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자칠판 보급 ‘올스톱’... 외양간 무너뜨리는 격이다

image
인천시교육청 전경. 경기일보DB

 

백묵으로 쓰던 칠판은 곧 퇴장할 판이다. 디지털화 바람에 전자칠판이 대세다. 아날로그 칠판을 디지털화한 스크린 칠판이다. 그런데 유독 인천에서만 이 전자칠판이 말썽이다. 학교에 전자칠판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뒷돈을 받은 사건이다. 인천시의원 2명이 구속됐다. 한 중학교 교감은 직위해제됐다.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인천시교육청이 아예 전자칠판 보급을 중단한 것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 2022년부터 전자칠판 보급에 나섰다. 해마다 예산도 늘려나갔다. 그래도 뒤늦었는지 지난해 말 기준 보급률이 9.5% 수준이다. 부산이 52.2%로 전국 1위다. 서울도 절반 가까이 전자칠판으로 바꿨다. 경기도도 18%로 인천의 2배 수준이다. 아직 0%대인 대구를 빼면 인천이 전국 최하위다.

 

이런데도 그나마 이제는 멈춰섰다고 한다. 인천시교육청은 올해 전자칠판 예산을 사실상 아예 없는 수준으로 삭감해 버렸다. 추가경정예산에 넣을 계획도 아직 없다. 교육청 지원 없이 학교 자체 예산으로는 버거운 사업이다. 전자칠판 1대당 가격이 400만~550만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 판국에 학교들이 자체적으로 전자칠판을 사들이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선 학교들에서는 전자칠판 보급 중단이 못내 아쉽다. 2023년 인천시교육청이 전자칠판 수요 조사를 했다. 교원 3천380명에게 물었더니 2천714명(80.3%)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실제 학교에서는 새로운 기능이 많은 전자칠판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한다. 언제 우리 차례가 돌아올까 하고 기다린다. 그런 가운데 돌연 중단되니 실망감이 클 것이다. 현직 교감까지 연루되면서 ‘올해는 글렀구나’ 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인천시교육청이 지난 2월 전자칠판 게이트 대책을 내놨다. 학교 물품선정위원회 운영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의무화했다. 계약 담당자는 물품선정위원에 참여 못 하도록 했다. 반드시 3개 이상의 물품을 비교평가하도록 했다. 그간에는 전자칠판 등 납품 관리가 너무 엉성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그러나 늦었더라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꼭 해야 할 일이다.

 

물론 저간의 사정을 보면 이해는 간다. 인천시교육청도, 각급 학교들도 몸 사리기 바빴을 것이다. 전자칠판이라면 쳐다보기도 싫어졌을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수요자인 선생님과 학생들은 전자칠판을 기다린다. 인천시교육청은 올해는 계획만 세워놓고 내년부터 재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올해 관련 예산을 온통 삭감했다니.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사업이었나. 소 잃었다고 외양간 무너뜨리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