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망쳐” 선수 가족에까지 악플
운명의 독일전 앞두고 사기 저하 우려
억측성 국민청원보다 “뜨거운 응원을”
“최후의 결전을 앞둔 월드컵 대표팀에게 지금은 비난이 아닌 힘을 보태줍시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2연패를 당한 태극전사들에게 질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 ‘지금은 용기를 북돋아줄 때’라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대표팀 수비수 장현수(FC도쿄)의 이름으로 검색되는 글이 149건, 왼쪽 풀백 김민우(상주)의 이름으로 검색되는 글이 66건 올라왔다. 이들은 이번 월드컵에 나선 선수 23명 중 가장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인물들이다.
장현수는 멕시코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내준 데 이어 타이밍이 맞지 않는 태클로 결승골을 내준 빌미를 제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국민청원에는 ‘장현수 선수 국대 박탈과 독일전 선발을 막아주세요’, ‘장현수 선수 승부조작, 적폐 신태용ㆍ장현수ㆍ김민우 국적 박탈해주세요’ 등 태극전사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글들이 등록된 상태다.
스웨덴전에서 페널티킥을 내준 김민우와, 대표팀 감독 신태용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에게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김민우 선수에 구속영장을 발부해주십시오’, ‘김민우를 현역으로 전환해주세요’ 등 글은 물론이고 ‘신태영과 장현수 관계조사 및 금전 조사가 필요하다 생각됩니다’라는 억측성 청원까지 등장했다.
더욱이 이 비난은 선수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향하고 있다. 골키퍼 조현우(대구)의 경우 아내의 외모나 아이를 향해서까지 날 선 반응이 나와 결국 아내는 SNS 계정을 폐쇄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흘리고 있는 땀과, 경기에 패한 후 흘린 뜨거운 눈물에 국민들이 응원을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아직 독일전이 남아있는 만큼 선수들이 기죽지 않도록 국민들이 끝까지 응원을 보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원에 거주하는 김호영씨(28)는 “거리 응원을 나가도 곳곳에서 욕하는 소리가 들려 불쾌했는데 온라인에서, 특히 조현우 선수의 생후 8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비하하는 글까지 나오는 건 해도 해도 지나치다”며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았는데, 국민들과 선수들 모두 같은 마음 아니겠는가. 끝까지 응원을 보내자”고 말했다.
이정민씨(30) 역시 “선수 플레이나 경기 결과에 대한 지적은 괜찮지만 ‘사형시켜라’는 등 과한 얘기까지 나오는 것은 현대판 마녀사냥”이라며 “아직 독일과의 경기가 남아있는데 선수들이 기죽지 않게 힘을 보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축구계 관계자 역시 “대표팀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순 있지만 근거 없는 인신공격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며 “아직 조별리그 경기가 한 경기 남은 만큼 지금은 대표팀에 힘을 불어넣어 줄 때”라고 전했다.
이연우기자
댓글(0)
댓글운영규칙