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도지사 때 특화된 ‘무기’ 기업인 아닌 은행장 첫 면담 물가 폭등 난리 통에 또 현금
현금 지원에 반대한다. 어떤 명목이든 현금 뿌리는 건 반대한다. 2009년 무상급식 이래 죽어라 써댔다. 단 한 음절도 바꾼 적 없다. 하도 여러 번 써서 새삼 설명하기도 민망하다. 그래도 간단히 정리해 보면 이거다. 경제를 이루는 일정한 공동체가 있다. 그 공동체의 재화(財貨)는 변동이 없다. 여기에 현금이라는 통화만 추가된다. 투입된 통화는 모두 재화의 가격으로 옮아간다. 투입된 통화량이 곧 물가인상 폭이다.
뻔한 공식이다. 이 증명을 혼돈시키는 완충지대가 있다. 경제 단위를 인위적으로 구분한 행정이다. 이를테면 ‘성남시-경기도-대한민국’의 구분이다. 통화 투입의 영향이 이 경계를 만나면 왜곡된다. 성남시 부작용을 경기도가 덮어주고, 경기도 부작용을 대한민국이 덮어준다. 성남시-경기도의 경계가 실물경제에서는 섞였기 때문이다. 이 연쇄 흡수의 끝이 국가 단계다. 국제 경제에서는 더 이상 돌려 막을 곳이 없다. 물가 폭등이다.
40년 전 ‘경제학 개론’에서 ‘D’를 맞았다. 이런 내게 무슨 학문적 깊이가 있겠나. 그저 ‘그럴 거라는’ 저잣거리 생각이다. 그나마 경제 관료들의 비슷한 생각이 비빌 ‘언덕’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현금 지원을 경계했다. 끝내 정치에 굴복했지만 기조는 그랬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보편적 복지를 우려했다. ‘13조원이 하늘에서 떨어지느냐’고 했다. 그렇다. 정치인은 현금 지원을 주장하고, 경제 관료는 현금 지원을 걱정한다.
그 이유라야 뻔하지 않나. 표(票)다.
나라가 위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박근혜 탄핵과 윤석열 탄핵을 비교했다. 두 가지 상반된 흐름이 잡혔다. 하나는 가계·기업심리 위축이다. 소비자심리지수가 ‘박’ 때는 9.4포인트 하락했고 ‘윤’ 때는 12.3포인트 하락했다. 기업심리지수도 ‘박’ 때는 우상향이었고, ‘윤’ 때는 ‘우하향’이다. 금융시장은 다르다. 원–달러 환율이 ‘박’ 때는 7%까지 올랐지만 ‘윤’ 때는 5% 오르다 좀 내렸다. 경제 요소만 따진 KDI 분석이다.
금융 시장이 끄덕 없다는 건 아니다. 12·3 계엄이 경제에 미친 악영향은 분명하다. 내란·폭동은 미래 법으로 따져질 일이다. 경제 피해는 현재 국민이 느끼는 일이다. ‘윤석열 지키기 국민’에게도 경제 위기는 진실이다. 20일 이재명 대표가 말했다. “정치 불안이 경제로 이어지며 국민 삶의 뿌리가 통째로 흔들리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민생경제 회복 노력에 초당적으로 적극 협력하겠다.”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온 공개 선언이다.
최근 여론조사가 민주당에 달갑지 않다. 민주당 하락과 국민의힘 상승 추세다. 국민의힘이 앞선다는 결과도 나왔다. 권력기관이나 지방정치에 예민한 문제다. 이 대표의 민생 선언이 이런 때 나왔다. 이쯤 되니 예상되는 ‘JM노믹스’ 순서가 있다. 시장-도지사에서 보여줬던 모습이다. 청년 배당·지역화폐(성남시), 기본소득(경기도). 중요할 때마다 등장했다. 강력하면서 유일한 그의 무기다. 패턴으로 볼 때 나올 때 됐다.
때마침 이 대표가 시중은행장을 모았다. 여기에도 ‘JM노믹스’가 오버랩됐다. 기업인을 부르지 않고 은행장을 불렀다. 생산이 아니라 통화에 비중을 둔다는 얘긴가. 보기에 그렇게 보인다. 통화를 이용한 직접적 시장 개입. 국민 손에 직접 돈을 쥐여주는 행정. 바뀌지 않은 것 같다. 곧 조(兆) 단위 지원이 뜰 것 같다. 윤 정부 최대 불신은 물가였다. 그 불신이 비극까지 왔다. 이런 난리통에 또 돈을 넣자고 할 것인가.
‘현금’은 늘 성공했다. ‘표’는 뿌린 만큼 돌아갔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 안 뿌렸으면 좋겠는데.... 반대했으면 좋겠는데.... 또 그럴까 봐 걱정이다. 진보의 역사, 권영길씨가 있었다. 국민 계몽에 악전고투하던 그다. 그의 유행어를 허락 없이 인용한다. ‘지원금 받아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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