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결정문과 비교해보니 용어·시기·동의·비중 다 달라 ‘철회’ 근거로 무리하게 비유
내란죄 철회가 적법한가. 윤석열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은 반발하고 있다. 탄핵 소추의 핵심을 변경하는 것이라고 한다. 국회 의결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형법이 아닌 헌법 위반을 가리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철회를 무죄로 판단하는 정신착란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중요하게 거론하는 것이 박근혜 탄핵의 예다. 2017년 당시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 공교롭게 그 당사자가 권성동 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다.
세상에 완벽하게 똑같은 사건은 없다. 판에 박듯 적용할 판결이란 것도 없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대한 사건의 경우는 더하다. 우리 헌정사에 세 번밖에 없는 사건이다. 노무현·박근혜·윤석열 탄핵의 구성이 다르다. 선거법 위반(노), 국정농단(박), 계엄과 내란(윤)이다. 판례를 도출할 경험치에 이르지 못했다. 그럼에도 ‘박근혜 탄핵의 예(例)’가 등장했다. 그렇다면 찾아보자. 인용은 2017년 3월10일 헌재 결정문 속 단어와 해석이다.
첫째, 용어에서 차이가 있다. 2025년 청구인은 ‘철회한다’고 표현했다. “철회하는 것이냐”는 정형식 재판관 질문에 “철회 맞다”고 했다. 2017년 결정문은 ‘제외’ 또는 ‘다시 정리’로 적고 있다. “각종 형사법 위반 유형을 제외하고”, “소추 사유를 다시 정리하였다”. 적어도 헌재 결정문에 ‘철회’라는 표현은 없다. 권성동 의원의 당시 발언에도 ‘철회’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는다. “재작성해서 제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2017년 1월·기자회견).
둘째, 시기에서 차이가 있다. 2025년 청구인의 ‘철회’는 심리를 시작하기 전에 등장한다. 12월27일 철회에 대한 견해를 냈고, 1월3일 소심판정에서 “철회가 맞다”고 확정한다. 본격 심리를 가다듬는 준비기일에 등장한 ‘철회’다. 2017년 탄핵 때는 한창 심리가 진행되다가 등장했다. 당시 결정문은 “청구인이 2017년 2월1일 제10차 변론기일에 다른 유형과 사실 관계가 중복되는 각종 형사법 위반 유형을 제외하고…”라 적고 있다.
셋째, 피청구인의 동의 여부가 다르다. 2025년 철회에는 피청구인이 반발하고 있다. 탄핵의 원천 무효까지 주장한다. 2017년 탄핵 때는 피청구인이 일단 동의했다. 당시 결정문에 두 문장이 있다.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변론을 진행하다가 2017년 2월22일 제16차 변론기일에 이르러…적법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양 당사자가 유형별 정리에 합의하고 15차례에 걸쳐 변론을 진행해 온 점에 비추어 볼 때…”.
넷째, 해당 사건의 비중이 다르다. 2025년 탄핵 소추의 핵심은 내란죄다. 1차 탄핵안에는 무속인, 이태원, 명태균, 김영선 등도 있었다. 이게 불발되자 2차 탄핵안에는 다 빼고 내란죄에 비중을 둔다. 그제야 여당표가 움직여 통과된다. 2017년 결정문은 탄핵 소추 혐의에 번호를 부여해 나열했다. ①비선조직 ②권한 남용 ③언론 자유 침해 ④생명권 보호 위반 ⑤각종 형사법 위반 등이다. ‘제외’ 또는 ‘정리’된 것은 맨 뒤 ⑤번 혐의다.
청구인과 피청구인은 각자의 영역이 있다. 각기 다른 논리로 법을 해석한다. 그 결과를 정답이라고 선전한다. 국회 청구인도 그렇고, 윤 대통령 대리인도 그렇다. 그러려니 하면서 살피면 될 문제인데. 한 가지는 자꾸 귀에 거슬린다. 노무현 탄핵 또는 박근혜 탄핵의 예를 함부로 끌어 쓰고 있다. ‘그때 했으니 지금 해도 된다’며 논리의 근거로 이용하려 든다. 그래서 박근혜 탄핵 결정문 전문을 찾아봤다. 대개 거짓말이거나 과장이었다.
헌재는 법을 수용한다. 여론도 수용한다. 정치도 수용한다. 하지만 과장이나 거짓말은 수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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