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자.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독단적인 선택이었다. 거대 야당의 탄핵 남발 등을 사유로 들었다. 하지만 국민의 즉각적인 반대에 부딪혔다. 국회가 무효를 의결했고 6시간 만에 끝났다. 2024년 12월14일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발의됐다. 이후 대한민국은 찬탄·반탄으로 쪼개졌다. 서로 미워하고, 비난하고, 혐오했다. 결론은 2025년 4월4일 파면으로 끝났다. 분열은 곧바로 대선으로 이어졌다.
옳고 그름에 대한 소신은 틈이 없었다. 계엄 적법성에 대한 토론도 허락되지 않았고, 탄핵 정당성에 대한 의견도 말하기 어려웠다. 주장이 다르면 무조건 적으로 간주됐다. 12·3 계엄 이후 6·3 대선까지 쭉 그랬다. 역대급으로 높아진 투표율의 씁쓸한 이면이다. 그 기나긴 분열의 시간이 끝난 것 같다. 투표가 만든 결론 앞에 모두가 고개를 숙여야 할 순간이다. 이제 12·3 계엄 이전의 대한민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나 된 국가로 돌려야 한다.
당장 새 정부 앞의 현안은 트럼프발 무역 위기다. 보복·상호 관세로 세계 경제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계엄-탄핵-대선’이 이 공세를 유예받은 감이 있다. 엊그제부터 미국이 청구서를 만지작거린다.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등장했다. 전투 여단의 영구 철수 가능성도 나온다. 한미 핵 억제 메커니즘의 약화도 우려된다. 트럼프의 긍극적인 목표는 경제 압박이다. 미군 주둔 분담금 인상과 무역 협상 고지 선점이다. 당당함과 지혜로움이 요구된다.
새 정부의 복지 정책 검토도 주문한다. 기초연금 감액 폐지, 임플란트 건강보험 확대, 아동수당 대상 18세 연장, 청년 구직 지원금 증액 등 많은 복지 공약이 있었다. 복지의 한계는 경제력의 한계다. 국가 채무가 지난해 말 1천175조원이었다. 국내총생산(GDP)의 46.1%에 달한다.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공약이다. 규모에 맞는 재검토와 재설정이 필요하다. 공약 철회의 비난이 있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필요하면 고민해야 한다.
선거 기간 가장 많이 흔들렸던 것이 정의다. 살폈듯이 대선의 시작이 계엄과 탄핵이었다. 법이 지배한 제 21대 대선이었다. 사법부 스스로 논란을 야기한 측면도 있었다. 이제는 모두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 개혁이 필요하겠지만 상식이 전제돼야 한다. 그 상식은 국민이 보는 눈높이와 일치한다.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가 균형을 이루는 게 민주 국가다.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기본 뿌리다. 새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결단해야 한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 이재명 후보가 말했다. “당선된다면 경제 상황 점검이 첫 번째 지시가 될 것이다. 개혁보다 민생이 급하다.” 모든 구호 가운데 가장 절절히 와닿는 화두다. 높은 투표율에 투영된 국민의 기대도 이 화두와 정확히 맞닿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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