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석에 또 휘둘릴 대통령 대행 헌재 ‘임명 하라’ ‘권한 한계’-모순 200석으로 바뀌어야 할 결정례
대통령 권한대행은 불완전한 권한이다. 법적으로는 모든 권한을 넘겨받는다. 다만 중요한 한 가지를 가질 수 없다. 투표 등 국민의 선택으로 부여받은 권력이다. 민주주의가 창출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이러다 보니 대행은 정치에 치이고 휘둘린다. 야당에 의한 견제가 특히 심하다. 그중에도 무서운 공격이 탄핵이다. 그동안은 없어서 몰랐다. 이번에 알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행을 탄핵했다. 직무 시작 열흘 만에 날아갔다.
그리고 87일 됐다. 헌재가 탄핵을 기각해 복귀시켰다. 그런데 하루도 안 돼 ‘한덕수 대행 재탄핵’ 얘기가 나온다. 24일 기자가 물었다.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재탄핵을 검토하나.”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답했다. “속단할 수 없다.” 탄핵 성적 9전9패의 민주당이다. 대놓고 말하기 민망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많은 언론이 다음 날 지면에 대행 재탄핵 얘기를 실었다. 복귀 하루 만에 정부를 휘감아 도는 공포다.
출발은 헌재의 24일 결정문이다. 151석을 대행의 탄핵 소추 요건으로 인정했다. 6명이 동의한 이유가 이렇다. “(대행은 대통령과 비교해) 상당히 축소된 간접적 정당성만 보유한다”, “권한대행 지위가 새로 창설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본래 신분상 지위(총리)에 따른 의결 정족수를 적용해야 한다”. 대행의 권한을 제한적이라고 봤다. 현실은 알겠는데, 법률에 근거가 있나. 대통령에게만 있고, 권한대행에게 없는 권한?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엔 논리상의 어색함도 있다. 재판관 후보자 불(不)임명이 발단이었다. 한 대행이 이유를 설명했다. ‘대통령 임명 권한이 대행에게는 없다고 본다.’ 그러자 민주당이 ‘권한 있으니 임명하라’며 탄핵했다. 헌재가 권한쟁의 심판을 했다. ‘임명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했다. 한덕수 대행이 ‘임명 권한·책임 없다’고 했고, 민주당·헌재는 ‘임명 권한·책임 있다’고 했다. 그랬던 헌재가 정족수에서는 달라졌다. ‘대행의 권한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소수 의견이 있다.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이다. 절차 흠결을 이유로 탄핵을 각하했다. 둘의 논리가 이렇다. “권한대행자를 대통령과 다르게 볼 이유가 없다”, “비상 상황에서는 탄핵 제도 남용을 방지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 그러면서 이런 비유도 했다. -현행법에서 차관은 탄핵 대상이 아니다. 그러면 차관은 장관직을 대행하면서 중한 위헌·위법을 해도 탄핵할 수 없다는 논리가 된다-. 정치 현실과 법률 해석이 보다 명료해 보인다.
혹자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입장을 얘기한다. 151석 밀어붙인 부담을 덜어줬다는 것이다. 혹자는 민주당에 탄핵 무기를 쥐여줬다고 얘기한다. 홀가분하게 재탄핵할 근거를 줬다는 것이다. 헌재가 이런 계산을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 흔한 지라시 한 장 받아 본 적 없다. 하지만 그런 정치적 결과가 나타난 것은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151석’이 더욱 개운치 않다.
나라가 둘로 쪼개졌다. 광화문 차벽도 아슬아슬하다. 시위대는 법원까지 난입했다. 물리적 내전과 국가 위기가 경고된다. 싸우는 걸 보면 곧 망할 나라다. 하지만 이 모습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당대(當代)는 언제나 난세(亂世)라 했다. 당대에만 그렇게 보이는 거다. 결국 대통령 한 사람의 사건 아닌가. 곧 역사에 기록되고 정리될 것이다. 탄핵 정족수를 특별히 붙들고 늘어지는 이유도 여기 있다. 당대뿐 아니라 미래까지 끌어갈 기준이라서다.
헌법재판소는 판결이 아니라 결정을 한다. 판례가 아니고 결정례(決定例)·선례(先例)다. 미래에 미칠 구속력에서 판례의 그것과 다르다. 한번 내린 결정이라도 바뀔 수 있다. ‘151석 아쉬움’을 남겨 놓는 이유다. 언젠가 200석으로 바뀔 바람을 적어 두겠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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