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을 극도로 피로하게 만드는 정치권은 대오각성해야

최근 시청자들이 TV에 나오는 뉴스를 잘 보지 않는다고 한다. 일부 시청자들은 정치뉴스가 나오면 아예 TV를 끈다고 한다. 신문을 보는 독자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한다. 정치와 관련된 기사는 보지 않는 신문독자가 늘고 있다. 이런 정치 관련 뉴스에 대한 기피현상이 최근 더욱 심화되고 있어 이대로 가면 정치에 대한 혐오증까지 확산될 것 같다. 지난해 있던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이후 한국사회는 정치의 양극화 현상이 극도로 심화돼 이들의 갈등 양상을 보도하는 정치 관련 뉴스는 거의 매일같이 등장하는 인물이 고정적이고 보도 내용도 특별히 새로운 것 없이 반복되고 있으며, 이들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도 시중에서 벌어지는 싸움판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상호비방, 인격모독, 거짓말은 일상화되고 언어폭력이 난무하고 있어 어린 학생들이 보고 배우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런 현상은 집권 여당은 물론 야당 모두 비슷하다. 국민의힘은 오는 8일 전당대회를 개최해 당 대표와 5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하며, 지난 토요일부터 나흘간 모바일 투표와 ARS 투표가 실시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진행된 선거운동 과정을 보면 책임 있는 여당의 면모를 새롭게 하는 비전의 제시는 보이지 않고 윤심(尹心) 논란과 함께 후보들 간 이전투구만 뉴스에 보도된다. 고물가, 수출부진 등으로 경제가 어려움에도 민생 현안이나 정책 노선에 대한 토론은 찾아보기 힘들고 “당을 망칠 사람” “가짜 뉴스” “땅 투기자” 등과 같은 막말만 난무했다. 보수 정당의 미래나 당의 쇄신 방안 제시를 통해 당원은 물론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집권당의 위상을 추락시켜 누가 당 대표가 되든 과연 정국을 어떻게 이끌지 염려된다. 국회에서 거대 의석을 가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이재명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인해 당의 내홍이 깊어가고 있다. “당 대표를 위한 정당” 또는 “국민을 위한 정당”인지에 대한 논란으로 당내 싸움이 격화되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견제는 물론 당의 미래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민생을 챙기겠다고 소집을 요구한 3월 임시국회는 “무엇을 위한 국회” “누구를 위한 국회”인지 모르겠다. 3월1일은 독립운동을 기리는 공휴일임을 알면서도 민생을 논의하기 위해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해 놓고는 정작 국회는 상임위원회 하나도 개최하지 않았다. 더 가관인 것은 국회의원 20여명은 지난 2일 “당의 진로와 총선 준비를 위한” 워크숍이라는 명목으로 2박3일 베트남으로 떠났다. 이런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 과연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탕진하는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한 행태에 국민들은 극도로 피로가 누적돼 있다. 정치권의 대오각성이 없으면 스스로 공멸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설] 외진 마을버스 타 보긴 했나, 도지사∙시장∙군수들

마을버스는 말초 단위의 대중교통이다. 시내버스가 닿지 않는 곳을 운행한다. 기본적으로 돈이 되지 않는 노선이다. 주목할 것은 이용자층이다. 경제적 사정 또는 고령으로 자가용을 사용할 수 없는 시민들이 많다. 어찌 보면 가장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배차간격이 하세월이고, 운행 차량 상태도 엉망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턱없이 부족한 지원이다. 시내버스 지원과는 비교도 안 된다. 시내버스 업체가 지난해 경기도와 시·군에서 받은 지원금이 3천22억여원이다. 수도권 환승할인 보전금, 청소년할인결손보전금, 적자노선지원금 등 모두 8개 항목이다. 마을버스는 그 10분의 1 수준인 289억원을 받았다. 단순하게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지원하는 항목부터 차별이 심하다. 시내버스가 받는 지원금 항목 8개 가운데 6개는 마을버스에 적용되지 않는다. 같은 대중교통인데 현실적인 차이가 너무 크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마을버스도 고통이다. 협회가 22개 시·군의 마을버스 운영 실태를 집계했다. 1일 평균 이용객 수가 지난해 76만8천731명이었다. 2019년에는 96만6천360명이었다. 3년 만에 20% 줄었다. 2021년 현재 도내 마을버스가 2천883대다. 하루 평균 수익금이 33만원이다. 표준 운송 원가는 51만5천원이다. 버스 한 대가 하루 18만4천원씩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계속 운행하는 게 신기할 판이다. 지자체마다 교통복지, 교통편의를 주창한다. GTX니 3호선이니 하는 철도 교통에는 수조원도 척척 써낸다. 시내버스니 광역버스니 하는 주류 대중교통에는 툭하면 신차 도입이다. 그런데 이런 예산 투입에 마을버스는 없다. ‘신경 쓰고 있다’고 항변하겠으나 드러나는 게 없다. 지난해 1년간 교통 관련 보도자료를 그러모아 보자. 철도교통 얘기, 광역·시내버스 얘기가 많다. 그 보도자료 중에 ‘마을버스’가 몇 건인가. 있기는 했나. 지난주에도 경기도의 교통 자료가 배포됐다. 2층 전기버스 40대를 올해 추가로 들여온다는 발표였다. 국비 96억원 등 24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고 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고, 소음과 진동도 적어 쾌적한 승차감이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마을버스는 어떤가. 어떤 마을버스는 ‘봉고 버스’라 불린다. 너무 작아 환기도 안 된다. 출퇴근길에는 승객들이 숨도 제대로 못 쉰다. 차체가 심하게 흔들려 어르신들은 서 있기도 어렵다. 이게 경기도 마을버스의 실태다. 통근복지를 선창해 온 경기도의 실상이다. 그래서 도지사·시장·군수들에 시승을 권해본다. 외진 마을버스 노선을 꼭 타보길 권한다. 추위에 떨며 기다리는 시민들을 볼 수 있다. 출발한 버스 꽁무니를 쫓아 달리는 시민을 볼 수도 있다. 8억원짜리 2층 전기버스가 다른 나라 얘기다.

윤 대통령 “산불 예방 총력”···‘특별대책기간’ 지정 지시

 윤석열 대통령은 5일 “최근 산불 발생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산림청과 행안부 등 관계부처는 지금부터 비가 내리는 우기까지 특별대책 기간으로 지정, 예방과 상황 관리에 총력을 다해달라”고 긴급 지시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최근 건조한 날씨 등으로 급증하고 있는 산불 상황을 보고 받고,이 같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산불로 훼손된 산림을 회복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산불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파괴하는 심각한 재난이다. 무엇보다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윤 대통령은 “대부분의 산불이 실화, 소각 등과 같은 사소한 부주의로 발생하고 있는데, 행안부, 산림청, 지자체 등에서는 산불 예방을 위한 순찰 강화, 계도 및 홍보활동에 총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윤 대통령은 “산불이 발생한 경우에는 관계부처 간 협력체계를 신속히 가동하여 산림청 외에도 행안부, 국방부, 소방청, 경찰청 등 관계부처에서 가용 헬기, 장비, 인력 등을 총동원하여 조기에 진압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산불로 인해 주택이 소실되는 등 국민들이 소중한 삶의 터전을 상실한 경우에는 관련 법령에 따라 신속하게 행정·재정적 지원조치를 실시하여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신속한 복구를 지원하라”고 주문했다.

[사설] 살인까지 부르는 ‘벽간소음’, 규제 강화 등 대책 절실하다

‘층간소음’ 못지않게 ‘벽간소음’ 문제가 심각하다. 벽을 타고 들리는 이웃집의 갖가지 소음에 일상생활을 제대로 못하고, 밤잠까지 설친다는 불평·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벽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갈등이 심화돼 살인까지 부르고 있다. 실제 지난달 24일 수원특례시 장안구에서 원룸텔에 살던 20대 남성이 벽간소음으로 갈등을 빚던 40대 남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평택시의 한 원룸에서 60대 남성이 벽간소음 때문에 이웃에 흉기를 들고 찾아가 위협하다가 검거됐다. 앞서 9월 화성시에서도 벽간소음에 격분해 이웃집 현관문을 흉기로 여러 차례 내리찍는 등 위협한 30대 남성이 붙잡혔다. 층간소음·벽간소음 민원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경기도에서만 연 2만여건의 민원이 발생한다. 최근 5년간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이웃센터에 접수된 경기도의 층간소음(벽간소음 포함) 민원은 2018년 1만4천206건, 2019년 1만4천607건, 2020년 1만9천585건, 2021년 2만4천210건, 2022년 2만102건에 이른다. 연평균 1만8천542건으로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주요 부동산 플랫폼에 올라온 민원 1순위가 벽간소음이다.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에서 벽간소음으로 인한 칼부림, 살인 등 강력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벽간소음은 관련법상 소음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층간소음은 사회 문제가 되면서 데시벨 기준 등 규제가 강화됐지만 벽간소음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벽간소음에 대해선 지을 때의 기준도 없고, 짓고 난 다음 실생활에서의 소음 기준도 존재하지 않는다. 소음 규제 기준이 없다 보니 경계벽의 방음이 허술해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벽간소음으로 인한 마찰을 중재하는 곳이 마땅히 없다. 관련 부서나 부처도 나뉘어 있어 혼란스럽다. 지자체에도 전담부서는 없다. 벽간소음의 가장 큰 원인은 경계벽 소음 차단 규정 등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불법 ‘방 쪼개기’를 통한 원룸 임대사업도 한몫하고 있다. 방 쪼개기는 건축주 등이 준공 허가를 받은 이후 주택 내 가벽을 설치해 가구를 늘리는 것이다. 방을 늘려 임대료를 더 받으려는 편법으로 주택건설기준규정에 명시된 내용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벽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계벽에 대한 방음 기준 등 구체적인 규정이 필요하다. 국토부나 환경부에서 규제 및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또 단속을 강화해 방 쪼개기 같은 불법건축물 양산을 막아야 한다. 민원을 상담하고 해결할 센터도 마련해야 한다.

[사설] 정치권의 ‘서울대병원 생색’, 오산을 망치다

서울대병원 유치 실패의 후유증은 끝이 없다. 이번에는 점점 커지는 손해배상 액수다. 유치 예상 부지의 환매권 고지 의무 위반으로 빚어진 사태다. 내삼미동 토지주 3명이 시를 상대로 환매권 상실 관련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그 소송의 대법원 최종 판결이 지난해 6월30일 나왔다. 배상액이 2억3천만원이다. 시가 2010년 사들인 전체 토지는 내삼미동 104필지(12만3천881㎡), 토지주는 모두 75명이다. 이들이 같은 자격이다. 판결 직후 시가 배상액을 계산했다. 최초 배상토지의 감정평가 지가상승률(18.71%)을 토대로 평균 20%의 상승률을 적용했다. 이렇게 해서 100억원 정도가 나왔다. 올 예산에 118억원을 편성한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추가 소송과 이 과정의 화해권고가 나오면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가상승률이 최고 28%까지 높아지는 등 평균 25%로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전체 배상액도 150억원을 육박하고 있다. 부담이 급증했다. 사태의 출발이 어처구니 없다. 환매권이란 토지를 취득한 사업자(오산시)가 취득일로부터 10년 이내 해당 사업의 폐지·변경을 하는 경우 발생하는 권리 관계다. 토지 소유자가 보상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시업시행자(오산시)에 지급하고 토지를 환매 받을 수 있는 권리다. 이 경우 서울대 병원 유치라는 목적이 사라졌으므로 당연히 원 토지주들에게 환매권 발생 사실을 통지했어야 했다. 바로 그 통지를 하지 않아 이 지경까지 온 것이다. 앞서 우리는 내삼미동 공영주차장의 혈세 낭비 사례를 지적했다. 2021년 66억원을 들여 200면짜리 공영주차장을 만들었다. 그런데 텅텅 비어 있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서울대병원 유치 실패의 후유증이다. 용도가 없어진 그 땅에 이런저런 사업이 그려졌다. 미니어처 빌리지, 드라마세트장, 안전체험관 등이다. 여기도 정치권 개입 소문이 있다. 결과는 어땠나. 엄청난 관광객이 온다더니 텅 비었다. 서울대병원 유치에 이은 거짓말이었다. 언제적 서울대병원 유치 실패인가. 그런데도 그 폐해가 오산시의 현재를 망치고, 미래까지 망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50억원을 물어주고, 66억원짜리 주차장을 계속 돌릴 지경에 와 있다. 그 시작과 책임을 많은 시민이 알고 있다. 누가 뭐래도 시작은 정치였다. 어줍잖은 시작, 엉성한 추진, 무책임한 마무리가 문제였다. 미숙한 유치 추진 이기하 전 시장, 유치 불발과 환매권 패착 곽상욱 전 시장, 정치적 포장과 간섭 안민석 현 국회의원이다. 셋 모두 시민에게 머리 숙이고 사과해야 맞다. ‘나 혼자 한 건 아니다’(이 전 시장), ‘부시장 전결이라 몰랐다’(곽 전 시장), ‘행정과 정치를 구분해야 한다’(안 의원)....(2022년 11월30일자 안 인터넷 언론 인터뷰 중에서). 어느 것 하나 납득되는 해명이 없다. 그 긴 세월 정치 선전에 단골 구호로 써 먹더니 지금 와서 저런 변명이 가당키나 한가. 그 변명을 무색케 할 증거가 지금도 인터넷 곳곳에 넘친다. 결국 토론하고 밝혀야 할 것이다.

[사설] 20년 기다린 동탄~인덕원선, 조속한 착공 이뤄져야

동탄~인덕원 복선전철(동인선) 건설은 수도권 서남부지역의 숙원사업이다. 사업이 제안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로 언제 완공될지 모른다. 참다못한 지역 주민들이 ‘동인선 범시민연합’을 구성, 조속한 착공을 위한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동인선 착공 지연 불가. 20년 기다린 5개 시 주민의 숙원’이란 제목으로 도민청원을 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진행하고 있는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건설공사’의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상반기 내 완료하고 조속히 전 구간을 착공해 달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 청원은 지난 1월14일 도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후 19일 만인 2월2일 도지사 답변 성립요건인 1만명을 돌파해 ‘도민청원 1호’가 됐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취임 후 처음인 도민청원 1호에 대해 “동인선 전 구간 조속 착공을 위해 5개 시와 함께 정부와 관계기관에 건의하겠다”고 답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의왕시의 동인선 1공구 현장사무실에서 도지사와 수원·용인·화성·안양·의왕 등 5개 시 단체장, 국회의원, 도의원, 동인선 범시민연합 운영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장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동인선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전 구간이 착공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KDI에 공동건의문을 보내기로 했다. 또 동인선 착공 전 발생하는 교통 불편에 대해선 버스 증차·노선 신설 등 보완 대책을 검토하기로 했다. 착공 지연으로 인한 시민 불편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동인선은 수도권 서남부지역의 광역교통망을 확충하기 위해 인덕원에서 수원, 동탄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총연장 37.1㎞로 2조8천329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2003년 제안된 이후 2018년 기본계획을 수립했으며 12개 공구로 나눠 공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 설계·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턴키 방식으로 1공구(안양시)·9공구(수원시)가 2021년 착공했다. 그러나 사업 구간 내 역사 신설과 터널 지반보강 등 사업비가 늘어나면서 KDI가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동인선의 완공을 기다리던 주민들은, 20년이 지났는데 재검토를 한다는 황당한 소식에 뿔이 났다. 경기도와 5개 지자체, 정치인들이 뭉쳐 ‘동인선 조속 착공’을 촉구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도민 불편을 감안하면 진작 나섰어야 했다. 정부는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하고, 전 구간이 착공될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장 간담회에 참석했던 지자체장과 정치인들은, 그날 하루의 퍼포먼스에 그치지 말고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12개 구간의 착공이 빨리 이뤄지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설] 국세 체납 100조, 소멸시효 없애고 끝까지 추적 받아내야

누구는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누구는 재산을 숨긴 채 고의로 안 낸다면 ‘조세정의’에 어긋난다. 납세의무를 지킨 국민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끝까지 추적해 세금을 받아 내야 하는 이유다. 국세청이 거둬들이지 못한 국세 누계 총액이 2021년 기준 99조8천607억 원이다. 이 중 ‘못 받는 돈’으로 분류된 정리보류 금액만 88조4천71억원에 이른다. 체납액의 88.5%는 징수가 어렵다는 뜻이다. 수도권의 상황도 비슷하다. 서울·경기(강원 일부 포함)·인천권의 체납 총액은 68조6천729억원, 이 중 정리보류 금액이 61조623억원(88.9%)에 달한다. 100조원 가까운 체납 국세의 90%가 못 받는 돈이라니, 국세청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다. 국가가 부과하는 내국세 중 직접세는 소득세, 상속세, 법인세, 증여세 등이다. 세금을 안 내는 사람 중에는 돈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고급주택에서 호화생활을 하면서 재산을 숨기고 고의로 내지 않는 악성체납자도 상당수다. 국세청은 2억원 이상의 세금을 1년 이상 체납할 경우 고액·상습체납자로 분류해 명단을 공개한다. 작년 한 해 공개된 신규 대상자만 해도 개인 4천423명, 법인 2천517개로 4조4천196억원의 국세를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징수가 어려운 체납의 경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위탁하고 있다. 그러나 캠코의 징수실적은 0%대다. 최근 5년간 징수위탁 실적(징수율·금액 기준)은 2017년 0.65%, 2018년 0.64%, 2019년 0.68%, 2020년 0.65%, 2021년 0.69%에 그쳤다. 체납자들은 폐업자, 신용불량자, 실종자 등의 이유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실제 그럴 수도 있지만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를 악용하는 등 편법 사례가 많다. 현행 국세기본법상 5억원 이상은 10년, 5억원 미만은 5년이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고 5년만 버티자’는 악성 납세자들이 늘고 있다. 인터넷에는 ‘소멸시효 기간 동안 버티는 방법’ 등의 글이 수두룩하고, 불법 브로커들의 허위 과장광고도 많다. 악성 체납자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국세징수권 소멸시효를 없애야 한다. 국세청은 징수 체계를 개편해 세금을 떼어먹으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 국세청이 고액·상습체납자의 추적조사를 강화하기 위해 ‘추적전담반’을 늘리기로 한 것은 적절한 조치다. 인력을 늘리되, 전문 능력도 키워야 한다. 불공정 탈세, 역외 탈세, 고액·상습 체납에 국세 행정 역량을 집중해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길 바란다.

[사설] 전남 학생 ‘경기교육청에게 10만원 받자’/지역 넘는 초유의 교육청-학생 소송戰

우리가 목도하지 못했던 사상 초유의 소송이다. 첫째, 학생 개인이 교육청의 위법 행위를 근거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다. 둘째, 소송 당사자인 학생과 교육청이 소속 지역을 달리하는 원지 소송이다. 도화선이 된 것은 최근 불거진 경기도의 학력평가 성적 유출이다. 온라인 공간을 통해 피해 학생들의 손해를 경기도교육청에 청구하자는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전남 순천 지역의 학생 인권 단체 대표인 김모 군(18)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온라인 설문조사 등을 통해 소송 참여 인원을 파악 중이다. 현재까지 940명가량이 김 군 측에 참여 의향을 밝혔다고 한다. 김 군은 “다만 온라인 설문조사는 단순히 참여 의향을 묻기 위한 취지에서 진행한 것이고, 이 중엔 실제 참여 의사가 없는 응답자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조사에서 취합된 인적 사항을 토대로 단체 채팅방을 개설한 뒤 응답자들에게 소송과 관련한 설명을 한 이후에야 정확한 인원이 집계될 듯하다”고도 했다. 김 군은 이번 설문조사에 앞서 법무법인 측의 자문을 구했다고 밝혔다. 피해 학생 1인당 10만원의 청구액을 상정했는데, 이 역시 자문과 판례 분석으로 도출했다는 설명이다. 소송 목표 인원은 3천명으로 잡고 있다고 했다. 단순 계산으로 3억원 정도의 소송 가액이 예상된다. 김 군은 제소에 앞서 경기도교육청을 상대로 본안 소송에 앞선 전치 절차도 밟겠다고 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피해 보상 요구 통지서를 소송에 앞서 2, 3차례 보내겠다고 했다. 김 군의 설명대로면 10일 이후에 소장 접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도교육청은 지난해 11월 치러진 전국연합학력평가 자료가 유출된 정황을 확인했다. 지난달 19일 새벽 모 인터넷 커뮤니티에 경기도교육청 서버를 해킹해 해당 자료를 확인했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실제로 암호화 메신저 앱인 텔레그램에 2학년 개인 성적표 전체라는 파일이 유포됐다. 교육청은 곧바로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 중이다. 문제는 해킹 당한 자료가 전국적이라는 점이다. 경남교육청과 충남교육청을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교육청 관내에서 이 시험에 응시한 고2 학생 27만여명이다. 이들의 시험 성적과 학교, 이름, 성별 등이 담겨 있다. 순천 지역 고교생인 김 군이 이번 소송의 당사자 자격을 주장하게 되는 근거다. 김 군의 해결 방식이 옳으냐에 대한 논박이 있다. 전통적인 교육 가치관에 맞느냐는 이견도 있다. 피해자 특정이 될 수 있느냐는 법률적 토론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일 자체가 유례 없었다. 자유롭고 다양한 판단에 맡길 대목이다. 교육계, 학부모, 학생들이 각자 판단하면 된다. 다만 사고 이후 경기교육청의 미진한 대처, 진척 없는 경찰 수사 등은 분명히 잘못이다. 그런 미덥지 않은 모습이 이런 행동까지 유발한 것이다.

[사설] 노웅래 부결 이어 이재명 부결까지/매번 영장에 당당하지 못한 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으로 표결에 부쳐졌다. 의원 299명 중 297명이 참여했다.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 무효표 11표다. 찬성이 과반을 넘기지 못해서 부결됐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치지 않고 폐기됐다. 모두의 예상을 깬 의외의 표 결과였다. 민주당에서 대거 이탈표가 나왔다. 이재명 체제에 먹구름이 예상된다. 파장이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관심은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또 한 번의 면책특권 발동이다. 이 대표는 신상 발언에서 “뚜렷한 혐의도 없이 제1야당 대표를 구속하려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라며 “(부결을 통해) 법치의 탈을 쓴 정권의 퇴행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체포동의안 이유에서 “구속될 만한 중대 범죄이므로 법원 심사를 받게 해달라”고 설명했다. 결국 민주당은 면책특권을 선택했다.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또 휴지로 만들었다. 앞서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도 부결했다.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였다. 사업가로부터 6천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두 달 전인 지난해 12월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했다. 271명이 투표했는데 반대 161명, 찬성 101명, 기권 9명이었다. 이틀 뒤 실시된 여론조사에 국민 여론이 표출됐다. ‘불체포특권남용, 부결 부적절’이라는 의견이 58.4%, ‘의정활동 보장, 부결 적절’이라는 의견이 24.2%였다.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두 배를 넘겼다. 물론 보수정당에도 전력이 있다. 자유한국당 시절이던 20대 국회 때다. 홍문종·염동열·최경환·이우현·권성동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청구됐다. 홍·염 의원은 부결, 최·이·권 의원은 표결 무산 폐기였다. 당시 의석 분포를 보면 민주당 123석, 자유한국당(새누리당) 122석이었다. 여야 구분 없이 ‘동료 의원 구하기’에 나섰다는 결론에 달했다. 21대 국회 들어 정정순(민주)·이상직(민주)·정찬민 의원(국)까지는 가결되다가 노 의원·이 대표에서 다시 과거로 갔다. 이재명 대표의 혐의 가운데 제3자 뇌물이 있다. 성남FC 불법 후원과 관련해서다. 많은 언론이 이 부분과 비교하는 것이 정찬민 국회의원의 경우다. 같은 제3자 뇌물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그때 마지막 신상 발언에서 정 의원이 말했다. “한시라도 빨리 저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달라...법원에서 명명백백하게 제 억울함과 결백함을 밝히고 여러분 앞에 당당히 서겠다.” 적어도 그는 면책특권에 숨지 않는다는 시늉이라도 했다. 하물며 이재명 대표다. 특권 없애기를 신조처럼 말했다. 죄가 없음을 누누이 강조했다. 구속영장에 대해서도 “이재명 없는 이재명 구속영장”이라고 맹비난했다. 그의 지지자에게는 한 점 의심 없는 무고함을 피력해온 그다. ‘영장 심사에 당당히 임하라’는 조언은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아무렴 민주계 원로들이 이 대표의 구속을 종용한 것이겠는가. 그런데 그런 당당함과 너무 다른 선택을 했다. 그리고 연명하는 수준의 결과를 받았다. 표의 의미가 있지 않겠나. 우리 정치사에 특권 정치는 서서히 종말을 고하는 듯하다.

[사설] 조합장선거, 철저한 관리∙감독과 개선 필요하다

오는 3월8일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실시된다. 이미 21일부터 22일까지 후보자 등록이 마감됐으며, 지난 23일부터 13일간의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돼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에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치열한 선거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농협·수협·산림조합장 등을 선출하는 조합장선거는 전국 1천347개 단위조합에서 실시되며, 4년 임기의 대표자를 새로 뽑는 것인데, 평균 2.3 대 1의 경쟁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총 180개 조합에 419명이 등록해 전국적인 경쟁률과 비슷하다. 즉, 경기도내 조합별 현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농·축산업협동조합(163개)에는 총 389명의 후보자가 등록했으며, 수산업협동조합(1개)에 1명, 산림조합(16개)에 29명이 각각 등록했다. 농민을 비롯한 조합원들의 직접적인 매일의 일상과 관련이 가장 많은 농협 등 조합장선거는 조합이 자체적으로 실시했던 과거 선거의 경우 금품 수수, 향응 제공 등 불법선거로 인한 위반 사례가 많이 발생해 2005년부터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했으며, 지난 2015년부터 전국단위로 동시 선거가 실시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관리 업무가 위탁된 이후 선거법 위반 사례가 감소하고 또한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증대됐다. 그러나 아직도 금품 수수, 향응 제공 등 불법사례가 적발되고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 및 감독과 선거법 위반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요구된다.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22일까지 이미 전국에서 198건의 위법 행위가 적발됐으며, 특히 기부행위 위반 사례가 97건으로 절반이 넘는다는 사실은 혼탁해지고 있는 선거운동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경기 파주의 경우, 모 후보자는 지난해 조합원이 포함된 마을 행사에 160만원의 찬조금을 7차례에 나눠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합장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조합장의 평균 연봉은 통상 1억1천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업무추진비 등 수당은 물론 운전기사와 차량도 제공받는다. 조합 직원 채용 등 인사권에 더해 조합의 대출 등 금융, 농수산물의 판매 및 유통 등을 관장하고 있다. 또한 지역 내 정치적 위상도 막강해 지역 행사에서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다음으로 소개되고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조합장 선거전이 치열하다. 그러나 조합장선거는 공직선거와 달리 SNS 선거운동도 못하고, 토론회나 연설회도 없어 현직 조합장에게 유리한 구조다. 또한 농협의 경우 연임 제한 규정도 애매한 조항이 있어 10선 등 장기 집권한 사례도 발생, 이에 대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조합원인 유권자는 금품이나 향응 등에 유혹되지 말고 후보자의 정책을 세심하게 평가해 유능한 대표를 선출하는 모범적인 선거를 실시, 조합원에게 희망을 주는 선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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