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막 던지는 행정명령, ‘낮술’까지 가다

행정명령이 사람 죽일수도
헬스장 사태·요양원 참사
곳곳에 票의식한 행정명령

술 먹으면 안 됐다. 술 팔아도 안 됐다. 임금의 명령, 어명(御命)이었다. 금란방(禁亂房)이 잡으러 다녔다. 영조(英祖)의 목적은 이거였다. ‘식량으로 술 빚지 마라.’ 효과 없이 끝났다. ‘마침내 능히 금할 수 없었다”(실록ㆍ영조 46년 1월26일). 250년 지났다. 또 한 번의 금주령이다. 시장(市長)의 명령, 행정명령(行政命令)이다. 상시 단속반도 뜬다. 목적은 분명하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행정명령의 시대다. 전쟁도 못 막던 종교까지 막았다. 먹고살겠다는 식당도 닫았다. 사람이 사람 만나는 것도 금했다. 국가야 원래 그랬다 치자. 국법의 집행자니까. 낯선 건 지자체장들의 등장이다. 시장ㆍ도지사들도 선언하고, 단속하고, 처벌한다. 예배 금지도 지사가 명령했다. 위반하면 처분한다. 식당 폐쇄도 시장이 명령했다. 어기면 벌금 때린다. 코로나 대책이라니 뭐라지도 않는다. 도처에 행정명령이다.

‘낮술 금지 처분’도 행정명령이다. 순천시가 설명했다. ‘한 음식점에서 영업 제한 시간을 악용했다. 오전 5시 영업하다가 지탄을 받았다. 행정명령을 비웃는 행위는 용서하지 않겠다. 오전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낮술을 금한다. 무관용 원칙으로 엄벌하겠다.’ 방역 명령이라면 토를 달지 않는 시민들이다. 이번에는 다르다. 댓글이 꽤 많다. 상당수가 비난과 조소다. ‘밤술 명령은 안하냐’ ‘탁상행정 그만두라’….

순천시 인구 밀도는 305명㎢이다. 서울시 1만6천499명㎢이다. 사람도, 식당도 서울이 빽빽하다. 낮술이 위험하면 서울이 더 큰 일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낮술 금지 명령’ 안 했다. 부산도 안 했다. 순천시만 했다. 그냥 권고했다면 모른다. ‘낮술 장시간 주고받으면 위험함’. 그런데 굳이 행정명령으로 갔다. 시장이 TV에 나와 결기 어린 표정으로 선언한다. “낮술 금지 긴급 행정명령을 발동합니다.” 쫌 그렇다.

뜨고 싶었나. 그랬다면 성공했다. 시도 떴고, 시장도 떴다. 더 뜰 방법도 남아 있다. 음식마다 다 행정 명령하면 된다. 떠먹는 김치찌개도 위험하다. ‘김치찌개 행정명령’…. 함께 먹는 물김치도 위험하다. ‘물김치 행정명령’…. 탕수육 나눠 먹기도 불안하다. ‘탕수육 행정명령’…. 선소리가 아니다. 낮술과 밤술을 쪼갰다. 그 중 낮술만 골라서 행정명령을 때렸다. 김치 행정명령, 탕수육 행정명령이 차라리 자연스럽다.

새해 첫날, 헬스장 관장이 죽었다. 찬 바닥에서 발견됐다. 가족에 미안하다고 써놨다. 살 날이 많았을 50대다. 행정 명령에 죽었다. 폐쇄 조치에 죽었다. 안 그런가. 1년 내내 명령이었다. 제한영업 명령, 업장폐쇄 명령. 산 관장들도 산 게 아니다. 300개 헬스장이 열었다. 더는 못 버틴다고 울부짖는다. 나를 잡아가라고 소리친다. 국가가 내린 명령이다. 총리가 엉성했음을 사과했다. ‘헬스장 방역 형평성 보완하겠다.’

참담한 소식은 또 있다. 환자 47명이 죽었다. 요양 병원에서다. 언론이 ‘나이 많은 기저 질환자’라 썼다. 그러면 죽어도 되나. 더 살 수 있고, 더 고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죽었다. 차라리 몰살(沒殺)이었다.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라는 방역 명령이 빚은 참사다. 20여일 갇혀 있다가 다 죽었다. 이 어처구니 없는 명령에 병원장이 치를 떤다. “이송만 했어도 80%는 살릴 수 있었다.”

행정명령이 뭔지 아나. 대가 없이 희생을 강제하는 것이다.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 식당 영업을 제한하는 행정명령? 식당 주인에 손해를 가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식당 주인이 죽을 수도 있다. 5인 이상 접촉 제한 행정명령? 사람 모이는 사업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 이런 게 행정명령이다. 국가든, 지자체든 신중해야 한다. 아무 때나 휘두르면 안 된다. 엉뚱하게 쓰면 더 안 된다.

지금 많은 행정명령이 생명(生命)에 매달리고 있다. 시민들이 잘 안다. 은혜 받을 일이다. 또 다른 많은 행정명령이 표심(票心)에 매달리고 있다. 시민들이 이것도 잘 안다. 벌 받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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