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류·훼손 많은 국가지점번호, 일제 조사·정비 시급하다

비거주지역에서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돕기 위해 부여한 ‘국가지점번호’가 잘못 표기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지판 훼손이나 망실도 많다. 위급 상황 시 인명구조를 위해 부여한 국가지점번호가 엉터리라면 심각한 문제다. 국가지점번호는 전 국토의 위치 안내 및 표시 방식을 통일해 재난재해 등 긴급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한 국가안전망이다. 건물이 없어 도로명주소가 부여되지 않은 지역 등에 지점번호를 부여한 것으로, 산림·해양 등 비거주지역의 위치를 나타낸다. 경찰·소방·산림청 등 기관·지역별 서로 다른 위치표시체계를 통일해 재난·사고 등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위치 안내와 인명구조 등 관계기관이 공동 활용한다는 의미에서 효율적이다. 국가지점번호는 전 국토를 격자형으로 구획해 한글 두 자와 숫자 여덟 자리를 조합해 표기했다. 번호판은 전국에 7만4천여개가 설치돼 있다. 행정안전부는 주소정보 홈페이지(www.juso.go.kr)와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국가지점번호를 공개하고 있다. 홈페이지 ‘국가지점번호’ 메뉴에 들어가면 자신의 위치를 인근 국가지점번호판의 위치, 거리 정보와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보안을 이유로 인터넷 지도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신고자가 지점번호를 활용해 신고하려면 번호판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올해부터 서비스하고 있다. 문제는 국가지점번호가 잘못됐거나 번호판이 훼손돼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신속 대응이 어렵다는데 있다. 엉터리 번호판과 허술한 관리는 생존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경기도에는 총 8천2개의 국가지점번호가 설치돼 있다. 경기도가 지난 3월부터 1천742개를 조사, 현재까지 171개의 오류 사항을 발견했다. 망실 86건, 훼손 68건, 표기오류 14건, 기타(위치 오류 등) 3건 등이다. 도내 전체의 40% 정도만 점검한 것으로, 나머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전체를 조사하면 문제 있는 표지판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국가지점번호의 관리 권한은 지난해 도지사에게 위임됐다. 도는 지난해 71건의 오류 사항을 발견했음에도 23건(32.4%)은 개선 조치를 완료하지 못한 상태다. 시간을 다투는 위급 상황에서 국가지점번호의 정확도는 도민 생명과 직결된다. 지점번호 중복 등 표기 오류, 망실, 훼손 등은 인명 관련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하루라도 빨리 전수 조사를 해 정비해야 한다. 국가지점번호 설치 이후 실태 조사와 사후 관리는 도 차원의 일원화된 시스템을 구축해 오류 등을 개선해야 한다. 전문인력을 활용해 스마트 기술로 정확한 일제 조사부터 시행할 필요가 있다. 안전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선제 대응해야 한다.

[사설] 용인반도체클러스터 걸림돌 해결, 특별법 통과도 서둘러야

용인반도체클러스터가 드디어 첫 삽을 뜰 수 있게 됐다. 공업용수 문제로 갈등을 빚어 오던 SK하이닉스와 여주시가 타협점을 찾아 인허가 문제가 3년 만에 해결됐다. 이번 대타협에는 당정이 나서 중재 역할을 했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공업용수를 끌어오는 대신 여주시의 산업단지 조성을 돕고 여주쌀 소비 진작을 약속했다. 120조원이 투입되는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인 용인반도체클러스터는 2019년 용지 선정 후 공사 진척이 안 됐다. 늦긴 했지만 SK하이닉스와 여주시가 윈윈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아 공사가 본격화되면 반도체클러스터는 2027년 팹(Fab) 준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용수시설을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면서 반도체업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용인 팹이 제때 가동되지 않으면 SK하이닉스의 매출 손실이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 한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에 입주하는 50여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도 피해가 컸을 것이다. 반도체 강국 육성을 위한 한 고비는 넘겼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또 있다. 국내 반도체 지원을 위한 반도체 특별법이 수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반도체법 통과가 늦어지면서 위기에 빠진 K반도체를 구할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 각국이 자국의 반도체 지원책을 속속 발표하며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반도체 전쟁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에 이어 대만까지 반도체 분야 세액공제율을 25%로 올리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이 세액공제율을 20%로 올리는 반도체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넉달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는 장기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소부장 협력사와 상생하는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기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 구축으로 반도체산업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선 반도체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정책이 속도감 있게 뒷받침돼야 한다. 반도체 투자는 국가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로 돌아온다고 말하면서도 관련 법안을 수개월째 미루는 행태를 이해하기 어렵다. 국내 반도체산업의 성장을 위해 ‘K-칩스법’으로 불리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지난 8월 발의된 해당 법안은 산업특화단지 조성 지원과 신속한 신규 생산설비 인허가, 반도체 세액공제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지금은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 기업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여야는 정쟁만 일삼지 말고 반도체 관련법을 하루라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사설] 경기도의회, 인사청문회 합의 ‘잘했다’/이제 내실 있고 균형 잡힌 청문 해보라

경기도 산하 기관에 대한 인사 청문회가 시작된다. 경기도의회가 경기도와 공공기관장 인사 청문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도에서 김동연 지사, 도의회에서는 염종현 의장과 여야 대표가 서명했다. 시급성을 감안해 이번 주부터 당장 시작하기로 했다. 청문이 시작될 기관은 경기복지재단, 경기연구원, 경기관광공사, 경기교통공사, 경기도일자리재단,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등 6개 기관이다. 인사 청문 요청서가 발송된 채 미뤄져 오던 기관장 청문회다. 청문회 지연에 직접적 이유가 몇 개 있었다. 의회, 특히 국민의힘 측의 요구였다. 청문 대상 기관을 26개 전 기관으로 늘리자고 했다. 청문을 현재 하루에서 이틀로 늘리자고도 했다. 청문 보고서 채택 기간을 10일에서 20일로 늘리자는 요구도 있었다. 도에서는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특히 청문 요청서가 밀려 있는 6개 기관 처리가 급하다는 입장이었다. 청문 대상을 현 15개에서 20개로 늘리는 정도에서 대략 합의됐다. 인사청문위원회는 별도로 꾸리지 않기로 했다. 소관 상임위원회가 해당 기관 청문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제일 걱정이었던 것은 기관장 선임이 해를 넘기는 거였다. 2023년 신년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도의회가 이런 시급성을 감안해 ‘이번 주 시작’ ‘상임위 진행’을 택한 것 아닌가 싶다. 협약 당사자인 곽미숙(국민의힘)·남종섭(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한목소리로 말했다. ‘속도 있고 내실 있게 진행하겠다.’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스러운 결정이다. 이제부터 도의원들의 시간이다. 6개 기관장 후보의 많은 부분이 검증돼야 한다. 때론 업무 적격성이 문제될 내정자도 있다. 업무 처리 능력이 미심쩍은 내정자도 있다. 특정 인맥 등을 따져봐야 할 내정자도 있다. 도의회와의 연이 지적되는 내정자도 있다. 각각의 조건이 내정자를 내칠 정도는 아닐 수 있다. 다만, 도민 사이에 소문이 난 만큼 의혹들을 풀고는 가야 한다. 본인들의 집무 의지를 깊이 있게 살피는 것도 이런 청문 과정을 통해서다. 현행 경기도의회 청문회가 기관장 임명을 제약할 권한을 갖고 있지는 않다. 말 그대로 청문(聽聞)에서 그치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청문 내용이 주는 실질적 의미는 크다. 직전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자가 청문 문턱에서 사퇴했던 일도 있다. 그만큼 의미가 있고, 책임이 큰 절차다. 청문에 나선 도의원들이 이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 청문에 나설 당사자들은 도민 앞에 청문을 받는 것이다. 어영부영 말고 진솔하게 임해야 할 것이다.

[사설] 김 지사 개인의 사과는 충분했다/비위 엄단과 조직 기강이 과제다

‘푸닥거리.’ 음식을 차려 놓고 부정이나 살을 푸는 굿의 일종이다. 안 좋은 일이 계속해서 생길 때 ‘푸닥거리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한다. 지금 경기도 상황에 딱 맞는 말일 것 같다. 도 또는 산하기관 소속원들의 비위가 끊임없이 나온다. 비위 내용 하나하나가 어처구니없다. 여자 화장실 들어가 몰래 찍다가 걸리고, 마약 밀거래 하다가 해외에서 체포됐다. 비위 당사자의 직위도 구분이 없다. 산하기관 간부, 8급·7급 공무원에 3급 부이사관까지 구분이 없다. 김동연 지사가 사과했다. 소식을 접했을 도민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표했다.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에는 ‘좋지 않은 평가를 받게 해 죄송하다’고 했다. 즉시 격리나 가해자 직무 배제, 직위 해제, 수사협조 등의 ‘엄중한 조치’도 밝혔다. 비위 엄단에 대해서도 ‘무관용 원칙으로 기강을 확실히 잡겠다’고 약속했다. 실국장 회의의 모두 발언을 통해 공식적으로 밝힌 입장이다. 그런데, 그 발표 직후 또 다른 산하기관 팀장 A씨의 성 비위 논란이 이어졌다. 큰 조직에서 개인의 일탈은 간혹 있는 일이다. 중요한 건 비위의 내용이다. 순간 일탈이냐 그 범위 밖이냐가 중요하다. 최근 경기도 공직 비위는 모든 면에서 중하고 심각하다. 엊그제 불거진 A팀장은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들에 2차 술자리를 요구하며 신체 접촉을 했다고 한다. 기관 관계자가 자체적으로 조사반을 꾸려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뿐이 아니라고 한다. 2019년부터 비슷한 신고가 계속 있었다고 한다. 그동안 어떻게 처리한 건가. 호주에서 체포된 7급 공무원은 마약 범죄다. 공무원 사회에서 들어 본 바 없는 전대미문의 마약 사건이다. 범죄 기간인 한 달 동안 무단 결근도 했다. 공직에서 이게 가능한 일인가. 정부 기관 파견 중 성 비위에 휩싸인 공무원은 경기도 소속 3급 부이사관이다. 경기도에서 관련 비위 사건 중 최고위직이다. 비서실 공무원의 몰래 카메라 사건도 듣는 이 처음이다. 논평에 필설로 옮기기도 민망하다. 작금의 비위 사건 모두가 이해 못할 구석투성이다. 사과는 그만하면 됐다. 책임자로서의 본인의 과오를 인정했다. 도지사의 무과실 무한 책임이다.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다수 공직자에도 사과했다. 지휘관으로서 보여준 배려다. 주관적 영역인 ‘진정성’에 대한 이견은 있겠지만 이만하면 됐다. 지금부터 우리가 지켜볼 것은 당사자들에 대한 추상같은 엄벌이다. 솜방망이가 아닌 불방망이임을 보여야 한다. 아울러 조직에 대한 기강을 다시 세워야 한다. 비위에 이른 구조적 문제를 찾아 근본부터 고쳐 놔야 한다. 많은 도민을 실망시키고 걱정시켰다. 뒤처리는 당연히 그 도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사자 처리 결과가 공개돼야 하고, 재발방지책이 설명돼야 한다.

[사설] 국회, 새해 예산 심의 정쟁이 아닌 민생 우선해야

국회가 본격적인 새해 예산안 심의에 들어갔다. 국회의 가장 큰 권한 중 하나는 예산심의와 의결이다. 국회는 예산심의를 통해 정부의 정책을 견제하고 또한 새해 정부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지난주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예산안조정소위를 가동해 예산심의를 하고 있는 과정을 보면 예산심의 역시 국정감사 시 제기됐던 여야 간 정쟁의 재판이 벌어지고 있어 과연 국회가 민생을 위한 국회인지, 여야 간 ‘기(氣)’ 싸움만 하는 전투장인지 우려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2023년도 예산안은 건전재정기조 확립에 역점을 뒀다고 하면서 전년 본예산 대비 5.2% 늘어난 639조원을 편성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25일 국회에서 행한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전 세계적인 고물가, 고금리, 그리고 강달러의 추세 속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커지고 경제의 불확실성은 높아졌음을 강조하면서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국회의 새해 예산안 법정 기한은 12월2일이다. 불과 12일밖에 남지 않았으나, 국회에서 벌어지는 여야 간 정쟁에 의한 싸움을 보면 법정 기한 내 예산 통과는 고사하고 연내 처리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벌써부터 정부는 물론 여당 일각에서는 초유의 ‘준예산’ 운운이 있을 정도로 여야 간 극심한 대결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회의 절대 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별 예비심사에서 정부 역점 사업 예산을 무차별 삭감하고 선심성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야당이 삭감하려는 대표적인 예산은 대선 공약이나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예를 들면, 대통령실 이전 예산,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 우선 분양 등 공공 분양 지원 예산을 1조원 넘게 깎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이 주장해온 지역화폐 지원, 임대주택 공급 확대 같은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1조2천억원가량 삭감하고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은 5조원 이상 증액한 것이다. 때문에 여당은 국회법에 따라 여야가 이달 말까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부의되고 이마저 부결되면 올해 예산이 내년에 적용되는 ‘준예산’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검찰의 대장동 수사 등으로 여야가 극한적 대립을 하고 있지만, 새해 예산안 처리를 정쟁 도구로 삼으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여당은 ‘준예산’운운하지 말고 야당에 대한 설득을, 야당은 무조건 윤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지 말고 협치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오면 국회는 민생을 저버린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국회는 정쟁만 하지 말고 예산안 심의에 최선을 다해 어려운 민생을 돌보기를 거듭 요망한다.

[사설] 가장이 자살하고 가정은 파탄 났는데/합의도 안 한 가해자 노조원들은 집유

김포 택배 대리점주 자살 사건의 피고인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19일 모욕 등 혐의로 기소된 택배노조원 A씨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2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함께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허위 사실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그로 인해 피해자의 자살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범행 경위나 결과에 비췄을 때 피고인의 죄책이 무거우며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판시했다. 참담했던 현장은 지난해 9월 김포시 한 아파트 화단이었다. 40대 남성이 투신해 숨져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남성은 김포시 장기동 택배대리점 사장이었다. 과거 대한통운(현 CJ 대한통운)에서 택배 배송기사로 일하며 택배업에 뛰어들었다. 회사에서 성실함을 인정받아 2008년 대리점을 운영하게 됐다.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원인이 세상에 알려졌다. 수수료율을 9%에서 9.5%로 올려달라는 노조원들의 요구가 있었다. 이게 갈등의 시작이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지옥 같은’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유서에서 “노조원 불법 태업보다 더한 업무 방해, 파업이 종료됐어도 더 강도 높은 노조 활동을 하겠다는 통보에 비노조원들과 버티는 하루하루는 지옥과 같았다”고 밝혔다. 참변 이후 확인된 노조원들의 집단 괴롭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SNS 대화방에는 숨진 사장을 향한 필설로 옮기기 어려운 욕설이 난무했다. ‘투쟁’ ‘대리점을 먹자’ 등의 선동도 있었다. 자살로 내몬 집단 괴롭힘이었다. 사회에 던진 파장이 컸다. 괴롭힘에 가담한 노조원을 구속하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숨진 사장의 아내는 국회에 나와 그간의 괴롭힘을 증언하기도 했다. 이에 전국 택배 노조도 ‘책임질 일은 책임지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번 판결은 그 사건의 피고인 한 명에 대한 판결이었다. 적절한 형량이었을까. 판결문에 “유족들로부터 용서 받지도 못했다”는 부분이 있다.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여전히 유족 뜻은 가해자 엄벌임을 알 수 있다. 집행유예 판결은 또 있었다. 지난 9월 인천지법도 또 다른 가해자 노조원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 역시 자살한 사장을 집단으로 괴롭힌 범죄자 중 하나다. 당시 재판부의 집행유예 선고 이유는 이랬다. “피고인이 피해자 생전에 사과했고 피해자도 이해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지시를 보낸 점 등을 고려했다.” 사망에 이르기 전의 오간 메시지다. 그 후로도 집단 괴롭힘은 계속됐다. 극단적 선택은 그 이후 선택이다. 이 판결도 유족의 뜻과는 달라 보인다. 교통사고로 사람을 사망케 해도 합의가 없을 땐 실형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판결이 그렇다. 하물며 성실히 살던 40대 가장이다. 열심히 일해서 대리점까지 받았던 젊은이다. 희망에 들떴을 게 틀림 없는 그가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가정은 난데없이 파괴됐다. 마지막으로 세상에 ‘이건 지옥’이라고 남겼다. 유족이 유일하게 기댈 곳이 법원 아니었겠나. 고인의 한을 풀어줄 마지막 희망이라 여기지 않았을까. 집행유예에 대한 유감이 그래서 생긴다.

[사설] 광역버스 또 입석 중단, 근본대책 없어 승객만 피해 본다

오늘부터 경기도 광역버스의 ‘입석 승차’가 전면 중단됐다. 국내 최대 규모의 노선버스 회사인 KD운송그룹의 경기지역 13개 버스업체가 최근 광역버스의 입석 승차를 중단한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경기도가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한 가운데 하루 3천여명의 승객이 출퇴근길 심각한 승차난을 겪게 됐다. KD운송에서 운행하는 도내 광역버스는 112개 노선 1천123대다. 경기 광역버스 220개 노선 2천93대의 절반을 넘는다. 입석 승차가 중단되는 노선은 112개 중 99개다. 경기도 전체 광역버스 노선의 절반 가까이가 입석 승차가 중단된 셈이다. 앞서 경진여객과 용남고속 등도 지난 7월부터 입석 승차를 중단했다. KD운송의 13개 회사 입석률은 3%가량으로 하루 3천여명이 서서 출퇴근을 한다. 업체가 운행하는 광역버스는 주로 경기 동북부와 동남부 지역이다. 성남·화성·남양주 지역을 운행하는 노선이 많으며, 광주·구리·군포·수원·양주·오산·용인·의정부·이천·평택·하남 지역이 운행 지역이다. 광역버스 입석 승차는 2018년 법 개정으로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를 경유하는 경우 금지됐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에 수요가 집중되는 현실을 고려해 입석이 용인됐다. 그러다 지난 7월 일부 버스업체 노조가 운수종사자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준법투쟁에 나서 입석 승차를 중단했다. 버스업체들은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뒤 안전사고에 대한 부담과, 10·29 이태원 참사 여파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가 승차난 해소를 위해 출퇴근 시간대 버스 운행 횟수를 늘리고 전세버스를 투입하라는 권고안을 냈다. 이후 경기도는 정규버스 53대 증차와 전세버스 89회 투입 등의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대책이 원활하게 시행되기 어렵다. 시행은 다음 달에나 가능하다. 코로나19로 버스기사들이 상당수 이직해 운전사 수급이 쉽지 않고, 신차 출고도 시간이 걸려서다. 업계는 최소 100대의 증차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증차도 여의치 않다. 또 대규모 증차는 서울시 교통난을 불러올 여지가 커 서울시와의 협의가 쉽지 않은 어려움도 있다. 당장 버스 승차난의 해결책을 내놓기 어려워 보인다. 출퇴근 시민들은 혼잡함과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답답한 것은, 지자체들이 문제가 생길 때만 전전긍긍한다는 것이다. 광역버스 입석 승차가 법적으로 금지된 것이면, 이미 근본대책을 세웠어야 한다. 방치하다가 일을 크게 만들고 있다. 입석 승차 금지로 인한 승객 불편이 벌써 몇번째다. 임시방편의 졸속대책 아닌, 시민 안전을 위해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

[사설] 오세훈 시장發 ‘3호선 꿈 백지화’/성남 ‘경전철 차선책’도 준비한다

3호선 연장을 고대하던 수원·용인·성남시민에게 안 좋은 소식이다. 서울시가 밝힌 수서차량기지 이전 계획 철회 시사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3일 직접 밝힌 구상이다. 수서차량기지를 경기 남부지역으로 옮기기로 한 계획을 바꾸겠다고 했다. 대신 기지 주변을 입체적으로 복합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민에게는 도시 기능 강화를 위한 희소식일 수 있다. 하지만 기지 이전을 전제로 가져 왔던 경기도 지역의 기대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3호선 연장 기대는 고 박원순 시장 시절인 2019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박 시장이 현재 수서차량기지 주변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차량기지를 서울 외곽으로 옮기는 것을 전제로 한 구상이었다. 이에 성남·용인·수원시 3개 지역이 3호선 연장의 계획을 세우게 됐다. 2020년 2월에는 경기도와 3개 시가 협약식을 갖고 관련 사업 추진에 나섰다. 고등지구(성남)에서 판교, 용인, 수원으로 이어지는 구간에 전철을 연장하는 내용이다. 관건은 대체 차량기지 확보였다. 초기에는 용인시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현 용서고속도로의 극심한 체증이 시급한 지역 현안이었다. 수지구 일대 일부 지역을 대체 차량기지로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광대한 부지가 필요한 탓에 적지를 찾지 못했다. 대체 부지는 최소한 20만8천264㎡였고, 여기에 10만㎡가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30만8천여㎡를 확보해야 하는데 마땅한 부지를 찾지 못했다. 부지 확보 시도는 중단됐다. 최근에는 수원의 일부 지역이 물망에 오르기도 했지만 이 역시 진전되지 못했다. 또 다른 원인인 차량기지에 대한 주민의 거부감 때문이다. ‘비행장 피해에 이은 차량기지 피해’다. 이런 가운데 불거진 오세훈 시장의 차량기지 이전 백지화 발표다. 3호선 연장의 가장 큰 전제였던 기지 이전이 흔들린 셈이다. 안 그래도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서울교통공사다. 부지 이전에 따른 개발 이익이 없는 상태에서 3호선 연장에 나설 이유가 없어졌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3호선 연장이 필요했던 현실적인 이유는 교통 체증이다. 용서고속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이른바 용서라인의 출퇴근 시간 체증이 최악이다. 3호선 연장은 가장 확실한 해법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었다. 기존에 추진되던 체증 해소 구상이 이를 믿고 중단된 지역도 있다. 3호선 연장이 백지화 내지 중단된 만큼 대체 방도를 강구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이는 3개 지역에 공통적으로 떨어진 현안이기도 하다. 성남시의 경전철 대체 방안은 그런 면에서 주목된다. 3호선 연장 추진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는 정책적 준비다. 시 관계자는 “경전철로 진행하면 기존 계획보다 사업비나 차량기지 면적이 줄어들 것”이라며 “관련 지자체와 협의해 전철 연장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용인시도 경전철을 3호선 대체안으로 언급한 바 있다. 예상 노선 등에서는 두 시간의 차이가 있지만 경전철을 매개로 함께 대안을 풀어갈 여지는 충분하다.

[사설] 지역경제 활성화 위해 도시개발법 재개정 시급하다

‘대장동 사태’ 이후 경기지역 민관 합동 도시개발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도시개발사업에 참여한 민간사업자의 이익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어 대장동 사태가 빚어졌다고 여겨 ‘도시개발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22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도시개발법은 민간 개발이익 환수 강화, 민관 합동 도시개발사업 전반의 공공성 강화를 골자로 한다. 민간의 개발이윤율을 총 사업비의 10% 이내로 낮췄고, 사업의 절차와 방법도 세부적으로 규정했다. ‘제2의 대장동 사태’를 막자는 취지인데, 그 여파로 도시개발이 모두 중단돼 민간사업자와 지자체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민관 합동 도시개발사업은 통상 ‘사업자 공모→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계약 체결·특수목적법인(SPC) 설립→도시개발구역 지정’ 순으로 진행된다. 개정법에 따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거나 지자체와 특수목적법인까지 설립했어도 법 시행일(6월22일)까지 도시개발구역이 지정되지 않았다면 첫 단계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이로 인해 도내 지역 도시공사들이 민간과 함께 추진하다 중단한 사업이 12건에 달한다. 총 사업비가 13조원에 육박한다. 지역현안 개발사업 추진을 기대하던 지역사회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안양 박달스마트밸리’ 사업이 추진되던 안양시 만안구 박달동은 사업 지연에 쓰레기적환장 등 기피시설이 떠나갈 명분이 사라졌다. 김포시 사우종합운동장부지 도시개발사업도 중단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오산운암뜰 AI시티’ 사업은 지자체와 민간사업자가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까지 설립했는데 멈춰 서 주민들이 국회에 청원서를 냈다. 중단된 민관 합동 도시개발사업을 정상 추진하기 위해 도내 23개 도시공사가 모인 경기도도시공사협의회가 공동대응에 나섰다. 국토부 등에 일부 과도한 규제 등을 지적하며 도시개발법 하위법령 수정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제출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답변이 없는 상태다. 사업 진행을 하던 도시공사들은 우선협상대상자나 민간사업자로부터 법적 소송이 제기될까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개정 도시개발법에서 개정 전 도시개발법에 근거해 정상 추진하던 사업들까지 멈추게 한 것은 문제가 많다. 공공성을 높인다는 취지지만 사업 차질과 지역경제 타격, 민관 법적공방 등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김민철 의원(의정부을)이 재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 도시개발법 시행 전 규정에 따라 선정된 민간 사업자(우선협상대상자 포함)에겐 개정법 적용을 3년 미뤄주는 내용이다. ‘유예기간’을 두는 재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원활한 주택공급과 함께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국회가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사설] 군소음 보상 형평성 논란, 경계지 기준 조정 필요하다

군공항 소음 피해로 인한 보상 기준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비슷한 소음 피해를 겪는 아파트라도 보상 기준이 되는 소음등고선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없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소음으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하는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국방부는 2020년 5월부터 경기도내 수원·성남·화성시 등 군공항 인근 지역의 소음 영향도를 조사했다. 그리고 2020년 11월 시행된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군소음보상법)’에 따라 소음대책지역 주민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매년 시민들이 개별 소송을 해야 보상을 받았으나, 군소음보상법으로 지자체에 신청해 보상금을 받고 있다. 수원특례시의 경우 공군 제10전투비행단과 인접한 권선구 탑동 등 1천454만㎡가 보상을 받는 소음대책지역이다. 이 지역은 올해 1·2월 신청 절차를 거쳐 지난 5월 5만1천673명에게 140억5천여만원의 보상금 지급이 결정됐다. 보상금은 1종구역(95웨클 이상) 월 6만원, 2종구역(90~94웨클) 월 4만5천원, 3종구역(85~89웨클) 월 3만원 등이다. 보상의 최소 기준인 85웨클은 옆 사람과 대화하기 어려운 수준의 소음이다. 문제는 피해 보상이 소음등고선의 건축물 기준이라 같은 아파트 주민이어도 보상을 못 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수원의 경우 세류동 미영아파트(총 9개동 중 1개동 제외) 등 7개 단지(80개동 중 40개동 제외)가 여기에 해당한다. 수원시는 개선 의견을 여러 차례 국방부에 전달했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대구 동구을)은 보상 기준을 건축물이 아닌 도로 등 지형·지물로 바꾸는 내용의 군소음보상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에서 논의가 안 됐다. 그동안 논의를 미뤄 왔던 국회 국방위원회가 최근 ‘군소음피해 보상과 관련해 경계지 기준의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1월 이후 국민신문고와 지자체를 통해 접수된 민원이 425건에 달하는 등 보상 경계 조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군소음 피해와 유사한 성격의 공항소음 주민 보상은 도시지역의 경우 경계에 걸친 건물의 연접한 지번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군소음보상법은 도시·비도시지역 구분 없이 ‘건축물 기준으로 경계에 걸친 경우’만 인정해 많은 주민이 보상을 못 받고 있다. 국방부는 수십년간 고통과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억울한 일이 없게, 주민 간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음보상지역 경계지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국회도 법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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