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방위 대피소는 전쟁, 지진,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관리하는 시설이다. 정부, 지자체 및 공공단체 소유의 지하시설이 1차 지정 대상이다. 또 민간 시설 중에서 대피 기능을 갖추고 방송 청취가 가능한 지하층도 지정 가능하다. 인천시도 각 군·구와 함께 민방위 대피소 773곳을 지정·운영 중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지정만 해 놓았을 뿐 비상용품은 전무한 상태라고 한다. 경기일보 지면(5월26일자 7면)에 비친 인천 민방위 대피소의 실상을 보자. 인천 서구 가정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도 공공용 민방위 대피소다. 재난 발생 시 많은 주민들이 한동안 몸을 피해 있을 곳이지만 비상용품은 아무것도 없다. 구석진 곳에 놓인 소화기 2개가 전부다.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도 마찬가지다. 소화기를 제외하면 비상시 대비 물품이 하나도 없다. 인천시도 최근 민방위 대피시설 전수조사를 했다. 전체 773곳 중 657곳은 공공용 대피시설이다. 지하주차장이나 지하상가 등에 지정한 대피소다. 이들 대피소 모두 비상용품이 전혀 갖춰 있지 않다. 그러나 공공기관 지하 등에 지정된 정부지원 대피시설은 이와 달랐다. 방독면과 응급의약품, 식수 등 생존 필수물자가 일부라도 갖춰져 있다. 원인은 비상용품 구비가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민방위기본법은 대피소의 비상용품 구비에 대해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같이 권고사항이지만 그러나 서울시는 다르다고 한다. 서울도 전체 2천900곳 대피소 중 2천600곳이 민간시설 지정의 공공용 대피시설이다. 지난해 서울시는 특별교부금을 활용, 이들 대피소에도 빠짐없이 생존 필수물자를 비치했다. 방독면, 식수, 응급키트 등이다. 또 비상시 식수까지 비치, 관리하고 있다. 인천시는 예산과 관리 어려움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민방위 대피시설 관련 예산 대부분을 서해 5도 등 접경 지역에 사용, 비접경 지역까지 지원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민간 시설 지정 대피소는 대부분 상시 개방·사용 중인 지하공간이어서 관리가 어렵다고 한다. 비상용품을 비치해도 분실·훼손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재난은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 발생했다 하면 시민들이 한동안 대피소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지정 대피소에는 최소한 2주 이상 버틸 수 있는 식수를 비롯, 생존 필수물자를 갖추고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산이나 관리 어려움 등이 있더라도 빨리 바로잡아야 할 문제다. 그 무엇보다 위중한 시민안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설(인천)
경기일보
2025-06-05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