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진 대북 전단 논쟁 ‘접경지 피해’는 모두가 외면 소음 피해 1년, 보상은 없다
표현의 자유에 비중을 두고 보면 단속이 무리다. 대북 체제에 대한 의사 표현이며 정보 공유다. 살포 주체가 민간 단체여서 공공 대표성도 없다. 강제로 막거나 처벌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그 헌법적 정신이 ‘대북전단금지법’에서 확인됐다. 북한의 의견을 존중해 문재인 정부가 만든 법이었다. 이에 대해 헌재가 결정을 내렸다. ‘과도한 표현의 자유 제한’이라고 했다. 적어도 법률적 측면에서의 판단은 끝난 문제다.
이재명 정부가 막고 나섰다. 대통령이 현장을 찾았고 의지를 피력했다.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불법 행위로 선언했다. “현행범 체포 대상”이라며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통일부는 이미 해당 단체에 경고를 전한 상태다. 행위를 처벌하려면 이를 규정한 법률이 있어야 한다. 경찰은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겠다고 밝힌다. 글쎄다. 적국을 비방하는 전단을 적국에 살포하는 행위다. 현장에서 체포 당할 일일까.
굳이 에둘러 갈 필요 없다. 집권 정부가 가진 대북관 문제다. 남북 화해에 가치를 둔 정권은 제한했다. 강경 대응에 중점을 둔 정권은 묵인했다. 문재인 정부는 막았고, 윤석열 정부는 허용했다. 이러는 사이 위법성 인식도 무감각해졌다. 민간 단체의 목소리만 커졌다. 정치 탄압이라며 되레 목청을 높인다. 이 패턴은 이번에도 그대로 반복됐다. 대통령이 살포 제한을 공언하자마자 보란 듯 전단 살포를 시도했다.
대북 전단 논쟁에는 중간지대가 없다. ‘보내야 한다’고 하면 극우로 본다. 전쟁주의자로 내몰리기 십상이다. ‘보내면 안 된다’고 하면 극좌로 본다. 북에 굴종하는 친북주의자로 몰린다. 이념 논쟁의 속성인 선명성 공방의 결과다. 이걸 논할 생각도, 한쪽에 설 생각도 없다. 말하려는 건 거기서 외면되는 접경지 피해다. ‘소음 지옥’에 대한 고민이나 배려가 없다. 극심한 고통에 내몰렸던 피해를 거론도 안 하고 있다.
귀신 곡소리, 쇠 긁는 소리.... 만성 수면 부족, 영유아 경기·발작.... 캠핑장 폐쇄, 상권 붕괴.... 고통의 1년 밤낮이었다.
보상이 있을 줄 알았다. 정치권이 그렇게 약속했었다. 국민의힘이 강화를 찾은 건 지난해 9월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피해 보상을 약속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그해 10월 찾아갔다. 민방위기본법을 개정해서라도 보상하겠다고 했다. 주민들이 반겼고 믿었다. 얼마간은 그렇게 갔다. 민방위기본법이 11월에 개정됐다. 곧 보상이 나오는 줄 알았다. 많은 국민은 보상이 된 줄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10원 하나 보상된 거 없다.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은 통과됐다. 발효되려면 시행령이 있어야 한다. 반년 흐른 지금까지 안했다. 소급입법 적용 여부도 문제다. 대남방송의 피해는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됐다. 보상이 이뤄지려면 법이 소급 적용돼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해석도 정리되지 않았다. 시가 피해를 채증했다. 이게 인정될는지도 걱정이다. 그 새 북한의 대남방송은 조용해졌다. 보상까지 잠잠해지려나.
정권이 바뀌었다. 그때 야당 대표는 대통령이 됐다. 대북 전단 제재를 통일부에 지시했다. 접경 마을을 찾아 ‘평화’를 약속했다. 거기 ‘보상 약속’도 있었으면 좋았는데. 그날은 없었다. 반대편에서는 대북 전단 제재를 비난한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도 ‘보상 주장’이 있으면 좋을 텐데. 역시 없다. 그렇다. 이게 지금 대한민국의 대북 전단 논쟁이다. 찬성과 반대 모두 ‘제1 피해자’는 쏙 빼놓고 간다.
‘접경지 70년’을 짓눌러온 논리가 있다. ‘위험 지역인줄 모르고 살았나’, ‘참기 싫으면 좋은 곳으로 이사 가라’.... 분단을 전제한 고통 강요다.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접경지 보상’은 안중에도 없는 대북 전단 논쟁을 보면 그렇다. 결국 ‘귀신 곡소리도 그냥 참고 살라’는 말이다.
主筆 김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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