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항경제권 개발 시동... 인천 고유 먹거리다

국가 관문 인천국제공항은 인천의 정체성이자 가치다. 국력 신장과 한류 확산 등으로 갈수록 빛을 발한다. 국제공항협의회(ACI)도 ‘5성급’을 인증한 허브 공항이다. 그러나 첨단복합항공단지 등 연관 산업은 극히 미흡하다. 항공정비(MRO) 클러스터를 비롯해 호텔 및 컨벤시아, 문화·공연장, 쇼핑센터, 금융 및 비즈니스 단지 등이다. 쉽게 공항경제권이라 한다. 인천시가 최근 항공산업 육성 기본계획(2025~2029년)을 공표했다. ‘글로벌 선도 항공우주 혁신도시, 인천’이 비전이다. 5대 전략 18개 과제를 선정했다. 인천공항 경제권 활성화, MRO 산업 생태계 구축, 도심항공교통(UAM) 상용화 촉진 등이다. 드론 실증 클러스터 조성과 우주·방산 산업 기반 마련도 있다. 먼저 인천공항과 인근 산업단지를 연계한 ‘공항경제권 기반 항공 산업 클러스터’ 조성이 과제다. 항공 산업의 기획부터 정비, 운항·비행, 산업 및 건설 지원에 이르는 전 과정의 성장 기반이다. 이를 위해 공항경제권 특별법 제정과 인천공항사와의 협력에 집중한다. MRO 분야에서는 항공정비단지 활성화와 민간 정비업체 유치, 항공정비 교육 인프라 확충 등이다. 현재 국외로 빠져나가는 항공 정비 수요를 국내로 흡수하고 자립적인 정비 산업 기반을 완성하는 것이다. 인천이 동북아 MRO 산업의 허브 역할을 맡도록 한다는 목표다. UAM 분야에서는 ‘인천형 도심항공교통 생태계’를 마련한다는 방안이다. 인천이 도심항공교통의 혁신을 주도,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교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드론 산업은 섬 지역 배송, 해양쓰레기 관리 등 도시 관리 전반에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드론 실증 클러스터 조성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시민들의 생활 편의 및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드론 활용 공공서비스도 늘려 나간다. 최근의 우주·방산 가치 증대에 발맞춘 관련 산업 생태계 육성도 포함하고 있다. 우주·방산 기업의 유치와 지원, ‘국방벤처센터’ 설립 추진 등이다. 이 중 가장 선도 산업은 역시 항공정비(MRO) 클러스터다. 글로벌 허브 공항으로 성장했으면서도 정비 산업 기반은 빈약하다. 최근 대선 후보들도 이에 대한 비전을 밝히고 있다. 사천은 군용기 부품 제조 단지, 인천은 민간 항공기 복합 수리 정비 단지로 특화한다는 공약 등이다. 선거 공약 차원이지만 인천과 인천공항의 과제를 제대로 집어낸 셈이다. 여객 5위, 화물 3위의 글로벌 공항만으로는 부족하다. 공항경제권은 다른 지역에서는 할 수 없는 인천의 고유 먹거리다.

[사설] 7년째 땅 밑에 갇힌 학익역... 시민 불편은 ‘모르쇠’였나

수원~인천 간 수인선은 1937년 개통했다. 꼬마 열차로 불리던 이 협궤철도는 1996년 운행을 멈췄다. 2020년 표준궤도의 전철로 다시 개통했다. 그 수인선에 학익역을 새로 짓는 사업이 장기간 꼬여 있다 한다. 이미 7년 전에 역 지하 구조물 공사는 완공했다. 그러나 정작 역 출입구는 내지 않아 그냥 땅 밑에 갇혀 있다. 시민 접근 불가의 지하철역이다. 어찌된 일인가. 수인선 학익역은 인하대역과 송도역의 중간 지점이다. 인천 미추홀구의 용현·학익 도시개발사업지구를 배후로 한다. 학익역 신설 사업은 이미 2013년 시작했다. 사업비 1천58억원은 용현·학익 도시개발사업 시행사 디씨알이(DCRE)가 전액 부담한다. 역 신설 사업 시행자는 국가철도공단이다. 2018년 지하 1·2층 본선 구조물 공사 등 1단계 사업을 끝냈다. 폭 27m, 길이 165m의 지하 2층 규모 역이다. 그러나 역과 지상을 연결하는 출입구 등을 짓는 2단계 사업은 멈췄다. 미추홀구 학익동 587 일대 학익역 공사 현장은 7년째 그대로다. 회색 펜스와 초록색 그물망으로 가려져 있다. 역사 출입구 등을 표시해 둔 트래픽콘(라바콘)이 늘어서 있고 철근 등만 잔뜩 쌓여 있다. 국가철도공단과 인천시, DCRE 간의 이견 때문이라고 한다. 영업손실보전금 및 사업 주체 등에 대한 입장 차이다. 영업손실보전금은 역 운영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한 것이다. 국가철도공단은 사업비 부담자인 DCRE 측에 이 손실보전금까지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런 갈등에도 불구, 사업 인허가권자인 인천시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 1단계 사업 완공 이후 공단은 사업 재검토에 들어갔다. 사업 지연에 따른 학익역 신설사업 타당성 용역 등을 다시 하는 등이다. 2023년에야 뒤늦게 2단계 사업 실시설계에 나섰다. DCRE 측이 영업손실보전금을 부담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당초 학익역은 2019년 개통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런 갈등 때문에 앞으로도 3년 뒤인 2028년 6월에나 개통이 가능할 전망이다. 학익역 개통이 기약 없는 사이 용현·학익지구에는 2천300여가구 주민들이 입주했다. 주민들은 바로 앞의 학익역 대신 20분을 걸어 인하대역까지 가야 한다. 2028년까지 총 1만3천149 가구가 입주하는 대규모 배후 단지다. 이들 입주민은 ‘수인선 역세권’ 광고를 철석같이 믿었을 것이다. 누가 잘했고 못했고를 따질 가치도 없어 보인다. 역 하나 개통하기까지 15년이 걸린다니, 기가 찰 일이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인천시민 불편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점이다.

[사설] ‘무늬만’ 강화 교육특구... 당초 취지는 이어져야

교육발전특구는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 4대 특구’ 중 하나다. 지역이 유아기부터 고등교육까지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 지역 인재의 정주 기반을 닦는다는 구상이다. 지방 소멸 시대 대응 전략이기도 하다. 지방에서도 사교육 없이 공교육만으로도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래서 지역에서 교육받은 인재들이 정주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정책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2월 인천 강화군 등 31곳을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인천시교육청은 강화군 등과 강화교육발전특구 사업계획까지 마련했다. 캠퍼스형 작은 학교 클러스터 구축,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 운영, 디지털 생태교육 특화, 학교복합시설 구축 및 운영 등이다. 시범지역에는 지방교육재정 특별교부금 30억~100억원이 주어진다. 그러나 1년이 지났지만 ‘무늬만의 특구’로 전락했다. 이를 뒷받침할 법이 만들어지지 않아서다. 특화 교육을 위한 교원 확보도 어려워 시설 개선 보조금 사업에 머문다는 지적이다. 인천시교육청과 강화군은 올해 교육부 보조금 30억원 등 9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지역 학교 시설과 프로그램 개선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지금까지의 단순 보조금 지원 사업을 넘어서지 못하는 수준이다. 교육 인프라 개선이 이뤄져도 정작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교원을 배치하기가 어렵다. 현행법으로는 정해진 학생 규모에 따라 학급을 편성하고 교원을 배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화지역은 소규모 학교가 많아 유연한 교원 배치가 어렵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교육과정 편성에 어려움을 겪는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할 교원을 배정하기 힘든 구조다. 교육발전특구 업무를 밀고 나갈 전담기관도 없다. 인천시교육청과 강화군의 관련 부서만으로는 정책 일관성도 추진력도 떨어진다. 지난해부터 국회에 ‘교육발전특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등이 발의돼 있다. 특구에 교원을 추가 배치하고 전담기구를 설치하는 특례 조항을 담고 있다. 그러나 교육위 소위원회로 넘어간 후 마냥 표류 중이다. 결국 윤석열 정부 공약사업의 한계를 넘지 못한 교육발전특구다. 인천 강화군 등 시범사업에 선정된 지역으로서는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대부분 인구 소멸 위기 지역이다. 교육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인재 양성 및 정주, 인구 유입까지 꿈꿨을 것이다. 늘 교육을 ‘백년지대계’라 하면서 아침저녁으로 바뀐다. 정치가 바뀌어도 교육발전특구의 당초 취지는 이어져야 할 것이다.

[사설] 역내 수주율 3년째 꼴찌... 지역 건설업 경쟁력 키워야

건설업계 보릿고개가 첩첩산중이다. 부동산 경기 위축에 인건비·원자재값 상승으로 일감이 사라졌다. 인천에서도 종합건설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다. 10년 만의 최다 폐업이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 인천 건설공사의 지역업체 수주율도 전국 꼴찌 수준이라 한다. 그것도 3년 연속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2023년 인천 종합·전문건설업체의 역내 수주율이 21.9%였다. 인천에서 벌어진 건설 공사에 인천 업체가 참여한 비율이다. 2023년 인천에서 이뤄진 전체 건설공사 금액은 21조6천550억원이었다. 이 중 지역업체는 4조7천350억원어치만 수주했다. 이해 전국 평균 역내 수주율이 40.2%였다.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시를 제외하면 전국 최하위 실적이다. 그 이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2021년 인천의 역내 수주율은 22.3%였다. 당시 전국 평균은 42.8%였다. 2022년에는 20.9%로 더 낮았다. 당시 전국 평균 역내 수주율 40.7%의 절반 수준이다. 3년 연속 인천이은 전국 최하위다. 인천의 건설 공사액이 적은 수준은 아니다. 2023년의 경우 경기 95조8천78억원, 서울 37조6천69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이처럼 공사 규모는 크지만 정작 인천업체들은 20% 정도의 공사만 맡는다. 결국 그만큼 타 지역 업체에 일감을 뺏기고 있는 것이다. 인천 건설업체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측면도 한 원인이라고 한다. 경기·서울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대형건설업체가 적다. 또 지리적으로 가깝다 보니 인천에서 발주된 공사에 경기·서울업체들이 수주전에 뛰어드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하도급 일감까지 경기·서울업체들이 차지하는 결과도 빚어진다. 인천시가 지역 건설산업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고 한다. 지역제한 가능 사업에 대해서는 100% 제한을 적용할 방침이다. 100억원 미만 종합공사, 10억원 미만 전문·기타공사가 대상이다. 입찰 공고에서부터 ‘지역 업체만 참여 가능’을 명시한다는 것이다. 지역제한이 어려운 대형 공사는 지역업체 의무 공동 도급률 49% 이상, 분리 발주 등을 유도한다. 지역업체 하도급률에 대해서도 70% 이상을 권장한다는 등이다. 그간에도 이런 대책들이 있었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무리한 시장 개입보다는 지역 건설업의 경쟁력 저하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형 건설업체가 상대적으로 적은 현실이 역내 수주율 저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역 건설업체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설] 넘쳐나는 ‘무판차량’... 중고차 수출, 인천특화산업이다

지난 29일자 경기일보 7면에 ‘무판차량’ 기사가 떴다. 번호판 없는 수출 대기 차를 말한다. 최근 이 무판차량들이 인천 연수구 무료 공영주차장을 대거 점령했다고 한다. 차 댈 곳을 못 찾는 시민들 불만이 크다. ‘풍선효과’ 때문이란다. 그간에는 중고차 수출상들이 무판차량들을 인근 이면도로 등에 뒀다. 민원이 잇따르자 구가 집중 단속에 나섰다. 설 곳을 잃은 무판차량들이 공영주차장으로 진출한 것이다. 넘쳐나는 무판차량에 따른 주민 불편은 오래된 얘기다. 그런데 이를 중고차 수출업체 입장에서 한번 보자. 옛 송도유원지 중고차 수출단지의 과포화 상태도 오래 됐다. 세계 중고차 시장 호경기는 이어지고 있다. 업체들도 죽을 맛일 것이다. 한국 중고차 수출의 메카를 자부하는 인천이다. 그러나 합법적 사업장 하나 없고 관련 인프라는 더욱 열악하다. 인천항을 통한 중고차 수출은 국내 전체의 80% 이상이다. 지난 2022년 40만4천653대에서 지난해 62만7천875대로 늘었다.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가 ‘스마트오토밸리’의 조성에 나선 지도 오래다. 인천 남항 인근의 중고차수출클러스터다. 중고차 2만대 수용 규모 실내·외 전시장과 유통시설, 정비소, 튜닝클러스터, 중고차 테마 공간 등이다. 기존 옛 송도유원지 일대에 난립해 있는 중고차 수출상들을 이전, 집적화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사업은 진척이 없다. 민간사업자는 현재 PF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총 사업비의 20%(496억원)를 조달해야 했지만 50억원 정도만 확보한 상태다. 이에 자금 조달 기한을 6개월 연장해 놓은 상태다. 현재 PF 시장의 침체 등을 감안하면 스마트오토밸리 사업이 언제 본궤도에 오를지 불투명하다. 지난 29일 국회에서 허종식 의원이 ‘중고차 수출 지원 정책토론회’를 했다. 전문가들은 중고차 수출 산업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스마트오토밸리 사업에 대해서도 단계적 조성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남항 배후의 사업 대상 부지에 대해서는 임시 사용 권한 등을 앞당겨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고차수출클러스터의 조기 가동 전략이다. 이제 비상한 사업 전략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전환에 따른 세계 중고차 수출 시장의 지속 성장을 예고한다. 저개발국 등의 내연기관 중고차 수요 폭발 때문이다. 중고차 수출은 인천의 지역특화산업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이 산업의 육성·발전에는 모두 무관심하다. 지역특화산업을 언제까지 ‘무판차량 불법주차’ 굴레에 방치할 것인가.

[사설] 난임 시술 지원에도 ‘칸막이’... 그들의 절박함 헤아려야

아이 갖기를 원하지만 안되는 난임부부들이 늘어나는 시대다. 건강에 미치는 환경적 영향이 그만큼 악화한 탓이다. 정부와 지자체도 이들 난임부부 지원에 나서 있다. 난임 시술에 따른 의료비 지원 등이다. 그런데 그 지원에도 이런저런 칸막이 장벽을 둬 난임부부들을 힘들게 한다고 한다. 저출생 극복을 위한 지원이 수백 종류에 이른다. 절박한 난임부부들을 충분히 지원하는 게 먼저 아닌가. 인천의 난임 진단자도 가파른 증가세다. 지난 2023년 1만6천89명, 2024년 1만9천57명이다. 1년 사이 18%나 늘었다. 피임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부간 성생활을 하는데도 1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으면 난임이다. 최근 전국적으로 증가 추세다. 초혼 연령이 늦어지는 데다 환경호르몬 노출에 따른 신체 기능 저하 등을 원인으로 본다. 인천시도 난임부부 출산 장려를 위해 난임 시술비를 지원한다. 시험관 시술 20차례와 인공수정시술 5차례 등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술비 지원에 칸막이가 쳐져 있어 난임부부들을 힘들게 한다. 2종류 시술이 엄격하게 나뉘어 있어 아이를 갖기까지 원하는 만큼의 충분한 시술이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 난임부부들은 시험관시술을 20차례 받고 난 후에는 5차례의 인공수정시술 기회만 주어진다. 그러나 정작 난임부부들은 임신성공률이 높은 시험관시술을 더 받을 수 있기를 원한다. 대부분 30대 이상인 난임부부들은 시험관시술을 선호한다. 의료계에서는 여성이 35세 이상일 경우 시험관시술의 임신성공률을 61%로 본다. 그러나 인공수정시술의 경우 20% 정도다. 결국 난임부부들이 20차례의 시험관시술 기회를 다 쓰고 나면 자기 부담으로 시술을 받을 수밖에 없다. 1차례에 500만원이다. 지난해 인천에서 자부담으로 추가 시험관시술을 받은 난임부부가 12쌍에 이른다. 이 같은 문제점을 파악한 서울시와 제주도 등에서는 시술 종류별 칸막이를 없앴다. 시술 종류와 상관 없이 원하는 난임시술을 25회까지 지원받을 수 있게 했다. 경기도도 최근 난임시술비 지원을 개선했다. 종전 난임부부당 총 25회 시술 지원을 출생아당 25회로 늘린 것이다. 첫아이를 가지면서 난임시술 기회를 다 썼더라도 둘째, 셋째 등 아이를 가질 때마다 다시 25회씩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인천시는 너무 둔감한 것인가. 거액의 출산장려금을 내거는 게 능사가 아니다. 참으로 아이 갖기를 갈망하는 난임부부 지원이 먼저 아닌가. 시술 지원 제한은 그들의 절박한 소망을 헤아리지 못하는 정책이다.

[사설] 유 시장 미완의 도전... 진정성 정치의 싹은 틔웠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시정 일선으로 돌아왔다. 국민의힘 1차 경선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도전으로 인천 정치의 존재감을 전국 무대에 띄웠다. 그간에는 인천시장의 대선 도전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인천은 중앙정치의 종속 변수거나 캐스팅보트 정도였다. 인천에 대한 관심도나 도시 브랜드를 널리 각인시킨 성과도 따랐다. 유 시장은 지난 9일 인천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 앞에서 출마를 표했다. “정치꾼들의 야욕이 판치는 나라를 바로 세우려 나선다”고 했다. 조기 대선을 겨냥한 도전은 일찍부터 시작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차원의 지방분권형 개헌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달엔 완결형의 헌법개정안을 공개했다.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 도입이다. 양원제를 도입하되 상원은 지역 대표성으로 구성한다. 지방정부의 자치입법·자주재정권을 강화한다는 등이다. 그러나 중차대한 과제임에도 개헌론은 조기 대선 파도에 떠밀렸다. 유 시장은 지방분권형 개헌에 이어 국가적 정책 이슈 선점에 나섰다. 병력난에 대응하는 ‘모두 징병제’, ‘전역증 혜택’ 등이다. 인천에서 1차 성과를 거둔 인천형 저출생 정책들도 주목받았다. ‘천원주택’과 ‘아이플러스 1억 드림’ 등이다. 그 결과 정책 부재 국민의힘 경선에서 새 흐름을 이끌었다. 새로운 이슈들을 창출하고 부각시켰다. 이 과정에서 경제 규모 2위 도시 인천의 성과들도 재평가됐다. 지역경제 성장률, 출생아 수 증가율 1위 등이다. 그러나 팬덤의 늪에 빠진 한국 정치 현실에서 역부족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자와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는 더욱 그랬다. 오직 후보 인지도가 지지도로 이어지는 폐쇄적 구조다. 경선 후 유 시장이 소회를 밝혔다. “정치적 야망보다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한 책임감으로 이번 경선에 임했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정치인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출마했다.” 국민의힘 1차 경선 직후 한덕수 권한대행이 인천을 찾았다. 도화동의 한 ‘천원주택’ 사업 현장을 살펴봤다. “인천 ‘천원주택’처럼 정부와 지자체가 힘을 합쳐 청년층 주거비 부담 경감에 노력해야 한다”는 멘트를 남겼다. 지금 정국에서 한 권한대행의 행보는 결코 가볍지 않다. 1차 경선을 통과한 국민의힘 후보들도 ‘유정복 끌어안기’에 나섰다. 김문수 후보도 최근 유 시장을 찾아 지지를 부탁했다. 단순한 정치적 손익 계산만은 아닐 것이다. 1차 경선이 끝나고 유 시장이 말했다. “진정성을 가지고 임했다.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다.” 말 그대로다. 미완의 도전이었지만 진정성 정치의 싹은 틔운 것으로 보인다.

[사설] 10년 만의 최다 건설 폐업... 부양책 시급하다

인천 건설업계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고 한다. 업계를 리드하는 종합건설업체들 폐업이 줄을 잇는다. 최근 10년 이래 가장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종합건설업체가 문을 닫으면 그 파급효과는 연쇄적이다. 전문건설업은 물론 건설자재 제조·유통, 인테리어, 이사업계까지 이어진다. 결국 취약계층의 일자리·소득 감소로 나타난다. 물론 인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건설경기에 숨통을 틔워줄 특단의 대책이 시급한 때다. 올해 1분기 중 폐업 신고를 낸 인천지역 종합건설업체가 13곳에 이른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한 분기 중에 두 자릿수의 폐업이 나온 것이다. 2015년 1분기에는 2곳뿐이었다. 이어 2016년 5곳, 2017년 1곳, 2018년 0곳, 2019년 2곳, 2020년 1곳 등이었다. 건설 불경기가 나타난 2021~2024년의 매 1분기에도 3~5곳 정도였다. 이런 분위기라면 올 한 해 50곳 이상의 지역 종합건설업체가 줄폐업할 전망이다. 13곳 종합건설업체의 폐업 사유는 대부분 ‘사업 포기’다. 건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우선 사업 수주가 없다. 여기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리 등은 가파르게 오른다. 최근 수년간 가까스로 버티던 업체들도 올들어 손을 드는 것이다. 지역 종합건설업체는 대부분 대형 건설사와 공동도급 형태로 사업에 참여한다. 따라서 종합건설업 폐업은 지역 건설경기의 바로미터로 통한다. 지역 건설업계는 올해도 건설 경기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부동산 경기 위축에 따른 신규 수주·착공 물량 감소, 인건비와 원자재값 상승, 부동산 PF 리스크 등이 계속될 전망이어서다. 여기에 최근 전국구 대형 건설사들의 잇따른 기업회생절차 신청도 악재다. 신동아건설, 삼부토건, 대우조선해양건설 등이다. 이들로부터 공동 사업 또는 하도급을 받는 인천 종합건설업체들의 폐업은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들 종합건설업체의 폐업은 전문건설업체들까지 위태롭게 한다. 상하수도, 실내건축 등 지역 전문건설업체들은 대부분 종합건설업체로부터 일감을 받는 하도급 계약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철강 등 건설 자재 제조·납품 업체들도 연쇄적으로 타격받는다. 건설업은 전후방 연관 효과가 매우 큰 산업이다. 심지어 음식업 등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국내총생산(GDP) 비중 15%의 내수산업이다. 일자리 감소, 소비 위축 등으로 서민·소상공인 가계까지 옥죈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내수산업을 살리려면 건설 경기 진작이 필수적이다. 조기 대선 등 정국 변동에 가려 변변한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집값 걱정’은 경기 부양 이후라도 늦지 않을 것이다.

[사설] 제3연륙교 명칭 다툼... 과연 주민 간 갈등일까

올해 말이면 인천에 2개 랜드마크 해상 교량이 열린다. 제3연륙교와 신도대교다. 제3연륙교는 이름 그대로 영종대교, 인천대교에 이은 세 번째 다리다. 이들 다리는 인천 영역 대확장의 상징이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 마침내 개통이라니 감회가 새롭다. 그런데 이 다리의 이름을 놓고 여간 시끄럽지 않다고 한다. 제3연륙교는 4.68㎞ 구간 왕복 6차로의 해상 교량이다. 사업비 7천320억원이다. 개통이 8개월 앞으로 닥쳤지만 이름 짓는 절차는 멈춰섰다고 한다. 다리 양측 지역 주민들이 서로 자기 쪽 지명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천경제청이 제3연륙교에 대한 명칭 공모를 중단했다. 인천시가 공모를 보류할 것을 통보해 왔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서구의 새로운 명칭 짓기가 완료된 후 공모를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12월 제3연륙교 중립명칭 공모를 하려 했다. 그러나 인천시 요구로 공모가 중단되면서 명칭 갈등은 더 깊어지고 있다. 중구와 서구는 물론 양 지역 주민 간 갈등이다. 중구는 제3연륙교 이용자의 90% 이상이 영종도 주민이니 이곳 주민들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구는 지난해 11월 제3연륙교 명칭 공모를 통해 2개를 선정했다. 최우수작 ‘영종하늘대교’와 우수작 ‘영종청라대교’다. 반면 서구는 이 다리 건설비 절반을 청라 주민들이 부담한 만큼 ‘청라대교’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제1연륙교 ‘영종대교’가 있는 상황에서 제3연륙교까지 영종을 상징하는 명칭으로 짓는 것은 지명 결정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역 정치권까지 가세해 더 꼬이고 있는 양상이다. 명칭 확정 절차에도 최소 3~4개월 걸린다고 한다. 명칭 공모, 인천시 지명위원회 상정, 국토교통부 결과 보고, 이의 제기 등이다. 실질보다는 이름에 집착하는 이즈음의 세태를 보는 건가. 언제부턴가 정부·지자체 정책들도 내용을 쉬이 알 수 없는 이름을 내걸곤 한다. ‘청년의 삶(3)터(일터·삶터·놀이터)’, ‘반려동물 수제간식 개(犬)로(老)만족, 독거노인 취약계층 지원’ 등이다. 청년 또는 노인 복지정책 같은데 종잡을 수가 없다. 서울에 수많은 한강 다리가 있지만 이름을 두고 다퉜다는 얘기는 없었다. 주민 갈등이라고는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 과연 그럴까. 생업에 바쁜 주민들은 이런 갈등에 낄 시간도 없다. 인천의 큰 자산이 될 제3연륙교다. 지역사회가 좀 더 대승적으로 접근할 방법은 없는가. 끝내 다투다가는 ‘이름 없는 다리’, ‘이름 모를 다리’가 될 수도 있다.

[사설] 전자칠판 보급 ‘올스톱’... 외양간 무너뜨리는 격이다

백묵으로 쓰던 칠판은 곧 퇴장할 판이다. 디지털화 바람에 전자칠판이 대세다. 아날로그 칠판을 디지털화한 스크린 칠판이다. 그런데 유독 인천에서만 이 전자칠판이 말썽이다. 학교에 전자칠판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뒷돈을 받은 사건이다. 인천시의원 2명이 구속됐다. 한 중학교 교감은 직위해제됐다.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인천시교육청이 아예 전자칠판 보급을 중단한 것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 2022년부터 전자칠판 보급에 나섰다. 해마다 예산도 늘려나갔다. 그래도 뒤늦었는지 지난해 말 기준 보급률이 9.5% 수준이다. 부산이 52.2%로 전국 1위다. 서울도 절반 가까이 전자칠판으로 바꿨다. 경기도도 18%로 인천의 2배 수준이다. 아직 0%대인 대구를 빼면 인천이 전국 최하위다. 이런데도 그나마 이제는 멈춰섰다고 한다. 인천시교육청은 올해 전자칠판 예산을 사실상 아예 없는 수준으로 삭감해 버렸다. 추가경정예산에 넣을 계획도 아직 없다. 교육청 지원 없이 학교 자체 예산으로는 버거운 사업이다. 전자칠판 1대당 가격이 400만~550만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 판국에 학교들이 자체적으로 전자칠판을 사들이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선 학교들에서는 전자칠판 보급 중단이 못내 아쉽다. 2023년 인천시교육청이 전자칠판 수요 조사를 했다. 교원 3천380명에게 물었더니 2천714명(80.3%)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실제 학교에서는 새로운 기능이 많은 전자칠판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한다. 언제 우리 차례가 돌아올까 하고 기다린다. 그런 가운데 돌연 중단되니 실망감이 클 것이다. 현직 교감까지 연루되면서 ‘올해는 글렀구나’ 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인천시교육청이 지난 2월 전자칠판 게이트 대책을 내놨다. 학교 물품선정위원회 운영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의무화했다. 계약 담당자는 물품선정위원에 참여 못 하도록 했다. 반드시 3개 이상의 물품을 비교평가하도록 했다. 그간에는 전자칠판 등 납품 관리가 너무 엉성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그러나 늦었더라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꼭 해야 할 일이다. 물론 저간의 사정을 보면 이해는 간다. 인천시교육청도, 각급 학교들도 몸 사리기 바빴을 것이다. 전자칠판이라면 쳐다보기도 싫어졌을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수요자인 선생님과 학생들은 전자칠판을 기다린다. 인천시교육청은 올해는 계획만 세워놓고 내년부터 재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올해 관련 예산을 온통 삭감했다니.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사업이었나. 소 잃었다고 외양간 무너뜨리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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