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공공기관 이전, 가난한 순서 말고 뭐 있나

-경제과학진흥원은 가평으로 간다. 주택도시공사는 포천으로 간다. 경기연구원은 의정부로 간다. 신용보증재단은 연천으로 간다. 농수산진흥원은 여주로 간다. 복지재단은 양평으로 간다. 여성가족재단은 남양주로 간다-. 이게 먼 소리냐 할 거다. 빠진 지역은 더 그럴 거다. 맞다. 이건 헛소리다. 그런데도 해두고 가야 할 이유가 있다. 이 헛소리를 해야 다음 설명이 가능하다. 공공기관 이전은 뭔지, 지역 선정의 기준은 뭔지. 북동부 시군들이 들떠 있다. 내걸린 경품이 큼직하다. 경기도 공공기관 7개다. 이재명 도지사가 걸었다. 경쟁해서 이기는 쪽에 주겠다. 그러자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이걸 경매라고 봐야 하나. 아님 입찰이라고 봐야 하나. 어쨌든 기대에 찬 축제다. 왜 안 그렇겠나. 인력도 예산도 꽤 되는 기관들이다. 웬만한 중소기업 하나다. 살림 팍팍한 북동부다. 유치에 목맬 만하다. 그런데 딱히 기준이 없다. 뭘까. 이 지사가 말했다. 우리나라의 최고 문제는 국토 불균형 발전이다 소외감과 억울함이 크다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중요한 과제다(4월22일 공공기관 이전 난상 토론). 이 속에 힌트가 있다. 하긴 이거 말고도 힌트는 많다. 공공기관 이전은 벌써 20년 된 화두다. 노무현 대통령이 던지면서 시작됐다. 국가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자는 얘기다. 부의 지역적 재분배다. 잘 사는 곳 부를 빼서 못 사는 곳으로 옮기는 작업이다. 여기서 받을 동네의 조건도 나온다. 못 사는 동네다. 여럿일 땐 제일 못 사는 동네다. 못 사는의 척도는 재정(財政)이다. 몇 개 개념이 있다. 총예산이 있는데, 정확지 않다. 예산 많아도 쓸 곳이 많으면 꽝이다. 자체 수입도 있는데, 이것도 정확지 않다. 많이 벌어도 인구가 많으면 꽝이다. 결국엔 재정 자립도다. 총 예산을 분모에 놓고 자체 수입의 크기를 계산한다. 그나마 널리 쓰이는 기준이다. 정부 정책도 이 표를 쓴다. 그 2020년 치를 펴자. 옆에 기관 신청 시군을 놓자. 그리곤 다음 세 조건을 맞추자. 첫 번째, 한 지역에 한 기관만 준다. 그래야 여러 시군에 공정(公正) 할 수 있다. 두 번째, 재정자립도 낮은 동네를 우선 주자. 소외ㆍ억울함 해소라는 이전 목적에 맞다. 세 번째, 선호(選好) 하는 기관부터 배정하자. 선호 기관은 경쟁률, 기관 규모로 정해진다. 이렇게 기준이 만들어졌다. -못 사는 동네부터, 좋은 기관부터, 하나씩.- 도내 31개 시군이다. 재정자립도 30위가 가평이다. 경제과학진흥원을 원해서 줬다. 29위가 양평이다. 복지재단을 원해서 줬다. 28위가 연천이다. 신용보증재단을 원해서 줬다. 27위가 포천이다. 주택도시공사를 원해서 줬다. 26위 여주에 농수산진흥원을, 25위 의정부에 경기연구원을, 22위 남양주에 여성가족재단을 각각 그렇게 줬다. 중간에 빠진 시군은 원하는 기관과 아귀가 맞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31위 동두천의 1차 탈락은 안쓰럽다. 출근은 세종에 하고, 업무는 서울서 본다. 십수 년 봐온 공공기관 이전 모습이다. 여기 무슨 합리성이 있나. 이 건도 마찬가지다. 도 본청과의 접근성? 이 기준대로면 최적지는 수원이다. 그런데 수원서 빼 간다는 거다. 그러니 기준이 달라진다. 도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소외 지역이다. 주변 인프라? 이 기준으로도 최적지는 수원이다. 이걸 수원서 빼 간다는 거다. 역시 기준이 달라진다. 아무 인프라도 없는 소외된 동네다. 공정의 가치는 주관적 영역이다. 받으면 공정, 뺏기면 불공정이다. 시군 간의 경쟁이라서 더 그렇다. 지방자치가 만든 생존 생태계다. 북동부에는 반세기 만에 온 기회다. 이들에게 양보는 사치일 뿐이다. 이들이 매길 공정의 가치는 오로지 선정 여부다. 지금은 축제의 시간이다. 머지않아 좌절의 시간이 온다. 그때 모두에게 설명할 기준이 필요하다. 객관적이고 합목적적인데, 더 이상 변명조차 필요하지 않은 그런 기준 말이다. 제일 가난한 동네부터 순서대로 선정했다. 선정 기준은 이게 전부다. 主筆

[김종구 칼럼] 백신, 목표대로 잘 간다며 여긴 왜 안 오나

목표대로 가는 중이라고 한다. 홍남기 총리 직무대행이 말했다. 상반기 1천200만명 접종 목표에 차질 없다5~6월 중에 500만회 분이 들어올 예정이다. 그러면서 가짜뉴스를 말했다.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왜곡해 전달하는 것은 국민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날 언론이 약속처럼 백신 부족을 썼다. 이 기사들을 지적한 것이다. 가짜뉴스라고 비판한 것이다. 목표대로 잘 가고 있다는 얘기다. 트집 잡지 말라는 얘기다.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도 목표를 말했다. SNS에 국민들께서 지금처럼 협조해주시면 상반기 1천200만명의 접종과, 11월 집단면역의 목표를 앞당겨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회의에서도 강조했다. 우리나라 인구 두 배 분량의 백신을 이미 확보했고, 4월 말까지 300만명 접종 목표를 10% 이상 초과 달성하는 등 접종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면서 상반기 목표를 1천300만명으로 상향한다고 했다. 올 초 우린 우왕좌왕했다. 백신 확보 혼란이었다. 그때 세운 목표가 있다. 접종할 순서는 이랬다. 1분기에 요양 병원ㆍ노인 의료 복지시설,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 접종이다. 2분기에 65세 이상, 의료 기관ㆍ재가노인복지시설 종사자 접종이다. 3분기에 만성질환자, 성인(19~64세) 등 접종이다. 4분기에 2차 접종자, 미 접종자 접종이다. 집단 면역 형성은 11월이 목표였다. 상반기 1천200만명 목표도 있었다. 최악은 피해보려는 목표였다. 1월2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했다. 목표를 얘기했다. 취임 100일까지 1억명 접종하겠다. 백신 사정이 계속 좋아졌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공장을 신ㆍ증설했다. 존슨 앤 존슨도 가세했다. 바이든이 목표치를 수정했다. 처음의 2배로 높여 잡았다. 취임 100일 내 2억명을 접종하겠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다. 4월21일, 2억명 접종을 공식 선언했다. 그날조차 취임 100일까지는 8일 남아 있었다. 당당했다. 내가 취임했을 때 페이스대로였다면 2억명을 접종하는 데 거의 7개월 반인 220일 이상이 걸렸을 것이다우리 행정부의 노력이 자랑스럽다. 미국인이 자랑스럽다. 팍스 아메리카니즘이 진동한다. 중국을 향한 셈법도 속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나무랄 거 없다. 목표를 달성했다. 그것도 두 배나 상향해 이뤘다. 나스닥 시장이 폭등으로 화답했다. 이제 바이든은 일상(ordinary)을 말한다. 그 속엔 언론 공세와 전문가 압력이 있었다. 최초 목표가 공격받았다. 하루 100만명 접종은 적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대통령 턱밑에서도 치고 올라왔다. 국립 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 파우치 소장의 말이다. (100일 내 1억명 접종은) 바닥이지 천정이 아니다우리는 항상 목표 이상을 해내기를 원한다. 백악관 자문역이기도 한 그다. 바이든은 수용했다. 가짜뉴스라 하지 않았다. 그리곤 다 해냈다.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총리 대행은 말한다. 5, 6월 중 500만명 분이 들어올 예정이다. 접종이 아니라 확보다. 미국에선 이틀치도 안 된다. 한국의 대통령도 말한다. 상반기 목표치를 1천300만명으로 상향한다. 6개월에 100만명이다. 미국 하루치도 안 된다. 목표 달성을 트집 잡는 게 아니다. 목표 자체를 말하는 거다. 팔에 놓는 접종을 목표 삼지 않는다. 백신 샀다는 확보에 몰입하고 있다. 이러니 국민 느낌과 따로 가는 거다. 용인에 85세는 오늘도 기다린다. 이달 말에는 64~74세란다. 한 달이 또 갈 모양이다. 백신 정책에 노발대발한다. 이 분노가 가짜뉴스인가. 멀쩡하던 경기 경찰관이 전신마비가 됐다. 전북 경찰관은 반신불수로 실려갔다. 모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경찰관들이 우리가 실험쥐냐며 난리다. 이 반발이 가짜뉴스인가. 목표대로 잘 간다고 한다. 그런데 왜 국민이 불안한가. 왜 4일 현재 80만 도즈만 달랑 남아 있다는 건가. 오늘(미국 시각 4일), 바이든 대통령은 또 목표를 말했다. 독립기념일까지 미국인 1억6천만명에 2번 완전 접종 끝내겠다. 그 내용을 한 번 들여다봤다. 확보도 없고, 계약도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접종했다 접종한다 접종하겠다다. 우리의 그것과 많이 다르지 않나. 主筆

[김종구 칼럼] ‘박근혜’는 여전히 진보의 무기인 것을

박근혜-이재용은 동일 범죄 당사자다. 뇌물을 받은 사람, 뇌물을 준 사람이다. 대법원이 확정한 범죄는 이렇다. 코어스포츠 용역 대금 36억원, 정유라 말 3마리 34억원, 동계 스포츠 영재 센터 지원금 16억원. 86억원이다. 박 전 대통령엔 다른 죄도 있다. 그래서 징역 22년이다. 이 부회장은 이 죄만 있다. 징역 2년 6월이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있다. 이 부회장도 거기 있다. 그랬던 둘이 또 같은 화두로 엮였다. 사면(赦免). 출발이 다르다. 박 전 대통령 사면은 정치권이 시작했다. 정확히는 국민의힘이 만들었다. 친박ㆍ중진들이 앞장섰다. 오세훈ㆍ박형준 시장이 전달했다. 대통령과의 오찬장에 들고 갔다. 해주십사고 청했다. 국민이 가만히 보고 있었다. 이 부회장은 시작이 명확치 않다. 그만큼 다양했다. 물론 산업계 목소리가 제일 컸다. 바이든이 띄운 반도체 전쟁이라 더 급했다. 뒤늦게 정치인 몇도 끼어들고 있다. 이것도 국민이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측정치가 나왔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물었다. 긍정-사면을 고려할 때가 됐다- 40.3%다. 부정-사면을 말하기에 이르다- 52.2%다. 긍정은 국민의힘 전통 지지층이다. 60세 이상, 대구ㆍ경북, 보수다. 부정엔 화이트칼라가 많다. 중도다. 불과 20일 전, 이들도 국민의힘을 밀어줬다. 결과치가 이 부회장의 그것과 비교된다. 긍정-광복절 사면에 찬성-이 70%, 부정이 26%다. 이런 흐름과 수치를 달리하는 여론조사는 없다. 여론조사는 과학이다. 안 믿는 쪽이 몰락한다. 작년 총선에선 보수가 그랬다. 선거 당일까지 숨은 보수를 말했다. 막상 열어보니 참패였다. 올 보궐에선 진보가 그랬다. 당일까지 샤이 진보를 말했다. 결과는 참패였다. 이쯤 되면 여론조사 타박 그만해야 한다. 그냥 믿고 따라가야 한다. 박 전 대통령 사면을 물은 여론조사다. 반대가 많다는 거 아닌가. 그러면 믿어야 한다. 맞붙으려 들면 안 된다. 그런데 안 그런 정치인들이 있다. 국민의힘 몇몇 의원이다. 탄핵될 만큼 잘 못했느냐(서병수 의원). 탄핵 불복이다. 부끄러운 부모도 내 부모다(홍준표 의원). 사면 요구다. 신임 오ㆍ박 시장도 그걸 들고 간 거다. 대통령에게 해달라고 부탁한 거다. 1주일간 있었던 사면 얘기다. 국민이 다 지켜봤다. 그리고 냉정한 관전평을 내놨다. 국민의힘 추락이다. 1주일만에 4.9%포인트 낮아졌다. 민주당은 1.9%포인트 상승했다. 국민의힘 하락폭이 민주당 상승폭보다 훨씬 크다. 국민의힘에 원인이 있음이다. 전문가들도 분석에 망설이지 않는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이 지지율 하락을 가져왔다. 2020 총선의 추억이 이랬다. 선거 중반 박 전 대통령 육필편지가 등장했다. 지지자들이 감동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선거의 여왕은 어디서도 부활하지 못했다. 박근혜 타임을 말하는 이들이 있다. 어차피 정치는 생물이다. 언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중요해지는 게 현재 여론이다. 눈앞 정치를 보는 냉정함이 중요하다. 객관화를 보증하는 유일한 기준이다. 2021년 4월 말 지금. 박근혜는 여전히 진보 쪽 단어다. 정당 지지 1등에 대뜸 민주당을 복귀시켰다. 흩어지던 진보층을 벼락처럼 뭉치게 했다. 꺼져 가던 대선 희망에 더없는 자신감을 줬다. 다 국민의힘에 몇 의원들 덕이다. 부끄러운 과거 끄집어 내는 의원그래서 국민 분노 되살려 내는 의원. 그런데 또 있다. 이걸로 모자란 모양이다. 윤석열 전 총장을 추궁하겠다고 한다. 적폐 수사 지휘를 따지겠다고 한다. 이 또한 박근혜 신기루가 준 자신감인가. 보궐 승리 한 번에 가도 너무 간다. 主筆

[김종구 칼럼] 사과할 글을 쓰지 않았다...-경기도 공무원노조의 성명에 대해-

사과(謝過)는 언론인의 숙명이다. 정정(訂正) 또한 피할 수 없다. 사과든, 정정이든 용기다. 30년쯤 글 쓰고야 깨달았다. 이제 사과할 건 사과한다. 정정할 건 정정한다. 하지만, 이번 요구는 아니다. 사과 요구에 동의하지 않는다. 여성 혐오가 머릿속에 자리한 적 없다. 그렇게 보이도록 실수한 부분도 없다. 그렇게 보인다는 제3자 평가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그런 만큼 이를 설명해야 할 듯하다. 이 또한 독자에 대한 도리라 본다. 경기도청 3개 노동조합이 연대 성명을 냈다. 본보 3월31일자 사설을 지적하고 있다. 불법 투기를 공무원 부인 탓으로 돌리고 공무원 부인의 역할에 따라 패가망신한다는 시대정신을 벗어나 성인지 감수성을 거스리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일부 공직자 불법 투기 문제를 공직사회에 만연한 것으로 오해하도록 사설 논조를 내고, 불법 땅 투기를 한 공무원 당사자의 책임을 공무원 부인 탓으로 돌려서라고 밝혔다. 제목 속 부인들이 전체 공직자 부인이 아님을 설명해야 할 것 같고, 공직자 문제를 부인 탓으로 돌리는 논조가 아님을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제목 속 부인들을 보자. 투기마다 등장하는 공무원 부인들공무원 남편 망치고 패가망신하다. 시점을 현재진행형으로 했다. 지금 망치고, 지금 패가망신하는 행위다. 지금 투기ㆍ구속ㆍ몰수가 진행형인 공무원은 딱 둘이다. 포천 공무원과 경기도청 전 공무원. 패가망신도 눈앞 그대로의 표현이다. 대출했던 전 재산이 몰수 보전됐다. 패가(敗家)다. 존경받던 공무원인데 수갑을 찼다. 망신(亡身)이다. 모든 게 판사의 엄한 결정이다. 책임을 여성에 돌렸는지 보자. 성명은 사설의 논조를 거듭 지칭하고 있다. 논조라 함은 특정 사안에 대해 언론이 지속적ㆍ일관적으로 견지하는 판단 또는 가치다. 이번 공무원 투기에 대한 경기일보 논조는 분명하다. 범죄의 출발은 공무원에 있다. 남편에서 시작됐다. 다소 지겹도록 이 논조를 써왔다. 사설 작성자인 나도 칼럼을 썼다. 본보 3월25일자에 게재된 칼럼-[김종구 칼럼] 그날, 공무원 아니라 땅투기꾼이었다-이다. 선량한 다수 공직자 부인들을 매도했는지도 보자. 사설 네 번째 문단을 그대로 옮기겠다. 평생 공직자의 퇴임은 볼 때마다 숙연해진다. 30여년을 공복의 자세로 살아온 데 대한 존경이다. 그런 퇴임식에는 늘 배우자가 함께한다. 감사와 축하의 꽃다발을 함께 받는다. 공직자에게 배우자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 이들의 희생과 절제 없이는 올곧게 수행할 수 없는 길이다. 많은 공무원 배우자를 소중히 평가하고 있다. 시대착오가 아님도 그 문장 속에 있다. 이 부분에선 부인이라 쓰지 않았다. 배우자라고 썼다. 남편은 공직자, 아내는 내조자야말로 시대착오적 표현이다. 남녀가 공히 주인인 세상이다. 배우자라는 표현이 옳다. 이 또한 범죄 가담자로 특정된 앞선 부인들과 구분하는 표현이다. 사설 마지막에 또 한 번 대비했다. 30년 공직 뒤에 배우자, 투기 공직 뒤에 배우자, 많은 부인들은 전자(前者)에 산다. 무엇을 매도했다는 건가. 본 사설이 게재된 날(3월31일) 이후 상황은 달라진다. 부인 둘로의 비난 정황이 더 중해졌다. 포천 공무원 부인은 함께 입건됐다. 그도 공무원이었단다. 경기도청 전 공무원의 부인 개입 정황이 더 커지고 있다. 회사 설립 외에 부인 쪽 금전 유입도 밝혀졌다. 선량한 공직 배우자는 절대 이러지 않는다. 나는 이걸 충분히 기획하고 썼다. 문구 하나, 음절 하나에도 오해가 없도록 썼다. 지금이 아니다. 3월30일, 그런 자세로 썼다. 여성 혐오 인식 소유자, 성인지 감수성 부족자. 참담한 표현이다. 회복 안 될 명예 훼손이다. 나의 뇌(腦)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 인식이 1천180자 어딘가에 있다는 거 아닌가. 그러면 증명해주기 바란다. 끝까지 다 읽고, 정확히 찍어 주기 바란다. 단, 어느 경우에도 분노의 크기는 평가하지 마라. 가혹하든, 훈훈하든, 그건 여론에서 전달받은 언론의 영역이다. 20억, 70억 벌었다는 그 공무원들과 그 부인들을 향한 국민 분노의 크기다. 主筆

[김종구 칼럼] 그날, 공무원 아니라 땅투기꾼이었다

-경찰 내 거악(巨惡)이다. 대규모 보험 사기였다. 데니 로맨(사무엘 잭슨 분)이 파고든다. 한참 조사 중 파트너가 죽는다. 로맨이 용의자로 몰린다. 일이 꼬이며 인질사태까지 간다. 모두들 그를 의심한다. 시경장(市警長)인 프로스트(론 리프킨 분)만 다르다. 늘 따뜻한 눈으로 로맨을 봐준다. 영화가 끝나갈 때까지 그렇다. 반전이 너무 극적이라서 식상하기조차 하다.- 영화 네고시에이터(The Negotiator)다. 더러운 부패를 소재 삼고 있다. 2019년 3월27일. 경기도가 보도자료를 낸다. 수도권정비위원회 용인 에스케이 하이닉스 산업단지 공급 물량 의결. 의미도 부여한다. 차세대 반도체 연구ㆍ생산을 위한 대ㆍ중ㆍ소기업 동반성장 기대. 이재명 도지사의 워딩도 담겨 있다. 그동안 준비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하겠다. 1조6천억원이 투자되고, 448만㎡가 개발되는 일이다. 보도자료에 4명의 이름이 적혔다. 그 일을 해낸 자랑스런 공무원들이다. 그땐, 그런 줄로만 알았다. 참담한 반전은 엊그제 일어났다. 그 넷 중 한 명이다. 서비스산업유치팀장: 김○○. 그의 아내는 이미 원삼면의 지주였다. 2018년 10월 폐가(廢家) 3채를 샀다. 차 타고 오더니 훅 샀다고 한다. 땅값에 두 배나 쳐 줬다. 그 다섯 달 뒤 보도자료다. 땅은 대충 25억여원 짜리가 돼 있었다. 매입비 5억 중 3억이 대출이다. 자기 돈 2억 넣어서 만든 25억원이다. 한 달에 5억씩 불린 셈이다. 이런 투자가 있었나. 본적 없다. 그날 보도자료에 이런 문구가 있다. 최대 19개 라인에 8만9천명의 인력이 일하게 될 것이다. 일자리 창출 전망이다. SK 반도체 초봉이 5천만원(대졸)이다. 그들이 40년 받으면 20억원이다. 그 20억원을 보도자료 속 공무원은 다섯 달만에 챙겼다. 자료엔 이런 예상도 있다. 상권 등 지역 경제도 좋아질 것이다. 밥장사해서 1년 버는 돈은 4천248만원이다(통계청 2021 자료). 그런 밥장사 47년 해야 찍을 매출이다. 그걸 댓 달 만에 챙긴 공무원이다. 그에게는 노다지였다. 직접 만든 황금 금맥이었다. 훤히 꿰차고 있었다. 그냥 고르면 됐다. 1㎜도 빗나가지 않았다. 수용 경계선을 정확히 찍었다. 노다지 중 노다지, 원삼면 중 원삼면이었다. 궁금하다. 이제 뭐라 할 건가. 그 흔하디 흔한 변명을 할 건가. 내부 정보 이용하지 않았다. 땅 살 때도, 보도자료 낼 때도 그는 투자진흥과 팀장이었다. 원삼면 단지는 거기서 추진했다. 국민을 개 돼지로 안다면 모를까. 그런 변명 들먹이면 안된다. 22일, 이재명 지사가 말했다. 지금 이 기회에 투기공화국,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청산했으면 좋겠다. 그날 문재인 대통령도 말했다. 매우 면목없는 일이 되었지만우리 사회가 개발과 성장의 그늘에서 자라온 부동산 부패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쉽지 않은 기회다. 방향은 옳게 말했다. 그렇게 갈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전제를 빼먹었다. 공정이라 말하기도 민망한 아주 작은 출발이다. 수사, 구속, 몰수, 박탈이다. -프로스트의 마각이 결국 드러난다. 상해를 조작해 보험금을 타냈다. 로맨의 동료도 그가 살해했다. 영화 말미, 로맨에게 총을 쏜다. 쓰러진 로맨을 보며 비웃듯 고백한다. 이 고백이 생중계된다. 그렇게 부패가 끝난다. 부하들이 그를 끌고나간다.- 우리도 지금 영화를 보고 있다. 무대 원삼면, 배우 공무원, 장르는 도민 배신ㆍ부패 스릴러다. 많은 도민이 이 영화의 결말을 주문하고 있다. 정의가 이기고, 부패가 끌려나가는 모습말이다. 主筆

[김종구 칼럼] 정부도 수사대상인데, 총리가 수사 지휘?

경찰이 알아서 살핀 권력의 심기다. 당초 사건 배정은 경기남부경찰청이었다. 시민단체 고발의 관할이 시흥이었다. 그러다 바뀌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노 이후다. 연이틀 엄정 대처를 지시했다. 그러자 다시 국수본으로 옮겼다. 밑에 특별수사단을 꾸렸다. 청와대까지 다 조사하라는 대통령 노기. 그 불편한 심기를 알아서 살핀 결과다. 그사이 3~4일이 후딱 지났다. 수사는 하나도 못했다. 투기꾼 소환도, 압수수색도 없었다. 다음엔 총리의 수사 지시가 시작된다. 국가수사본부장을 집무실로 불렀다. 부동산 투기 특별수사단 운영방안을 보고 받았다. 수사 조직도 꾸려줬다.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들어가라고 했다. 먼저 만든 수사단이 애매해졌다. 수사할 내용도 일러줬다. 차명거래까지 철저히 뒤지라고 했다. 조사할 자금 흐름의 기준을 2천만원까지라고 정해줬다. 경찰이 그제야 강제 수사를 시작했다. 권력ㆍ정부에 의한 수사 지휘를 다 받고서다. 내 눈에만 큰 일 날 일로 보였나. 정치도, 언론도 별 지적은 없다. 다들 방역 본부쯤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그건 질병 막는 조직이다. 당연히 수사ㆍ행정이 함께 간다. 그런데 이건 부패 수사다. 수사하는 쪽과 수사받는 쪽이 다르다. 하는 쪽이 경찰이고 받는 쪽은 전부다. 그 전부에 국토부가 있고 국토부는 정부 소속이다. 그 정부의 대표자가 총리다. 그런 총리가 수사를 지휘한다. 경찰 수사권 강화인가 정부 지휘권 강화인가. 더구나 이게 어떤 수사인가. 정치인이 줄줄이 엮여 있다. 현직 시의원 딸이 나왔다. 알박기를 했다. 현직 도의원 투기설도 있다. 자치단체장 연루설도 나돈다. 누구는 서둘러 탈당했다. 당에 부담 안 준다는데. 그래도 수사해야 하고 처벌해야 한다. 공교롭게 총리와 같은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 정치인이 수사받게 될 수사를, 민주당 소속 총리가 지휘하는 셈이다. 고생해서 밝힌들, 국민이 공정하다고 믿어줄 거 같지 않다. 야당은 벌써부터 한 자락 깔아놨다.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고 한다. 이 주장의 노림수는 뻔하다. 여당 정치인 봐준 수사라고 하려는 거다. 여권에 유리하게 만든 수사라고 하려는 거다. 그래서 경찰은 안 된다고 던져놓는 것이다. 총리가, 그리고 경찰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계속 빌미를 준다. 총리가 수사 지휘했다고 뿌리더니 격노했다며 포장까지 한다. 경찰은 지시 듣고 보고까지 끝대고야 움직인다. 경찰이 아주 싫어할 얘기하나 하겠다. 검찰은 이러지 않았다. 말 한마디에 사건 배당 바꾸지 않았다. 서류 들고 가 보고 하지 않았다. 총리도 이러지 못했다. 총장 불러 보고하라고 못했다. 총장에 수사 방향 주지 못했다. 유명한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닙니다란 논란이 그거다.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을 향해 했던 발언이다. 정답을 떠나 그런 게 수사기관의 의지다. 누구 지휘도 받지 않겠다는 배짱이다. 경찰에 그게 없다. 하나의 거악(巨惡)을 찾는 수사라면, 그건 검찰 몫이다. 넓은 판을 훑어 나가는 수사라면, 그건 경찰 몫이다. 신도시를 뒤지겠다는 수사다. 경찰이 맡는 게 옳다. 여기에 경찰이 갖는 시대적 사명도 있다. 수사권 독립의 정당성이다. 원년에 보여줘야 할 능력이다. 경찰이 잘할 수 있다. 잘하길 바란다. 총리도 그날 강조했다. 경찰 수사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그래서 아이러니다. 그런 총리가 왜 오해받을 수사 지휘를 하고 있나. 검경수사권이 조정. 70여년만의 제도 변화다. 이 역사적 변화를 사람이 못 따라가는 것 같다. 정부는 여전히 지시하려 한다. 박정희 내무부처럼. 경찰은 여전히 눈치 보려 한다. 이승만 경무국처럼. 主筆

[김종구 칼럼] 갑자기 사라진 종족-수원 지역 정치인

오래전 일인데 생각난다. 쓰레기 봉투값이 올랐다. 인상 폭이 아주 컸다. 기억에 두 배는 됐을 거다. 시장 결정이었다. 시민 불만이 컸다. 주부들은 분노했다. 그래도 시장은 꿈쩍 안 했다. 풀어 가는 논리가 이랬다. 쓰레기 봉투값을 올려야 한다. 그래야, 가격에 부담을 갖는다. 그러면, 쓰레기 배출량이 줄 것이다. 결국, 환경을 살리는 길이다. 소신이 워낙 강했다. 거의 시민을 교육하는 수준이었다. 그리 알고 따라 오라였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KBS 마감 뉴스에 출연했다. 쓰레기봉투를 들고나갔다. 역시 자신 있게 설명했다. 듣고 있던 앵커가 작심한 듯 말했다. 저의 동네라면, 시장께서는 선거에 떨어질 겁니다. 거칠게 던져진 경고였다. 그리고 현실이 됐다. 시민 저항이 거세졌다. 안 겪어도 될 고행(苦行)이 시작됐다. 검찰 정보관은 시청을 대놓고 뒤졌다. 결국, 구속-훗날 무죄-됐다. 적수가 없다던 그였지만 다음 선거에서 졌다. 회복하기까지 긴 세월이 걸렸다. 재선이 화(禍)였다. 그에게 시민이 달라졌다. 섬길 대상에서 가르칠 대상이 됐다. 시정도 달라졌다. 소통 행정에서 강행 행정이 됐다. 반면, 시장을 보는 시민 시각은 그대로였다. 시장은 여전히 시민을 모셔야 했다. 여전히 충실한 공복(公僕)이어야 했다. 시장과 시민의 이 차이가 교만이 됐다. 1년의 옥고, 낙선의 좌절, 재기의 고통. 모두 거기서 출발했다. 존경받는 수원 정치인 고(故) 심재덕, 이 또한 그가 남긴 교훈이다. 공공기관 이전이 시끄럽다. 도 공공기관 16개가 북ㆍ동부로 간다. 그중에 12개가 현재 수원에 있다. 수원 지역에는 악재다. 경기주택도시공사가 권중로 46번지에 있다. 이들을 손님으로 받던 밥집, 맥줏집들이 꽤 된다. 경기문화재단은 서둔로 166번지다. 단골 삼던 삼겹살집, 횟집이 많다. 기관 빠져나가는 곳이 다들 이렇다. 국가기관을 대규모로 빼앗겨 본 수원시민이다. 20년 가까이 이어지는 공동화ㆍ공백을 잘 안다. 그래서 걱정이 여간 크지 않다. 그런데 지역 정치권은 이상하다. 국회의원이 말이 없다. 시장은 차분하다. 도의원들은 성명을 냈는데,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시의회 집행부가 항의방문했는데, 도지사실이 아니라 도 의장실이다. 나오는 얘기도 이상하다. 균형발전 필요하다 북ㆍ동부 지원 동의한다. 맞긴 한데, 수원 정치가 지금 남 걱정할 땐가. 지역 피해 없다 다시 채워질 것이다.. 한 집 건너 공실(空室)이다. 뭔 재주로 이 구멍들을 채울 건가. 지역 정치인은 지역을 대의(代議) 한다. 그게 분수에 맞는 것이다. 공공기관을 옮기는 일이다. 경기 북ㆍ동부 주민은 환영한다. 그래서 북ㆍ동부 지역 정치인들도 환영하고 있다. 잘하는 것이다. 분수에 맞는 일이다. 수원 주민은 반발한다. 그러면 수원 지역 정치인들도 반발해야 한다. 그런데 그러지 않는다. 거물이 많다보니 맘대로 판단한다. 균형론 말하고, 북부 발전 얘기한다. 멋진 정치로 보일진 모르나, 분수에는 안 맞는다. 쓰레기 때는 당당이라도 했다. 심재덕 시장이 그랬다. 환경 살리겠다고 외쳤다. 책임지겠다고 했다. 혹독한 대가도 치렀다. 공공 기관 이전엔 그런 게 없다. 삐딱히 가는 건 틀림없다. 그런데 그 속을 말하는 이가 없다. 공공기관 12개가 왕창 빠지는 일이다. 당연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 지역 정치인의 존재 이유다. 받아들이겠다는 건가. 못 받아들이겠다는 건가. 말해야 한다. 언제까지 반대 시늉 하면서 정치 눈치를 볼건가. 주민 분노는 이제 주민소환까지 갔다. 원래 저렇지들 않았다. 누가 봐도 뻔한 이기주의, 그런 데까지 찾아가 함께 했다. 누가 봐도 뻔한 입장, 그런 발표까지 TV 앞에서 했다. 누가 봐도 뻔한 동네 민원, 그런 일에도 지방 사무라며 모른 체하지 않았다. 그러던 이들이 저렇게 변했다. 왜? 열심히 반대 중인 A와 통화했다. 다들 공천도 있고, 정치 일정도 있고나도 조금만 해야지. 맞다. 이게 본질이다. 그들은 개인의 목적과 시민의 요구를 바꿔 먹고 있다. 집단의 교만이다. 주민소환 사유로 충분하다. 수원에서는. 主筆

[김종구 칼럼] 판결, 임기를 정치 위에 놓다

사건의 책임자는 한찬식 검사장이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라 명명됐다. 전직 장관, 현직 수석이 대상이었다. 압수수색 팀이 청와대까지 갔다. 모든 언론이 그의 입을 지켜봤다. 약속은 수사 전부터 있었다. 취소할 이유가 없었다. 서로 한계는 지켰다. 사건을 말하지 않았다. 기억에 남는 관련 발언은 딱 두 개다. 증거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나온다. 내 검사 생활이 여기서 스톱(끝날) 할 수도 있다. 하긴, 더 없는 귀띔이었다. 6개월 뒤, 그 불길한 예상은 맞았다. 2019년 7월 말, 그에게 전화가 왔다. 검찰총장이었다. 고검장 자리가 없다. 나가라는 얘기였다. 한 검사장은 즉시 사표를 냈다. 그때도 약속이 있었다. 양복 아닌 간편복 차림이 어색했다. 아쉬울 거 없다고 했다. 다만, 수사팀 얘기를 자꾸 했다. 이제 이것도 오래된 얘기다. 바로 그 판결이 엊그제 나왔다. 전 환경부장관이 법정구속됐다. (수사 검사에게) 감격에 겨운 전화가 왔다. 그가 보낸 톡이다. 도대체 무슨 수사였나. 뭐였길래 수사팀이 풍비박산-검사장 잘리고, 차장 검사 잘리고, 부장검사 잘리고- 난 것일까. 언론은 수사의 외형만 쫓았다. 청와대에 진친 압수수색만 조명했다. 소환되는 장관ㆍ수석만 보도했다. 검찰과 권력의 대결로만 써댔다. 흥미를 끌려니 그랬을 것이다. 그 통에 수사의 본질이 흐려졌다. 30년 검사직을 걸었던 사건의 실체가 알려지지 않았다. 그나마 1년 이상 잊혀졌다. 구문(舊聞)이 되어 가는 중이었다. 이런 때 잊고 있던 판결이 나왔다. 그리곤 모든 걸 정리했다. 임기 남은 임원에 대한 사표 요구, 직권남용 범죄라 했다. 사퇴 거부 임원에 대한 표적 감사, 강요 범죄라 했다. 내정자에 대한 과도한 점수 부여, 업무방해 범죄라 했다. 원하는 내정자 탈락하자 전원 불합격 처리, 업무방해 범죄라 했다. 내정자 합격 처리 못 한 담당 공무원 전보 조치, 직권남용 범죄라 했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낯이 익다.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본 것들이다. 가까운 기억을 보자. 2018년이었다. 도(道)가 직원 8명 고발 방침을 흘렸다. 취임 6개월도 안 된 李 사장이 사표를 냈다. 도가 대대적인 감사에 들어갔다. 임기 2년 남았던 金 사장이 사임했다. 산하기관 여러 곳에서 그랬다. 감사 으름장이 공공연히 있었다. 압박에 밀린 임원들이 줄줄이 쫓겨났다. 그때만 있었던 일이 아니다. 규모나 정도가 차라리 덜한 측면이 있다. 그 4년 전, 또 4년 전은 더 했다. 도만 그런 것도 아니다. 시ㆍ군들도 그랬다. 지방 정부가 겁 없이 저지르던 블랙리스트 범죄다. 임기 남았는데 사표 요구한 죄(직권남용), 거부하면 표적 감사로 압박한 죄(강요)다. 많은 사람이 그래서 나갔다. 지금 보면 나갈 의무 없는 거였다. 많은 공무원이 압박에 동원됐다. 지금 보면 그럴 권리 없는 거였다. 이게 블랙리스트 수사의 본질이다. 환경부라서 죄 된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라서 죄 된 게 아니다. 박근혜 정부든, 문재인 정부든, 지방정부든 다 처벌받을 범죄인 거였다. 자리는 선거의 논공행상이다. 억대 연봉자가 되고, 권력자가 되는 선물이다. 모두는 아니지만 많은 이들이 이걸 기대한다. 그런 이들이 선거 캠프에 진친다. 그러면서 서로를 부른다. 미래 대표님, 미래 원장님, 미래 사장님. 이기면, 그들이 들어간다. 전임자를 가혹히 쫓아낸다. 관행이라고 말한다. 입성하는 게 순리고, 쫓아내는 건 권리라 한다. 그런데 이제 보니 범죄였다. 누군가는 감옥 갈 죄였다. 달라져야 할 적폐였다. 옳은 검찰? 제 할 일 하는 검찰이다. 정의로운 수사? 범죄 처단하는 수사다. 동부지검은 옳았다. 블랙리스트 수사는 정의로웠다. 검찰이 해야 할 일이었고, 적폐를 바로 잡은 수사였다. 법으로 정해진 임기는 보장되어야 한다. 강제로 쫓아내는 모든 행위는 범죄다. 그 수사가 정치권에 던진 경고다. 우리 주변에도 자리는 많다. 도지사가 주는 수십 개, 시장ㆍ군수가 주는 수백 개다. 그 모든 자리의 임기는 판결 이후 정치력보다 위다. 당연히 할 수사였는데. 한찬식 검사장은 왜 그런 예언-검사 생활을 스톱해야 할지도-을 했을까. 문무일 검찰총장은 왜 그런 종용-당신이 갈 고검장 자리는 없다-을 했을까. 블랙리스트 수사 검사들은 왜 블랙리스트가 됐을까. 판결문을 읽을 수록 더해 가는 아이러니다. 主筆

[김종구 칼럼] 赦免 받으면 비참해질 각오해야

사면 받은 이의 자세는 아니었다. 새로 선출된 김대중 대통령을 중심으로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뛰면 이 경제의 대난이 선진조국 건설의 신화를 창조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다. 흡사 현직 대통령의 대국민 훈시다. 기자가 교도소 생활 어땠냐고 물었다. 유머까지 섞어 답한다. 교도소 생활이라는 게, 여러분은 교도소 가지 마쇼. 내가 그거만 얘기하고 싶습니다. 안양교도소 나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 그는 아직 몰랐다. 그게 마지막 대통령 놀이였다. 그 후론 들어줄 국민도 없었다. 보호 없인 다닐 수도 없었다. 허튼 유머에 웃어줄 이도 없었다. 허락된 재산은 29만원이 다였다. 이를 옥죄는 주홍글씨가 있었다. 내란 목적 살인 범죄 확정자, 뇌물 수수 범죄 확정자 등. 사면은 과거 정적(政敵)이 베푼 은혜일 뿐이었다. 육신(肉身)만 옥(獄) 밖에 있는 거였다. 여생을 죄인으로 보내야 했다. 늘 속죄하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사면받이의 운명이었다. 그날, 노태우 전 대통령도 나왔다. 서울구치소 앞에 섰다. 영접도, 훈시도 없었다. 나중에라는 손사래가 전부였다. 말없이 차에 올랐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후 그는 국민 앞에서 사라졌다. 사죄 뜻만 계속 밝혔다. 그렇다고 여생이 다르지 않다. 그 역시 사면받이 처지다. 평생을 갇혀 지내고 있다. 대법원 확정 형량은 15년이다. 이미 10년 전에 만기는 지났다. 징역 24년을 사는 꼴이다. 안양교도소를 보던 지지자들이 있었다. 5공화국 세력이다. 전두환 출소일은 그들의 부활일이라고 믿었다. 그날만 기다렸다. 부질없는 기대였다. 세상은 그들을 팽개쳤다. 역사 속 부패 집단으로 규정했다. 정치? 곁도 안 줬다. 유권자들이 막았다. 세상을 뒤집은 16대 총선의 낙천ㆍ낙선 운동, 그건 5공 잔재의 완전한 청소였다. 그제야들 눈치 챘다. 너도나도 관계 끊고 줄행랑쳤다. 전두환 사면이 선언한 전두환 시대 종말이었다. 중세 사면은 왕의 은총이었다. 어원이 그나데(gnade)다. 고대 독일어는 ginada다. 도움을 청한다. 여기서 자비로운 찌르기(coup de grace)가 나왔다. 빨리 죽여주는 은혜다. 교수형보다 빨리 죽을 수 있는 칼(刀)형이다. 그걸 은총이라 했다. 사면에 얽힌 잔인한 역사다. 생각하면 지금과 다르지 않다. 확정된 죄인이 대상이다. 지금과 같다. 정해진 형을 빨리 끝내준다. 지금과 똑같다. 권력이 주는 배려다. 지금과 완전히 같다. 은혜 받은 죄인. 모욕일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안했다. 대통령 했고, 노벨상 받았다. 사면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하지 않았다. 복잡한 길을 택했다. 임기가 다 끝나고 나서 재심을 청구했다. 그리고 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 사면은 역사에서 유죄다판결로 바로 잡아야 한다재심에서 무죄 받아야 한다. 그는 이걸 안 거다. 비로소 역사는 고쳐졌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이 김대중 내란 음모 조작 사건으로 정정됐다. 그래도 사면을 원한다면. 각오할 게 있다. 분에 넘는 짓 할 생각 버려야 한다. 당당할 생각 추호도 말아야 한다. 반성문 더 한 것도 써낼 각오 해야 한다. 출소 후에 무죄 주장? 정치 탄압 주장?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비전향 장기수들이 있었다. 전향서 안 써서 30년 살았다.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용서 빌 일 없다고 버텼다. 독해서가 아니다. 그게 사면 본뜻에 맞다. 죄 없는 출소는 판결(判決)이다. 사면(赦免)은 죄 있는 출소다. 이제 그들의 선택이다. 다스는 내 것이라 써내고 사면받아도 된다. 최순실 돈은 내 돈이라 써내고 사면받아도 된다. 다만, 이 경우 그들의 앞날은 역사에 써 있다. 용서받지 못한 사면과 참담한 사면받이 인생으로 말이다. 主筆

[김종구 칼럼] ‘징역 10년’으로 기업인 협박하는 나라

한 마디로 말해서 부르주아지는 종교적 및 정치적인 환상으로 가려진 착취를 노골적이며 파렴치하고 야수같은 착취와 바꿔 놓은 것이다. 칼 마르크스가 말했다. 공산당 선언(1848년)에서다. 부르주아지에 대한 분노가 이글거린다. 노골적인 착취 집단, 파렴치한 착취 집단, 야수 같은 착취 집단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정서가 그대로 결론으로 이어진다. 자본가 타도!, 생산 수단 몰수!. 벌써 30년 전에 묻힌 고서(古書)다. 그제, 대법원 양형위원회 의결이 있었다. 산업안전보건법 양형을 손봤다. 강화된 형량이 살벌하다. 원래 징역 10월~3년6개월이었다. 이걸 징역 2년~5년으로 바꿨다. 다수범ㆍ재범은 더 무시무시하다. 징역 3년~10년6개월까지 높여 놨다. 원래 징역 10개월~7년10개월 15일이었다. 감경인자에서는 공탁도 뺐다. 공탁하면 감형 받던 길을 막은 것이다. 양형위(委)가 이만큼 관심 끈 적 있었나. 징역 10년의 중압감이 그만큼 크다. 절차는 남아 있다. 반대 의견을 듣는다. 공청회도 열어야 한다. 3월29일 전체 의결도 남았다. 하지만, 변수는 없을 것 같다. 징역 10년이 과하다고 누가 나설 분위기가 아니다. 그랬다간 봉변당하기 십상이다. 강제 사항은 아니다. 법적 의미는 권고다. 단지 현실이 만만하지 않다. 기준 형량을 벗어나면 그 사유를 판결에 써야 한다. 90% 이상이 양형기준을 따르는 이유다. 4월 되면 산재로 징역 가는 기업인이 줄 설 것으로 보인다. 노사(勞使)는 동반자다. 산업 현장의 두 축이다. 균형을 이뤄야 한다. 오랜 기간 그게 깨졌다. 산업화 시대였다. 노동자 탄압 시대였다. 민주화 이후 달라졌다. 노동자 권리가 올라왔다. 기업주 권한은 내려갔다. 얼추 중간에서 만났다. 균형이란 기울어짐 없음을 뜻한다. 노동자로 기울어도 안된다. 징역 10년6개월도 그래서 걱정이다. 기업에 불리하고 가혹하다. 일본은 징역 6개월이다. 영국 2년 이하 금고, 미국 징역 6개월이다. 우리보다 처벌 형량이 낮다. 그렇다고 재해가 들끓지 않는다. 말만으로도 공포스런 10년6개월, 이 공포가 담보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있다면 기업에 대한 협박뿐이다. 회사 망하게 할 수 있다는 으름장뿐이다. 이런데도 산업계는 조용하다. 노동으로 기운 사회를 눈치채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입장문을 냈다. 선의의 기업들이 과도한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합리적인 양형 기준을 마련해달라. 이게 할 말의 전부는 아닐 거다. 양형위원장은 김영란씨다. -지난해 6월, 노동부 장관을 만났다. 장관이 찾아왔다. 부탁을 했다. 산안법 양형을 강화해달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그러마하고 답했다.- 전부 언론에 보도된 얘기다. 6개월여만에 부탁대로 했다. 화끈하게 높였다. 처벌의 당사자는 기업인이다. 이들을 대표하는 목소리가 있다. 들을 거면 그것도 들었어야 했다. 그런데 한쪽만 들었다. 그런 것 같다. 공정의 상징이라더니, 별로 공정해 보이지 않는다. 박 사장은 망했다. 근로자 산재로 망했다. 2000년, 과천에서 도로 공사를 했다. 벽면이 무너졌다. 인부 1명이 숨졌다. 꼭 1주일 뒤 축대가 무너졌다. 인부 한 명이 또 숨졌다. 박 사장은 구속됐다. 2억원의 보상비를 줬다. 풀려났지만 사업은 엉망됐다. 가정까지 무너졌다. 지금은 타인 명의로 중장비 몬다. 산업 재해가 그렇다. 제일 먼저 기업인을 죽인다. 어떤 정신 나간 기업인이 이런 산재에 나태하겠나. 우범집단 취급하면 안된다. 1872년 마르크스가 서문(序文)을 썼다. 선언은 역사적인 기록문서이며 우리에게는 이제 그것에 변경을 가할 권리가 없다. 고민도 적었다. (공산당선언이) 실천상으로는 (이미)시대에 뒤져 있다. 출판 24년 만에 시대에 뒤짐을 걱정한 선언이다. 그 후 백 년도 안 돼 실패한 이념으로 정리된 선언이다. 이상한 일이다. 그 철지난 선언 속 자본가 타도가 난데없는 생명력을 발휘하며 어느 작은 나라의 기업인을 달달 볶아대고 있질 않나. 主筆

[김종구 칼럼] 막 던지는 행정명령, ‘낮술’까지 가다

술 먹으면 안 됐다. 술 팔아도 안 됐다. 임금의 명령, 어명(御命)이었다. 금란방(禁亂房)이 잡으러 다녔다. 영조(英祖)의 목적은 이거였다. 식량으로 술 빚지 마라. 효과 없이 끝났다. 마침내 능히 금할 수 없었다(실록ㆍ영조 46년 1월26일). 250년 지났다. 또 한 번의 금주령이다. 시장(市長)의 명령, 행정명령(行政命令)이다. 상시 단속반도 뜬다. 목적은 분명하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행정명령의 시대다. 전쟁도 못 막던 종교까지 막았다. 먹고살겠다는 식당도 닫았다. 사람이 사람 만나는 것도 금했다. 국가야 원래 그랬다 치자. 국법의 집행자니까. 낯선 건 지자체장들의 등장이다. 시장ㆍ도지사들도 선언하고, 단속하고, 처벌한다. 예배 금지도 지사가 명령했다. 위반하면 처분한다. 식당 폐쇄도 시장이 명령했다. 어기면 벌금 때린다. 코로나 대책이라니 뭐라지도 않는다. 도처에 행정명령이다. 낮술 금지 처분도 행정명령이다. 순천시가 설명했다. 한 음식점에서 영업 제한 시간을 악용했다. 오전 5시 영업하다가 지탄을 받았다. 행정명령을 비웃는 행위는 용서하지 않겠다. 오전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낮술을 금한다. 무관용 원칙으로 엄벌하겠다. 방역 명령이라면 토를 달지 않는 시민들이다. 이번에는 다르다. 댓글이 꽤 많다. 상당수가 비난과 조소다. 밤술 명령은 안하냐 탁상행정 그만두라. 순천시 인구 밀도는 305명㎢이다. 서울시 1만6천499명㎢이다. 사람도, 식당도 서울이 빽빽하다. 낮술이 위험하면 서울이 더 큰 일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낮술 금지 명령 안 했다. 부산도 안 했다. 순천시만 했다. 그냥 권고했다면 모른다. 낮술 장시간 주고받으면 위험함. 그런데 굳이 행정명령으로 갔다. 시장이 TV에 나와 결기 어린 표정으로 선언한다. 낮술 금지 긴급 행정명령을 발동합니다. 쫌 그렇다. 뜨고 싶었나. 그랬다면 성공했다. 시도 떴고, 시장도 떴다. 더 뜰 방법도 남아 있다. 음식마다 다 행정 명령하면 된다. 떠먹는 김치찌개도 위험하다. 김치찌개 행정명령. 함께 먹는 물김치도 위험하다. 물김치 행정명령. 탕수육 나눠 먹기도 불안하다. 탕수육 행정명령. 선소리가 아니다. 낮술과 밤술을 쪼갰다. 그 중 낮술만 골라서 행정명령을 때렸다. 김치 행정명령, 탕수육 행정명령이 차라리 자연스럽다. 새해 첫날, 헬스장 관장이 죽었다. 찬 바닥에서 발견됐다. 가족에 미안하다고 써놨다. 살 날이 많았을 50대다. 행정 명령에 죽었다. 폐쇄 조치에 죽었다. 안 그런가. 1년 내내 명령이었다. 제한영업 명령, 업장폐쇄 명령. 산 관장들도 산 게 아니다. 300개 헬스장이 열었다. 더는 못 버틴다고 울부짖는다. 나를 잡아가라고 소리친다. 국가가 내린 명령이다. 총리가 엉성했음을 사과했다. 헬스장 방역 형평성 보완하겠다. 참담한 소식은 또 있다. 환자 47명이 죽었다. 요양 병원에서다. 언론이 나이 많은 기저 질환자라 썼다. 그러면 죽어도 되나. 더 살 수 있고, 더 고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죽었다. 차라리 몰살(沒殺)이었다.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라는 방역 명령이 빚은 참사다. 20여일 갇혀 있다가 다 죽었다. 이 어처구니 없는 명령에 병원장이 치를 떤다. 이송만 했어도 80%는 살릴 수 있었다. 행정명령이 뭔지 아나. 대가 없이 희생을 강제하는 것이다.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 식당 영업을 제한하는 행정명령? 식당 주인에 손해를 가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식당 주인이 죽을 수도 있다. 5인 이상 접촉 제한 행정명령? 사람 모이는 사업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 이런 게 행정명령이다. 국가든, 지자체든 신중해야 한다. 아무 때나 휘두르면 안 된다. 엉뚱하게 쓰면 더 안 된다. 지금 많은 행정명령이 생명(生命)에 매달리고 있다. 시민들이 잘 안다. 은혜 받을 일이다. 또 다른 많은 행정명령이 표심(票心)에 매달리고 있다. 시민들이 이것도 잘 안다. 벌 받을 일이다. 主筆

[김종구 칼럼] 공수처장 김진욱도 제2의 윤석열이 될까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편지를 보냈다. 수신자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들이다. 공수처장 임명에 협조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야당 원내대표의 편지니 내용이야 뻔하다. 예상대로 표현 하나하나가 독하다. 살아 있는 권력을 견제하기는커녕, 살아 있는 권력의 사냥개가 될 것이다. (공수처 출범에 동의해 준다면)모두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렇게 단정하고 있다. 공수처는 정권 편. 여권의 밀어붙이기도 거침이 없다. 12월 초 대통령이 워딩으로 다그쳤다. 2021년 새해 벽두에는 공수처가 정식으로 출범할 수 있길 기대한다. 이낙연 대표가 이어받았다. 공수처 설치는 시민사회 요구로 공론화된 후 24년을 끌어온 오랜 숙원이었다. 그 후 일사천리다. 어제 공수처장이 지명됐다.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이다. 여야 갈등도 이제 끝물에 온 듯하다. 여권이 개운해한다. 편해 보이기도 하다. 이런 말이 있었다. 전에는 저에게 안 그러셨잖습니까.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감에서 한 말이다. 그랬었다. 1년여 전. 국민의힘은 그를 반대했다. 정권 앞잡이라고 몰아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은 찬성했다. 더없이 참다운 검사라고 두둔했다. 이제 거꾸로 됐다. 국민의힘은 참다운 검사 윤석열로 칭송한다. 민주당은 못 된 정치 검사 윤석열로 비난한다. 여야 모두가 들을 말이다. 모두 전에는 윤 총장에게 안 그랬었잖나. 여권은 이렇게 욕한다. 윤석열은 배신자다. 뒤통수친 사람이다. 조국 수사가 발단이었다. 배은망덕한 과잉 수사라 했다. 울산 시장 선거 개입 의혹도 뒤졌다. 대통령 측근을 향한 예의 없는 수사라 했다. 원전 감사 방해 사건도 수사했다. 대통령 통치 행위를 겨눈 월권 수사라 했다. 그런데도 윤석열은 밀어붙인다. 당연히 해야 할 수사라고 한다. 쏟아지는 욕에 대하는 답은 하나다. 헌법 정신에 따라 충실히 수사할 뿐이다. 헌법 정신. 공교롭다. 김진욱 지명자는 헌법재판소 출신이다. 헌법이 업무였다. 이 연결어(語)로 궁금증이 생긴다. 김 지명자의 헌법과 윤 총장의 헌법은 다를까. 더 솔직하게 풀면 이거다. 김 지명자도 윤 총장처럼 여권 뒤통수를 칠 것인가. 이를 점쳐 볼 재료란 게 별로 없다.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특검팀 경력도 책임자는 아니었다. 딱히 주목될 결과도 없었다. 그래서 더 남는 게 김진욱 헌법과 윤석열 헌법이다. 윤석열 헌법은 윤석열 현상을 낳았다. 임기의 준엄함을 일깨웠다. 권력 눈치 안 봐도 된다는 학습이다. 수사의 엄정함도 확인했다. 수사 기관은 수사로 말한다는 학습이다. 여기에 여론의 공식도 경험했다. 수사 밀어붙이면 대권 후보 된다는 학습이다. 옳든 그르든 이 모든 게 윤석열 현상이다. 임기에 떳떳하고, 권력에 당당해도 버틸 수 있다는 교훈이다. 검찰 상당수가 이 현상을 지지한다. 국민 과반수도 잘한다고 한다. 공수처장도 수사기관 책임자다. 검찰 총장과 다를 거 없다. 임기에 떳떳해질 수 있다. 3년 임기가 온전히 남았다. 정권의 자투리 임기에 연연할 필요 없다. 공수처 구성원도 검사다. 검찰 소속 검사와 다를 것 없다. 정권에 당당해질 수 있다. 수사로 말하면 된다. 서산 언저리 정권에 기웃거릴 필요 없다. 어쩌면 당연한 자세다. 윤석열 현상이 이걸 확인했을 뿐이다. 공수처가 갈 길이 이와 달라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 공수처는 권력의 앞잡이가 아니다. 국민의힘도 그만해야 한다. 공수처는 정권의 안전판이 아니다. 정부 여당도 기대 말아야 한다. 김진욱도 제2의 윤석열이 될까. 이 우매한 질문을 풀 간단한 답은 정권에 있다. 바로 국민이 이 정권에 매길 청렴도 점수다. 主筆

[김종구 칼럼] ‘숨은’ 확진자라니… 누가 숨었다고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총괄단장이 말했다. 수도권에서 운영되고 있는 임시선별검사소를 통해서 오늘 기준으로 해서 286명의 확진자를 찾아냈다이런 방식으로 숨어 있는 감염자들을 찾아내게 되면 확진자의 수는 더 증가할 것으로 생각한다. 언론도 임 단장 표현을 그대로 옮겼다. 감염된 줄 몰랐는데이런 숨은 확진자 5일만에 286명 찾아냈다. 숨은 확진자. 언제부턴가 써온 표현이다. 맞는 말일까. 숨다는 동사(動詞)다. 사전 속 의미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보이지 않게 몸을 감추다다. hide란 의미를 갖는다. 두 번째는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하다다. latent라는 의미다. 단어의 보편적 해석은 첫 번째 의미로 풀이된다. 코로나 사태의 단어도 그렇다. 숨은 확진자는 첫 번째 의미-감춘 확진자-로 풂이 일반적이다. 자연스레 숨기는 주체는 확진자가 된다. 정부는 그 확진자를 찾는 주체다. 숨기는 국민과 찾는 정부. 임 단장이 지목한 숨은 확진자를 보자. 14일부터 수도권 임시선별소가 운영됐다. 20일까지 검사받은 사람이 11만9천207명이다. 여기서 28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을 임 단장은 숨은 확진자라 부르고 있다. 맞는 표현이 아니다. 제 발로 찾아와 검사받은 사람들이다. 끌려온 사람들이 아니다. 숨은 적이 없는데, 왜 숨은 확진자로 표현하나. 여기서 많은 이들이 숨은에 거부감을 말한다. 누가 숨었냐고 되묻는다. 단어(單語) 해석의 문제가 아니다. 이 논란에 담긴 불신의 문제다. 확진자 1천명일 리가 없다고 한다. 더 많은 데 줄여서 발표한다고 한다. 검사자 수를 줄여 확진자 수를 맞추려는 거라고 한다. 이 의심이 결국 숨은 확진자 거부감까지 왔다. 숨었다고 하면 방역 행정 밖의 일이 되니까. 숨긴 환자 본인의 잘못이 커 보이니까. 정부는 열심히 찾은 것처럼 되니까. 이러려고 계속 숨은 확진자라는 표현을 쓴다고 한다. 확진자 수를 일부러 조절하기야 하겠나. 거짓말일 것이다. 다만, 루머의 출발이 정책에 있음은 분명하다. 검사자 수가 턱없이 적다. 미국의 Worldometer는 통계 사이트다. 여기서 100만명당 검사자 수를 비교했다. 미국 67만여명, 영국 71만여명, 프랑스 45만여명, 독일 36만여명이다. 한국은 6만6천여명이다. 220개국 가운데 130번째다. 이걸 보고들 하는 소리다. 확진자를 조절한다 그러려고 숨었다고 표현한다. 오해 없앨 방법이 있긴 하다. 전부 조사하면 해결된다. 숫자 조절 음모론도 없어지고, 숨은 확진자 불쾌감도 사라진다. 마침 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최문순 강원지사가 정치적 결단으로 결정해달라고 했고, 이시종 충북지사가 치과, 한의원, 약국에서도 하게 해달라고 했다. 이낙연 대표도 1차 자가 검사 논의하자고 했다. 그런데 방역 당국은 반대다. 완강하다. 오진(誤診)ㆍ혼란(混亂) 우려를 이유로 든다. 강릉시가 시작해 봤다. 드라이브 스루 행렬에 끝이 없다. 숨은 확진자 얘기는 안 들린다. 강릉에서 숨는 확진자는 이제 처벌받아야 할 검사 기피자다. 물론 국가를 강릉시와 비교할 순 없다. 행안부 재난 책임자도 설명한다. 전 국민 조사를 감당할 수 있냐는 고민이 있다(김희겸 재난안전관리본부장). 그러면 검사자 수라도 늘려야 할 것 아닌가. 세계 130위 검사를 하면서 숨은 확진자라고 계속 쓰면 세계가 웃지 않겠나. 임시 진료소마다 줄이 길다. 영하의 추위도 말없이 참는다. 혹시 끊길까 봐 앞 사람을 세 본다. 이런 대한민국에 숨은 확진자가 어디 있나. 지금 있는 건 정부가 못 찾는 확진자 뿐이다. 그래서 정부가 미안해해야 할 확진자 뿐이다. 主筆

[김종구 칼럼] 국민들 죽어 간다, 의사 國試 치러라

코로나 병상은 이미 거덜났다. 경기도의 중증 환자 병상 0개다. 인천도 0개다. 타지 이송도 이미 시작됐다. 그제 경기도 환자 6명이 전라도로 갔다. 아무 연고도 없는 목포일 것이다. 지자체는 정부 믿기를 포기했다. 서울시가 컨테이너를 개조했다. 경기도는 대학 기숙사를 통째로 빌렸다. 홈 케어까지 준비해 놓고 있다. 홈 케어가 뭔가. 정상적 의료행위 포기다. 최악의 상황일 때 하는 선택이다. 이게 오면 안 되는데, 목전까지 왔다. 백신만 바라본다. 미국 백신 개발에 환호했다. 영국 할머니 접종에 박수쳤다. 어떤 신문은 이렇게 썼다. 백신 접종, 인류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잘못 쓴 제목이다. 한국은 다르다. 백신 대책이 있긴 했는지 모르겠다. 확보된 양도 부족하다. 안전 문제에도 장담 못한다. 도입 시기는 더 미덥지 않다. 어제 미국 화이자 CEO가 밝혔다. 미국 내 추가 공급은 내년 3분기에 가능할 것이다. 한국화이자는 후순위다. 내년에 온다는 보장도 없다. 백신은 예방의 단계다. 그때부턴 약사의 시간이다. 그게 요원해졌다. 계속 치료 단계로 남아야 한다. 여전히 의사의 시간이다. 그들이 흔들리고 있다. 1년째 코로나 현장을 지켜왔다. 곳곳에서 비명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거론했다. 현재 의료진과 병원 시설 규모는 거의 한계다의료인들의 헌신과 봉사도 한계에 근접했다. 의료인 등 필수인력의 자녀들에 대한 돌봄 지원책도 나와야 한다. 대책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대책이 하나 나왔다. 군(軍)을 쓰기로 했다. 군 의료인력과 육군 특전사 간부를 투입했다. 이렇게 조달된 군 병력이 300명이다. 하루 확진자는 매일 800~1천명이다. 턱도 없다. 더 투입해야 한다. 이쯤에서 많은 이들이 방법 하나를 말한다. 올해 안 본 의사 국가고시다. 완벽한 의료진 2천700명이 대기 중이다. 시험 보면 당장 현장에 투입할 인력이다. 근데 안 한다. 정부도 여당도 말하지 않는다. 이 대표 당부에도 이 말은 쏙 빠졌다. 왜? 의사에 본때를 보여주겠단다. 정부 체면을 구기지 않겠단다. 8, 9월로 돌아 가보자. 의사들이 정부에 대들었다.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설립을 반대했다. 의대 4학년들이 시험을 거부했다. 정확히 2천726명이다. 그후잘못했다면서 시험 보겠다고 했다. 정부가 안 받았다. 형평성을 얘기했다. 공정성도 얘기했다. 여론 거부감도 말했다. 분명히 박수 친 여론은 있었다. 의사집단이란 게 원래 그렇다. 아플 때 아니면 늘 얄미운 집단이다. 8월까지는 그래도 됐다. K 방역 자랑할 때였다. 9월에도 그래도 됐다. 방역 공로자 포상할 때다. 하지만, 12월까지 이러면 안 된다. 찬바람이 코로나를 쏟아붓는다. 내 옆 사람이 막 넘어간다. 컨테이너, 대학 기숙사까지 등장했다. 아픈 국민이 의사를 찾기 시작했다. 의사 국시를 말하기 시작했다. 전문의 2천700명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상급종합병원 42곳에 64명씩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이다. 훨씬 넉넉해 질 수있다. 시험 치러야 한다. 형평성? 지금 필요한 형평성이 뭔가. 모든 국민이 공평하게 진료받을 기회 제공이다. 여론? 지금 나오는 여론이 뭔가. 대기하지 않고 의사 진료받고 싶다는 목소리다. 확진자 10명이던 8월과 확진자 1천명인 12월은 모든 게 달라졌다. 시의성은 정책의 생명이다. 대통령 말이 틀렸다. 터널의 끝이 보인다. 국민이 듣고 싶은 얘기가 아니었다. 이렇게 말해야 한다. 의사 시험 치러 충원하라. 지금 국민이 간절히 듣고 싶은 얘기다. 세상 어떤 지도자의 통치 철학도 국민 생명의 가치를 앞설 순 없다. 석 원장 톡이 왔다. 김 주필, 내년에 의료 대란으로 엉망일텐데. 의대 4학년 학생들과 오기 싸움 거둬 들이고 의료 현장을 정상화해야 해요. 코로나로 지친 의사 간호사들 줄줄이 사직할 게 뻔한데. 정말 큰일입니다. 고기 사먹을 정도 벌었으니 됐다는 그다. 병원 줄여서 조용히 살고 싶다는 그다. 딱히 내세울 특권도 없어 보이는 그다. 그런 그가 왜 의사시험을 말하겠는가. 줄줄이 죽어나가는 환영(幻影)을 떠올린 걱정 아니겠는가. 主筆

[김종구 칼럼] ‘코로나 전과자’

지금도, 뿌연 연기가 생생하다. 소독차가 아이의 집을 에워쌌다. 집이 온통 소독 구름에 덮였다. 마을 사람들이 수군대며 지켜봤다. 아이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이유는 곧 밝혀졌다. 콜레라였다. 아이 동생이 걸렸다고 했다. 안 그래도 외딴 집이었다. 간혹 가던 이웃까지 발을 끊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일렀다. 그 집 애랑 놀지 마라 콜레라 걸린 집이다. 시간이 흘러도, 노△△은 여전히 콜레라 걸렸던 아이였다. 군(軍)이 행정하던 시절이다. 방역도 독재였다. 집단 이익이 우선됐다. 개인 권리는 없었다. 5학년 1반 노△△, 콜레라. 선생님이 전교생에 공지했다. 성남시 동원동 ○○○번지 가지 마라. 면(面)서기가 알리고 다녔다. 환자는 모두의 적이었다. 가족도 공범이었다. 완치돼도 주홍글씨는 여전했다. 공동체로의 복귀가 쉽지 않았다. 그 뒤 기억은 많지 않다. 졸업할 때 기억도 정확지 않다. 중학교에 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때와 차이 없다. 40년 전 노△△이 수없이 생긴다. 이번엔 코로나 전과자다. 방식이 다르지 않다. 아무개 병 걸렸다고 뿌려댄다. 가둬놓은 집을 꼭 찝어 준다. 돌아다닌 곳도 다 공개한다. 사돈 팔촌, 회사 동료, 단골집 직원까지 싹 엮는다. 더 고약해진 건 전파 방식이다. 40년 전에는 면 서기가 알렸다. 동네 사람 수십 명만 알았다. 이제는 인터넷으로 알린다. 온 세상 수십만 명이 알게 된다. 피해자의 고통도 그만큼 커졌다. 코로나 확진자 3만7천명이라고 한다. 2만9천명이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그 완치자들이 쫓겨나고 있다. 실태를 어림잡을 수 있는 통계가 있다. 확진자들의 직장보험 가입 형태 변화다. 1천304명이 확진 이후 퇴사한 걸로 나온다. 퇴사율 20%다. 상반기 평균 퇴사율은 9.5%다. 전년 대비 2.4%p 낮아졌다. 이직률도 낮아졌다. 코로나 현상이다. 웬만하면 현직에 버틴다. 코로나 전과자 퇴사자들만 느는 것이다. 노동부는 손 놓고 있다. 챙겨야 하는 데 챙기지 않는다. 11월 말 노동부 장관이 언론에 등장했다. 코로나 문제를 말했다. 그런데 엉뚱한 얘기였다. 코로나 위기에도 내년부터 주 52시간은 시행된다.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 때리겠다. 난데없는 겁박이다. 기업인들 속만 뒤집어 놨다. 주 52시간제 대한 장관의 의지, 그 의지의 10분의 1만 가졌더라도 1천304명 중 몇 명은 구제했을 거다. 노동부의 직무 유기다. 엊그제, 처음 얘기됐다. 염태영 최고위원이 말했다. 완치자들이 직장에서 환자가 아닌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와 사후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직장 보험 통계도 그가 설명한 자료였다. 현장 행정에서는 이미 불거진 현안이다. K-인터넷 방역이 필히 떨구는 과제다. 염 최고가 대책을 요구했는데, 그의 바람대로 될지는 모르겠다. 그 최고위원회 관심은 오로지 정치다. 곧 3차 재난 지원금을 준다고 한다. 또 논쟁이다. 누군 두텁게 주자고, 누군 넓게 주자고 한다. 누군 식당만 주자고, 누군 노래방도 주자고 한다. 코로나 전과자 얘기는 없다. 1차 때도 없었고, 2차 때도 없었다. 일반 지원 아닌 특별 지원 때도 없었다. 코로나 완치자는 K 방역의 관심 밖 집단이다. 코로나 전과자라며 직장에서 쫓겨난다. 코로나 전과자라면 받아주지도 않는다. 옛날 콜레자 전과자와 다를 게 하나 없다. 동창회에 갔다. 노△△이도 왔다. 그때, 유독 떠들어 댔던 나였다. 반장 완장 핑계로 더 그랬다. 걔도 기억하는 눈치였다. 미안하다고 해야 했다. 입이 안 떨어졌다. 돼지 갈비 다 먹도록 못 했다. 자리를 옮겨서도 못했다. 결국, 못했다. 전염병 전과자 만들기가 그런 거였다. 45년 세월로도 풀 수 없는 큰 죄였다. 지금 그 죄를 우리 모두가 코로나 완치자들에 짓고 있다. 主筆

[김종구 칼럼] 만신창이 民選 체육회, 이재명 지사가 결심하면…

다들 파격이라 말했다. 그럴만 했다. 내부 승진이었다. 20년 근무 직원을 앉혔다.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가. 도내 소상공인들을 쥐락펴락하는 자리다. 도지사의 경제 철학을 현장에 투영하는 자리다. 넉넉한 연봉에 후한 대접도 받는 자리다. 관행은 그렇지 않았다. 지사 측근들이 갔다. 경기도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선임 관행은 그렇게 바뀌었다. 민선 7기 인사가 준 첫 이미지였다. 이재명 지사다운 개혁이라는 평이 따랐다. 참 좋았던 기억인데. 까먹는 일이 생겼다. 11개월짜리 산하기관 갈등이다. 1월에 경기도 체육회장 선거를 했다. 이원성씨가 당선됐다. 도지사 사람이라던 후보를 이겼다. 곧바로 당선 무효 소송이 제기됐다. 이 회장이 쫓겨났다. 반소(反訴)가 제기됐다. 법원이 받아들였다. 이 회장이 복귀했다. 다시 본안(本案) 소송이 시작됐다. 8월 중순 가서야 끝났다. 여기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도의회발 뉴스가 그 뒤를 이어갔다. 남북체육위원회, 최고경영자과정을 지적한다. 이 회장은 문제없다고 주장한다. 대외협력비, 특활비, 관용차 사용까지 문제 삼는다. 이 회장은 증빙 근거 있다고 주장한다. 사무처장 뽑을 때 의혹을 공격한다. 이 회장은 체육회 규정대로 했다고 주장한다. 가칭 경기도 체육진흥재단을 만들자는 얘기도 나온다. 체육회를 파헤칠 특위를 구성한다는 말도 있다. 증명된 건 없다. 실행된 것도 없다. 논쟁만 오고 가는 중이다. 코로나가 있어 차라리 다행이다. 체육행사를 못 했길 망정이다. 안 그랬으면 여러 번 망신당할 뻔했다. 그렇게 열한 달 가더니, 이제 그 극한에 왔다. 도 체육회 새해 예산이 다 날아갔다. 도의회가 대폭 깎았다. 59억4천만원 중 깎은 것만 29억7천만원이다. 산하 기관 예산이 이만큼 깎인 적 있었나. 도의회사(史)로 남을 일이다. 메시지는 분명해졌다. 2021년 아무것도 하지 마라다. 굳이 하려면 그때마다 도의회 오라다. 길어도 너무 길다. 받아 쓰는 기자들도 지친다. 그만큼 해놓고도 부족한가. 싸운 기억밖에 없는 11개월이다. 갈등 외에 남은 거 없는 11개월이다. 충분했다. 체육인 좌절시키기에 충분했고, 도민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러라는 민선(民選)이 아니다. 도입 목적은 분명하다. 정치로부터의 독립이다. 김문수 체육회 남경필 체육회를 없애는 거다. 도민의 체육회를 만드는 거다. 좋은 취지다. 이게 하필 경기도에서 망가지고 있다. 정치 투쟁의 빌미가 되고 있다. 다른 지역도 민선 체육회를 시작했다. 크고 작은 잡음이 없진 않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 이렇게 싸움하며 1년 다 보낸 곳은 없다. 다른 지역 체육인들이 알까 무섭다. 12월이다. 끝내자. 도의회 주장은 다 밝히자는 거 아닌가. 그러면 당장 시작하면 된다. 체육회 사무실 몇 평 안 된다. 이렇다 할 행사도 없었다. 장부 몇 권 들추면 다 끝날 일이다. 이 회장 주장은 잘못 없다는 거 아닌가. 그러면 해명하면 된다. 별로 한 일도 없는 1년이다. 그 영수증 모아서 보여주면 된다. 이 일이 1년 걸리겠나, 반년 걸리겠나. 질질 끌 이유가 없다. 혹시 갈등도 정치라는 고수의 셈법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오늘도 이 논쟁의 마무리는 이재명 도지사다. 이 얘기를 하는 이들의 마무리가 늘 그래 왔다. 이 갈등에 이 지사 책임이 있을까-그런 증거는 없다. 이 갈등을 이 지사가 풀 수 있을까-그런 기대는 많다. 主筆

[김종구 칼럼] ‘고기교(橋) 갈등’과 성남시 나쁜 행정史

노(老) 시장이 포크레인 위에 올랐다. 주먹을 불끈 쥐고 사자후를 토했다. 이대엽 당시 성남시장이다. 장소는 23호 지방도 토끼굴이다. 경부고속도로 밑을 지나는 통로다. 덤프트럭과 포크레인이 여길 막았다. 시장의 연설 내용은 대체로 이랬다. 용인차량이 들어오면서 성남 길이 막힌다. 성남시민을 위해 굴을 봉쇄하겠다. 2003년 일인데 기억이 생생하다. 언론으로 사진과 기록이 전해진다. 성남시 토끼굴 사건. 나쁜 행정이었다. 용인시민은 길이 필요했다. 서울ㆍ분당을 오가야 했다. 성남시민은 그게 못마땅했다. 용인시민이 안 오길 바랐다. 성남시가 이런 주민 뜻을 그대로 품었다. 덤프트럭과 포크레인으로 이벤트를 꾸렸다. 포크레인 연설은 그 중 압권이었다. 아마도 표(票)가 될 거라고 본 모양이다. 덤프트럭 봉쇄, 포크레인 연설. 이 황당한 광경을 언론은 이렇게 적었다. 포크레인 위 이대엽 시장. 조소(嘲笑)였다. 그때를 빼닮은 행정이 등장했다. 이번에도 성남시다. 용인시 고기동 초입에 고기교가 있다. 길이 25m, 너비 8m의 작은 다리다. 밑으로 동막천이 흐른다. 2003년 용인시가 설치했다. 관리도 용인시가 해왔다. 2010년대 들어 고기동이 팽창했다. 대규모 주택 단지가 들어섰다. 음식 거리도 급격히 확대됐다. 다리가 감당할 교통량을 넘어섰다. 확장 외에는 답이 없다. 주민도, 운전자도 다 원한다. 용인시도 한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동막천이 성남 땅-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343의 7-이다. 공사 허가권이 성남시에 있다. 성남시가 이걸 안 해주며 막아섰다. 경기도가 나서도 꿈쩍 않는다. 국민권익위도 별반 소용없다. 고기교는 이제 아수라장이다. 주말엔 차 행렬이 수백m다. 언제부턴가 다리 모양도 기괴해졌다. 급한 대로 용인 쪽 5m는 넓혔다. 성남 쪽 10여m는 그대로다. 짝짝이 기형 다리다. 행정 갈등이 남긴 흉물이다. 반대 이유라는 게 이렇다. -수지구에 신봉2지구가 있다. 개발로 인구가 늘 것이다. 그 차량이 고기교로 몰릴 것이다. 성남 도로가 막힐 것이다. 그러니 넓히지 마라-. 팩트와도 안 맞는 논리다. 신봉 2지구는 지금 허허벌판이다. 10년 이상은 가 봐야 안다. 현재 출퇴근 차량은 석운동으로 오간다. 고기교로 몰려들 거란 근거가 없다. 지하철 3호선 얘기도 있다. 실현되면 교통 세상이 바뀐다. 뭘 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모르면서 반대하면 무지행정이다. 알면서도 반대하면 억지행정이다. 하지만 결론은 하나다. 둘다 해선 안 될 행정이다. 당장 대장지구 주민을 어쩔 건가. 성남시가 개발하는 신도시다. 아파트는 이미 올라가고 있다. 곧 2만여명이 입주한다. 고기동은 그들에도 터전이다. 전부 성남 차량이고 성남 주민인데. 용인 가지 말라 할 건가. 고기교 막고 민증 검사라도 할 건가. 10년 뒤를 탓할 거면 반년 뒤부터 설명해야 옳다. 행정에는 분별이란 게 있다. 아무 요구나 막 품어선 안 된다. 주민은 우리 도로 쓰지 마!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행정까지 우리가 막아주겠다고 나서면 안 된다. 시ㆍ군마다 이러고 나서면 어떻게 되겠나. 국토 대동맥에 1번 국도가 있다. 그걸 안양이 수원 막고, 수원이 오산 막고, 오산이 평택 막으면. 길은 뚫릴지 모른다. 그래도, 어느 시군 하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러면 안 되니까. 국토가 난장판 되니까. 성남시민도 속상한 적이 있다. 2011년 미금역 추진 때다. 신분당선에 미금역이 그려졌다. 광교 주민들이 반대했다. 서울 갈 시간 늘어난다며 데모했다. 성남시민이 그런 광교주민을 비난했다. 극단적 지역 이기주의다 교통망을 지역 전유물로 착각한다. 그랬던 비난이 이제 성남시를 향할 것 같다. 거기서 뺄 것도 없고, 더할 것도 없다. 고기교 확장 반대는 극단적 이기주의다 교통망을 전유물로 착각한다. 닮은 역사는 늘 닮은 결론을 예고해왔다. 2003년 토끼굴 폐쇄는 나쁜 행정이었다. 그래서 오래가지 못했다. 2011년 미금역 반대는 나쁜 논리였다. 그래서 미금역은 설치됐다. 2020년 고기교 확장 반대는 나쁜 행정이고 나쁜 논리다. 그래서 고기교는 확장될 것이다. 主筆

[김종구 칼럼] 바이든 脫탄소-이재명 탄소稅, 그 불일치

정치인 이재명의 장점은 화두 선점이다. 미래를 보는 예지력이 특출하다. 미국 대선에서도 또 한 번 발휘됐다. 바이든의 당선 소감 일성이 탈(脫)탄소였다. 파리 기후 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했다. 당장 한국 경제가 비상 걸렸다. 이 타임에 이재명발 기사가 떴다. 그의 탄소세 재원 얘기다. 환경을 살리면서 기본소득 재원도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언론이 바이든 당선에 이재명 또 주목이라고 썼다. 긍정적인 평가다. 그런데 L 얘기는 다르다. 접근이 틀렸다고 말한다. 효과도 없을 거라고 말한다. 그는 최고 전문가다. 기후 문제 이론가다. 석탄 제로 행동가다. 공당(公黨)의 기후 위원장도 맡고 있다. 이념적으로 이 지사에 가깝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손사래를 친다. 탄소세를 걷어 기본소득을 준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기본소득만 생각하다 보니 탈탄소에 대한 고민이 없다. 나름의 논거를 줄줄이 든다. 이해하는데 몇 분 안 걸린다. 탄소세(carbon tax)는 소멸성 세금이다. 탄소 배출 제로가 되면 소멸한다. 탄소세 0원이 이 세목의 목표다. 반대로 기본소득은 지속성 정책이다. 출발 개념은 복지다. 한번 시작한 복지는 뒤로 못 간다. 작금의 숱한 복지가 그렇게 착근했다. 기본소득을 지속하려면 탄소세를 거둬야 한다. 탄소세를 많이 거두려면 탄소를 많이 써야 한다. 반대 논리 전개도 간단하다. 석탄 안 쓰면 탄소세 없고, 탄소세 없으면 기본소득 흔들린다. 그렇다고 큰돈도 안된다. 유사 탄소세를 도입한 예는 있다.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등 유럽 몇 나라다. 본래 의미의 탄소세와 다른 개념이다. 제품부과금 정도다. 물품에 매기는 화석연료 세금 수준이다. 제조업체에 부과는 꺼린다. 면제 또는 최소화다. 국가 경쟁력 때문이다. 탄소세의 현 상황이다. 몇 나라에서 몇 건 해보는 수준이다. 대부분은 추상적 개념에 멈춰 있다. 기본소득 예산은 천문학적이다. 탄소세로 충당할 수 없다. 근본적 문제도 있다. 징벌적 과세의 효력이다. 도덕 경제학에 이런 예가 있다. 이스라엘 하이파 유치원 실험이다. 지각하는 부모에 벌금을 매겼다. 지각이 줄 거라고 기대했다. 결과가 통계로 잡혔다. 지각률이 더 높아졌다. 일반 유치원에 두 배가 됐다. 경제학자 새뮤얼 보울스가 설명했다. 인간 행동에 벌금 등 가격을 매기는 순간, 도덕적이고 시민적인 자산은 잠식된다(THE MORAL ECONOMYㆍ2020년). 효과 없다는 얘기다. 우리 주변에서 보는 증명이 흔하다. 장애인 고용 의무를 위한 벌금이 있다. 3.10%를 의무 고용 하한선으로 정했다. 안 지키면 장애인 고용 부담금을 물린다. 그런데 아무 효과가 없다. 대기업은 2019년 현재 2.52%다. 벌금으로 의무를 대신하고 있다. 기업의 운영셈법이 항상 이랬다. 탄소세도 당장은 그럴 것이다. 대체할 에너지가 없다. 벌금 내고 떳떳이 배출 할 것이다. 이걸 뻔히 아는 선진국이다. 탄소세를 도입 못 하는 이유다. 기본소득의 재원은 다양할 수 있다. 이 지사도 다른 방도를 설명한 바 있다. 국토보유세 충당론도 그중에 있다. 국토보유세를 목적세로 신설해 기본소득세 재원으로만 사용하는 방안이 있다(2018년 5월ㆍ연합뉴스 인터뷰). 문제 될 것 없다. 다양하게 검토하는 것 자체는 좋다. 다만, 논란을 남길 방법은 말 않는 게 좋다. 탄소세 재원론이 지금 그렇다. L도, 환경론자들도 이 지사엔 우군이다. 그들을 언짢게 만들고 있지 않나. 미국의 기침이면 세계는 독감이다. 바이든이 탈탄소를 말했다. 그날로 탄소는 현실이 됐다. 이제 우리를 달달 볶을 차례다. 무역으로 숨통 조여올 것이다. 거기 맞설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이다. 이 지사가 그걸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준비해야 한다. 기후 위기를 논해야 한다. 탄소 대책을 말해야 한다. 기후와 탄소를 주어로 삼아야 한다. 기본소득을 설명하는 서술어로 쓰면 안 된다. 물론 그 논리조차 틀렸다면 더 말 안 되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탈탄소 세계화 시작을 말했다. 경기도지사가 탄소세 복지비 충당을 말했다. 암만봐도 불일치다. 主筆

[김종구 칼럼] 김경수 침몰, 이재명 대통령

이것도 독재(獨裁)의 형태일 수 있다. 전두환이 노태우를 찍는다. 권력과 돈으로 돕는다. 결국, 대통령을 만든다. 취임하는 노태우를 흐뭇하게 지켜본다. 그 노태우는 김영삼을 찍는다. 뭔짓을 해서든 돕는다. 역시 대통령을 만든다. 취임하는 김영삼을 흐뭇하게 지켜본다. 독재는 그랬다. 현 권력이 미래 권력을 점지했다. 국가를 동원해 도왔다. 민의쯤은 뒤집었다. 그렇게 해서 현 권력이 상왕(上王)에 앉았다. 독재의 화룡점정이다. 그 뒤부터는 달랐다. 김대중은 노무현을 원치 않는다. 적어도 여권 세력은 그렇다. 그런데 노무현이 된다. 노무현은 이명박을 원치 않는다. 원할 리가 없다. 그런데 이명박이 된다. 이명박은 박근혜를 원치 않는다. 눈엣가시 친박이다. 그런데 박근혜가 된다. 박근혜의 문재인 승계? 더 언급할 필요도 없다. 1997년 이후 계속 이랬다. 권력이 다음 권력을 점지하지 못했다. 모든 건 국민이 선택했다. 우리가 민주화라고 부르는 시대다. 그럼에도, 권력은 미련을 갖는다. 미래에 대한 관심이 많다. 후계자(後繼者)란 말은 그래서 유효하다. 매력 철철 넘치는 화두다. 문재인 정부에도 그런 이가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다. 문 대통령이 찍어서 말한 적은 없다. 정식화하는 절차도 없었다. 그래도 많은 이들은 그를 지목했다. 실세(實勢)ㆍ차기(次期)라고 불렀다. 사람들이 그에게 몰렸다. 수원의 선배들도 경남까지 갔다. 특보 명함 때문에 갔겠나. 미래 권력이라니 간 거다. 그 미래 권력이 흔들렸다. 아주 크게 흔들렸다. 징역 2년의 실형이다. 벌금 얼마와는 무게가 다르다. 판결 내용도 독하다. 닭갈비 알리바이가 부인됐다. 김 지사 측의 거짓말이라고 봤다. 구체적인 증거 판단이다. 법리 판단이 아니다. 대법원에서 손댈 게 없다. 통상적이라면 거진 끝난 재판이다. 반전 기대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때는 시간이 문제다. 대선(大選) 일정과 꼬인다. 특보, 지지자들이 떠났다. 대안(代案)도 슬슬 거론된다. 상황이 이재명에게 왔다. 드루킹 사건 재판 후 사람들이 말한다. 이재명이 가장 앞서가 있는 차기 대통령이다.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 나야 한다고 했던가. 비(非)과학적 넋두리지만 정치인들은 믿는다. 민심이란 게 그만큼 요사스럽다. 언제 올지, 언제 갈지 알 수가 없다. 이 지사의 최근 2년이 그랬다. 2018년, 공적 1호였다. 친문에도 가혹하게 몰렸다. 재판정에서도 외로웠다. 다들 거기가 끝이라고 했다. 그랬는데 이제 1등이다. 이 천운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계측 가능한 요소가 있다. 피고인 이재명은 쉼 없이 일했다. 계곡을 뛰던 정화 사업은 작은 예에 불과하다. 공정ㆍ안전ㆍ복지ㆍ적폐ㆍ지역ㆍ개발 등 모든 일에 뛰었다. 그가 내린 업무 지시를 모은 통계가 있다. 재임 800일간 440건이다. 모두가 도정이었고 이슈였다. 피고인 김경수는 어땠나. 딱히 꼽히는 기억이 없다.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만은 틀림없다. 결국, 이재명 스스로 쟁취한 하늘의 운이다. 김경수 없는 이재명의 시간이다. 이제 다른 싸움을 시작할 때다. 바로 1등이 겪어야 할 싸움이다. 이 싸움은 어느 날 갑자기 온다. 원인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갑자기 여론이 식상하다며 돌아선다. 언론은 이를 1등이 넘어야 할 관문이라고 쓰고 있다. 실제로 이 싸움에서 역사는 갈렸다. 극복한 쪽은 대통령의 역사가 됐다. 굴복한 쪽은 야인의 역사가 됐다. 극복한 쪽의 교훈은 뚝심과 겸손이다. 굴복한 쪽의 교훈은 나태와 오만이다. 그때는 잘 안 보이더라는 이 싸움. 지나고 나니 훤히 보이더라는 이 싸움. 이 오묘한 1등의 싸움이 지금 경기도지사 앞에 와 있다. 主筆

[김종구 칼럼] 트럼프 ‘49% 적대 정치’의 몰락-그러면 우리도

흑인들이 분노할 이유는 충분했다. 플로이드는 경찰 때문에 죽었다. 경찰이 목을 조르고 짓눌렀다. 위조지폐 혐의자라는 이유였다. 현행범도, 강력범죄자도 아니다. 과한 제압이었다. 녹취록이 듣는 이조차 답답하게 했다. 숨을 쉴 수가 없다. 이 절규는 곧 구호가 됐다. 많은 흑인들이 들고일어났다. 유색인종도 적잖이 함께 했다. 시위가 점차 격화됐다. 전국으로 확산됐다. 통치자의 한 마디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트럼프가 말했다.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으로 대응할 것이다. 경찰의 강경 진압이 시작됐다. CNN 기자 등 언론인까지 연행됐다. 시위대 분노에 기름을 부은 꼴이었다. 여기에 트럼프가 재차 가스 밸브를 열었다. 무정부주의자, 폭도, 약탈범, 극좌파가 주도하고 있다. 급기야 시위대는 백악관으로 진격했다. 트럼프는 안전 벙커로 피신했다. 그러면서 또 말했다. 주 방위군 등 군 병력을 동원해 진압하겠다. 흑인 시위대는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트럼프만이 할 수 있는 짓이다. 그는 그렇게 대통령이 됐다. 소수를 공격해 다수를 가졌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했다. 라틴계 미국인들의 반감을 샀다. 백인 미국인들은 속 시원하다고 했다. 아시아계 이민자를 막겠다고 했다. 동양계 미국인들의 반감을 샀다. 역시 백인 미국인들은 트럼프 최고라고 했다. 그런 구호로 선택을 받았다. 백인의 선택이었다고 봄이 맞다. 그가 또 한 번 소수를 버려 다수를 챙기고 있었다. 그가 선거에서 졌다. 석 달여 뒤다. 4년간 뭘 잘못했다는 증빙은 없다. 고용률은 근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른 경제 지표도 대부분 개선됐다. 1년전만 해도 대적할 상대가 없다던 그였다. 그런데 맥없이 졌다. 부정 투표라며 소리친다. 소송하겠다며 버텨 본다. 하지만, 응답이 없다. 다들 돌아선 것 같다. 트럼프 정치의 종말이다. 49%를 막 대하던 정치의 종말이다. 51%만을 쫓던 정치의 종말이다. 트럼프 셈법은 결국 4년도 못 갔다. 2016년, 전 세계는 트럼프 현상에 빠졌다. 필리핀 트럼프의 막말-모든 범죄자를 사형시키겠다ㆍ인권은 잊어버려라ㆍ마약상을 위한 관(棺)을 준비하라-은 원조를 뺨쳤다. 세계가 비웃었다. 하지만, 두테르테는 독설을 이어갔다. 브라질에도 열대의 트럼프가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다. 헝가리에는 동유럽 트럼프가 있다. 오르반 총리다. 트럼프 셈법-49%를 잔인하게 밟아 51%를 확실하게 얻은-이 옳다며 공개 지지한 이들이다. 한국에도 등장했다. 국정 농단 사건이 무대였다. 거친 정치 언어가 서로 경쟁했다. 탄핵하라 구속하라. 시원한 사이다였다. 그땐 그래도 됐다. 국민 80%가 박근혜에 분노하고 있었다. 폐단은 그 이후다. 트럼프 현상에 분별이 없어졌다. 너도나도 막말 정치에 나섰다. 49% 죽이기를 일상처럼 했다. 정치에도, 정책에도, 심지어 코로나19에도 그랬다. 상대에 상처주는 막말에 경쟁이 붙었다. 정치언어 품격? 그런 건 사라졌다. 이제, 원조 트럼프를 보자. 어찌 됐나. 51%의 거품이 폭삭 주저앉았다. 축축히 젖은 곳에 홀로 남았다. 놀랄 일도 아니다. 이상할 것도 없다. 트럼프 정치라는 게 그런 거였다. 51% 안에서만 가능한 정치였다. 51%만 투표했을 때 이기는 정치였다. 66.8%가 투표하는 순간, 완패로 갈 수밖에 없는 정치였다. 4년 전 세계가 트럼프 현상에 휩싸였다. 49%를 죽여 51%를 챙긴다는 셈법이었다. 이제 세계는 반(反) 트럼프 현상으로 갈 것이다. 그건 반드시 실패할 셈법이었다는 깨달음이다. 정치인 몇 사람, 장관 몇 사람, 그리고 잘 나간다는 몇 사람. 이들에게는 특히나 필요해 보이는 깨달음이다.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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