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개혁 방향 알려달라"
2018년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했던 안미현 검사(서울중앙지검)가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에게 검찰 개혁의 방향과 방법을 알려달라는 글을 올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안 검사는 지난 8일 밤 10시 검찰 내부게시판에 임 검사장에게 받은 메시지를 공개하면서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주셨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답을 드리는 게 예의일 것이나 저 뿐 아니라 다른 검사들이 무엇을 어떻게 고쳐 나가야 할 지 답답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적었다.
앞서 안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준강제추행 사건의 항소심 공판을 맡아 수사를 통해 유죄를 받아 낸 경험을 공유하며 “검찰 개혁(?)이 추석 선물이 될 듯 하고 그 개혁에서 어떠한 쓰임조차 받지 못하는 나 같은 평검사들은 고인이 될 준비를 해야 할 판”이라고 썼다.
이를 본 임 검사장은 안 검사에게 업무 메신저로 “페이스북 글 읽었다. 어느 검사가 속상하지 않겠냐마는 변명이나 항변할 때가 아니다”라며 “검사들이 수사권 조정이나 수사구조 개혁 때 그런 말을 하고, 검찰의 선택적 수사와 수사력 집중, 봐주기 수사로 사법정의가 왜곡될 때 목소리를 내지 않았으니 설득력을 잃어버렸다. 속상하지만 자업자득”이라고 보냈다.
이에 대해 안 검사는 임 검사장이 답장을 읽지 않아 공개적으로 글을 올리게 됐다고 밝히며 “'터널 밖으로 나갈 때 좀더 나은 곳으로 이어지도록 오늘을 바꿔보자'는 검사장님 말씀의 의미를 모르겠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바꾸면 좀 더 나은 곳으로 이어지도록 할 수 있는 것이냐”고 물었다.
안 검사는 “검찰이 변해야 한다, 개혁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임은정 검사장님과 같은 생각”이라며 “다만 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 지점은 ‘정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된 수사와 인사’였고 강원랜드 사건을 수사하면서 그것이 침해되었다고 생각해 대형 사고도 쳐봤다”고 말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어느 유력 정치인과 대척점에 서다 보니 당시 제가 근무하던 자리보다 훨씬 더 좋은 자리에 갈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며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보장된 검찰을 원했던 저의 행동이 저를 가장 정치적인 검사로 만들도록 길을 터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가 그 기회를 잡으면 그것을 제가 본연의 업무를 잘해서 낸 성과에 따른 것이 아니라 특정 정치인을 저격해서 그 자리에 간 것이 되는 모양새가 되고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정치성향에 따라 한 일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질 것이 명약관화 했다”며 “그래서 그 자리를 거절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결정이지만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함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안 검사는 “그 후 수년 동안 온갖 정치적 사건의 블랙홀에 검사들이 빨려가고 어떤 사건에는 지나치게 가혹하고 어떤 사건에는 지나치게 무관심한 검찰권 행사를 봤다”며 “그 모든 순간에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사과한 바 없다. 맡은 재판부 사건에만 충실했고 제가 행사한 바 없는 검찰권 행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않았는데 이러한 침묵이 임은정 검사장이 말한 ‘자업자득’이라면 더이상 변명이나 항변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안 검사는 임 검사장에게 “저보다 훨씬 오랜 시간 조직에 몸담고 계셨고 검찰이 바뀌어 나갈 방향을 고민하셨을 테니 그 치열한 고민 끝에 발견하신 현답을 저를 비롯한 후배들에게 알려주길 부탁드린다”며 “검찰 개혁의 시대적 흐름에 저항할 생각은 없다. 저는 바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지난 2018년 안 검사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당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연루됐던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와 관련 대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안 검사는 “수사가 진행 중임에도 당시 최종원 춘천지검장이 수사를 조기 종결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듬해에 안 검사는 참여연대에서 ‘의인상’을 받기도 했으며, 검찰 내부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와 더불어 임은정·안미현 검사는 검찰 조직 내에서 ‘검찰개혁’에 앞장선 여성 검사 3명으로 자주 회자되고 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