노조는 3천가구 아파트 공사 착수 전 자기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며 들어주지 않으면 보복하겠다고 협박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건설노조는 현장 입구를 봉쇄, 작업을 방해하면서 현장 직원에게 폭력을 가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2월30일부터 2주간 아파트 신축 등 민간 건설현장을 조사한 결과, 전국 1천489곳에서 2천70건의 불법행위가 적발됐다. 한 건설사는 최근 4년간 18곳 현장에서 44명의 타워크레인 기 사에게 697회에 걸쳐 월례비 등의 명목으로 38억원을 뜯겼다. 또 다른 건설사는 2021년 10월 10개 노조로부터 전임비를 강요받아 1개 노조당 100만∼200만원씩 월 1천547만원을 냈다. 3년간 118개 업체의 피해액이 1천686억원에 이른다. 건설노조에 뒷돈이 많은 것은 ‘공사 기간’이 이윤의 관건이 되는 특성 때문이다. 노조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온갖 핑계로 공기를 지연시켰다. 공사 지연은 329개 현장에서 벌어졌으며 120일까지 늦어진 사례도 있다. 건설노조의 불·탈법은 공사 지연, 부실시공, 건설비 상승으로 이어져 그 피해가 아파트 입주자 등 국민에게 돌아간다. 관행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돼 온 건설노조의 악폐에 건설업계가 한목소리를 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가 6일 총궐기대회를 열고, ‘불법행위를 끝까지 뿌리뽑자’고 결의했다. 1천여곳의 건설업체가 참여한 궐기대회에서 건설인들은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는 단순 이권 투쟁을 넘어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치주의와 공권력을 비웃으며 활개 쳐온 노조 횡포에 건설사들은 입주지연, 공사중단 등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온갖 요구를 들어줬다. 더 이상은 안 된다. 가격상승, 인건비 증가, 분양경기 악화,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감소 등 건설산업을 둘러싼 악재가 수두룩한데 노조 불법행위까지 더해지면 건설산업이 무너질 수도 있다. 노조의 횡포와 건설사의 자포자기,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민형사상 조치와 손해배상 청구 등 엄중한 처벌로 악폐를 뿌리 뽑아야 한다.

[사설] 사회지도층이 주로 쓰는 묵비권/힘없는 국민엔 저것도 특권이다

조국 전 법무장관 재판에서 짚고 갈 부분이 있다.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이뤄졌던 극단적 묵비권이다. 수사 단계에서 진술거부권(묵비권)을 사용했다. 항변 빠진 검찰의 주장이 그대로 법원에 넘어갔다. 조 전 장관의 묵비권은 법정으로까지 이어졌다. 대단히 드문 경우였다. 그가 든 이유는 형사소송법상의 ‘친족에 대한 증언거부권’이다. 배우자·자녀가 피고인·사건 관계인이므로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질문 때마다 ‘형소법 148조에 따르겠다’며 묵비권을 행사했다. 이른바 7대 스펙의 허위 여부를 따지는 재판이었다. 일부 범죄 행위에는 본인게 연루돼 있었다. 그런데도 묵비권을 행사했다. 법조인들에조차 생소했던 ‘가족 관계 진술 거부권’이었다. 결과는 어땠나. 그 재판에서 정경심 피고인은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 조 전 장관도 결국 징역 2년의 실형이었다. 전문가적 소송 기술이 무색해진 엄한 판결이다. 유명했던 묵비권 사건들이 있다. 조 전 장관의 묵비권이 그런 예였고, 앞서 한명숙 전 총리 사건도 그랬다. 한 전 총리는 검찰에서 시종 묵비권을 행사했다. 첫 번째 사건과 두 번째 사건이 있다. 첫 번째 사건은 무죄가 선고됐고, 두 번째 사건은 실형이 선고됐다. ‘양심의 법정에서 나는 무죄다’라는 말을 남겼지만 실형이란 결과는 영원히 남았다. 최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목 받는다. 진술서로 대체하는 ‘변형된 묵비권’이다. 한 전 총리, 조 전 장관, 그리고 이 대표의 공통점은 진보 진영이라는 점이다. 보수 진영 인사에서는 좀처럼 목격되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이후 검찰에 출두했다. 구속 기소가 뻔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치열히 진술했고, 장시간 수사기록을 고쳤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변호인을 통해 일일이 항변했다. 진보 진영 인사들의 묵비권 선호는 이유가 있는 것일까. 그 묵비권이 재판에 주는 영향은 있는 것일가. 일반인들은 궁금하다. 선호하는 이유라면 이걸 것이다. 민주화운동 시절부터 몸에 익은 경험칙이 있다. 사법부, 특히 보수 정권의 사법부에 대한 근원적 불신이다. 구속·기소를 정해 놓고 수사를 한다고 믿는다. 그러니 애써 진술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또 다른 이유라면 유리한 결과를 여론 대결로 풀려는 시도다. 사법부보다는 여론으로 심판 받는 게 낫다고 판단한다. 대중 선동은 독재 시절부터 진보 진영의 무기였다. 그 무기로 끌고 가려는 것이다. 묵비권을 탓할 건 아니다. 법이 정한 피의자 권리다. 다만, 지도층의 묵비권은 달리 보일 수 있음이다. 일반인의 그것과 지도자들의 그것이 현장에서는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썼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검찰·경찰 조서가 여전히 재판의 절대 증거다. 뒤늦게 항변을 늘어놨다가는 ‘왜 검찰에서 입 닫고 있었냐’며 질책 받기 딱이다. 결국 힘없는 국민 눈에는 정치인들의 묵비권도 흉내 낼 수 없는 특권일 것이다.

[사설] 조민, 부친 실형 선고에도 ‘난 떳떳하다’/여행∙맛집 꿈까지… 법원∙청년∙의료계 조롱하나

아무리 어리다지만 심하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딸 조민씨다. ‘떳떳하다’ ‘의사 자질 충분하다했다’고 했다. 모두 적절하지 않은 말이다. 얼굴을 공개하며 응한 첫번째 인터뷰에서다. 인터뷰를 한 곳은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이다. 하필 조 전 장관에 실형이 선고된 당일에 이뤄졌다. 재판 결과는 모친 정경심 교수에 이어 부친 조 전 장관에까지 실형이 선고됐다. 감정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상태일 수 있음은 이해한다. 그렇더라도 도를 넘어 보이는 부분이 많다. “저는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그래서 결심했다...이제 조국 딸이 아니라 조민으로 당당하게 숨지 않고 살고 싶다.” 공개 인터뷰에 나선 이유도 그래서라고 설명했다. 무슨 소리를 하고 있나. 조국·정경심 부부의 핵심 공소 사실은 조씨의 입시 부정이다. 동양대 총장 표창 위조 등 7개 허위 스팩 만들기가 사건의 핵심이었다. 이 7개 스팩 모두를 법원이 ‘허위’라고 판결했다. 모든 허위스팩은 본인의 진학 자료로 쓰였다. 그게 실형인데 뭐가 떳떳한가. “(선배의사들로부터) 자질이 충분하다고 들었다.” 본인의 의사 자격에 대해서도 밝힌 대목이다. 궁금하다. 도대체 어떤 의사가 조씨의 의사 자질을 인정했다는 것인가. 그 칭찬 속에 의전원 입시 비리는 평가돼 있는가. 우리가 기억하는 의사들 목소리는 이런 거다. 조씨가 인턴 지원을 하던 2021년에 나온 성명서가 있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가 냈다. ‘입시 비리가 있는데도 의사가 됐다는 사실에 의사들이 황당하다.’ 그러면서 당장 의사 자격을 정지시키라고 했다. 미래 계획을 얘기하는 대목에서 귀를 의심케 된다. 국내 여행도 하고, 맛집도 하고, SNS도 하겠다고 했다. 모두가 하는 평범한 일들을 하도 싶다고 했다. 젊은이다운 꿈으로 봐야 하나. 하필 부친 조 전 장관이 딸 조씨의 입시 비리로 실형을 선고 받은 날이다. 부부 동시 수감이라는 참변은 면했으나 언제든 살아야 할 징역 2년의 짐이 생겼다. 재판 결과를 지켜 본 젊은이들의 좌절도 또 한번 끓어 오른 날이다. 거기에 대고 여행, 맛집을 얘기할 건 아니다. 조씨의 실망스런 인터뷰 발언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에도 김어준씨 방송에 출연해 이런 말을 했다. “고졸이 돼도 시험은 다시 치면 되고, 서른에 의사가 못되면 마흔에 되면 된다.” 입시·취업 지옥에 사는 젊은이들에 대한 오만 가득한 발언이었다. 그 오만함이 이번에도 물씬 풍긴다. “부족하지 않은 저의 환경 자체가 누군가에게 특권으로 비칠 수 있음을 깨달았다.” 특권으로 비친 게 아니라 그냥 특권이다. 각종 불법까지 가미된 최악의 특권이다. 어머니 정경심 피고인의 항소심 판결문의 끝 부분이 이랬다. “교육기관의 입학사정 업무를 방해하고 입시 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믿음을 심각하게 훼손했다.”(2021년 8월· 서울고법). 이 시대를 사는 한 젊은이가 또래의 수많은 젊은이에게 줄 수 있는 최악의 좌절이라는 법원의 선언이다. 이런 법원의 선언을 ‘나는 떳떳하다’며 희롱하고 있는 것이다.

[사설]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부모, 홍보와 지원책 강화해야

청소년부모의 생활 실태는 참으로 눈물겹다. 청소년 복지 지원법에 따라 만 24세 이하로서 자녀를 가진 어린부부를 청소년부모라고 칭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정부는 물론 지자체에서 생활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지원 액수도 아주 미미할 뿐만 아니라 적은 액수이지만 이것도 제대로 알지 못해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부모가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지난 2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2020년 전국 최초로 ‘경기도 청소년부모 가정 지원 조례’를 제정한 뒤 지난해 7월부터 ‘청소년부모 아동 양육비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중위소득 60% 이하의 청소년부모에게 6개월간 월 20만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그간 ‘청소년 한부모’로 제한됐던 대상을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청소년부모까지 범위를 넓혔다. 그러나 경기도로부터 양육비를 지원받는 청소년부모가 10명 중 2명에도 못 미치는 상태다. 경기도내의 청소년부모는 지난 2021년 9월 말 기준 608가구, 1천712명에 이르지만 지난해 수혜자는 313명으로 청소년부모 중 82%는 해당 사업에서 제외된 것이다. 상당수 청소년부모가 제외된 이유는 이런 제도 자체를 알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설령 지원 제도를 알더라도 직접 청구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지원에서 제외되고 있다. 또 월 20만원이라는 지원 액수는 너무 적다. 이들 청소년부모는 이른 나이에 부모로서 짊어진 자녀 양육 및 가사 부담 등으로 인해 대부분 취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전문직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아 배달 아르바이트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사례가 많아 지원비는 기저귀 값도 감당하기 힘든 형편이라고 한다. 한국미혼모 지원 네트워크에서 실시한 ‘2019 청소년부모 생활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부모가 가족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을 때 22.9%는 낙태를, 15.2%는 입양을 권유받았고, 알아서 해결하라는 방관의 경우도 16.2%나 됐다고 한다. 또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상당수 청소년부모들은 학업 중단을 결정하고 원가족의 경제적 지원 없이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어려운 실정인 것이다.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은 비록 적은 지원 액수이지만 다수가 지원에서 제외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이런 사업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도는 물론 기초지자체는 제외된 청소년부모를 조속히 조사해 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원 액수 20만원은 너무 적다. 이를 확대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 청소년부모를 바라보는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함은 물론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소년부모를 위해 직업훈련 같은 실질적인 경제 지원 정책 등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해 이들이 빈곤가정으로 추락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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