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이후 권력 승계 역사 없어
李, 차기 주자 1등에 자리 매김
‘식상함’과 외로운 싸움의 시간
이것도 독재(獨裁)의 형태일 수 있다. 전두환이 노태우를 찍는다. 권력과 돈으로 돕는다. 결국, 대통령을 만든다. 취임하는 노태우를 흐뭇하게 지켜본다. 그 노태우는 김영삼을 찍는다. 뭔짓을 해서든 돕는다. 역시 대통령을 만든다. 취임하는 김영삼을 흐뭇하게 지켜본다. 독재는 그랬다. 현 권력이 미래 권력을 점지했다. 국가를 동원해 도왔다. 민의쯤은 뒤집었다. 그렇게 해서 현 권력이 상왕(上王)에 앉았다. 독재의 화룡점정이다.
그 뒤부터는 달랐다. 김대중은 노무현을 원치 않는다. 적어도 여권 세력은 그렇다. 그런데 노무현이 된다. 노무현은 이명박을 원치 않는다. 원할 리가 없다. 그런데 이명박이 된다. 이명박은 박근혜를 원치 않는다. 눈엣가시 친박이다. 그런데 박근혜가 된다. 박근혜의 문재인 승계? 더 언급할 필요도 없다. 1997년 이후 계속 이랬다. 권력이 다음 권력을 점지하지 못했다. 모든 건 국민이 선택했다. 우리가 민주화라고 부르는 시대다.
그럼에도, 권력은 미련을 갖는다. 미래에 대한 관심이 많다. 후계자(後繼者)란 말은 그래서 유효하다. 매력 철철 넘치는 화두다. 문재인 정부에도 그런 이가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다. 문 대통령이 찍어서 말한 적은 없다. 정식화하는 절차도 없었다. 그래도 많은 이들은 그를 지목했다. 실세(實勢)ㆍ차기(次期)라고 불렀다. 사람들이 그에게 몰렸다. 수원의 ‘선배’들도 경남까지 갔다. ‘특보 명함’ 때문에 갔겠나. 미래 권력이라니 간 거다.
그 미래 권력이 흔들렸다. 아주 크게 흔들렸다. 징역 2년의 실형이다. 벌금 얼마와는 무게가 다르다. 판결 내용도 독하다. ‘닭갈비 알리바이’가 부인됐다. 김 지사 측의 거짓말이라고 봤다. 구체적인 증거 판단이다. 법리 판단이 아니다. 대법원에서 손댈 게 없다. 통상적이라면 거진 끝난 재판이다. 반전 기대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때는 시간이 문제다. 대선(大選) 일정과 꼬인다. 특보, 지지자들이 떠났다. 대안(代案)도 슬슬 거론된다.
상황이 이재명에게 왔다. 드루킹 사건 재판 후 사람들이 말한다. ‘이재명이 가장 앞서가 있는 차기 대통령이다.’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 나야 한다’고 했던가. 비(非)과학적 넋두리지만 정치인들은 믿는다. 민심이란 게 그만큼 요사스럽다. 언제 올지, 언제 갈지 알 수가 없다. 이 지사의 최근 2년이 그랬다. 2018년, 공적 1호였다. 친문에도 가혹하게 몰렸다. 재판정에서도 외로웠다. 다들 거기가 끝이라고 했다. 그랬는데 이제 ‘1등’이다.
이 천운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계측 가능한 요소가 있다. ‘피고인 이재명’은 쉼 없이 일했다. 계곡을 뛰던 정화 사업은 작은 예에 불과하다. 공정ㆍ안전ㆍ복지ㆍ적폐ㆍ지역ㆍ개발 등 모든 일에 뛰었다. 그가 내린 업무 지시를 모은 통계가 있다. 재임 800일간 440건이다. 모두가 도정이었고 이슈였다. ‘피고인 김경수’는 어땠나. 딱히 꼽히는 기억이 없다.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만은 틀림없다. 결국, 이재명 스스로 쟁취한 하늘의 운이다.
김경수 없는 이재명의 시간이다. 이제 다른 싸움을 시작할 때다. 바로 1등이 겪어야 할 싸움이다. 이 싸움은 어느 날 갑자기 온다. 원인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갑자기 여론이 ‘식상하다’며 돌아선다. 언론은 이를 ‘1등이 넘어야 할 관문’이라고 쓰고 있다. 실제로 이 싸움에서 역사는 갈렸다. 극복한 쪽은 대통령의 역사가 됐다. 굴복한 쪽은 야인의 역사가 됐다. 극복한 쪽의 교훈은 ‘뚝심’과 ‘겸손’이다. 굴복한 쪽의 교훈은 ‘나태’와 ‘오만’이다.
그때는 잘 안 보이더라는 이 싸움. 지나고 나니 훤히 보이더라는 이 싸움. 이 오묘한 ‘1등의 싸움’이 지금 경기도지사 앞에 와 있다.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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