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바이든 脫탄소-이재명 탄소稅, 그 불일치

바이든, 세계에 탈탄소 폭탄
李도 기후·환경에 고민해야
탄소세는 효과·현실성 문제

정치인 이재명의 장점은 화두 선점이다. 미래를 보는 예지력이 특출하다. 미국 대선에서도 또 한 번 발휘됐다. 바이든의 당선 소감 일성이 탈(脫)탄소였다. 파리 기후 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했다. 당장 한국 경제가 비상 걸렸다. 이 타임에 이재명발 기사가 떴다. 그의 탄소세 재원 얘기다. ‘환경을 살리면서 기본소득 재원도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언론이 ‘바이든 당선에 이재명 또 주목’이라고 썼다. 긍정적인 평가다.

그런데 L 얘기는 다르다. 접근이 틀렸다고 말한다. 효과도 없을 거라고 말한다. 그는 최고 전문가다. 기후 문제 이론가다. ‘석탄 제로’ 행동가다. 공당(公黨)의 기후 위원장도 맡고 있다. 이념적으로 이 지사에 가깝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손사래를 친다. “탄소세를 걷어 기본소득을 준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기본소득만 생각하다 보니 탈탄소에 대한 고민이 없다.” 나름의 논거를 줄줄이 든다. 이해하는데 몇 분 안 걸린다.

탄소세(carbon tax)는 소멸성 세금이다. ‘탄소 배출 제로’가 되면 소멸한다. ‘탄소세 0원’이 이 세목의 목표다. 반대로 기본소득은 지속성 정책이다. 출발 개념은 복지다. 한번 시작한 복지는 뒤로 못 간다. 작금의 숱한 복지가 그렇게 착근했다. 기본소득을 지속하려면 탄소세를 거둬야 한다. 탄소세를 많이 거두려면 탄소를 많이 써야 한다. 반대 논리 전개도 간단하다. 석탄 안 쓰면 탄소세 없고, 탄소세 없으면 기본소득 흔들린다.

그렇다고 큰돈도 안된다. 유사 탄소세를 도입한 예는 있다.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등 유럽 몇 나라다. 본래 의미의 탄소세와 다른 개념이다. 제품부과금 정도다. 물품에 매기는 화석연료 세금 수준이다. 제조업체에 부과는 꺼린다. 면제 또는 최소화다. 국가 경쟁력 때문이다. 탄소세의 현 상황이다. 몇 나라에서 몇 건 해보는 수준이다. 대부분은 추상적 개념에 멈춰 있다. 기본소득 예산은 천문학적이다. 탄소세로 충당할 수 없다.

근본적 문제도 있다. 징벌적 과세의 효력이다. 도덕 경제학에 이런 예가 있다. 이스라엘 하이파 유치원 실험이다. 지각하는 부모에 벌금을 매겼다. 지각이 줄 거라고 기대했다. 결과가 통계로 잡혔다. 지각률이 더 높아졌다. 일반 유치원에 두 배가 됐다. 경제학자 새뮤얼 보울스가 설명했다. ‘인간 행동에 벌금 등 가격을 매기는 순간, 도덕적이고 시민적인 자산은 잠식된다’(THE MORAL ECONOMYㆍ2020년). 효과 없다는 얘기다.

우리 주변에서 보는 증명이 흔하다. 장애인 고용 의무를 위한 벌금이 있다. 3.10%를 의무 고용 하한선으로 정했다. 안 지키면 장애인 고용 부담금을 물린다. 그런데 아무 효과가 없다. 대기업은 2019년 현재 2.52%다. 벌금으로 의무를 대신하고 있다. 기업의 운영셈법이 항상 이랬다. 탄소세도 당장은 그럴 것이다. 대체할 에너지가 없다. 벌금 내고 떳떳이 배출 할 것이다. 이걸 뻔히 아는 선진국이다. 탄소세를 도입 못 하는 이유다.

기본소득의 재원은 다양할 수 있다. 이 지사도 다른 방도를 설명한 바 있다. 국토보유세 충당론도 그중에 있다. “국토보유세를 목적세로 신설해 기본소득세 재원으로만 사용하는 방안이 있다”(2018년 5월ㆍ연합뉴스 인터뷰). 문제 될 것 없다. 다양하게 검토하는 것 자체는 좋다. 다만, 논란을 남길 방법은 말 않는 게 좋다. ‘탄소세 재원론’이 지금 그렇다. L도, 환경론자들도 이 지사엔 우군이다. 그들을 언짢게 만들고 있지 않나.

미국의 기침이면 세계는 독감이다. 바이든이 탈탄소를 말했다. 그날로 탄소는 현실이 됐다. 이제 우리를 달달 볶을 차례다. 무역으로 숨통 조여올 것이다. 거기 맞설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이다. 이 지사가 그걸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준비해야 한다. 기후 위기를 논해야 한다. 탄소 대책을 말해야 한다. 기후와 탄소를 주어로 삼아야 한다. 기본소득을 설명하는 서술어로 쓰면 안 된다. 물론 그 논리조차 틀렸다면 더 말 안 되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탈탄소 세계화 시작’을 말했다. 경기도지사가 ‘탄소세 복지비 충당’을 말했다. 암만봐도 불일치다.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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